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
프랑켄슈타인월턴의 편지 (이어서)
차례
로그인

월턴의 편지 (이어서)

17○○년 8월 26일.

누님, 이 기이하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읽으셨습니다. 지금도 제 피를 얼어붙게 하는 그 공포로 누님의 피도 얼어붙는 것 같지 않으십니까? 그는 갑자기 극심한 고통에 사로잡혀 이야기를 잇지 못할 때도 있었고, 또 어떤 때는 갈라지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고뇌에 찬 말들을 힘겹게 내뱉기도 했습니다. 그의 아름답고 고운 두 눈은 분노로 타오르다가도 어느새 고개 숙인 슬픔으로 가라앉아 끝없는 비참 속에 꺼져 들었습니다. 때로는 얼굴빛과 목소리를 다스려, 동요의 기색을 모두 누른 채 더없이 끔찍한 사건들을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다가도, 화산이 터지듯 얼굴이 갑자기 더없이 사나운 분노의 표정으로 바뀌었고, 그는 자기를 박해하는 자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앞뒤가 이어져 있고, 더없이 꾸밈없는 진실처럼 들립니다. 그래도 털어놓자면, 그가 보여 준 펠릭스와 사피의 편지, 그리고 우리 배에서 본 괴물의 모습이, 아무리 간절하고 조리 있는 그의 단언보다도 그 이야기가 참이라는 것을 더 굳게 믿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괴물이 정말로 있다는 말입니다! 저는 그것을 의심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놀라움과 경탄에 넋을 잃고 맙니다. 저는 이따금 프랑켄슈타인에게서 그의 피조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아내려 했지만, 이 점에서만은 그는 조금도 틈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벗이여, 당신 미쳤소?" 그가 말했습니다. "아니면 그 분별없는 호기심이 당신을 어디로 이끄는 것이오? 당신도 자신과 세상을 위해 악마 같은 적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내 불행에서 배우고, 당신의 불행을 늘리려 하지 마시오."

프랑켄슈타인은 제가 그의 이야기를 받아 적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것을 보여 달라고 하더니, 몸소 여러 군데를 고치고 보탰는데, 주로 자기 적과 나눈 대화에 생기와 숨결을 불어넣는 데 손을 댔습니다. "당신이 내 이야기를 간직해 두었으니," 그가 말했습니다. "잘려 나간 이야기가 후세에 전해지기를 나는 바라지 않소."

이렇게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는 일찍이 상상력이 지어낸 어떤 이야기보다 기이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와 그의 고결하고 온화한 태도 때문에 저는 손님에게 깊은 관심을 품게 되었고, 그 관심이 제 생각과 영혼의 모든 감정을 송두리째 빨아들였습니다. 저는 그를 달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한없이 비참하고 위로받을 희망을 모조리 잃은 사람에게 살라고 권할 수 있겠습니까? 아, 그럴 수 없습니다! 그가 이제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산산이 부서진 정신을 평화와 죽음으로 가라앉힐 때 찾아오는 기쁨뿐일 것입니다. 그래도 그에게는 고독과 헛소리가 낳은 위안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꿈속에서 벗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교감에서 자기 불행을 달랠 위안이나 복수를 부추기는 힘을 얻을 때, 그 벗들이 자기 공상이 지어낸 것이 아니라 머나먼 세계에서 자기를 찾아온 바로 그들 자신이라고 믿습니다. 이 믿음이 그의 몽상에 엄숙함을 더해 주어, 제게는 그 몽상이 진실만큼이나 위엄 있고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우리 대화가 늘 그의 내력과 불행에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문학 전반 어느 분야에서든 그는 끝없는 지식과 빠르고 날카로운 이해력을 보여 줍니다. 그의 웅변은 힘차고 가슴을 울려서, 그가 애처로운 사건을 이야기하거나 연민이나 사랑의 감정을 자아내려 할 때면, 저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가 없습니다. 몰락한 지금도 이토록 고귀하고 신과 같으니, 번창하던 시절에는 얼마나 눈부신 사람이었겠습니까! 그는 자기의 값어치와, 자기가 얼마나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지를 아는 것 같습니다.

