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분 독서, 1년에 고전 몇 권일까

하루 20분씩 읽으면 1년에 고전을 몇 권 끝낼 수 있을까요. 에테르 라이브러리 책 21권의 실제 글자 수와 읽기 속도 연구로 직접 계산해 봤어요.

목차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2023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이 꼽은 독서를 가로막는 이유 1위가 바로 이거였어요. 업무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답이 24.4%였고, 스마트폰이나 게임 같은 다른 매체 때문이라는 답이 23.4%로 바짝 뒤를 이었죠. 그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3.9권이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핑계 대신 계산기를 꺼내 보려고 해요. 하루 20분이면 정말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요?

먼저 가정부터 밝혀 둘게요

계산은 가정이 절반이에요. 숫자가 그럴듯해 보여도 가정이 엉터리면 소용없으니까 먼저 펼쳐 놓을게요.

읽기 속도. 2016년 『대한안과학회지』에 실린 충북대 연구팀의 예비 연구에서, 시력이 정상인 20~30대 성인 42명이 소리 내지 않고 읽은 속도는 평균 분당 약 550글자였어요. 다만 이때 읽은 글은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 문장이었고, 사람마다 차이도 컸어요(표준편차가 분당 350글자 가까이 됐어요). 고전 소설은 그보다 문장이 길고 낯선 이름도 많으니, 여기서는 넉넉하게 깎아서 분당 400글자로 잡을게요. 영어권 연구도 비슷한 그림을 보여 줘요. 2019년 벨기에 겐트 대학의 마르크 브리스바르트가 190편의 연구를 묶어 분석했더니 성인의 묵독 속도는 평균 분당 238단어였거든요.

책의 길이. 에테르 라이브러리 원고에서 일러두기와 판권면, 각주 설명을 빼고 본문의 한글 글자만 셌어요. 띄어쓰기와 문장부호는 세지 않았고요. 그러니 아래 숫자는 "눈이 실제로 지나가야 하는 글자"에 가까워요.

하루 20분. 출근길 지하철 두세 정거장, 점심 먹고 커피 식기 전까지, 자기 전 휴대폰 대신. 그 정도 시간이에요.

계산 1: 매일 20분

20분 × 365일 = 7,300분이에요. 분당 400글자를 곱하면 1년에 약 292만 글자가 나와요.

감이 잘 안 오죠. 에테르 라이브러리 사이트에 있는 책 가운데 원고가 준비된 21권의 본문을 다 합치면 약 407만 글자예요. 그러니까 매일 20분씩 1년을 읽으면 『국부론』과 『죄와 벌』까지 포함한 이 서가의 70% 남짓을 읽는 셈이에요. 전부 읽는 데는 1년 5개월쯤 걸리고요. 저도 처음 계산하고 나서 두 번 다시 셌어요.

계산 2: 평일만, 현실적으로

매일은 무리예요. 주말엔 늦잠을 자고, 회식도 있고, 그냥 읽기 싫은 날도 있죠. 평일만 친다고 1년을 260일로 잡으면 5,200분, 글자로는 208만 글자예요.

책이 어렵거나 피곤해서 분당 300글자로 떨어진다 해도 156만 글자예요. 『죄와 벌』 세 권 반 분량이에요.

책마다 며칠 걸릴까

분당 400글자, 하루 20분 기준으로 책 한 권에 며칠이 드는지 정리했어요. 쪽수는 에테르 라이브러리 PDF 기준이라 앞뒤 부속을 포함해요.

책PDF 쪽수본문 글자(약)하루 20분이면
변신67쪽3만 9천5일
군주론123쪽5만 9천8일
명상록148쪽7만 8천10일
데미안180쪽10만 1천13일
위대한 개츠비207쪽10만 7천14일
프랑켄슈타인273쪽15만 5천20일
오디세이아404쪽24만 4천31일
오만과 편견458쪽25만 1천32일
세네카 대화편417쪽26만 1천33일
죄와 벌766쪽43만 2천54일
국부론1,109쪽68만 3천86일

『변신』은 한 주 출근길이면 끝나요. 『죄와 벌』도 두 달이 안 걸리고요. 766쪽이라는 숫자만 볼 때와는 느낌이 꽤 다르죠.

계산 3: 1년짜리 서가를 짜 보면

평일 260일 안에 들어가는 묶음을 하나 만들어 봤어요. 『변신』, 『군주론』, 『명상록』, 『싯다르타』, 『자유론』, 『데미안』, 『위대한 개츠비』, 『프랑켄슈타인』, 『월든』, 『오디세이아』, 『오만과 편견』, 『죄와 벌』. 이 열두 권을 합치면 약 186만 글자, 하루 20분으로 233일이에요. 평일을 다 쓰고도 27일이 남아요. 아픈 날, 바쁜 주, 그냥 쉬고 싶은 날을 넉넉히 빼 두어도 된다는 뜻이에요.

성인 평균이 1년에 3.9권이니까 열두 권이면 세 배가 넘어요. 그것도 매일이 아니라 평일 20분으로요.

계산이 말해 주지 않는 것들

숫자가 너무 낙관적으로 보인다면 맞아요. 몇 가지는 계산에 안 들어가 있어요.

철학책은 대개 소설보다 느려요. 『명상록』이나 『세네카 대화편』은 한 문단을 읽고 창밖을 보게 되는 책이라, 글자 수로 잡은 날수보다 더 걸릴 가능성이 커요. 반대로 『위대한 개츠비』나 『프랑켄슈타인』처럼 이야기가 끌고 가는 책은 20분이 30분이 되는 날이 생기고요.

그리고 처음 며칠은 느려요. 『죄와 벌』 앞부분에서 한 사람에게 이름이 셋씩 붙는 걸 보면 누구나 속도가 떨어져요. 그 고비만 넘기면 다시 빨라지니까, 첫 주의 속도로 1년을 판단하지 않는 게 좋아요.

마지막으로, 이 계산의 진짜 쓸모는 목표를 세우는 데 있지 않아요. "766쪽은 무리"라는 막연한 겁을 "54일"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로 바꿔 주는 데 있어요. 겁은 숫자를 만나면 생각보다 쉽게 작아지거든요. 오늘 20분, 라이브러리에서 가장 얇은 책부터 열어 보세요.

참고한 자료

이 글은 사람과 AI가 함께 만들었어요. 주제와 방향은 EtherXync 운영자가 정하고, 자료 조사와 초안은 AI(Claude)가 함께해요. 인용과 숫자는 출처를 확인해 밝혀요. 어떻게 만드는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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