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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사공

이 강가에 머물리라, 싯다르타는 생각했다. 이 강은 언젠가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에게로 가던 길에 건넜던 바로 그 강이고, 그때 다정한 뱃사공이 나를 건네주었으니, 그 사람에게로 가리라. 언젠가 그의 오두막에서 떠난 내 길은 나를 새로운 삶으로 데려갔고, 그 삶은 이제 늙어서 죽어 버렸다. 지금의 내 길도, 지금의 새로운 삶도 부디 그곳에서 첫걸음을 내딛기를!

다정한 눈길로 싯다르타는 흐르는 물을, 투명한 초록빛을, 비밀로 가득한 물무늬의 수정 같은 선들을 들여다보았다. 깊은 데서 환한 구슬들이 떠오르고, 고요한 공기 방울들이 거울 같은 수면 위를 떠다니고, 그 수면에 하늘의 푸른빛이 비쳐 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강은 천 개의 눈으로 싯다르타를 바라보았다. 초록빛으로, 흰빛으로, 수정빛으로, 하늘빛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싯다르타는 이 물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이 물은 그를 얼마나 황홀하게 했던가, 그는 이 물이 얼마나 고마웠던가! 가슴속에서 새로 깨어난 목소리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 물을 사랑하라! 이 물 곁에 머물라! 이 물에게서 배우라! 오, 그렇다, 싯다르타는 이 물에게서 배우고 싶었고, 이 물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싯다르타에게는 이렇게 여겨졌다. 이 물을, 이 물의 비밀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많은 것도 이해하리라. 많은 비밀을, 모든 비밀을.

그러나 강의 비밀 가운데 오늘 싯다르타가 본 것은 단 한 가지였고, 그 한 가지가 그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싯다르타는 보았다. 이 물은 흐르고 또 흘렀고, 쉬지 않고 흘렀으며, 그런데도 늘 거기 있었고, 언제나, 어느 때나 똑같은 물이면서도 순간마다 새로운 물이었다! 오, 이것을 헤아리는 사람이, 이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싯다르타는 그것을 이해하지도 헤아리지도 못했다. 다만 어렴풋한 예감이, 아득한 기억이, 신성한 목소리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싯다르타는 일어섰다. 배 속에서 몰아치는 허기를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넋을 빼앗긴 채 싯다르타는 강기슭 오솔길을 따라 물줄기를 거슬러 걸어 올라가며, 물살에 귀를 기울이고, 배 속에서 꼬르륵거리는 허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루에 이르렀을 때 마침 배 한 척이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었고, 언젠가 젊은 사문을 강 건너로 건네주었던 바로 그 뱃사공이 배 위에 서 있었다. 싯다르타는 그를 알아보았다. 뱃사공 역시 몹시 늙어 있었다.

"나를 건네주겠소?" 싯다르타가 물었다.

뱃사공은 그토록 지체 높아 보이는 사람이 혼자서, 그것도 걸어서 길을 가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그를 배에 태우고 강기슭을 밀어 배를 띄웠다.

"좋은 삶을 골랐구려," 손님이 말했다. "날마다 이 물가에 살면서 이 물 위를 오가는 삶은 분명 좋을 것이오."

노 젓는 사공이 미소 지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좋습니다, 나리,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그런데 어느 삶인들 좋지 않겠습니까, 어느 일인들 좋지 않겠습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소. 그래도 나는 그대의 일이 부럽구려."

"원, 나리께서는 금세 이 일에 싫증이 나실 겁니다. 고운 옷을 입은 분들이 할 일이 못 됩니다."

싯다르타는 웃었다. "오늘 이미 한 번, 이 옷 때문에 누가 나를 쳐다보았소.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소. 뱃사공이여, 내게 거추장스러운 이 옷을 그대가 받아 주지 않겠소? 실은 말이오, 내게는 그대에게 치를 뱃삯이 없소."

"나리께서 농을 하십니다." 뱃사공이 웃었다.

"농이 아니오, 벗이여. 보시오, 그대는 전에도 한 번 나를 그대의 배에 태워 이 물을 건네준 적이 있소. 삯도 받지 않고, 공덕 삼아서. 그러니 오늘도 그렇게 해 주고, 그 대신 내 옷을 받아 주시오."

