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
프랑켄슈타인제21장
차례
로그인

제21장

나는 곧 치안판사 앞으로 끌려갔다. 차분하고 온화한 몸가짐을 지닌 선량한 노인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다소 엄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더니, 나를 데려온 사람들 쪽으로 몸을 돌려 이번 일에 누가 증인으로 나섰느냐고 물었다.

사내 대여섯 명이 앞으로 나섰다. 치안판사가 그 가운데 하나를 고르자 그 사내가 진술했다. 간밤에 아들과 처남 대니얼 뉴전트와 함께 고기잡이를 나갔는데, 열 시쯤 북쪽에서 거센 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항구로 배를 돌렸다고 했다. 달이 아직 뜨지 않아 몹시 어두운 밤이었다. 그들은 항구에 배를 대지 않고, 늘 하던 대로 2마일쯤 아래쪽의 작은 후미에 배를 댔다. 어부는 고기잡이 도구 일부를 메고 앞장서 걸었고, 동무들은 얼마쯤 떨어져 뒤따랐다. 모래밭을 따라 걸어가다가 그는 무언가에 발이 걸려 땅바닥에 길게 엎어졌다. 동무들이 일으켜 주려고 다가왔고, 등불에 비춰 보니 그가 넘어진 곳에는 누가 보아도 죽은 것이 분명한 한 남자의 몸이 놓여 있었다. 처음에 그들은 물에 빠져 죽은 누군가의 시체가 파도에 밀려 뭍으로 올라왔으려니 짐작했다. 그러나 살펴보니 옷은 젖어 있지 않았고, 몸도 그때까지 식지 않은 채였다. 그들은 곧바로 시체를 그 근처에 사는 노파의 오두막으로 옮겨 숨을 되살려 보려 했으나 헛일이었다. 스물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잘생긴 젊은이였다. 목에 남은 검은 손가락 자국 말고는 폭행의 흔적이 전혀 없었으니, 아무래도 목이 졸려 죽은 것 같았다.

진술의 앞부분은 내 관심을 조금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손가락 자국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동생이 살해된 일을 떠올리고 몹시 동요했는데, 팔다리가 떨리고 눈앞이 안개가 낀 듯 흐려져서, 나는 의자에 기대어 겨우 몸을 가누어야 했다. 치안판사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지켜보았고, 당연히 내 태도에서 좋지 않은 징조를 읽어 냈다.

아들도 아버지의 이야기가 맞다고 했다. 그런데 불려 나온 대니얼 뉴전트는, 동무가 넘어지기 바로 전에 바닷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사람만 탄 배 한 척을 보았으며, 별 몇 개의 빛으로 가늠할 수 있는 한 그것은 내가 방금 타고 들어온 바로 그 배였다고 맹세하며 단언했다.

한 여자는 자기가 바닷가 가까이에 사는데,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기 한 시간쯤 전에 오두막 문간에 서서 어부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한 사람만 탄 배 한 척이 나중에 시체가 발견된 바로 그 언저리의 물가를 떠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여자는 어부들이 시체를 자기 집으로 들고 왔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시체는 식어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은 시체를 침대에 눕히고 몸을 문질렀으며, 대니얼은 약제사를 부르러 읍내로 달려갔지만 숨은 이미 완전히 끊어진 뒤였다.