"더 젊었을 때," 그가 말했습니다. "나는 내가 무언가 큰일을 하도록 운명 지어졌다고 믿었소. 나는 감정이 깊소. 그러나 빛나는 업적을 이루기에 알맞은 냉철한 판단력도 지니고 있었소. 같은 인간들에게 쓸모 있을지도 모르는 재능을 쓸데없는 슬픔 속에 내버리는 것은 죄라고 여겼기에, 내 본성의 값어치를 믿는 이 마음이 다른 사람이라면 짓눌렸을 때에도 나를 버티게 해 주었소. 내가 이룬 일, 다름 아닌 감각과 이성을 지닌 동물을 창조한 일을 돌이켜 볼 때면, 나는 나 자신을 흔해 빠진 궁리꾼들의 무리와 한데 놓을 수 없었소. 그러나 내가 처음 길을 나설 때 나를 버티게 해 준 이 생각이, 이제는 나를 더 깊은 먼지 속으로 처박을 뿐이오. 내 모든 궁리와 희망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고, 전능을 넘보았던 그 대천사처럼 나는 영원한 지옥에 사슬로 묶여 있소. 내 상상력은 생생했고 분석하고 실행하는 힘도 강렬했는데, 이 두 자질이 하나로 합쳐진 덕분에 나는 사람을 창조한다는 생각을 품었고, 그것을 해냈소. 지금도 그 일이 끝나지 않았던 무렵의 몽상을 떠올리면 가슴이 끓어오르오. 나는 생각 속에서 하늘을 거닐었소. 어떤 때는 내 힘에 우쭐했고, 어떤 때는 그 힘이 낳을 결과를 생각하며 불타올랐소. 나는 어려서부터 높은 희망과 드높은 야망을 품고 자랐소. 그런데 얼마나 깊이 가라앉았는지! 오, 벗이여, 예전의 나를 알았더라면 당신은 이렇게 타락한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오. 낙담이 내 마음을 찾아오는 일은 드물었고, 높은 운명이 나를 실어 가는 것만 같았소. 내가 떨어져서, 다시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될 때까지는."

그렇다면 저는 이 훌륭한 존재를 잃어야 한단 말입니까? 저는 벗을 그리워했습니다. 저와 공감하고 저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아 헤맸습니다. 보십시오, 이 황량한 바다에서 저는 그런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값어치를 알자마자 그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렵습니다. 저는 그가 삶과 화해하게 하고 싶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물리칩니다.

"고맙소, 월턴." 그가 말했습니다. "이토록 비참한 인간에게 친절한 뜻을 품어 주어서. 하지만 당신이 새로운 인연과 새로운 애정을 이야기할 때, 그 무엇이 떠나간 이들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오? 어떤 남자가 내게 클레르발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겠소? 어떤 여자가 또 하나의 엘리자베스가 될 수 있겠소? 남다른 장점 때문에 애정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 경우에도, 어린 시절의 길동무는 언제나 우리 마음에 어떤 힘을 지니고 있어서, 나중에 사귄 벗은 그런 힘을 거의 얻지 못하오. 그들은 우리의 어린 시절 기질을 알고, 그 기질은 나중에 아무리 바뀌어도 결코 뿌리 뽑히지 않는 법이니, 그들은 우리 동기가 올곧은지 더 확실하게 가늠하며 우리 행동을 판단할 수 있소. 누이나 형제는, 일찍부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은 한, 서로를 속임수나 협잡으로 의심하는 일이 없지만, 다른 벗은 아무리 굳게 정이 들었더라도 저도 모르게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될 수 있소. 그런데 나는 습관과 어울림 때문만이 아니라 그 사람됨 때문에 소중했던 벗들을 누렸소. 그리고 내가 어디에 있든 내 엘리자베스의 달래는 목소리와 클레르발의 이야기가 언제까지나 귓가에 속삭일 것이오. 그들은 죽었소. 그리고 이런 고독 속에서 내게 목숨을 이어 가라고 설득할 수 있는 감정은 단 하나뿐이오. 내가 같은 인간들에게 널리 쓸모 있을 어떤 고귀한 일이나 계획에 매달려 있다면, 그것을 이루려고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내 운명은 그렇지 않소. 나는 내가 생명을 준 그 존재를 뒤쫓아 없애야 하오. 그러면 이 땅에서 내 몫은 다 이루어질 것이고, 나는 죽어도 되오."


9월 2일.

사랑하는 누님께

저는 위험에 둘러싸인 채, 그리운 영국과 그곳에 사는 더 그리운 벗들을 다시 볼 운명이 제게 남아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이 편지를 씁니다. 우리는 빠져나갈 틈이라고는 없는 얼음산들에 에워싸여 있고, 그 얼음산들은 언제라도 배를 짓부술 듯 위협합니다. 제가 설득해서 길동무로 삼은 용감한 사람들이 도움을 바라며 저를 쳐다보지만, 제게는 내줄 도움이 없습니다. 우리 처지에는 무언가 몸서리쳐지도록 두려운 것이 있습니다. 그래도 제 용기와 희망은 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람의 목숨이 저 때문에 위태로워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우리가 죽는다면, 그 까닭은 제 미친 계획입니다.

