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기업의 CEO, AI 시대에 결정은 누가 내릴까
누구나 AI에게 일을 맡기는 시대, 남는 일은 결정과 책임이에요. 되돌릴 수 있는 결정과 없는 결정을 가르는 법을 마키아벨리 『군주론』과 함께 정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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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AI 채팅창에 이렇게 쳐 본 적 있나요? "지금 회사에 남을까요, 옮길까요?" 장단점 표가 깔끔하게 나와요. 연봉, 성장 가능성, 출퇴근 시간, 팀 분위기. 표는 훌륭해요. 문제는 표를 다 읽고 나서도 마음이 그대로라는 거예요.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하고 피식 웃게 되는데, 그 웃음이 좀 쓸쓸하죠.
AI는 선택지를 정리하는 데 놀랍도록 능숙해요. 그런데 고르는 일은 여전히 사람 몫이에요. 고른 다음에 따라오는 결과를 감당하는 일은 더더욱 그렇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AI를 쓰는 사람은 이제 모두 작은 회사의 CEO가 된다는 이야기요.
누구나 '에이전트 보스'가 되는 시대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업무 동향 지수(Work Trend Index)」에서 31개 나라 지식 노동자 3만 1천 명을 조사했어요. 이 보고서가 내세운 낱말이 '에이전트 보스(agent boss)'예요.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일을 맡기고, 관리해서 자기 영향력을 키우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조사에 응한 리더 가운데 41%는 5년 안에 자기 팀이 AI 에이전트를 훈련시키게 될 거라고, 36%는 에이전트를 관리하게 될 거라고 내다봤어요. 사람 몇 명에 에이전트 몇 개가 알맞은지를 따지는 '사람 대 에이전트 비율'을 새 지표로 삼자는 제안까지 나왔고요.
기업 보고서 특유의 장밋빛은 걸러 들어야 해요. 그래도 방향은 분명해 보여요. 예전에는 팀장이 되어야 하던 일, 그러니까 일을 나누고 맡기고 결과를 검토하는 일을 이제 신입도 혼자 하게 된다는 거예요. 직급과 상관없이 모두가 관리자 자리에 앉는 셈이죠.
그런데 관리자 자리에 앉으면 일이 줄어들까요? 해 본 사람은 알아요. 손으로 하는 일은 줄어도, 결정할 일은 늘어나요.
맡길수록 남는 것은 결정이에요
회사의 CEO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을 떠올려 보면 의외로 단순해요. 무엇을 할지 고르고, 무엇을 안 할지 고르고, 한정된 돈과 사람과 시간을 어디에 쓸지 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요. 실무는 대부분 남이 해요. 그래서 CEO의 실력은 결정의 질로 드러나요.
AI를 쓰는 우리 처지가 딱 이래요. 자료 조사, 초안, 표, 코드는 AI가 해 줘요. 우리에게 남는 건 어떤 질문을 던질지, 나온 답 가운데 무엇을 믿을지, 그래서 실제로 무엇을 할지예요. 어제 글에서 소개한 카네기멜런대·마이크로소프트 연구는 AI를 믿을수록 결과물을 덜 따져 본다는 경향을 보여 줬어요. 참모가 유능할수록 CEO가 도장만 찍는 사람으로 변하기 쉬운 것과 비슷해요. 그런데 도장만 찍는 CEO의 회사가 잘되는 경우는 드물죠.
한 방향 문과 두 방향 문
그렇다고 모든 결정을 무겁게 붙들고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해요. 여기서 쓸모 있는 구분이 하나 있어요. 제프 베이조스가 2015년 아마존 주주 서한에 쓴 '두 종류의 결정'이에요.
그에 따르면 어떤 결정은 결과가 크고 되돌릴 수 없거나 거의 없어요. 한 방향 문이에요. 이런 결정은 꼼꼼하게, 천천히, 충분히 상의하며 내려야 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은 그렇지 않아요. 바꿀 수 있고 되돌릴 수 있는 두 방향 문이에요. 이쪽은 판단력 있는 개인이나 작은 무리가 빨리 내려야 하고, 잘못 골랐더라도 그 결과를 오래 떠안을 필요가 없어요. 베이조스가 경계한 것은 회사가 커질수록 두 방향 문까지 한 방향 문처럼 다루게 되어 모든 것이 느려지는 일이었어요.
이 구분을 개인의 삶으로 옮기면 AI를 어디에 써야 할지도 보여요.
| 두 방향 문 | 한 방향 문 |
|---|---|
| 이번 주 공부 계획, 새 운동 시작, 블로그 글 주제, 사이드 프로젝트 이름 | 회사 그만두기, 큰 대출, 이사, 오래된 관계를 끝내기 |
| AI에게 선택지를 받고 빨리 해 본 다음 고친다 | AI로 자료는 모으되, 결정은 시간을 두고 내가 내린다 |
| 실패 비용: 며칠 | 실패 비용: 몇 년 |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할 때가 많아요. 운동화 하나 고르는 데 일주일을 쓰고, 정작 회사를 옮기는 결정은 피곤한 밤에 충동적으로 내리죠. 두 방향 문 앞에서는 과감해도 돼요. AI는 그런 결정을 빨리 시험해 보는 데 정말 좋은 도구예요. 한 방향 문 앞에서는 속도를 늦춰야 하고요.
