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권
1 새벽 여신이 불사의 신들과 죽을 운명의 인간들에게 빛을 가져다주려고, 당당한 티토노스 곁의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신들은 회의 자리에 앉았고 그 가운데에는 높은 데서 천둥 치는 제우스, 가장 큰 권능을 지닌 신이 있었다. 아테나가 오디세우스의 숱한 시름을 떠올리며 신들에게 이야기했다. 님프의 집에 붙잡혀 있는 그가 마음에 걸려서였다.
7 "아버지 제우스와 영원히 사는 다른 복된 신들이시여, 이제는 왕홀을 쥔 왕이 누구든 기꺼이 다정하고 너그럽게 굴려 하지 말고, 속에 바른 도리를 새기려 하지도 말 일입니다. 차라리 늘 모질게 굴고 못된 짓만 저지를 일입니다. 신 같은 오디세우스가 다스리던 백성 가운데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말입니다. 그는 아버지처럼 너그러운 분이었는데도. 그런데 그 사람은 지금 섬에서, 님프 칼립소의 집에서 모진 고통을 겪으며 누워 있습니다. 칼립소가 그를 억지로 붙잡아 두고 있어서 그는 고향 땅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노 달린 배도 전우도 없으니, 바다의 넓은 등 너머로 그를 실어 보내 줄 이가 없습니다. 이제는 또 저들이 그의 사랑하는 아들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죽이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 아들은 아버지 소식을 들으러 성스러운 필로스와 고귀한 스파르타로 떠났습니다."
21 구름을 모으는 제우스가 대답했다. "내 딸아, 무슨 말이 네 이빨 울타리를 빠져나왔느냐? 오디세우스가 돌아가서 저들에게 앙갚음을 하리라는 그 생각은 바로 네가 궁리해 낸 것이 아니냐? 텔레마코스는 네가 솜씨 좋게 이끌어 주어라. 너는 그럴 수 있으니까. 그가 아무 탈 없이 고향 땅에 닿고, 구혼자들은 배를 타고 헛걸음으로 되돌아가게 해라."
28 이렇게 말하더니 제우스는 사랑하는 아들 헤르메스에게 말했다. "헤르메스야, 너는 다른 일에서도 우리의 심부름꾼이니, 머리채 고운 님프에게 우리가 굳게 정한 뜻을 알려라. 마음이 꿋꿋한 오디세우스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다만 그는 신들의 배웅도 죽을 운명의 인간들의 배웅도 받지 못하고, 단단히 묶은 뗏목을 타고 고난을 겪으며 가다가 스무 날째에 흙이 기름진 스케리아, 신들과 가까운 핏줄인 파이아케스인의 땅에 닿는다. 그들은 마음 깊이 그를 신처럼 받들고 배에 태워 사랑하는 고향 땅으로 보내 줄 것이며, 청동과 황금과 짠 옷을 넉넉히, 한없이 많은 선물을 줄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에서 제 몫의 전리품을 받아 무사히 돌아왔다 해도 결코 가져오지 못했을 만큼 많은 선물이다. 그렇게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보고 지붕 높은 집과 고향 땅에 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다."
43 제우스가 이렇게 말하자 아르고스를 죽인 길잡이는 그 말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는 곧 발에 아름다운 신을 매었다. 거룩한 황금 신으로, 바람의 입김과 함께 그를 물 위로도 끝없는 땅 위로도 날라 주는 신이었다. 그리고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마음 내키는 사람의 눈을 홀려 잠재우기도 하고 잠든 사람을 다시 깨우기도 하는 지팡이였다. 그 지팡이를 손에 들고 아르고스를 죽인 굳센 신은 날아갔다. 피에리아에 내려선 그는 높은 하늘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물결 위를 내달렸다. 갈매기가 거둘 것 없는 바다의 무시무시한 물굽이를 오가며 물고기를 잡다가 촘촘한 날개를 짠물에 적실 때가 있다. 꼭 그처럼 헤르메스는 숱한 물결을 타고 달렸다. 멀리 떨어진 그 섬에 이르자 헤르메스는 보랏빛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 걸어가, 머리채 고운 님프가 사는 커다란 동굴에 이르렀다. 님프는 안에 있었다. 화덕에는 큰불이 타올라 잘 쪼개지는 백향목과 향나무가 타는 냄새가 섬 곳곳에 멀리까지 퍼졌고, 님프는 안에서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베틀 앞을 오가면서 황금 북으로 천을 짜고 있었다. 동굴 둘레에는 오리나무와 백양나무와 향기로운 측백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루었다. 날개가 긴 새들, 올빼미와 매와 혀가 긴 바다까마귀가 거기 깃들었는데, 바다까마귀는 바다 일에 마음을 쓰는 새였다. 우묵한 동굴 둘레로는 한창 무르익은 포도나무가 뻗어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샘 네 개가 나란히 맑은 물을 흘려보냈는데, 서로 가까이 있으면서 저마다 다른 쪽으로 흘렀다. 둘레에는 제비꽃과 미나리가 자라는 부드러운 풀밭이 꽃을 피우고 있어서, 불사의 신이라도 그곳에 오면 그것을 보고 감탄하며 속으로 기뻐했을 것이다. 아르고스를 죽인 길잡이는 거기 서서 그 모든 것을 보며 감탄했다. 마음껏 감탄하고 나서 그는 곧 넓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여신 중에 고귀한 칼립소는 그를 마주 보자 대번에 알아보았다. 불사의 신들은, 멀리 떨어져 살아도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니다. 그러나 헤르메스는 기개 높은 오디세우스를 안에서 만나지 못했으니, 오디세우스는 늘 그랬듯이 바닷가에 앉아 눈물과 탄식과 고통으로 제 마음을 찢으며 울고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거둘 것 없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여신 중에 고귀한 칼립소는 헤르메스를 반들반들 빛나는 의자에 앉히고 물었다.