그러면 누님, 누님의 마음은 어떠하시겠습니까? 누님께서는 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신 채 애타게 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실 것이고, 여러 해가 흐르는 동안 때때로 절망에 사로잡히시면서도 희망에 시달리실 것입니다. 아, 사랑하는 누님, 진심으로 품으신 기대가 맥없이 꺾여 가는 것을 생각하면, 제게는 그것이 제 죽음보다 더 끔찍합니다. 그래도 누님께는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으니, 누님은 행복하실 수 있습니다. 하늘이 누님께 복을 내려 행복하게 해 주기를!

불운한 제 손님은 더없이 따뜻한 연민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그는 제게 희망을 불어넣으려 애쓰고,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처럼 말합니다. 그는 이 바다에 도전했던 다른 항해자들에게도 같은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지 일깨워 주고, 저도 모르게 저를 밝은 예감으로 채웁니다. 선원들조차 그의 웅변의 힘을 느낍니다. 그가 말을 하면 그들은 더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들의 기운을 북돋우고, 그들은 그의 목소리를 듣는 동안에는 이 거대한 얼음산들이 사람의 결심 앞에서 사라져 버릴 두더지 흙두둑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분은 오래가지 않아서, 기대가 미뤄지는 날마다 그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저는 이 절망 때문에 반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9월 5일.

방금 참으로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났는데, 이 글이 누님께 끝내 닿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록해 두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얼음산들에 에워싸여 있고, 얼음산들이 서로 부딪치는 틈에 짓부서질 위험이 여전히 코앞에 있습니다. 추위가 혹독해서, 불운한 동료들 가운데 여럿이 벌써 이 황량한 곳에서 무덤을 찾았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건강은 날마다 나빠졌습니다. 그의 눈에는 아직 열띤 불길이 깜박이지만 그는 기진맥진하여, 갑자기 무슨 일로 기운을 끌어내고 나면 곧 다시 죽은 듯 가라앉고 맙니다.

지난 편지에서 저는 반란이 일어날까 봐 두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아침, 반쯤 감긴 눈에 팔다리를 힘없이 늘어뜨린 벗의 창백한 얼굴을 제가 앉아서 지켜보고 있을 때, 선원 여섯 사람이 선실에 들여보내 달라고 하는 바람에 저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들이 들어왔고, 그 우두머리가 제게 말을 꺼냈습니다. 그는 자기와 동료들이 다른 선원들에게 뽑혀 대표로 왔으며, 제가 정의에 비추어 거절할 수 없는 요구를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얼음에 갇혀 있으니 아마 영영 빠져나가지 못하겠지만, 혹시라도 얼음이 흩어져 길이 트이면 이번 위험을 다행히 넘기고 나서도 제가 무모하게 항해를 이어 가 그들을 새로운 위험으로 끌고 갈까 봐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배가 풀려나면 곧바로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리겠다고 제가 엄숙히 약속해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

이 말에 저는 마음이 어지러웠습니다. 저는 절망하지 않았고, 풀려나면 돌아가겠다는 생각도 아직 품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의로 보나, 아니 할 수 있느냐로 보나, 제가 이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대답하기를 망설이고 있는데, 처음에는 잠자코 있었고 사실 귀 기울일 기운조차 거의 없어 보이던 프랑켄슈타인이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의 눈이 반짝였고, 뺨은 잠깐 되살아난 기운으로 달아올랐습니다. 그는 선원들 쪽으로 몸을 돌리고 말했습니다.

