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말라
싯다르타는 길을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웠다. 세상이 모습을 바꾸었고, 가슴은 마법에 걸려 있었다. 그는 해가 숲으로 뒤덮인 산줄기 위로 떠올라 먼 야자수 바닷가 위로 지는 것을 보았다. 밤이면 하늘에 가지런히 자리 잡은 별들을 보았고, 쪽빛 하늘을 조각배처럼 떠가는 초승달을 보았다. 나무를, 별을, 짐승을, 구름을, 무지개를, 바위를, 풀을, 꽃을, 시내와 강을, 아침 덤불에서 번득이는 이슬을, 멀리 푸르고 희끄무레하게 솟은 높은 산들을 보았으며, 새들이 노래하고 벌들도 노래했고, 바람은 논 위를 은빛으로 쓸고 지나갔다. 천 가지로 알록달록한 이 모든 것은 언제나 거기 있었고, 언제나 해와 달이 비추었고, 언제나 강물이 소리 내어 흐르고 벌들이 잉잉거렸다. 그러나 예전의 싯다르타에게 이 모든 것은 눈앞에 드리운 덧없고 거짓된 너울,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던 것, 생각으로 꿰뚫어 없애 버려야 할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것은 본질이 아니었고 본질은 보이는 것 저편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풀려난 그의 눈은 이편에 머물러, 보이는 것을 보고 알아보았으며, 이 세상에서 고향을 찾았고, 본질을 찾지 않았고, 어떤 저편도 겨누지 않았다. 이렇게 바라보면, 이렇게 찾아 헤매지 않고, 이렇게 단순하게, 이렇게 아이답게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웠다. 달과 별이 아름다웠고, 시내와 강기슭이, 숲과 바위가, 염소와 황금빛 풍뎅이가, 꽃과 나비가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이처럼, 이렇게 깨어서, 이렇게 가까운 것에 마음을 열고, 이렇게 의심 없이 세상을 걸어가는 것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일이었다.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볕도 달랐고, 숲 그늘의 서늘함도 달랐고, 시냇물과 못물 맛도 달랐고, 호박과 바나나 맛도 달랐다. 낮은 짧았고 밤도 짧았으며, 한 시간 한 시간이 바다 위의 돛처럼 쏜살같이 달아났고, 그 돛 아래에는 보물을 가득, 기쁨을 가득 실은 배가 있었다. 싯다르타는 높다란 숲 지붕 속 높은 가지 사이로 원숭이 무리가 떼 지어 옮겨 다니는 것을 보았고, 그 거칠고 탐욕스러운 노랫소리를 들었다. 싯다르타는 숫양 한 마리가 암양을 뒤쫓아 교미하는 것을 보았다. 갈대 우거진 호수에서는 저녁 허기에 쫓긴 강꼬치고기가 사냥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앞에서 어린 물고기들이 겁에 질려 파닥이고 번뜩이며 떼 지어 물 밖으로 튀어 올랐고, 사납게 몰아치는 사냥꾼이 일으킨 다급한 물소용돌이에서는 힘과 격정의 냄새가 짙게 풍겨 나왔다.
이 모든 것은 언제나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이제 그는 그 자리에 있었고, 그 안에 속해 있었다. 눈으로는 빛과 그림자가 흘러들었고, 가슴으로는 별과 달이 흘러들었다.
