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들 곁에서
그날 저녁, 두 사람은 고행자들을, 바싹 마른 사문들을 따라잡았고, 길동무가 되어 따르며 순종하겠노라고 나섰다. 둘은 받아들여졌다.
싯다르타는 길에서 만난 가난한 브라만에게 제 옷을 내주었다. 이제 걸친 것이라고는 아랫도리를 가리는 천 한 자락과 꿰매지 않은 흙빛 겉옷뿐이었다. 하루에 한 번만 먹었고, 익힌 음식은 결코 입에 대지 않았다. 열닷새를 굶었다. 스무여드레를 굶었다. 허벅지와 뺨에서 살이 빠져나갔다. 커다래진 두 눈에서는 뜨거운 꿈들이 일렁였고, 말라 가는 손가락 끝에서는 손톱이 길게 자라났으며, 턱에서는 메마르고 텁수룩한 수염이 자라났다. 여자들과 마주칠 때면 눈길이 얼음장처럼 싸늘해졌고,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를 지날 때면 입가가 경멸로 씰룩였다. 싯다르타는 보았다. 장사꾼들이 장사하고, 제후들이 사냥을 나가고, 상을 당한 이들이 죽은 이를 두고 울고, 창녀들이 몸을 팔겠다고 나서고, 의원들이 병자를 돌보느라 애쓰고, 사제들이 씨 뿌릴 날을 정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사랑하고, 어머니들이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을.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눈길 한 번 줄 값어치도 없었다. 모든 것이 거짓말을 했고, 모든 것이 악취를 풍겼고, 모든 것이 거짓의 악취를 풍겼으며, 모든 것이 뜻과 행복과 아름다움을 꾸며 보였으나, 모든 것은 썩어 가면서도 그 썩음을 시인하지 않았다. 세상은 쓴맛이 났다. 삶은 고통이었다.
싯다르타 앞에 놓인 목표는 하나, 오직 하나뿐이었다. 텅 비는 것. 목마름을 비우고, 소망을 비우고, 꿈을 비우고, 기쁨과 슬픔을 비우는 것. 자기 자신에게서 죽어 떠나는 것, 더는 자아가 아닌 것, 텅 빈 가슴으로 고요를 찾는 것, 자기가 소멸한 생각 속에서 경이를 향해 열려 있는 것, 그것이 그의 목표였다. 자아라는 자아가 모두 극복되어 죽고, 가슴속의 모든 욕망과 모든 충동이 잠잠해지면, 그때에는 마지막 것이, 더는 자아가 아닌 존재 속 가장 깊은 것이, 그 위대한 신비가 깨어날 터였다.
말없이 싯다르타는 머리 위에서 곧장 내리꽂히는 불볕 속에 아픔으로 달아오르고 목마름으로 달아오른 채 서 있었고, 아픔도 목마름도 더는 느끼지 못할 때까지 서 있었다. 말없이 그는 우기의 빗속에 서 있었고,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린 물이 추위에 떠는 어깨를 타고, 추위에 떠는 허리와 다리를 타고 흘렀으나, 참회자는 어깨와 다리가 더는 추위에 떨지 않을 때까지, 잠잠해질 때까지, 고요해질 때까지 서 있었다. 말없이 그는 가시덤불 속에 웅크리고 있었고, 화끈거리는 살갗에서는 피가, 곪은 상처에서는 고름이 방울져 떨어졌으나, 싯다르타는 굳은 채 머물렀고, 꼼짝 않고 머물렀다. 더는 피가 흐르지 않을 때까지, 더는 아무것도 찌르지 않을 때까지, 더는 아무것도 화끈거리지 않을 때까지.
싯다르타는 꼿꼿이 앉아 숨을 아끼는 법을 배웠고, 적은 숨으로 견디는 법을 배웠고, 숨을 멈추는 법을 배웠다. 숨에서 시작하여 심장의 고동을 가라앉히는 법을 배웠고, 심장이 뛰는 횟수를 줄이는 법을 배웠다. 몇 번 되지 않을 때까지, 거의 뛰지 않을 때까지.
