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4장
라스콜니코프는 제 가슴에 그토록 무거운 공포와 고뇌를 지고 있으면서도 루쥔에 맞서 소냐를 힘차고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그러나 아침나절에 그만큼을 겪고 난 그는, 소냐를 지켜야 한다고 그를 떠민 강한 개인적 감정과는 별개로, 감각이 바뀌는 데서 일종의 안도를 느꼈다. 그는 또한, 특히 어떤 순간들에는, 곧 있을 소냐와의 만남을 생각하며 마음이 어지러웠으니, 리자베타를 죽인 것이 누구인지 그녀에게 말해야 했던 것이다. 그것이 제게 얼마나 끔찍한 고통이 될지 그는 알고 있었고, 그러면서 말하자면 그 생각을 손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집을 나서며 「자, 소피야 세묘노브나, 이제 당신이 무어라고 하는지 봅시다!」 하고 외쳤을 때만 해도 그는 여전히 겉으로는 들떠 있었고, 루쥔을 이긴 승리로 여전히 기운차고 도전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냐의 하숙에 이르렀을 때 그는 별안간 무력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문 앞에서 망설이며 우두커니 선 채, 「리자베타를 죽인 것이 누구인지 그녀에게 말해야만 하는가?」 하는 이상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것은 이상한 물음이었으니, 그는 바로 그 순간에 자기가 말하지 않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말하기를 미룰 수도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째서 그래야만 하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고 그저 그렇게 느낄 뿐이었으며, 피할 수 없는 것 앞에서 제가 무력하다는 그 괴로운 자각이 그를 짓뭉갤 듯했다. 망설임과 괴로움을 잘라 버리려고 그는 얼른 문을 열고 문간에서 소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탁자에 팔꿈치를 괴고 두 손에 얼굴을 묻은 채 앉아 있었으나, 라스콜니코프를 보자 곧바로 일어나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를 맞으러 나왔다.
「안 계셨더라면 저는 어떻게 됐을까요?」 그녀가 방 한가운데서 그를 맞으며 얼른 말했다.
그녀가 그 말을 그에게 서둘러 하고 싶어 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그녀가 기다려 온 말이었다.
라스콜니코프는 탁자로 가서 그녀가 방금 일어난 그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두 걸음 떨어져 그를 마주 보고 섰는데, 어제와 꼭 같았다.
「자, 소냐?」 그가 말했고, 제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게 죄다 『당신의 사회적 처지와 그에 따르는 습속』 탓이었다지요. 아까 그 말 알아들었어요?」
그녀의 얼굴에 괴로움이 드러났다.
「제발 어제처럼만은 말씀하지 마세요.」 그녀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제발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비참한 일은 얼마든지 많아요.」
그녀는 그가 그 나무람을 언짢아할까 봐 서둘러 웃어 보였다.
「거기서 나와 버린 건 어리석은 짓이었어요. 지금 거기선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곧장 돌아가고 싶었는데, 그래도 자꾸만…… 오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는 아말리아 이바노브나가 그들을 하숙에서 내쫓으려 한다는 것과,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정의를 찾으러」 어디론가 뛰쳐나갔다는 것을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맙소사!」 소냐가 외쳤다. 「어서 가요…….」
그러고는 망토를 낚아챘다.
「언제나 그 타령이군요!」 라스콜니코프가 성이 나서 말했다. 「당신 머릿속엔 그 사람들밖에 없어요! 나하고 좀 있어요.」
「하지만……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는요?」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를 잃어버릴 일은 없으니 걱정 말아요, 뛰쳐나갔으니 제 발로 당신을 찾아올 겁니다.」 그가 짜증스레 덧붙였다. 「여기서 당신을 못 찾으면 그것도 당신 탓이 될 테고…….」
소냐는 괴로운 조바심 속에 앉았다. 라스콜니코프는 말없이 바닥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궁리했다.
「이번엔 루쥔이 당신을 고발할 마음이 없었어요.」 그가 소냐를 보지 않은 채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러고 싶었다면, 그게 제 속셈에 맞았다면, 레베쟈트니코프와 내가 없었을 경우 그는 당신을 감옥에 보냈을 겁니다. 안 그래요?」
「네.」 그녀가 희미한 목소리로 수긍했다. 「네.」 그녀는 딴 데 마음이 가 있는 듯 괴로워하며 되풀이했다.
「하지만 내가 거기 없었을 수도 얼마든지 있었어요. 레베쟈트니코프가 나타난 것도 순전한 우연이었고요.」
소냐는 잠자코 있었다.
「그래서 감옥에 갔다면, 그다음엔요? 어제 내가 한 말 기억해요?」
그녀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기다렸다.
「나는 당신이 또 『그 얘긴 하지 마세요, 그만두세요』 하고 외칠 줄 알았는데요.」 라스콜니코프가 웃었으나 억지웃음에 가까웠다. 「또 잠자코 있는 겁니까?」 그가 잠시 뒤에 물었다. 「그래도 무슨 이야기든 해야 할 것 아니에요. 레베쟈트니코프라면 『문제』라고 할 만한 걸 당신이 어떻게 푸는지 나는 알고 싶은데.」 (그는 갈피를 놓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니, 정말로 나는 진지해요. 소냐, 당신이 루쥔의 속셈을 죄다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해 봐요. 그러니까 그 일이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와 아이들을, 덤으로 당신까지 ― 당신은 자기를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니까 ― 그리고 폴레치카까지 망하게 하리라는 것을 사실로 알고 있었다고요…… 폴레치카도 같은 길을 갈 테니까요. 자, 그런데 별안간 그 모든 것이, 그가 계속 살 것이냐 저들이 계속 살 것이냐가 당신의 결정 하나에 달리게 됐다고 해 봐요. 그러니까 루쥔이 계속 살아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인가, 아니면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죽을 것인가 하는 거지요. 둘 가운데 누가 죽어야 할지 당신은 어떻게 정하겠어요? 나는 그걸 묻는 겁니다.」
소냐가 불안스레 그를 보았다. 무언가를 에둘러 더듬어 가는 듯한 이 머뭇거리는 물음에는 이상한 데가 있었다.