"그럼 나리께서는 옷도 없이 길을 계속 가시렵니까?"

"아, 무엇보다 나는 길을 더 가고 싶지 않소. 뱃사공이여, 무엇보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대가 내게 헌 앞치마 하나를 주고 나를 일꾼으로, 아니 그보다는 도제로 그대 곁에 두는 것이오. 나는 배 다루는 법부터 배워야 하니 말이오."

뱃사공은 오래도록 낯선 이를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찾는 눈길이었다.

"이제야 알아뵙겠습니다," 마침내 뱃사공이 말했다. "언젠가 제 오두막에서 주무시고 가신 적이 있습니다. 오래전 일입니다. 스무 해도 더 되었을 겁니다. 그때 제가 강을 건네 드렸고, 우리는 좋은 벗처럼 작별했습니다. 사문이 아니셨습니까? 존함은 이제 기억나지 않습니다."

"내 이름은 싯다르타요. 그대가 마지막으로 나를 보았을 때 나는 사문이었소."

"그렇다면 잘 왔네, 싯다르타. 나는 바수데바라고 하네. 바라건대 오늘도 내 손님이 되어 내 오두막에서 자고 가게. 그리고 어디서 오는 길인지, 그 좋은 옷이 어째서 그리도 거추장스러운지 들려주게."

두 사람은 강 한가운데에 이르렀고, 바수데바는 물살을 이겨 내려고 노에 몸을 더 실었다. 바수데바는 뱃머리에 눈길을 둔 채 억센 팔로 차분하게 일했다. 싯다르타는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언젠가 사문 시절의 그 마지막 날에도 이 사람을 향한 사랑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던 일을 떠올렸다. 싯다르타는 고마운 마음으로 바수데바의 초대를 받아들였다. 강기슭에 배를 대자 싯다르타는 바수데바를 도와 배를 말뚝에 붙들어 맸고, 뱃사공은 싯다르타에게 오두막으로 들어오라 하고는 빵과 물을 내주었으며, 싯다르타는 달게 먹었고, 바수데바가 내준 망고도 달게 먹었다.

그 뒤 해 질 녘이 가까워 오자 두 사람은 강가의 통나무에 걸터앉았고, 싯다르타는 뱃사공에게 자기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오늘 그 절망의 시간에 눈앞에 펼쳐져 보였던 그대로 이야기했다. 싯다르타의 이야기는 밤이 깊도록 이어졌다.

바수데바는 온 마음을 기울여 들었다. 태어난 내력과 어린 시절을, 그 모든 배움을, 그 모든 찾아 헤맴을, 모든 기쁨을, 모든 고난을, 바수데바는 귀 기울여 들으며 모두 제 안에 받아들였다. 들을 줄 안다는 것, 이것은 뱃사공이 지닌 가장 큰 덕 가운데 하나였다. 그만큼 들을 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바수데바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도, 말하는 이는 바수데바가 제 말을 고요히,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며 받아들이는 것을, 한마디도 흘려버리지 않고, 한마디도 조바심치며 기다리지 않고, 칭찬도 나무람도 곁들이지 않고,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을 느꼈다. 이런 사람에게 제 속을 털어놓는 것이, 그 가슴속에 제 삶을, 제 찾아 헤맴을, 제 괴로움을 가라앉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싯다르타는 느꼈다.

그런데 이야기가 끝나 갈 무렵, 싯다르타가 강가의 나무 이야기를 하고, 제 깊은 추락 이야기를, 거룩한 옴 이야기를 하고, 잠에서 깨어난 뒤 강을 그토록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뱃사공은 두 배로 귀를 기울였다. 온전히, 남김없이 제 몸과 마음을 내맡긴 채, 눈을 감고서.

싯다르타가 입을 다물고 오랜 침묵이 흐르고 나서야 바수데바가 말했다. "내 생각대로일세. 강이 자네에게 말을 걸었네. 강은 자네에게도 벗이고, 자네에게도 말을 한다네. 좋은 일일세, 참으로 좋은 일일세. 내 곁에 머물게, 싯다르타, 내 벗이여. 내게도 한때 아내가 있었네. 아내의 잠자리가 내 잠자리 곁에 있었네. 하지만 아내는 죽은 지 오래고, 나는 오래도록 혼자 살았네. 이제 자네가 나와 함께 살게. 둘이 지낼 자리도, 먹을 것도 넉넉하네."