87 "황금 지팡이의 헤르메스, 어찌 내게 왔소? 존귀하고 반가운 손님이지만, 전에는 자주 오지 않았잖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 보오.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고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면, 해 주라고 내 마음이 시키오. 자, 안으로 더 들어오시오. 당신 앞에 손님 선물을 내놓겠소."
92 이렇게 말하고 여신은 암브로시아를 가득 담은 식탁을 그 앞에 차려 놓고 붉은 넥타르를 섞었다. 아르고스를 죽인 길잡이는 마시고 먹었다. 배불리 저녁을 먹어 마음이 든든해지자, 그는 칼립소에게 말로 대답했다.
97 "여신인 당신이 신인 내게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는구려. 당신이 시키니 사실대로 말하겠소. 나는 오고 싶지 않았는데 제우스께서 이리 가라고 이르셨소. 신들께 제물과 골라 뽑은 큰 제물을 바치는 인간들의 도시 하나 가까이 없는 곳까지, 누가 이렇게 끝도 없는 짠물을 제 발로 건너오고 싶겠소? 그러나 다른 어떤 신도 아이기스를 지닌 제우스의 뜻을 피해 가거나 헛되게 할 수는 결코 없소. 제우스께서 말씀하시기를, 프리아모스의 도시 둘레에서 아홉 해 동안 싸우고 열째 해에 도시를 무너뜨린 뒤 집으로 떠난 사내들 가운데 누구보다 불행한 사내가 당신 곁에 있다고 하셨소. 그들은 귀향길에 아테나에게 죄를 지었고, 여신은 그들에게 사나운 바람과 높은 물결을 일으켰으니, 그때 다른 훌륭한 전우들은 모두 죽었고, 그 사람만은 바람과 물결이 이리로 실어다 닿게 했소. 제우스께서는 이제 당신이 그 사람을 한시라도 빨리 떠나보내라고 이르셨소. 그는 사랑하는 이들과 떨어진 이곳에서 죽을 몫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보고 지붕 높은 집과 고향 땅에 돌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오."
116 헤르메스가 이렇게 말하자 여신 중에 고귀한 칼립소는 몸서리를 치며 날개 돋친 말을 건넸다. "모진 신들이여, 당신들은 누구보다 시샘이 많구려. 여신이 어떤 사내를 사랑하는 남편으로 삼아 드러내 놓고 잠자리를 같이하면 당신들은 언짢아하오. 장밋빛 손가락의 새벽 여신이 오리온을 데려갔을 때도, 편히 사는 신들이여, 당신들은 그렇게 언짢아했고, 마침내 황금 옥좌의 순결한 아르테미스가 오르티기아에서 부드러운 화살로 그를 찾아가 죽였소. 머리채 고운 데메테르가 제 마음에 이끌려 세 번 갈아엎은 묵정밭에서 이아시온과 사랑과 잠자리로 어울렸을 때도, 제우스는 오래지 않아 그 일을 알아채고 번쩍이는 벼락을 던져 그를 죽였소. 신들이여, 이제는 또 죽을 운명의 사내가 내 곁에 있다고 당신들이 언짢아하는구려. 그 사내가 용골에 걸터앉아 홀로 떠밀려 왔을 때 내가 그를 구해 주었소. 제우스가 포도주 빛 바다 한가운데서 그의 날랜 배를 번쩍이는 벼락으로 내리쳐 산산이 부수었기 때문이오. 그때 다른 훌륭한 전우들은 모두 죽었고, 그 사람만은 바람과 물결이 이리로 실어다 닿게 했소. 나는 그를 다정하게 아끼고 돌보아 주었고, 언제까지나 죽지도 늙지도 않게 해 주겠다고 했소. 그러나 다른 어떤 신도 아이기스를 지닌 제우스의 뜻을 피해 가거나 헛되게 할 수는 결코 없으니, 제우스가 그를 재촉하며 명령한다면 거둘 것 없는 바다 위로 가 버리라지. 하지만 나는 결코 그를 보내 줄 수 없소. 내게는 노 달린 배도 전우도 없으니, 바다의 넓은 등 너머로 그를 실어 보내 줄 이가 없소. 다만 그가 아무 탈 없이 고향 땅에 닿을 수 있도록 기꺼이 일러 주고 아무것도 숨기지 않겠소."