사문들의 장로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싯다르타는 새로운 사문의 규율에 따라 자기 소멸을 닦았고 명상을 닦았다. 왜가리 한 마리가 대숲 위로 날아갔다. 그러자 싯다르타는 그 왜가리를 제 영혼 속에 받아들여 숲과 산을 넘어 날았고, 왜가리였고, 물고기를 잡아먹었고, 왜가리의 허기로 굶주렸고, 왜가리의 울음을 울었고, 왜가리의 죽음을 맞았다. 죽은 자칼 한 마리가 모래톱에 누워 있었다. 그러자 싯다르타의 영혼은 그 주검 속으로 스며들었고, 죽은 자칼이었고, 물가에 누워 부풀어 오르고, 악취를 풍기고, 썩어 갔고, 하이에나들에게 갈가리 찢겼고, 독수리들에게 가죽이 벗겨졌고, 뼈대가 되었고, 먼지가 되어 들판으로 흩날렸다. 그리고 싯다르타의 영혼은 돌아왔다. 죽었고, 썩었고, 먼지로 흩어졌고, 순환의 탁한 취기를 맛본 그 영혼은 새로운 목마름 속에서 사냥꾼처럼 틈을 노리며 기다렸다. 순환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곳, 원인들이 끝나는 곳, 괴로움 없는 영원이 시작될 곳, 그 틈을. 싯다르타는 제 감각을 죽였고, 제 기억을 죽였고, 제 자아에서 빠져나와 천 가지 낯선 형상 속으로 스며들어, 짐승이었고, 썩은 고기였고, 돌이었고, 나무였고, 물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깨어나 보면, 해가 비치든 달이 비치든, 그는 다시 자기 자신 속에 있었고, 다시 자아였고, 순환 속을 맴돌았고, 목마름을 느꼈고, 목마름을 이겨 냈고, 새로운 목마름을 느꼈다.
싯다르타는 사문들 곁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자아에게서 멀어지는 많은 길을 걷는 법을 배웠다. 그는 아픔을 거쳐, 아픔과 굶주림과 목마름과 피로를 스스로 겪고 이겨 내는 일을 거쳐 자기 소멸의 길을 걸었다. 명상을 거쳐, 마음에서 모든 상념을 비워 내는 일을 거쳐 자기 소멸의 길을 걸었다. 이런 길들과 또 다른 길들을 걷는 법을 배웠고, 천 번이나 제 자아를 떠났고,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자아 아닌 것 속에 머물렀다. 그러나 길들이 자아에게서 멀리 이끌어 가도, 그 끝은 언제나 다시 자아로 이어졌다. 싯다르타가 천 번 자아에게서 달아나 아무것도 없는 곳에 머물고 짐승 속에, 돌 속에 머물러도, 돌아옴은 피할 수 없었다. 햇빛 속에서든 달빛 속에서든, 그늘 속에서든 빗속에서든 다시 자기 자신 속으로 돌아와 다시 자아가 되고 싯다르타가 되어, 짊어진 순환의 고통을 다시 느끼는 그 시간은 벗어날 길이 없었다.
그 곁에서 고빈다가, 싯다르타의 그림자가 살았다. 고빈다는 같은 길을 걸었고, 같은 수고를 견뎠다. 두 사람은 섬기는 일과 수행에 필요한 것 말고는 좀처럼 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이따금 둘이서 마을들을 돌며 자기들과 스승들이 먹을 음식을 탁발했다.
"어떻게 생각해, 고빈다," 한번은 그런 탁발 길에서 싯다르타가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아갔을까? 무슨 목표에든 이르렀을까?"
고빈다가 대답했다. "우리는 배웠고, 지금도 배워 가고 있어. 너는 위대한 사문이 될 거야, 싯다르타. 너는 어떤 수행이든 빨리 익혔고, 나이 든 사문들이 너를 보고 감탄할 때가 많았어. 너는 언젠가 성자가 될 거야, 오, 싯다르타."
싯다르타가 말했다. "내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아, 친구야. 내가 오늘까지 사문들 곁에서 배운 건 말이야, 오, 고빈다, 더 빠르고 더 쉽게 배울 수도 있었어. 창녀촌의 어느 술집에서든, 친구야, 마부들과 주사위 노름꾼들 틈에서라도 그걸 배울 수 있었을 거야."