「그런 걸 물으시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녀가 캐묻는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랬겠지요. 하지만 거기 어떻게 답하겠어요?」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을 왜 물으세요?」 소냐가 마지못해 말했다.
「그러면 루쥔이 계속 살아 나쁜 짓을 저지르는 편이 낫겠군요? 당신은 그것조차 감히 정하지 못하는군요!」
「하지만 저는 하느님의 섭리를 알 수가 없는걸요……. 그리고 답할 수 없는 걸 왜 물으세요? 그런 어리석은 물음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게 어떻게 제 결정에 달릴 수가 있겠어요 ― 누가 저를 재판관으로 세워 누가 살고 누가 살지 말아야 할지 정하게 했나요?」
「아, 하느님의 섭리가 끼어들면야 어쩔 도리가 없지요.」 라스콜니코프가 침울하게 투덜거렸다.
「차라리 무얼 바라시는지 바로 말씀해 주세요!」 소냐가 괴로워하며 외쳤다. 「또 무언가로 끌고 가시는군요……. 그저 저를 괴롭히러 오신 거예요?」
그녀는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는 침울한 비참함 속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 분이 지났다.
「물론 당신 말이 옳아요, 소냐.」 마침내 그가 나직이 말했다. 그는 별안간 달라져 있었다. 꾸며 낸 오만함과 속수무책의 도전이 담겼던 어조가 사라졌다. 목소리마저 별안간 약해졌다. 「어제 나는 용서를 빌러 오는 게 아니라고 말했는데, 거의 첫마디부터 용서를 빌고 있군요……. 루쥔이니 섭리니 하는 말은 나 자신을 위해서 한 겁니다. 나는 용서를 빌고 있었어요, 소냐…….」
그는 웃어 보이려 했으나 그 핏기 없는 웃음에는 어딘가 속수무책이고 덜 된 데가 있었다. 그는 고개를 떨구고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데 별안간 소냐를 향한 일종의 쓰디쓴 증오라는 이상하고 놀라운 감각이 그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그 감각에 놀라고 겁먹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으나, 제게 못 박힌 그녀의 불안하고 고통스러울 만큼 애타는 눈과 마주쳤고, 거기에는 사랑이 있었으며, 그의 증오는 허깨비처럼 사라졌다. 그것은 진짜 감정이 아니었다. 그는 한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잘못 안 것이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다만, 그 순간이 왔다는 것뿐이었다.
그는 다시 두 손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떨구었다. 별안간 그는 창백해지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소냐를 보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그녀의 침대에 앉았다.
그 순간 그가 느낀 것은 도끼를 손에 들고 노파 위에 서서 「한시도 더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던 그 순간의 감각과 무섭도록 닮아 있었다.
「왜 그러세요?」 소냐가 몹시 겁에 질려 물었다.
그는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못했으니, 이것은 그가 「말하려고」 했던 방식과는 전혀, 전혀 달랐고, 그는 지금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가만히 그에게 다가가 침대 위 그의 옆에 앉아 눈을 떼지 않은 채 기다렸다. 그녀의 심장이 마구 뛰다가 내려앉았다. 견딜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그는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을 그녀에게 돌렸고, 그의 입술은 무언가를 말해 보려고 속수무책으로 버둥거렸다. 공포의 아픔이 소냐의 가슴을 찔렀다.
「왜 그러세요?」 그녀가 그에게서 조금 물러나며 되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소냐, 겁내지 말아요……. 부질없는 소리예요. 따지고 보면 정말로 부질없는 소리지요.」 그가 헛소리하는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내가 왜 당신을 괴롭히러 왔을까?」 그가 그녀를 보며 별안간 덧붙였다. 「정말로 왜일까? 나는 자꾸만 스스로에게 그 물음을 던지고 있어요, 소냐…….」
그는 아마 십오 분 전에도 스스로에게 그 물음을 던지고 있었겠지만, 이제는 속수무책으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거의 모른 채, 온몸에 끊임없는 떨림을 느끼며 말하고 있었다.
「아, 얼마나 괴로우시면!」 그녀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괴로이 중얼거렸다.
「죄다 부질없는 소리예요……. 들어 봐요, 소냐.」 그가 별안간 웃었는데, 두 초쯤 이어진 핏기 없고 속수무책인 웃음이었다. 「어제 당신한테 말하려고 했던 게 기억나요?」
소냐가 불안스레 기다렸다.
「나가면서 나는 어쩌면 영영 작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오늘 다시 온다면 누가…… 누가 리자베타를 죽였는지 말해 주겠다고 했지요.」
그녀가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자, 나는 그것을 말하러 왔어요.」
「그럼 어제 그 말이 정말이었어요?」 그녀가 힘겹게 속삭였다. 「어떻게 아세요?」 그녀가 별안간 정신을 되찾기라도 한 듯 얼른 물었다.
소냐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고, 그녀는 괴롭게 숨을 쉬었다.
「나는 알아요.」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사람을 찾아냈나요?」 그녀가 머뭇머뭇 물었다.
「아니요.」
「그러면 어떻게 그걸 아세요?」 그녀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은 소리로, 다시 한동안 말이 없다가 되물었다.
그가 그녀 쪽으로 돌아앉아 그녀를 아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맞혀 봐요.」 그가 여전히 일그러진 속수무책의 웃음을 띠고 말했다.
그녀의 몸에 떨림이 스쳤다.
「하지만…… 어째서 저를 이렇게 겁주세요?」 그녀가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니까…… 나는 그 사람과 아주 가까운 벗인 모양이지요.」 라스콜니코프가 눈을 돌릴 수 없는 사람처럼 여전히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은…… 그 리자베타를 죽일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 사람은…… 얼떨결에 그 여자를 죽인 거예요……. 노파가 혼자 있을 때 죽이려고 거기 갔는데…… 그때 리자베타가 들어왔고…… 그 여자까지 죽였지요.」
또 한 번 끔찍한 순간이 지나갔다. 둘은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못 맞히겠어요?」 그가 종탑 꼭대기에서 몸을 던지는 것 같은 기분으로 별안간 물었다.
