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엮은이가 독자에게
차례
로그인

엮은이가 독자에게

우리 친구의 마지막 나날, 그 남다른 며칠에 관해 그 자신이 손수 남긴 증언이 넉넉하게 전해져서, 그가 남긴 편지들의 흐름을 내 이야기로 끊지 않아도 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그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을 사람들에게서 정확한 소식을 직접 모으려고 애썼다. 이야기는 단순하며, 그 일을 전하는 이야기들은 몇 가지 자잘한 점을 빼면 모두 서로 들어맞지만, 일에 얽힌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판단이 갈린다.

그러니 우리가 거듭 애써 알아낸 것을 성실하게 이야기하고, 떠난 이가 남긴 편지들을 그 사이사이에 끼워 넣고, 찾아낸 아주 작은 쪽지 한 장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 것 말고 우리에게 달리 무엇이 남아 있겠는가. 더구나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단 하나의 행동이라도 그 밑바닥에 있는 가장 고유하고 참된 동기를 밝혀내기란 그토록 어려운 일이니.

언짢음과 싫증은 베르테르의 영혼 속에 점점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서로 더 단단히 얽히며 차츰 그의 온 존재를 사로잡았으며, 그의 정신의 조화는 완전히 무너졌고, 그의 본성의 모든 힘을 뒤죽박죽으로 휘저어 놓는 내면의 열기와 격렬함은 더없이 나쁜 결과를 낳다가 마침내 그에게 탈진만을 남겼는데, 그는 지금까지 온갖 불행과 싸워 온 것보다 더 불안하게 그 탈진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이 그의 정신에 남은 힘, 그의 생기와 날카로운 통찰을 갉아먹었고, 그는 침울한 말벗이 되어 점점 더 불행해졌으며, 불행해질수록 점점 더 공정하지 못하게 되었다. 적어도 알베르트의 친구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들의 말로는, 오래 바라던 행복을 이제 막 얻은 순수하고 차분한 사람을, 그리고 그 행복을 앞으로도 지키려는 그 사람의 처신을 베르테르는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고 하는데, 베르테르는 이를테면 날마다 가진 것을 몽땅 다 써 버리고는 저녁이 되면 괴로워하며 굶주리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들이 말하기를, 알베르트는 그 짧은 사이에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베르테르가 처음부터 알았고 그토록 높이 사고 존중하던 바로 그 사람이었으며, 로테를 무엇보다 사랑했고, 로테를 자랑스러워했으며, 누구에게나 로테가 더없이 훌륭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바랐다. 그러니 그가 의심의 그림자마저 피하고 싶어 했다고 해서, 그 무렵 이 귀한 보물을 아무리 순진한 뜻에서라도 누구와도 나누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탓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베르테르가 로테 곁에 있을 때 알베르트가 자주 아내의 방을 나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친구를 미워하거나 꺼려서가 아니라, 자기가 있으면 베르테르가 짓눌린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로테의 아버지가 병이 나서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되자 로테에게 마차를 보냈고, 로테는 그 마차를 타고 사냥 별장으로 갔는데, 맑은 겨울날이었고, 첫눈이 많이 내려 온 고장을 덮고 있었다.

베르테르는 이튿날 아침 로테를 뒤따라 나섰다. 알베르트가 로테를 데리러 오지 않으면 자기가 시내로 데려올 생각이었다.

맑은 날씨도 그의 침울한 마음에는 별 힘을 미치지 못했고, 그의 영혼은 무겁게 짓눌려 있었고, 슬픈 그림들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떠나지 않았으며, 그의 마음은 한 괴로운 생각에서 다른 괴로운 생각으로 옮겨 가는 것 말고는 아무 움직임도 알지 못했다.

자기 자신과 끝없이 불화하며 살았기 때문에, 그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처지도 더 위태롭고 어지러워 보이기만 했고, 그는 알베르트와 그 아내 사이의 아름다운 관계를 자기가 어지럽혔다고 믿고 그 일로 자신을 나무랐는데, 그 자책에는 남편을 향한 은밀한 불만이 섞여 들었다.

가는 길에도 그의 생각은 이 일로 흘렀다. "그래, 그래." 그는 남몰래 이를 갈며 혼잣말을 했다. "이게 바로 그 허물없고 다정하고 살뜰하고 무엇이든 함께 나누는 사이, 고요하고 변함없는 신의라는 거군! 물리고 무심해진 거지! 하찮은 일거리 하나하나가 그 귀하고 소중한 아내보다 더 그 사람을 끌어당기잖아? 그 사람이 자기 행복을 소중히 여길 줄 알까? 로테를 그만한 값어치대로 존중할 줄 알까? 그 사람은 로테를 가졌어. 좋아, 그 사람은 로테를 가졌어. 나도 알아, 다른 것을 알듯이 그것도 알아. 그 생각에는 익숙해졌다고 믿지만, 그 생각이 나를 미치게 하고 말 거야, 나를 죽이고 말 거야. 그런데 그 사람은 나와의 우정을 끝까지 지켰나? 로테를 향한 내 애착을 벌써 자기 권리에 대한 침범으로 보고, 로테에게 쏟는 내 마음 씀을 말 없는 비난으로 여기고 있지 않나? 나는 잘 알아, 느껴. 그 사람은 나를 보기 싫어하고, 내가 떠나기를 바라고, 내가 곁에 있는 걸 거북해해."

그는 빠른 걸음을 자주 멈추었고, 자주 가만히 서서 돌아서려는 듯했지만, 번번이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고, 이런 생각과 혼잣말에 잠긴 채 마침내 마치 자기 뜻과는 달리 끌려가듯 사냥 별장에 이르렀다.

문을 들어서며 노인과 로테를 찾았는데, 집 안이 조금 술렁이고 있었고, 큰아들이 그에게 저 건너 발하임에서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고, 농군 하나가 맞아 죽었다고 말했다. 그 말은 그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 보니, 로테는 몸이 아픈데도 그리로 건너가 현장에서 사건을 조사하겠다는 노인을 말리느라 애쓰고 있었다. 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침에 집 문 앞에서 맞아 죽은 사람이 발견되었고 짐작 가는 데가 있었으니, 죽은 사람은 어느 과부의 머슴이었고, 그 과부는 전에 다른 머슴을 두었다가 그 머슴이 사이가 틀어져 집을 나간 일이 있었다.

그 말을 듣자 베르테르는 벌떡 일어섰다. "그럴 수가!" 그가 외쳤다. "가 봐야겠어요. 한순간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그는 발하임으로 서둘러 갔다. 모든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고, 그가 그토록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토록 아끼게 된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을 그는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시신을 옮겨 놓은 술집으로 가려면 보리수 사이로 지나가야 했는데, 그는 늘 그토록 사랑하던 그 자리 앞에서 몸서리를 쳤다. 이웃 아이들이 그토록 자주 놀던 그 문턱은 피로 더럽혀져 있었다. 사랑과 신의,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 폭력과 살인으로 바뀌어 버렸다. 억센 나무들은 잎이 진 채 서리를 뒤집어쓰고 서 있었고, 낮은 교회 묘지 담장 위로 둥글게 드리워졌던 아름다운 산울타리는 잎이 다 떨어졌으며, 그 틈새로 눈 덮인 묘석들이 내다보고 있었다.

온 마을 사람이 모여 있는 술집에 다가가자 갑자기 고함이 일었고, 멀리 무장한 사내들 한 무리가 보였고, 다들 범인을 끌고 온다고 외쳤다. 베르테르는 그쪽을 바라보았고, 오래 망설일 것도 없었다. 그랬다, 그 사람은 그 과부를 그토록 사랑하던 그 머슴, 얼마 전 조용한 분노와 남모를 절망을 품고 서성이던 모습으로 그가 마주쳤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불행한 사람아!" 베르테르가 붙잡힌 사람에게 다가가며 외쳤다. 그 사람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마침내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무도 그 여자를 갖지 못할 거예요. 그 여자도 아무도 갖지 못할 거고요." 사람들이 붙잡힌 사람을 술집 안으로 데려갔고, 베르테르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끔찍하고 거센 충격에 그의 존재 안에 있던 모든 것이 뒤흔들렸다. 그는 슬픔과 언짢음과 무심하게 체념한 상태에서 한순간 빠져나왔고, 걷잡을 수 없는 연민이 그를 사로잡았으며, 그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열망이 그를 휘어잡았다. 그는 그 사람이 너무나 불행하다고 느꼈고, 범죄자가 된 지금도 너무나 죄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으며, 그 처지에 너무나 깊이 자신을 넣어 보았기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설득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다. 벌써 그 사람을 변호하고 싶었고, 더없이 생생한 변론이 벌써 입술 끝으로 몰려들어서, 그는 사냥 별장으로 서둘러 가면서, 법무관에게 아뢰려던 말을 길에서부터 참지 못하고 반쯤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방에 들어가 보니 알베르트가 와 있었는데, 그것이 한순간 그의 기분을 상하게 했지만 그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법무관에게 자기 생각을 뜨겁게 털어놓았다. 법무관은 몇 번 고개를 저었고, 베르테르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변호하려고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더없이 생생하게, 정열과 진실을 다해 늘어놓았지만,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법무관은 그 말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법무관은 우리 친구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열을 올려 반박하며, 흉악한 살인자를 감싼다고 나무랐으며, 그렇게 하면 모든 법이 무너지고 나라의 안녕이 송두리째 망가진다는 것을 일깨웠고, 이런 일에서는 자기가 더없이 무거운 책임을 지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이 질서대로,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르테르는 아직 물러서지 않고, 누가 그 사람이 달아나도록 돕는다면 법무관이 눈감아 주기만이라도 해 달라고 빌었다! 법무관은 그것마저 물리쳤고, 마침내 대화에 끼어든 알베르트도 노인 편을 들었다. 베르테르는 두 사람에게 밀렸고, 법무관이 몇 번이나 "안 되오, 그 사람은 구할 길이 없소!" 하고 말한 뒤 끔찍한 고통을 안고 길을 나섰다.

그 말이 얼마나 그의 가슴에 박혔을지는, 그의 서류 가운데서 나온, 틀림없이 바로 그날 쓴 쪽지 한 장이 보여 준다.