길을 가며 싯다르타는 제타바나 동산에서 겪은 모든 일도, 거기서 들은 가르침도, 신성한 붓다도, 고빈다와 헤어진 일도, 세존과 나눈 대화도 떠올렸다. 세존께 드렸던 자신의 말도, 그 말 한마디 한마디를 다시 떠올렸고, 그때 자기가 아직 제대로 알지도 못하던 것들을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놀랐다. 고타마에게 한 말, 곧 붓다의 보물이자 비밀은 가르침이 아니라 붓다가 일찍이 깨달음의 시간에 겪은 것, 말로 할 수도 가르칠 수도 없는 그 무엇이라는 말. 바로 그것을 겪으려고 그는 이제 길을 나섰고, 바로 그것을 이제 겪기 시작했다. 이제 겪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제 자아가 아트만이요, 브라흐만과 똑같이 영원한 본질이라는 것쯤은 오래전부터 알았다. 그러나 이 자아를 참으로 찾아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생각의 그물로 그것을 붙잡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몸이 자아가 아니고 감각의 놀이도 자아가 아닌 것은 분명했지만, 생각 또한 자아가 아니었고, 지성도, 배워 익힌 지혜도, 결론을 끌어내고 이미 생각한 것에서 새 생각을 자아내는 배워 익힌 기술도 자아가 아니었다. 아니, 이 생각의 세계도 아직 이편에 있었고, 감각이라는 우연한 자아를 죽이는 대신 생각과 학식이라는 우연한 자아를 살찌운다면 어떤 목표에도 이르지 못했다. 생각도 감각도 좋은 것이었고, 둘 모두의 뒤에 마지막 뜻이 숨어 있었으며, 둘 다 귀 기울여 들어야 했고, 둘 모두와 놀아야 했으며, 둘 다 업신여기지도 지나치게 떠받들지도 말아야 했고, 둘 모두에게서 가장 깊은 곳의 은밀한 목소리들을 엿들어야 했다. 목소리가 구하라 명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으리라, 목소리가 권하는 곳 말고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으리라. 고타마는 어찌하여 그 옛날, 시간 중의 시간에, 깨달음이 찾아온 보리수 아래에 앉았던가? 그는 목소리를, 이 나무 아래에서 쉬라고 명하는 제 가슴속의 목소리를 들었고, 고행도 제사도 목욕재계도 기도도, 먹는 일도 마시는 일도, 잠도 꿈도 앞세우지 않고 그 목소리에 따랐다. 그렇게 따르는 것, 바깥의 명령이 아니라 오직 목소리에만 따르는 것, 그렇게 채비가 되어 있는 것, 그것이 좋았고, 그것이 꼭 필요했으며,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강가에 있는 뱃사공의 짚 오두막에서 잠든 밤, 싯다르타는 꿈을 꾸었다. 고빈다가 누런 고행자 옷을 입고 앞에 서 있었다. 고빈다는 슬퍼 보였고, 슬프게 물었다. 왜 나를 두고 떠났어? 그러자 싯다르타는 고빈다를 끌어안고 두 팔로 감싸 가슴으로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것은 이제 고빈다가 아니라 한 여자였고, 여자의 옷섶 사이로 풍만한 젖가슴이 솟아 나왔으며, 싯다르타는 그 가슴에 기대어 젖을 마셨고, 그 젖은 달고 진한 맛이 났다. 여자와 남자의 맛이, 해와 숲의 맛이, 짐승과 꽃의 맛이, 온갖 열매의 맛이, 온갖 쾌락의 맛이 났다. 그 젖에 취해 정신이 아득해졌다. 싯다르타가 깨어났을 때, 오두막 문 너머로 희부연 강이 어른거렸고, 숲에서는 올빼미의 어두운 울음이 깊고 그윽하게 울려왔다.
날이 밝자 싯다르타는 자기를 재워 준 주인, 뱃사공에게 강을 건네 달라고 청했다. 뱃사공은 대나무 뗏목에 그를 태워 강을 건넜고, 넓은 강물이 아침 햇살에 불그스름하게 빛났다.
"아름다운 강이오." 싯다르타가 길동무에게 말했다.
"예," 뱃사공이 말했다. "참 아름다운 강입니다. 저는 이 강을 무엇보다 사랑합니다. 자주 이 강에 귀를 기울였고, 자주 이 강의 눈을 들여다보았고, 언제나 이 강에게서 배웠습니다. 강에게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고맙소, 나의 은인이여." 건너편 기슭에 내리며 싯다르타가 말했다. "벗이여, 나는 그대에게 묵어 간 답례로 줄 선물도 없고, 삯으로 줄 것도 없소. 나는 고향 없는 사람, 브라만 집안의 아들이자 사문이오."
