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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기벤라트 씨는 위엄 있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과 압착기를 다루었고 한스는 일을 거들었다. 구두장이네 아이들 가운데 둘이 초대에 응해 와서 과일을 만지작거리며 작은 맛보기 잔 하나를 둘이 함께 쓰고, 주먹에는 엄청나게 큰 흑빵 조각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에마는 함께 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통장이와 함께 반 시간쯤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한스는 용기를 내어 에마에 관해 물었다.

"에마는 어디 있니? 오기 싫대?"

꼬마들은 입 안에 든 것을 다 넘기고 말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에마는 벌써 갔어."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갔다니, 어디로?"

"집에."

"떠났다고? 기차 타고?"

아이들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오늘 아침에."

꼬마들은 다시 사과 쪽으로 손을 뻗었다. 한스는 압착기를 이리저리 누르며 사과즙 양동이를 멍하니 들여다보다가, 천천히 사정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왔고, 다들 일하며 웃었고, 아이들은 고맙다고 인사하고 뛰어갔으며, 저녁이 되자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을 먹은 뒤 한스는 제 방에 혼자 앉아 있었다. 열 시가 되고 열한 시가 되었지만 그는 불을 켜지 않았다. 그러다가 깊이, 오래 잠들었다.

여느 때보다 늦게 깨어났을 때 그는 무언가 불행한 일이 있었고 무언가를 잃었다는 흐릿한 느낌만 있었는데, 이윽고 에마가 다시 떠올랐다. 에마는 떠나 버렸다. 인사도 작별도 없이. 그가 마지막 저녁에 에마 곁에 있었을 때, 에마는 언제 떠날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에마의 웃음과 입맞춤과 자기보다 한 수 위인 듯한 몸가짐을 떠올렸다. 에마는 그를 조금도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일 때문에 성이 나고 아픈 마음에, 들뜬 채 채워지지 않은 사랑의 힘이 불러일으키는 불안이 한데 엉겨 흐릿한 괴로움이 되었고, 그 괴로움이 그를 집에서 뜰로, 길로, 숲으로, 다시 집으로 몰아댔다.

그렇게 그는, 어쩌면 너무 이르게, 사랑의 비밀에서 제 몫을 겪었다. 그 몫에는 단것은 적고 쓴 것은 많았다. 부질없는 탄식과 그리운 추억과 위로 없는 곱씹음으로 가득한 낮들이었다. 가슴 두근거림과 답답함 때문에 잠들지 못하거나, 숨 막히게 무서운 꿈속으로 곤두박질치는 밤들이었다. 그 꿈속에서는 영문 모를 핏속의 들끓음이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환상의 모습으로, 죽도록 휘감는 팔로, 눈이 뜨겁게 타는 공상으로, 아찔한 낭떠러지로, 이글거리는 거대한 눈으로 바뀌었다. 깨어나 보면 그는 혼자였고, 서늘한 가을밤의 외로움에 둘러싸인 채 제 처녀를 그리워하며 눈물에 젖은 베개에 신음하듯 얼굴을 묻었다.

기계 작업장에 들어가기로 한 금요일이 다가왔다. 아버지는 그에게 파란 아마포 작업복과 반은 털실로 짠 파란 모자를 사 주었다. 그는 그 옷을 입어 보았고, 철공 작업복을 입은 자기가 딴사람 같고 꽤 우스꽝스럽다고 느꼈다. 학교 건물이나 교장 집이나 수학 교사 집, 플라이크네 작업장이나 목사관 앞을 지날 때면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 많은 고생과 부지런함과 땀, 그토록 많이 바친 작은 기쁨들, 그 많은 자부심과 공명심과 희망에 찬 꿈, 그 모든 것이 헛되었다. 그 모든 것이 고작, 이제 그가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모두의 비웃음을 받으며, 가장 어린 견습공으로 작업장에 들어가게 하려고 있었단 말인가!

하일너라면 뭐라고 할까?

그는 차츰 파란 철공 작업복과 화해하기 시작했고, 그 옷을 처음 입어 볼 금요일을 조금은 기다리게 되었다. 그래도 적어도 다시 무언가 겪을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어두운 구름 속에서 번쩍하는 번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처녀가 떠난 일을 잊지 못했고, 그의 피는 이 며칠의 흥분을 더더구나 잊지도 이겨 내지도 못했다. 피는 더 많은 것을 달라고 몰아대며 외쳤다. 깨어난 그리움이 풀려나기를, 아니면 혼자서는 풀기 너무 어려운 수수께끼들 사이로 이끌어 줄 길잡이를. 그렇게 시간은 답답하고 괴롭게 더디 흘러갔다.

가을은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부드러운 햇살이 가득했고, 은빛 새벽과 울긋불긋 웃는 한낮과 맑은 저녁이 있었다. 먼 산들은 짙은 우단 같은 파란빛을 띠었고, 밤나무들은 금빛 노랑으로 빛났으며, 담장과 울타리 너머로는 담쟁이 잎이 자줏빛으로 늘어져 있었다.

한스는 쉴 새 없이 자기 자신에게서 달아나고 있었다. 낮에는 시내와 들판을 쏘다니며 사람들을 피했다. 사람들이 자기의 사랑의 괴로움을 알아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녁이면 골목으로 나가 하녀마다 눈여겨보고, 연인들 뒤를 몹시 꺼림칙한 마음으로 살금살금 따라갔다. 에마와 함께 있을 때는 바랄 만한 모든 것과 삶의 모든 마법이 가까이 있다가 얄궂게도 다시 빠져나가 버린 것만 같았다. 에마 곁에서 느꼈던 괴로움과 답답함은 이제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 에마를 다시 만난다면 다시는 수줍어하지 않고, 에마에게서 모든 비밀을 빼앗아 내어 지금 그의 코앞에서 문이 닫혀 버린 마법의 사랑의 뜰 안으로 끝까지 들어갈 수 있으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의 상상은 온통 이 후덥지근하고 위험한 덤불 속에 얽혀 들어 그 안을 겁먹은 채 헤매었고, 좁은 마법의 원 바깥에 아름답고 넓은 세상이 밝고 다정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은 고집스러운 자기 학대 속에서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두려워하며 기다리던 금요일이 마침내 오자 그는 오히려 반가웠다. 아침 일찍 그는 새 파란 작업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는 조금 머뭇거리며 무두장이 거리를 내려가 슐러네 집으로 갔다. 아는 사람 몇이 궁금한 듯 그를 돌아보았고, 그 가운데 하나는 묻기까지 했다. "어라, 너 철공 됐냐?"