"너는 구할 길이 없구나, 이 불행한 사람아! 우리는 구할 길이 없다는 걸 나는 똑똑히 알겠어."

알베르트가 마지막에 법무관 앞에서 그 붙잡힌 사람의 일을 두고 한 말은 베르테르에게 몹시 거슬렸는데, 그는 그 말에 자기를 향한 어떤 날카로움이 담겨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두 사람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의 예리한 머리가 놓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것을 털어놓고 받아들인다면 자기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버려야 할 것만 같았다.

그 일과 관련된 쪽지, 어쩌면 알베르트와 그의 관계 전체를 드러내는 쪽지 한 장을 우리는 그의 서류 가운데서 찾아냈다. "그 사람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나 자신에게 아무리 되뇌어 봐야 무슨 소용이야. 그래도 그게 내 속을 갈가리 찢어. 나는 공정할 수가 없어."

포근한 저녁이었고 날씨가 풀려 눈이 녹기 시작했기 때문에, 로테는 알베르트와 함께 걸어서 돌아갔는데, 가는 길에 로테는 마치 베르테르가 곁에 없는 것을 아쉬워하듯 이따금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알베르트가 베르테르 이야기를 꺼내더니, 그를 공정하게 평가하면서도 나무랐고, 그의 불행한 정열을 건드리며 그를 멀리 떠나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를 위해서도 그러기를 바라." 알베르트가 말했다. "그리고 부탁이야, 그 사람이 당신을 대하는 태도를 좀 바꿔 줘. 그렇게 자주 찾아오지 않게 해 줘. 사람들이 눈여겨보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그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알아." 로테는 말이 없었고, 알베르트는 그 침묵을 느낀 듯했다. 적어도 그때부터 그는 로테 앞에서 다시는 베르테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로테가 그 이야기를 꺼내면 말을 흐리거나 다른 데로 돌렸다.

그 불행한 사람을 구하려던 베르테르의 헛된 시도는 꺼져 가는 등불이 마지막으로 확 타오른 불꽃이었고, 그 뒤로 그는 그만큼 더 깊이 고통과 무기력 속으로 가라앉았다. 특히 이제 범행을 부인하기 시작한 그 사람에게 불리한 증인으로 자기가 불려 나갈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활동하던 시절에 이따금 겪었던 불쾌한 일들, 공사관에서 겪은 언짢은 일, 그 밖에 뜻대로 되지 않았던 모든 일, 언젠가 그를 상하게 했던 모든 일이 그의 영혼 속에서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했다. 그는 이 모든 일 때문에 무기력하게 지내도 될 권리라도 얻은 듯 여겼고, 모든 앞날에서 끊겨 나간 사람, 사람들이 일상의 일을 붙잡을 때 쓰는 손잡이 하나도 잡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기이한 감정과 생각과 끝없는 정열에 온통 내맡긴 채, 자기가 그 평온을 어지럽히는 사랑스럽고 사랑하는 사람과 슬프게 어울리는 끝없는 되풀이 속에서, 목적도 전망도 없이 자기 힘을 거칠게 몰아붙여 소진하면서 슬픈 종말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혼란과 정열, 쉴 새 없는 몸부림과 애씀, 삶에 지친 마음을 가장 뚜렷이 증언하는 것은 그가 남긴 편지 몇 통이니, 그 편지들을 여기 싣는다.

12월 12일

빌헬름, 친구야, 나는 지금 못된 귀신에게 쫓겨 떠돈다고들 믿었던 그 불행한 사람들이 틀림없이 겪었을 그런 상태에 있는데, 이따금 무언가가 나를 덮쳐. 두려움도 아니고 욕망도 아니야. 내 가슴을 찢어 놓을 듯하고 내 목을 조르는, 알 수 없는 속의 몸부림이야! 괴로워! 괴로워! 그러면 나는 사람을 싫어하는 이 계절의 무시무시한 밤 풍경 속을 헤매고 다녀.

어젯밤에는 밖에 나가지 않을 수 없었어. 갑자기 날이 풀려 눈이 녹기 시작했는데, 강물이 넘치고 시냇물이란 시냇물이 다 불어나 발하임에서부터 아래로 내 정다운 골짜기가 물에 잠겼다는 말을 들었거든! 밤 열한 시가 지나 나는 밖으로 달려 나갔어. 달빛 속에 들끓는 물살이 밭과 풀밭과 산울타리와 모든 것을 넘어 소용돌이치고, 넓은 골짜기 위아래로 바람 소리 속에 사나운 바다가 펼쳐진 것을 바위 위에서 내려다보는 건 무시무시한 광경이었어! 그러다 달이 다시 나와 검은 구름 위에 머물고, 내 앞으로 물살이 무시무시하게 장엄한 빛을 되비치며 굽이치고 울릴 때, 그때 소름이 나를 덮쳤고, 다시 그리움이 밀려왔어! 아, 나는 두 팔을 벌리고 심연을 마주하고 서서 저 아래로 숨을 내쉬었어! 저 아래로! 그리고 내 고통과 괴로움을 저 아래로 휘몰아 떨어뜨리는 환희 속에 나를 잃었어! 저 물결처럼 쏴아 휩쓸려 가는 환희 속에! 오! 그런데 너는 땅에서 발을 떼지 못했지, 모든 고통을 끝낼 수 있었는데! 내 시계는 아직 다 풀리지 않았어. 나는 느껴! 오, 빌헬름! 저 폭풍과 함께 구름을 찢고 물살을 움켜쥘 수 있었다면 나는 기꺼이 내 사람됨을 내주었을 거야! 하! 감옥에 갇힌 사람에게도 언젠가 이 환희가 주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 더운 날 산책하다가 로테와 함께 버드나무 아래서 쉬었던 작은 자리를 서글프게 내려다보았더니, 거기도 물에 잠겨서 버드나무를 겨우 알아볼 정도였어! 빌헬름! 그리고 로테네 풀밭은, 하고 나는 생각했어, 사냥 별장 둘레는! 우리 덩굴 정자는 지금 거센 물살에 얼마나 망가졌을까! 하고 생각했어. 그러자 지난날의 햇살이 비쳐 들었어. 갇힌 사람에게 가축 떼와 풀밭과 명예로운 벼슬이 꿈에 비치듯. 나는 서 있었어! 나는 나를 꾸짖지 않아. 나에게는 죽을 용기가 있으니까. 나는 할 수도 있었는데…… 이제 나는 여기 앉아 있어, 울타리에서 땔나무를 줍고 남의 문간에서 빵을 빌어, 꺼져 가는 기쁨 없는 목숨을 한순간이라도 늘리고 덜어 보려는 늙은 여자처럼.

12월 14일

이게 뭘까, 친구야? 나는 나 자신이 무서워! 로테를 향한 내 사랑은 더없이 거룩하고 순수하고 형제다운 사랑이 아니야? 내가 언제 영혼 속에 벌받을 만한 소망을 한 번이라도 품은 적이 있었어? 맹세는 하지 않겠어. 그런데 이제, 꿈이라니! 오, 서로 어긋나는 결과를 낯선 힘의 탓으로 돌리던 사람들은 얼마나 참되게 느꼈던 걸까! 오늘 밤! 말하기도 떨리지만, 나는 로테를 내 품에 안고 가슴에 꼭 끌어당겨, 사랑을 속삭이는 그 입을 끝없는 입맞춤으로 덮었고, 내 눈은 로테의 눈에 어린 취기 속에 헤엄쳤어! 하느님! 지금도 그 타오르는 기쁨을 온 마음으로 다시 불러내며 더없는 행복을 느끼는 게 벌받을 일입니까? 로테! 로테! 이제 나는 끝장이야! 정신이 어지러워. 벌써 여드레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해. 어디에 있어도 편치 않고, 어디에 있어도 편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내가 떠나는 게 나을 거야.

세상을 떠나려는 결심은 이 무렵, 이런 형편 속에서 베르테르의 영혼 속에 점점 더 힘을 얻어 갔는데, 로테에게 돌아온 뒤로 그것은 늘 그의 마지막 전망이자 희망이었다. 그러나 그는 서두르거나 성급한 짓이 되어서는 안 되며, 더없이 굳은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차분한 결단으로 이 걸음을 내디디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의 의심과 자기 자신과의 다툼은 쪽지 한 장에서 엿보이는데, 아마 빌헬름에게 쓰기 시작한 편지인 듯한 이 쪽지는 날짜 없이 그의 서류 가운데서 발견되었다.

그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 사람의 운명, 내 운명을 아파하는 그 사람의 마음이 바싹 타 버린 내 머리에서 마지막 눈물을 짜낸다. 장막을 들어 올리고 그 뒤로 걸어 들어가는 것! 그게 다야! 그런데 왜 이렇게 망설이고 머뭇거리지? 저 뒤가 어떤지 모르니까? 그리고 돌아오지 못하니까? 그리고 우리가 확실히 알지 못하는 곳에서 혼란과 어둠을 예감하는 것, 그게 우리 정신의 성질이니까.

마침내 그는 그 슬픈 생각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친해졌으며, 그의 결심은 굳어져 돌이킬 수 없게 되었으니, 그가 친구에게 쓴 다음의 모호한 편지가 그것을 증언한다.

12월 20일

빌헬름, 그 말을 그렇게 받아 준 네 사랑에 고마워. 그래, 네 말이 맞아. 내가 떠나는 게 나을 거야. 너희에게 돌아오라는 네 제안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고, 적어도 한 번쯤은 에둘러 가고 싶어, 특히 줄곧 얼어붙은 날씨와 좋은 길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 네가 나를 데리러 오겠다니 무척 기뻐. 다만 두 주만 더 미뤄 주고, 자세한 걸 적은 내 편지를 한 통 더 기다려 줘. 무엇이든 익기 전에 따서는 안 되거든. 그리고 두 주쯤 이르고 늦음이 큰 차이를 만들어. 어머니께는 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그리고 내가 끼쳐 드린 모든 언짢은 일을 용서해 달라고 빈다고 전해 줘. 기쁨을 드려야 할 사람들을 슬프게 하는 것, 그게 내 운명이었어. 잘 있어, 내 가장 소중한 친구! 하늘의 모든 축복이 너에게 내리기를! 잘 있어!