"진작 알아보았습니다." 뱃사공이 말했다. "그래서 나리께 삯도 바라지 않았고, 답례 선물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 선물은 나리께서 다음에 주실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오?" 싯다르타가 유쾌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것도 강에게서 배웠습니다.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옵니다! 사문 나리, 나리께서도 다시 오실 겁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나리의 우정이 제 삯이 되었으면 합니다. 신들께 제물을 바치실 때 저를 떠올려 주십시오."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은 헤어졌다. 미소를 지으며 싯다르타는 뱃사공의 우정과 다정함을 기뻐했다. "고빈다 같은 사람이로구나." 싯다르타는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은 모두 고빈다 같다. 모두들 고마워한다, 정작 고맙다는 말은 자기들이 들어야 하는데도. 모두들 고분고분하고, 모두들 기꺼이 벗이 되려 하고, 기꺼이 따르려 하고, 생각은 조금밖에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린아이로구나."
한낮 무렵 그는 어느 마을을 지나갔다. 흙집 앞 골목에서는 아이들이 뒹굴며 호박씨와 조개껍데기를 가지고 놀았고, 소리를 지르며 서로 엉겨 붙어 싸웠지만, 낯선 사문이 다가오자 모두 겁을 먹고 달아났다. 마을 끝에서 길은 시내를 건너가게 되어 있었는데, 시냇가에는 젊은 여자 하나가 무릎을 꿇고 빨래를 하고 있었다. 싯다르타가 인사하자 여자는 고개를 들고 미소를 띤 채 그를 올려다보았는데, 눈의 흰자위가 반짝 빛나는 것이 보였다. 그는 길손끼리 으레 나누는 축복의 말을 건너편으로 외쳐 건네고, 큰 도시까지 아직 얼마나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자는 일어나 곁으로 다가왔고, 젊은 얼굴에서 촉촉한 입술이 곱게 반짝였다. 여자는 농을 주고받으며, 벌써 밥은 먹었느냐고, 사문들은 밤이면 숲에서 홀로 자고 여자를 곁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데 그게 정말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제 왼발을 싯다르타의 오른발 위에 올려놓고, 교본들이 '나무 타기'라고 부르는 그런 사랑의 즐거움을 여자가 남자에게 청할 때 하는 몸짓을 해 보였다. 싯다르타는 피가 더워지는 것을 느꼈고, 마침 그 순간 꿈이 다시 떠올라 여자 쪽으로 몸을 조금 숙여 젖가슴 끝의 갈색 꼭지에 입술을 대었다. 고개를 들자 욕망에 찬 얼굴로 미소 짓는 여자가 보였고, 가늘게 좁혀진 눈이 갈망에 겨워 애원하고 있었다.
싯다르타도 갈망을 느꼈고 욕정의 샘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으나, 아직 한 번도 여자를 만져 본 적이 없었으므로 두 손은 벌써 여자를 붙잡으려 하는데도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는 몸을 떨며 제 안의 목소리를 들었고, 목소리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젊은 여자의 미소 짓는 얼굴에서 마법이 모두 걷혔고, 이제 보이는 것은 발정한 암컷 짐승의 축축한 눈빛뿐이었다. 싯다르타는 다정하게 여자의 뺨을 쓰다듬고는 돌아서서, 실망한 여자를 뒤로한 채 가벼운 걸음으로 대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날 해가 지기 전에 싯다르타는 어느 큰 도시에 이르렀고, 사람이 그리웠던 터라 기뻤다. 그는 오랫동안 숲에서 살았고, 간밤에 잠을 잔 뱃사공의 짚 오두막은 실로 오랜만에 머리 위를 덮어 준 첫 지붕이었다.