「아, 아니요……」 소냐가 속삭였다.
「잘 봐요.」
그가 이 말을 다시 하자마자 그 낯익은 감각이 그의 가슴을 얼어붙게 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고, 별안간 그녀의 얼굴에서 리자베타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리자베타의 얼굴에 떠올랐던 표정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그가 도끼를 들고 다가가자 그녀는 벽 쪽으로 물러서며 한 손을 내밀었고, 얼굴에는 어린아이 같은 공포가 어려 있었으니, 어린아이들이 무언가를 무서워하기 시작할 때 저를 무섭게 하는 것을 뚫어지게, 불안스레 바라보며 뒷걸음질 치고 울음이 터지기 직전에 작은 두 손을 내미는, 꼭 그 모습이었다. 지금 소냐에게 거의 같은 일이 일어났다. 똑같은 속수무책과 똑같은 공포로 그녀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별안간 왼손을 내밀어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희미하게 누르고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에게서 더 멀어지면서 두 눈은 더욱 꼼짝없이 그에게 못 박아 두었다. 그녀의 공포가 그에게 옮아 같은 두려움이 그의 얼굴에 나타났고, 똑같은 모양으로 그는 그녀를 쏘아보았으며, 거의 똑같이 어린아이 같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맞혔어요?」 그가 마침내 속삭였다.
「하느님 맙소사!」 그녀의 가슴에서 끔찍한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침대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으나, 잠시 뒤 일어나 재빨리 그에게 다가와 두 손을 붙잡고는, 가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꽉 움켜쥔 채 다시 그 똑같이 뚫어지는 눈길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 마지막 필사적인 눈길로 그녀는 그의 안을 들여다보고 마지막 희망 한 자락이라도 붙잡으려 했으나, 희망은 없었고, 의심도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 죄다 사실이었다! 뒷날 실제로 그 순간을 떠올렸을 때 그녀는 그것이 이상한 일이라고 여겼고, 어째서 자기가 대뜸 아무 의심도 없다는 것을 알아보았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를테면 그녀는 그런 일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그런데도 이제 그가 말하자마자 그녀는 별안간 자기가 바로 그것을 정말로 미리 짐작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꼈던 것이다.
「그만해요, 소냐, 그만하면 됐어요! 나를 괴롭히지 말아요.」 그가 비참하게 애원했다.
그가 그녀에게 말하리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전혀 이렇지 않았으나, 일은 이렇게 일어났다.
그녀는 제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 두 손을 쥐어짜며 방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다가, 이내 되돌아와 다시 그의 옆에 앉았는데, 어깨가 그의 어깨에 닿을 듯했다. 별안간 그녀는 칼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흠칫하더니 외마디 소리를 내고는, 제가 왜 그러는지도 모른 채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 스스로에게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그녀가 절망에 차서 말하고는 벌떡 일어나 그의 목에 매달려 두 팔로 그를 끌어안고 꼭 붙들었다.
라스콜니코프가 뒤로 물러나 서글픈 웃음을 띠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에요, 소냐 ― 내가 그 이야기를 하는데 나한테 입 맞추고 나를 끌어안다니……. 당신은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군요.」
「아무도 ― 지금 온 세상에 이렇게 불행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녀가 그의 말은 듣지도 않고 미친 듯이 외쳤고, 별안간 격렬한 히스테리의 울음을 터뜨렸다.
오래 낯설었던 감정이 그의 가슴에 밀려들어 단번에 그것을 누그러뜨렸다. 그는 그것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 두 줄기 눈물이 그의 눈에 솟아 속눈썹에 매달렸다.
「그럼 나를 버리지 않겠어요, 소냐?」 그가 거의 희망을 품은 눈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아니요, 아니요, 절대로, 어디서도요!」 소냐가 외쳤다. 「따라가겠어요, 어디든 따라가겠어요. 아, 맙소사! 아, 저는 얼마나 비참한지!…… 어째서, 어째서 저는 진작 알지 못했을까요! 어째서 진작 오시지 않았어요? 아, 어쩌면 좋아요!」
「이렇게 왔잖아요.」
「네, 이제야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같이, 같이요!」 그녀가 저도 모르게 되풀이하고는 다시 그를 끌어안았다. 「시베리아까지 따라가겠어요!」
그가 이 말에 움찔 물러났고, 그 적대적이고 거의 오만한 웃음이 다시 그의 입가에 떠올랐다.
「나는 아직 시베리아에 갈 생각이 없을지도 몰라요, 소냐.」 그가 말했다.
소냐가 얼른 그를 보았다.
불행한 사람을 향한 첫 열렬하고 애끓는 연민이 지나가자 다시 살인이라는 끔찍한 생각이 그녀를 짓눌렀다. 달라진 그의 어조에서 그녀는 살인자가 말하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리둥절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어째서인지, 어떻게인지, 무슨 목적으로였는지 알지 못했고, 이제 그 모든 물음이 한꺼번에 그녀의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는 그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이가, 저이가 살인자라니! 그게 사실일 수 있을까?」
「이게 무슨 뜻이에요? 제가 어디 있는 거예요?」 그녀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처럼 온통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어떻게 그러실 수가, 그러실 수가, 그런 분이……. 어떻게 그런 일에 스스로 손을 대실 수가?…… 이게 무슨 뜻이에요?」
「아, 뭐 ― 빼앗으려고요. 그만둬요, 소냐.」 그가 지친 듯, 거의 짜증스레 대답했다.
소냐는 말문이 막힌 듯 서 있다가 별안간 외쳤다.
「굶주리셨군요! 그건…… 어머니를 도우려고요? 그렇지요?」
「아니요, 소냐, 아니에요.」 그가 얼굴을 돌리고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굶주리지는 않았어요……. 어머니를 돕고 싶었던 건 분명하지만…… 그것도 진짜는 아니에요……. 나를 괴롭히지 말아요, 소냐.」
소냐가 두 손을 맞잡았다.