"고맙소," 싯다르타가 말했다. "고맙소, 그 청을 받아들이겠소. 그리고 바수데바, 그대가 내 말을 그토록 잘 들어 준 것도 고맙소! 들을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오. 그대처럼 들을 줄 아는 사람은 한 번도 만나지 못했소. 이 일에서도 나는 그대에게 배우겠소."

"배우게 될 걸세," 바수데바가 말했다. "하지만 나한테서 배우는 건 아닐세. 듣는 법은 강이 내게 가르쳐 주었네. 자네도 강에게서 배우게 될 걸세. 강은 모든 걸 안다네, 강은. 강에게서는 모든 걸 배울 수 있네. 보게, 자네는 이것도 벌써 물에게서 배웠네. 아래로 향하는 것이, 가라앉는 것이, 깊은 곳을 찾는 것이 좋다는 것을. 부유하고 지체 높은 싯다르타가 노 젓는 머슴이 되고, 학식 높은 브라만 싯다르타가 뱃사공이 되네. 이것 역시 강이 자네에게 일러 준 것일세. 자네는 다른 것도 강에게서 배우게 될 걸세."

한참 말이 없던 싯다르타가 입을 열었다. "다른 것이라니, 무엇 말이오, 바수데바?"

바수데바가 일어섰다. "밤이 깊었네," 바수데바가 말했다. "자러 가세. 그 다른 것은 내가 자네에게 말해 줄 수 없네, 오, 벗이여. 자네는 그것을 배우게 될 걸세.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네. 보게, 나는 학자가 아닐세. 나는 말할 줄 모르고, 생각할 줄도 모르네. 들을 줄 알고 경건할 줄 알 뿐, 그 밖에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네. 내가 그것을 말로 하고 가르칠 수 있다면 어쩌면 현자이겠지만, 나는 한낱 뱃사공일 뿐이고, 사람들을 이 강 건너로 실어 나르는 것이 내 일일세. 나는 많은 사람을, 수천 명을 건네주었지만, 그 모두에게 내 강은 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에 지나지 않았네. 그들은 돈과 장사를 좇아, 혼인 잔치에, 순례길에 나섰고, 강은 그들 앞을 가로막았고, 뱃사공은 그들을 그 걸림돌 너머로 얼른 건네주려고 거기 있었네. 하지만 그 수천 명 가운데 몇 사람, 아주 몇 안 되는 네댓 사람에게는 강이 더는 걸림돌이 아니었으니, 그들은 강의 목소리를 들었고, 강에 귀를 기울였으며, 강은 내게 그랬듯이 그들에게도 거룩한 것이 되었네. 이제 쉬러 가세, 싯다르타."

싯다르타는 뱃사공 곁에 머물며 배 부리는 법을 배웠고, 나루에 할 일이 없을 때면 바수데바와 함께 논에서 일하고, 땔나무를 모으고, 바나나나무의 열매를 땄다. 노를 깎아 만드는 법을 배웠고, 배를 손보는 법을 배웠고, 바구니 엮는 법을 배웠으며, 배우는 것마다 즐거웠고, 하루하루가, 한 달 한 달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러나 바수데바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강이 가르쳐 주었다. 싯다르타는 강에게서 쉼 없이 배웠다. 무엇보다도 강에게서 듣는 법을 배웠다. 고요한 가슴으로, 기다리며 열린 영혼으로, 격정 없이, 바라는 것 없이, 판단 없이, 의견 없이 귀 기울이는 법을.

싯다르타는 바수데바 곁에서 다정하게 지냈고, 이따금 두 사람은 말을 주고받았다. 몇 마디 되지 않는, 오래 곱씹은 말들이었다. 바수데바는 말을 즐기지 않아서, 싯다르타가 그의 입을 열게 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대도," 언젠가 싯다르타가 이렇게 물었다. "그대도 강에게서 그 비밀을 배웠소? 시간은 없다는 것을?"