"무슨 뜻이오? 여러분은 선장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오? 여러분은 그렇게 쉽게 뜻을 꺾는단 말이오? 여러분은 이 탐험을 영광스러운 탐험이라고 부르지 않았소? 그런데 어째서 영광스러웠소? 길이 남쪽 바다처럼 평탄하고 잔잔해서가 아니라, 위험과 공포로 가득했기 때문이오. 새로운 일이 닥칠 때마다 여러분의 꿋꿋함을 불러내고 용기를 드러내야 했고, 위험과 죽음이 이 일을 에워싸고 있어서 여러분이 그것들에 맞서 이겨 내야 했기 때문이오. 그래서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그래서 명예로운 일이었소. 여러분은 훗날 인류의 은인으로 칭송받고, 여러분의 이름은 명예와 인류의 이익을 위해 죽음에 맞선 용감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우러름을 받을 터였소. 그런데 이제 보시오, 위험을 처음 상상하자마자, 아니 굳이 말하자면 여러분의 용기를 처음으로 크고 무섭게 시험하자마자, 여러분은 움츠러들어 물러서고, 추위와 위험을 견딜 힘이 없던 사람들로 후세에 전해져도 좋다고 하는구려. '가엾게도 그 사람들은 추위를 타서 따뜻한 난롯가로 돌아갔다'고 말이오. 아니, 그러려면 이런 채비도 필요 없었소. 그저 겁쟁이임을 보여 주려고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선장을 패배의 수치로 끌고 갈 까닭은 없었소. 오! 사나이가 되시오. 아니, 사나이 이상이 되시오. 목적을 굳게 지키고 바위처럼 단단하시오. 이 얼음은 여러분의 마음이 그럴 수 있는 만큼 단단한 재료로 빚어지지 않았소. 얼음은 변하는 것이어서, 여러분이 그러지 못하게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여러분을 당해 내지 못하오. 이마에 치욕의 낙인을 찍은 채 가족에게 돌아가지 말고, 싸워서 이기고 적에게 등을 돌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영웅으로 돌아가시오."

그는 말에 담긴 갖가지 감정에 맞추어 목소리를 바꾸어 가며, 드높은 뜻과 영웅다운 기상이 가득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니 선원들이 마음이 움직였다고 해서 놀라실 일이겠습니까? 그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물러가서 방금 들은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하면서, 그들이 한사코 바란다면 더 북쪽으로 데려가지는 않겠지만 생각해 보면 용기가 되살아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물러가자 저는 벗에게 몸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운이 다해 가라앉아 있었고, 거의 숨이 끊어진 것 같았습니다.

이 모든 일이 어떻게 끝날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부끄럽게 돌아가느니 차라리 죽겠습니다. 그래도 영광과 명예라는 생각에 떠받쳐지지 않는 선원들이 지금의 고난을 기꺼이 계속 견뎌 낼 리는 없으니, 그것이 제 운명이 될까 봐 두렵습니다.

9월 7일.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우리가 죽지 않는다면 돌아가기로 저는 동의했습니다. 이렇게 제 희망은 비겁함과 우유부단함에 꺾이고, 저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채 실망만 안고 돌아갑니다. 이 부당함을 참을성 있게 견디려면 제가 지닌 것보다 더 많은 철학이 필요합니다.

9월 12일.

다 끝났습니다. 저는 영국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영광을 얻으리라는 희망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벗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누님, 이 쓰라린 일들을 누님께 자세히 말씀드리려 애쓰겠습니다. 그리고 영국으로, 누님께로 실려 가는 동안 낙담하지 않겠습니다.

9월 9일, 얼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얼음섬들이 사방에서 쪼개지고 갈라지면서 멀리서 우레 같은 굉음이 들려왔습니다. 우리는 더없이 위급한 처지에 있었지만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제 관심은 주로 불운한 손님에게 쏠려 있었는데, 병세가 어찌나 깊어졌는지 그는 아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얼음이 우리 뒤에서 갈라져 북쪽으로 세차게 밀려갔고, 서쪽에서 산들바람이 일더니 11일에는 남쪽으로 가는 뱃길이 완전히 트였습니다. 선원들은 이것을 보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확실해진 것 같자, 시끌벅적한 기쁨의 함성을 크게, 오래도록 질렀습니다. 졸고 있던 프랑켄슈타인이 깨어나 웬 소란이냐고 물었습니다. "곧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함성을 지르는 것입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정말 돌아가는 것이오?"