「그게, 그게 죄다 사실일 수 있어요? 하느님 맙소사, 무슨 그런 사실이! 누가 그걸 믿겠어요? 그러면서 어떻게 마지막 파딩1 한 닢까지 내주고는 강도질을 하고 사람을 죽일 수가 있어요! 아,」 그녀가 별안간 외쳤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한테 주신 그 돈…… 그 돈……. 설마 그 돈이……」
「아니에요, 소냐.」 그가 서둘러 말을 끊었다. 「그 돈은 그게 아니에요. 걱정 말아요! 그 돈은 어머니가 부쳐 주신 것으로, 내가 앓고 있을 때, 그러니까 그것을 당신한테 준 그날 도착했어요……. 라주미힌이 그걸 봤어요…… 그가 나 대신 받았고요……. 그 돈은 내 것이었어요 ― 내 돈이었다고요.」
소냐는 어리둥절한 채 그의 말을 들으며 알아들으려고 있는 힘을 다했다.
「그리고 그 돈……. 나는 사실 돈이 있기나 했는지도 몰라요.」 그가 생각에 잠긴 듯 나직이 덧붙였다. 「나는 그 여자 목에서 지갑을 하나 벗겨 냈어요, 섀미 가죽으로 된…… 무언가로 불룩하게 채워진 지갑을요……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지는 않았어요. 그럴 틈이 없었던 모양이지요……. 그리고 물건들은 ― 줄이며 장신구며 ― 이튿날 아침에 지갑과 함께 V—— 대로에서 들어간 어느 안뜰의 돌 밑에 묻었어요. 지금도 죄다 거기 있지요…….」
소냐가 온 신경을 곤두세워 들었다.
「그러면 어째서…… 어째서, 빼앗으려고 그랬다면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으셨어요?」 그녀가 지푸라기라도 붙잡듯 얼른 물었다.
「모르겠어요……. 나는 그 돈을 가질지 말지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그가 다시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러고는 흠칫 깨어나기라도 한 듯 짧게 빈정대는 웃음을 지었다. 「아, 내가 무슨 어리석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안 그래요?」
저이가 미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소냐의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그녀는 곧 그 생각을 물리쳤다. 「아니야, 다른 무엇이 있어.」 그녀는 그것을 도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거 알아요, 소냐.」 그가 별안간 확신에 차서 말했다. 「말해 두겠는데, 내가 그저 배가 고파서 죽였더라면,」 그는 낱말마다 힘을 주며 수수께끼처럼, 그러나 진심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지금 행복할 겁니다. 그건 믿어야 해요! 당신한테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가 잠시 뒤 일종의 절망에 차서 외쳤다. 「내가 잘못했다고 고백한들 당신한테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나를 그렇게 어리석게 이겨서 당신이 얻는 게 무엇이지요? 아, 소냐, 내가 오늘 당신한테 온 게 그러자고였을까요?」
소냐가 다시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제 내가 당신더러 같이 가자고 한 건 나한테 남은 것이 당신뿐이기 때문이에요.」
「어디로 가요?」 소냐가 머뭇머뭇 물었다.
「훔치러도 죽이러도 아니니 걱정 말아요.」 그가 쓰게 웃었다. 「우리는 너무 달라요……. 그런데 말이에요, 소냐, 어제 내가 당신더러 어디로 같이 가자고 했던 것인지 나는 이제야, 바로 이 순간에야 알겠어요! 어제 그 말을 할 때 나는 어디인지 몰랐어요. 나는 당신한테 한 가지를 청했고, 한 가지 때문에 당신한테 왔어요 ― 나를 버리지 말라는 것. 나를 버리지 않겠지요, 소냐?」
그녀가 그의 손을 꼭 쥐었다.
「그런데 왜, 왜 나는 이 사람한테 말했을까? 왜 알게 했을까?」 그가 잠시 뒤 절망에 차서, 끝없는 고뇌의 눈으로 그녀를 보며 외쳤다. 「소냐, 당신은 지금 나한테 설명을 바라고 있어요. 앉아서 그걸 기다리고 있지요, 나는 알아요.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당신은 알아듣지 못할 테고 그저 비참하게 괴로워하기만 할 겁니다…… 나 때문에! 자, 당신은 또 울면서 나를 끌어안는군요. 왜 그러는 거예요? 내가 내 짐을 견디지 못해서 그걸 남에게 떠맡기러 왔기 때문이지요. 당신도 괴로워하라지, 그러면 내 마음이 편해질 테니! 그런데 당신은 그런 비열한 놈을 사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괴로워하고 계시잖아요?」 소냐가 외쳤다.
같은 감정의 물결이 다시 그의 가슴에 밀려들어 다시 한순간 그것을 누그러뜨렸다.
「소냐, 나는 마음이 나쁜 사람이에요, 그걸 새겨 둬요. 그것으로 많은 것이 설명될지도 모르지요. 나는 내가 나쁘기 때문에 온 겁니다. 오지 않았을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나는 겁쟁이고…… 비열한 놈이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좋아요! 그게 요점은 아니니까. 지금 말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어요.」
그가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아, 우리는 너무 달라요.」 그가 다시 외쳤다. 「우리는 닮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왜 나는 왔을까? 나는 그것만은 결코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겁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오시길 잘하셨어요.」 소냐가 외쳤다. 「제가 아는 편이 나아요, 훨씬 나아요!」
그가 고뇌에 차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그것이었다면 어떨까?」 그가 결론에 이르기라도 한 듯 말했다. 「그래, 그것이었어! 나는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여자를 죽인 겁니다……. 이제 알겠어요?」
「아, 아니요.」 소냐가 순진하고 머뭇머뭇하게 속삭였다. 「그저 말씀만 해 주세요, 말씀만요, 알아들을게요, 제 안에서 알아들을게요!」 그녀가 자꾸만 애원했다.