바수데바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렇다네, 싯다르타," 바수데바가 말했다. "자네가 말하는 건 바로 이것 아닌가? 강은 어디에나 동시에 있다는 것, 발원지에도 강어귀에도, 폭포에도, 나루에도, 여울에도, 바다에도, 산에도, 어디에나, 동시에 있다는 것, 그리고 강에게는 오직 현재만 있을 뿐, 과거라는 그림자도, 미래라는 그림자도 없다는 것 말일세."

"바로 그것이오," 싯다르타가 말했다. "그것을 배우고 나서 내 삶을 돌아보았더니, 내 삶도 하나의 강이었소. 소년 싯다르타와 어른 싯다르타와 노인 싯다르타를 갈라놓은 것은 그림자일 뿐, 실재하는 무엇이 아니었소. 싯다르타의 전생들도 과거가 아니었고, 싯다르타의 죽음도, 브라흐만에게로 돌아가는 일도 미래가 아니었소. 아무것도 있었던 것이 아니고, 아무것도 있을 것이 아니오. 모든 것이 지금 있고, 모든 것에 본질과 현재가 있소."

싯다르타는 황홀에 젖어 말했다. 이 깨달음이 그를 깊이 행복하게 했다. 오, 모든 괴로움이 시간이 아니었던가, 스스로를 들볶는 일도 두려워하는 일도 모두 시간이 아니었던가, 시간을 이겨 내자마자, 시간을 생각에서 지워 버릴 수 있게 되자마자, 세상의 무거운 것도, 적의에 찬 것도 모두 사라지고 극복되지 않았던가? 싯다르타는 황홀하게 말했지만, 바수데바는 그저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으로 싯다르타의 어깨를 쓸어 주고 다시 제 일로 돌아갔다.

또 한번은 우기를 맞아 강물이 불어나 우렁차게 소리치며 흐를 때, 싯다르타가 말했다. "그렇지 않소, 오, 벗이여? 강에는 목소리가 많소, 아주 많은 목소리가. 강에는 왕의 목소리가, 전사의 목소리가, 황소의 목소리가, 밤새의 목소리가, 아이를 낳는 여인의 목소리가, 한숨짓는 이의 목소리가, 그리고 또 다른 천 가지 목소리가 있지 않소?"

"그렇다네," 바수데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뭇 생명의 목소리가 다 강의 목소리 안에 있네."

"그러면 그대는 아시오," 싯다르타가 말을 이었다. "강의 만 가지 목소리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강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수데바의 얼굴이 행복하게 웃었다. 바수데바는 싯다르타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그의 귀에 대고 거룩한 옴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싯다르타가 들은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싯다르타의 미소는 갈수록 뱃사공의 미소를 닮아 갔다. 거의 그만큼 환해지고, 거의 그만큼 행복으로 속속들이 빛나고, 똑같이 천 갈래 잔주름 사이로 빛이 배어 나오고, 똑같이 아이 같고, 똑같이 노인 같아졌다. 많은 길손이 두 뱃사공을 보고는 형제로 여겼다. 저녁이면 두 사람은 자주 강가의 통나무에 나란히 앉아 말없이 둘 다 물에 귀를 기울였는데, 두 사람에게 그것은 물이 아니라 삶의 목소리, 존재하는 것의 목소리, 영원히 되어 가는 것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따금 두 사람은 강에 귀를 기울이다가 같은 것을, 그저께 나눈 이야기를, 얼굴과 운명이 마음에 걸리던 어느 길손을, 죽음을, 저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강이 무언가 좋은 것을 말해 주었을 때면, 두 사람은 같은 순간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 다 똑같은 것을 생각하며, 둘 다 같은 물음에 주어진 같은 대답에 기뻐하며.

나루와 두 뱃사공에게서는 무언가가 풍겨 나왔고, 길손 가운데 더러는 그것을 느꼈다. 때로는 어떤 길손이 두 뱃사공 가운데 한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나서 제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슬픔을 털어놓고, 저지른 악을 고백하고, 위로와 조언을 구하는 일이 있었다. 때로는 누군가가 강에 귀를 기울이고 싶으니 하룻저녁 그들 곁에 머물게 해 달라고 청하는 일이 있었다. 이 나루에 두 현자가, 아니 두 마법사가, 아니 두 성자가 산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찬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도 있었다. 호기심에 찬 이들은 이것저것 많이 물었지만 대답은 하나도 듣지 못했고, 마법사도 현자도 찾지 못했으며, 그들이 찾은 것은 말도 못 하는 듯하고 어딘가 별나고 얼빠져 보이는, 사람 좋은 늙은이 둘이 전부였다. 그러자 호기심에 찬 이들은 웃으며, 사람들이란 얼마나 어리석고 귀가 얇기에 이런 헛소문을 퍼뜨리느냐고 저희끼리 떠들었다.

