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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제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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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1 그렇게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디세우스는 잠과 피로에 지쳐 거기서 잠들었다. 그사이 아테나는 파이아케스 사람들의 고장과 도시로 갔다. 파이아케스인들은 예전에 땅이 넓은 히페레이아에 살았는데, 그곳은 오만한 사내들인 키클롭스 가까이였고, 힘이 더 센 키클롭스는 그들을 괴롭히곤 했다. 그래서 신을 닮은 나우시토오스가 그들을 일으켜 그곳에서 데리고 나와, 곡식을 먹고 사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스케리아에 자리 잡게 하고, 도시 둘레에 성벽을 두르고 집들을 짓고 신들의 신전을 세우고 밭을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나우시토오스는 이미 죽음의 운명에 꺾여 하데스의 집으로 간 뒤였고, 그때는 신들에게서 지혜를 얻은 알키노오스가 다스리고 있었다. 기개 높은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궁리하던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는 그 알키노오스의 집으로 갔다. 여신은 공들여 꾸민 방으로 들어갔다. 생김새와 모습이 불사의 여신들 같은 아가씨, 기개 높은 알키노오스의 딸 나우시카아가 거기서 자고 있었고, 카리테스에게서 아름다움을 받은 시녀 둘이 문설주 양쪽에 하나씩 곁에서 자고 있었으며, 반들거리는 문짝은 닫혀 있었다. 여신은 바람의 입김처럼 아가씨의 침대로 다가가 머리맡에 서서, 나우시카아와 동갑이며 나우시카아가 마음으로 아끼는 동무인, 배로 이름난 디마스의 딸 모습을 하고 말을 건넸다. 그렇게 그 딸의 모습을 빌려 빛나는 눈의 아테나가 말했다.

25 "나우시카아, 네 어머니는 어쩌다 이렇게 게으른 너를 낳으셨니? 반들거리는 고운 옷들은 손도 안 댄 채 쌓여 있는데 네 혼인 날은 가까웠고, 그날엔 너도 고운 옷을 입어야 하고 너를 데려갈 사람들에게도 내줘야 하잖아. 그래야 사람들 사이에 좋은 소문이 나고, 아버지와 존귀한 어머니도 기뻐하셔. 자, 날이 밝으면 빨래하러 가자. 나도 너를 도우러 함께 갈게. 네가 어서 채비를 마치도록. 너도 이제 오래 처녀로 지내지는 않을 테니까. 네 핏줄이 난 이 고장의 모든 파이아케스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들이 벌써 너에게 구혼하고 있잖아. 자, 날이 밝기 전에 이름난 아버지께 노새와 수레를 마련해 달라고 졸라. 허리띠와 겉옷과 반들거리는 덮개를 실어 가게. 너도 걸어가는 것보다 수레를 타고 가는 편이 훨씬 나아. 빨래터가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41 이렇게 말하고 빛나는 눈의 아테나는 올림포스로 떠나갔다. 사람들 말로는 그곳이 신들이 사는 자리로, 언제나 흔들림이 없다고 한다. 그곳은 바람에 흔들리지도 비에 젖지도 않고 눈이 덮이지도 않는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활짝 펼쳐져 있고 하얀 빛이 그 위를 감돌며, 복된 신들은 날마다 거기서 즐겁게 지낸다. 아가씨에게 일러 준 다음 빛나는 눈의 여신은 그리로 떠나갔다.

48 곧 아름다운 옥좌의 새벽 여신이 찾아와 고운 겉옷을 입은 나우시카아를 깨웠다. 아가씨는 곧 꿈을 이상하게 여기며,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알리려고 집 안을 가로질러 갔다. 두 사람은 안에 있었다. 어머니는 시녀들과 함께 화덕 곁에 앉아 바다처럼 짙은 자줏빛 실을 물레로 잣고 있었고, 아버지는 이름난 왕들과 함께 당당한 파이아케스인들이 그를 부른 회의에 가려고 문밖으로 나서는 참이었다. 나우시카아는 아버지와 마주치자 바짝 다가서서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57 "아버지, 높고 바퀴가 좋은 수레 하나 마련해 주시지 않겠어요? 이름난 옷들을 강으로 가져가 빨려고요. 더러워진 채 쌓여 있거든요. 아버지께서도 가장 높은 분들과 함께 회의를 하시려면 몸에 깨끗한 옷을 입으셔야 마땅하고요. 홀에는 아버지의 사랑하는 아들이 다섯이나 있잖아요. 둘은 장가를 들었고 셋은 한창때의 총각이에요. 그 애들은 늘 새로 빤 옷을 입고 춤추러 가고 싶어 해요. 그런 일이 다 제 마음에 걸려요."