고빈다가 말했다. "싯다르타가 나한테 농담을 하는구나. 어떻게 명상을, 어떻게 숨 멈추기를, 어떻게 굶주림과 아픔에 무감각해지는 법을 거기서, 그 비참한 자들 틈에서 배울 수 있었겠어?"
그러자 싯다르타가 혼잣말하듯 나직이 말했다. "명상이란 뭘까? 몸을 떠나는 건 뭘까? 굶는 건 뭘까? 숨을 멈추는 건 뭘까? 그건 자아를 피해 달아나는 거야. 그건 자아로 있는 고통에서 잠깐 빠져나오는 거야. 그건 아픔과 삶의 무의미를 무디게 하는 짧은 마비야. 같은 도피, 같은 짧은 마비를 소몰이꾼은 주막에서 찾아. 쌀술 몇 사발이나 발효한 야자즙을 마시면 말이야. 그러면 그는 제 자아를 더는 느끼지 못하고, 삶의 아픔들을 더는 느끼지 못하고, 짧은 마비를 찾아. 쌀술 사발을 앞에 두고 깜빡 잠든 소몰이꾼은, 싯다르타와 고빈다가 기나긴 수행 끝에 제 몸에서 빠져나가 자아 아닌 것 속에 머물 때 찾는 것과 똑같은 것을 찾아. 그런 거야, 오, 고빈다."
고빈다가 말했다. "너는 그렇게 말하지만, 오, 친구야, 싯다르타가 소몰이꾼이 아니고 사문이 술주정뱅이가 아니라는 건 너도 알잖아. 술꾼이 마비를 찾는 건 맞아. 잠깐의 도피와 쉼을 찾는 것도 맞아. 하지만 술꾼은 망상에서 깨어나 돌아오면 모든 게 예전 그대로야. 더 지혜로워지지도 않았고, 인식을 쌓지도 않았고, 몇 계단 더 높이 오르지도 못했어."
그러자 싯다르타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난 모르겠어. 술꾼이었던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 싯다르타가 수행과 명상 속에서 짧은 마비밖에 찾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어머니 배 속의 아기였을 때만큼이나 지혜에서, 해탈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 그건 알아, 오, 고빈다, 그건 알아."
그리고 또 한번은 싯다르타가 고빈다와 함께 형제들과 스승들에게 드릴 먹을거리를 조금 탁발하러 숲을 나서 마을로 갈 때, 싯다르타가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오, 고빈다, 우리는 정말 바른 길 위에 있는 걸까? 우리는 정말 인식에 가까워지고 있을까? 정말 해탈에 가까워지고 있을까? 아니면 혹시 제자리에서 원을 그리며 맴도는 건 아닐까? 순환에서 벗어나려던 우리가?"
고빈다가 말했다. "우리는 많이 배웠어, 싯다르타. 배울 것도 아직 많이 남았고. 우리는 원을 그리며 맴도는 게 아니야. 위로 올라가고 있어. 그 원은 나선이야. 우리는 벌써 여러 계단을 올라왔어."
싯다르타가 대답했다. "우리 장로님, 우리가 우러르는 스승님은 연세가 얼마나 되셨을까, 네 생각엔?"
고빈다가 말했다. "우리 장로님은 아마 예순은 되셨을 거야."
그러자 싯다르타가 말했다. "예순 해를 사셨는데도 열반1에 이르지 못하셨어. 장로님은 일흔이 되고 여든이 되실 테고, 너와 나, 우리도 그만큼 늙어 가면서 수행하고, 굶고, 명상하겠지. 하지만 열반에는 이르지 못할 거야. 장로님도 못 이르고, 우리도 못 이르고. 오, 고빈다, 내 생각엔 세상의 모든 사문 가운데 어쩌면 한 사람도, 단 한 사람도 열반에 이르지 못할 거야. 우리는 위안을 찾고, 마비를 찾고, 우리 자신을 속이는 재주들을 익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길 중의 길은 찾지 못해."
