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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본에 관하여

이 책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고대 그리스어 원전에서 직접 옮긴 완역본입니다. A. T. 머리가 엮은 로브 고전 총서판(1919)의 그리스어 본문을 저본으로 삼았고, 그 전자 텍스트는 터프츠 대학교 페르세우스 디지털 도서관(Perseus Digital Library)에서 본문 글자와 머리의 문단 나눔만 가져왔습니다. 새뮤얼 버틀러의 영어 산문 번역(1900)은 뜻을 확인하는 대조에만 썼습니다. 영어 번역과 그리스어가 갈리는 자리에서는 그리스어를 따랐습니다.

스물네 권 12,107행을 한 행도 빠짐없이 옮겼습니다. 머리가 나눈 1,186문단을 한 문단도 합치거나 쪼개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본문에서 뺀 세 행(흔히 10.456, 16.101, 23.48로 봅니다)은 메우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체 산문으로 옮긴 까닭과 방식

원문은 한 행이 여섯 걸음으로 된 장단의 시, 육보격 서사시입니다. 우리말에는 이 운율을 받을 틀이 없습니다. 행을 억지로 맞추면 그리스어의 어순과 낱말 수에 끌려 뜻도 그림도 흐려집니다. 그래서 이 책은 행을 버리고 소설처럼 문단으로 읽히는 산문으로 옮겼습니다. 그 대신 장면과 정보와 수식어는 하나도 버리지 않았습니다.

문단 안에서는 우리말 문장의 순서대로 행을 다시 엮었습니다. 까닭을 앞으로 당기고, 길게 이어지는 관계절은 따로 세우고, 긴 직유는 「~할 때가 있다. …… 꼭 그처럼」으로 풀었습니다. 그러나 한 행이라도 그 문단 밖으로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문단 첫머리의 굵은 숫자는 그 문단이 시작하는 원문의 행 번호입니다. 그리스어 원문이나 다른 번역과 견주어 볼 때 이 숫자로 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같은 말은 같은 글자로

호메로스는 같은 수식어와 같은 문구를 몇 번이고 되풀이합니다. 「장밋빛 손가락의 새벽 여신」,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디세우스」, 「날개 돋친 말」 같은 말입니다. 이 되풀이가 호메로스의 문체이므로, 같은 그리스어는 책 끝까지 같은 우리말로 옮기고 비슷한 말로 바꾸어 쓰지 않았습니다. 같은 수식어가 다른 인물에게 붙어도 같은 글자를 썼습니다. 오디세우스도 폴리페모스도 구혼자들도 「신에 버금가는」 사람이고, 아이기스토스도 「나무랄 데 없는」 사람입니다. 그 어긋남은 원문의 것입니다.

신의 말을 전령이 그대로 옮기거나, 들은 예언을 아내에게 다시 들려주는 것처럼 한 대목이 되풀이되는 자리도 줄이지 않고, 말하는 사람과 어미만 바꾸어 같은 글자로 맞추었습니다.

말투에 관하여

그리스어에는 높임말이 없습니다. 이 책은 인물 사이의 관계마다 말의 높낮이를 미리 정해 두고 끝까지 지켰습니다. 텔레마코스는 어머니에게 하십시오체를 쓰고,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는 서로 하오체를 쓰며, 신은 본모습으로 사람에게 말할 때 해라체를 씁니다. 변장한 신은 그 사람의 말씨를 빌립니다. 말투와 부름이 바뀌는 자리는 대개 누군가 알아보는 순간입니다. 23권에서 페넬로페가 남편을 「손님」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마침내 「오디세우스」로 부르는 것이 그렇습니다.

9권부터 12권까지는 오디세우스가 파이아케스의 왕과 귀족들 앞에서 제 지난 일을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형식으로는 네 권에 걸친 긴 대사이지만 따옴표로 묶지 않고, 오디세우스의 「나」가 왕에게 아뢰는 하십시오체로 서술했습니다. 그 이야기 속 인물들의 말은 따옴표 안에서 저마다의 말투로 옮겼습니다. 11권 중간에 잠시 궁전 장면으로 돌아오는 대목은 다른 권처럼 서술했습니다.

「-노라」, 「-도다」 같은 예스러운 어미는 쓰지 않았습니다. 기도에만 「-소서」를 썼습니다. 원문에서 서술자가 돼지치기에게 직접 말을 거는 자리는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여, 그대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처럼 그대로 살렸습니다.

이름

사람과 신의 이름은 그리스어 형태로 적었습니다. 버틀러가 쓴 율리시스, 미네르바, 넵튠은 오디세우스, 아테나, 포세이돈으로 되돌렸습니다. 다만 널리 굳은 이름은 그대로 두어 페넬로페, 이타카, 트로이로 적었고,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수식어와 함께 쓰기 좋게 「새벽 여신」으로 옮겼고, 호메로스에서 그리스 북부의 한 지방을 가리키는 헬라스는 「그리스」로 바꾸지 않고 「헬라스」로 두었습니다. 섬 이름의 이오니아식 어미는 「오기기아섬」처럼 「-아」로 맞추었습니다. 「라에르테스의 아들」처럼 아버지 이름으로 부르는 말은 그대로 풀어 적었습니다. 아카이아인, 아르고스인, 다나오스인은 모두 트로이에 간 그리스 사람 전체를 가리킵니다.

각주와 그 밖의 것

  • 각주 23개는 모두 옮긴이가 붙였습니다. 모르면 문장이 막히는 별칭, 우리말로 살릴 수 없는 말놀이와 이름 풀이, 모르면 장면이 이해되지 않는 관습, 호메로스의 세계상에만 달았습니다. 신화의 뒷이야기나 해석은 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 말놀이가 걸린 몇 낱말은 처음 나오는 자리에 그리스어를 로마자로 옮겨 괄호 안에 적었습니다. 「아무도(Outis)」가 그 예입니다.
  • 수는 「스무 해」, 「열두 척」처럼 한글로 적었습니다.
  • 원문의 줄표는 쓰지 않고 문장을 나누거나 쉼표로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