이 무렵 로테의 영혼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남편과 불행한 친구를 향한 로테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는, 우리가 로테의 성품을 아는 만큼 조용히 짐작할 수는 있고 아름다운 여인의 영혼이라면 로테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함께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말로 나타낼 엄두는 거의 나지 않는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로테는 베르테르를 멀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고, 망설였다면 그것은 그 일이 그에게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할지, 아니 거의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차마 그러지 못한 따뜻한 우정의 배려였다. 그러나 이 무렵 로테는 더욱 마음을 다잡도록 내몰렸다. 남편은 이 관계에 대해 전혀 입을 열지 않았고, 로테도 그 일에 대해 늘 입을 다물어 왔기에, 로테는 자기 마음이 남편의 마음에 걸맞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그만큼 더 간절했다.

베르테르가 친구에게 쓴, 바로 앞에 실은 그 편지를 쓴 날, 크리스마스 앞 일요일 저녁에 그는 로테를 찾아갔다가 로테가 혼자 있는 것을 보았는데, 로테는 어린 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마련해 둔 장난감 몇 가지를 손보고 있었다. 그는 꼬마들이 얼마나 기뻐할지 이야기하고, 뜻밖에 문이 열리며 밀초와 사탕과 사과로 꾸민 나무가 나타나면 낙원에 온 듯 황홀해지던 그 시절 이야기를 했다. "베르테르 씨도요." 로테가 당황한 마음을 사랑스러운 미소 뒤에 감추며 말했다. "베르테르 씨도 얌전하게 굴면 선물을 받을 거예요. 작은 밀초 하나하고 또 뭔가를요." "얌전하게 군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그가 외쳤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해요?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소중한 로테!" "목요일 저녁이 크리스마스이브예요." 로테가 말했다. "그때 아이들이 오고 아버지도 오셔요. 다들 제 몫을 받아요. 그때 베르테르 씨도 오세요. 하지만 그 전에는 안 돼요." 베르테르는 멈칫했다. "부탁이에요." 로테가 말을 이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어요. 제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부탁드려요. 이대로는 안 돼요, 이대로 계속될 수는 없어요." 그는 로테에게서 눈길을 돌리고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이며 "이대로 계속될 수는 없어요!" 하는 말을 이 사이로 중얼거렸다. 그 말이 그를 얼마나 끔찍한 상태로 몰아넣었는지 느낀 로테는 이것저것 물어 그의 생각을 딴 데로 돌리려 했지만 헛일이었다. "아니에요, 로테." 그가 외쳤다. "나는 다시는 로테를 보지 않을 거예요!" "왜요?" 로테가 대꾸했다. "베르테르, 우리를 다시 보실 수 있어요, 다시 보셔야 해요. 다만 마음을 좀 누그러뜨리세요. 아, 왜 하필 그렇게 격하게, 한번 손에 잡은 것이면 무엇에든 떨어질 줄 모르고 달라붙는 그런 정열을 지니고 태어나셨어요! 부탁이에요." 로테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마음을 누그러뜨리세요! 베르테르 씨의 정신과 학식과 재능이 얼마나 갖가지 즐거움을 안겨 주는데요! 사내답게 구세요. 베르테르 씨를 그저 딱하게 여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에게서 이 슬픈 애착을 거두세요." 그는 이를 갈며 어두운 눈으로 로테를 바라보았고, 로테는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잠깐만이라도 마음을 가라앉혀 봐요, 베르테르!" 로테가 말했다. "베르테르 씨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걸, 일부러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걸 모르시겠어요? 왜 하필 저예요, 베르테르? 하필 다른 사람의 것인 저를? 하필 그런 사람을? 저는 무서워요, 무서워요. 저를 가질 수 없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그 소망이 그토록 애타게 느껴지는 건 아닌지." 그는 로테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며 굳고 언짢은 눈길로 로테를 바라보았다. "현명하군요!" 그가 외쳤다. "아주 현명해요! 혹시 알베르트가 그런 말을 일러 주던가요? 처세에 능하군요! 아주 처세에 능해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이에요." 로테가 대꾸했다. "그리고 이 넓은 세상에 베르테르 씨 마음의 소원을 채워 줄 아가씨가 하나도 없겠어요? 마음을 다잡고 찾아보세요. 맹세하지만 꼭 찾으실 거예요. 벌써 오래전부터 베르테르 씨가 요즘 스스로 갇혀 지내는 그 좁은 테두리가 베르테르 씨를 위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걱정스러웠어요. 마음을 다잡으세요. 여행을 하면 기분이 풀릴 거예요, 틀림없이 풀릴 거예요! 사랑할 만한 사람을 찾아보세요, 찾아내세요. 그리고 돌아오세요. 그래서 우리 함께 참된 우정의 더없는 행복을 누려요." "그 말은 책으로 찍어서 세상 가정교사들한테 다 권하면 좋겠군요." 그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다정한 로테! 조금만 더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둬요. 다 잘될 거예요!" "다만 이것만은요, 베르테르. 크리스마스이브 전에는 오시지 마세요!" 그가 대답하려는데 알베르트가 방으로 들어왔고, 세 사람은 서로 쌀쌀하게 저녁 인사를 나누고는 어색하게 방 안을 나란히 오락가락했다. 베르테르가 하찮은 이야기를 꺼냈지만 곧 끊겼고, 알베르트도 마찬가지였다. 알베르트는 아내에게 맡겨 둔 몇 가지 일을 물었고, 아직 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자 몇 마디 했는데, 베르테르에게는 그 말이 차갑게, 아니 매몰차게까지 들렸다. 그는 가려 했지만 가지 못하고 여덟 시까지 머뭇거렸고, 그러는 동안 언짢음과 불쾌함은 점점 커졌고, 마침내 식탁이 차려지자 그는 모자와 지팡이를 집었다. 알베르트가 더 있다 가라고 권했지만, 그는 그저 의례적인 인사치레로만 들려서 차갑게 고맙다고 하고는 떠났다.

집에 돌아온 그는 불을 밝혀 주려는 하인 아이의 손에서 등불을 받아 들고 혼자 방으로 들어가, 소리 내어 울고, 흥분해서 혼잣말을 하고, 방 안을 거칠게 서성이다가, 마침내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열한 시 무렵 하인이 용기를 내어 들어가 장화를 벗겨 드릴까 물었을 때 그는 그렇게 누워 있었고, 장화를 벗기게 한 다음 이튿날 아침 자기가 부를 때까지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일렀다.

12월 21일 월요일 아침 그는 로테에게 다음 편지를 썼는데, 이 편지는 그가 죽은 뒤 봉인된 채 그의 책상 위에서 발견되어 로테에게 전해졌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그가 이 편지를 띄엄띄엄 썼음이 분명하므로, 나도 그 대목대로 나누어 여기 싣겠다.

"결심했어, 로테. 나는 죽겠어. 소설에나 나올 법한 들뜬 과장 없이, 차분하게, 당신을 마지막으로 보게 될 날 아침에 이 글을 써. 이걸 읽을 때면, 소중한 사람, 서늘한 무덤이 벌써 그 불안하고 불행했던 사람의 굳어 버린 주검을 덮고 있을 거야,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더 달콤한 일을 알지 못하는 그 사람의 주검을. 나는 끔찍한 밤을 보냈어. 그리고 아, 고마운 밤이었어. 그 밤이 내 결심을 굳히고 정해 주었어. 나는 죽겠어! 어제 무시무시하게 들끓는 감각 속에서 당신에게서 나를 떼어 냈을 때, 그 모든 것이 가슴으로 밀려들고, 당신 곁에서 희망도 기쁨도 없는 내 삶이 소름 끼치는 냉기로 나를 움켜쥐었을 때…… 나는 겨우 방에 이르러 넋을 잃고 무릎을 꿇었어. 그리고 오, 하느님! 하느님은 가장 쓰라린 눈물이라는 마지막 위안을 저에게 허락하셨습니다! 천 가지 계획, 천 가지 앞날이 내 영혼 속에서 날뛰었고, 마침내 그 생각이 굳건하게, 온전하게 서 있었어. 마지막이자 단 하나인 생각, 나는 죽겠다! 나는 자리에 누웠고, 아침에 고요히 깨어난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히 굳건하게, 여전히 아주 힘차게 내 가슴속에 서 있어. 나는 죽겠어! 이건 절망이 아니야. 내가 다 견뎌 냈다는 것, 그리고 당신을 위해 나를 바친다는 확신이야. 그래, 로테! 왜 숨겨야 해? 우리 셋 가운데 하나는 떠나야 하고, 그게 나이고 싶어! 오, 소중한 사람! 이 찢긴 가슴속에서 미친 듯이 숨어 기어 다니던 생각이 자주 있었어…… 당신 남편을 죽이자! 당신을! 나를! 그래, 그렇게 되라지! 아름다운 여름 저녁 당신이 산에 오르거든, 내가 그토록 자주 골짜기를 올라오던 모습을 떠올리며 나를 생각해 줘, 그리고 교회 묘지 쪽으로 내 무덤을 건너다봐 줘, 지는 햇빛 속에 바람이 높이 자란 풀을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을. 처음 쓸 때는 차분했는데, 이제, 이제 나는 아이처럼 울어. 이 모든 것이 내 둘레에서 이토록 생생해지니까."

열 시쯤 베르테르는 하인을 불렀고, 옷을 입으면서 며칠 뒤 여행을 떠날 테니 옷을 털어 두고 짐 꾸릴 준비를 다 해 두라고 이르고, 또 여기저기서 계산서를 받아 오고, 빌려준 책 몇 권을 찾아오고, 그가 주마다 얼마씩 주던 가난한 사람 몇에게 두 달 치 몫을 미리 치르라고 명했다.

그는 식사를 방으로 가져오게 했고, 식사가 끝나자 말을 타고 법무관에게 갔지만 법무관은 집에 없었으므로, 그는 생각에 잠겨 정원을 이리저리 거닐었는데, 마지막으로 추억의 온갖 우울을 제 몸에 쌓아 올리려는 듯했다.

