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제V권 제XVII장) 전쟁 제16년 · 멜로스 회담 · 멜로스의 운명
이듬해 여름 알키비아데스는 함선 20척을 이끌고 아르고스로 가서, 스파르타 편이라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아직 남아 있던 자들 300명을 붙잡았고, 아테네인은 그들을 곧바로 제 제국에 속한 이웃 섬들에 가두어 두었다. 아테네인은 또 멜로스섬을 치러 원정에 나섰는데, 제 함선 30척과 키오스 함선 6척과 레스보스 함선 2척, 아테네에서 온 중장보병 1,600명과 궁수 300명과 기마 궁수 20명, 그리고 동맹과 섬사람들에게서 온 중장보병 약 1,500명이었다. 멜로스인은 스파르타의 식민시 사람으로 다른 섬사람들처럼 아테네인에게 굴복하려 하지 않았고, 처음에는 중립을 지켜 이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으나 나중에 아테네인이 힘을 쓰고 그들의 땅을 약탈하자 드러내어 적대하는 태도를 취했다. 장군인 리코메데스의 아들 클레오메데스와 티시마코스의 아들 티시아스는 위의 병력을 이끌고 그들의 땅에 진을 쳤으나, 그 땅에 아무런 해도 입히기 전에 먼저 협상할 사절을 보냈다. 멜로스인은 이들을 민회 앞에 세우지 않고 사명의 목적을 정무관들과 소수1에게 밝히라고 일렀다. 이에 아테네 사절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테네인. 협상을 민회 앞에서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우리가 끊기지 않고 내리 말하면서 반박받지 않고 그냥 지나갈 그럴듯한 논변으로 대중의 귀를 속이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니(우리가 소수 앞에 불려 나온 뜻이 바로 그것임을 우리는 압니다), 거기 앉으신 여러분이 한층 더 조심스러운 방법을 따르시면 어떻겠습니까? 여러분 쪽에서도 짜인 연설은 하지 마시고, 마음에 들지 않는 대목이 나올 때마다 그 자리에서 우리를 붙들어 그것을 매듭짓고 나서 다음으로 넘어가십시오. 그러니 먼저 우리의 이 제안이 여러분에게 맞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멜로스 대표들은 이렇게 답했다.
멜로스인. 여러분이 제안하신 대로 서로 조용히 알려 주자는 그 공정함 자체에는 반대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군사 준비는 그 말씀과 어울리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나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제 송사의 재판관으로 오셨음이 우리 눈에 보이고, 이 협상에서 우리가 이치에 맞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정의가 우리 쪽에 있음이 드러나 우리가 굴복을 거절할 경우에는 전쟁이요 그 반대의 경우에는 노예 신세뿐이기 때문입니다.
아테네인. 여러분이 앞날에 대한 예감을 따져 보려고, 또는 눈앞에 보이는 사실 위에서 나라의 안전을 의논하는 것 말고 다른 무엇을 하려고 이 자리에 모이신 것이라면 우리는 그만두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하겠습니다.
멜로스인. 우리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생각에서나 말에서나 한 길만이 아니라 여러 길로 돌아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탓할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회담의 문제는 여러분 말씀대로 우리나라의 안전입니다. 그러니 원하신다면 논의는 여러분이 제안하신 방식대로 진행해도 좋습니다.