145 아르고스를 죽인 길잡이가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제 그를 떠나보내고 제우스의 노여움을 두려워하시오. 그분이 뒷날 앙심을 품고 당신에게 모질게 굴지 않도록 말이오."
148 이렇게 말하고 아르고스를 죽인 굳센 신은 떠나갔다. 존귀한 님프는 제우스의 전갈을 듣고서 기개 높은 오디세우스에게 갔다. 칼립소가 찾아가 보니 그는 바닷가에 앉아 있었는데, 그의 두 눈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고 귀향을 그리며 슬퍼하는 사이 달콤한 목숨이 흘러가 버리고 있었다. 님프는 이제 더는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밤이면 그는 우묵한 동굴에서 바라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바라는 여신 곁에 누워 잤다. 그러나 낮이면 바위와 바닷가에 앉아 눈물과 탄식과 고통으로 제 마음을 찢으며, 눈물을 흘리며 거둘 것 없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여신 중에 고귀한 칼립소가 그의 곁에 다가서서 말을 걸었다.
160 "가엾은 사람, 이제 더는 여기서 슬퍼하지 말고 목숨을 사그라뜨리지도 마라. 이제 내가 기꺼이 그대를 떠나보내겠다. 자, 긴 나무를 베어 청동 연장으로 다듬어 맞추어 넓은 뗏목을 만들고, 그 위에 높직이 갑판을 박아라. 그것이 아득한 바다 위로 그대를 실어 가도록. 나는 그대가 굶주리지 않도록 마음에 흡족할 만큼 빵과 물과 붉은 포도주를 실어 주고 옷을 입혀 주겠다. 그리고 그대가 아무 탈 없이 고향 땅에 닿도록 뒤에서 순풍을 보내 주겠다. 넓은 하늘에 사는 신들이 그러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그 신들은 생각하는 데도 이루는 데도 나보다 뛰어나니까."
171 칼립소가 이렇게 말하자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디세우스는 몸서리를 치며 날개 돋친 말을 건넸다. "여신이여, 당신은 나를 보내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꾀를 꾸미고 있구려. 뗏목을 타고 바다의 큰 아가리를 건너라니. 그 바다는 무시무시하고 고되어서, 날래게 달리는 균형 잡힌 배들도 제우스의 순풍을 받아 기뻐하면서도 건너지 못하오. 여신이여, 당신이 내게 다른 재앙이나 해를 꾸미지 않겠다고 큰 맹세를 해 주지 않는 한, 나는 당신 뜻을 거슬러서는 뗏목에 오르지 않겠소."
180 그가 이렇게 말하자 여신 중에 고귀한 칼립소가 빙그레 웃으며 그를 손으로 쓰다듬고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그대는 정말 못된 사람이로구나. 그래도 어리석지는 않다. 그런 말을 할 생각을 해내다니. 땅과 그 위의 넓은 하늘과 흘러내리는 스틱스강 물이 이 일의 증인이 되기를. 그것이 복된 신들에게는 가장 크고 가장 무서운 맹세다. 그대에게 다른 재앙이나 해를 꾸미지 않겠다. 나는 내게 그만한 일이 닥친다면 나 자신을 위해 궁리했을 만한 것을 생각하고 헤아리고 있다. 내 생각은 바르고, 내 가슴속 마음도 무쇠가 아니라 가엾게 여길 줄 안다."