꼬마들은 그를 오래 가만두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를 쫓아다니고 그에게 매달려 뛰어오르며 내일, 그리고 또 내일, 그리고 하루만 더 지나면 로테에게 가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다고 이야기했고, 저희의 어린 상상력이 기대하는 놀라운 것들을 늘어놓았다. "내일!" 그가 외쳤다. "그리고 또 내일! 그리고 하루만 더!" 그는 아이들 모두에게 다정하게 입을 맞추고 떠나려 했는데, 막내가 그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더 속삭이려 했다. 막내는 큰형들이 이만큼 큰 종이에 새해 축하 글을 멋지게 써 두었다고, 아버지께 하나, 알베르트와 로테에게 하나, 그리고 베르테르 아저씨에게도 하나씩이고, 그걸 설날 아침 일찍 드리려 한다고 일러 주었다. 그 말에 그는 그만 북받쳐서 아이들에게 하나씩 무언가를 주고는 말에 올라, 노인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 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말을 달려 떠났다.

다섯 시쯤 집에 돌아온 그는 하녀에게 불을 살펴 밤늦게까지 꺼뜨리지 말라고 일렀고, 하인에게는 책과 속옷을 트렁크 아래쪽에 넣고 옷은 꿰매어 싸 두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아마 로테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의 다음 대목을 쓴 듯하다.

"당신은 나를 기다리지 않겠지! 내가 말을 듣고 크리스마스이브에야 당신을 다시 보러 가리라 믿겠지. 오, 로테!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없어. 크리스마스이브에 당신은 이 종이를 손에 들고 떨면서 그 사랑스러운 눈물로 적시겠지. 나는 그러고 싶고, 그래야 해! 오, 결심하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로테는 그사이 묘한 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베르테르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눈 뒤, 그와 헤어지는 것이 자기에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그가 자기에게서 멀어져야 한다면 얼마나 괴로워할지 느꼈다.

베르테르가 크리스마스이브 전에는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말은 알베르트가 있는 자리에서 지나가듯 나왔고, 알베르트는 처리할 일이 있어 이웃 고장의 한 관리에게 말을 타고 갔는데, 그곳에서 밤을 묵어야 했다.

로테는 이제 동생들도 아무도 곁에 없이 혼자 앉아, 자기 처지를 조용히 맴도는 생각에 몸을 맡긴 채, 자기가 영원히 그 남자와 맺어졌음을 보았다. 그 사랑과 신의를 알고 진심으로 따르는 사람, 그 차분함과 믿음직스러움이야말로 착실한 아내가 그 위에 평생의 행복을 세우라고 하늘이 정해 준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로테는 그가 자기와 자기 아이들에게 언제까지나 어떤 사람이 되어 줄지 느꼈다. 다른 한편으로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그토록 소중해져 있었다. 알게 된 첫 순간부터 두 사람의 마음은 그토록 아름답게 들어맞았고, 그와 오래 어울려 지낸 일, 함께 겪은 숱한 일들이 로테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겼다. 무엇이든 흥미롭게 느끼고 생각한 것은 그와 나누는 것이 로테의 버릇이 되어 있었고, 그가 떠나면 로테의 온 존재에 다시는 메울 수 없는 빈자리가 찢겨 날 것만 같았다. 아, 그 순간 그를 오빠로 바꿀 수 있었다면 로테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를 친구들 가운데 하나와 짝지어 줄 수 있었다면, 알베르트와 그의 관계도 다시 온전히 되돌려 놓으리라 바랄 수 있었을 텐데!

로테는 친구들을 차례로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지만, 누구에게나 무언가 흠잡을 데가 있었고, 그를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로테는 처음으로 깊이, 그러나 또렷이 깨닫지는 못한 채, 그를 자기 곁에 두고 싶은 것이 자신의 진심 어린 은밀한 바람이라는 것을 느꼈고, 그러면서도 그를 곁에 둘 수 없다고, 두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타일렀다. 순수하고 아름답고, 여느 때는 그토록 가볍고 스스로 쉽게 추스르던 로테의 마음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 닫혀 버린 우울의 무게를 느꼈고, 로테의 가슴은 짓눌렸고, 눈앞에는 흐린 구름이 드리웠다.

그렇게 여섯 시 반이 되었을 때, 로테는 베르테르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고, 그 발소리와 자기를 찾는 그 목소리를 곧바로 알아들었다. 그가 왔을 때 로테의 가슴은 얼마나 뛰었던가.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로테는 집에 없다고 둘러대게 하고 싶었다. 그가 들어서자 로테는 일종의 격한 당혹 속에서 그를 맞으며 외쳤다. "약속을 안 지키셨군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어요." 그가 대답했다. "그럼 적어도 제 부탁은 들어주셨어야죠." 로테가 대꾸했다. "우리 두 사람의 평안을 위해 부탁드린 거였어요."

로테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랐고, 베르테르와 단둘이 있지 않으려고 친구 몇을 부르러 사람을 보낼 때도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몰랐다. 베르테르는 가져온 책 몇 권을 내려놓고 다른 책들을 물었고, 로테는 친구들이 왔으면 싶다가도 오지 않았으면 싶었다. 하녀가 돌아와 두 사람 다 오지 못한다는 전갈을 가져왔다.

로테는 하녀에게 일감을 들려 옆방에 앉아 있게 하려 했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 베르테르는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였고, 로테는 클라비어 앞으로 가서 미뉴에트를 치기 시작했지만 가락이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아서, 로테는 마음을 가다듬고 늘 앉던 긴 의자 자리에 앉아 있는 베르테르 곁에 차분히 앉았다.

"읽을 거 없으세요?" 로테가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기 제 서랍 안에요." 로테가 말을 꺼냈다. "베르테르 씨가 옮기신 오시안의 노래 몇 편이 있어요. 아직 읽지 않았어요. 늘 베르테르 씨가 읽어 주시는 걸 듣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좀처럼 그럴 틈도 기회도 나지 않았어요." 그는 미소를 짓고 그 노래들을 가져왔는데, 손에 들자 소름이 그를 덮쳤고, 들여다보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는 자리에 앉아 읽었다.

"어스름 밤의 별이여, 너는 서쪽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구나. 구름 속에서 빛나는 머리를 들어 올리고, 네 언덕을 따라 의젓하게 걸어간다. 황야 위에서 무엇을 바라보느냐? 몰아치던 바람은 잦아들었고, 멀리서 급류의 웅얼거림이 들려오고, 철썩이는 물결이 먼 바위에서 노닐고, 저녁 날벌레들의 윙윙거림이 들판 위로 떼 지어 퍼진다. 무엇을 바라보느냐, 아름다운 빛이여? 그러나 너는 미소 지으며 가고, 물결이 기쁘게 너를 감싸 네 사랑스러운 머리카락을 씻긴다. 잘 가라, 고요한 빛이여. 나타나라, 오시안의 영혼의 장엄한 빛이여!

그리고 그 빛이 힘차게 나타난다. 떠나간 내 친구들이 보인다. 그들은 지나간 날들에 그랬듯이 로라에 모여든다. 핑갈이 축축한 안개 기둥처럼 다가온다. 그 둘레에는 그의 용사들이 있고, 보라! 노래하는 음유 시인들이 있다. 백발의 울린이여! 의젓한 리노여! 알핀, 사랑스러운 노래꾼이여! 그리고 너, 부드럽게 슬퍼하는 미노나여! 내 친구들이여, 봄바람이 언덕을 따라 번갈아 가며 가냘프게 속삭이는 풀을 눕히듯 우리가 노래의 영예를 두고 겨루던 셀마의 잔칫날 이후로 너희는 얼마나 변했는가.

그때 미노나가 눈을 내리깔고 눈물 어린 눈으로, 언덕에서 불어 내리는 변덕스러운 바람에 머리카락을 무겁게 흩날리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섰다. 미노나가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높이자 용사들의 영혼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살가르의 무덤을 자주 보았고, 흰 콜마의 어두운 거처를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고운 목소리의 콜마는 언덕 위에 홀로 버려졌으니, 살가르는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둘레에는 밤이 내려앉았다. 언덕 위에 홀로 앉아 있던 콜마의 목소리를 들어라.

콜마. 밤이다! 나는 혼자다, 폭풍 부는 언덕 위에 버려져. 바람이 산속에서 운다. 급류가 울부짖으며 바위를 타고 떨어진다. 비를 피할 오두막 하나 없다, 폭풍 부는 언덕 위에 버려진 나에게. 오, 달이여, 구름에서 나오너라. 나타나라, 밤의 별들이여! 어느 빛줄기든 나를 이끌어 다오, 사냥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내 사랑이 쉬는 곳으로. 그의 활은 시위를 풀고 곁에 놓였고, 그의 개들은 그 둘레에서 씩씩거린다! 그러나 나는 여기 덤불 우거진 냇가 바위 위에 홀로 앉아 있어야 한다. 냇물과 폭풍이 울부짖어, 내 사랑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내 살가르는 어찌하여 머뭇거리는가? 그는 약속을 잊었는가? 여기 바위가 있고 나무가 있고, 여기 철썩이는 냇물이 있다! 밤이 내리면 여기 오겠다고 너는 약속했지. 아! 내 살가르는 어디서 길을 잃었는가? 너와 함께 달아나려 했다, 오만한 아버지와 오빠를 버리고! 우리 두 집안은 오랫동안 원수였지만, 우리는 원수가 아니다, 오 살가르여!

바람이여, 잠시만 잠잠하라! 냇물이여, 아주 잠시만 고요하라. 내 목소리가 골짜기에 울려 나의 나그네가 나를 듣도록. 살가르여! 부르는 것은 나다! 여기 나무가 있고 바위가 있다! 살가르여! 내 사랑이여! 나는 여기 있다. 너는 어찌하여 오기를 머뭇거리는가?