도시 앞, 울타리를 두른 아름다운 숲 곁에서, 길을 가던 싯다르타는 바구니를 짊어진 하인과 하녀들의 조그만 행렬과 마주쳤다. 그 한가운데, 네 사람이 멘 화려한 가마 안, 알록달록한 차양 아래 붉은 방석 위에 한 여인이, 행렬의 여주인이 앉아 있었다. 싯다르타는 그 즐거움의 숲 어귀에 멈춰 서서 행렬을 바라보며 하인들을 보았고, 하녀들을, 바구니들을 보았고, 가마를 보았고, 가마 안의 귀부인을 보았다. 높이 틀어 올린 검은 머리 아래로 아주 환하고, 아주 여리고, 아주 영리한 얼굴이 보였다. 갓 벌어진 무화과 같은 연붉은 입, 곱게 다듬어 높은 활 모양으로 그린 눈썹, 영리하고 빈틈없는 검은 눈, 초록빛과 금빛이 어우러진 윗옷 위로 솟은 희고 긴 목, 손목 위에 넓은 금팔찌를 두른 채 가만히 쉬고 있는 길고 가느다란 흰 손이 보였다.
싯다르타는 여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았고, 가슴이 웃었다. 가마가 가까이 오자 그는 허리를 깊이 굽혀 절했고, 다시 몸을 일으키며 환하고 고운 얼굴을 바라보았으며, 높이 휜 눈썹 아래 영리한 눈을 잠시 읽었고, 처음 맡는 향기를 한 줄기 들이마셨다. 아름다운 여인은 미소를 지으며 잠깐 고개를 끄덕이고는 숲속으로 사라졌고, 하인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렇게 고운 징조 속에 이 도시에 들어서는구나, 싯다르타는 생각했다. 당장 숲으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고, 그제야 숲 어귀에서 하인과 하녀들이 자기를 어떻게 쳐다보았는지, 얼마나 업신여기며, 얼마나 미심쩍어하며, 얼마나 쌀쌀맞게 쳐다보았는지 깨달았다.
나는 아직 사문이구나, 그는 생각했다. 여전히 고행자요 거지로구나. 이대로 머물러서는 안 되리라, 이대로 저 숲에 들어서서는 안 되리라. 그러고는 웃었다.
그는 처음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그 숲과 그 여인의 이름을 물었고, 그 숲이 이름난 기녀 카말라1의 숲이며, 카말라에게는 그 숲 말고도 도시 안에 집이 한 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싯다르타는 도시로 들어섰다. 이제 그에게는 목표가 있었다.
목표를 좇으며 그는 도시가 자기를 빨아들이는 대로 몸을 맡겨, 골목골목의 물결에 떠밀려 다니다가 광장에 우두커니 서 있기도 하고, 강가의 돌계단에 앉아 쉬기도 했다. 저녁 무렵에는 이발사 조수 하나와 사귀었는데, 둥근 천장 아래 그늘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았던 사람이었고, 비슈누 신전에서 기도하는 모습으로 다시 만난 사람이었으며, 싯다르타가 비슈누와 락슈미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이었다. 밤은 강가의 배들 곁에서 보냈고, 이른 아침 첫 손님들이 가게에 들기 전에 그 이발사 조수에게 수염을 깎게 하고 머리를 자르게 했으며, 머리를 빗고 고운 기름을 발라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강으로 가서 멱을 감았다.
늦은 오후, 아름다운 카말라가 가마를 타고 제 숲으로 다가올 무렵, 숲 어귀에 서 있던 싯다르타는 허리 굽혀 절하고 기녀의 인사를 받았다. 그러고는 행렬 맨 끝에 가던 하인에게 손짓하여, 젊은 브라만 하나가 여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기를 청한다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뒤 하인이 돌아와 기다리던 사람에게 따라오라 이르고는, 뒤따라오는 그를 말없이 카말라가 긴 의자에 누워 있는 정자로 데려가 카말라 곁에 홀로 남겨 두었다.
"어제도 저 밖에 서서 내게 인사하던 사람이 그대 아니오?" 카말라가 물었다.
"그렇소. 어제 벌써 그대를 보았고, 인사도 했소."
"하지만 어제는 수염을 달고,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그 머리에 먼지까지 뒤집어쓰고 있지 않았소?"