아테네인. 우리로 말하자면, 그럴듯한 구실을(우리가 메디아인을 무너뜨렸으므로 제국에 대한 권리가 있다거나 여러분이 우리에게 잘못을 저질렀기에 지금 여러분을 치는 것이라거나 하는 구실을) 들어 여러분을 괴롭히거나 믿기지도 않을 긴 연설을 늘어놓지는 않겠습니다. 그 대신 우리는 여러분 또한 스파르타의 식민시이면서도 그들 편에 서지 않았다거나 우리에게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말로 우리를 움직일 생각을 하지 말고, 양쪽이 실제로 품고 있는 속마음을 눈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일을 겨냥하시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서 정의란 힘이 대등한 자들 사이에서나 따지는 것이며 강한 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한 자는 당해야 하는 일을 당한다는 것을, 여러분도 우리만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멜로스인. 어쨌든 우리 생각에는 이러합니다(여러분이 정의는 접어 두고 이익만 말하라고 하시니 우리도 그에 떠밀려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모두를 함께 지켜 주는 것을 여러분이 허물지 않는 편이 이롭다는 것입니다. 곧 위험에 처했을 때 공정한 것과 옳은 것을 불러낼 수 있고, 엄밀히 따지면 타당하지 않은 논거라도 통하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덕을 볼 수 있는 특권 말입니다. 그리고 이 일에 걸린 이해는 여러분도 누구 못지않습니다. 여러분이 무너지는 날에는 그것이 가장 무거운 보복의 신호가 될 것이고 온 세상이 두고두고 곱씹을 본보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테네인. 우리 제국의 끝은, 설령 끝이 온다 해도 우리를 두렵게 하지 않습니다. 스파르타 같은 맞수 제국은 설령 스파르타가 우리의 진짜 적수라 하더라도, 스스로 일어나 제 주인을 쳐서 눌러 버리는 속국들만큼 패자에게 무서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기꺼이 무릅쓰는 위험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제국의 이익을 위해 여기에 왔다는 것과, 지금부터 할 말을 여러분 나라의 보전을 위해 하는 것임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힘든 일 없이 여러분 위에 그 지배를 행사하고, 양쪽 모두에게 좋도록 여러분이 보전되는 것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멜로스인. 그런데 대체 어떻게 우리가 섬기는 것이 여러분이 다스리는 것만큼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될 수 있겠습니까?
아테네인. 여러분은 최악을 겪기 전에 굴복한다는 이점을 얻고, 우리는 여러분을 없애지 않음으로써 이득을 보기 때문입니다.
멜로스인. 그러니까 우리가 중립으로 남아 적이 아니라 벗이 되되 어느 편의 동맹도 되지 않는 것은 여러분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씀이군요.
아테네인.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적의가 우리를 해치는 것보다, 여러분과의 우정이 우리 속국들에게 우리가 약하다는 증거가 되고 여러분의 적의가 우리가 강하다는 증거가 되는 쪽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멜로스인. 여러분과 아무 상관도 없는 자들을, 대부분 여러분 자신의 식민시 사람이고 더러는 정복당한 반란자인 백성들과 같은 부류에 넣는 것이 여러분 속국들이 생각하는 공평함입니까?
아테네인. 권리로 말하자면 그들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를 바 없다고 여기며, 누군가가 독립을 지키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강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그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을 복속시키면 우리는 제국을 넓히는 데 더해 안전까지 얻게 되는 것이며, 여러분이 섬사람이고 다른 자들보다 약하다는 사실이 바다의 주인들을 여러분이 따돌리는 데 성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만큼 더 중요하게 만듭니다.
멜로스인. 그러나 우리가 가리키는 방책에는 안전이 없다고 보십니까? 여기서도 여러분이 우리에게 정의를 말하지 못하게 막고 여러분의 이익에 따르라고 하시니, 우리 또한 우리의 이익을 밝히고 그 둘이 마침 겹친다면 여러분을 설득해 보아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지금 중립으로 있는 모든 나라가 우리 경우를 보고 언젠가는 여러분이 자기들도 칠 것이라고 결론지을 터인데, 그들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일을 여러분이 어떻게 피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이것은 이미 가진 적을 더 크게 만들고,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을 자들을 억지로 적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아테네인. 실상을 말하자면 뭍에 사는 자들은 대체로 우리에게 걱정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누리는 자유가 우리를 상대로 미리 손을 쓰는 일을 오랫동안 막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우리 제국 바깥에 있는 여러분 같은 섬사람들과 멍에에 쓸려 아파하는 속국들이야말로, 경솔한 걸음을 내디뎌 저희와 우리를 뻔한 위험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멜로스인. 그렇다면 여러분이 제국을 지키려고 그토록 무릅쓰고 여러분의 속국들이 거기서 벗어나려고 그토록 무릅쓰는 터에, 아직 자유로운 우리가 여러분의 멍에를 지기 전에 해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크나큰 비루함이요 비겁함일 것입니다.