보라, 달이 떠오른다, 물결이 골짜기에 반짝이고, 바위들이 언덕 위로 잿빛으로 서 있지만, 높은 곳에 그는 보이지 않고, 그의 앞을 달리는 개들도 그가 오는 것을 알리지 않는다. 나는 여기 홀로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저 아래 황야에 누워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내 사랑인가? 내 오빠인가? 말하라, 오 내 친구들이여! 그들은 대답하지 않는다. 내 영혼은 얼마나 두려움에 떠는가! 아, 그들은 죽었다! 그들의 칼은 싸움으로 붉다! 오 내 오빠, 내 오빠여, 너는 어찌하여 내 살가르를 죽였는가? 오 내 살가르여, 너는 어찌하여 내 오빠를 죽였는가? 너희는 둘 다 내게 그토록 소중했는데! 오, 너는 언덕 위 수천 사람 가운데 아름다웠다! 그는 싸움에서 무시무시했다. 대답하라! 내 목소리를 들어라, 내 사랑하는 이들이여! 그러나 아, 그들은 말이 없다, 영원히 말이 없다! 그들의 가슴은 흙처럼 차갑다!

오, 언덕의 바위에서, 폭풍 치는 산꼭대기에서 말하라, 죽은 이들의 혼령이여! 말하라! 나는 무서워하지 않으리라! 너희는 어디로 쉬러 갔는가? 산속 어느 무덤에서 너희를 찾아야 하는가? 바람 속에 가냘픈 목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언덕의 폭풍 속에 실려 오는 대답 하나 없다. 나는 슬픔에 잠겨 앉아 있다, 눈물 속에 아침을 기다린다. 무덤을 파라, 죽은 이들의 친구들이여, 그러나 내가 갈 때까지 덮지는 마라. 내 삶은 꿈처럼 사라져 간다. 내가 어찌 뒤에 남으랴! 여기서 나는 내 친구들과 함께 쉬리라, 울리는 바위 곁 냇가에서, 그리고 언덕에 밤이 내리고 황야 위로 바람이 불어오면 내 혼은 바람 속에 서서 내 친구들의 죽음을 슬퍼하리라. 사냥꾼은 나뭇가지 초막에서 내 소리를 듣고, 내 목소리를 두려워하며 사랑하리라. 내 친구들을 부르는 내 목소리는 달콤하리라, 그들은 둘 다 내게 그토록 소중했으니!

그것이 너의 노래였다, 오 미노나여, 토르만의 부드럽게 얼굴 붉히는 딸이여. 우리의 눈물은 콜마를 위해 흘렀고, 우리의 영혼은 어두워졌다.

울린이 하프를 들고 나서서 알핀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알핀의 목소리는 다정했고, 리노의 영혼은 불꽃 한 줄기였지만, 그들은 이미 좁은 집에서 쉬고 있었고, 그들의 목소리는 셀마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언젠가 용사들이 아직 쓰러지기 전, 울린이 사냥에서 돌아왔다. 그는 언덕에서 그들이 겨루어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그들의 노래는 부드러웠으나 슬펐다. 그들은 용사들 가운데 으뜸인 모라르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의 영혼은 핑갈의 영혼 같았고, 그의 칼은 오스카르의 칼 같았다. 그러나 그는 쓰러졌고, 그의 아버지는 통곡했고, 그의 누이의 눈은 눈물로 가득했다. 장엄한 모라르의 누이, 미노나의 눈이 눈물로 가득했다. 미노나는 울린의 노래 앞에서 물러났다, 폭풍우를 미리 알고 그 아름다운 머리를 구름 속에 감추는 서쪽 하늘의 달처럼. 나는 울린과 함께 하프를 뜯으며 슬픔의 노래를 불렀다.

리노

바람도 비도 지나갔다. 한낮은 그토록 맑고, 구름이 갈라진다. 변덕스러운 해가 달아나며 언덕을 비춘다. 산에서 내려온 냇물이 불그스름하게 골짜기를 흘러간다. 냇물이여, 너의 웅얼거림은 달콤하다. 그러나 내가 듣는 목소리는 더 달콤하다. 그것은 알핀의 목소리, 그는 죽은 이를 슬퍼한다. 그의 머리는 나이로 굽었고, 눈물 흘리는 그의 눈은 붉다. 알핀이여, 빼어난 노래꾼이여, 어찌하여 말 없는 언덕 위에 홀로 있는가? 어찌하여 숲속의 돌풍처럼, 먼 바닷가의 물결처럼 슬피 우는가?

알핀

리노여, 내 눈물은 죽은 이를 위한 것, 내 목소리는 무덤에 사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너는 언덕 위에서 늘씬하고, 황야의 아들들 가운데 아름답다. 그러나 너도 모라르처럼 쓰러지리라. 그러면 네 무덤 위에 슬퍼하는 이가 앉으리라. 언덕들은 너를 잊고, 네 활은 시위가 풀린 채 큰방에 놓여 있으리라.

오 모라르여, 너는 언덕 위의 노루처럼 날랬고, 하늘의 밤 불꽃처럼 무시무시했다. 너의 분노는 폭풍이었고, 싸움터에서 너의 칼은 황야 위의 번갯불 같았다. 너의 목소리는 비 온 뒤 숲속 급류 같았고, 먼 언덕의 천둥 같았다. 많은 이가 네 팔에 쓰러졌고, 네 분노의 불길이 그들을 삼켰다. 그러나 싸움에서 돌아올 때면 네 이마는 얼마나 평화로웠던가! 네 얼굴은 뇌우가 지나간 뒤의 해 같았고, 고요한 밤의 달 같았으며, 네 가슴은 바람의 울부짖음이 잦아든 호수처럼 잔잔했다.

이제 너의 집은 좁고, 너의 자리는 어둡다! 세 걸음이면 네 무덤을 잰다, 오 예전에는 그토록 컸던 너여! 이끼 낀 머리를 한 돌 네 개가 너를 기억하는 유일한 표지다. 잎 진 나무 한 그루, 바람에 속삭이는 긴 풀이 사냥꾼의 눈에 힘센 모라르의 무덤을 가리킨다. 너를 위해 울어 줄 어머니도 없고, 사랑의 눈물을 흘려 줄 아가씨도 없다. 너를 낳은 이는 죽었고, 모르글란의 딸은 쓰러졌다.

지팡이에 기대 선 저이는 누구인가? 나이로 머리가 희고 눈물로 눈이 붉은 저이는 누구인가? 그것은 너의 아버지다, 오 모라르여, 너 말고는 아들이 없는 아버지. 그는 싸움터에서 떨친 네 명성을 들었고, 흩어져 달아난 적들의 소식을 들었다. 그는 모라르의 영광을 들었다! 아! 그의 상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울어라, 모라르의 아버지여, 울어라! 그러나 네 아들은 너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죽은 이들의 잠은 깊고, 흙으로 된 그들의 베개는 낮다. 그는 다시는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다시는 네 부름에 깨어나지 않는다. 오, 언제 무덤에 아침이 와서 잠든 이에게 이르겠는가, 깨어나라!

잘 가라, 사람 가운데 가장 고귀한 이여, 싸움터의 정복자여! 그러나 싸움터는 다시는 너를 보지 못하고, 어두운 숲은 다시는 네 강철의 빛으로 번쩍이지 않으리라. 너는 아들 하나 남기지 않았으나, 노래가 네 이름을 지키리라. 앞으로 올 시대가 너를 들으리라, 쓰러진 모라르를 들으리라.

용사들의 슬픔은 소리 높았고, 아르민의 터져 나오는 한숨이 가장 컸으니, 그 노래가 그에게 젊은 날에 쓰러진 아들의 죽음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메아리 울리는 갈말의 우두머리 카르모르가 그 용사 곁에 앉아 있었다. "아르민의 한숨은 어찌하여 흐느끼는가?" 그가 말했다. "여기 무슨 울 일이 있는가? 영혼을 녹이고 즐겁게 하는 노래와 가락이 울리지 않는가? 그것은 호수에서 피어올라 골짜기로 흩뿌려지는 부드러운 안개 같아서, 피어나는 꽃들을 물기로 채운다. 그러나 해가 다시 힘차게 떠오르면 안개는 사라진다. 아르민이여, 바다에 둘러싸인 고르마를 다스리는 이여, 어찌하여 너는 그토록 슬퍼하는가?"

"슬프다! 그래, 나는 슬프다. 내 슬픔의 까닭도 결코 작지 않다. 카르모르여, 너는 아들을 잃지 않았고, 꽃다운 딸을 잃지 않았다. 용감한 콜가르는 살아 있고, 아가씨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안니라도 살아 있다. 오 카르모르여, 네 집안의 가지들은 꽃피고 있다. 그러나 아르민은 그 핏줄의 마지막이다. 오 다우라여, 네 잠자리는 어둡구나! 무덤 속 네 잠은 깊고 무겁다. 너는 언제 네 노래와 함께, 네 고운 목소리와 함께 깨어나려느냐? 일어나라, 가을바람이여! 일어나 어두운 황야 위로 몰아쳐라! 숲속 급류여, 울부짖어라! 폭풍이여, 참나무 꼭대기에서 울어라! 오 달이여, 찢긴 구름 사이로 거닐며 네 창백한 얼굴을 언뜻언뜻 내보여라! 내 아이들이 죽어 간 그 끔찍한 밤을, 힘센 아린달이 쓰러지고 사랑스러운 다우라가 스러져 간 그 밤을 내게 떠올려 다오.

"다우라, 내 딸아, 너는 아름다웠다. 푸라의 언덕 위 달처럼 아름답고, 갓 내린 눈처럼 희고, 숨 쉬는 바람처럼 달콤했다! 아린달아, 네 활은 억셌고, 네 창은 싸움터에서 날랬으며, 네 눈길은 물결 위의 안개 같았고, 네 방패는 폭풍 속의 불구름이었다!

"싸움으로 이름난 아르마르가 와서 다우라의 사랑을 구했다. 다우라는 오래 버티지 않았다. 그들을 아끼는 이들의 희망은 아름다웠다."

오드갈의 아들 에라트는 앙심을 품었다. 그의 형제가 아르마르의 손에 죽어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뱃사공으로 꾸미고 왔는데, 물결 위의 그의 조각배는 아름다웠고, 그의 곱슬머리는 나이로 희었으며, 그의 근엄한 얼굴은 고요했다.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여." 그가 말했다. "아르민의 사랑스러운 딸이여, 저기 바위 곁, 바다 멀지 않은 곳, 붉은 열매가 나무에서 반짝이는 곳에서 아르마르가 다우라를 기다린다. 나는 그의 사랑을 구르는 바다 너머로 데려가려고 왔다."