「알아듣겠다고요? 좋아요, 두고 봅시다!」 그는 말을 멈추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이런 것이었어요. 어느 날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물음을 던졌지요 ― 이를테면 나폴레옹이 어쩌다 내 자리에 있게 되었다면, 그리고 출세의 시작으로 삼을 툴롱도 이집트도 몽블랑 횡단2도 그에게 없었고, 그 그림 같고 기념비적인 것들 대신에 그저 우스꽝스러운 노파 하나, 전당포 주인 하나가 있어서 (물론 그의 출세를 위해서) 그 여자의 궤에서 돈을 꺼내려면 그 여자까지 죽여야 했다면 어땠을까? 자, 다른 수가 없었다면 그가 그 일에 스스로 손을 댔을까요? 그것이 기념비적인 것과 그토록 멀고…… 그리고 죄스럽기까지 하다는 데 마음이 켕기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말해 두지만 나는 그 『물음』을 두고 무섭도록 나 자신을 들볶았고, 그래서 마침내 (어쩌다 별안간) 그것이 그에게 털끝만 한 켕김도 주지 않았으리라는 것, 그것이 기념비적이지 않다는 생각조차 그의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거기에 멈춰 설 만한 것이 있다는 걸 그가 알아보지도 못했으리라는 것, 그리고 다른 길이 없었다면 그가 생각 한번 해 보지 않고 일 분 만에 그 여자의 목을 졸랐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끔찍하게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나도…… 그 일을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그를 본떠 그 여자를 죽였지요. 바로 그랬던 겁니다! 우습다고 생각해요? 그래요, 소냐, 무엇보다 우스운 건 어쩌면 정말로 그랬으리라는 거예요.」
소냐는 조금도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바로 말씀해 주세요…… 예를 들지 마시고요.」 그녀가 더욱 머뭇머뭇, 거의 들리지 않게 애원했다.
그가 그녀 쪽으로 돌아앉아 서글프게 그녀를 바라보고는 그녀의 두 손을 잡았다.
「이번에도 당신 말이 옳아요, 소냐. 물론 그건 죄다 부질없는 소리고, 거의 다 말뿐이지요! 보세요,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어머니한테는 가진 것이 거의 없고, 누이는 어쩌다 좋은 교육을 받아 놓고는 가정교사로 뼈 빠지게 일할 팔자가 되고 말았어요. 그들의 희망은 죄다 나한테 쏠려 있었고요. 나는 학생이었지만 대학에서 제 앞가림을 할 수가 없어 한동안 학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질질 끌었더라도 십 년이나 십이 년쯤 뒤에 (운이 좋으면) 연봉 천 루블쯤 되는 교사나 서기 비슷한 것이 되기를 바랄 수 있었겠지요.」 (그는 배운 것을 외우듯 그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어머니는 슬픔과 근심으로 기진해 있을 테고 나는 어머니를 편안히 모실 수 없을 테고, 누이는…… 뭐, 누이는 더 못한 꼴을 당했을 수도 있지요! 그리고 평생 모든 것을 그냥 지나치고, 모든 것에 등을 돌리고, 제 어머니를 잊고, 제 누이에게 가해진 모욕을 점잖게 받아들인다는 건 힘든 일이에요. 어째서 그래야 하지요? 그들을 묻고 나서 또 다른 사람들을 ― 아내와 아이들을 ― 제 등에 지고는 또 파딩 한 닢 없이 내버려 두려고요? 그래서 나는 노파의 돈을 손에 넣어, 어머니를 괴롭히지 않고 처음 몇 해를, 대학에 다니는 동안과 나온 뒤 얼마 동안을 그 돈으로 버티기로 마음먹었어요 ―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넉넉하고 철저한 규모로 해내어, 아주 새로운 출셋길을 닦고 독립된 새 삶으로 들어서기로 한 거지요……. 자…… 그게 다예요……. 자, 물론 노파를 죽인 건 잘못한 일이지요……. 자, 이만하면 됐어요.」
그는 기진하여 제 말을 끝까지 끌고 가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아, 그게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 소냐가 괴로워하며 외쳤다. 「어떻게 사람이…… 아니에요, 그건 옳지 않아요, 옳지 않아요.」
「그게 옳지 않다는 건 당신도 알겠지요. 하지만 나는 참되게 말했어요, 그건 사실이에요.」
「그게 어떻게 사실일 수 있어요! 하느님 맙소사!」
「나는 이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에요, 소냐, 쓸모없고 역겹고 해로운 것을요.」
「사람을 ― 이 한 마리라고요!」
「그게 이 한 마리가 아니었다는 건 나도 알아요.」 그가 이상한 눈으로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헛소리를 하고 있어요, 소냐.」 그가 덧붙였다. 「오래전부터 헛소리를 하고 있지요……. 그게 아니에요, 그 점은 당신 말이 옳아요. 아주, 아주 다른 까닭들이 있었어요! 나는 오랫동안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소냐……. 지금 머리가 지독하게 아프군요.」
그의 두 눈이 열에 들뜬 광채로 빛났다. 그는 거의 헛소리를 하고 있었고, 불안스러운 웃음이 그의 입가를 맴돌았으며, 흥분 너머로 그의 무서운 기진이 비쳐 보였다. 소냐는 그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보았고, 그녀 자신도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참 이상하게도 말했다. 어쩐지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그렇지만 어떻게, 어떻게! 하느님 맙소사!」 그러고는 절망에 차서 두 손을 쥐어짰다.