세월이 흘렀고, 아무도 그 햇수를 세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타마를, 붓다를 따르는 승려들이 순례길에 나루를 찾아와 강을 건네 달라고 청했고, 뱃사공들은 그들에게서 승려들이 위대한 스승에게로 서둘러 돌아가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존께서 병이 위중하시어 머지않아 사람의 몸으로 마지막 죽음을 맞고 해탈에 드시리라는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무리의 승려들이 순례해 왔고, 또 한 무리가 왔으며, 승려들도, 그 밖의 길손과 나그네들도 대부분 고타마와 그의 가까워진 죽음 말고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출정이나 왕의 즉위식이 있을 때면 사람들이 사방팔방에서 쏟아져 나와 개미 떼처럼 무리를 짓듯이,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것처럼 몰려갔다. 위대한 붓다가 죽음을 기다리는 곳으로,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한 세계 시대의 위대한 이, 완성에 이른 이가 영광 속으로 들어가게 될 그곳으로.

그 무렵 싯다르타는 죽어 가는 현자를, 위대한 스승을 자주 생각했다. 그 목소리로 뭇 백성을 타이르고 수십만 사람을 깨어나게 한 스승, 싯다르타도 언젠가 그 목소리를 들었고, 그 거룩한 얼굴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우러러보았던 스승이었다. 싯다르타는 다정한 마음으로 스승을 생각했고, 완성에 이르는 그의 길을 눈앞에 그려 보았으며, 젊은 날 세존께 드렸던 말들을 미소 지으며 떠올렸다. 싯다르타가 보기에 그것은 오만하고 애늙은이 같은 말이었고, 그는 미소 지으며 그 말들을 떠올렸다. 싯다르타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고타마와 떨어져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 고타마의 가르침을 끝내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도. 아니, 참으로 찾는 사람은, 참으로 찾아내려는 사람은 어떤 가르침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찾아낸 사람, 그 사람은 어떤 가르침이든, 어떤 가르침이든 다 좋다 할 수 있었고, 어떤 길이든, 어떤 목표든 좋다 할 수 있었으며, 영원한 것 안에 살며 신성한 것을 숨 쉬는 다른 모든 천 사람과 그런 사람을 갈라놓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죽어 가는 붓다에게로 순례하던 그 무렵의 어느 날, 한때 기녀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웠던 카말라도 붓다에게로 순례길에 올랐다. 카말라는 오래전에 지난날의 삶에서 물러나, 자기 정원을 고타마의 승려들에게 바치고, 그 가르침에 귀의하여, 순례하는 이들의 벗이자 은인이 되어 있었다. 고타마의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카말라는 아들인 소년 싯다르타를 데리고 수수한 옷차림으로 걸어서 길을 나섰다. 카말라는 어린 아들과 함께 강을 따라 길을 가고 있었는데, 아이는 금세 지쳐, 집으로 돌아가자고 조르고, 쉬어 가자고 조르고,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며, 떼를 쓰고 칭얼거렸다.

카말라는 아이 때문에 자주 쉬어 가야 했다. 아이는 어머니에게 제 고집을 내세우는 버릇이 들어 있었고, 카말라는 아이에게 먹을 것을 먹여야 했고, 달래야 했고, 꾸짖어야 했다. 아이는 어째서 어머니와 함께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거룩하다는, 죽어 가고 있다는 낯선 사내에게로 이 고되고 서글픈 순례길을 떠나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사내가 죽든 말든, 그게 아이와 무슨 상관이었으랴?

두 순례자가 바수데바의 나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을 때, 어린 싯다르타가 또다시 어머니를 졸라 쉬어 가게 했다. 어머니도, 카말라 자신도 지쳐 있었다. 아이가 바나나를 씹는 동안 카말라는 땅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쉬었다. 그런데 갑자기 카말라가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고, 아이는 깜짝 놀라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공포로 하얗게 질린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으며, 어머니의 옷자락 밑에서 작고 검은 뱀 한 마리가 스르르 빠져나갔다. 카말라를 문 뱀이었다.