다우라는 그를 따라가며 아르마르를 불렀다. 대답하는 것은 바위의 메아리뿐이었다. "아르마르여! 내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어찌하여 나를 이토록 두렵게 하는가? 들어라, 아르나르트의 아들이여! 들어라! 너를 부르는 것은 다우라다!"

배신자 에라트는 웃으며 뭍으로 달아났다. 다우라는 목소리를 높여 아버지와 오빠를 불렀다. "아린달이여! 아르민이여! 다우라를 구해 줄 이가 아무도 없는가?"

그 목소리가 바다를 건너왔다. 내 아들 아린달이 사냥한 짐승 가죽을 걸친 거친 모습으로 언덕에서 내려왔는데, 화살들이 옆구리에서 덜그럭거렸고, 손에는 활을 들었으며, 검은빛 도는 잿빛 사냥개 다섯 마리가 그 둘레에 있었다. 그는 바닷가에서 대담한 에라트를 보고 붙잡아 참나무에 묶었다. 허리를 단단히 칭칭 감아 묶으니, 묶인 자는 신음으로 바람을 채웠다.

아린달은 다우라를 데려오려고 배를 타고 물결 위로 나아갔다. 아르마르가 분노에 차서 와서 잿빛 깃 단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울며 날아가 너의 가슴에 박혔다, 오 아린달, 내 아들아! 배신자 에라트 대신 네가 죽었구나. 배는 바위에 닿았고, 그는 거기 쓰러져 죽었다. 네 발치에 네 오빠의 피가 흘렀으니, 오 다우라여, 너의 슬픔은 어떠했겠느냐! 물결이 배를 부순다. 아르마르는 다우라를 구하든지 죽든지 하려고 바다로 뛰어든다. 갑자기 언덕에서 돌풍이 물결 속으로 몰아쳤고, 그는 가라앉아 다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바닷물에 씻기는 바위 위에서 홀로 나는 내 딸의 탄식을 들었다. 그 울부짖음은 잦고 컸으나, 그 아버지는 딸을 구할 수 없었다. 밤새도록 나는 바닷가에 서서 희미한 달빛 속에 딸을 보았고, 밤새도록 그 울부짖음을 들었는데, 바람은 거셌고 비는 산비탈로 세차게 들이쳤다. 아침이 오기 전에 딸의 목소리는 약해졌고, 바위틈 풀 사이로 지나가는 저녁 바람처럼 스러져 갔다. 슬픔을 잔뜩 짊어진 채 딸은 죽었고, 아르민을 홀로 남겼다! 싸움터를 누비던 내 힘은 사라졌고, 아가씨들 가운데 나의 자랑은 쓰러졌다.

산의 폭풍이 몰려올 때, 북풍이 물결을 높이 들어 올릴 때, 나는 울리는 바닷가에 앉아 그 무시무시한 바위를 바라보고, 지는 달빛 속에 자주 내 아이들의 혼령을 본다. 반쯤 어스름 속에서 그들은 슬픈 어울림으로 함께 거닌다."

로테의 눈에서 터져 나와 짓눌린 가슴을 풀어 준 눈물의 물줄기가 베르테르의 노래를 멈추게 했고, 그는 종이를 내던지고 로테의 손을 잡고 가장 쓰라린 눈물을 흘렸다. 로테는 다른 손에 몸을 기대고 손수건에 눈을 묻었다. 두 사람의 북받침은 무시무시했다. 그들은 그 고귀한 이들의 운명 속에서 자신들의 비참함을 느꼈고, 함께 느꼈으며, 그들의 눈물은 하나로 합쳐졌다. 베르테르의 입술과 눈이 로테의 팔 위에서 타오르자 소름이 로테를 덮쳤고, 로테는 몸을 빼려 했지만 고통과 연민이 납처럼 무겁게 로테를 마비시켰다. 로테는 정신을 차리려고 숨을 고르고, 흐느끼며 계속 읽어 달라고 그에게 청했다. 하늘의 온 목소리로 청했다! 베르테르는 떨었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종이를 집어 들고 반쯤 무너진 목소리로 읽었다.

"봄바람이여, 어찌하여 너는 나를 깨우느냐? 너는 나를 어르며 말한다, 하늘의 이슬방울로 너를 적셔 주마고! 그러나 내가 시들 때가 가까웠고, 내 잎을 흩날려 떨어뜨릴 폭풍이 가까웠다! 내일 나그네가 오리라, 아름답던 날의 나를 보았던 그가 오리라. 그의 눈은 들판에서 사방으로 나를 찾겠지만, 나를 찾지 못하리라."

이 말의 온 힘이 그 불행한 사람 위로 덮쳐 왔다.

그는 완전한 절망 속에 로테 앞에 몸을 던지고, 로테의 두 손을 잡아 자기 눈에, 이마에 눌렀고, 로테의 영혼 속으로 그의 끔찍한 계획에 대한 예감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로테는 정신이 어지러워 그의 두 손을 꼭 쥐고 자기 가슴에 눌렀으며, 서글픈 몸짓으로 그에게 몸을 기울였고, 두 사람의 달아오른 뺨이 맞닿았다. 세상이 그들에게서 사라졌다. 그는 두 팔로 로테를 감싸 안고 가슴에 꼭 끌어당겨, 떨며 더듬거리는 로테의 입술을 미친 듯한 입맞춤으로 덮었다. "베르테르!" 로테가 숨 막히는 목소리로 외치며 얼굴을 돌렸다. "베르테르!" 그리고 힘없는 손으로 그의 가슴을 자기 가슴에서 밀어냈다. "베르테르!" 로테는 더없이 고귀한 감정이 담긴, 마음을 가다듬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버티지 않고 로테를 품에서 놓아주고는 넋 나간 사람처럼 그 앞에 몸을 던졌다. 로테는 몸을 일으켰고, 사랑과 노여움 사이에서 떨며 불안한 혼란 속에 말했다. "이게 마지막이에요! 베르테르! 다시는 나를 못 보실 거예요." 그리고 그 비참한 사람에게 사랑이 가득 찬 눈길을 던지고는 옆방으로 달려 들어가 문을 잠갔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향해 두 팔을 뻗었지만 감히 붙잡지 못했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 긴 의자에 머리를 묻고, 그 자세로 반 시간 넘게 있다가 어떤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식탁을 차리려는 하녀였다. 그는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였고, 다시 혼자가 되자 작은 방 문으로 가서 나직한 목소리로 불렀다. "로테! 로테! 한마디만 더! 작별 인사만이라도!" 로테는 말이 없었다. 그는 기다렸고, 빌었고, 또 기다렸다. 그러다 몸을 떼어 내며 외쳤다. "잘 있어요, 로테! 영원히 잘 있어요!"

그는 성문에 이르렀다. 그를 이미 잘 아는 문지기들은 말없이 그를 내보내 주었다. 진눈깨비가 흩날렸고, 열한 시 무렵에야 그는 다시 문을 두드렸다. 베르테르가 집에 돌아왔을 때 하인은 주인이 모자를 쓰고 있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지만, 감히 아무 말도 못 하고 옷을 벗겨 주었는데, 옷은 온통 젖어 있었다. 나중에 사람들은 언덕 비탈에서 골짜기를 내려다보는 바위 위에서 그 모자를 찾아냈는데, 캄캄하고 축축한 밤에 그가 어떻게 떨어지지 않고 그 바위에 올랐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잠자리에 들어 오래 잤고, 이튿날 아침 그가 불러서 하인이 커피를 가져갔을 때 하인은 그가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로테에게 쓰는 편지에 다음 대목을 적었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나는 이 눈을 뜬다. 아, 이 눈은 다시는 해를 보지 못하리라. 흐리고 안개 낀 날이 해를 가리고 있다. 그렇다면 슬퍼하라, 자연이여! 너의 아들, 너의 친구, 너의 연인이 마지막에 다가간다. 로테, 이건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느낌이야. 그런데도 어스름한 꿈과 가장 가까워.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말이야. 이것이 마지막 아침이다. 마지막! 로테, 나는 이 말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마지막이라니! 나는 지금 온 힘을 다해 여기 서 있는데, 내일이면 쭉 뻗은 채 맥없이 땅에 누워 있으리라니. 죽는다! 그게 무슨 뜻이지? 봐, 우리는 죽음을 이야기할 때 꿈을 꾸는 거야. 나는 많은 사람이 죽는 걸 보았지만, 인류는 그토록 좁은 테두리에 갇혀 있어서 자기 존재의 시작과 끝을 헤아리지 못해. 아직은 내 것, 당신 것! 당신 것이야, 오 사랑하는 사람! 그런데 한순간 뒤에는 떨어지고 갈라져서…… 어쩌면 영원히? 아니야, 로테, 아니야. 내가 어떻게 사라질 수 있어? 당신이 어떻게 사라질 수 있어? 우리는 이렇게 있잖아! 사라진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그건 또 하나의 말, 내 마음에는 아무 느낌도 주지 못하는 빈 소리일 뿐이야. 죽는다, 로테! 차가운 땅에 묻힌다, 그토록 좁게! 그토록 캄캄하게! 의지할 데 없던 내 젊은 날에 나의 전부였던 벗이 있었어. 그 사람이 죽었을 때, 나는 운구를 따라가, 사람들이 관을 내리고, 밧줄이 윙 소리를 내며 관 밑에서 빠져나와 다시 튀어 올라오고, 그다음 첫 삽의 흙이 우르르 떨어지고, 겁에 질린 그 궤가 둔한 소리를 되울리고, 점점 더 둔하게, 더 둔하게 울리다가 마침내 다 덮일 때까지 무덤가에 서 있었어! 나는 무덤 옆에 엎어졌고, 사로잡히고 흔들리고 겁에 질려 속이 다 찢겼지만,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죽음! 무덤! 나는 그 말들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

오, 나를 용서해 줘! 용서해 줘! 어제! 그게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이었어야 했는데. 오, 천사여! 처음으로, 처음으로 한 점 의심도 없이 내 가장 깊은 속을 환희의 느낌이 뜨겁게 꿰뚫었어. 로테가 나를 사랑해! 로테가 나를 사랑해! 당신 입술에서 흘러나온 그 거룩한 불이 아직 내 입술 위에서 타오르고, 새롭고 따뜻한 환희가 내 가슴속에 있어. 용서해 줘! 용서해 줘!

