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저본에 관하여
이 책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그리스어로 남긴 《명상록(Τὰ εἰς ἑαυτόν, 자기 자신에게)》을 그리스어 원전에서 직접 옮긴 완역본입니다. J. H. 레오폴트가 엮은 비판본(1908)을 저본으로 삼았고, 그 전자 텍스트는 터프츠 대학교 페르세우스 디지털 도서관(Perseus Digital Library)이 CC BY-SA 4.0으로 공개한 것을 썼습니다. 조지 롱의 영어 번역(1862)과 메릭 카소본의 영어 번역(1634)은 뜻을 확인하는 대조에만 썼습니다. 두 영어 번역이 저본과 다르게 읽은 자리에서는 저본을 따랐습니다.
열두 권 487장을 한 장도 빠짐없이 옮겼습니다. 긴 장은 저본의 소절을 따라 문단을 나누었고, 그렇게 나뉜 원문 533문단을 한 문단도 합치거나 쪼개지 않고 옮겼습니다. 장마다 앞에 붙은 굵은 숫자는 오늘날 널리 쓰는 장 번호입니다. 마르쿠스가 붙인 번호가 아니라 후대 편집자들이 붙인 것입니다.
제1권 끝의 「그라누아 강가, 콰디족 땅에서」와 제2권 끝의 「카르눈툼에서」는 사본에 전하는 짧은 기록입니다. 그 권을 쓴 곳으로 보아 따로 한 줄로 두었습니다.
원문이 상한 곳
사본에서 글자가 빠졌거나 상한 자리가 있습니다. 빠진 자리는 「〈…〉」로 표시했고, 편집자들이 흔히 채워 읽는 낱말을 넣은 자리는 「〈철학〉」처럼 꺾쇠 안에 적었습니다. 읽기가 갈리는 몇 곳은 가장 그럴듯한 뜻으로 옮기고 각주에 그 사실을 밝혔습니다. 저본 전자 텍스트의 단순한 오자(악센트, 구두점)는 바로잡아 옮겼고 따로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말투에 관하여
이 책은 황제가 남을 가르치려고 쓴 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잡으려고 쓴 공책입니다. 그래서 마르쿠스가 자기를 부르는 2인칭은 「그대」가 아니라 「너」로 옮기고, 처음부터 끝까지 해라체로 썼습니다. 「-노라」, 「-도다」 같은 예스럽고 장엄한 어미는 쓰지 않았습니다. 짧은 메모는 짧게, 긴 논증은 긴 호흡으로 두었습니다.
제1권은 원문에 동사가 없습니다. 「할아버지 베루스에게서: 너그러운 품성과 성내지 않음」처럼 이름과 배운 것만 적어 놓았습니다. 우리말에서는 그 사이에 「배웠다」, 「물려받았다」, 「보고 익혔다」 같은 동사를 넣어 문장으로 만들었습니다.
한 가지로만 옮긴 말
스토아 철학의 낱말은 책 전체에서 한 가지로만 옮겼습니다. 처음 나오는 자리에는 그리스어를 로마자로 옮겨 괄호 안에 적었습니다.
- 헤게모니콘(hēgemonikon)은 지도 이성입니다. 영혼에서 판단하고 동의하고 충동을 일으키는 중심 부분을 가리킵니다.
- 다이몬(daimōn)은 신령입니다. 마르쿠스는 사람마다 안에 신이 나누어 준 신성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그것을 「안에 있는 신령」이라 불렀습니다. 「수호신」이나 「악마」가 아닙니다.
- 로고스(logos)는 이성, 퓌시스(physis)는 우주를 다스리는 힘일 때 자연, 저마다 타고난 것일 때 본성입니다.
- 판타시아(phantasia)는 인상, 휘폴렙시스(hypolēpsis)는 판단, 도그마(dogma)는 원칙, 호르메(hormē)는 충동입니다. 「모든 것은 판단이다」의 판단이 이 휘폴렙시스입니다.
- 프로노이아(pronoia)는 섭리, 헤이마르메네(heimarmenē)는 운명, 아낭케(anankē)는 필연입니다. 책에 여러 번 나오는 양자택일 「섭리이거나 원자이거나」는 같은 틀로 맞추었습니다.
- 아디아포라(adiaphora)는 선도 악도 아닌 것, 코이노니코스(koinōnikos)는 공동체적인, 폴리티코스(politikos)는 시민다운입니다. 마르쿠스는 우주를 하나의 큰 도시로, 사람을 그 시민으로 보았습니다.
같은 시구를 두 번 인용한 자리(제7권과 제11권의 에우리피데스)는 글자 하나 다르지 않게 맞추었습니다.
그 밖에
- 각주 118개는 모두 옮긴이가 붙였습니다. 제1권에 나오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인용한 시구와 글의 출처, 원문이 상한 자리, 우리말로 살리기 어려운 말놀이만 밝혔습니다. 스토아 철학의 해설은 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 사람 이름은 그리스 사람이면 그리스어 형태(아폴로니오스, 섹스토스), 로마 사람이면 라틴어 형태(루스티쿠스, 막시무스)로 적었습니다.
- 원문의 줄표는 쓰지 않고 문장을 나누거나 쉼표로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