작업장에서는 벌써 일이 한창이었다. 주인은 마침 쇠를 벼리고 있었다. 모루 위에 시뻘겋게 단 쇳조각 하나를 올려놓고, 직인 하나가 무거운 앞메를 휘두르면 주인은 모양을 잡는 더 섬세한 메질을 하며 집게를 놀리고, 그 사이사이 손에 맞는 대장 망치로 모루를 두드려 박자를 맞추었다. 그 소리가 활짝 열린 문으로 맑고 경쾌하게 아침 속으로 울려 나갔다.

기름과 쇳가루로 새까매진 긴 작업대 앞에는 고참 직인이 서 있었고 그 옆에 아우구스트가 서서 저마다 제 바이스에서 일하고 있었다. 천장에서는 빠르게 도는 벨트들이 윙윙거리며 선반과 숫돌과 풀무와 천공기를 돌렸다. 이 작업장은 물의 힘으로 기계를 돌렸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트는 들어서는 친구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주인이 짬이 날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눈짓했다.

한스는 화덕과, 멈춰 있는 선반들과, 쌩쌩 도는 벨트와 헛도는 바퀴들을 쭈뼛쭈뼛 바라보았다. 주인은 쇠를 다 벼리고 나서 그에게 건너와 크고 단단하고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모자는 저기 걸어라." 주인은 그렇게 말하며 벽에 박힌 빈 못을 가리켰다.

"자, 이리 와라. 여기가 네 자리고 이게 네 바이스다."

그러면서 주인은 그를 맨 뒤쪽 바이스 앞으로 데려가, 무엇보다 먼저 바이스를 어떻게 다루는지, 작업대와 연장을 어떻게 정돈해 두어야 하는지 보여 주었다.

"네 아버지가 벌써 말하더라. 네가 헤라클레스는 못 된다고. 보아하니 그렇구나. 뭐, 우선은 기운이 좀 붙을 때까지 대장일에서는 빠져 있어도 된다."

주인은 작업대 밑으로 손을 넣어 무쇠로 된 작은 톱니바퀴 하나를 꺼냈다.

"자, 이걸로 시작해라. 이 바퀴는 주물 공장에서 막 나온 그대로라 곳곳에 작은 혹과 거스러미가 붙어 있다. 그걸 긁어내야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고운 연장들이 그 때문에 망가진다."

주인은 바퀴를 바이스에 물리고 헌 줄을 하나 꺼내어 어떻게 하는지 보여 주었다.

"자, 이제 계속해라. 다른 줄은 절대 쓰지 마라! 점심때까지 그걸로도 할 일이 넉넉할 거다. 그때 가져와 보여라. 그리고 일할 때는 시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라. 견습공은 생각 같은 거 할 필요 없다."

한스는 줄질을 시작했다.

"그만!" 주인이 소리쳤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왼손은 줄 위에 이렇게 얹는 거다. 아니면 너 왼손잡이냐?"

"아닙니다."

"그럼 됐다. 차차 될 거다."

주인은 문 옆 맨 앞의 제 바이스로 가 버렸고, 한스는 어떻게든 해 나가려고 애썼다.

처음 몇 번 줄질을 하고는 그것이 그렇게 무르고 쉽게 깎여 나가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다가 그것은 맨 위의 바스러지기 쉬운 주물 껍질이 헐겁게 벗겨져 나가는 것일 뿐이고, 그가 매끈하게 다듬어야 할 거친 쇠는 그 아래에야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열심히 일을 이어 갔다. 어린 시절 장난 삼아 이것저것 만들어 보던 때 이후로, 눈에 보이고 쓸모 있는 무언가가 제 손 밑에서 생겨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을 그는 한 번도 맛본 적이 없었다.

"천천히!" 주인이 건너다보며 소리쳤다. "줄질은 박자를 맞춰야 한다. 하나 둘, 하나 둘. 그리고 꾹 눌러라. 안 그러면 줄이 망가진다."

그때 가장 고참인 직인이 선반에서 할 일이 생겼고, 한스는 그쪽을 곁눈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철 축 하나가 회전판에 물렸고 벨트가 걸리자, 축이 빠르게 돌며 번쩍번쩍 윙윙거렸고, 그사이 직인은 거기서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반짝이는 쇳밥을 깎아 냈다.

그리고 사방에 연장이 널려 있었다. 쇠와 강철과 놋쇠 조각, 반쯤 된 일감, 반들반들한 작은 바퀴, 정과 송곳, 온갖 모양의 선반 날과 뚫개가 놓여 있었고, 화덕 옆에는 망치와 다듬 망치, 모루 받침, 집게와 인두가 걸려 있었으며, 벽을 따라서는 줄과 깎개가 줄지어 있었고, 선반 위에는 기름걸레와 작은 비, 사포 줄과 쇠톱이 놓여 있었고, 기름통과 산 병과 못 상자와 나사 상자가 여기저기 서 있었다. 숫돌은 쉴 새 없이 쓰였다.

한스는 제 손이 벌써 새까매진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았고, 다른 사람들의 새까맣고 기운 작업복 곁에서 지금은 우스꽝스러울 만큼 새것이고 파랗게 보이는 제 작업복도 어서 손때가 묻었으면 했다.

오전이 깊어 가면서 바깥에서도 작업장에 활기가 들어왔다. 이웃 기계 편물 공장에서 일꾼들이 작은 기계 부품을 갈거나 고치려고 찾아왔다. 농부 하나가 와서 고치려고 맡겨 둔 빨래 압착기를 찾다가, 아직 다 안 됐다는 말을 듣고는 지독하게 욕을 퍼부었다. 그다음에는 차림이 말쑥한 공장 주인이 왔고, 주인은 그와 옆방에서 흥정을 했다.