두 사람은 사람 사는 곳에 닿으려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고, 나루 가까이까지 왔지만, 거기서 카말라가 쓰러져 더는 걷지 못했다. 아이는 서럽게 울부짖으며 그 사이사이 어머니에게 입을 맞추고 목에 매달렸고, 카말라도 아이를 따라 살려 달라고 소리 높여 외쳤으며, 마침내 그 소리가 나루에 서 있던 바수데바의 귀에 닿았다. 바수데바는 걸음을 재촉해 다가와 여인을 두 팔에 안아 배에 실었고, 아이도 따라 달렸으며, 이윽고 모두 오두막에 이르렀을 때 싯다르타는 화덕 앞에 서서 막 불을 피우던 참이었다. 싯다르타는 고개를 들어 먼저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은 기이하게도 무언가를 떠올리게 했고, 잊고 있던 무언가를 일깨웠다. 그다음 카말라를 보았다. 카말라는 정신을 잃고 뱃사공의 품에 안겨 있었지만 싯다르타는 곧바로 알아보았다. 그리고 이제 싯다르타는 알았다. 그토록 무언가를 일깨우던 그 얼굴이 바로 자기 아들의 얼굴이라는 것을. 가슴속에서 심장이 크게 출렁였다.

카말라의 상처를 씻어 냈지만, 상처는 이미 검게 변했고 온몸이 부어올라 있었다. 달인 약을 카말라의 입에 흘려 넣었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카말라는 오두막 안 싯다르타의 잠자리에 누워 있었고, 그 위로 한때 카말라를 그토록 사랑했던 싯다르타가 몸을 굽히고 서 있었다. 카말라에게는 꿈만 같았다. 카말라는 미소 지으며 벗의 얼굴을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제 처지를 깨닫고, 뱀에 물린 일을 떠올리고는, 겁에 질려 아이를 불렀다.

"아이는 당신 곁에 있어, 걱정하지 마." 싯다르타가 말했다.

카말라는 싯다르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독에 마비되어 혀가 무거웠다. "늙었구나, 내 사랑," 카말라가 말했다. "머리가 하얗게 셌어. 그래도 당신은 그 젊은 사문을 닮았어. 언젠가 옷도 없이 먼지투성이 발로 내 정원에 들어왔던 그 사문을. 나와 카마스와미를 두고 떠나던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닮았어. 눈이 그 사문을 닮았어, 싯다르타. 아, 나도 늙었어, 이렇게 늙었는데, 그래도 나를 알아보았어?"

싯다르타는 미소 지었다. "단번에 알아보았어, 카말라, 내 사랑."

카말라는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이도 알아보았어? 당신 아들이야."

카말라의 눈이 초점을 잃고 헤매다가 감겼다. 아이는 울었고, 싯다르타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울게 두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그 아이의 얼굴을 보자 싯다르타 자신이 어린 소년이던 시절에 배운 브라만의 기도 하나가 떠올랐다. 싯다르타는 노래하는 목소리로 천천히 그 기도를 읊기 시작했고, 지나간 날에서, 어린 시절에서 그 말들이 흘러나왔다. 그 노랫가락을 들으며 아이는 잠잠해졌고, 이따금 흐느끼다가 잠이 들었다. 싯다르타는 아이를 바수데바의 잠자리에 뉘었다. 바수데바는 화덕 앞에 서서 밥을 짓고 있었다. 싯다르타가 눈길을 보내자, 바수데바는 미소로 답했다.

"이 사람은 죽을 것이오." 싯다르타가 나직이 말했다.

바수데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정한 얼굴 위로 화덕의 불빛이 어른거렸다.

카말라가 다시 한번 정신을 차렸다.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싯다르타의 눈은 카말라의 입가에서, 핏기 가신 뺨에서 괴로움을 읽었다. 조용히, 주의 깊게, 기다리며, 그 괴로움 속에 깊이 잠겨 싯다르타는 그것을 읽었다. 카말라는 그것을 느꼈고, 카말라의 눈길이 싯다르타의 눈을 찾았다.