192 이렇게 말하고 여신 중에 고귀한 칼립소가 재빨리 앞장서자 오디세우스는 여신의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여신과 사내는 우묵한 동굴에 이르렀고, 오디세우스는 헤르메스가 일어난 바로 그 의자에 앉았다. 님프는 죽을 운명의 인간이 먹는 온갖 음식을 먹고 마시라고 그 앞에 차려 놓고, 자신은 신 같은 오디세우스와 마주 앉았다. 하녀들이 여신 앞에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놓았다. 그들은 앞에 차려진 음식에 손을 뻗었다. 실컷 먹고 마시며 흡족해지자, 여신 중에 고귀한 칼립소가 먼저 말을 꺼냈다.
203 "제우스의 핏줄, 라에르테스의 아들, 재간 많은 오디세우스여, 그대는 이렇게 지금 당장 집으로, 사랑하는 고향 땅으로 떠나고 싶으냐? 그래도 잘 가라. 하지만 고향 땅에 닿기 전에 얼마나 많은 시름을 다 채워야 하는 것이 그대의 몫인지 속으로 안다면, 그대는 날마다 늘 그리는 아내를 보고 싶어 애태운다 해도 여기 나와 함께 머물며 이 집을 지키고 죽지 않는 몸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생김새로도 몸매로도 그 여인보다 못하지 않다고 자부한다. 죽을 운명의 여인이 생김새나 모습으로 불사의 여신과 겨루는 것은 결코 걸맞지 않은 일이다."
214 꾀 많은 오디세우스가 대답했다. "존귀한 여신이여, 이 일로 내게 노여워하지 마시오. 나도 다 잘 알고 있소. 사려 깊은 페넬로페는 마주 보기에 생김새도 키도 당신보다 못하오. 그 사람은 죽을 운명이고 당신은 죽지도 늙지도 않으니까. 그래도 나는 날마다 집에 돌아가 귀향의 날을 보기를 바라고 그리워하오. 어떤 신이 포도주 빛 바다 위에서 또다시 나를 쳐부순다 해도, 나는 시름을 견디는 마음을 가슴에 품고 참아 내겠소. 나는 이미 물결 속에서도 싸움터에서도 숱한 고통을 겪고 숱한 고생을 했소. 이번 일도 거기에 하나 더 보태지면 그만이오."
225 그가 이렇게 말하는 사이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렸다. 두 사람은 우묵한 동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서로 곁에 머물며 사랑을 즐겼다.
228 이른 아침에 태어난 장밋빛 손가락의 새벽 여신이 나타나자, 오디세우스는 곧 외투와 윗옷을 입었고, 님프 자신은 얇고 우아한 은빛 큰 겉옷을 걸치고, 허리에는 아름다운 황금 띠를 두르고, 머리에는 너울을 썼다. 그러고는 기개 높은 오디세우스를 보낼 채비를 궁리했다. 여신은 그에게 손에 꼭 맞는 커다란 청동 도끼를 주었다. 양쪽으로 날을 세운 도끼였고, 거기에는 올리브나무로 만든 더없이 아름다운 자루가 단단히 박혀 있었다. 이어서 잘 다듬은 자귀도 주었다. 그리고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섬 끝자락으로 앞장서 갔는데, 거기에는 오리나무와 백양나무와 하늘까지 닿는 전나무가 있었고, 오래전에 말라 바싹 마른 나무들이라 물에 가볍게 뜰 터였다. 키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보여 주고 나서 여신 중에 고귀한 칼립소는 집으로 돌아갔고, 오디세우스는 나무를 베었다. 일은 빠르게 나아갔다. 그는 나무 스무 그루를 모두 쓰러뜨려 청동 도끼로 다듬고, 솜씨 있게 깎아 먹줄에 맞춰 곧게 폈다. 그사이 여신 중에 고귀한 칼립소가 송곳을 가져오자, 그는 나무마다 구멍을 뚫어 서로 맞추고 나무못과 이음목으로 뗏목을 단단히 짜 맞추었다. 배 짓는 일을 잘 아는 사람이 넓은 짐배의 바닥을 둥그렇게 다듬어 만들 때가 있다. 꼭 그처럼 넓게 오디세우스는 뗏목을 만들었다. 그는 촘촘한 버팀목에 맞추어 갑판을 세우고 긴 널빤지를 대어 마무리했다. 그 위에 돛대를 세우고 돛대에 맞는 활대를 달았으며, 배를 몰 수 있도록 키도 만들었다. 그리고 물결을 막는 울타리가 되도록 버드나무 가지를 엮어 뗏목 둘레를 빈틈없이 막고, 그 위에 나뭇가지를 수북이 깔았다. 그사이 여신 중에 고귀한 칼립소가 돛을 만들 천을 가져왔고, 그는 그것도 솜씨 좋게 지었다. 그는 뗏목에 활대 줄과 돛 줄과 아래 돛 줄을 매고, 지렛대로 뗏목을 빛나는 바다로 끌어내렸다.