다른 사내 몇 사람이 내가 뭍에 오른 일을 두고 신문을 받았다. 그들은 밤사이 거센 북풍이 불었으니 내가 여러 시간 동안 바다 위를 이리저리 떠돌다가 떠났던 곳과 거의 같은 자리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데 입을 모았다. 게다가 그들은 내가 시체를 다른 곳에서 싣고 온 것으로 보이며, 이 해안을 잘 모르는 듯하니 시체를 내려놓은 곳에서 ○○○ 읍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모른 채 이 항구로 들어왔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커윈 씨는 이 증언을 듣고, 시체를 보면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볼 수 있도록 장례를 기다리며 시체를 안치해 둔 방으로 나를 데려가라고 했다. 아마 살해된 모습을 이야기할 때 내가 보인 극심한 동요가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치안판사와 다른 몇 사람에게 이끌려 여관으로 갔다. 일이 많기도 했던 그날 밤에 겹친 기이한 우연들에 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체가 발견된 무렵 나는 내가 머물던 섬에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음을 알았으므로, 이 일이 어떻게 끝날지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나는 시체가 놓인 방으로 들어가 관 앞으로 이끌려 갔다. 그것을 보았을 때의 내 느낌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공포로 목이 타들어 가고, 그 무서운 순간을 떠올리면 몸서리와 고통을 피할 수 없다. 헨리 클레르발의 생명 없는 몸이 내 앞에 길게 누워 있는 것을 본 순간, 신문도, 치안판사와 증인들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도 꿈처럼 내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숨을 헐떡였고, 시체 위에 몸을 던지며 외쳤다. "사랑하는 헨리, 사람을 죽이는 내 음모가 너의 목숨마저 앗아 갔단 말이냐? 둘은 이미 내가 죽였다. 다른 희생자들도 제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너는, 클레르발, 나의 벗, 나의 은인인 너는…"

사람의 몸으로는 내가 겪는 고통을 더는 견딜 수 없었고, 나는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방 밖으로 실려 나갔다.

그 뒤로 열병이 찾아왔다. 나는 두 달 동안 죽음의 문턱에 누워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그동안 내가 쏟아 낸 헛소리가 무시무시했다고 한다. 나는 스스로를 윌리엄과 저스틴과 클레르발을 죽인 살인자라고 불렀다. 어떤 때는 나를 괴롭히는 악귀를 없애도록 도와 달라고 곁에서 시중드는 사람들에게 애원했고, 또 어떤 때는 괴물의 손가락이 벌써 내 목을 움켜쥐는 것을 느끼며 고통과 공포에 겨워 크게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나는 모국어로 말했으므로 내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커윈 씨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내 몸짓과 처절한 울부짖음만으로도 다른 증인들은 충분히 겁에 질렸다.

나는 왜 죽지 않았던가? 일찍이 어떤 인간보다도 비참했던 내가, 왜 망각과 안식 속으로 가라앉지 못했던가? 죽음은 피어나는 아이들을, 그 아이들을 애지중지하는 부모의 하나뿐인 희망을 숱하게 앗아 간다. 하루는 건강과 희망으로 꽃피어 있던 신부와 젊은 연인이 이튿날에는 벌레의 먹이가 되어 무덤 속에서 썩어 가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졌기에, 형벌의 수레바퀴가 돌아가듯 끊임없이 고문을 새로 시작하던 그 숱한 충격을 이렇게 견뎌 낼 수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두 달 뒤, 꿈에서 깨어나듯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감옥 안의 초라한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둘레에는 간수와 옥지기와 빗장, 그 밖에 지하 감옥의 온갖 비참한 도구가 늘어서 있었다. 내가 그렇게 깨어나 정신이 든 것은 아침이었다고 기억한다.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한 것은 잊어버렸고 그저 어떤 큰 불행이 갑자기 나를 덮쳤다는 느낌만 들었는데, 둘레를 둘러보고 창살 박힌 창문과 내가 있는 방의 지저분한 꼴을 보자 모든 것이 번개처럼 기억에 되살아났고, 나는 쓰라린 신음을 토했다.

그 소리에 내 곁 의자에서 자고 있던 노파가 깨어났다. 삯을 받고 나를 돌보는 간병인으로 옥지기 한 사람의 아내였는데, 그 얼굴에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온갖 나쁜 기질이 드러나 있었다. 얼굴의 주름은 비참한 광경을 보아도 아무 동정도 느끼지 않는 데 길든 사람들의 얼굴처럼 딱딱하고 거칠었다. 말투에는 무관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노파는 영어로 내게 말을 걸었는데, 그 목소리는 내가 앓는 동안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 같았다.