그 곁에서, 그 사이사이에도 사람과 바퀴와 벨트는 한결같이 일을 이어 갔고, 그렇게 한스는 난생처음으로 노동의 찬가를 듣고 깨달았다. 적어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가슴을 울리고 기분 좋게 취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그 찬가 속에서, 그는 자기라는 작은 사람과 자기의 작은 삶이 커다란 리듬 속에 끼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아홉 시에 15분 동안 쉬는 시간이 있었고, 저마다 빵 한 조각과 사과즙 한 잔을 받았다. 그제야 아우구스트가 새 견습공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한스에게 힘을 북돋우는 말을 해 주고는, 첫 주급을 동료들과 신나게 써 버릴 다음 일요일 이야기를 다시 들떠서 늘어놓았다. 한스가 자기가 줄질하고 있는 바퀴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것이 탑시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아우구스트는 그 바퀴가 나중에 어떻게 돌며 일하는지도 보여 주려 했지만, 그때 수석 직인이 다시 줄질을 시작했고 모두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갔다.

열 시에서 열한 시 사이가 되자 한스는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무릎과 오른팔이 조금 아팠다. 그는 이 발에서 저 발로 무게를 옮기고 몰래 팔다리를 뻗어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잠깐 줄을 놓고 바이스에 몸을 기댔다.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렇게 서서 쉬며 머리 위에서 벨트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가벼운 몽롱함이 찾아와 그는 1분쯤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 주인이 그의 뒤에 서 있었다.

"그래, 왜 그러냐? 벌써 피곤하냐?"

"네, 조금요." 한스가 털어놓았다.

직인들이 웃었다.

"그건 차차 나아진다." 주인이 차분하게 말했다. "이제 땜질하는 걸 한번 봐라. 이리 와!"

한스는 땜질하는 것을 신기한 듯 지켜보았다. 먼저 인두를 달구고, 땜질할 자리에 납땜 용액을 바른 다음, 뜨거운 인두에서 하얀 쇠붙이가 똑똑 떨어지며 나직이 지글거렸다.

"걸레를 가지고 그걸 잘 문질러 닦아라. 납땜 용액은 쇠를 삭이니 어떤 쇠붙이에도 묻혀 두면 안 된다."

그다음에 한스는 다시 제 바이스 앞에 서서 줄로 그 작은 바퀴를 긁어 댔다. 팔이 아팠고, 줄을 눌러야 하는 왼손은 빨갛게 되어 쓰라리기 시작했다.

점심때 수석 직인이 줄을 내려놓고 손을 씻으러 가자, 한스는 자기가 한 일을 주인에게 가져갔다. 주인은 그것을 대충 훑어보았다.

"이만하면 됐다. 그대로 둬도 되겠다. 네 자리 밑 상자에 같은 바퀴가 하나 더 있다. 오후에는 그걸 해라."

그러고 나서 한스도 손을 씻고 나왔다. 점심 먹을 시간이 한 시간 있었다.

예전 학교 친구였던 상점 꼬마 점원 둘이 길에서 그의 뒤를 따라오며 그를 비웃었다.

"주 시험 붙은 철공!" 하나가 외쳤다.

그는 걸음을 서둘렀다. 자기가 만족스러운지 아닌지 그는 잘 알 수 없었다. 작업장은 꽤 마음에 들었다. 다만 너무 피곤했다. 지독히 피곤해.

그리고 현관문 아래에서, 벌써 앉아서 밥 먹을 생각에 반가워하고 있을 때, 그는 갑자기 에마 생각이 났다. 오전 내내 에마를 잊고 있었다. 이제 어제와 그제의 괴로움이 갑자기 다시 그의 목덜미에 올라탔다. 어느 때 못지않게 무거웠다. 그는 살그머니 제 작은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몸을 던지고 깊은 괴로움에 신음했다. 울고 싶었지만 눈은 말라 있었다. 목적이 무엇인지도 흐릿한 채 사람을 갉아먹는 그리움이 다시 그를 사로잡았고, 그는 속수무책으로 거기 몸을 내맡겼다. 그 그리움은 잔인한 병처럼 그를 파먹었다. 머릿속은 휘몰아치며 아팠고, 목은 삼킨 흐느낌 때문에 쓰라렸다.

점심 식사는 고역이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이것저것 대답하고 이야기해야 했고, 아버지가 기분이 좋아서 던지는 자잘한 농담도 받아 주어야 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그는 뜰로 뛰어나가 햇볕 아래에서 반쯤 꿈꾸며 15분을 보냈고, 그러고 나니 다시 작업장에 갈 시간이었다.

오전에 벌써 손바닥에 빨간 굳은살이 박이기 시작했는데, 이제 그것이 정말로 아프기 시작했고, 저녁 무렵에는 어찌나 부었는지 무엇을 잡든 아팠다. 그리고 일을 마치기 전에 그는 아우구스트의 지시를 받아 작업장 전체를 치워야 했다.

토요일은 더 고약했다. 손이 화끈거렸고 굳은살은 물집으로 커져 있었다. 주인은 기분이 나빠서 아주 작은 일에도 욕을 했다. 아우구스트는 굳은살이 박이는 건 며칠뿐이고 그다음에는 손이 단단해져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위로했지만, 한스는 죽도록 불행하다고 느끼며 온종일 시계만 곁눈질했고, 가망 없이 그 작은 바퀴를 긁어 댔다.


저녁에 치우다가 아우구스트가 그에게 속삭이며 알려 주었다. 내일 친구 몇과 빌라흐로 놀러 갈 텐데 아주 신나고 즐거울 것이니 한스도 절대 빠지면 안 된다고, 두 시에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 한스는 그러겠다고 했다. 사실은 일요일 내내 집에 누워 있고 싶을 만큼 비참하고 피곤했지만. 집에서는 늙은 안나가 상처 난 손에 바를 연고를 주었다. 그는 여덟 시에 벌써 잠자리에 들어 오전까지 잤고, 아버지와 함께 교회에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점심을 먹다가 그는 아우구스트 이야기를 꺼내며 오늘 그와 함께 들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50페니히를 주었으며, 저녁 식사 때까지는 돌아와야 한다는 것만 다짐받았다.