262 넷째 날이 되자 모든 일이 끝났다. 닷새째 되는 날 고귀한 칼립소는 그를 목욕시키고 향기로운 옷을 입혀 섬에서 떠나보냈다. 여신은 뗏목에 검은 포도주를 담은 가죽 부대 하나와 물을 담은 큰 가죽 부대 하나를 싣고, 자루에 양식도 넣어 주었으며, 마음에 흡족할 만큼 찬거리도 많이 실어 주었다. 그리고 해롭지 않고 따뜻한 순풍을 보내 주었다. 고귀한 오디세우스는 순풍을 반기며 돛을 폈다. 그는 앉아서 솜씨 있게 키를 잡고 배를 몰았다. 플레이아데스와 늦게 지는 보오테스와, 사람들이 수레라고도 부르는 큰곰자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꺼풀 위로는 잠이 내려앉지 않았다. 큰곰자리는 제자리에서 돌며 오리온을 지켜보았고, 별들 가운데 홀로 오케아노스의 물에 몸을 담그지 않았다. 여신 중에 고귀한 칼립소가 그 별자리를 왼쪽에 두고 바다를 건너가라고 그에게 일러 두었다. 그는 열이레 동안 바다를 건너 나아갔고, 열여드레째 되는 날 파이아케스인의 땅의 그늘진 산들이 나타났다. 그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그 땅은 아득한 바다 위에 놓인 방패처럼 보였다.
282 대지를 흔드는 왕 포세이돈이 에티오피아인들에게서 돌아오다가 멀리 솔리모이족의 산에서 그를 보았다. 뗏목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그가 눈에 띄었다. 포세이돈은 속으로 더욱 노여워하며 머리를 흔들고 제 마음에 대고 말했다.
286 "허, 내가 에티오피아인들 곁에 가 있는 사이에 신들이 오디세우스를 두고 정녕 생각을 바꾸었구나. 그는 벌써 파이아케스인의 땅 가까이 와 있다. 그를 옭아맨 크나큰 고난의 굴레를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그의 몫이다. 그래도 나는 그를 아직 실컷 재앙 속으로 몰아넣을 테다."
291 이렇게 말하고 포세이돈은 구름을 모으고 손에 삼지창을 들어 바다를 휘저었다. 온갖 바람의 돌풍을 모두 일으켜 땅과 바다를 함께 구름으로 덮자, 하늘에서 밤이 내리덮쳤다. 동풍과 남풍과 사납게 부는 서풍과, 맑은 하늘에서 태어난 북풍이 한꺼번에 몰아치며 큰 물결을 굴려 댔다. 그러자 오디세우스는 무릎과 가슴이 그 자리에서 풀려 버렸다. 그는 속을 끓이며 제 늠름한 마음에 대고 말했다.
299 "아아, 가련한 이 몸, 끝내 내게 무슨 일이 닥칠 것인가? 여신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두렵다. 여신은 내가 고향 땅에 닿기 전에 바다에서 고통을 다 채우리라 했는데, 이제 그 말이 모두 이루어지고 있다. 제우스가 넓은 하늘을 저런 구름으로 휘감고 바다를 휘저으니, 온갖 바람의 돌풍이 몰아치는구나. 이제 가파른 파멸이 내게 틀림없이 닥쳤다. 그때 넓은 트로이 땅에서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에게 은혜를 갚으려다 죽은 다나오스인들은 세 곱절, 네 곱절 복되다. 펠레우스의 아들이 죽었을 때, 그 시신을 둘러싸고 트로이인들이 내게 청동 창을 수없이 던지던 그날 나도 차라리 죽어 운명을 맞았더라면! 그랬다면 나는 장례를 받았을 테고 아카이아인들이 내 명성을 널리 전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나는 비참한 죽음에 붙잡힐 운명이구나."