아, 나는 알았어. 당신은 나를 사랑했어. 처음 나눈 영혼 어린 눈길에서, 처음 맞잡은 손에서 그걸 알았어. 그런데도 다시 떠나 있을 때면, 당신 곁에 있는 알베르트를 볼 때면, 나는 다시 열병 같은 의심에 빠져 기가 꺾였어.

그 고약한 모임에서 당신이 나에게 말 한마디 못 하고 손 한번 내밀지 못했을 때 보내 준 꽃들, 기억나? 오, 나는 그 꽃 앞에 밤새 반을 무릎 꿇고 있었고, 그 꽃들은 당신의 사랑을 내게 봉인해 주었어. 그러나 아! 그 느낌들은 지나가 버렸어, 거룩하고 눈에 보이는 표징 속에 하늘의 충만함을 다해 주어진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느낌이 믿는 이의 영혼에서 차츰 다시 물러가듯이.

이 모든 것은 덧없지만, 어떤 영원도 어제 내가 당신 입술에서 누린 그 타오르는 생명을, 지금 내 안에서 느끼는 그 생명을 끄지 못하리라! 로테가 나를 사랑해! 이 팔이 로테를 안았고, 이 입술이 로테의 입술 위에서 떨었고, 이 입이 로테의 입에 대고 더듬거렸어. 로테는 내 사람이야! 당신은 내 사람이야! 그래, 로테, 영원히.

그런데 알베르트가 당신 남편이라는 게 다 뭐야? 남편이라니!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는…… 이 세상에서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게, 그 사람 품에서 당신을 내 품으로 빼앗아 오고 싶어 하는 게 바로 죄란 말이야? 죄라고? 좋아, 그 벌은 내가 나 자신에게 내리겠어. 나는 그 죄를 하늘의 환희를 다해 맛보았고, 생명의 향유와 힘을 내 가슴에 빨아들였어. 이 순간부터 당신은 내 사람이야! 내 사람이야, 오 로테! 나는 먼저 가. 내 아버지께, 당신 아버지께 가. 그분께 하소연하면 그분이 당신이 올 때까지 나를 위로해 주실 거야. 그리고 나는 당신을 맞으러 날아가 당신을 붙잡고, 무한하신 분의 얼굴 앞에서 영원한 포옹 속에 당신 곁에 머물겠어.

나는 꿈꾸는 게 아니야, 헛것을 보는 게 아니야! 무덤에 가까워질수록 내게는 더 환해져. 우리는 있을 거야!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당신 어머니를 만날 거야! 나는 그분을 뵙고, 그분을 찾아내고, 아, 그분 앞에 내 마음을 다 쏟아 놓겠어! 당신 어머니, 당신과 꼭 닮은 그분 앞에."

열한 시쯤 베르테르는 하인에게 알베르트가 돌아왔느냐고 물었다. 하인은 그렇다고, 알베르트의 말을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고 대답했고, 그러자 주인은 하인에게 봉하지 않은 쪽지 한 장을 건넸는데, 쪽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계획한 여행에 쓰려 하니 권총을 빌려주시겠습니까?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그 사랑스러운 여인은 지난밤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는데, 두려워하던 일이, 그것도 미처 예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못했던 쪽으로 결판이 났기 때문이다. 여느 때는 그토록 맑고 가볍게 흐르던 로테의 피는 열병 같은 격동에 빠졌고, 천 가지 감정이 그 아름다운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것은 가슴에 아직 느껴지는 베르테르의 포옹의 불길이었을까? 그의 무모함에 대한 노여움이었을까? 아무 거리낌 없고 자유롭던 순진함과 자기 자신을 근심 없이 믿던 그 시절과 지금의 처지를 견주어 보는 언짢음이었을까? 어떻게 남편을 맞아야 할까, 털어놓아도 아무 거리낄 것 없지만 차마 털어놓을 엄두가 나지 않는 그 장면을 어떻게 남편에게 고백해야 할까? 두 사람은 그토록 오래 서로 입을 다물어 왔는데, 자기가 먼저 그 침묵을 깨고, 그것도 하필 좋지 않은 때에 남편에게 그토록 뜻밖의 일을 털어놓아야 한단 말인가? 로테는 베르테르가 찾아왔다는 소식만으로도 남편이 언짢아할까 벌써 두려웠는데, 이제는 이런 뜻밖의 파국까지! 남편이 자기를 온전히 바른 빛 속에서 보아 주고, 아무 선입견 없이 받아들여 주리라 바랄 수 있을까? 그리고 남편이 자기 영혼 속을 읽어 주기를 바랄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또, 늘 수정처럼 맑은 유리처럼 터놓고 거리낌 없이 마주 서 왔고, 자기의 어떤 감정도 한 번도 숨긴 적이 없고 숨길 수도 없었던 그 남자 앞에서 꾸밀 수 있을까? 이것저것이 다 근심스러웠고 로테를 난처하게 했으며, 생각은 늘 다시 베르테르에게로 돌아갔다. 로테에게는 잃어버린 사람, 그래도 놓을 수 없는 사람, 안타깝게도 그 자신에게 내맡겨 둘 수밖에 없는 사람, 로테를 잃으면 더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그 사람에게로.

그때 로테는 또렷이 깨닫지 못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자리 잡은 그 막힘이 이제 얼마나 무겁게 로테를 짓눌렀는지! 그토록 분별 있고 그토록 착한 사람들이 어떤 남모를 엇갈림 때문에 서로 입을 다물기 시작했고, 저마다 자기가 옳고 상대가 그르다는 생각에 잠겼으며, 관계는 그렇게 얽히고 꼬여서, 모든 것이 걸린 바로 그 결정적인 순간에 매듭을 풀 수 없게 되었다. 행복한 허물없음이 좀 더 일찍 두 사람을 다시 가깝게 해 주었더라면, 사랑과 너그러움이 두 사람 사이에서 서로 되살아나 마음을 열어 주었더라면, 어쩌면 우리 친구는 아직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또 하나 묘한 사정이 더해졌다. 그의 편지에서 우리가 알듯이, 베르테르는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것을 한 번도 숨긴 적이 없었고, 알베르트는 자주 그와 다투었으며, 로테와 남편 사이에도 이따금 그 이야기가 나왔다. 알베르트는 그런 행위를 단호히 싫어했기 때문에, 여느 때 그의 성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종의 날카로움으로, 그런 결심이 진지한지 몹시 의심할 까닭이 있다는 것을 자주 내비쳤고, 그 일을 두고 농담까지 하며 자기의 불신을 로테에게 전하기도 했다. 이것은 슬픈 그림이 떠오를 때면 한편으로는 로테를 안심시켜 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그 때문에 그 순간 로테를 괴롭히던 걱정을 남편에게 털어놓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알베르트가 돌아왔고, 로테는 어쩔 줄 모르며 서둘러 그를 맞으러 나갔지만, 알베르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일은 끝나지 않았고, 이웃 고장의 법무관은 고집 세고 속 좁은 사람이었으며, 험한 길도 그를 언짢게 했다.

별일 없었느냐는 그의 물음에 로테는 다급하게 베르테르가 어제저녁에 왔었다고 대답했고, 그가 편지가 왔느냐고 묻자 편지 한 통과 소포 몇 개가 그의 방에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그리로 건너갔고, 로테는 혼자 남았는데, 자기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자가 곁에 있다는 것이 로테의 마음에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의 너그러움과 사랑과 착함을 떠올리자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고, 로테는 그를 따라가고 싶은 은밀한 끌림을 느껴, 일감을 들고 여느 때 곧잘 그랬듯이 그의 방으로 갔다. 그는 소포를 뜯어 읽고 있었는데, 몇몇은 그리 반갑지 않은 내용인 듯했다. 로테가 몇 가지를 묻자 그는 짧게 대답하고는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섰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 시간을 나란히 있었고, 로테의 마음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남편이 아무리 기분이 좋을 때라도 마음에 걸린 것을 털어놓기가 얼마나 힘들지 로테는 느꼈고, 서글픔에 빠졌는데 그것을 감추고 눈물을 삼키려 할수록 그 서글픔은 더욱 불안하게 로테를 조였다.

베르테르의 하인 아이가 나타나자 로테는 몹시 당황했다. 아이는 알베르트에게 쪽지를 건넸고, 알베르트는 차분히 아내 쪽으로 돌아서서 말했다. "권총을 내줘." "잘 다녀오시라고 전해라." 그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 말이 벼락처럼 로테에게 떨어졌고, 로테는 자기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 채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로테는 천천히 벽으로 가서 떨리는 손으로 총을 내리고, 먼지를 닦고 머뭇거렸다. 알베르트가 묻는 듯한 눈길로 재촉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오래 망설였을 것이다. 로테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그 불행한 물건을 아이에게 건넸고, 아이가 집을 나가자 일감을 챙겨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안 속에 자기 방으로 갔다. 로테의 가슴은 온갖 끔찍한 일을 예감했다. 로테는 남편의 발밑에 몸을 던져 모든 것을, 어젯밤의 일과 자기 잘못과 예감을 털어놓을 뻔하다가도, 다시 그렇게 해 봐야 아무 출구도 보이지 않았고, 남편을 설득해 베르테르에게 가게 하리라는 희망은 더더욱 품을 수 없었다. 식탁이 차려졌고, 무언가 물으러 왔다가 곧 가려다 그대로 눌러앉은 좋은 친구 하나가 식탁의 대화를 견딜 만하게 해 주었다. 다들 애써 말을 하고, 이것저것 들려주고, 그러다 시름을 잊었다.

아이가 권총을 들고 베르테르에게 왔고, 베르테르는 로테가 건네주었다는 말을 듣자 황홀해하며 권총을 받았고, 빵과 포도주를 가져오게 하고, 아이에게는 가서 밥을 먹으라 이르고는 자리에 앉아 글을 썼다.