한스는 아름다운 햇빛 속에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다시 일요일이 즐거웠다. 손이 새까매지고 팔다리가 피곤한 일하는 날들을 뒤로하고 나니 거리는 더 엄숙했고 해는 더 밝았으며 모든 것이 더 잔치 같고 아름다웠다. 이제 그는 제집 앞 볕 드는 걸상에 앉아 왕처럼 흐뭇한 얼굴을 하고 있는 푸줏간 주인과 무두장이와 빵장수와 대장장이를 이해했고, 그들을 더는 한심한 무지렁이로 보지 않았다. 모자를 조금 비스듬히 쓰고, 하얀 셔츠 깃에 솔질한 나들이옷을 입고, 줄지어 거닐거나 술집으로 가는 일꾼과 직인과 견습공 들을 그는 눈으로 좇았다. 수공업자들은 늘 그렇지는 않아도 대개 저희끼리 어울렸다. 목수는 목수끼리, 미장이는 미장이끼리 뭉쳐 제 신분의 명예를 지켰고, 그 가운데 철공이 가장 점잖은 패였으며 그 맨 위가 기계공이었다. 그 모든 것에는 정겨운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더러는 조금 순진하고 우스꽝스럽다 해도, 그 뒤에는 수공업의 아름다움과 자부심이 숨어 있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무언가 즐겁고 듬직한 것을 나타내며, 아무리 초라한 재봉사 견습공에게도 그 작은 빛이 한 줄기 비치는데, 그 빛은 어떤 공장 일꾼에게도, 어떤 상인에게도 없다.

슐러네 집 앞에 젊은 기계공들이 차분하고 자랑스럽게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저희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믿음직한 한 무리를 이루어 일요일에 놀 때에도 낯선 사람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한스도 그것을 느꼈고, 그들 무리에 끼게 된 것이 기뻤다. 그러나 계획된 일요일 놀이가 조금 두려웠다. 기계공들이 삶을 즐길 때에는 거하고 푸짐하게 논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춤까지 출지도 몰랐다. 춤은 한스가 출 줄 몰랐지만, 그 밖에는 될 수 있는 대로 한몫 사내 노릇을 하고, 필요하면 숙취쯤은 조금 무릅쓸 생각이었다. 그는 맥주를 많이 마셔 본 적이 없었고, 담배는 시가 한 대를 조심조심 끝까지 피우고도 탈이 나거나 망신을 당하지 않을 만큼 겨우 익혀 둔 터였다.

아우구스트는 잔칫날처럼 기뻐하며 그를 맞았다. 고참 직인은 함께 가지 않겠다지만 그 대신 다른 작업장의 동료 하나가 오기로 했으니 적어도 넷은 되고, 그만하면 온 마을을 뒤집어 놓기에 넉넉하다고 했다. 오늘 맥주는 누구든 마시고 싶은 만큼 마셔도 된다고, 모두의 술값은 자기가 내겠다고 했다. 그는 한스에게 시가를 하나 권했고, 넷은 천천히 길을 나서 느긋하고 자랑스럽게 시내를 어슬렁어슬렁 지나다가, 아래쪽 보리수 광장에 이르러서야 제때 빌라흐에 닿으려고 걸음을 재촉했다.

강의 수면은 파랗고 금빛으로, 하얗게 반짝였고, 잎이 거의 다 진 가로수 단풍나무와 아카시아 사이로 10월의 부드러운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었으며, 높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밝게 파랬다. 지나간 여름의 아름다운 것들이 아픔 없이 미소 짓는 추억처럼 부드러운 공기를 가득 채우는, 고요하고 맑고 다정한 가을날 가운데 하루였다. 그런 날이면 아이들은 계절을 잊고 꽃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창가에서나 집 앞 걸상에서 생각에 잠긴 눈으로 허공을 바라본다. 한 해의 정다운 추억뿐 아니라 지나온 평생의 정다운 추억이 맑은 파란 하늘을 지나 눈에 보이게 날아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신이 나서, 저마다 타고난 재주와 성미에 따라 술을 바치거나 제물을 잡아, 노래나 춤으로, 술잔치나 거창한 주먹다짐으로 이 아름다운 날을 기린다. 곳곳에서 갓 구운 과일 케이크가 나오고, 지하실에서는 햇사과즙이나 포도주가 괴어 오르며, 술집 앞과 보리수 광장마다 바이올린이나 손풍금이 한 해의 마지막 아름다운 날들을 기리면서 춤과 노래와 사랑 놀음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빠르게 걸어갔다. 한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가를 피웠고, 그것이 조금도 탈이 나지 않는 데 자기도 놀랐다. 직인은 제 편력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그가 허풍을 떨어도 아무도 언짢아하지 않았다. 그것도 놀이의 한 부분이었다. 아무리 수수한 직인이라도 일자리를 얻어 밥벌이를 하고 있고 증인이 나설 염려가 없으면, 제 편력 시절을 거창하고 신나게, 아니 전설처럼 이야기한다. 떠돌이 직인 생활의 놀라운 시학은 온 백성의 공동 재산이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전해 내려오는 옛 모험담을 새로운 아라베스크로 꾸며 새로 지어내고, 어느 뜨내기와 동냥꾼이든 이야기에 빠져들면 그 안에 불멸의 오일렌슈피겔과 불멸의 슈트라우빙거1를 한 조각씩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때 프랑크푸르트에 있을 때 말이야, 이런, 거긴 정말 사는 것 같았지! 내가 그 이야기 안 했던가? 돈 많은 장사꾼 하나가, 그 번드르르한 원숭이 같은 놈이 우리 주인 딸한테 장가들려고 했거든. 그런데 그 딸이 그놈을 돌려보냈어. 내가 한 수 더 좋았던 거지. 넉 달 동안 내 애인이었다고. 그 영감하고 싸움만 안 했으면 지금쯤 거기 눌러앉아서 그 집 사위가 돼 있을 거야."