313 그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큰 물결이 무시무시하게 덮쳐 와 위에서 그를 내리치고 뗏목을 빙글 돌려 놓았다. 그는 뗏목에서 멀리 떨어져 나갔고 손에서 키를 놓쳤다. 뒤엉킨 바람들이 몰아쳐 온 무시무시한 돌풍이 돛대를 한가운데서 부러뜨렸고, 돛과 활대는 멀리 바다로 떨어졌다. 물결은 그를 오랫동안 물속에 처박아 두었고, 고귀한 칼립소가 준 옷이 물을 먹어 무겁게 짓누르는 바람에 그는 큰 물결의 기세에 눌려 금세 떠오르지 못했다. 한참 만에야 그는 물 위로 떠올라 입에서 쓰디쓴 짠물을 뱉어 냈고, 머리에서도 짠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렇게 지쳤어도 그는 뗏목을 잊지 않았다. 물결 속에서 뒤쫓아가 뗏목을 붙잡고, 죽음의 끝을 피하려고 그 한가운데에 앉았다. 큰 물결이 물살을 따라 뗏목을 이리저리 실어 갔다. 늦여름의 북풍이 들판 위로 엉겅퀴 덤불을 날려 보낼 때가 있다. 덤불은 서로 촘촘히 엉겨 붙은 채 이리저리 굴러간다. 꼭 그처럼 바람이 바다 위로 뗏목을 이리저리 실어 갔다. 남풍이 북풍에게 뗏목을 던져 실어 가게 하는가 하면, 동풍이 서풍에게 넘겨주어 뒤쫓게 하기도 했다.
333 카드모스의 딸, 발목이 고운 이노가 그를 보았다. 레우코테아라고도 하는 이노는 전에는 사람의 말을 하는 죽을 운명의 여인이었으나, 이제는 넓은 바다에서 신들의 명예를 나누어 받고 있었다. 이노는 고통을 겪으며 떠도는 오디세우스를 가엾게 여겨, 날아오르는 바다오리처럼 물속에서 솟아올라 단단히 묶은 뗏목 위에 앉아 말했다.
339 "가엾은 사람, 대지를 흔드는 포세이돈이 어찌하여 이토록 끔찍이 그대에게 노여워하며 숱한 재앙을 심어 대는가? 그러나 그가 아무리 벼른다 해도 그대를 아주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자, 이렇게 해라. 그대는 생각이 모자란 사람 같지는 않구나. 이 옷을 벗고 뗏목은 바람에 실려 가게 내버려 두고, 두 팔로 헤엄쳐 파이아케스인의 땅으로 귀향하도록 애써라. 그곳에서 그대는 벗어날 운명이다. 자, 이 불멸의 머릿수건을 가슴 밑에 둘러라. 그러면 아무 일도 겪지 않고 죽지도 않을 테니 두려워할 것 없다. 그러나 두 손으로 뭍을 붙잡거든 그것을 풀어 뭍에서 멀리 포도주 빛 바다로 도로 던지고, 그대는 고개를 돌려라."
351 이렇게 말하고 여신은 머릿수건을 건넨 다음, 바다오리처럼 물결치는 바다 속으로 도로 잠겨 들었다. 검은 물결이 여신을 덮었다.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디세우스는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속을 끓이며 제 늠름한 마음에 대고 말했다.
356 "아아, 불사의 신들 가운데 누가 또 내게 속임수를 짜고 있는 것은 아닐까? 뗏목에서 내리라고 이르다니. 아니, 아직은 따르지 않겠다. 여신이 내가 달아날 곳이라고 한 땅이 내 눈에는 아직 멀리 보이니까. 차라리 이렇게 하겠다. 이것이 가장 좋아 보인다. 나무들이 이음매에 맞물려 있는 동안은 여기 머물며 고통을 겪더라도 참아 내다가, 물결이 뗏목을 산산이 흩어 버리면 그때는 헤엄치겠다. 그보다 나은 수는 생각해 낼 수 없으니까."
365 그가 속으로, 마음속으로 이렇게 궁리하는 사이, 대지를 흔드는 포세이돈이 무시무시하고 고약한 큰 물결을 일으켜 지붕처럼 그를 덮치게 했다. 물결이 그를 내리치자 뗏목의 긴 나무들이 흩어졌다. 거센 바람이 바싹 마른 왕겨 더미를 휘몰아칠 때가 있다. 바람은 왕겨를 이리저리 흩어 놓는다. 꼭 그처럼 물결이 뗏목의 긴 나무들을 흩어 놓았다. 오디세우스는 나무 하나에 올라타 경주마를 몰듯 두 다리로 감싸고, 고귀한 칼립소가 준 옷을 벗었다. 그러고는 곧 머릿수건을 가슴 밑에 두르고, 헤엄치려고 두 팔을 활짝 펴고 바다로 엎드려 뛰어들었다. 대지를 흔드는 왕이 그것을 보고 머리를 흔들며 제 마음에 대고 말했다.