66 나우시카아는 이렇게 말했다. 꽃다운 혼인 이야기를 사랑하는 아버지 앞에서 입에 올리기가 부끄러워서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말로 대답했다. "얘야, 노새도 다른 무엇도 너에게 아까울 것 없다. 가거라. 종들이 덮개를 단, 높고 바퀴가 좋은 수레를 마련해 줄 것이다."

71 이렇게 말하고 알키노오스가 종들에게 이르자 그들은 그 말을 따랐다. 종들이 밖에서 바퀴가 잘 굴러가는 노새 수레를 마련하고 노새들을 끌어다 수레에 매는 동안, 아가씨는 방에서 빛나는 옷을 가져와 반들반들 다듬은 수레에 실었다. 어머니는 바구니에 마음에 흡족할 만큼 온갖 음식을 담고 찬거리도 넣고, 염소 가죽 부대에 포도주를 부어 주었다. 아가씨가 수레에 오르자 어머니는 시녀들과 함께 목욕한 뒤 몸에 바르라고 황금 병에 담은 맑은 올리브기름도 주었다. 나우시카아는 채찍과 반들거리는 고삐를 잡고 노새들을 몰려고 채찍질을 했다. 노새들은 달그락 소리를 내며 쉬지 않고 힘껏 내달려 옷과 아가씨를 실어 갔다. 혼자가 아니라 다른 시녀들도 함께 갔다.

85 그들은 더없이 아름다운 강의 흐름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마르지 않는 빨래터들이 있었고, 아무리 더러운 것이라도 씻어 낼 만큼 맑은 물이 철철 흘러넘쳤다. 그들은 수레에서 노새들을 풀어, 소용돌이치는 강가에서 꿀처럼 달콤한 풀을 뜯게 몰아 보내고, 수레에서 옷을 손으로 내려 검은 물에 담근 다음 빨래 구덩이에서 서로 다투어 재빨리 발로 밟았다. 다 빨아 때를 모두 씻어 낸 다음에는, 바다가 뭍 쪽으로 자갈을 가장 깨끗이 씻어 놓은 바닷가에 옷을 줄지어 널었다. 그러고는 목욕을 하고 올리브기름을 반들반들하게 바른 다음 강둑에서 끼니를 들며 옷이 햇볕에 마르기를 기다렸다. 아가씨와 시녀들은 음식을 실컷 먹고 나서 머릿수건을 벗어 던지고 공놀이를 했고, 하얀 팔의 나우시카아가 그들에게 노래를 이끌었다. 화살을 쏟아붓는 아르테미스가 산을 따라, 높고 긴 타이게토스산이나 에리만토스산을 따라 멧돼지와 날랜 사슴을 사냥하며 즐겁게 다닐 때가 있다. 아이기스를 지닌 제우스의 딸들, 들판에 사는 님프들이 여신과 함께 뛰놀고, 레토는 속으로 기뻐한다. 아르테미스는 그들 모두보다 머리와 이마가 높이 솟아, 모두가 아름다워도 여신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꼭 그처럼 혼인하지 않은 처녀 나우시카아는 시녀들 가운데서 돋보였다.

110 그러나 노새를 수레에 매고 고운 옷을 개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가 또 다른 생각을 해냈다. 오디세우스가 잠에서 깨어 눈매 고운 아가씨를 보고, 그 아가씨가 그를 파이아케스 사람들의 도시로 데려가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공주가 시녀에게 공을 던졌는데, 공은 시녀를 빗나가 깊은 소용돌이에 떨어졌다. 그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고귀한 오디세우스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앉아서 속으로, 마음속으로 궁리했다.