"이제 좀 나아졌소, 나리?" 노파가 말했다.

나는 같은 말로,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것 같소.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내가 꿈을 꾼 것이 아니라면, 아직 살아서 이 비참과 공포를 느껴야 하는 것이 원통하오."

"그 일이라면," 노파가 대답했다. "당신이 죽인 그 신사 이야기라면, 차라리 죽는 편이 당신한테 나았을 거요. 아무래도 일이 험하게 돌아갈 것 같으니 말이오! 하긴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나는 당신을 간호해서 낫게 하라고 보내진 사람이오. 나는 떳떳한 양심으로 내 할 일을 하오. 누구나 그렇게만 하면 좋으련만."

죽음의 바로 그 문턱에서 겨우 살아난 사람에게 그토록 매정한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그 여자에게서 나는 역겨움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나는 기운이 없었고, 지나간 모든 일을 곰곰이 되짚어 볼 힘도 없었다. 내 삶 전체가 한바탕 꿈처럼 여겨졌다. 그것이 정말로 다 사실인지 이따금 의심스러웠는데, 그 일들이 한 번도 현실의 무게를 띠고 내 마음에 떠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눈앞을 떠돌던 영상들이 또렷해지자 나는 다시 열이 올랐다. 어둠이 나를 에워싸고 짓눌렀다. 사랑이 담긴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달래 줄 사람은 곁에 아무도 없었고, 나를 붙들어 줄 정다운 손도 없었다. 의사가 와서 약을 지어 주었고 노파가 그 약을 달여 주었지만, 의사에게서는 철저한 무관심이 보였고, 노파의 얼굴에는 잔인한 기색이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삯을 받을 사형 집행인 말고 누가 살인자의 운명에 마음을 쓰겠는가?

이것이 처음에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는 곧 커윈 씨가 내게 더없는 친절을 베풀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감옥에서 가장 좋은 방을 나를 위해 마련하게 했고(가장 좋다는 방도 참으로 비참했지만), 의사와 간병인을 구해 준 것도 그였다. 그가 나를 보러 오는 일이 드물기는 했다. 모든 사람의 고통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살인자가 몸부림치며 비참하게 헛소리를 늘어놓는 자리에 함께 있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따금 와서 내가 내버려져 있지 않은지 살폈지만, 머무는 시간은 짧았고 찾아오는 사이는 길었다.

어느 날, 차츰 회복해 가던 나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눈은 반쯤 뜬 채였고, 뺨은 죽은 사람처럼 핏기 없이 거무스름했다. 나는 우울과 비참에 짓눌려, 불행만이 가득한 이 세상에 남아 있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죽음을 찾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한때는 차라리 죄를 자백하고 법의 벌을 받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가엾은 저스틴보다 내가 덜 결백했으니까.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내 방 문이 열리고 커윈 씨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동정과 연민이 어려 있었다. 그는 의자를 내 의자 가까이 끌어다 놓고 프랑스어로 내게 말을 걸었다.

"이곳이 당신에게 무척 괴로울 것 같아 걱정이오.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내가 해 줄 일이 있겠소?"

"고맙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그런 것은 제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 넓은 세상 어디에도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위안은 없습니다."

"당신처럼 그토록 기이한 불행에 짓눌린 사람에게 낯선 사람의 동정이 그리 위안이 되지 못하리라는 것은 나도 아오. 하지만 당신은 머지않아 이 음울한 곳을 떠나게 되기를 바라오. 당신에게 걸린 죄를 벗길 증거는 틀림없이 쉽게 나올 테니 말이오."

"그것은 제게 가장 하찮은 걱정입니다. 저는 기이한 일들이 잇따르는 바람에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인간이 되었습니다. 지금껏 박해와 고문을 받아 왔고 지금도 받고 있는데, 죽음이 제게 무슨 해가 되겠습니까?"

