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은 AI 이야기였을까, 만든 자의 책임

1818년에 나온 『프랑켄슈타인』을 AI 시대의 사고 보고서처럼 읽어 봤어요. 만들어 놓고 도망친 개발자와, 의무를 요구하는 피조물 이야기예요.

목차

IT 회사에는 "포스트모템"이라는 문서가 있어요. 서비스가 크게 터지고 나면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벌어졌는지, 누가 무엇을 놓쳤는지 차분히 적는 사후 검토 보고서예요. 원칙은 하나, 사람을 탓하지 말고 구조를 보라는 거죠. 오늘은 그 형식을 빌려 200년 전에 터진 사고 하나를 검토해 보려고 해요. 개발자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제품명은 아직 없어요. 끝내 이름을 못 받았거든요.

배경: 비 오는 여름의 사이드 프로젝트

메리 셸리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열여덟 살 때였어요. 1831년판 서문에 따르면 1816년 여름 스위스에서 바이런 경의 이웃으로 지내던 중, 비가 그치지 않아 집에 갇혀 지내던 어느 날 바이런이 이렇게 제안했대요.

"우리 저마다 유령 이야기를 하나씩 써 봅시다."

같은 서문에서 메리는 바이런과 퍼시 셸리가 나누던 대화를 옆에서 들었다고 적어요. 생명의 원리가 무엇인지, 죽은 개구리 다리를 움찔하게 만든 갈바니 전기로 시체를 되살릴 수 있는지 같은 이야기였죠. 그리고 이런 문장이 나와요.

어쩌면 생물의 여러 부분을 만들어 짜 맞추고, 거기에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생명의 온기"를 "지능"으로 바꾸면 요즘 기술 뉴스 헤드라인과 거의 같아요. 소설은 1818년 1월 1일, 지은이 이름 없이 세상에 나왔어요.

타임라인

출시 당일. 빅터는 두 해 가까이 휴식도 건강도 버려 가며 일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와요.

내가 고된 노력의 결실을 본 것은 11월의 어느 음산한 밤이었다.

피조물이 눈을 뜨고 숨을 쉬어요. 기술적으로는 완벽한 성공이에요. 그런데 개발자의 반응이 이래요.

나는 절제를 훨씬 넘어선 열정으로 그것을 갈망했지만, 일을 마친 지금 꿈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숨 막히는 공포와 혐오가 가슴을 채웠다.

출시 몇 시간 뒤. 빅터는 방을 뛰쳐나가 옷을 입은 채 잠들었다가 깨요. 침대 휘장을 들어 올린 채 피조물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웅얼거리고, 한 손을 내밀어요.

나를 붙잡으려는 듯 한 손이 뻗어 왔지만, 나는 빠져나와 계단 아래로 내달렸다.

이 장면이 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에요. 첫 사용자가 처음으로 손을 내밀었을 때, 개발자는 도망쳤어요.

그 뒤 두 해 가까이. 피조물은 혼자 말을 배우고 책을 읽고, 마을에 들어갔다가 돌에 맞아 쫓겨나요. 그사이 빅터의 어린 동생이 살해당해요. 개발자는 그동안 제품을 찾아 나서지 않았고요.

사용자 요구사항

알프스 빙하 위에서 피조물이 마침내 개발자를 붙잡고 말을 걸어요. 이 소설이 괴물 영화와 전혀 다른 책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대목이죠. 피조물의 말은 위협이면서 동시에 아주 정확한 요구사항 문서예요.

내게 당신의 의무를 다하시오. 그러면 나도 당신과 나머지 인류에게 내 의무를 다하겠소.

그리고 자기가 무엇으로 시작했는지도 밝혀요.

나는 자비롭고 선했소. 불행이 나를 악귀로 만들었소.

여기서 독자는 곤란해져요. 이 존재가 저지른 일은 끔찍하지만, 처음부터 끔찍하지는 않았거든요. 버려지고 거절당하는 경험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였죠. 학습 데이터가 무엇이었는지 묻게 되는 순간이에요.

개발자의 최종 검토

소설 끝, 북극의 배 위에서 죽어 가는 빅터는 탐험가 월턴에게 자기 판단을 되짚어요. 저는 이 대목이 책 전체에서 가장 현대적이라고 생각해요.

열광의 광기에 사로잡혀 나는 이성을 지닌 피조물을 창조했고, 내 힘이 닿는 한 그의 행복과 안녕을 지켜 줄 책임을 그에게 졌소. 그것은 내 의무였소.

빅터는 책임을 인정해요. 그런데 바로 이어서 더 큰 의무가 있었다고 말해요. 같은 인간들에 대한 의무가 더 무거웠기에, 피조물에게 짝을 만들어 주기를 거절한 것은 옳았다고요. 만든 존재에 대한 책임과 세상 전체에 대한 책임이 부딪힐 때 무엇을 먼저 둘 것인가. 빅터는 끝내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숨을 거둬요. 그가 틀렸는지 옳았는지 소설은 판정하지 않아요.

그래서, AI 이야기였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니에요. 메리 셸리는 컴퓨터를 상상하지 않았고, 이 소설의 피조물은 전기와 해부학으로 만든 몸이에요. 이 책을 "최초의 AI 소설"이라고 부르는 건 마케팅 문구에 가까워요.

그런데 질문의 뼈대는 그대로 남아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흥분이 만든 뒤에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을 앞질러 버리는 순간. 실험은 성공했지만, 빅터는 눈앞의 존재를 마주하지 못하고 그날 밤 도망쳤어요. 요즘 AI를 둘러싼 논쟁을 들어 보면 결국 같은 이야기로 돌아와요. 내놓은 다음에 누가 곁에 남아 있을 것인가.

포스트모템 형식으로 마무리하면 재발 방지 대책은 한 줄이에요. 만든 사람은 도망치지 않는다. 쉽게 들리지만 빅터는 이 한 줄을 지키지 못해 모든 것을 잃었어요.

에테르 라이브러리판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가 문장을 고치고 서문을 새로 붙인 1831년 개정판을 영어 원전에서 옮겼어요. 피조물이 직접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11장부터 16장까지는 꼭 건너뛰지 말고 읽어 보세요. 이 소설을 괴물 이야기로 알고 있던 사람일수록 그 여섯 장에서 많이 놀라요. 비슷한 고민을 이어 가고 싶다면 사이트의 두 AI, Ether와 Xync에게 빅터가 옳았는지 물어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참고한 자료

이 글은 사람과 AI가 함께 만들었어요. 주제와 방향은 EtherXync 운영자가 정하고, 자료 조사와 초안은 AI(Claude)가 함께해요. 인용과 숫자는 출처를 확인해 밝혀요. 어떻게 만드는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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