「아니에요, 소냐, 그게 아니에요.」 그가 별안간 다시 말을 시작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새롭고 갑작스러운 생각의 줄기가 그를 치고 말하자면 그를 깨우기라도 한 것 같았다 ― 「그게 아니에요! 차라리…… 상상해 봐요 ― 그래요, 그게 확실히 낫겠어요 ― 내가 허영심 많고, 시샘 많고, 심술궂고, 비루하고, 앙심 깊고, 그리고…… 뭐, 어쩌면 미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상상해 봐요. (기왕이면 한꺼번에 죄다 털어놓읍시다! 사람들이 벌써 광기 이야기를 하더군요, 나도 알아챘어요.) 방금 나는 대학에서 내 앞가림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지요. 그런데 어쩌면 할 수도 있었다는 걸 알아요? 어머니가 등록금에 필요한 만큼은 부쳐 주셨을 테고, 옷이며 장화며 먹을 것은 틀림없이 내가 벌 수 있었을 거예요. 반 루블짜리 과외 자리가 나오기도 했고요. 라주미힌은 일을 하잖아요! 그런데 나는 뾰로통해져서 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뾰로통함, 그게 꼭 맞는 말이에요!) 나는 거미처럼 내 방에 앉아 있었어요. 당신도 내 굴에 와 봤으니 봤겠지요……. 그런데 소냐, 낮은 천장과 비좁은 방이 넋과 머리를 옥죈다는 것을 알아요? 아, 나는 그 다락방이 얼마나 싫었는지! 그러면서도 거기서 나가려 하지 않았어요! 일부러 나가지 않았어요! 며칠씩 내리 나가지 않았고, 일도 하지 않았고, 먹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지요. 나스타시야가 무얼 가져다주면 먹었고 가져다주지 않으면 온종일 굶었는데, 일부러, 뾰로통해서 달라고 하지 않았던 거예요! 밤에는 불이 없어서 어둠 속에 누워 있었고 양초 살 돈을 벌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공부를 해야 했는데도 책을 팔아 버려 탁자 위 공책에는 먼지가 한 치나 앉아 있지요. 나는 가만히 누워서 생각하는 편이 좋았어요. 그리고 자꾸만 생각했지요……. 그리고 내내 꿈을 꿨어요, 온갖 이상한 꿈들을요, 늘어놓을 것도 없고요! 다만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니, 그게 아니에요! 또 잘못 말하고 있군요! 그러니까 나는 그때 자꾸만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남들이 어리석다면 ― 그리고 나는 그들이 어리석다는 걸 알아요 ― 어째서 나는 더 지혜로워지려 하지 않을 만큼 어리석은가? 그러다 알았지요, 소냐, 모두가 지혜로워지기를 기다리자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을……. 그다음엔 그런 일은 결코 오지 않으리라는 것, 사람들은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 아무도 그것을 바꿀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힘을 쏟아 봐야 헛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요, 그런 겁니다. 그게 그들 본성의 법칙이에요, 소냐,…… 그런 거예요!…… 그리고 나는 이제 알아요, 소냐, 머리와 마음이 강한 자는 누구든 그들 위에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을요. 크게 감행하는 자는 누구든 그들의 눈에 옳습니다. 가장 많은 것을 멸시하는 자가 그들 가운데서 입법자가 될 것이고, 무엇보다 가장 크게 감행하는 자가 누구보다 옳은 사람이 될 겁니다! 여태껏 그래 왔고 앞으로도 언제나 그럴 거예요. 그것을 보지 못하려면 눈이 멀어야 해요!」
라스콜니코프는 이 말을 하면서 소냐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이제 그녀가 알아듣든 말든 개의치 않았고, 열이 그를 온통 사로잡아 그는 일종의 음울한 황홀에 빠져 있었다(그가 너무 오랫동안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은 틀림없었다). 소냐는 그의 음울한 신조가 그의 신앙이자 법이 되었음을 느꼈다.
「그때 나는 알아차렸어요, 소냐.」 그가 열에 들떠 말을 이었다. 「힘은 몸을 굽혀 그것을 집어 들 엄두를 내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을요. 오직 한 가지, 한 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엄두를 내기만 하면 돼요! 그때 난생처음으로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에 모양을 갖추었는데, 나보다 먼저 아무도, 아무도 떠올린 적 없는 생각이었어요! 나는 이 미친 세상에 사는 사람 가운데 단 한 사람도 그 모든 것을 향해 곧장 나아가 그것을 악마에게 날려 보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대낮처럼 훤히 보았어요! 나는…… 나는 그 엄두를 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여자를 죽였지요. 나는 그저 엄두를 내고 싶었을 뿐이에요, 소냐! 그게 그 모든 일의 까닭이었어요!」
「아, 그만하세요, 그만하세요.」 소냐가 두 손을 맞잡고 외쳤다. 「하느님을 등지셨으니 하느님이 치신 거예요, 악마에게 내주신 거예요!」
「그럼 소냐, 내가 어둠 속에 누워 이 모든 것이 내게 또렷해졌을 때, 그건 악마의 유혹이었을까요, 그래요?」
「그만하세요, 웃지 마세요, 하느님을 모독하는 분이! 모르시는 거예요, 모르시는 거예요! 아, 하느님! 저이는 알아듣지 못해요!」
「그만해요, 소냐! 나는 웃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것이 악마가 나를 이끈 것이었다는 건 나 스스로 알아요. 그만해요, 소냐, 그만해요!」 그가 음울하게 우겨 대며 되풀이했다. 「나는 죄다 알아요, 어둠 속에 누워 그것을 몇 번이고 되씹고 몇 번이고 혼자 속삭여 봤어요……. 나는 그것을 낱낱이 나 자신과 따져 보았고, 그래서 죄다, 죄다 알고 있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때 그것을 자꾸 되풀이하는 게 얼마나 지겨웠는지! 나는 그것을 잊고 새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소냐,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싶었고요. 그런데 내가 바보처럼 무턱대고 그 일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나는 현명한 사람처럼 그 일에 들어갔고, 바로 그것이 나를 망쳤어요. 그리고, 이를테면 내가 힘을 얻을 권리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면 ― 나한테는 분명 그런 권리가 없었어요 ― 또는 사람이 이 한 마리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면, 그것이 곧 나한테는 그렇지 않다는 증거였다는 것을, 묻지도 않고 제 목표를 향해 곧장 가는 자한테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말이지요, 내가 몰랐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요……. 나폴레옹이라면 그 일을 했을까 안 했을까를 궁금해하며 그 여러 날 나 자신을 들볶았다면, 그건 물론 내가 나폴레옹이 아니라는 것을 또렷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나는 그 생각의 싸움이 주는 고통을 죄다 견뎌야 했고, 소냐, 그것을 떨쳐 버리고 싶어 못 견뎠으니, 나는 궤변 없이 죽이고 싶었어요, 나 자신을 위해, 오직 나 하나를 위해 죽이고 싶었어요! 나는 나 자신한테조차 그 일을 두고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그 살인을 한 것은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 그건 헛소리예요 ― 나는 부와 힘을 얻어 인류의 은인이 되려고 그 살인을 한 게 아니에요. 헛소리! 나는 그저 했을 뿐이니, 나를 위해, 오직 나 하나를 위해 그 살인을 했고, 내가 남들의 은인이 되든, 아니면 거미처럼 제 그물에 사람들을 걸어 그들의 목숨을 빨아먹으며 한평생을 보내든, 그 순간에는 아무래도 좋았을 겁니다……. 그리고 내가 그 일을 했을 때 원한 것은 돈이 아니었어요, 소냐. 내가 원한 것은 돈이라기보다 다른 무엇이었어요……. 이제 나는 죄다 알아요……. 나를 알아들어 줘요! 어쩌면 나는 두 번 다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예요. 나는 다른 것을 알아내고 싶었으니, 나를 몰아간 것은 다른 무엇이었어요. 나는 그때 내가 남들과 똑같은 이 한 마리인지 아니면 사람인지를 빨리, 그 자리에서 알아내고 싶었던 거예요. 내가 장벽을 넘을 수 있는지 없는지, 내가 감히 몸을 굽혀 집어 들 수 있는지 없는지, 내가 떠는 피조물인지 아니면 권리를 가진 자인지……」
「죽일 권리요? 죽일 권리가 있는지요?」 소냐가 두 손을 맞잡았다.