"요즘 일어난 기이한 일들보다 더 불행하고 괴로운 일은 정말 없을 것이오. 당신은 무슨 놀라운 우연으로 손님 대접이 좋기로 이름난 이 바닷가에 떠밀려 왔다가, 곧바로 붙잡혀 살인 혐의를 받았소. 그리고 당신 눈에 맨 처음 들어온 광경은 도무지 까닭을 알 수 없이 살해되어, 마치 어떤 악귀가 당신 앞길에 가로놓아 둔 것만 같은 당신 벗의 시체였소."

커윈 씨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 지난 고통을 되돌아보며 몹시 동요하면서도 나는 그가 나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아는 듯해서 적잖이 놀랐다. 아마 내 얼굴에 놀란 기색이 드러났던 모양이다. 커윈 씨가 서둘러 말했다.

"당신이 쓰러지자마자, 당신 몸에 지니고 있던 서류가 모두 내게 왔소. 나는 당신의 불행과 병을 친척들에게 알릴 실마리를 찾으려고 그 서류를 살펴보았소. 편지가 여러 통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첫머리를 보니 당신 아버지가 보낸 것이었소. 나는 곧바로 제네바에 편지를 썼소. 내 편지가 떠난 지 벌써 두 달 가까이 되었소. 그런데 당신은 아직 아프구려. 지금도 떨고 있소. 어떤 동요도 지금의 당신에게는 해롭소."

"이렇게 애태우며 기다리는 것이 가장 끔찍한 일보다 천 배는 더 괴롭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또 어떤 죽음의 장면이 벌어졌고, 이번에는 누가 살해되어 제가 슬퍼해야 합니까?"

"당신 가족은 모두 무사하오." 커윈 씨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누군가, 당신의 벗 한 사람이 당신을 보러 왔소."

어떤 생각의 사슬을 거쳐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살인자가 내 비참을 비웃고, 클레르발의 죽음으로 나를 조롱하며, 자기의 지옥 같은 욕망에 따르라고 나를 새로이 부추기러 왔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꿰뚫었다. 나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괴로움에 겨워 외쳤다.

"아! 그자를 데려가십시오! 저는 그자를 볼 수 없습니다. 제발, 그자를 들이지 마십시오!"

커윈 씨는 난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외침을 내 죄의 증거로 여길 수밖에 없었고, 꽤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젊은이, 나는 아버지가 왔다면 그렇게 격하게 싫어하기는커녕 반가워할 줄 알았소."

"아버지라니요!" 나는 외쳤다. 얼굴의 모든 선과 근육이 고뇌에서 기쁨으로 풀어졌다. "정말 아버지가 오셨습니까?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런데 어디 계십니까? 왜 서둘러 제게 오지 않으십니까?"

내 태도가 바뀌자 치안판사는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아까의 내 외침이 잠깐 섬망이 도진 탓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는 곧 처음의 선량한 태도를 되찾았다. 그는 일어나 간병인과 함께 방을 나갔고, 잠시 뒤 아버지가 들어왔다.

이때 아버지가 와 준 것보다 더 큰 기쁨은 내게 없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며 외쳤다.

"그러면 아버지는 무사하십니까? 엘리자베스도, 어니스트도 무사합니까?"

아버지는 모두 잘 있다고 거듭 일러 나를 진정시켰고, 내 마음이 그토록 끌리는 이야기들을 오래 들려주며 가라앉은 내 기운을 북돋우려 애썼다. 그러나 감옥이 즐거움이 깃들 곳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버지도 곧 느꼈다. "네가 지내는 곳이 이 무슨 곳이냐, 아들아!" 아버지는 창살 박힌 창문과 방의 비참한 꼴을 서글프게 둘러보며 말했다. "너는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났는데, 어떤 숙명이 너를 뒤쫓는 것만 같구나. 그리고 가엾은 클레르발은…"

불행하게 살해된 벗의 이름은 약해진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아아, 그렇습니다, 아버지." 내가 대답했다. "더없이 끔찍한 어떤 운명이 제 위에 드리워져 있고, 저는 그 운명을 이루기 위해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틀림없이 헨리의 관 위에서 죽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래 이야기를 나누도록 허락받지 못했다. 내 건강이 위태로웠으므로 안정을 지키려면 할 수 있는 온갖 조심을 다 해야 했다. 커윈 씨가 들어와 너무 애를 쓰다가 기운이 다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모습은 내게 나를 지켜 주는 착한 천사의 모습과 같았고, 나는 차츰 건강을 되찾았다.

