일러두기
저본에 관하여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Die Verwandlung)》(1915)을 독일어 원전에서 직접 옮긴 완역본입니다. 영어 번역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1915년 10월 월간지 『디 바이센 블레터』에 처음 실렸고, 같은 해 말 라이프치히의 쿠르트 볼프 출판사가 「최후의 심판일(Der jüngste Tag)」 총서의 한 권으로 펴냈습니다. 이 총서판을 1917년에 다시 찍은 본문을 옮겨 적은 퍼블릭도메인 전자 텍스트를 저본으로 삼았습니다.
원문은 장 제목 없이 로마 숫자로만 세 부분을 나눕니다. 이 책은 제목을 붙이지 않고 제1부, 제2부, 제3부로만 나누었습니다. 원문의 97문단을 한 문단도 합치거나 쪼개지 않고 옮겼습니다. 카프카는 여러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한 문단 안에 이어 쓰곤 하는데, 그 짜임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첫 문장의 「흉측한 벌레」
첫 문장에서 그레고르 잠자가 변한 것을 카프카는 Ungeziefer라고 적었습니다. 사람이 쫓아내고 없애려 드는 더럽고 쓸모없는 것을 두루 가리키는 일상의 낱말이고, 어떤 벌레인지는 정하지 않는 말입니다. 카프카는 이 낱말을 책 전체에서 이 한 번만 쓰고, 그 뒤로는 그레고르가 무엇인지 끝내 이름 붙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체를 정해 버리는 「갑충」이나 쓰임을 덧붙이는 「해충」 대신 일상어 「벌레」를 골랐고, 앞에 붙은 ungeheuer(괴물 같은, 엄청난)는 「흉측한」으로 옮겼습니다. 3부에서 파출부가 그레고르를 「쇠똥구리」라고 부르는 것은 한 인물의 막말로 옮겼습니다.
서술에 관하여
이야기는 3인칭 과거로, 거의 언제나 그레고르의 방 안에서, 그레고르가 보고 듣고 헤아리는 것만 말합니다. 서술과 그레고르의 생각 사이에는 벽이 없어서, 따옴표 없는 서술이 그대로 그레고르의 물음과 탄식이 되곤 합니다. 이런 대목은 따옴표를 씌우지 않고 3인칭 그대로 두되 그레고르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어미를 골랐습니다.
카프카는 끔찍한 일을 사무 보고처럼 담담하게 씁니다. 그 온도를 지키려고 원문에 없는 감정의 말은 덧붙이지 않았고, 회사와 집안의 딱딱한 사무 언어(해명, 결근, 해약, 청구, 가족의 의무)도 풀어 쓰지 않았습니다. 긴 종속절과 쌍반점으로 이어지는 긴 문장은 우리말로 한 호흡에 읽히도록 이었습니다.
말투와 이름에 관하여
- 가족끼리는 부모가 자식에게 반말을, 자식이 부모에게 해요체를 씁니다. 누이동생 그레테는 원문에서 오빠를 이름으로 부르지만 우리말 관습에 따라 「오빠」로 옮겼습니다.
- 회사의 지배인, 세 하숙인처럼 바깥사람과는 서로 하십시오체를 씁니다. 그레고르가 죽은 날 아침 아버지가 하숙인들을 내쫓는 자리에서만 아버지의 말이 명령하는 하오체로 바뀝니다.
- 3부에서 그레테는 그레고르를 「저것」이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레고르가 죽은 뒤로 서술은 부모를 「아버지」「어머니」 대신 「잠자 씨」「잠자 부인」이라 부르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레테를 「딸」이라 부릅니다. 모두 원문이 바꾼 그대로입니다.
- 오스트리아와 프라하의 독일어 낱말은 그곳의 뜻으로 옮겼습니다. 예를 들어 Sessel은 안락의자가 아니라 보통 의자, Kasten은 옷장입니다.
그 밖의 것
- 옮긴이 주는 달지 않았습니다. 낯선 낱말은 우리말 역어로 풀었고, 상징이나 해석을 풀이하는 일은 독자에게 맡겼습니다.
- 나이와 햇수는 「열일곱 살」, 「다섯 해」처럼 한글로, 시각의 분은 「여섯 시 45분」처럼 아라비아 숫자로 적었습니다.
- 원문의 줄표는 쓰지 않고 문장을 나누거나 쉼표와 괄호로 이었으며, 끊긴 말은 말줄임표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