그리고 그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 주인, 그 망할 놈이, 그 비열한 인간 장수가 자기를 들볶으려 들더니 한번은 감히 손을 쳐들었는데, 자기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대장 망치를 쳐들고 영감을 한번 이렇게 쳐다보기만 했더니, 그 영감이 제 대가리가 아까워서 아무 말 없이 슬그머니 가 버리고는 나중에 글로 해고를 통지하더라고 했다. 그 겁쟁이 멍청이가 말이다. 그리고 그는 오펜부르크의 큰 싸움 이야기도 했다. 철공 셋이, 자기도 거기 끼어서, 공장 일꾼 일곱을 반쯤 죽도록 두들겨 팼다는데, 오펜부르크에 가거든 키다리 쇼르슈한테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고, 그 친구는 아직 거기 있고 그때 함께 있었다고 했다.

그 모든 이야기는 냉정하고 거친 말투로, 그러나 속으로는 크게 열을 올리며 흐뭇하게 전해졌고, 듣는 사람마다 깊이 즐거워하며 나중에 언젠가 다른 데서 다른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자기도 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철공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제 주인 딸을 애인으로 둔 적이 있고, 한 번쯤 못된 주인에게 망치를 들고 덤빈 적이 있으며, 한 번쯤 공장 일꾼 일곱을 흠씬 두들겨 팬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어떤 때는 바덴 지방에서, 어떤 때는 헤센이나 스위스에서 벌어지고, 어떤 때는 망치 대신 줄이나 시뻘겋게 단 쇠였으며, 어떤 때는 공장 일꾼 대신 빵장수나 재봉사였지만, 언제나 그 옛이야기들이고, 사람들은 그것을 언제 들어도 즐겁다. 그 이야기들은 오래되고 훌륭하며 동업 조합에 명예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떠돌이 직인들 가운데 체험의 천재나 지어내기의 천재가 예나 지금이나 늘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 둘은 따지고 보면 같은 것이다.

특히 아우구스트는 넋을 잃고 즐거워했다. 그는 줄곧 웃으며 맞장구를 쳤고, 벌써 반쯤은 직인이 된 기분으로 시가 맛을 아는 사람처럼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금빛 공기 속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이야기하는 직인은 제 역할을 계속해 나갔다. 그가 함께 어울려 준 것을 너그러운 선심인 양 보이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했다. 직인으로서 그는 사실 일요일에 견습공들과 어울릴 처지가 아니었고, 꼬마의 푼돈을 술값으로 함께 축내 주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마땅했기 때문이다.

일행은 강을 따라 큰길을 한참 내려갔다. 이제 천천히 오르며 굽이굽이 산으로 올라가는 수레 길과, 거리가 반밖에 안 되는 가파른 오솔길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했다. 그들은 멀고 먼지가 날려도 수레 길을 골랐다. 오솔길은 일하는 날에나, 산책하는 신사들에게나 어울린다. 그러나 백성은, 특히 일요일에는 큰길을 사랑한다. 큰길의 시학을 그들은 아직 잃지 않았다. 가파른 오솔길을 오르는 것은 농사꾼이나 도시의 자연 애호가나 할 일이고, 그것은 노동이거나 운동이지 백성의 즐거움이 아니다. 그에 비해 큰길은 어떤가! 편하게 나아가며 수다를 떨 수 있고, 장화와 나들이옷이 상하지 않고, 수레와 말을 보고, 다른 한량들을 만나고 앞지르고, 차려입은 처녀들과 노래하는 젊은이 무리와 마주치고, 뒤에서 농담이 날아오면 웃으며 되받아치고, 멈춰 서서 수다를 떨고, 혼자 몸이면 줄지어 가는 처녀들 뒤를 쫓아가며 웃어 대고, 저녁이면 좋은 친구들과 쌓인 사사로운 다툼을 몸으로 드러내어 셈을 치를 수도 있는 곳이 아닌가! 떠돌이 직인이 즐겁고 편하고 수확도 많은 큰길을 오솔길과 바꿀 만큼 어리석은 적이 없듯이, 도시의 소시민도 그러지 않는다.

그래서 일행은 수레 길로 갔다. 길은 시간이 넉넉하고 땀 흘리기를 싫어하는 사람처럼 크게 굽이를 그리며 느긋하고 다정하게 산으로 올라갔다. 직인은 웃옷을 벗어 지팡이에 걸어 어깨에 메었고, 이야기하는 대신 이제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그 휘파람이 어찌나 대담하고 신명 나던지, 그는 한 시간 뒤 빌라흐에 닿을 때까지 줄곧 불었다. 한스를 두고 놀리는 말이 몇 마디 오갔지만 한스는 크게 개의치 않았고, 그 놀림은 한스 자신보다 아우구스트가 더 열심히 막아 주었다. 그리고 이제 일행은 빌라흐 앞에 섰다.


마을은 붉은 기와지붕과 은회색 초가지붕을 이고 가을빛으로 물든 과일나무들 사이에 파묻혀 있었고, 뒤로는 어두운 산 숲이 굽어보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어느 술집에 들를지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닻' 술집은 맥주가 가장 좋았고 '백조' 술집은 케이크가 가장 맛있었으며, '모퉁이' 술집에는 예쁜 주인 딸이 있었다. 마침내 아우구스트가 '닻'으로 가자고 밀어붙이면서, 몇 잔 마시는 동안 '모퉁이'가 달아나지는 않을 테니 나중에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눈을 찡긋하며 넌지시 말했다. 모두 그게 좋다고 했고, 그래서 일행은 마을로 들어가, 외양간들과 제라늄 화분을 놓은 나지막한 농가 창들을 지나 '닻'으로 향했다. 그 집의 금빛 간판이 둥글고 어린 밤나무 두 그루 너머에서 햇빛에 번쩍이며 손짓했다. 기어이 안에 앉고 싶어 한 직인에게는 안됐지만 술청은 사람으로 꽉 차서 일행은 뜰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닻'은 손님들이 보기에 고급 술집이었다. 그러니까 옛날식 시골 술집이 아니라, 창이 너무 많고 걸상 대신 의자를 놓았으며 양철로 된 울긋불긋한 광고판을 잔뜩 붙인 최신식 벽돌 상자였다. 게다가 도시풍으로 차려입은 여급이 있었고, 셔츠 바람인 모습은 한 번도 보이지 않고 언제나 유행 따라 지은 갈색 양복을 빼입고 있는 주인이 있었다. 이 주인은 사실 파산했지만 가장 큰 빚쟁이인 큰 맥주 양조업자에게서 제집을 도로 세내어 썼고, 그 뒤로 더욱 거드름을 피웠다. 뜰이라야 아카시아 한 그루와, 담쟁이가 아직 절반쯤 뒤덮은 큰 철망 울타리가 전부였다.