병이 물러가자, 나는 그 무엇으로도 걷어 낼 수 없는 어둡고 시커먼 우울에 빠져들었다. 클레르발의 모습이 끔찍하게 살해된 채로 언제나 내 눈앞에 있었다. 그런 생각에 빠져 내가 동요하는 바람에, 곁의 사람들이 위험하게 병이 도질까 봐 두려워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아, 그들은 왜 이토록 비참하고 혐오스러운 목숨을 지켜 주었던가? 그것은 틀림없이 내가 내 운명을 이루게 하려는 것이었고, 그 운명은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곧, 아, 아주 곧, 죽음이 이 고동을 멈추게 하고 나를 짓눌러 흙으로 끌어내리는 엄청난 고뇌의 무게에서 나를 풀어 줄 것이며, 정의의 심판을 집행하고 나면 나 또한 안식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때는 죽음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죽고 싶은 마음은 늘 내 생각 속에 있었다. 나는 몇 시간이고 꼼짝도 하지 않고 말도 없이 앉아, 나와 나의 파괴자를 그 폐허 속에 함께 묻어 버릴 어떤 거대한 격변이 일어나기를 바라곤 했다.

순회 재판 철이 다가왔다. 나는 이미 석 달째 감옥에 있었다. 아직 기력이 없었고 언제 병이 도질지 모르는 위험이 끊이지 않았지만, 재판이 열리는 그 주의 중심 도시까지 100마일 가까운 길을 가야 했다. 커윈 씨는 증인을 모으고 변론을 준비하는 온갖 수고를 손수 맡아 주었다. 이 사건은 생사를 가르는 법정에 올라가지 않았으므로, 나는 죄인으로 사람들 앞에 서는 치욕은 면했다. 벗의 시체가 발견된 시각에 내가 오크니제도에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어 대배심이 기소를 기각했고, 나는 그리로 옮겨진 지 2주 만에 감옥에서 풀려났다.

아버지는 내가 형사 고발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다시 맑은 공기를 마시고 고국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것을 알고 기뻐 어쩔 줄 몰랐다. 나는 그런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 내게는 지하 감옥의 벽이나 궁전의 벽이나 똑같이 끔찍했다. 삶의 잔에는 영원히 독이 들었다. 마음이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들에게처럼 내게도 해는 비쳤지만, 내 둘레에는 짙고 무시무시한 어둠뿐이었고, 그 어둠을 뚫는 빛이라고는 나를 노려보는 두 눈의 희미한 빛뿐이었다. 어떤 때 그것은 죽어 가며 힘없이 감기던 헨리의 표정 풍부한 눈이었다. 검은 눈동자는 눈꺼풀에 거의 덮였고, 길고 검은 속눈썹이 그 가장자리를 둘렀다. 어떤 때 그것은 잉골슈타트의 내 방에서 처음 보았던 괴물의 물기 어린 흐린 눈이었다.

아버지는 내 안의 애정을 일깨우려 애썼다. 아버지는 내가 곧 가게 될 제네바 이야기를, 엘리자베스와 어니스트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그 말들은 내게서 깊은 신음만 끌어낼 뿐이었다. 사실 이따금은 행복해지고 싶은 바람이 들어, 서글픈 기쁨에 잠겨 사랑하는 사촌을 떠올리기도 했고, 어린 시절 그토록 정다웠던 푸른 호수와 빠른 론강을 다시 보고 싶어 애가 타는 향수병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내 마음은 무감각에 빠져 있어서, 감옥도 자연의 가장 성스러운 풍경만큼이나 반가운 거처였다. 이런 상태가 끊기는 것은 고뇌와 절망의 발작이 덮칠 때뿐이었다. 그런 순간이면 나는 내가 혐오하는 이 삶을 끝내려고 자주 애썼고, 내가 어떤 끔찍한 짓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려면 끊임없이 곁을 지키며 살펴야 했다.