아테네인. 지혜롭게 헤아린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겨룸은 명예를 상으로 걸고 치욕을 벌로 거는 대등한 겨룸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며, 여러분보다 훨씬 강한 자들에게 맞서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멜로스인. 그러나 우리는 전쟁의 운이 때로는 수의 차이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보다 더 공평하다는 것을 압니다. 굴복하는 것은 스스로를 절망에 넘겨 주는 일이지만 행동은 우리가 아직 똑바로 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남겨 두기 때문입니다.
아테네인. 위험을 달래 주는 것인 희망은 밑천이 넉넉한 자들이나 누릴 수 있는 것이어서, 손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파멸만은 면하게 해 줍니다. 그러나 희망의 본성은 도를 넘는 데 있어서, 가진 것을 모두 그 도박에 걸 만큼 멀리 간 자들은 파멸하고 나서야 비로소 희망의 참모습을 봅니다. 그 정체를 알아보는 일이 아직 몸을 지키는 데 쓰일 수 있는 동안에는 희망이 모자란 적이 없습니다. 약하여 저울이 한 번 기우는 데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여러분에게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십시오. 또 흔한 무리처럼 되지도 마십시오. 그들은 궁지에 몰려 눈에 보이는 희망이 끊기면 사람의 힘으로 아직 얻을 수 있는 안전마저 버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곧 예언과 신탁에, 그리고 사람을 희망으로 홀려 파멸로 이끄는 그 밖의 온갖 지어낸 것들에 매달립니다.
멜로스인. 조건이 대등하지 않은 한 여러분의 힘과 행운을 상대로 겨루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도 여러분만큼 잘 알고 있음을 믿으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올바른 자로서 올바르지 못한 자와 싸우고 있으니 신들이 우리에게도 여러분만 한 행운을 내려 주시리라 믿으며, 힘에서 모자라는 것은 스파르타인의 동맹이 채워 주리라 믿습니다. 그들은 부끄러움 때문에라도 같은 핏줄을 도우러 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자신감도 결국 그렇게까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테네인. 신들의 은총을 말씀하신다면 우리 또한 여러분 못지않게 그것을 바랄 만합니다. 우리가 내세우는 것도 우리가 하는 일도 사람들이 신들에 대해 믿는 바에도 사람들이 저희끼리 행하는 바에도 조금도 어긋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들에 대해서 우리는 믿고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아는데, 그들이 제 본성의 필연적인 법칙에 따라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지배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법을 처음 만든 것도, 만들어진 그것을 처음 따라 행한 것도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 것을 보았고 우리 뒤로도 길이 남도록 두고 갈 것이며,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것을 쓰는 것뿐입니다. 여러분이든 누구든 우리가 가진 것과 같은 힘을 가졌다면 우리가 하는 것과 똑같이 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들에 관한 한 우리가 불리한 자리에 서게 되리라는 두려움도 없고 두려워할 까닭도 없습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이 스파르타인을 움직여 여러분을 돕게 하리라 믿게 만든 그 생각에 이르러서는, 우리는 여러분의 순진함에 복을 빌어 줄지언정 그 어리석음을 부러워하지는 않습니다. 스파르타인은 제 이익이나 제 나라의 법이 걸린 일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입니다. 남을 대하는 그들의 처신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겠으나,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명예로운 것으로 여기고 제게 이로운 것을 올바른 것으로 여기는 점에서 그들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짧게 말하는 것보다 그것을 더 또렷하게 보여 줄 길은 없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은 여러분이 지금 까닭 없이 기대고 있는 그 안전을 그리 약속해 주지 않습니다.