"그 권총이 당신 손을 거쳐 왔어. 당신이 먼지를 닦아 주었어. 나는 천 번이고 입을 맞춰. 당신이 만졌으니까! 그리고 하늘의 영이시여, 제 결심을 북돋아 주시는군요. 그리고 로테, 당신은 내게 그 물건을 건네주는구나. 당신 손에서 죽음을 받기를 바랐는데, 아! 이제 받는구나. 오, 나는 아이에게 꼬치꼬치 물어보았어. 당신은 그걸 건넬 때 떨었고, 잘 있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며! 괴로워! 괴로워! 잘 있으라는 말 한마디 없다니! 나를 영원히 당신에게 묶어 놓은 그 순간 때문에 당신이 나에게 마음을 닫아 버린 걸까? 로테, 천 년이 흘러도 그 느낌은 지워지지 않아! 그리고 나는 느껴. 당신을 위해 이렇게 타오르는 사람을 당신은 미워할 수 없다는 걸."

식사가 끝나자 그는 아이에게 남은 짐을 다 꾸리게 하고, 많은 서류를 찢고, 나가서 자잘한 빚을 정리했으며, 집에 돌아왔다가 비가 오는데도 다시 성문 밖으로, 백작의 정원으로 나가 그 일대를 더 헤매다가 밤이 내려앉을 무렵 돌아와 글을 썼다.

"빌헬름, 나는 마지막으로 들과 숲과 하늘을 보았어. 너도 잘 있어! 사랑하는 어머니, 저를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를 위로해 드려, 빌헬름! 하느님께서 어머니와 너를 축복하시기를! 내 일은 다 정리해 두었어. 모두 잘 있기를!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더 기쁘게."

"알베르트, 나는 너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았는데, 너는 나를 용서해 주는구나. 나는 네 집의 평화를 어지럽혔고, 두 사람 사이에 불신을 들여놓았어. 잘 있어! 나는 끝내겠어. 오, 내 죽음으로 두 사람이 행복해진다면! 알베르트! 알베르트! 그 천사를 행복하게 해 줘! 그리고 하느님의 축복이 너에게 머물기를!"

그는 그날 저녁에도 서류를 많이 뒤적여 많은 것을 찢어 난로에 던져 넣고, 빌헬름 앞으로 주소를 적은 꾸러미 몇 개를 봉했다. 그 안에는 짧은 글과 토막 난 생각들이 들어 있었는데, 그 가운데 몇 편을 나도 보았다. 열 시에 그는 불을 더 지피게 하고 포도주 한 병을 가져오게 한 다음 하인을 자러 보냈는데, 하인의 방은 집안 사람들의 침실과 마찬가지로 집 맨 뒤쪽에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인은 아침 일찍 채비를 하려고 옷을 입은 채로 누웠는데, 주인이 역마가 여섯 시 전에 집 앞에 올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열한 시가 지나서

내 둘레는 모든 것이 이토록 고요하고, 내 영혼도 이토록 평온해. 하느님, 이 마지막 순간들에 이 따뜻함, 이 힘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나는 창가로 가, 소중한 사람. 그리고 바라봐. 사납게 스쳐 달아나는 구름 사이로 영원한 하늘의 별들이 아직 하나둘 보여! 아니, 너희는 떨어지지 않으리라! 영원하신 분이 너희를 가슴에 품고 계셔, 그리고 나도. 북두칠성의 자루 쪽 별들이 보여. 모든 별자리 가운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별이야. 밤에 당신 곁을 떠나 당신 집 문을 나설 때면 그 별이 내 맞은편에 떠 있었어. 얼마나 취한 마음으로 그 별을 자주 바라보았는지, 얼마나 자주 두 손을 들어 그 별을 지금 내 더없는 행복의 표지로, 거룩한 이정표로 삼았는지! 그리고 지금도…… 오 로테, 무엇인들 당신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당신이 내 둘레를 감싸고 있지 않아? 그리고 나는 아이처럼 만족할 줄 모르고, 거룩한 당신이 만졌던 온갖 자잘한 것을 내 곁으로 끌어모으지 않았어!

다정한 실루엣! 로테, 그걸 당신에게 돌려줄게. 소중히 간직해 줘. 나는 거기에 천 번, 천 번 입을 맞추었고, 나갈 때나 집에 돌아올 때나 천 번 손짓으로 인사를 보냈어. 당신 아버지께 쪽지를 써서 내 주검을 지켜 달라고 부탁드렸어. 교회 묘지 뒤쪽 들판으로 향한 구석에 보리수 두 그루가 있어. 거기서 쉬고 싶어. 그분은 친구를 위해 그렇게 해 주실 수 있고, 해 주실 거야. 당신도 부탁드려 줘.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엾은 불행한 사람 곁에 자기 몸을 누이라고 요구하고 싶지는 않아. 아, 차라리 사람들이 나를 길가에나 외딴 골짜기에 묻어 주어서, 사제와 레위 사람은 표시된 돌 앞을 성호를 그으며 지나가고 사마리아 사람은 눈물 한 방울 흘려 주었으면 좋겠어.

자, 로테! 나는 죽음의 도취를 마셔야 할 이 차갑고 끔찍한 잔을 드는 데 몸서리치지 않아! 당신이 나에게 건네주었으니, 나는 망설이지 않아. 다! 다! 이렇게 내 삶의 모든 소망과 희망이 이루어지는구나! 이렇게 차갑게, 이렇게 굳은 채 죽음의 청동 문을 두드리다니.

당신을 위해 죽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더라면! 로테, 당신을 위해 나를 바칠 수 있었더라면! 당신 삶의 평온과 환희를 되찾아 줄 수만 있다면 나는 용감하게, 기쁘게 죽겠어. 그러나 아! 제 사람들을 위해 피를 흘리고, 자기 죽음으로 친구들에게 백 배나 되는 새 생명의 불을 지펴 주는 일은 몇몇 고귀한 이들에게만 허락되었을 뿐이야.

로테, 나는 이 옷을 입은 채 묻히고 싶어. 당신이 만졌고, 거룩하게 해 주었으니까. 당신 아버지께도 그렇게 부탁드렸어. 내 영혼은 관 위를 떠돌 거야. 내 주머니는 뒤지지 말라고 해 줘. 내가 당신 아이들 사이에 있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당신 가슴에 달려 있던 이 연분홍 리본…… 오, 아이들에게 천 번 입 맞춰 주고 그 불행한 친구의 운명을 들려줘. 사랑스러운 것들! 그 애들이 내 둘레에 우글거려. 아, 내가 얼마나 당신에게 매달렸는지! 첫 순간부터 당신을 놓을 수 없었어! 이 리본은 나와 함께 묻혀야 해. 내 생일에 당신이 나에게 주었지! 내가 그 모든 것을 얼마나 삼키듯 받아들였는지! 아, 그 길이 나를 여기로 데려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 마음을 가라앉혀! 부탁이야, 마음을 가라앉혀!

장전되어 있어. 열두 시를 친다! 그래, 그렇게 되라지! 로테! 로테, 잘 있어! 잘 있어!"

이웃 사람 하나가 화약이 번쩍하는 것을 보고 총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 뒤로 아무 기척도 없었기 때문에 더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

아침 여섯 시에 하인이 등불을 들고 들어온다. 하인은 바닥에 쓰러진 주인과 권총과 피를 본다. 하인은 주인을 부르고 붙잡아 흔든다. 대답이 없다. 주인은 그르렁거리기만 한다. 하인은 의사들에게, 알베르트에게 달려간다. 로테는 문간의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듣자 온몸이 떨린다. 로테는 남편을 깨우고, 두 사람은 일어난다. 하인이 울부짖으며 더듬더듬 소식을 전하자, 로테는 알베르트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의사가 그 불행한 사람에게 왔을 때 그는 이미 손쓸 길 없이 바닥에 누워 있었고, 맥박은 뛰었지만 팔다리는 모두 마비되어 있었다. 그는 오른쪽 눈 위로 머리를 쏘았고, 뇌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사람들은 쓸데없는 줄 알면서도 그의 팔에서 피를 뽑았고, 피가 흘렀으며, 그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안락의자 등받이에 묻은 피로 미루어, 그는 책상 앞에 앉은 채 일을 저질렀고, 그런 다음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 경련하며 의자 둘레를 뒹군 것으로 보였다. 그는 기진한 채 창 쪽을 향해 반듯이 누워 있었고, 옷을 다 갖추어 입고 장화를 신었으며, 파란 연미복에 노란 조끼 차림이었다.

집 안과 이웃과 온 시내가 발칵 뒤집혔다. 알베르트가 들어왔다. 사람들은 베르테르를 침대에 눕히고 이마를 붕대로 감아 두었는데, 그의 얼굴은 벌써 죽은 사람 같았고 팔다리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폐는 아직도 약해졌다가 다시 거세졌다가 하며 무시무시하게 그르렁거렸고, 사람들은 그의 마지막을 기다렸다.

포도주는 한 잔만 마셨다. 책상 위에는 『에밀리아 갈로티』가 펼쳐져 있었다.

알베르트의 망연자실과 로테의 비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늙은 법무관은 소식을 듣자마자 말을 달려 왔고,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죽어 가는 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큰아들들도 곧 뒤따라 걸어서 왔다. 아이들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그대로 드러내며 침대 곁에 무릎을 꿇고 쓰러져 그의 손과 입에 입을 맞추었고, 그가 언제나 가장 아끼던 맏이는 그가 숨을 거둘 때까지 그 입술에 매달려 있다가 사람들에게 억지로 떼어 내졌다. 낮 열두 시에 그는 죽었다. 법무관이 그 자리에 있으면서 손을 써 둔 덕에 소란은 일지 않았다. 밤 열한 시 무렵, 법무관은 그가 스스로 골라 두었던 자리에 그를 묻게 했다. 노인과 아들들이 관을 따라갔다. 알베르트는 그러지 못했다. 사람들은 로테의 목숨을 걱정했다. 수공업자들이 그를 메고 갔다. 성직자는 아무도 따라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