그래도 내게는 한 가지 의무가 남아 있었고, 그 의무를 떠올리자 마침내 내 이기적인 절망도 꺾였다. 나는 지체 없이 제네바로 돌아가 내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을 지켜야 했다. 그리고 살인자를 기다리며 숨어 있다가, 어떤 우연으로 내가 그가 숨은 곳에 이르게 되거나 그가 감히 다시 나타나 나를 파멸시키려 한다면, 빗나가지 않는 겨냥으로, 내가 더욱 괴물 같은 영혼의 흉내까지 불어넣어 준 그 괴물 같은 형상의 존재를 끝장내야 했다. 아버지는 내가 여행의 피로를 견디지 못할까 봐 걱정하여 아직 떠나기를 미루고 싶어 했다. 나는 산산이 부서진 난파선, 인간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력은 다 빠져 있었다. 나는 그저 해골이었고, 열병이 밤낮으로 내 야윈 몸을 갉아먹었다.

그런데도 내가 그토록 안달하며 조급하게 아일랜드를 떠나자고 조르자, 아버지는 내 뜻을 따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르아브르로 가는 배에 자리를 얻었고, 순풍을 받으며 아일랜드 해안을 떠났다. 한밤중이었다. 나는 갑판에 누워 별을 바라보며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일랜드를 내 눈앞에서 가려 주는 어둠을 나는 반겼고, 곧 제네바를 보게 되리라는 생각에 맥박이 열띤 기쁨으로 뛰었다. 지난 일은 무서운 꿈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내가 탄 배와, 저주스러운 아일랜드 해안에서 나를 실어 가는 바람과, 나를 둘러싼 바다는, 이것이 환영이 아니며 나의 벗이자 가장 소중한 길동무였던 클레르발이 나와 내가 만든 괴물에게 희생되었다는 것을 너무도 뚜렷이 일러 주었다. 나는 기억 속에서 내 삶 전체를 되짚어 보았다. 제네바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시절의 조용한 행복, 어머니의 죽음, 잉골슈타트로 떠나던 날. 나는 몸서리치며 나를 몰아세워 그 흉측한 적을 만들게 한 미친 열정을 떠올렸고, 그가 처음으로 살아난 그 밤을 기억에 불러냈다. 나는 그 생각을 끝까지 따라갈 수 없었다. 천 가지 감정이 나를 짓눌렀고, 나는 비통하게 울었다.

열병에서 회복한 뒤로 나는 밤마다 아편팅크를 조금씩 먹는 버릇이 들었다. 목숨을 이어 가는 데 필요한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약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불행의 기억에 짓눌린 나는 그날 밤 평소의 두 배를 삼켰고, 곧 깊이 잠들었다. 그러나 잠도 생각과 비참에서 나를 쉬게 해 주지 못했다. 꿈속에 나를 겁에 질리게 하는 것들이 천 가지나 나타났다. 새벽녘에는 가위 같은 것에 눌렸다. 악귀의 손아귀가 내 목을 움켜쥐는 것이 느껴졌는데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 신음과 비명이 귓가에 울렸다. 곁에서 나를 지켜보던 아버지가 내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나를 깨웠다. 둘레에는 파도가 철썩였고, 위에는 흐린 하늘이 있었다. 악귀는 여기에 없었다. 안도감이, 지금 이 시간과 거스를 수 없는 재앙의 앞날 사이에 휴전이 맺어졌다는 느낌이, 사람의 마음이 그 생김새부터 유난히 잘 빠져들게 되어 있는 일종의 고요한 망각을 내게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