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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1776)를 한국어로 완역한 것이다. 요약하거나 간추리지 않았다. 원문 한 문단이 번역문 한 문단이며, 서른세 부분의 문단 수가 원문과 하나도 어긋나지 않는다. 본문 2,193문단, 원문 379,794단어다.

같은 저자의 《도덕감정론》이 에테르 라이브러리에 먼저 나와 있다. 스미스가 평생 고쳐 쓴 두 권이고, 「공평한 관찰자」와 「보이지 않는 손」이 한 사람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한국어로 나란히 읽을 수 있게 하려고 이어서 옮겼다.

stock은 주식이 아니다 이 책 최대의 함정

stock 628회, capital 770회. 1776년의 stock은 주식이 아니라 사람이 쌓아 둔 밑천 전체다. 스미스는 2편 1장에서 이것을 둘로 쪼갠다. 당장 쓰려고 남겨 둔 몫과, 수입을 낳도록 굴리는 몫이다. 뒤엣것이 capital이고, 그것이 다시 고정 자본과 유동 자본으로 갈린다.

원어이 책의 역어
stock자산
capital · capital stock자본
fixed capital / circulating capital고정 자본 / 유동 자본
stock reserved for immediate consumption당장 쓰려고 남겨 둔 자산
joint stock company합본 회사(「주식회사」로 옮기지 않았다. 현행 상법의 「합자회사」와도 다른 형태다)

「주식」이라는 낱말은 본문에 0회다.

corn은 옥수수가 아니라 곡물이다

18세기 영국 영어에서 corn은 곡물 일반, 특히 밀이다. 아메리카의 maize를 뜻하는 현대 미국 용법이 아니다. 전권 457회가 걸려 있어 한 번 잘못 잡으면 책이 무너진다. 「옥수수」도 본문에 0회다. 진짜 마이즈를 가리키는 몇 자리는 강냉이로 갈라 적고 각주에 밝혔다.

세 갈래 소득

스미스는 상품 가격이 임금·이윤·지대 셋으로 갈라진다고 본다. 이 셋을 섞으면 책의 뼈대가 사라진다. wages 임금 · profit 이윤 · rent 지대 · labour 노동. rent를 「임대료」로 옮기면 토지에서 나오는 몫이라는 뜻이 없어지므로, 집세를 말하는 자리(house-rent)만 집세로 갈라 썼다.

18세기 경제 용어

undertaker 사업가(장의사가 아니다) · manufacturer 제조업자(직접 만드는 사람을 가리킬 때도 쓴다) · corporation 동업조합(길드다) · police 행정 · bounty 장려금 · drawback 관세 환급 · political economy 정치경제학 · sovereign 주권자 · fossil 땅에서 캐내는 것(화석이 아니다).

특히 subsidy는 보조세로 옮겼다. 나라가 주는 돈이 아니라 의회가 국왕에게 걷도록 허락한 관세여서, 「보조금」으로 옮기면 bounty(장려금)와 뜻이 정반대가 된다.

《도덕감정론》에서 잡아 둔 18세기 가짜 친구(sensible·indifferent·interested· generous·temper·want of)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잠근 낱말을 문맥이 이기는 자리

역어를 고정하는 것은 기본값이지 규칙이 아니다. 문맥이 다른 것을 가리키면 갈라 썼고, 그럴 때마다 각주에 밝혔다. 이 책에서 실제로 갈라 쓴 자리들이다.

- master — 맞세우는 상대가 정한다. 직인·일꾼이면 고용주, 하인·노예면 주인, 물건의 임자면 임자, 선원이면 선장, 학생이면 스승. - undertaker — 2편 1장에 딱 한 곳, 장례 도구를 빌려주는 진짜 장의사가 나온다. - corporation — 3편 3장에서는 길드가 아니라 도시가 법인으로 선 것이다. - university — 1편에서는 라틴어 universitas(단체)라서 우니베르시타스로 음차했고, 5편 1장에서는 오늘날의 대학이다. 그 겹침이 스미스 논증의 일부다. - settlement — 구빈법 대목에서는 정주 자격, 동인도 대목에서는 거류지. - bounty — 봉건 영주가 가신에게 베푸는 자리에서는 장려금이 아니라 베풂이다.