"아아, 그렇습니다. 저는 그들의 요구를 물리칠 수 없습니다. 싫다는 사람들을 위험 속으로 끌고 갈 수는 없으니,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하시오. 그러나 나는 돌아가지 않겠소. 당신은 목적을 버려도 되지만, 내 목적은 하늘이 내게 맡긴 것이니 감히 버릴 수 없소. 나는 약하오. 그러나 내 복수를 돕는 혼령들이 틀림없이 넉넉한 힘을 내려 줄 것이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힘이 너무 부쳤습니다. 그는 뒤로 쓰러져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는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고, 저는 숨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마침내 그는 눈을 떴지만, 숨쉬기를 힘겨워했고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배의 의사는 그에게 진정제를 먹이고, 그를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라고 우리에게 이르면서, 제 벗이 몇 시간 살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선고는 내려졌고, 저는 그저 슬퍼하며 견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의 침대 곁에 앉아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고, 저는 그가 잠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곧 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저를 부르더니, 가까이 오라고 하고는 말했습니다. "아아, 내가 믿던 힘은 사라졌소. 나는 곧 죽을 것이오. 그런데 그자, 나의 적이자 박해자는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르오. 월턴, 숨이 다하는 이 마지막 순간에 내가 예전에 드러냈던 그 불타는 증오와 뜨거운 복수욕을 느끼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시오. 다만 나는 내 원수의 죽음을 바라는 것이 옳다고 느끼오.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지난날 내 행동을 되짚어 보았소. 그리고 탓할 데가 없다고 여기오. 열광의 광기에 사로잡혀 나는 이성을 지닌 피조물을 창조했고, 내 힘이 닿는 한 그의 행복과 안녕을 지켜 줄 책임을 그에게 졌소. 그것은 내 의무였소. 그러나 그보다 더 무거운 의무가 또 하나 있었소. 나와 같은 종의 존재들에 대한 내 의무가 더 큰 관심을 요구했소. 거기에 더 큰 몫의 행복이나 불행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오. 이런 생각에 떠밀려 나는 첫 피조물에게 짝을 만들어 주기를 거절했고, 거절한 것은 옳았소. 그는 악행에서 유례없는 사악함과 이기심을 드러냈소. 그는 내 벗들을 죽였고, 섬세한 감수성과 행복과 지혜를 지닌 존재들을 파멸에 바쳤소. 그리고 이 복수의 갈증이 어디서 끝날지 나는 모르오. 그 자신이 비참하니, 다른 이를 비참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그는 죽어야 하오. 그를 없애는 일은 내 몫이었으나 나는 실패했소. 이기적이고 사악한 동기에 휘둘리던 때에 나는 내가 끝내지 못한 일을 떠맡아 달라고 당신에게 청했는데, 이제 이성과 덕에만 이끌려 그 부탁을 다시 하오."

"그렇다고 이 일을 이루려고 고국과 벗들을 버려 달라고 당신에게 청할 수는 없고, 게다가 이제 영국으로 돌아가는 길이니 그와 마주칠 기회도 거의 없을 것이오. 그러나 이런 점들을 헤아리고, 당신이 의무라고 여기는 것들을 잘 저울질하는 일은 당신에게 맡기겠소. 죽음이 가까워 오니 내 판단과 생각은 벌써 흐려졌소. 내가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해 달라고 감히 청할 수 없소. 나는 아직도 정념에 눈이 멀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오."

"그가 살아남아 해악의 도구가 되리라는 것이 마음에 걸리오. 그 밖에는, 이제나저제나 풀려나기를 기다리는 지금 이 시간이 지난 여러 해 동안 내가 누린 단 하나의 행복한 시간이오. 사랑하는 죽은 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나는 서둘러 그들의 품으로 가오. 잘 있으시오, 월턴! 고요함 속에서 행복을 찾고, 야망을 피하시오. 과학과 발견으로 이름을 떨치려는, 겉보기에는 죄 없어 보이는 야망이라 할지라도. 그런데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오? 나 자신은 이 희망에 꺾였지만, 다른 누군가는 성공할지도 모르는데."

말하는 동안 그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졌고, 마침내 애쓰다 기진한 그는 입을 다물었는데, 30분쯤 뒤에 다시 말을 하려 했지만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힘없이 제 손을 쥐었고, 부드러운 미소의 빛이 입술에서 스러지는 사이 그의 눈은 영원히 감겼습니다.

누님, 이 영광스러운 정신이 때 이르게 꺼져 버린 일에 제가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겠습니까? 무슨 말을 해야 제 슬픔이 얼마나 깊은지 누님께서 헤아리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무슨 말을 하든 모자라고 힘없을 것입니다. 눈물이 흐릅니다. 제 마음은 실망의 구름에 어둡게 덮여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영국을 향해 가고 있으니, 그곳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는데 무언가가 방해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알리는 소리입니까? 지금은 한밤중입니다. 바람은 순하게 불고, 갑판의 당직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또 들립니다. 사람의 목소리 같지만 더 쉰 소리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유해가 아직 누워 있는 선실에서 들려옵니다. 일어나서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누님.

