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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본에 관하여

이 책은 스페인의 예수회 사제 발타사르 그라시안이 1647년에 펴낸 『Oráculo manual y arte de prudencia(손에 들고 보는 신탁, 그리고 분별의 기술)』를 스페인어 원전에서 직접 옮긴 완역본입니다. 영어 번역을 거쳐 옮긴 중역이 아닙니다. 저본은 위키문헌(es.wikisource)에 공개된 1647년판 본문으로, 철자만 오늘날의 스페인어로 고쳐 적은 것입니다. 조지프 제이컵스의 영어 번역 『The Art of Worldly Wisdom』(1892)은 뜻을 확인하는 대조에만 썼고, 영어 번역이 스페인어와 다르게 읽은 자리에서는 스페인어 문법을 따랐습니다.

맨 앞의 「독자에게」는 그라시안의 후원자 빈센시오 후안 데 라스타노사가 쓴 서문입니다. 잠언 300개는 그라시안이 썼습니다. 문단 앞의 굵은 숫자는 원문의 잠언 번호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잠언 하나가 한 문단이며, 한 문단도 합치거나 쪼개지 않았습니다. 위키문헌이 쪽을 나누려고 붙인 묶음 머리글은 1647년판에 없는 것이라 싣지 않았고, 차례를 위해 잠언을 75개씩 네 묶음으로 나누었습니다. 각 잠언의 첫 구절, 곧 첫 마침표까지는 원문의 표제구입니다. 원문대로 본문과 같은 문단 안에 두고 따로 줄을 바꾸거나 굵게 하지 않았습니다.

말의 등급

그라시안은 아무도 부르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 전체를 향해 돌에 새기듯 말합니다. 그래서 독자를 「너」나 「당신」으로 부르지 않고, 격언의 등급인 문어체 하라체로 옮겼습니다. 평서는 「-다」, 권고는 「-라」(하라·알라·삼으라), 금지는 「-지 말라」입니다. 「독자에게」만은 라스타노사가 독자에게 직접 말하는 글이라 독자를 「그대」로 불렀습니다. 경구는 늘이지 않고 원문의 길이에 가깝게 옮겼고, 대구는 같은 틀로 맞추었습니다. 원문에 흔한 쌍점과 쌍반점은 마침표나 쉼표, 이유를 잇는 말로 풀었고, 줄표는 쓰지 않았습니다.

이름과 낱말

  • 그라시안이 사람의 됨됨이를 가리키며 갈라 쓴 말은 책 전체에서 한 가지로만 옮겼습니다. 흔히 「처세」로 옮겨 온 프루덴시아(prudencia)는 분별, 코르두라(cordura)는 슬기, 디스크레시온(discreción)은 사려, 사가시다드(sagacidad)는 영민함입니다. 인헤니오(ingenio)는 재치, 헤니오(genio)는 천성, 구스토(gusto)는 안목, 후이시오(juicio)는 판단력입니다. 포르투나(fortuna)는 운, 수에르테(suerte)는 운수, 디차(dicha)는 행운이고, 파마(fama)는 명성, 레푸타시온(reputación)은 명망, 크레디토(crédito)는 신용, 에스티마시온(estimación)은 존중입니다. 바로크 시대의 핵심어 데센가뇨(desengaño)는 미망에서 깨어 실상을 본다는 뜻이라 깨어남으로 옮겼습니다.
  • 이런 낱말과 소리가 닮은 말을 맞세운 말놀이는 장마다 처음 나오는 자리에 스페인어를 괄호 안에 적었습니다.
  • 사람 이름은 에테르 라이브러리 총서의 표기 원칙에 따라 그리스 사람은 그리스어 형태(알렉산드로스, 오디세우스), 로마 사람은 라틴어 형태로 적었습니다. 그라시안이 로마식으로 부른 신 가운데 로마 고유의 신격은 로마 이름(유피테르, 미네르바)으로, 그리스 신화의 일화는 그리스 이름(아폴론, 헤라클레스)으로 적었습니다.

각주

  • 각주 83개는 모두 옮긴이가 붙였습니다. 처음 나오는 인물과 신화, 인용된 격언과 속담의 출처, 17세기 스페인의 풍속과 제도, 우리말로 소리를 살리지 못한 말놀이에만 달았고, 그라시안 사상의 해설은 달지 않았습니다.
  • 장마다 따로 읽힐 수 있도록 장마다 처음 나오는 자리에 달았고, 여러 장에 나오는 것은 처음에 자세히, 뒤에는 짧게 적었습니다. 출처를 확인하지 못한 말은 「출처 미상」이라고 밝혔습니다.
  • 성경의 책 이름과 인용은 개역개정을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