119 "아아, 이번에는 또 어떤 사람들의 땅에 왔는가? 오만하고 사나워 도리를 모르는 자들인가, 아니면 나그네를 반기고 신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닌 자들인가? 아가씨들의 여린 외침이 내 둘레에 울렸다. 높은 산봉우리와 강의 샘과 풀 우거진 풀밭에 사는 님프들인가? 아니면 내가 사람의 말을 하는 사람들 가까이 와 있는 것일까? 자, 내가 몸소 가서 알아보아야겠다."

127 이렇게 말하고 고귀한 오디세우스는 덤불 밑에서 기어 나와, 억센 손으로 빽빽한 숲에서 잎이 무성한 가지 하나를 꺾어 몸에서 사내의 부끄러운 곳을 가렸다. 그러고는 걸어 나갔다. 산에서 자란 사자가 제 힘을 믿고 비에 젖고 바람을 맞으며 나아갈 때가 있다. 두 눈은 이글거리고, 사자는 소나 양이나 들사슴을 쫓아간다. 배고픔이 양 떼를 노려 단단한 우리 안까지 들어가라고 사자를 몰아세운다. 꼭 그처럼 오디세우스는 벌거벗은 몸으로나마 머리채 고운 아가씨들 틈에 끼어들려 했다. 그만큼 궁했다. 짠물에 더럽혀진 그의 모습이 아가씨들에게는 무시무시하게 보여서, 그들은 튀어나온 바닷가 여기저기로 흩어져 달아났고, 알키노오스의 딸만 홀로 남았다. 아테나가 그 가슴에 용기를 넣어 주고 팔다리에서 두려움을 거두어 갔다. 아가씨는 마주 선 채 버티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궁리했다. 눈매 고운 아가씨의 무릎을 잡고 빌까1, 아니면 그냥 떨어져 서서 상냥한 말로 빌어 도시를 가르쳐 주고 옷을 달라고 할까. 그렇게 궁리하던 그에게는 떨어져 서서 상냥한 말로 비는 편이 더 나아 보였다. 무릎을 잡았다가 아가씨가 속으로 노여워할까 두려웠다. 그는 곧 상냥하고 꾀바른 말을 꺼냈다.

149 "아가씨, 무릎을 잡고 빕니다. 여신이십니까, 사람이십니까? 넓은 하늘에 사는 신들 가운데 한 분이시라면, 저는 생김새와 키와 몸매로 보아 아가씨를 위대한 제우스의 따님 아르테미스께 가장 가깝게 견주겠습니다. 땅 위에 사는 사람 가운데 하나시라면, 이런 꽃다운 아가씨가 춤마당에 들어서는 것을 볼 때마다 그분들의 마음이 아가씨 때문에 늘 기쁨으로 따뜻해질 테니, 아가씨의 아버지와 존귀한 어머니는 세 곱절 복되고 형제들도 세 곱절 복됩니다. 그러나 구혼 선물을 누구보다 많이 바쳐 아가씨를 집으로 데려갈 사람이야말로 마음속으로 누구보다 복된 사람일 겁니다. 저는 남자든 여자든 이런 사람을 제 눈으로 본 적이 없습니다. 바라보고 있으니 경외감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언젠가 델로스에서 아폴론의 제단 곁에 이런 것이 솟아오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갓 돋은 종려나무의 어린 줄기였습니다. 저는 그곳에도 갔었고 많은 사람이 저를 따랐지요. 제게 고약한 시름을 안기게 될 길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것을 보고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넋을 잃었습니다. 그런 나무는 땅에서 솟아오른 적이 없었으니까요. 꼭 그처럼 아가씨, 저는 아가씨를 우러르며 넋을 잃었고, 아가씨의 무릎을 잡기가 몹시 두렵습니다. 고된 슬픔이 제게 닥쳤습니다. 어제, 스무 날째 되는 날에야 저는 포도주 빛 바다를 벗어났습니다. 그동안 물결과 날랜 돌풍이 오기기아섬에서부터 저를 내내 실어 왔습니다. 이제 어떤 신이 저를 이곳에 내던졌습니다. 아마 여기서도 재앙을 겪게 하려는 것이겠지요. 고생이 그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전에 신들이 아직 많은 일을 이루실 테니까요. 그러니 아가씨, 가엾게 여겨 주십시오. 숱한 재앙을 겪고 나서 제가 맨 처음 찾아온 분이 아가씨입니다. 이 도시와 이 땅에 사는 사람을 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제게 도시를 가르쳐 주시고, 이리로 오실 때 옷가지를 싸 오신 보자기라도 있으면 몸에 두를 넝마를 주십시오. 신들께서 아가씨가 속으로 바라는 것을 모두 주시기를! 남편과 집을 주시고 훌륭한 한마음도 주시기를! 남편과 아내가 생각을 같이하며 한마음으로 집을 다스리는 것보다 더 좋고 훌륭한 일은 없으니, 적들에게는 크나큰 괴로움이고 벗들에게는 기쁨이며, 누구보다 그 두 사람 자신이 그 기쁨을 가장 잘 압니다."