"다들 건배!" 직인이 외치며 셋과 차례로 잔을 부딪쳤다. 그리고 제 솜씨를 보여 주려고 한 잔을 단숨에 다 비웠다.

"이봐요, 예쁜 아가씨, 아무것도 안 들었잖아요. 얼른 한 잔 더 가져와요!" 그는 여급에게 외치며 탁자 너머로 빈 맥주잔을 내밀었다.

맥주는 아주 훌륭했다. 차갑고 너무 쓰지도 않았다. 한스는 즐겁게 제 잔을 맛보았다. 아우구스트는 맛을 아는 사람의 얼굴로 마시며 혀를 쩝쩝 차고, 그 틈틈이 불 잘 안 드는 난로처럼 연기를 뿜어 댔다. 한스는 속으로 그것이 부러웠다.

이렇게 신나는 일요일을 보내며, 그럴 자격이 있고 그럴 만큼 일한 사람처럼, 삶을 즐기고 흥겹게 놀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술집 탁자에 앉아 있는 것은 정말 나쁘지 않았다. 함께 웃고 이따금 자기도 농담을 한번 던져 보는 것은 좋았다. 잔을 다 비운 뒤 힘주어 탁자에 탕 내려놓고 대수롭지 않게 "한 잔 더요, 아가씨!" 하고 외치는 것은 좋았고 사내다웠다. 다른 탁자의 아는 사람에게 잔을 들어 보이고, 식은 시가 꽁초를 왼손에 늘어뜨린 채 다른 사람들처럼 모자를 뒤통수로 밀어 젖히는 것도 좋았다.

함께 온 다른 작업장 직인도 이제 몸이 달아올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울름의 어떤 철공을 알았는데, 그 사람은 맥주를, 그것도 좋은 울름 맥주를 스무 잔이나 마실 수 있었고, 다 마시고 나면 입을 쓱 닦고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자, 이제 좋은 포도주나 한 병!" 그리고 칸슈타트에서는 소시지를 열두 개나 잇달아 먹어 치우고 그것으로 내기에 이긴 화부를 알았다. 그러나 그 화부는 두 번째 그런 내기에서는 졌다. 작은 술집의 차림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먹어 치우겠다고 큰소리를 쳤고 실제로 거의 다 먹었는데, 차림표 끝에 치즈가 네 가지 나왔다. 그가 세 번째 치즈에 이르렀을 때 접시를 밀어내며 말했다. "이제 한 입 더 먹느니 차라리 죽겠소!"

이 이야기들도 큰 박수를 받았고, 세상 여기저기에 지칠 줄 모르고 마시고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저마다 그런 영웅과 그의 위업을 하나씩은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슈투트가르트의 어떤 사내"였고, 어떤 사람에게는 "아마 루트비히스부르크였을걸, 어떤 용기병"이었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에서는 감자 열일곱 개였고, 어떤 사람의 이야기에서는 샐러드를 곁들인 팬케이크 열한 장이었다. 사람들은 이 사건들을 사실 그대로라는 듯 진지하게 늘어놓았고, 세상에는 갖가지 훌륭한 재주와 별난 사람들이, 그 가운데에는 엉뚱한 괴짜들도 있다는 깨달음에 흐뭇하게 빠져들었다. 이 흐뭇함과 이 사실 존중은 모든 단골 술꾼 속물근성이 물려받은 오래되고 존경스러운 유산이며, 젊은이들은 술 마시기와 정치 이야기와 담배와 결혼과 죽음을 흉내 내듯이 그것도 흉내 낸다.

세 번째 잔을 마실 때 한스가 케이크는 없느냐고 물었다. 여급을 불러 보니 케이크는 없다고 했고, 모두 그 일로 지독하게 흥분했다. 아우구스트는 일어서서, 케이크조차 없다면 한 집 건너 다른 데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다른 작업장 직인은 형편없는 술집이라고 욕을 퍼부었다. 프랑크푸르트 직인만 그냥 있자고 했는데, 여급과 조금 수작을 벌이며 벌써 여러 번 여급을 진하게 쓰다듬었기 때문이다. 한스는 그것을 지켜보았고, 그 광경이 맥주와 함께 그를 묘하게 들뜨게 했다. 이제 자리를 뜨게 되어 그는 다행이었다.

셈을 치르고 모두 길로 나섰을 때, 한스는 석 잔의 맥주 기운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반은 피로이고 반은 무엇이든 해 보고 싶은 마음인 기분 좋은 느낌이었고, 눈앞에 얇은 너울 같은 것이 드리워져 모든 것이 그 너머로 꿈속에서처럼 멀고 거의 현실 같지 않게 보였다. 그는 줄곧 웃음이 났고, 모자를 조금 더 대담하게 비스듬히 썼으며, 자기가 더없이 신나는 사내라도 된 것 같았다. 프랑크푸르트 직인이 다시 그 싸움터 같은 휘파람을 불었고, 한스는 그 박자에 맞춰 걸으려고 애썼다.

'모퉁이' 술집은 꽤 조용했다. 농부 몇이 햇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다. 생맥주는 없고 병맥주만 있었는데, 곧바로 저마다 앞에 한 병씩 놓였다. 다른 작업장 직인이 통 큰 데를 보이려고 모두가 함께 먹을 커다란 사과 케이크를 하나 시켰다. 한스는 갑자기 엄청나게 배가 고파서 잇달아 몇 조각을 먹어 치웠다. 오래된 갈색 술청의 튼튼하고 넓은 벽 걸상에 앉아 있으니 어둑하고 편했다. 고풍스러운 찬장과 거대한 난로는 어스름 속에 묻혀 있었고, 나무 살로 된 큰 새장 속에서는 박새 두 마리가 퍼덕였는데, 먹이로 빨간 마가목 열매가 잔뜩 달린 가지 하나가 살 사이로 꽂혀 있었다.