오, 하느님! 방금 얼마나 엄청난 광경이 벌어졌는지! 그 기억에 저는 아직도 어질어질합니다. 그 일을 자세히 적을 힘이 제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마지막의 경이로운 파국이 빠진다면 제가 기록해 온 이야기는 완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불운하고도 훌륭한 제 벗의 유해가 누워 있는 선실로 들어갔습니다. 그 위로 어떤 형체가 몸을 굽히고 있었는데, 무어라 묘사할 말조차 찾을 수 없는 그 형체는 키가 거인처럼 컸으나 몸의 균형은 볼품없고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관 위로 몸을 굽히고 있는 그의 얼굴은 길게 늘어진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가려 있었지만, 뻗어 나온 거대한 손 하나는 빛깔도 겉보기 살결도 미라의 손 같았습니다. 제가 다가가는 소리를 듣자 그는 비탄과 공포의 외침을 멈추고 창문 쪽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저는 그의 얼굴처럼 끔찍한 광경을, 그토록 역겹고도 소름 끼치게 흉측한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이 파괴자를 두고 제가 해야 할 의무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리려 애쓰다가, 그에게 멈추라고 외쳤습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다시 자기 창조자의 숨 없는 몸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제가 있다는 것을 잊은 듯했고, 그의 이목구비와 몸짓 하나하나가 억누를 수 없는 어떤 정념의 더없이 사나운 분노에 휘둘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 사람도 내 희생자요!" 그가 외쳤습니다. "그를 죽임으로써 내 죄는 완성되었소. 내 존재의 비참한 연쇄가 끝에 이르렀소! 오, 프랑켄슈타인! 너그럽고 자기를 바친 존재여! 이제 와서 나를 용서해 달라고 당신에게 비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소? 당신이 사랑한 모든 것을 없앰으로써 당신을 돌이킬 수 없이 파멸시킨 내가 말이오. 아아! 그는 차갑게 식었소. 내게 대답할 수 없소."

그의 목소리는 숨이 막히는 듯했습니다. 죽어 가는 벗의 부탁을 따라 그의 적을 없애는 것이 제 의무라고 일깨우던 처음의 충동은, 이제 호기심과 연민이 뒤섞인 마음에 밀려 멈칫했습니다. 저는 이 무시무시한 존재에게 다가갔습니다. 그의 흉측함에는 무언가 섬뜩하고 이 세상 것이 아닌 데가 있어서, 저는 감히 그의 얼굴로 다시 눈을 들지 못했습니다. 말을 하려 했지만 말은 입술에서 사라져 버렸고, 괴물은 거칠고 앞뒤가 맞지 않는 자책을 계속 쏟아 냈습니다. 마침내 저는 마음을 다잡고, 폭풍 같은 그의 격정이 잠시 잦아든 틈에 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당신의 뉘우침은 이제 쓸데없소." 제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그 악마 같은 복수를 이 지경까지 몰아붙이기 전에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책의 쓰라림에 마음을 썼더라면, 프랑켄슈타인은 아직 살아 있을 것이오."

"꿈이라도 꾸는 것이오?" 악령이 말했습니다. "그때 내가 고뇌와 가책에 무감각했다고 생각하오? 그는," 그가 주검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습니다. "그는 그 일이 끝나는 순간에도 괴로워하지 않았소. 아! 그 일을 하나하나 질질 끌며 해 나가는 동안 내가 겪은 고뇌의 만분의 일도 겪지 않았소. 무서운 이기심이 나를 몰아붙였고, 그동안 내 마음은 가책의 독에 물들어 있었소. 클레르발의 신음이 내 귀에 음악으로 들렸으리라 생각하오? 내 마음은 사랑과 공감을 느끼도록 빚어졌소. 그런데 불행에 비틀려 악덕과 증오로 돌아섰을 때, 내 마음은 당신이 상상도 못 할 고문을 겪지 않고는 그 거센 변화를 견디지 못했소."

"클레르발을 죽인 뒤 나는 가슴이 찢어지고 기진한 채 스위스로 돌아왔소. 나는 프랑켄슈타인을 가엾게 여겼소. 그 연민은 공포에 이를 만큼 컸소. 나는 나 자신을 혐오했소. 그러나 내 존재와 그 존재의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한꺼번에 지어낸 그가 감히 행복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내게는 비참과 절망을 쌓아 올리면서 자기는 내가 영영 누리지 못할 감정과 정념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력한 시기와 쓰라린 분노가 채울 수 없는 복수의 갈증으로 나를 가득 채웠소. 나는 내가 한 위협을 떠올렸고, 그것을 이루기로 마음먹었소. 나 자신에게 죽을 만큼의 고문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았소. 그러나 나는 내가 혐오하면서도 거역할 수 없는 충동의 노예였지, 주인이 아니었소. 그런데 그 여자가 죽었을 때! 아니, 그때 나는 비참하지 않았소. 나는 모든 감정을 내던지고 모든 고뇌를 억눌러, 넘치는 절망 속에서 날뛰었소. 그때부터 악이 나의 선이 되었소. 여기까지 떠밀려 오자, 내가 스스로 골라 들어선 그 세계에 내 본성을 맞추는 수밖에 없었소. 악마 같은 내 계획을 끝까지 해내는 것이 채울 수 없는 열망이 되었소. 그리고 이제 그것이 끝났소. 저기 나의 마지막 희생자가 있소!"