멜로스인. 그러나 바로 그 까닭에 우리는 지금 그들이 이익을 중히 여긴다는 점을 믿습니다. 그 마음이 그들로 하여금 제 식민시 사람인 멜로스인을 저버려 그리스에 있는 벗들의 신뢰를 잃고 제 적을 돕는 일을 막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테네인.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익은 안전과 함께 가지만 정의와 명예는 위험 없이 따를 수 없다는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으시는군요. 그런데 스파르타인은 대체로 위험을 되도록 적게 부르는 자들입니다.
멜로스인.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위해서라면 위험까지도 무릅쓸 가능성이 더 크고 남을 위할 때보다 더 확신을 가지고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우리가 펠로폰네소스에 가까우니 그들이 움직이기가 더 쉽고, 같은 핏줄이니 우리의 충실함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아테네인. 그렇기는 하나 동맹이 되려는 자가 믿는 것은 제 도움을 청하는 쪽의 선의가 아니라 행동에 나설 만한 뚜렷한 힘의 우위이며, 스파르타인은 이 점을 누구보다도 더 봅니다. 적어도 그들은 제 나라의 자원을 믿지 못하여 수많은 동맹을 거느리고서야 이웃을 칩니다. 그러니 우리가 바다의 주인인데 그들이 섬으로 건너올 법한 일이겠습니까?
멜로스인. 그러나 그들에게는 보낼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크레타해는 넓으며, 그 바다를 지배하는 쪽이 남을 가로채기보다 그 눈을 피하려는 쪽이 무사히 빠져나가기가 더 쉽습니다. 그리고 스파르타인이 이 일에 실패한다면 그들은 여러분의 땅으로, 그리고 브라시다스의 손이 닿지 않았던 나머지 동맹들에게로 쳐들어갈 것이고, 그러면 여러분은 여러분의 것도 아닌 곳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나라와 여러분 자신의 연합을 위해 싸워야 할 것입니다.
아테네인.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그런 견제를 언젠가 겪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때 여러분이 배우게 될 것은 다른 이들이 이미 배운 것, 곧 아테네인은 누구를 두려워하여 포위를 거둔 일이 여태 한 번도 없다는 사실뿐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놀란 것은, 나라의 안전을 의논하겠다고 말씀하고서도 이 모든 논의를 통틀어 사람이 믿고 의지해 그것으로 구원받으리라 여길 만한 것을 여러분이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의 가장 강한 논거는 희망과 앞날에 매달려 있고, 여러분이 실제로 가진 밑천은 여러분 앞에 늘어선 것에 견주면 이기고 나오기에는 너무나 보잘것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를 물러가게 한 뒤에 이보다 더 신중한 방책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판단에서 크게 눈이 멀었음을 드러내는 셈이 될 것입니다. 부끄럽고 동시에 잘못 볼 수 없을 만큼 뻔한 위험 앞에서 사람에게 그토록 치명적임이 드러나는 저 치욕이라는 관념에 여러분이 설마 붙들리지는 않겠지요. 너무도 많은 경우에, 제가 무엇을 향해 달려드는지 두 눈을 똑똑히 뜨고 보는 바로 그 사람들이 치욕이라 불리는 그것에 홀리는 이름 하나의 힘만으로 이끌려 가다가 마침내 그 말에 사로잡힌 나머지 실제로 제 발로 가망 없는 재앙 속에 빠지고, 불운의 결과로 오는 치욕보다 잘못의 동반자로 오는 더 치욕스러운 치욕을 스스로 뒤집어쓰기 때문입니다. 지혜롭게 헤아린다면 여러분은 이것을 경계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에서 가장 큰 도시가 여러분의 땅을 그대로 누리게 두면서 그 도시에 조공을 바치는 동맹이 되라는 온건한 제안을 내놓을 때, 그 앞에 굴복하는 것을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 여기지 않으실 것이며, 전쟁과 안전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는 선택이 주어졌을 때 더 나쁜 쪽을 고를 만큼 눈이 멀지도 않으실 것입니다. 대등한 자에게 물러서지 않고 윗자리에 있는 자와는 사이를 지키며 아랫자리에 있는 자에게는 온건한 자들이 대체로 가장 잘된다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물러간 뒤에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시고, 여러분이 의논하고 있는 것이 여러분의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것과 여러분에게 나라는 하나뿐이라는 것과 이 한 번의 의논에 그 나라의 번영이냐 파멸이냐가 달려 있다는 것을 거듭거듭 새기십시오.