377 "그렇게 숱한 재앙을 겪으며 바다 위를 떠돌다가 제우스가 기른 사람들 틈에 섞여 보아라. 그래도 나는 네가 재앙이 모자랐다고 불평하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380 이렇게 말하고 포세이돈은 갈기 고운 말들에 채찍질을 하여, 이름난 집이 있는 아이가이로 갔다.
382 그러나 제우스의 딸 아테나는 다른 생각을 해냈다. 여신은 다른 바람들의 길을 묶어 놓고 모두 그치고 잠들라고 일렀다. 그리고 날랜 북풍을 일으켜 그의 앞쪽 물결을 부수었다. 제우스의 핏줄인 오디세우스가 죽음을 피하고 죽음의 운명을 벗어나, 노 젓기를 좋아하는 파이아케스인들 틈에 섞일 때까지.
388 거기서 그는 이틀 밤 이틀 낮을 거센 물결에 떠밀려 다녔고, 그의 가슴은 몇 번이고 파멸을 내다보았다. 머리채 고운 새벽 여신이 셋째 날을 가져오자 그제야 바람이 그치고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해졌다. 큰 물결에 들려 올라간 그는 앞을 날카롭게 내다보다가 가까이 있는 땅을 보았다. 아버지가 병석에 누워 모진 고통을 겪으며 오랫동안 시들어 갈 때가 있다. 몹쓸 어떤 신이 그를 덮쳐 괴롭히는데, 마침내 신들이 반갑게도 그를 재앙에서 풀어 주면, 되살아난 아버지의 목숨이 자식들에게는 더없이 반갑다. 꼭 그처럼 오디세우스에게는 땅과 숲이 반가웠고, 그는 어서 두 발로 뭍을 밟고 싶어 서둘러 헤엄쳤다. 뭍에서 소리쳐 부르면 들릴 만큼 떨어진 곳에 이르자, 바다의 바위에 부딪치는 굉음이 들려왔다. 큰 물결이 마른 뭍에 부딪쳐 무시무시하게 으르렁거리며 포효했고, 온 사방이 바다의 물보라에 휩싸였다. 배를 품어 줄 포구도 물결을 막아 줄 곳도 없고, 툭 튀어나온 곶과 암초와 바위 벼랑뿐이었다. 그러자 오디세우스는 무릎과 가슴이 그 자리에서 풀려 버렸다. 그는 속을 끓이며 제 늠름한 마음에 대고 말했다.
408 "아아, 제우스께서 생각지도 못한 땅을 보게 해 주셨고 나는 이 큰 바다를 가르며 건너왔건만, 잿빛 바다에서 빠져나갈 길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구나. 바깥쪽에는 날카로운 바위들이 솟아 있고 그 둘레에서 물결이 철썩이며 으르렁거린다. 매끈한 벼랑이 치솟아 있고 바로 앞부터 바다가 깊어, 두 발로 버티고 서서 재앙을 벗어날 수가 없다. 뭍으로 올라서려다 큰 물결이 나를 낚아채 울퉁불퉁한 바위에 내던질까 두렵다. 그러면 내 애씀은 헛일이 될 것이다. 더 앞으로 헤엄쳐 가서 비스듬히 물결을 받는 바닷가나 바다의 포구를 찾아보려 해도, 다시 돌풍이 나를 낚아채 몹시 신음하는 나를 물고기 많은 바다로 실어 갈까 두렵다. 아니면 어떤 신이 이름난 암피트리테가 숱하게 기르는 큰 바다 짐승 하나를 바다에서 내게 덤벼들게 할지도 모른다. 이름난, 땅을 뒤흔드는 신이 내게 얼마나 노여워하는지 나는 안다."