"잘 보았소, 하나도 빠짐없이 보았구려. 그대가 본 것은 사문이 되려고 고향을 떠나 세 해 동안 사문으로 살아온 브라만 집안의 아들, 싯다르타요. 그러나 이제 나는 그 길을 떠나 이 도시로 왔고, 도시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맨 처음 마주친 사람이 바로 그대였소. 이 말을 하려고 그대를 찾아왔소, 오, 카말라! 그대는 싯다르타가 눈을 내리깔지 않고 말을 건네는 첫 여인이오. 앞으로는 아름다운 여인과 마주쳐도 다시는 눈을 내리깔지 않겠소."
카말라는 미소 지으며 공작 깃털 부채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물었다. "그러니까 오직 그 말을 하려고 싯다르타가 나를 찾아왔단 말이오?"
"그 말을 하려고, 그리고 그대가 그렇게 아름다워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려고 왔소. 또 그대가 언짢지 않다면, 카말라, 그대가 으뜸인 그 기예를 나는 아직 하나도 모르니, 내 친구가 되어 주고 스승이 되어 달라고 청하고 싶소."
그러자 카말라가 소리 내어 웃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오, 친구. 숲에서 온 사문이 나를 찾아와 나한테 배우겠다고 하다니! 이런 일도 처음이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낡아 해진 헝겊으로 아랫도리만 가린 사문이 나를 찾아오다니! 나를 찾아오는 젊은이는 많고 그 가운데는 브라만 집안의 아들들도 있지만, 다들 고운 옷을 입고 오고, 좋은 신을 신고 오고, 머리에서는 향내가 나고 주머니에는 돈이 들어 있소. 나를 찾아오는 젊은이들은 그런 모양이라오, 사문 양반."
싯다르타가 말했다. "나는 벌써 그대에게서 배우기 시작했소. 어제 이미 배웠소. 벌써 수염을 깎았고, 머리를 빗었고, 머리에 기름을 발랐소. 이제 모자란 것은 몇 가지 되지 않소, 빼어난 이여. 고운 옷, 고운 신, 주머니 속의 돈이오. 알아 두시오, 싯다르타는 이런 하찮은 것들보다 더 어려운 일을 마음먹었고, 그 일을 이루어 냈소. 그대의 친구가 되어 그대에게서 사랑의 기쁨을 배우겠다고 어제 마음먹은 일을 내가 어찌 이루지 못하겠소! 두고 보시오, 카말라, 내가 얼마나 잘 배우는지. 나는 그대가 가르쳐 줄 것보다 더 어려운 것도 배웠소. 그러니 이제 말해 보시오, 머리에 기름은 발랐지만 옷도 없고 신도 없고 돈도 없는, 지금 이대로의 싯다르타로는 그대 마음에 차지 않소?"
카말라가 웃으며 소리쳤다. "아니오, 귀하신 분, 아직은 모자라오. 옷이 있어야 하오, 예쁜 옷이. 신도 있어야 하오, 예쁜 신이. 주머니에는 돈이 두둑해야 하고, 카말라에게 줄 선물도 있어야 하오. 이제 알겠소, 숲에서 온 사문 양반? 잘 새겨 두었소?"
"잘 새겨 두었소." 싯다르타가 외쳤다. "그런 입에서 나온 말을 어찌 새겨 두지 않겠소! 그대의 입은 갓 벌어진 무화과 같구려, 카말라. 내 입도 붉고 싱싱하니 그대 입에 꼭 맞을 거요. 두고 보시오. 그런데 말해 보시오, 아름다운 카말라. 사랑을 배우겠다고 숲에서 나온 사문이 조금도 두렵지 않소?"
"내가 왜 사문을 두려워하겠소? 자칼들 틈에서 살다 와서 여자가 무엇인지도 아직 모르는, 숲에서 온 어리석은 사문을?"
"오, 그 사문은 힘이 세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소. 그 사문이 그대를 억지로 어찌할 수도 있소, 어여쁜 아가씨. 그대를 빼앗아 갈 수도 있소. 그대를 아프게 할 수도 있소."
