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도 피곤한 사람을 위한 쉬는 법, 10분 휴식의 과학
점심시간 내내 휴대폰을 봤는데 오후가 더 무거운 이유가 있어요. 짧은 휴식의 효과를 모은 메타분석과 회복 연구를 바탕으로, 진짜 쉬는 법과 휴식 시간 쓰는 법을 정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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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남은 20분, 저는 늘 휴대폰을 봤어요. 뉴스 몇 개, 짧은 영상 몇 개, 단체 대화방 확인. 쉬는 시간이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오후 2시가 되면 오전보다 더 지쳐 있었어요. 분명 쉬었는데 쉰 것 같지 않은 기분. 혹시 저만 그런가 싶어 찾아봤더니, 연구자들이 이미 꽤 오래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쉬는 법에도 잘 쉬는 법과 쉬는 척하는 법이 있다고요.
10분 휴식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루마니아의 퍼트리샤 알불레스쿠 연구팀은 2022년 『플로스 원(PLOS ONE)』에 「마이크로 브레이크」, 그러니까 10분 이하의 짧은 휴식을 다룬 연구들을 모아 메타분석을 냈어요. 22개 표본, 참가자 2,335명의 자료였어요.
결과는 반반이었어요. 짧은 휴식은 활력을 높이고(효과 크기 d=0.36) 피로를 줄였어요(d=0.35). 둘 다 작지만 분명한 효과였죠. 그런데 일의 성과는 전체적으로 보면 의미 있게 나아지지 않았어요. 성과가 좋아진 건 인지 부담이 낮은 일, 예를 들어 단순 입력이나 반복 작업에서뿐이었어요. 그리고 휴식이 길수록 성과 개선도 컸어요. 연구진은 머리를 많이 쓰는 고된 일에서 회복하려면 10분보다 긴 휴식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봤어요.
정리하면 이래요. 짧게 쉬면 기분과 기운은 나아져요. 하지만 어려운 일을 하다 지쳤을 때 5분 쉰다고 머리가 새것이 되지는 않아요. 짧은 휴식은 배터리 충전보다는 과열된 기계를 잠깐 식히는 쪽에 가까워요.
쉰다는 건 일에서 떨어지는 것
그럼 무엇을 하며 쉬어야 할까요. 독일의 조직심리학자 자비네 존넨타크와 샬럿 프리츠는 2007년 일에서 회복하는 경험을 재는 설문을 만들면서, 회복을 돕는 경험을 네 가지로 나눴어요.
첫째는 심리적 분리예요. 몸만 자리를 비우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도 일을 내려놓는 거죠. 둘째는 이완,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는 경험. 셋째는 숙달, 일과 상관없는 새로운 걸 배우거나 도전하는 경험. 넷째는 통제, 쉬는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쓴다는 느낌이에요.
이 기준으로 제 점심시간을 돌아보니 좀 민망했어요. 단체 대화방에는 오후 회의 이야기가 올라와 있었고, 뉴스는 대개 마음을 졸이게 했고, 짧은 영상은 다음 영상으로 저절로 넘어가 저는 그만 볼 때를 고르지 못했어요. 일에서 떨어지지도, 긴장이 풀리지도, 시간을 내가 다루지도 못한 20분이었던 거예요. 휴대폰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제가 휴대폰으로 하던 일이 회복의 조건과 거의 반대였다는 거죠.
반대로 생각해 보면, 잘 쉰 날의 기억은 대개 이 네 가지 중 하나 이상을 품고 있어요. 퇴근길에 일 생각 없이 노래를 끝까지 들은 날, 주말에 처음 해 본 요리가 그럴듯하게 나온 날, 아무 약속 없는 일요일 오후를 내 마음대로 쓴 날. 꼭 오래 쉬어야 회복되는 게 아니라, 짧아도 일과 떨어지고 내가 고른 시간이면 회복이 돼요. 쉬는 시간의 길이보다 쉬는 시간의 성분이 더 중요한 셈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흔히 길이만 따져요. 「오늘 한 시간이나 쉬었는데 왜 피곤하지」 하면서요.