카말라가 싯다르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보니 당신 눈도 변했어. 아주 딴 눈이 되었어. 그런데 나는 무엇을 보고 아직도 당신이 싯다르타라는 걸 알아보는 걸까? 당신은 싯다르타이면서, 싯다르타가 아니야."

싯다르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싯다르타의 눈이 고요히 카말라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이룬 거야?" 카말라가 물었다. "평화를 찾았어?"

싯다르타는 미소 지으며 카말라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었다.

"보여," 카말라가 말했다. "보여. 나도 평화를 찾을 거야."

"당신은 벌써 찾았어." 싯다르타가 속삭였다.

카말라는 눈을 떼지 않고 싯다르타의 눈을 바라보았다. 카말라는 생각했다. 완성에 이른 이의 얼굴을 보려고, 그 평화를 숨 쉬려고 고타마에게로 순례하려 했는데, 이제 고타마 대신 이 사람을 찾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좋았다는 것을, 고타마를 보았을 때와 똑같이 좋았으리라는 것을. 카말라는 그 말을 하고 싶었지만, 혀가 더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카말라는 말없이 싯다르타를 바라보았고, 싯다르타는 카말라의 눈 속에서 생명이 꺼져 가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 고통이 카말라의 눈을 가득 채우고 그 눈빛이 스러졌을 때, 마지막 떨림이 팔다리를 스치고 지나갔을 때, 싯다르타의 손가락이 카말라의 눈을 감겨 주었다.

오래도록 싯다르타는 앉아서 잠든 카말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래도록 카말라의 입을, 입술이 얇아진 그 늙고 지친 입을 바라보며, 언젠가 인생의 봄날에 이 입을 갓 벌어진 무화과에 견주었던 일을 떠올렸다. 오래도록 앉아서, 핏기 없는 얼굴을, 지친 주름을 읽고, 그 모습으로 제 안을 가득 채우고, 제 얼굴도 그렇게 누워 있는 것을, 그렇게 하얗게, 그렇게 꺼진 채 누워 있는 것을 보았으며, 동시에 제 얼굴과 카말라의 얼굴이 붉은 입술과 타오르는 눈을 지닌 젊은 얼굴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현재의 느낌이, 모든 것이 동시에 있다는 느낌이 싯다르타를 온통 꿰뚫었다. 영원의 느낌이. 이 시간에 싯다르타는 깊이, 어느 때보다도 깊이, 모든 생명이 부서지지 않음을, 모든 순간이 영원함을 느꼈다.

싯다르타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바수데바는 그를 위해 밥을 차려 두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먹지 않았다. 염소를 매어 두는 헛간에 두 늙은이는 짚을 깔아 잠자리를 마련했고, 바수데바는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밖으로 나가 오두막 앞에 앉아, 강에 귀를 기울이며, 지난날의 물결에 씻기며, 제 삶의 모든 시간에 한꺼번에 어루만져지고 감싸 안긴 채로 밤을 새웠다. 그러면서도 이따금 일어나 오두막 문가로 가서 아이가 잘 자는지 귀를 기울였다.

이른 아침, 해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바수데바가 헛간에서 나와 벗에게로 다가왔다.

"자네, 자지 않았구먼," 바수데바가 말했다.

"그렇소, 바수데바. 여기 앉아 강에 귀를 기울였소. 강이 내게 많은 것을 말해 주었소. 나를 낫게 하는 생각으로, 하나임이라는 생각으로 나를 깊이 채워 주었소."

"자네는 슬픔을 겪었네, 싯다르타. 하지만 보아하니 자네 가슴에 서글픔이 깃들지는 않았구먼."

"아니오, 사랑하는 벗이여, 내가 어찌 서글퍼하겠소? 부유하고 행복했던 내가 이제 더욱 부유하고 더욱 행복해졌소. 내 아들을 선물로 받았으니 말이오."

"자네 아들은 내게도 반가운 손님일세. 자, 이제 싯다르타, 일하러 가세. 할 일이 많네. 카말라는 예전에 내 아내가 죽은 바로 그 잠자리에서 죽었네. 예전에 내가 아내를 태울 장작더미를 쌓았던 바로 그 언덕에, 카말라를 태울 장작더미도 쌓으세."

아이가 아직 잠들어 있는 사이, 두 사람은 장작더미를 쌓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