186 하얀 팔의 나우시카아가 대답했다. "나그네, 당신은 못되거나 생각 없는 사람 같지 않구려. 올림포스의 제우스께서 몸소 사람들에게, 훌륭한 이에게든 못된 이에게든, 마음 내키시는 대로 저마다에게 복을 나누어 주시오. 당신에게 이런 일을 주신 것도 그분이시니, 그래도 당신은 참아 내야 하오. 그러나 이제 당신이 우리 도시와 우리 땅에 왔으니, 고생에 지친 탄원자가 찾아왔을 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라면 옷이든 다른 무엇이든 모자람이 없을 것이오. 도시도 가르쳐 주고 이 백성의 이름도 일러 주겠소. 이 도시와 땅에 사는 이들은 파이아케스인이고, 나는 기개 높은 알키노오스의 딸이오. 파이아케스인의 힘과 권세가 그분에게서 나오오."

198 이렇게 말하더니 나우시카아는 머리채 고운 시녀들에게 일렀다. "시녀들아, 거기 서라. 사내 하나를 보고 어디로 달아나느냐? 설마 적의를 품은 사내라고 여기는 것이냐? 적의를 품고 파이아케스 사람들의 땅에 올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불사의 신들께 무척 사랑받으니까. 우리는 물결이 거세게 부딪치는 바다 한가운데, 세상 맨 끝에 떨어져 살고, 다른 어떤 사람도 우리와 오가지 않는다. 이 사람은 떠돌다 이리로 온 불운한 사람이니 이제 우리가 돌보아야 한다. 나그네와 거지는 모두 제우스께서 보내신 사람들이니 말이다. 주는 것은 작아도 정이 담겨 있다. 자, 시녀들아, 손님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드리고, 바람을 막아 주는 곳에서 강물에 씻겨 드려라."

211 나우시카아가 이렇게 말하자 시녀들은 멈춰 서서 서로를 불러 세웠고, 기개 높은 알키노오스의 딸 나우시카아가 이른 대로 바람을 막아 주는 곳에 오디세우스를 앉혔다. 시녀들은 그 곁에 겉옷과 윗옷을 옷으로 내려놓고, 황금 병에 담은 맑은 올리브기름을 주며 강물에 몸을 씻으라고 권했다. 그때 고귀한 오디세우스가 시녀들 가운데서 말했다. "시녀들이여, 거기 그렇게 좀 떨어져 서 주시오. 내 손으로 어깨의 짠물을 씻어 내고 몸에 올리브기름을 바르겠소. 내 살갗에 기름이 닿은 지 정말 오래되었소. 당신들 앞에서는 씻지 않겠소. 머리채 고운 아가씨들 사이에 가서 알몸이 되기는 부끄러우니까."