화폐와 도량형을 환산하지 않았다

£ s d는 파운드·실링·펜스 그대로 두었다. 오늘날 값으로 환산하지 않았다. 환산은 기준에 따라 몇 배씩 달라지고, 스미스의 논증은 절대액이 아니라 비율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quarter는 「4분의 1」로 읽히지 않도록 쿼터로 음차하고 각주를 달았다. 화폐 파운드와 무게 파운드가 한 문단에 같이 나오는 자리는 「파운드(무게)」로 갈랐다.

곡물 가격표를 그대로 살렸다

1편 11장에 밀 가격표 둘, 4편 부록에 청어잡이 통계표 하나가 들어 있다. 저본의 줄 정렬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숫자와 열 맞춤을 한 글자도 건드리지 않고 옮겼다. 바꾼 것은 표 머리와 표 제목뿐이고, 한글이 영문보다 넓으므로 글자 수를 맞춰 열이 틀어지지 않게 했다.

스미스 자신의 주를 제자리에 두었다

이 저본에는 번호 붙은 원저 각주가 없는 대신, 스미스의 주가 중괄호로 본문에 끼워져 67군데 있다. 대부분 출처 표시이고 더러 긴 설명이다. 있던 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각주로 빼내면 문단 수가 틀어지고, 스미스가 그 자리에 넣은 까닭도 사라진다.

저본의 오식은 고치되 밝혔다

18세기 인쇄본을 옮긴 전자 텍스트라 활자 오식이 적지 않다. mines가 mints 자리에, exportation이 importation 자리에, colony trade가 corn trade로 찍혀 있는 자리가 있다. 이런 곳은 뜻이 통하는 쪽으로 옮기고, 저본이 무엇이라 찍혀 있었는지를 각주에 적었다. 역자가 조용히 고치면 독자는 자기가 무엇을 읽는지 알 수 없고, 그대로 두면 문장이 읽히지 않는다.

스미스 자신의 착오로 보이는 자리는 본문을 고치지 않고 각주에 사실만 적었다. 4편에 카르피니를 프랑스 국왕의 사절이라 적은 대목이 그런 예다.

영국 법령은 「엘리자베스 치세 13년의 법 제8장」 꼴로 통일했다. 치세 연차로 법을 가리키는 당대 관행이라, 각 편 첫 출현에 그것이 무엇인지 한 줄 밝혔다.

「보이지 않는 손」

이 표현은 379,794단어 가운데 4편 2장에 딱 한 번 나온다. 스미스는 그것을 지나가듯 쓴다. 앞뒤를 부풀리지 않고 그가 쓴 만큼만 옮겼고, 각주에는 두 가지 사실만 적었다. 이 책에서 한 번뿐이라는 것, 그리고 《도덕감정론》에도 한 번 나온다는 것이다. 그 구절이 뒤에 어떻게 읽혔는지는 적지 않았다. 판단은 읽는 이의 몫이다.

순화하지 않았다

스미스가 군주·법관·성직자·배우를 비생산적 노동에 넣는 대목, 대학 제도를 신랄하게 꾸짖는 대목, 식민지와 노예 노동을 다루는 대목, 여러 종파를 두고 하는 말을 누그러뜨리지도 날카롭게 만들지도 않았다. 오늘날 통용되지 않는 당대 표현은 각주로 당시 무엇을 가리켰는지만 적었고, 각주에서 스미스를 꾸짖지 않았다.

문체

18세기 산문이라 한 문장이 대여섯 줄을 간다. 토막내지 않았다. 80자 이상 문장이 서른세 부분에서 31%에서 59%까지 나온다. 줄표(—)는 쓰지 않았고, 삽입구는 괄호나 문장 분리로 옮겼다. 스미스가 든 구체 — 핀 공장, 양모, 청어잡이, 식민지 무역 — 는 예시가 아니라 논증 자체이므로 추상어로 요약하지 않았다.

각주

옮긴이 주 470개다. 모두 「옮긴이 —」로 시작하고 한 부분에 15개를 넘기지 않았다. 다는 자리는 정해 두었다. 18세기 영국 제도, 당대 화폐·도량형, 처음 나오는 인물의 생몰년 한 줄, 오늘날 사라진 관행, 저본 오식이다.

권리

애덤 스미스(1723~1790)의 원저는 퍼블릭 도메인이다. 영어가 원문이므로 중간 역자가 없고, 따라서 중역이 아니다. 이 한국어 번역은 CC BY-NC 4.0으로 공개한다. 출처를 밝히면 자유로이 나누어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