"제발," 고빈다가 말했다. "그렇게 무서운 말은 입에 담지 말아 줘, 싯다르타! 그 많은 학식 있는 사람들 가운데, 그 많은 브라만들 가운데, 그 많은 엄격하고 존경받는 사문들 가운데, 그 많은 찾는 사람들, 온 마음으로 정진하는 그 많은 사람들, 그 많은 거룩한 사람들 가운데 어떻게 길 중의 길을 찾는 이가 하나도 없을 수 있겠어?"
그러나 싯다르타는 서글픔만큼이나 비웃음이 어린 목소리로, 나직하고, 조금 서글프고, 조금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머지않아, 고빈다, 네 친구는 너와 그토록 오래 함께 걸어온 이 사문의 길을 떠날 거야. 나는 목마름을 앓고 있어, 오, 고빈다. 이 기나긴 사문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내 목마름은 조금도 줄지 않았어. 나는 늘 인식에 목말랐고, 늘 물음으로 가득했어. 브라만들에게 물었어, 한 해 또 한 해. 거룩한 베다에 물었어, 한 해 또 한 해. 경건한 사문들에게 물었어, 한 해 또 한 해. 어쩌면, 오, 고빈다, 코뿔새나 침팬지에게 물었더라도 그만큼 좋았을지 몰라. 그만큼 현명하고 그만큼 이로웠을지 몰라. 오, 고빈다, 이걸 배우는 데 나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다 배우지 못했어. 사람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것 말이야! 내 생각에, 우리가 '배움'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실은 없어. 오, 친구야, 있는 건 오직 하나의 앎뿐이야. 그건 어디에나 있고, 그건 아트만이고, 그건 내 안에도 네 안에도 모든 존재 안에도 있어. 그래서 나는 믿기 시작했어. 이 앎에게는 알려고 하는 마음보다, 배움보다 더 고약한 적이 없다고."
그러자 고빈다가 길 위에 멈춰 서서 두 손을 들어 올리고 말했다. "싯다르타, 제발 그런 말로 네 친구를 두렵게 하지 말아 줘! 정말이지, 네 말은 내 가슴에 두려움을 일깨워. 생각 좀 해 봐. 네 말이 옳다면, 배움이라는 게 없다면, 기도의 거룩함은 어디에 남고, 브라만 계급의 존엄은 어디에 남고, 사문들의 거룩함은 어디에 남겠어?! 그러면 이 땅에서 거룩한 것, 값진 것, 우러를 만한 것, 그 모든 것은 어떻게 되겠어, 오, 싯다르타, 어떻게 되겠어?!"
그리고 고빈다는 시구 하나를, 어느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시구 하나를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곰곰이 헤아리며 맑아진 정신으로 아트만 속에 깊이 잠기는 이,
그 가슴의 지복은 말로써 이를 수 없느니라.
그러나 싯다르타는 말이 없었다. 그는 고빈다가 자기에게 한 말들을 생각했고, 그 말들을 끝까지 따라가며 생각했다.
그래, 하고 그는 고개를 떨군 채 서서 생각했다. 우리에게 거룩해 보이던 모든 것 가운데 무엇이 남으랴? 무엇이 남는가? 무엇이 시험을 견디는가? 그리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두 젊은이가 사문들 곁에서 세 해 가까이 살며 그들의 수행을 함께했을 무렵의 어느 날, 이런저런 길과 에움길을 거쳐 소식 하나가, 소문 하나가, 풍문 하나가 두 사람에게 닿았다. 고타마라 불리는 이가, 세존이, 붓다가 나타났는데, 그는 제 안에서 세상의 괴로움을 이겨 냈고 거듭 태어남의 수레바퀴를 멈춰 세웠다고 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가르침을 펴며 나라 곳곳을 떠도는데, 가진 것도 없고, 고향도 없고, 아내도 없이 고행자의 누런 겉옷을 걸쳤으되 이마는 해맑은, 지복에 든 사람이라 했고, 브라만들과 제후들이 고타마 앞에 몸을 굽혀 제자가 된다고 했다.
