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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본에 관하여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Demian)》(1919)을 독일어 원전에서 직접 옮긴 완역본입니다. 영어 번역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1921년 베를린의 S. 피셔 출판사에서 펴낸 판을 옮겨 적은 퍼블릭도메인 전자 텍스트를 저본으로 삼았습니다. 1919년 초판은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나왔고, 1920년 판부터 헤세의 이름을 달았습니다.

서장과 여덟 장, 원문 793문단을 한 문단도 합치거나 쪼개지 않고 옮겼습니다. 저본에서 제목 없이 시작하는 머리말에는 「서장」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그 앞에 놓인 두 문장의 제사는 서장의 첫 문단으로 실었습니다. 같은 두 문장이 5장에서 이야기 속에 다시 나오며, 두 자리를 같은 글자로 옮겼습니다.

1인칭 회고의 문체

이 소설은 서른 즈음의 에밀 싱클레어가 열 살부터 스무 살 남짓까지를 돌아보며 쓰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목소리가 둘입니다. 그때 일을 겪는 아이와 젊은이의 이야기는 「-었다」로, 지금의 어른이 끼어들어 돌아보고 생각하는 자리는 「-다」로 옮겼습니다. 서장 전체와 본문 곳곳의 「오늘도 나는 …」 같은 문장이 그 자리입니다.

헤세의 긴 문장은 쌍점과 쉼표로 이어지며 한 호흡에 여러 그림을 늘어놓습니다. 문장을 나누어도 그 호흡이 끊기지 않도록 옮겼습니다.

말투에 관하여

독일어의 du와 Sie만으로는 우리말의 높임과 낮춤을 다 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물 관계마다 말의 등급을 미리 정해 두고 끝까지 지켰습니다.

  • 싱클레어와 데미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반말을 씁니다. 다만 싱클레어의 말은 겁먹은 열 살 아이의 말에서, 허세를 부리는 열여섯 살의 말을 지나, 대학생이 되어 대등한 벗의 말로 바뀝니다. 데미안은 소년 때부터 어른 같은 반말을 씁니다.
  • 피스토리우스는 싱클레어에게 하게체와 「자네」를 쓰고, 싱클레어는 그에게 하십시오체를 씁니다. 가까워진 뒤에도, 둘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자리에서도 이 거리는 바뀌지 않습니다.
  • 에바 부인은 싱클레어에게 해요체를 쓰고, 싱클레어는 부인에게 하십시오체를 씁니다. 아들 막스와 두 젊은이에게는 반말을 씁니다.
  • 서술에서는 부모를 높이지 않았습니다. 대사 속에서 부모를 부를 때만 높였습니다.

되풀이에 관하여

「두 세계」, 「표」, 「카인의 표」, 「새」, 「알」, 「꿈」, 「운명」, 「인도자」 같은 말은 책 전체에서 같은 글자로 옮겼습니다. 헤세는 이 말들을 일부러 되풀이해 이야기를 한 줄로 엮기 때문입니다. 집 대문 위의 문장(紋章)에 새겨진 새는 「문장의 새」로, 그 새의 머리는 「새매」로 적었습니다.

성경의 Kain은 개역개정이 「가인」으로 적지만, 이 책에서는 문학에서 굳어진 대로 성경을 인용하는 자리까지 모두 「카인」으로 적었습니다. 김나지움이 있는 도시와 대학이 있는 도시는 원문이 머리글자로만 적었으므로 「S 시」, 「H 시」로 옮겼습니다.

각주와 그 밖의 것

  • 각주 13개는 모두 옮긴이가 붙였습니다. 모르면 문장이 읽히지 않는 성경과 신화의 전거, 음악가 이름, 역사 어휘에만 달았고, 상징을 풀이하는 주는 달지 않았습니다.
  • 원어는 본문에 덧붙이지 않고, 꼭 필요한 몇 곳만 각주에 적었습니다.
  • 당대 어휘 가운데 오늘날 멸칭으로 쓰이는 낱말은 중립적인 말로 옮겼습니다.
  • 나이와 햇수는 「열 살」, 「두 해」처럼 한글로, 돈과 시간의 분은 「2마르크」, 「65페니히」, 「15분」처럼 아라비아 숫자로 적었습니다.
  • 원문에서 기울여 쓴 두 낱말은 기울임체로 살렸고, 원문의 줄표는 쓰지 않고 문장을 나누거나 쉼표로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