아테네인은 이제 회담에서 물러났고, 저희끼리 남은 멜로스인은 논의에서 내내 지켜 온 것과 같은 결정에 이르러 이렇게 답했다. "아테네인 여러분, 우리의 결의는 처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700년 동안 사람이 살아온 도시의 자유를 한순간에 빼앗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신들이 지금까지 이 도시를 지켜 주신 그 행운과 사람들의 도움, 곧 스파르타인의 도움을 믿고 그렇게 스스로를 구해 보려 합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여러분에게 청합니다. 우리가 여러분에게는 벗이 되고 어느 편에게도 적이 되지 않도록 허락해 주시고, 양쪽 모두에게 합당해 보이는 조약을 맺은 뒤 우리 땅에서 물러가 주십시오."
멜로스인의 답은 이러했다. 회담을 떠나면서 아테네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 결의로 미루어 우리가 보기에는, 여러분만이 앞날의 일을 눈앞의 일보다 더 확실한 것으로 여기고 보이지 않는 것을 그토록 바라는 나머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스파르타인과 여러분의 행운과 여러분의 희망에 가장 많이 걸고 가장 크게 믿은 만큼, 여러분은 그만큼 가장 완전하게 속게 될 것입니다."
아테네 사절들은 이제 군대로 돌아갔고, 멜로스인이 굽힐 기색을 보이지 않자 장군들은 곧바로 싸움에 들어가 멜로스인 둘레에 포위벽을 둘러쳤는데 그 일을 여러 나라에 나누어 맡겼다. 그 뒤 아테네인은 제 시민과 동맹 가운데 얼마를 남겨 뭍과 바다에서 파수를 보게 하고 군대의 대부분을 데리고 돌아갔다. 그렇게 남은 병력은 그곳에 머물며 포위를 이어 갔다.
그 무렵 아르고스인은 플리우스의 땅을 침입했다가 플리우스인과 아르고스 추방자들이 놓은 매복에 끊겨 80명을 잃었다. 한편 필로스의 아테네인은 스파르타인에게서 너무도 많은 것을 약탈해 갔으므로, 스파르타인은 여전히 조약을 깨고 아테네와 전쟁에 들어가는 일은 삼가면서도 제 백성 가운데 원하는 자는 누구든 아테네인을 약탈해도 좋다고 공포했다. 코린트인 또한 제 사사로운 다툼 때문에 아테네인과 싸움을 시작했으나 나머지 펠로폰네소스인은 가만히 있었다. 그러는 동안 멜로스인은 밤에 공격해 장터 맞은편 아테네 포위선의 한 구역을 빼앗고 사람 몇을 죽였으며, 곡식과 그 밖에 쓸 만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모두 들여온 뒤 그렇게 돌아와 조용히 지냈고, 아테네인은 앞으로 파수를 더 잘 세우도록 조치했다.
이로써 여름이 끝났다. 이듬해 겨울에 스파르타인은 아르고스 땅을 침입할 작정이었으나, 국경에 이르러 국경을 넘기 위한 제사2의 징조가 좋지 않음을 알고 다시 돌아갔다. 그들의 이 의도 때문에 아르고스인은 제 동포 가운데 몇 사람을 의심하게 되어 더러는 붙잡았으나 더러는 놓쳤다. 그 무렵 멜로스인은 수비가 허술하던 아테네 포위선의 또 다른 구역을 다시 빼앗았다. 그로 인해 뒤이어 데메아스의 아들 필로크라테스의 지휘 아래 아테네에서 증원이 도착하자 포위는 이제 힘껏 조여졌고, 안에서 얼마간의 배반이 일어나 멜로스인은 아무 조건 없이 아테네인에게 항복했다. 아테네인은 붙잡은 성인 남자는 모두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았으며, 그 뒤 식민단 500명을 보내 그곳에 제 사람들이 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