「아, 소냐!」 그가 성이 나서 외쳤고 무어라 되받으려는 듯하다가 경멸하듯 입을 다물었다. 「말을 끊지 말아요, 소냐. 나는 한 가지만 밝히고 싶어요. 그때 악마가 나를 부추겼다는 것, 그리고 나도 나머지 사람들과 똑같은 이 한 마리일 뿐이므로 나한테는 그 길로 갈 권리가 없었다는 것을 그 뒤로 악마가 내게 보여 주었다는 것을요. 악마는 나를 놀리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당신한테 온 겁니다! 손님을 맞아요! 내가 이 한 마리가 아니었다면 당신한테 왔겠어요? 들어 봐요. 그때 내가 노파한테 간 것은 그저 시험해 보려고 간 것이었어요……. 그건 믿어도 좋아요!」
「그러고는 그 여자를 죽이셨어요!」
「하지만 내가 어떻게 죽였지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살인을 합니까? 사람들이 그때의 나처럼 살인을 하러 갑니까? 내가 어떻게 갔는지는 언젠가 이야기해 주지요! 내가 노파를 죽였던가요? 나는 그 여자가 아니라 나 자신을 죽였어요! 나는 단번에, 영영 나 자신을 짓뭉갰어요……. 하지만 그 노파를 죽인 건 악마이지 내가 아니에요. 그만, 그만해요, 소냐, 그만! 나를 내버려 둬요!」 그가 별안간 고통의 발작에 사로잡혀 외쳤다. 「나를 내버려 둬요!」
그는 두 팔꿈치를 무릎에 얹고 두 손으로 제 머리를 바이스처럼 죄었다.
「이 무슨 괴로움이에요!」 고뇌의 울부짖음이 소냐에게서 터져 나왔다.
「자,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요?」 그가 별안간 고개를 들고, 절망으로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요?」 그녀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고, 눈물이 가득했던 두 눈이 별안간 빛나기 시작했다. 「일어나세요!」 (그녀가 그의 어깨를 붙들었고, 그는 거의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녀를 보며 일어섰다.) 「지금 곧, 이 순간에 가세요, 네거리에 서세요, 절하세요, 먼저 스스로 더럽힌 땅에 입을 맞추고, 그다음엔 온 세상을 향해 절하고 모든 사람에게 소리 높여 말하세요, 『나는 살인자다!』라고요.3 그러면 하느님이 다시 삶을 보내 주실 거예요. 가시겠어요, 가시겠어요?」 그녀가 온몸을 떨면서, 그의 두 손을 낚아채어 제 손안에 꽉 움켜쥐고, 불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그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황홀에 놀랐다.
「시베리아 말이에요, 소냐? 내가 자수를 해야 한다고요?」 그가 침울하게 물었다.
「괴로움을 받고 그것으로 죄를 씻으세요, 그렇게 하셔야 해요.」
「아니! 나는 그자들한테 가지 않겠어요, 소냐!」
「하지만 어떻게 계속 살아가시려고요? 무엇을 위해 사시려고요?」 소냐가 외쳤다. 「이제 그게 될 법이나 한 일이에요? 아니, 어머니한테 무슨 말을 하시겠어요? (아, 이제 그분들은 어떻게 되나요?) 그런데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벌써 어머니와 누이를 버리셨잖아요. 저이는 벌써 그들을 버렸어요! 아, 하느님!」 그녀가 외쳤다. 「아니, 저이는 그걸 죄다 스스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어떻게 혼자서 살 수 있겠어요! 이제 어떻게 되시려고요?」
「어린애처럼 굴지 말아요, 소냐.」 그가 나직이 말했다. 「내가 그자들한테 무슨 잘못을 했지요? 내가 왜 그자들한테 가야 하나요? 그자들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하지요? 그건 허깨비일 뿐이에요……. 그자들 자신이 수백만 명씩 사람을 죽여 놓고 그것을 덕으로 칩니다. 그자들은 악당이고 비열한 놈들이에요, 소냐! 나는 그자들한테 가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자들한테 무슨 말을 하겠어요 ― 내가 그 여자를 죽였지만 감히 돈은 가져오지 못하고 돌 밑에 감췄다고요?」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아니, 그자들은 나를 비웃을 테고, 그걸 챙기지 않았다고 나더러 바보라고 하겠지요. 겁쟁이에 바보라고! 그자들은 알아듣지 못할 테고 알아들을 자격도 없어요. 내가 왜 그자들한테 가야 하지요? 나는 안 갑니다. 어린애처럼 굴지 말아요, 소냐…….」
「견디시기에 너무 무거워요, 너무 무거워요!」 그녀가 절망에 찬 애원으로 두 손을 내밀며 되풀이했다.
「어쩌면 내가 나 자신한테 공정하지 못했는지도 몰라요.」 그가 곰곰이 생각하며 침울하게 말했다. 「어쩌면 나는 결국 이 한 마리가 아니라 사람이고, 나 자신을 단죄하는 데 너무 서둘렀는지도 모르지요. 나는 한 번 더 싸워 보겠어요.」
오만한 웃음이 그의 입가에 떠올랐다.