"아니오, 사문 양반, 그런 건 두렵지 않소. 누가 와서 덮쳐 학식이며 경건함이며 깊은 생각을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워한 사문이나 브라만이 여태 있었소? 그런 사람은 없었소, 그런 것은 오롯이 그 사람 것이어서 주고 싶은 것만 주고 싶은 사람에게 내주기 때문이오. 그렇소, 카말라도, 사랑의 기쁨도 꼭 그와 같소. 카말라의 입은 곱고 붉지만, 카말라가 원하지 않는데 그 입에 입 맞추려 해 보시오, 그토록 많은 달콤함을 줄 줄 아는 그 입에서 단물은 한 방울도 얻지 못할 거요! 그대는 잘 배우는 사람이니, 싯다르타, 이것도 배워 두시오. 사랑은 구걸해서 얻을 수도 있고, 돈으로 살 수도 있고, 선물로 받을 수도 있고, 길에서 주울 수도 있지만, 빼앗을 수는 없소. 그대는 길을 잘못 짚었구려. 아니, 그대처럼 잘생긴 젊은이가 그렇게 서투르게 덤빈다면 참 안타까운 일일 거요."
싯다르타는 미소 지으며 고개 숙여 절했다. "안타까운 일일 거요, 카말라, 그대 말이 참으로 옳소! 몹시 안타까운 일일 거요. 아니, 그대 입의 단물은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소, 그대도 내 입의 단물을 한 방울도 놓치지 않을 거요!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싯다르타는 아직 모자란 것, 곧 옷과 신과 돈을 갖추면 다시 오겠소. 그런데 말해 주오, 고운 카말라. 내게 작은 충고를 하나 더 해 줄 수 없겠소?"
"충고라? 안 될 게 뭐 있소? 숲에서 자칼들 틈에 살다 온 가엾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문에게 누군들 기꺼이 충고해 주지 않겠소?"
"다정한 카말라, 그럼 일러 주오. 그 세 가지를 가장 빨리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오?"
"친구, 그건 많은 사람이 알고 싶어 하는 거라오. 그대가 배운 것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고, 옷을 받고, 신을 받아야 하오. 가난한 사람이 돈을 손에 넣는 길은 그것밖에 없소. 그래, 그대는 무엇을 할 줄 아오?"
"나는 생각할 줄 아오. 기다릴 줄 아오. 굶을 줄 아오."
"그것뿐이오?"
"그것뿐이오. 아니, 시도 지을 줄 아오. 시 한 수에 입맞춤 한 번을 주겠소?"
"그대 시가 마음에 들면 그러리다. 어디, 어떤 시요?"
싯다르타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뒤 이런 시구를 읊었다.
그늘진 제 숲으로 들어섰네, 아름다운 카말라.
숲 어귀에 서 있었네, 볕에 그은 사문.
연꽃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깊이
허리를 굽혔네. 미소 지으며 답례했네, 카말라.
더 달콤하여라, 젊은이는 생각했네, 신들께 제물을 바치기보다
더 달콤하여라, 아름다운 카말라에게 제물을 바치는 일이.
카말라가 손뼉을 크게 치자 금팔찌들이 짤랑짤랑 울렸다.
"그대 시가 아름답구려, 볕에 그은 사문 양반. 정말이지, 그 시 값으로 입맞춤 한 번을 준다 해도 나는 하나도 손해 볼 것이 없겠소."
카말라가 눈길로 그를 끌어당기자, 싯다르타는 제 얼굴을 카말라의 얼굴 위로 숙여, 갓 벌어진 무화과 같은 그 입에 제 입을 포갰다. 카말라는 오래도록 입을 맞추었고, 싯다르타는 깊이 놀라며 느꼈다. 카말라가 자기를 가르친다는 것을, 카말라가 얼마나 지혜로운지를, 자기를 휘어잡고, 밀어내고, 꾀어 들인다는 것을, 그리고 이 첫 입맞춤 뒤로 하나하나 서로 다른 입맞춤들이 길게, 가지런히, 빈틈없이 다듬어진 채 줄지어 서서 아직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싯다르타는 숨을 깊이 몰아쉬며 그대로 서 있었고, 그 순간 눈앞에 열리는 앎과 배울 거리의 충만함에 아이처럼 놀랐다.