223 그가 이렇게 말하자 시녀들은 떨어져 가서 아가씨에게 알렸다. 고귀한 오디세우스는 강물로 등과 넓은 어깨를 덮은 짠물을 씻어 내고, 머리에서 거둘 것 없는 바다의 거품 찌꺼기를 닦아 냈다. 온몸을 다 씻고 기름을 반들반들하게 바른 다음 혼인하지 않은 처녀가 준 옷을 입자, 제우스의 딸 아테나가 그를 보기에 더 크고 더 다부지게 만들고, 머리에서는 히아신스꽃 같은 곱슬머리를 늘어뜨려 주었다. 솜씨 좋은 사람이 은에 금을 입힐 때가 있다. 헤파이스토스와 팔라스 아테나에게서 온갖 기술을 배운 장인이라, 그가 만든 것은 우아하다. 꼭 그처럼 아테나가 그의 머리와 어깨에 우아함을 쏟아부었다. 그는 바닷가로 떨어져 가서, 아름다움과 우아함으로 빛나며 앉았다. 아가씨는 그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러고는 머리채 고운 시녀들에게 말했다.

239 "하얀 팔의 시녀들아, 내 말을 들어 보아라. 할 말이 있다. 이 사람이 신에 버금가는 파이아케스인들 사이에 섞이게 된 것은 올림포스에 사는 모든 신의 뜻을 거스른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볼품없어 보였는데, 이제는 넓은 하늘에 사는 신들 같구나. 이런 사람이 내 남편이라 불리며 여기 살고, 여기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 시녀들아, 손님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드려라."

247 나우시카아가 이렇게 말하자 시녀들은 그 말을 귀담아듣고 따라, 오디세우스 곁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차려 놓았다.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디세우스는 허겁지겁 마시고 먹었다. 오랫동안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한 터였다.