처음에는 그가 비참함을 토로하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이 그의 웅변과 설득의 힘을 두고 한 말을 떠올리고, 다시 벗의 숨 없는 몸에 눈길을 주자, 제 안에서 분노가 다시 타올랐습니다. "흉물 같으니!" 제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저지른 참화를 두고 여기 와서 징징거리다니, 참 잘하는 짓이오. 당신은 늘어선 집들에 횃불을 던져 놓고, 집들이 다 타 버리면 폐허 가운데 앉아 무너진 것을 슬퍼하는구려. 위선에 찬 악귀 같으니! 당신이 애도하는 그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는 여전히 당신의 저주받은 복수의 표적일 것이고, 또다시 그 복수의 먹이가 될 것이오. 당신이 느끼는 것은 연민이 아니오. 당신의 악의에 희생될 자가 당신 손아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한탄할 뿐이오."

"아, 그렇지 않소. 그렇지 않소." 그 존재가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러나 내 행동의 뜻이 그렇게 보이는 만큼, 당신이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오. 그래도 나는 내 비참함을 함께 느껴 줄 이를 찾지 않소. 나는 결코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오. 처음 공감을 찾았을 때 내가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은 덕을 사랑하는 마음, 내 온 존재에 넘쳐흐르던 행복과 애정의 감정이었소. 그러나 이제 덕은 내게 그림자가 되었고 행복과 애정은 쓰라리고 역겨운 절망으로 바뀌었으니, 무엇에서 공감을 찾겠소? 내 고통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혼자 고통받는 것으로 족하오. 내가 죽으면 내 기억에 혐오와 치욕이 쏟아져도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겠소. 한때 내 공상은 덕과 명성과 즐거움의 꿈으로 위로를 받았고, 한때 나는 내 겉모습을 용서하고 내가 펼쳐 보일 수 있는 훌륭한 자질 때문에 나를 사랑해 줄 존재들을 만나리라고 헛되이 바랐소. 나는 명예와 헌신이라는 높은 생각을 먹고 자랐소. 그러나 이제 죄는 나를 가장 비천한 짐승보다 더 낮게 끌어내렸소. 그 어떤 죄도, 해악도, 악의도, 비참도 내 것에 견줄 수 없소. 내 죄의 끔찍한 목록을 훑어볼 때면, 한때 선의 아름다움과 위엄을 그리는 숭고하고 초월적인 환상으로 생각이 가득했던 그 피조물이 바로 나라는 것을 믿을 수 없소. 그러나 그렇소. 타락한 천사는 사악한 악마가 되는 법이오. 그래도 신과 인간의 그 원수에게는 황량한 처지에서도 벗과 동료들이 있었소. 나는 혼자요."

"프랑켄슈타인을 벗이라 부르는 당신은 내 죄와 그의 불행을 아는 것 같소. 그러나 그가 당신에게 낱낱이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도, 무력한 정념 속에 시들어 가며 내가 견딘 그 비참한 시간과 달들을 그는 다 헤아리지 못했을 것이오. 나는 그의 희망을 부수면서도 내 소망은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오. 내 소망은 언제나 뜨겁고 굶주려 있었소. 나는 여전히 사랑과 벗을 바랐고, 여전히 걷어차였소. 여기에 부당함이 없단 말이오? 온 인류가 내게 죄를 지었는데 나만이 죄인으로 여겨져야 하오? 어째서 당신은 자기 벗을 모욕하며 문밖으로 내쫓은 펠릭스를 미워하지 않소? 어째서 자기 아이를 구해 준 은인을 죽이려 한 그 시골 사람을 저주하지 않소? 아니지, 그들은 덕스럽고 티 없는 존재들이오! 비참하고 버림받은 나는 제대로 태어나지 못한 것, 걷어차이고 짓밟혀야 할 것이오. 지금도 이 부당함을 떠올리면 피가 끓소."