"그대 시는 참 아름답구려." 카말라가 소리쳤다. "내가 부자라면 그 값으로 금화를 주겠소. 하지만 시로 그대에게 필요한 만큼 돈을 벌기는 어려울 거요. 카말라의 친구가 되려면 돈이 많이 있어야 하오."
"어쩌면 그렇게 입을 맞출 줄 아오, 카말라!" 싯다르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렇소, 그건 내가 할 줄 아오. 그러니 옷이며 신이며 팔찌며 온갖 아름다운 것이 내게는 모자라는 법이 없소. 하지만 그대는 어찌 되려오? 생각하고, 굶고, 시 짓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소?"
"제사의 노래도 부를 줄 아오." 싯다르타가 말했다. "하지만 이제 더는 부르고 싶지 않소. 주문도 욀 줄 아오. 하지만 이제 더는 외고 싶지 않소. 경전들도 읽었고……"
"잠깐." 카말라가 말을 끊었다. "글을 읽을 줄 아오? 쓸 줄도 아오?"
"물론 할 줄 아오. 그쯤 할 줄 아는 사람은 더러 있소."
"대부분은 할 줄 모르오. 나도 할 줄 모르오. 그대가 읽고 쓸 줄 안다니 아주 잘됐소, 아주 잘됐소. 그 주문들도 언젠가 쓸 데가 있을 거요."
바로 그때 하녀 하나가 달려와 여주인의 귀에 무슨 소식을 속삭였다.
"손님이 오는구려." 카말라가 소리쳤다. "어서 사라지시오, 싯다르타. 아무도 여기서 그대를 보아서는 안 되오. 명심하시오! 내일 다시 봅시다."
카말라는 하녀를 시켜 그 경건한 브라만에게 흰 겉옷 한 벌을 내주게 했다. 싯다르타는 어찌 된 영문인지도 모르는 채 하녀에게 이끌려 나가, 에움길을 돌아 정원 별채로 들어갔다가 겉옷 한 벌을 선물로 받았고, 덤불 속으로 안내되어,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어서 숲을 빠져나가라는 다급한 당부를 들었다.
싯다르타는 흐뭇한 마음으로 시키는 대로 했다. 숲에 익숙한 몸이라 소리 없이 숲을 빠져나와 산울타리를 넘었다. 흐뭇한 마음으로, 둘둘 만 옷을 겨드랑이에 낀 채 그는 도시로 돌아왔다. 길손들이 묵어 가는 집 문간에 서서 말없이 먹을 것을 청했고, 말없이 쌀떡 한 조각을 받았다. 어쩌면 당장 내일부터는 아무에게도 먹을 것을 청하지 않게 되겠구나, 그는 생각했다.
갑자기 가슴속에서 자존심이 불길처럼 치솟았다. 그는 이제 사문이 아니었고, 빌어먹는 일은 이제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싯다르타는 쌀떡을 개에게 주고, 끼니를 거른 채 지냈다.
"여기 이 세상에서 사는 삶은 단순하구나." 싯다르타는 생각했다.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사문이었을 때는 모든 것이 어려웠고, 고달팠고, 끝내는 가망이 없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쉽다, 카말라가 내게 해 주는 입맞춤 수업처럼 쉽다. 내게 필요한 것은 옷과 돈, 그뿐이고, 그것은 작고 가까운 목표라서 잠을 설칠 일도 없다."
카말라가 도시에 둔 집은 진작 알아 두었으므로, 싯다르타는 이튿날 그리로 찾아갔다.