「그 짐을 지고 사시다니! 그것도 한평생을, 한평생을요!」
「익숙해지겠지요.」 그가 침울하게, 생각에 잠겨 말했다. 「들어 봐요.」 그가 잠시 뒤 말문을 열었다. 「그만 울어요, 이제 사실을 이야기할 때니까. 경찰이 나를 쫓고 있다는 것, 내 뒤를 밟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러 온 겁니다…….」
「아!」 소냐가 공포에 질려 외쳤다.
「아니, 왜 소리를 질러요? 내가 시베리아에 가기를 바라더니 이제 와서 겁이 나요? 하지만 말해 두겠는데, 나는 자수하지 않아요. 나는 싸울 테고 그자들은 나한테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겁니다. 그자들한테는 진짜 증거가 없어요. 어제는 큰 위기였고 나도 끝장났다고 여겼지만, 오늘은 형편이 나아지고 있어요. 그자들이 아는 사실은 죄다 두 가지로 풀 수 있으니, 그러니까 나는 그자들의 고발을 오히려 나한테 유리하게 돌려놓을 수 있다는 말이에요, 알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할 겁니다, 나는 배운 게 있으니까. 하지만 그자들은 틀림없이 나를 잡아갈 거예요. 어떤 일이 없었더라면 오늘 벌써 그렇게 했을 게 분명하고, 어쩌면 지금이라도, 바로 오늘 중에 나를 잡아갈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아요, 소냐. 그자들은 나를 다시 내보낼 테니까…… 나한테 걸 진짜 증거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테니까요, 내가 장담하지요. 그리고 그자들이 나를 걸고 있는 것으로는 사람을 유죄로 만들지 못해요. 이만하면 됐어요……. 나는 그저 당신이 알고 있으라고 말하는 거예요……. 어머니와 누이한테는 놀라지 않도록 어떻게든 잘 둘러대 보겠어요……. 그래도 누이의 앞날은 이제 안전한 것 같고…… 어머니 쪽도 틀림없이 그럴 테고……. 자, 그게 다예요. 그래도 조심해요. 내가 감옥에 들어가면 면회를 오겠어요?」
「아, 가겠어요, 가겠어요.」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고, 둘 다 서럽고 풀이 죽어 있었으니, 마치 폭풍에 떠밀려 인적 없는 물가에 단둘이 내던져진 것 같았다. 그는 소냐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꼈는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사랑받는 것이 별안간 짐스럽고 괴롭게 느껴졌다. 그렇다, 그것은 이상하고 무서운 감각이었다! 소냐를 만나러 오는 길에 그는 제 모든 희망이 그녀에게 걸려 있다고 느꼈고 적어도 제 괴로움의 한 조각은 덜어 내리라 기대했는데, 이제 그녀의 온 마음이 그를 향하자 그는 별안간 자기가 전보다 헤아릴 수 없이 더 불행하다고 느꼈다.
「소냐.」 그가 말했다. 「내가 감옥에 있을 때는 면회를 오지 않는 게 좋겠어요.」
소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났다.
「십자가를 지니고 계세요?」 그녀가 별안간 생각난 듯 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그 물음을 알아듣지 못했다.
「없으시죠, 없으실 거예요. 자, 이걸 받으세요, 사이프러스 나무로 된 것이에요. 저한테는 또 하나, 리자베타의 것이었던 구리 십자가가 있어요. 리자베타와 바꿨거든요. 그이가 저한테 그 십자가를 주고 저는 제 작은 이콘을 주었어요.4 이제 리자베타의 것을 제가 걸고 이것을 드릴게요. 받으세요…… 제 거예요! 제 것이라고요.」 그녀가 그에게 애원했다. 「우리는 같이 괴로움을 받으러 갈 거예요, 그리고 같이 우리 십자가를 질 거예요!」
「이리 줘요.」 라스콜니코프가 말했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십자가를 받으려고 내민 손을 곧바로 도로 거두었다.
「지금은 말고요, 소냐. 나중이 낫겠어요.」 그가 그녀를 달래려고 덧붙였다.
「네, 네, 그게 낫겠어요.」 그녀가 확신에 차서 되풀이했다. 「괴로움을 맞으러 가실 때, 그때 거세요. 저한테 오시면 제가 걸어 드릴게요, 우리는 기도를 하고 같이 갈 거예요.」
바로 그때 누군가가 문을 세 번 두드렸다.
「소피야 세묘노브나, 들어가도 될까요?」 아주 귀에 익은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냐가 겁에 질려 문으로 달려갔다. 레베쟈트니코프 씨의 아마빛 머리가 문간에 나타났다.
주
1. 파딩(farthing) ― 4분의 1페니에 해당하는 영국의 최저액 동전. 저본의 역자 가넷이 러시아 화폐 코페이카를 영국 동전으로 바꾸어 옮긴 자리다. 이 책에서는 루블·코페이카와 뒤섞여 쓰인다.
2. 툴롱은 1793년 나폴레옹이 포병 지휘로 이름을 얻은 공성전, 이집트는 1798~99년의 원정을 가리킨다. 몽블랑 횡단은 1800년 이탈리아 원정길에 알프스를 지난 일로, 실제로 부대가 지나간 곳은 그랑생베르나르 고개이나 저본은 몽블랑으로 적었다.
3. 네거리에서 땅에 입 맞추고 사방에 절하는 것은 러시아 민간에 뿌리를 둔 공개 참회의 방식이다. 죄지은 이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가 더럽힌 땅과 온 세상에 용서를 구하는 의식으로 여겨졌다.
4. 정교회 신자는 세례 때 받은 십자가를 끈에 꿰어 평생 목에 걸고 다니며, 흔히 작은 이콘을 함께 꿴다. 사이프러스(측백나뭇과의 향나무)와 구리는 그 십자가를 만드는 흔한 재목이다. 십자가를 서로 바꾸는 것은 의남매를 맺는다는 뜻의 오랜 관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