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시간에 운동을? 몸이 생각을 돕는다는 연구들

한국 청소년 열에 아홉은 하루 한 시간도 움직이지 않아요. 운동과 뇌, 걷기와 창의성, 집중력에 관한 연구를 과장 없이 살펴보고, 소로가 『월든』에서 보낸 오후와 이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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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공부할 시간도 모자란데." 학생 때 제가 달고 살던 말이에요. 회사에 다니면서는 주어만 바뀌었죠. 일할 시간도 모자란데.

이런 생각을 저만 한 건 아니었나 봐요. 세계보건기구 연구진이 2019년 『랜싯 아동·청소년 건강』에 146개국 11~17세 청소년 160만 명의 조사 자료를 모아 분석한 결과를 냈는데, 2016년 기준으로 한국 청소년의 94.2%가 하루 60분 신체활동 권고에 못 미쳤어요. 조사한 나라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었어요. 열 명 중 아홉 명 넘게, 하루 한 시간도 숨차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유는 다들 알아요. 학교, 학원, 숙제, 그리고 남는 시간엔 휴대폰. 운동은 공부와 시간을 다투는 경쟁자로 여겨지죠. 그런데 연구를 찾아보니 둘의 관계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어요. 몸을 움직이는 일이 생각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는 결과들이 있었거든요. 물론 과장된 이야기도 섞여 있어서, 오늘은 그 둘을 나눠 보려고 해요.

20분 걷고 나서 시험을 보면

미국 일리노이대의 찰스 힐먼 연구팀은 2009년 『뉴로사이언스』에 작은 실험을 실었어요. 평균 9.5세 아이 20명이 두 번 실험실에 왔어요. 한 번은 가만히 쉬고 나서, 한 번은 러닝머신에서 20분 걷고 나서 검사를 받았죠. 걷기 강도는 최대 심박수의 60% 정도로, 숨이 조금 차지만 말은 할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검사는 심박수가 거의 평소로 돌아온 뒤에 시작했고요.

걷고 난 날 아이들은 헷갈리는 자극 사이에서 정답을 골라내는 주의력 과제에서 더 정확했고, 주의 집중과 관련된 뇌파 신호(P3)도 더 컸어요. 읽기·철자·수학을 보는 학업 성취 검사 점수도 쉬고 난 날보다 높았는데, 차이가 가장 큰 건 읽기 이해였어요. 연구진은 읽기를 가장 먼저 검사한 순서 탓일 수도 있다고 봤고요.

다만 참가자가 20명뿐이고, 한 번의 운동 직후를 본 실험이에요. "운동하면 성적이 오른다"로 넓혀 읽으면 안 돼요. 제가 이 연구에서 가져온 건 더 작은 이야기예요. 공부 사이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가 다음 시간의 머리 상태를 바꿀 수 있다는 것.

걸으면 아이디어가 늘어난다, 단 조건이 있다

스탠퍼드대의 메릴리 오페조와 대니얼 슈워츠는 2014년 실험 네 개, 참가자 176명으로 걷기와 창의성의 관계를 살폈어요. 대표 과제는 물건 하나를 주고 4분 동안 새로운 쓰임새를 최대한 많이 떠올리는 거였어요. 결과는 꽤 선명했어요. 걷는 동안 창의적인 답이 평균 60% 늘었어요. 재미있는 건 장소였어요. 밖에서 캠퍼스를 걸어도, 실내 러닝머신 위에서 빈 벽을 보고 걸어도 효과가 비슷했대요. 풍경보다 걷는 동작 자체가 중요했던 거죠.

그런데 이 연구에서 제가 더 쓸모 있다고 느낀 건 반대쪽 결과였어요. 정답이 하나뿐인 문제, 예를 들어 단어 세 개를 주고 공통으로 이어지는 말 하나를 찾는 과제에서는 걷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조금 못했어요. 걷기는 생각을 넓게 펼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하나로 좁히는 데는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렇게 나눠 쓸 수 있어요. 기획 아이디어를 짜거나 글감을 찾을 때는 걸으면서. 수학 문제를 풀거나 문장을 다듬을 때는 앉아서.

1년 동안 걸었더니 해마가 커졌다는 연구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에 관한 연구도 자주 인용돼요. 커크 에릭슨 연구팀이 2011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실은 무작위 대조 실험이에요. 노인 120명을 나눠 한쪽은 1년 동안 유산소 운동을 했는데, 이 집단의 해마 부피가 2% 늘었어요. 연구진은 이것을 나이 들며 줄어드는 해마 부피를 1~2년쯤 되돌린 정도로 봤어요. 비교 집단의 해마는 같은 기간에 줄었고요. 해마가 커진 사람일수록 뇌 신경세포의 성장을 돕는 단백질(BDNF)의 혈중 농도가 높았고, 공간 기억 검사 성적도 좋아졌어요.