"그러나 내가 비참한 존재인 것은 사실이오. 나는 사랑스럽고 힘없는 이들을 죽였소. 잠든 죄 없는 이를 목 졸라 죽였고, 나에게도 다른 어떤 생명에게도 해를 끼친 적 없는 사람의 목을 움켜쥐어 죽음에 이르게 했소. 나는 사람들 가운데 사랑과 존경을 받을 만한 모든 것의 가장 빼어난 본보기인 나의 창조자를 불행에 바쳤소. 나는 돌이킬 수 없는 파멸에 이를 때까지 그를 뒤쫓았소. 저기 그가 누워 있소. 죽음 속에 하얗고 차갑게. 당신은 나를 미워하오. 그러나 당신의 혐오는 내가 나 자신을 혐오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하오. 나는 그 짓을 저지른 이 두 손을 보고, 그 짓을 처음 그려 낸 이 마음을 생각하며, 이 두 손이 더는 내 눈에 보이지 않고 그 상상이 더는 내 생각을 괴롭히지 않을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오."

"내가 앞으로 해악의 도구가 되리라 두려워하지 마시오. 내 일은 거의 끝났소. 내 존재의 연쇄를 완성하고 이루어야 할 일을 이루는 데에는 당신의 죽음도, 다른 어느 사람의 죽음도 필요하지 않소.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의 죽음이오. 내가 이 희생을 머뭇거리리라 생각하지 마시오. 나는 나를 이리로 데려온 얼음 뗏목을 타고 당신 배를 떠나, 지구의 가장 북쪽 끝을 찾아가, 거기서 화장 장작더미를 모아 이 비참한 몸을 태워 재로 만들 것이오. 그 남은 것이 호기심 많고 불경한 어떤 인간에게 실마리가 되어, 그가 나 같은 것을 또 하나 만들어 내는 일이 없도록 말이오. 나는 죽을 것이오. 지금 나를 태우는 고통을 더는 느끼지 않을 것이고, 채워지지도 꺼지지도 않는 감정의 먹이가 되지도 않을 것이오. 나를 존재하게 한 그는 죽었소. 내가 없어지면 우리 둘에 대한 기억마저 곧 사라질 것이오. 나는 더는 해도 별도 보지 못하고, 뺨을 스치는 바람도 느끼지 못할 것이오. 빛도, 느낌도, 감각도 사라질 것이오. 그런 상태에서 나는 행복을 찾아야 하오. 몇 해 전, 이 세상이 보여 주는 모습들이 처음 내게 열렸을 때, 여름의 반가운 온기를 느끼고 나뭇잎이 사각대는 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것들이 내게 전부였을 때라면 나는 죽게 된다고 울었을 것이오. 이제는 죽음이 나의 단 하나의 위안이오. 죄로 더럽혀지고 더없이 쓰라린 가책에 찢긴 내가 죽음 말고 어디서 안식을 찾을 수 있겠소?"

"잘 있으시오! 나는 당신을, 그리고 당신 안에서 이 눈이 보게 될 마지막 인간을 떠나오. 잘 가시오, 프랑켄슈타인! 당신이 아직 살아 있고 아직 내게 복수하려는 마음을 품고 있다면, 그 복수는 내가 죽는 것보다 내가 사는 것으로 더 잘 채워질 것이오. 그러나 그렇지 않았소. 당신은 내가 더 큰 비참을 낳지 못하도록 나를 없애려 했소. 그리고 내가 모르는 어떤 길로 당신이 아직 생각하고 느끼기를 그치지 않았다 해도, 당신은 내가 지금 느끼는 것보다 더 큰 복수를 내게 바라지는 않을 것이오. 당신이 아무리 망가졌다 해도 내 고뇌는 여전히 당신의 고뇌보다 컸소. 가책의 쓰라린 침은 죽음이 내 상처를 영원히 닫을 때까지 그 상처 속에서 쑤시기를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오."

"하지만 곧," 그는 슬프고도 엄숙한 열정에 차서 외쳤습니다. "나는 죽을 것이오. 그러면 지금 느끼는 이것도 더는 느끼지 않게 되겠소. 곧 이 타오르는 괴로움도 꺼질 터이오. 나는 의기양양하게 화장 장작더미에 올라, 나를 태우는 불길의 고통 속에서 기뻐 날뛸 것이오. 그 큰불의 빛도 스러지고, 내 재는 바람에 쓸려 바다로 흩어질 것이오. 내 영혼은 평화로이 잠들 것이오. 아니, 생각이란 것을 한다 해도 결코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오. 잘 있으시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선실 창문에서 배 바로 곁에 떠 있던 얼음 뗏목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는 곧 물결에 실려 멀어져 갔고, 어둠과 아득한 거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