걷기는 왜 그렇게 자주 추천될까
쉬는 법 이야기에 산책이 빠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스탠퍼드대의 그레고리 브래트먼 연구팀은 2015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흥미로운 실험을 실었어요.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나눠 90분 동안 한쪽은 자연 속 길을, 다른 쪽은 차가 많은 도심 길을 걷게 했어요.
자연 속을 걸은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곱씹는 반추가 줄었고, 반추와 관련된 뇌 영역인 슬하 전전두피질의 활동도 낮아졌어요. 도심을 걸은 사람들에게선 그런 변화가 없었고요. 90분은 점심시간에 쓰기엔 길고 표본도 크지 않으니 이 결과를 부풀릴 필요는 없어요. 다만 「걸으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오랜 감각에 뇌 쪽 근거가 하나 붙은 셈이에요.
2천 년 전의 휴식 처방
사실 이 처방은 꽤 오래됐어요. 세네카는 「마음의 평정에 관하여」 마지막 장에서 지친 친구 세레누스에게 쉬는 법을 길게 일러 줘요. 첫 문장부터 요즘 말 같아요.
정신을 늘 똑같이 팽팽하게 붙들어 두지 말고 놀이로 불러내야 하네.
그리고 예를 들어요. 소크라테스는 어린아이들과 노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스키피오는 축제 때 춤을 췄다고요. 몇 줄 뒤에는 이런 문장도 나와요.
또 탁 트인 길을 거닐어, 맑은 하늘 아래 숨을 크게 쉬며 마음이 북돋워지고 높아지게 해야 하네.
존넨타크의 네 가지 회복 경험과 브래트먼의 산책 실험을 세네카가 미리 한 단락에 접어 둔 것 같아요. 그는 쉬는 것과 아예 풀어 버리는 것도 구분했어요. 「무언가를 늦추는 것과 아예 풀어 버리는 것은 크게 다르네.」 잠깐 늦추는 휴식이 다시 일할 힘을 준다는 거죠.
오늘 오후에 해 볼 수 있는 휴식
제가 점심시간을 바꾸고 나서 효과를 본 것들이에요.
화면 없는 5분 먼저. 휴대폰을 아예 끊지는 않았어요. 대신 휴식의 첫 5분은 화면 없이 보내요. 창밖을 보거나 물을 한 잔 마시거나. 그다음에 보고 싶은 걸 봐요. 순서만 바꿨는데 오후가 달라졌어요.
건물 한 바퀴 걷기. 나무가 있는 길이면 더 좋고요. 10분이면 충분해요. 걷는 동안 일 생각이 나면 굳이 쫓아내지 말고 발걸음 수를 세요.
어려운 일 사이엔 긴 휴식. 머리를 많이 쓴 두 시간 뒤엔 5분 대신 15~20분을 쉬어요. 짧은 휴식이 고된 일엔 모자랄 수 있다는 메타분석 결과를 그대로 따른 거예요.
쉬는 시간을 내가 정하기. 「알림이 와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쉬기로 해서」 쉬는 거예요. 통제감은 회복의 네 조건 가운데 하나였어요.
잘 쉰 날을 적어 두기. 어떤 휴식 뒤에 오후가 가벼웠는지 한 줄씩 적으면, 나에게 맞는 휴식이 금방 보여요.
요즘 제 점심시간은 이래요. 밥을 먹고, 회사 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벤치에 앉아 휴대폰으로 책을 몇 쪽 읽어요. 같은 휴대폰인데 이야기가 끌고 가는 글은 저를 일에서 꽤 멀리 데려가 줘요. 세네카의 이 글은 『세네카 대화편』에 「마음의 평정에 관하여」로 실려 있고, 휴식을 다룬 17장은 벤치에 앉아 읽기 딱 좋은 길이에요.
참고한 자료
- Albulescu, P., Macsinga, I., Rusu, A., Sulea, C., Bodnaru, A., & Tulbure, B. T. (2022). "Give me a break!"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n the efficacy of micro-breaks for increasing well-being and performance. PLOS ONE, 17(8)
- Sonnentag, S., & Fritz, C. (2007). The Recovery Experience Questionnaire.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12(3), 204–221
- Bratman, G. N., Hamilton, J. P., Hahn, K. S., Daily, G. C., & Gross, J. J. (2015). Nature experience reduces rumination and subgenual prefrontal cortex activation. PNAS, 112(28), 8567–8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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