"일이 잘 풀렸소." 카말라가 그를 맞으며 소리쳤다. "이 도시에서 제일가는 부자 상인인 카마스와미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소. 그대가 마음에 들면 그대를 데려다 쓸 거요. 영리하게 구시오, 볕에 그은 사문 양반. 다른 사람들을 시켜 그대 이야기를 그 사람 귀에 넣어 두었소. 그 사람은 아주 힘 있는 사람이니 상냥하게 대하시오. 하지만 너무 겸손하게 굴지는 마시오! 나는 그대가 그 사람의 하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소. 그대는 그 사람과 대등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나는 그대가 마음에 차지 않을 거요. 카마스와미는 이제 늙고 게을러지기 시작했소. 그 사람 마음에 들면 그대에게 많은 것을 맡길 거요."
싯다르타는 고맙다고 하며 웃었고, 카말라는 그가 어제도 오늘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말을 듣자 빵과 과일을 내오게 하여 그를 대접했다.
"그대는 운이 좋았소." 헤어질 때 카말라가 말했다. "문이 하나 또 하나 그대 앞에 열리는구려. 대체 어찌 된 일이오? 무슨 마법이라도 지녔소?"
싯다르타가 말했다. "어제 나는 그대에게 생각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굶을 줄 안다고 말했는데, 그대는 그런 건 아무 쓸모가 없다고 여겼소. 하지만 쓸모가 많소, 카말라, 두고 보시오. 숲속의 어리석은 사문들이 그대들은 할 줄 모르는 좋은 것을 많이 배우고, 또 할 줄 안다는 것을 보게 될 거요. 그저께만 해도 나는 머리가 덥수룩한 거지였고, 어제는 벌써 카말라와 입을 맞추었으며, 머지않아 상인이 되어 돈도 생기고 그대가 귀하게 여기는 그 모든 것도 생길 거요."
"그건 그렇소." 카말라도 수긍했다. "하지만 내가 없었다면 그대는 어떻게 되었겠소? 카말라가 돕지 않았다면 그대는 무엇이 되었겠소?"
"다정한 카말라." 싯다르타가 몸을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그대의 숲으로 그대를 찾아갔을 때, 나는 첫걸음을 내디뎠소. 누구보다 아름다운 이 여인에게서 사랑을 배우는 것이 내 뜻이었소. 그 뜻을 세운 순간부터 나는 그 뜻을 이루리라는 것도 알았소. 그대가 나를 도우리라는 것도 알았소, 숲 어귀에서 그대가 처음 나를 바라보았을 때 벌써 알았소."
"그런데 내가 원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소?"
"그대는 원했소. 보시오, 카말라. 물에 돌을 던지면 돌은 가장 빠른 길로 서둘러 물 밑바닥까지 가라앉소. 싯다르타가 목표를, 뜻을 품으면 그와 같소. 싯다르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고, 생각하고, 굶을 뿐이지만, 돌이 물속을 꿰뚫고 내려가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세상일을 꿰뚫고 지나가오. 끌려가고, 떨어지는 대로 몸을 맡기오. 목표를 거스를 만한 것은 무엇 하나 영혼 안에 들이지 않으니, 목표가 그를 제게로 끌어당기오. 이것이 싯다르타가 사문들 곁에서 배운 것이오. 어리석은 이들이 마법이라 부르며 마귀들이 부리는 조화라고 여기는 것이 바로 이것이오. 마귀가 부리는 조화란 없소, 마귀란 없소. 누구나 마법을 부릴 수 있고, 누구나 제 목표에 이를 수 있소. 생각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굶을 줄 안다면."
카말라는 귀 기울여 들었다. 카말라는 그의 목소리를 사랑했고, 그의 눈빛을 사랑했다.
"그대 말대로일지도 모르오, 친구." 카말라가 나직이 말했다. "하지만 싯다르타가 잘생긴 남자여서, 그 눈빛이 여자들 마음에 들어서, 그래서 행운이 그를 마중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오."
싯다르타는 입맞춤으로 작별을 고했다. "그렇게 되기를, 나의 스승이여. 언제나 내 눈빛이 그대 마음에 들기를, 언제나 그대에게서 행운이 나를 마중 나오기를!"
주
1. 산스크리트어로 '연꽃'이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