주인이 잠깐 탁자로 와서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 뒤로 이야기가 다시 무르익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한스는 독한 병맥주를 몇 모금 홀짝이며, 과연 한 병을 다 비울 수 있을까 궁금해했다.

프랑크푸르트 직인은 다시 라인 지방 포도밭 축제며 편력이며 싸구려 여인숙 생활에 관해 지독하게 허풍을 떨었다. 다들 즐겁게 귀를 기울였고, 한스도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문득 그는 자기 몸이 더는 제대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방과 탁자와 병과 잔과 친구들이 걸핏하면 부드러운 갈색 구름처럼 한데 녹아들었다가, 그가 힘껏 정신을 가다듬어야만 다시 모양을 찾았다.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더 세차게 부풀어 오를 때면 그는 이따금 따라서 크게 웃거나 무슨 말인가를 했는데, 그 말은 곧 잊어버렸다. 잔을 부딪칠 때면 그도 함께 부딪쳤고, 한 시간이 지나자 자기 병이 빈 것을 보고 그는 깜짝 놀랐다.

"너 술 잘 마신다." 아우구스트가 말했다. "한 병 더?"

한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술 마시는 일을 그는 훨씬 더 위험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제 프랑크푸르트 직인이 노래를 시작하고 모두 따라 부르자, 그도 목청껏 함께 불렀다.

그러는 사이 술청은 사람으로 가득 찼고, 주인 딸이 나와 여급의 시중을 거들었다. 키가 크고 몸매가 좋은 처녀로, 건강하고 다부진 얼굴에 차분한 갈색 눈을 하고 있었다.

주인 딸이 새 병을 한스 앞에 내려놓자, 곁에 앉은 직인이 곧바로 가장 멋을 부린 수작을 퍼부었지만 주인 딸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에게 무시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그랬는지, 아니면 곱상한 소년의 머리가 마음에 들어서 그랬는지, 주인 딸은 한스 쪽으로 몸을 돌려 손으로 그의 머리를 재빨리 한 번 쓸어 주고는 찬장 쪽으로 돌아갔다.

벌써 세 병째를 마시고 있던 직인은 주인 딸을 따라가 어떻게든 말을 붙여 보려고 온갖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키 큰 처녀는 덤덤하게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고, 이내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러자 그는 탁자로 돌아와 빈 병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갑자기 신이 나서 외쳤다. "얘들아, 신나게 놀자. 잔 부딪쳐!"

그러고는 질펀한 여자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한스에게는 이제 흐릿하게 뒤섞인 목소리들만 들렸고, 두 번째 병을 거의 다 비웠을 즈음에는 말하는 것도, 웃는 것조차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그는 박새 새장으로 건너가 새들을 좀 놀려 주고 싶었다. 그러나 두 걸음을 떼자 어지러워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고, 조심조심 되돌아왔다.

그때부터 그의 들뜬 즐거움은 점점 사그라졌다. 자기가 취했다는 것을 그는 알았고, 술판 전체가 더는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득히 먼 곳에서처럼 갖가지 불행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집에 가는 길, 아버지와 벌일 험한 꼴, 그리고 내일 아침 다시 작업장. 머리도 차츰 아파 왔다.

다른 사람들도 실컷 즐길 만큼 즐겼다. 정신이 맑은 한순간에 아우구스트가 셈을 하겠다고 했고, 1탈러를 내고 거스름돈을 얼마 받지 못했다. 일행은 떠들고 웃으며 길로 나섰고, 환한 저녁 햇빛에 눈이 부셨다. 한스는 몸을 거의 가누지 못해서 비틀거리며 아우구스트에게 기댄 채 끌려갔다.

다른 작업장 철공은 감상에 젖었다. 그는 「내일이면 나는 여기를 떠나야 하네」를 부르며 눈물을 글썽였다.

일행은 사실 집으로 가려 했지만, '백조' 술집 앞을 지날 때 직인이 기어이 한 번 더 들어가자고 우겼다. 문 앞에서 한스는 몸을 빼냈다.

"난 집에 가야 해."

"넌 이제 혼자 걷지도 못하잖아." 직인이 웃었다.

"걸을 수 있어, 걸을 수 있다고. 나… 가야… 해."

"그럼 화주라도 한 잔 하고 가라, 꼬마야! 그게 다리에 힘을 주고 속을 가라앉혀 준다. 그래, 두고 봐라."

한스는 제 손에 작은 잔이 쥐어진 것을 느꼈다. 그는 많이 흘렸고, 나머지를 삼키자 그것이 목구멍에서 불처럼 타는 것이 느껴졌다. 지독한 구역질이 그를 뒤흔들었다. 그는 혼자 비틀거리며 문 앞 계단을 내려갔고, 어떻게 해서인지 모르게 마을을 벗어났다. 집과 울타리와 뜰이 비스듬하게 뒤죽박죽 돌며 그의 곁을 지나갔다.

사과나무 아래 축축한 풀밭에 그는 드러누웠다. 역겨운 느낌과 괴로운 걱정과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잔뜩 몰려와 잠들 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가 더럽혀지고 욕보았다고 느꼈다. 어떻게 집에 간단 말인가? 아버지에게 뭐라고 하지? 그리고 내일은 자기가 어떻게 될까? 그는 자기가 하도 부서지고 비참해서 이제 영원히 쉬고, 자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만 같았다. 머리와 눈이 아팠고, 일어나 다시 걸어갈 만한 힘조차 몸 안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갑자기 늦게 밀려온 덧없는 물결처럼 아까의 흥겨움이 한 가닥 되살아났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혼자 노래를 흥얼거렸다.

오, 사랑스러운 아우구스틴,
아우구스틴, 아우구스틴,
오, 사랑스러운 아우구스틴,
다 끝났네.

그런데 노래를 마치자마자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아파 왔고, 흐릿한 상상과 추억과 부끄러움과 자책이 흐린 물결처럼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는 크게 신음하며 흐느끼면서 풀밭에 쓰러졌다.