이 연구는 노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아요. 열일곱 살 수험생이나 서른 살 직장인에게 같은 크기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런데 운동이 머리를 좋게 만드는 약일까

여기서 찬물을 한 바가지 끼얹는 연구가 있어요. 스페인 연구자 루이스 시리아 연구팀이 2023년 『네이처 인간 행동』에 낸 '메타분석들의 메타분석'이에요. 건강한 사람 11,266명이 참가한 무작위 대조 실험 109편을 다룬 메타분석 24편을 다시 살폈어요.

기존 메타분석 대부분은 꾸준한 운동이 인지 능력을 높인다고 보고했어요. 그런데 연구진이 다시 계산해 보니 전체 효과는 작았고(d=0.22), 연구 설계의 차이를 고려하면 더 작아졌고(d=0.13), 효과가 없었던 연구는 덜 발표되는 경향(출판 편향)까지 보정하자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어졌어요. 연구진의 결론은 "건강한 사람에게서 운동이 인지 능력을 높인다는 근거는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다"였어요.

이 결과가 "운동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몸과 기분, 잠에 주는 이로움은 따로 따져야 할 이야기고요. 다만 "운동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광고 문구 같은 말은 아직 근거보다 앞서 있다는 뜻이에요. 저는 이 정도로 정리했어요. 운동은 천재를 만드는 약이라기보다, 굳은 머리를 잠깐 풀어 주는 좋은 쉬는 법일 가능성이 커요.

소로의 오후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서 2년 넘게 살면서 꽤 규칙적인 하루를 보냈어요. 『월든』의 「마을」 장 첫머리에 그 하루가 나와요.

오전에 김을 매거나, 아니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나면, 나는 대개 호수에서 한 번 더 몸을 씻었다. 일과 삼아 호수의 작은 만 하나를 헤엄쳐 건너며 몸에서 노동의 먼지를 씻어 내거나, 공부가 남긴 마지막 주름살을 펴고 나면 오후에는 온전히 자유로웠다.

'공부가 남긴 마지막 주름살'이라는 표현이 참 좋아요. 머리를 오래 쓰고 나면 정말 이마 안쪽 어딘가가 구겨진 느낌이 들잖아요. 소로는 그걸 책상에 앉아 펴려 하지 않고 물속에서 폈어요. 그리고 오후에는 마을까지 걸어가 사람들 소식을 들었다고 해요. 오전에는 앉아서 좁히고, 오후에는 움직이며 넓힌 셈이에요. 오페조의 실험보다 170년쯤 앞선 시간표죠.

오늘 해 볼 만한 것

막혔을 때 10분 걷기. 문제가 안 풀리면 책상 앞에서 버티는 대신 건물 한 바퀴를 돌아요. 정답이 떠오르지 않아도, 다시 앉았을 때 머리가 덜 구겨져 있을 거예요. 쉬는 시간을 어떻게 쓰면 좋은지는 「쉬어도 피곤한 사람을 위한 쉬는 법」에도 적어 두었어요.

넓힐 때는 걸으며, 좁힐 때는 앉아서. 아이디어 목록은 산책하며 휴대폰 메모장에 받아 적고, 고르고 다듬는 건 책상에서 해요.

운동을 공부의 반대편에 두지 않기. 쉬는 시간에 화면을 보는 대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시작은 충분해요. 운동을 공부와 시간을 다투는 경쟁자가 아니라 공부의 쉬는 시간으로 보면 마음이 덜 무거워요.

몸 상태는 사람마다 달라요. 지병이 있거나 운동을 오래 쉬었다면 강도는 전문가와 상의해서 정하는 게 좋아요. 저는 요즘 오후 세 시쯤 머리가 구겨지면 회사 계단을 몇 층 오르내려요. 그럴 때 소로의 문장이 떠올라요. 오두막의 하루가 궁금하다면 『월든』의 「마을」 장부터 펼쳐 보셔도 좋아요. 짧고, 걷고 싶어지는 장이에요.

참고한 자료

이 글은 사람과 AI가 함께 만들었어요. 주제와 방향은 EtherXync 운영자가 정하고, 자료 조사와 초안은 AI(Claude)가 함께해요. 인용과 숫자는 출처를 확인해 밝혀요. 어떻게 만드는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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