이 풍문은, 이 소문은, 이 꿈같은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고 향기처럼 피어올랐다. 도시에서는 브라만들이, 숲에서는 사문들이 그 이야기를 했고, 고타마의 이름이, 붓다의 이름이 좋은 말에 실려서도 나쁜 말에 실려서도, 찬미 속에서도 비방 속에서도 거듭거듭 두 젊은이의 귀에 들려왔다.
역병이 휩쓰는 어느 나라에서, 여기저기에 한 사람이, 한 현자가, 이치에 밝은 이가 있어 그의 말 한마디와 입김 한 번이면 역병에 걸린 사람은 누구든 낫는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하면, 그 소식은 온 나라를 누비고, 누구나 그 이야기를 하며, 많은 이가 믿고, 많은 이가 의심하지만, 또 많은 이가 곧장 길을 떠나 그 현자를, 살려 줄 그 사람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다. 꼭 그렇게 고타마에 관한, 붓다에 관한, 석가족 출신 현자에 관한 그 풍문이, 그 향기로운 풍문이 온 나라를 누볐다. 믿는 이들은 말했다. 그는 가장 높은 인식을 지녔고,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며, 열반에 이르러 다시는 순환 속으로 돌아오지 않고, 다시는 형상들의 탁한 물결 속으로 가라앉지 않는다고. 붓다에 관해서는 놀랍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많이 전해졌다. 기적을 행했고, 악마를 물리쳤고, 신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그러나 적의를 품은 이들과 믿지 않는 이들은, 이 고타마라는 사람은 허영에 들떠 혹세무민하는 자로, 호의호식하며 나날을 보내고, 제사를 업신여기며, 학식도 없고, 수행도 고행도 모른다고 했다.
붓다의 풍문은 달콤하게 울렸고, 그 이야기들에서는 마법의 향기가 풍겨 나왔다. 세상은 병들어 있었고, 삶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런데 보라, 여기서 샘 하나가 솟아나는 듯했고, 여기서 전령의 외침 하나가 울려 퍼지는 듯했다. 위안에 차고, 부드럽고, 고귀한 약속으로 가득한 외침이. 붓다의 소문이 울려 퍼지는 곳이면 어디서나, 인도의 온 땅 어디서나 젊은이들은 귀를 기울였고, 그리움을 느꼈고, 희망을 느꼈다. 도시와 마을의 브라만 집안 아들들은 순례자든 나그네든 그에 관한, 세존에 관한, 석가모니에 관한 소식을 가져오기만 하면 누구든 반가이 맞아들였다.
숲속의 사문들에게도, 싯다르타에게도, 고빈다에게도 그 풍문은 스며들었다. 천천히, 방울방울, 방울마다 희망으로 무겁고, 방울마다 의심으로 무거운 채로. 두 사람은 그 이야기를 별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사문들의 장로가 이 풍문을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로는 붓다라는 그자가 전에는 고행자로서 숲에서 살았으나 그 뒤 호의호식과 세속의 쾌락으로 되돌아갔다고 들었고, 이 고타마를 하찮게 여겼다.
"오, 싯다르타," 어느 날 고빈다가 벗에게 말했다. "오늘 마을에 갔는데, 어떤 브라만이 자기 집에 들어오라고 청했어. 그 집에 마가다에서 온 브라만 집안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제 눈으로 붓다를 보았고, 붓다가 가르치는 것도 들었대. 정말이지, 그때 가슴이 아리도록 숨이 벅찼어.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지. 나도, 아니 우리 둘 다, 싯다르타와 나도 저 완성에 이른 이의 입에서 가르침을 듣는 그때를 맞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해 봐, 친구야, 우리도 거기 가서 붓다의 입에서 나오는 가르침을 들어 보지 않을래?"
싯다르타가 말했다. "오, 고빈다, 나는 늘 고빈다가 사문들 곁에 머물 줄로만 생각했어. 예순 살, 일흔 살이 되도록 사문을 빛내 주는 재주와 수행을 끝없이 닦는 것, 그게 고빈다의 목표라고 늘 믿었지. 그런데 이것 봐, 나는 고빈다를 너무 몰랐어. 고빈다의 마음을 조금밖에 알지 못했어. 그러니까 이제,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야, 너는 새 길로 들어서서 붓다가 가르침을 펴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거지."