한 시간 뒤, 벌써 날이 어두워 올 무렵, 그는 일어나 휘청휘청 힘겹게 산을 내려갔다.

기벤라트 씨는 아들이 저녁 식사 때 돌아오지 않자 실컷 욕을 퍼부었다. 아홉 시가 되어도 한스가 여전히 오지 않자 그는 오랫동안 쓰지 않던 굵은 등나무 회초리를 꺼내 놓았다. 그 녀석, 이제 아비 매를 맞을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집에 오기만 해 봐라, 아주 경을 칠 테니!

열 시에 그는 현관문을 잠갔다. 아드님 나리께서 밤마실을 다니고 싶으시다면 어디서 자든 알아서 하라지.

그런데도 그는 잠들지 않고, 누군가 문고리를 슬며시 돌려 보고 쭈뼛쭈뼛 초인종 줄을 당기기를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분노 속에서 기다렸다. 그는 그 광경을 그려 보았다. 이 떠돌이 녀석, 어디 혼 좀 나 봐라! 그 개구쟁이 놈은 틀림없이 곤드레가 되어 오겠지. 그러면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줄 테다, 그 망나니, 그 능구렁이, 그 못된 놈! 뼈마디를 다 추려 놓는 한이 있더라도.

마침내 잠이 그와 그의 분노를 이겼다.

그 시각, 그토록 벼름을 받던 한스는 벌써 차갑고 고요하게 천천히 어두운 강물에 실려 골짜기 아래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구역질과 부끄러움과 괴로움은 그에게서 걷혀 나갔고, 어둡게 떠내려가는 그의 가녀린 몸을 차갑고 푸르스름한 가을밤이 내려다보았으며, 검은 물이 그의 손과 머리카락과 핏기 가신 입술을 가지고 놀았다.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 동트기 전에 사냥을 나선 겁 많은 수달이 있었다면 모를까. 수달은 약삭빠르게 그를 살펴보고는 소리 없이 그 곁을 미끄러져 지나갔다. 그가 어떻게 물에 빠졌는지도 아무도 몰랐다. 어쩌면 길을 잃고 비탈진 데서 미끄러졌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물을 마시려다 몸의 균형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름다운 물이 그를 꾀어 그 위로 몸을 숙이게 했고, 밤과 창백한 달빛이 평화와 깊은 안식을 가득 담고 그를 마주 바라보자, 피로와 두려움이 조용히 그를 떠밀어 죽음의 그늘 속으로 몰아넣었는지도 모른다.

낮에 사람들이 그를 찾아내어 집으로 메고 왔다. 질겁한 아버지는 회초리를 치우고 쌓아 둔 분노를 거두어야 했다. 그는 울지 않았고 내색도 별로 하지 않았지만, 이튿날 밤 다시 잠들지 못한 채 이따금 문틈으로 고요해진 제 아이를 건너다보았다. 아이는 깨끗한 침대에 누워, 고운 이마와 창백하고 영리한 얼굴로 여전히 무언가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남들과 다른 운명을 누릴 권리를 타고난 것처럼 보였다. 이마와 손에는 살갗이 조금 푸르죽죽하게 벗겨져 있었고, 예쁜 이목구비는 잠들어 있었으며, 두 눈 위에는 하얀 눈꺼풀이 덮여 있었고, 다 다물리지 않은 입은 흡족하고 거의 즐거워 보였다. 소년이 꽃필 무렵에 갑자기 꺾여 즐거운 길에서 끌려 나온 것처럼 보였고, 아버지도 피로와 외로운 슬픔 속에서 이 미소 짓는 착각에 굴복했다.

장례에는 함께 따라가는 사람과 구경꾼이 많이 몰려들었다. 한스 기벤라트는 다시 한 번 누구나 관심을 두는 유명 인사가 되었고, 다시 한 번 교사들과 교장과 목사가 그의 운명에 마음을 썼다. 그들은 모두 프록코트에 엄숙한 실크해트 차림으로 나타나 장례 행렬을 따라갔고, 무덤가에 잠깐 서서 저희끼리 속삭였다. 라틴어 교사가 유난히 침울해 보이자 교장이 그에게 나직이 말했다. "그렇다네, 교수. 저 아이는 무언가 될 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가장 뛰어난 아이들한테 거의 늘 운이 없다니, 딱한 일 아닌가?"

아버지와, 쉬지 않고 소리 내어 우는 늙은 안나 곁에 구두장이 플라이크가 무덤가에 남았다.

"참 쓰린 일이오, 기벤라트 씨." 플라이크가 위로하듯 말했다. "나도 그 녀석을 아꼈소."

"도무지 알 수가 없소." 기벤라트 씨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재주 있는 아이였고, 일도 다 잘 풀렸지 않소. 학교며 시험이며. 그러다 갑자기 불행이 줄줄이 닥치다니!"

구두장이는 묘지 문을 빠져나가는 프록코트 차림들을 가리켰다.

"저기 신사 양반 몇이 가는구려." 그가 나직이 말했다. "저 사람들도 거들었소. 그 애를 저 지경까지 몰고 가는 데 말이오."

"뭐요?" 기벤라트 씨가 발끈해서 미심쩍고 놀란 눈으로 구두장이를 쳐다보았다. "아니, 이런, 그게 무슨 소리요?"

"진정하시오, 이웃 양반. 나는 그저 학교 훈장들을 말한 것이오."

"어째서? 어떻게 말이오?"

"아, 별것 아니오. 그리고 당신이나 나나, 우리도 그 애한테 소홀했던 게 이것저것 있었을지 모르오.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작은 도시 위로 해맑게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골짜기에서는 강물이 반짝였으며, 전나무 산들은 먼 곳을 향해 부드럽게, 그리움에 젖은 듯 푸르렀다. 구두장이는 엷고도 슬프게 웃으며 그 남자의 팔을 잡았다. 남자는 이 시간의 고요와, 묘하게 아픈 생각들로 가득 찬 마음에서 빠져나와, 머뭇거리며 쭈뼛쭈뼛 늘 살던 삶의 낮은 땅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주

  1. 1. 오일렌슈피겔은 장난꾸러기 떠돌이의 전형, 슈트라우빙거는 떠돌이 직인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