251 하얀 팔의 나우시카아는 다른 생각을 해냈다. 아가씨는 옷을 개어 아름다운 수레에 싣고, 발굽이 단단한 노새들을 맨 다음 몸소 수레에 올라, 오디세우스를 재촉하며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나그네, 이제 일어나 도시로 갑시다. 슬기로운 내 아버지의 집으로 당신을 데려다주겠소. 거기서 당신은 파이아케스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들을 모두 만나게 될 것이오. 그러니 이렇게 하시오. 당신은 생각이 모자란 사람 같지는 않구려. 우리가 들판과 사람들이 일구는 밭을 지나는 동안에는 시녀들과 함께 노새와 수레를 따라 서둘러 걸어오시오. 길은 내가 앞장서 이끌겠소. 그러나 도시에 다다르면 사정이 다르오. 도시 둘레에는 높은 성벽이 있고, 도시 양쪽에는 아름다운 포구가 있으며, 들어가는 입구는 좁소. 양 끝이 휜 배들이 길가로 끌어 올려져 있는데, 저마다 제 배를 대어 둘 자리가 따로 있기 때문이오. 거기에는 아름다운 포세이돈 신전 둘레에 회의장이 있는데, 끌어다 땅에 박은 돌을 짜 맞추어 지었소. 사람들은 거기서 검은 배의 장비, 밧줄과 돛을 손질하고 노를 깎아 다듬소. 파이아케스인들은 활이나 화살통에는 마음을 쓰지 않고 돛대와 배의 노와 균형 잡힌 배에 마음을 쓰니, 그 배들을 자랑으로 여기며 잿빛 바다를 건너다니오. 나는 그들의 쓰라린 입방아를 피하고 싶소. 뒷날 누가 나를 헐뜯지 않도록 말이오. 이 고장에는 몹시 방자한 자들이 있으니, 어느 못된 자가 우리를 마주치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오. '나우시카아를 따라오는 저 잘생기고 큰 나그네는 누구야? 어디서 저자를 찾아냈지? 저 아가씨의 남편이 되겠군. 먼 데서 온 사람들 가운데 길을 잃은 자를 제 배에서 데려왔겠지. 가까이에는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아니면 아가씨가 빌고 빌던 어떤 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가씨가 평생토록 그를 차지하려나. 몸소 나서서 다른 데서 남편을 찾아냈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지. 이 고장에서 그토록 많고 훌륭한 파이아케스인들이 구혼하는데도 업신여기니 말이야.' 그들은 이렇게 말할 테고, 그것이 내게는 수치가 될 것이오. 나 역시 그런 짓을 하는 여자가 있다면 언짢게 여길 것이오.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데도 그분들의 뜻을 거슬러, 버젓이 혼례를 치르기도 전에 사내들과 어울리는 여자 말이오. 나그네, 그러니 내 말을 어서 알아들으시오. 그래야 내 아버지에게서 한시라도 빨리 배웅과 귀향을 얻을 수 있소. 길가에서 백양나무가 우거진 아테나의 빛나는 숲을 만날 텐데, 그 안에는 샘이 흐르고 둘레에는 풀밭이 있으며, 거기에 내 아버지의 땅과 꽃이 한창인 과수원이 도시에서 소리쳐 부르면 들릴 만큼 떨어져 있소. 우리가 도시로 가서 아버지의 집에 닿을 때까지 거기 앉아 잠시 기다리시오. 우리가 집에 닿았겠다 싶거든, 그때 파이아케스인의 도시로 들어가 기개 높은 내 아버지 알키노오스의 집을 물으시오. 파이아케스인의 다른 집들은 영웅 알키노오스의 집과는 전혀 다르게 지어졌으니, 그 집은 쉽게 알아볼 수 있어서 철없는 아이라도 길을 안내할 수 있소. 집과 안뜰이 당신을 감싸거든 어서 홀을 지나 내 어머니에게 가시오. 어머니는 화덕 곁에서 불빛을 받으며 기둥에 기대앉아 바다처럼 짙은 자줏빛 실을 물레로 잣고 계실 텐데, 보기에도 놀라운 모습이오. 시녀들이 그 뒤에 앉아 있을 것이오. 거기에는 아버지의 옥좌가 어머니 곁에 기대어 놓여 있어서, 아버지는 거기 앉아 불사의 신처럼 포도주를 드시오. 아버지를 지나쳐 가서 내 어머니의 무릎을 두 팔로 끌어안으시오. 그래야 당신이 아무리 먼 데서 왔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어서 귀향의 날을 보게 될 것이오. 어머니께서 당신을 마음속으로 좋게 여기시기만 하면, 당신은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보고 잘 지은 집과 고향 땅에 돌아갈 희망이 생길 것이오."

316 이렇게 말하고 나우시카아는 빛나는 채찍으로 노새들을 쳤다. 노새들은 곧 강의 물줄기를 떠나, 발을 잘 놀리며 바삐 달렸고, 아가씨는 시녀들과 오디세우스가 걸어서 함께 따라올 수 있도록 고삐를 잘 다루며 생각해서 채찍을 썼다. 해가 질 무렵 일행은 아테나의 이름난 신성한 숲에 이르렀고, 고귀한 오디세우스는 거기 앉아 곧 위대한 제우스의 딸에게 기도했다. "들어 주소서, 아이기스를 지닌 제우스의 따님, 지칠 줄 모르는 여신이시여. 이름난, 땅을 뒤흔드는 신이 저를 쳐부술 때 쳐부서지는 저를 전에는 들어주지 않으셨으니, 이번만은 제 기도를 들어 주소서. 제가 파이아케스인들에게 반가운 사람으로, 가엾게 여김을 받는 사람으로 가게 해 주소서."

328 그가 이렇게 기도하자 팔라스 아테나가 그 기도를 들었다. 그러나 아테나는 아직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버지의 형제인 포세이돈을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포세이돈은 신에 버금가는 오디세우스가 제 땅에 닿을 때까지 그에게 품은 노여움을 사납게 불태웠다.

주

  1. 1. 호메로스의 사람들은 탄원할 때 상대의 무릎을 끌어안거나 턱을 만지며 빌었다. 이렇게 탄원하는 사람은 제우스가 지켜 준다고 여겨, 함부로 물리치면 신의 노여움을 산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