424 그가 속으로, 마음속으로 이렇게 궁리하는 사이, 큰 물결이 그를 울퉁불퉁한 바닷가로 실어 갔다.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가 그의 속에 생각을 넣어 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거기서 살갗이 벗겨지고 뼈가 으스러졌을 것이다. 그는 덤벼들어 두 손으로 바위를 붙잡고, 큰 물결이 지나갈 때까지 신음하며 매달려 있었다. 그렇게 그 물결은 피했지만, 되밀려 온 물결이 다시 덤벼들어 그를 내리쳐 멀리 바다로 내던졌다. 바위에서 떨어져 나가는 그의 억센 두 손에서 살갗이 벗겨졌다. 문어를 굴에서 끌어낼 때가 있다. 그러면 빨판마다 자잘한 돌이 촘촘히 달라붙어 따라 나온다. 꼭 그처럼 그의 억센 두 손에서 벗겨진 살갗이 바위에 붙어 남았다. 큰 물결이 그를 덮었다. 빛나는 눈의 아테나가 슬기를 불어넣어 주지 않았더라면, 가엾은 오디세우스는 거기서 정해진 몫을 넘어 죽었을 것이다. 그는 뭍으로 부서져 오르는 물결에서 빠져나와, 비스듬히 물결을 받는 바닷가나 바다의 포구를 혹시 찾을 수 있을까 하여 땅 쪽을 바라보며 물가를 따라 헤엄쳐 갔다. 그러다 아름답게 흐르는 강의 어귀에 헤엄쳐 이르렀는데, 바위가 없이 매끈하고 바람도 막아 주는 곳이라, 거기가 가장 좋은 자리로 보였다. 그는 흘러나오는 강의 신을 알아보고 속으로 기도했다.
445 "들어 주소서, 왕이시여, 어느 신이시든. 바다에서 포세이돈의 꾸짖음을 피해 달아나며, 숱한 기도를 받는 왕께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떠돌다 찾아온 사람은 불사의 신들께도 존귀합니다. 숱한 고생을 겪은 끝에 이제 왕의 물결과 왕의 무릎 앞에 찾아온 저처럼 말입니다. 왕이시여, 가엾게 여기소서. 저는 왕께 탄원하는 사람입니다."
451 그가 이렇게 말하자 강의 신은 곧 흐름을 멈추고 물결을 붙잡아 그의 앞을 잔잔하게 해 주어, 강어귀로 그를 구해 들였다. 그는 두 무릎과 억센 두 손을 꺾고 주저앉았다. 바다에 짓눌려 그의 가슴은 꺾여 있었다. 온몸이 부어올랐고 입과 콧구멍에서는 바닷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그는 숨도 쉬지 못하고 말도 못한 채 기운이 다해 누워 있었고, 끔찍한 피로가 그를 덮쳤다. 이윽고 숨을 돌리고 가슴에 정신이 돌아오자, 그는 여신의 머릿수건을 몸에서 풀어 바다로 흘러드는 강물에 던졌다. 큰 물결이 그것을 물살을 따라 도로 실어 가자 이노가 곧 사랑스러운 두 손으로 받았다. 오디세우스는 강에서 물러나 골풀 덤불 아래 몸을 눕히고 곡식을 내는 땅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속을 끓이며 제 늠름한 마음에 대고 말했다.
465 "아아, 나는 무슨 일을 겪으려나? 끝내 내게 무슨 일이 닥칠 것인가? 강가에서 괴로운 밤을 지새우면, 기운이 다한 나를 모진 서리와 촉촉한 이슬이 한꺼번에 덮쳐 숨이 끊어질 듯한 내 목숨을 꺾어 버릴까 두렵다. 새벽녘에는 강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니까. 그렇다고 비탈을 올라 그늘진 숲으로 들어가 빽빽한 덤불 속에서 잠이 든다면, 추위와 피로가 나를 놓아주고 달콤한 잠이 찾아온다 해도 짐승들의 먹이와 밥이 될까 두렵다."
474 그렇게 궁리하던 그에게는 그편이 더 나아 보였다. 그는 숲으로 갔다. 숲은 물가 가까이, 사방이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 있었다. 그는 한 뿌리에서 나란히 자란 덤불 두 그루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하나는 야생 올리브나무였고 하나는 올리브나무였다. 축축하게 부는 바람의 기운도 그 덤불을 뚫고 들어가지 못했고, 빛나는 해도 햇살로 비추지 못했으며, 비도 스며들지 못했다. 그만큼 덤불은 서로 촘촘히 얽혀 자라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그 밑으로 기어 들어가 곧 제 손으로 넓은 잠자리를 긁어모았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는데, 겨울철에 날씨가 아무리 사나워도 두세 사람은 넉넉히 덮어 줄 만했다.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디세우스는 그것을 보고 기뻐하며, 그 한가운데 누워 낙엽을 몸 위에 수북이 끼얹었다. 이웃이 아무도 없는 들판 끝자락에 사는 사람이 다른 데서 불을 얻어 올 수 없으니 불씨를 지키려고, 타다 남은 장작을 검은 잿더미 속에 묻어 둘 때가 있다. 꼭 그처럼 오디세우스는 낙엽으로 몸을 덮었다. 아테나가 그의 두 눈에 잠을 쏟아부어 사랑스러운 눈꺼풀을 감싸 덮고, 괴롭고 고된 피로를 어서 그치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