마키아벨리가 말한 운명의 절반
『군주론』은 흔히 권모술수의 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25장은 결정과 책임에 관한 꽤 정직한 글이에요. 마키아벨리가 살던 16세기 초 이탈리아는 외국 군대가 들이닥치고 도시 국가들이 하루아침에 뒤집히던 곳이었어요. 그래서 세상일은 운이 다 정하니 애써 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죠. 마키아벨리 자신도 가끔은 그 생각에 기운다고 털어놓아요. 그러고는 이렇게 판단해요.
우리의 자유의지가 꺼져 버리지 않도록, 나는 운명이 우리 행동의 절반을 주재하되 나머지 절반 혹은 그 언저리는 우리가 다스리도록 맡겨 둔다고 보는 것이 옳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운명을 성난 강에 견줘요. 한번 넘치면 들판을 쓸어 버리는 강이요. 하지만 이어지는 문장이 이 장의 핵심이에요.
그러나 강이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평온한 시절에 미리 제방과 둑을 쌓아 대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해 두면 나중에 물이 불어나도 강물은 수로를 따라 흘러가거나 그 기세가 그토록 제멋대로이지도 해롭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그 강은 기술 변화일지도 몰라요. AI가 어느 직업을 얼마나 바꿀지, 내년에 어떤 도구가 나올지는 우리 손에 없어요. 운명의 절반이죠. 그렇지만 나머지 절반은 남아 있어요. 물이 불기 전에 둑을 쌓는 일, 곧 스스로 판단하는 힘과 기본기를 평온한 때에 길러 두는 일이요. 마키아벨리는 같은 장에서 시대가 바뀌는데 자기 방식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이 몰락한다고도 써요. 한 길로 늘 잘되어 왔으면 그 길을 떠나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한다고요. 이 대목은 지금 직장인에게도 아프게 들려요.
이번 주, 결정 목록 하나
CEO처럼 살라는 말이 부담스럽게 들린다면 미안해요. 결정이 무서운 건 당연해요. 결정한다는 건 결과를 내가 떠안겠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거창한 인생 계획 대신 아주 작은 습관 하나를 해 보고 있어요.
- 이번 주에 내려야 할 결정을 적어 보기. 다섯 개면 충분해요. 그리고 각각 옆에 '두 방향'인지 '한 방향'인지 표시해요. 생각보다 대부분이 두 방향 문이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 두 방향 문은 오늘 정하기. AI에게 선택지 세 개를 받고, 그중 하나를 골라 바로 해 봐요. 아니면 다음 주에 바꾸면 돼요.
- 한 방향 문은 마지막 문장을 내가 쓰기. AI에게 자료와 반대 의견까지 받아 보되,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겠다"는 마지막 한 문장은 내 손으로 써요. 그 문장에 이름을 붙일 사람은 나뿐이니까요.
처음 그 장단점 표 앞에서 막막했다면, 표를 잠시 덮고 일주일 동안 퇴근길에 한 줄씩 적어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무엇이 싫은지, 무엇을 잃기 싫은지. 그 한 줄들이 표보다 더 많은 걸 말해 줄 때가 있어요. AI는 훌륭한 참모예요. 그래도 나라는 회사의 CEO 자리는 비워 둘 수 없어요. 시간이 어디로 새는지가 궁금하다면 「세네카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바빠서'라는 말」도 함께 읽어 보세요. 『군주론』 25장은 에테르 라이브러리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어요.
참고한 자료
- Microsoft, "2025: The Year the Frontier Firm Is Born" (Work Trend Index 연례 보고서), 2025: https://microsoft.com/en-us/worklab/work-trend-index/2025-the-year-the-frontier-firm-is-born
- Jared Spataro, "The 2025 Annual Work Trend Index: The Frontier Firm is born", Official Microsoft Blog, 2025: https://blogs.microsoft.com/blog/2025/04/23/the-2025-annual-work-trend-index-the-frontier-firm-is-born/
- Virtualization Review, "2025 Work Index: All Employees Will Be Agent Bosses", 2025: https://virtualizationreview.com/Articles/2025/04/23/2025-Work-Index-All-Employees-Will-Be-Agent-Bosses.aspx
- Jeffrey P. Bezos, 2015 Letter to Shareholders (Amazon.com,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제출본, 2016):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1018724/000119312516530910/d168744dex991.htm
- Hao-Ping Lee, Advait Sarkar 외, "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Critical Thinking", CHI 2025: https://advait.org/files/lee_2025_ai_critical_thinking_survey.pdf
이 글은 사람과 AI가 함께 만들었어요. 주제와 방향은 EtherXync 운영자가 정하고, 자료 조사와 초안은 AI(Claude)가 함께해요. 인용과 숫자는 출처를 확인해 밝혀요. 어떻게 만드는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