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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본에 관하여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Siddhartha)》(1922)를 독일어 원전에서 직접 옮긴 완역본입니다. 1922년 베를린의 S. 피셔 출판사에서 나온 초판을 스캔한 퍼블릭도메인 전자 텍스트를 저본으로 삼았습니다. 영어 번역은 뜻이 막히는 자리에서 대조하는 데만 썼습니다.

두 부 열두 장, 원문 524문단을 한 문단도 합치거나 쪼개지 않고 옮겼습니다. 두 부 앞에 붙은 헌사도 초판대로 옮겼습니다.

저본을 바로잡은 곳

7장 「윤회」의 한 문단은 저본에서 문장이 깨져 있습니다. 소년 싯다르타가 브라만들의 칭찬을 받던 시절, 가슴속에서 「네 앞에 길이 놓여 있다」는 부름을 느끼던 대목인데, 그 부름을 적은 구절 조각이 앞 문장 한가운데에 한 번 더 찍혀 있습니다. 같은 저본을 옮긴 영어 번역도 깨진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앞뒤 문맥에 따라 그 구절을 한 번만 살려 문장을 되살렸습니다.

그 밖에 뜻에 영향이 없는 오자 몇 곳은 바로잡아 옮겼고 따로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말투에 관하여

독일어의 du와 Ihr만으로는 우리말의 높임과 낮춤을 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물 관계마다 말의 등급을 미리 정해 두고 끝까지 지켰습니다. 등급이 바뀌는 자리는 관계가 바뀌는 자리뿐입니다.

  • 싯다르타와 고빈다는 어린 시절부터 서로 반말을 씁니다. 세월이 흘러 서로 알아보지 못할 때만 낯선 사람끼리의 하오체를 쓰다가, 알아보는 순간 다시 반말로 돌아갑니다(8장, 12장).
  • 카말라와 싯다르타는 첫 만남에서 서로 하오체를 쓰고, 연인이 된 뒤로는 반말을 씁니다(6장).
  • 뱃사공 바수데바는 처음 싯다르타를 「나리」라 부르며 깍듯이 대하다가, 9장에서 이름을 주고받은 뒤로는 하게체와 「자네」로 부릅니다. 싯다르타는 그를 스승처럼 우러러 하오체와 「그대」로 부릅니다.
  • 고타마 붓다는 누구에게나 담담한 하오체와 「그대」를 씁니다.

서술에서는 붓다를 높이지 않았습니다. 원문이 붓다를 한 사람의 인물로 담담하게 그리기 때문입니다. 인물들이 붓다를 부르고 이야기할 때는 높였습니다.

되풀이에 관하여

헤세의 문장은 같은 낱말과 구절이 파도처럼 돌아옵니다. 「싯다르타」라는 이름, 「미소」, 「강」, 「옴」, 그리고 「생각할 줄 안다, 기다릴 줄 안다, 굶을 줄 안다」. 우리말은 되풀이를 꺼리지만, 이 책에서는 되풀이가 곧 음악이어서 지우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구절은 돌아올 때마다 같은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인도와 불교의 말

사문, 옴, 아트만, 브라흐만, 열반, 윤회 같은 말은 처음 나올 때만 각주로 짧게 밝혔습니다. 제사를 맡는 사제 계급 「브라만」과 우주의 근원 「브라흐만」은 소리를 달리해 구별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가리키는 말은 「네 가지 거룩한 진리」, 「여덟 가지 바른 길」처럼 풀어 옮겼습니다.

그 밖에

  • 각주 16개는 모두 옮긴이가 붙였습니다. 용어와 고유명사만 밝혔고, 상징을 풀이하는 주는 달지 않았습니다.
  • 5장에서 싯다르타가 카말라에게 바치는 여섯 줄 시는 시의 모양대로 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