고빈다가 말했다. "넌 날 비웃고 싶은가 보구나. 그래, 얼마든지 비웃어, 싯다르타! 하지만 네 안에서도 그 가르침을 듣고 싶은 갈망이, 설렘이 깨어나지 않았어? 그리고 언젠가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사문의 길을 걸을 날도 이제 오래 남지 않았다고."
그러자 싯다르타가 그 특유의 웃음을 웃었다. 목소리에 서글픔의 그림자 하나와 비웃음의 그림자 하나가 어렸다. 싯다르타가 말했다. "그래, 고빈다, 그래, 옳게 말했어. 제대로 기억했어. 그렇다면 내게서 들은 다른 말도 기억해 주면 좋겠어. 나는 가르침과 배움을 미심쩍어하게 되었고 거기에 지쳤다는 것, 스승들에게서 우리에게 건너오는 말을 나는 별로 믿지 않는다는 것 말이야. 하지만 좋아, 친구야, 그 가르침을 들을 준비는 되어 있어. 우리가 그 가르침의 가장 좋은 열매를 벌써 맛보았다고 마음속으로는 믿지만."
고빈다가 말했다. "네가 나서 주니 가슴이 기뻐. 하지만 말해 봐, 그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거야? 고타마의 가르침을 아직 듣지도 않았는데, 그 가르침이 어떻게 벌써 가장 좋은 열매를 우리에게 내주었다는 거야?"
싯다르타가 말했다. "이 열매를 누리고 나머지는 기다려 보자, 오, 고빈다! 우리가 벌써 고타마 덕분에 얻은 이 열매는, 그가 우리를 사문들 곁에서 불러낸다는 거야! 그가 우리에게 다른 것을, 더 좋은 것을 줄 수 있을지는, 오, 친구야,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 보자."
바로 그날 싯다르타는 사문들의 장로에게 떠나겠다는 결심을 알렸다. 나이 어린 사람이자 제자에게 걸맞은 공손함과 겸손함으로 장로에게 알렸다. 그러나 사문은 두 젊은이가 자기를 떠나려 한다는 데 노하여, 목소리를 높이고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고빈다는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고빈다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이제 저 노인한테 보여 줄게. 내가 그 밑에서 뭔가 배웠다는 걸."
싯다르타는 사문 바로 앞에 다가가 서서, 영혼을 한데 모으고, 제 눈길로 노인의 눈길을 붙잡아 옭아매고, 말을 잃게 하고, 의지를 잃게 하고, 제 의지 아래 굴복시키고, 자기가 바라는 것을 소리 없이 행하라고 명했다. 노인은 말을 잃었고, 눈은 굳었고, 의지는 얼어붙었고, 두 팔은 축 늘어졌다. 노인은 힘없이 싯다르타의 마력에 굴복하고 말았다. 싯다르타의 생각이 사문을 사로잡았고, 사문은 그 생각들이 명하는 대로 해야 했다. 그리하여 노인은 몇 번이고 몸을 굽혀 절했고, 축복하는 몸짓을 해 보였고, 더듬거리며 경건하게 길 떠나는 이들의 평안을 빌었다. 두 젊은이는 고마워하며 절로 답하고, 축원으로 답하고, 인사를 하며 그곳을 떠났다.
길을 가며 고빈다가 말했다. "오, 싯다르타, 너는 사문들 곁에서 내가 알던 것보다 더 많이 배웠구나. 늙은 사문을 홀리는 건 어려워, 아주 어려워. 정말이지, 네가 거기 남았더라면 머잖아 물 위를 걷는 법도 배웠을 거야."
"나는 물 위를 걷기를 바라지 않아." 싯다르타가 말했다. "늙은 사문들이나 그런 재주에 만족하라지!"
주
1. 인도의 종교, 특히 불교에서 모든 번뇌의 불길이 꺼져 다시는 태어남과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는 경지. 산스크리트어 '니르바나'(불이 꺼짐)를 한자로 옮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