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저본에 관하여
이 책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을 영어 원전에서 직접 옮긴 완역본입니다.
소설은 1847년 12월 런던의 토머스 코틀리 뉴비 출판사에서 '엘리스 벨'이라는 필명으로, 동생 앤 브론테의 『애그니스 그레이』와 함께 세 권짜리 책으로 처음 나왔습니다. 이 책은 그 1847년 초판 계열의 본문을 옮겨 적은 퍼블릭도메인 영어 전자 텍스트를 저본으로 삼았습니다. 초판은 둘째 권에서 장 번호를 다시 1장부터 매겼지만, 저본은 1장부터 34장까지 번호를 이어 붙였고 이 책도 그것을 따랐습니다.
서른네 장, 원문 1,942문단을 한 문단도 합치거나 쪼개지 않고 옮겼습니다.
두 화자
이 소설은 상자 속의 상자입니다. 바깥 상자는 1801년 겨울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를 빌려 든 런던 신사 록우드의 일기이고, 그 안에 그레인지의 가정부 넬리 딘이 록우드에게 들려주는 긴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그 안에 다시 이저벨라의 편지, 하녀 질라의 수다, 히스클리프의 고백이 들어 있습니다.
- 록우드의 일기는 해라체로 옮겼습니다. 그날 겪은 일은 과거형으로, 일기를 쓰는 지금의 느낌과 풍경은 현재형으로 적어서 한 문단 안에 두 시제가 섞입니다. 거드름 피우는 한자어와 문어도 이 사람의 몫입니다.
- 넬리의 이야기도 해라체로 옮겼습니다. 록우드가 제15장에서 밝히듯, 우리가 읽는 넬리의 이야기는 그가 「그 부인의 말 그대로, 다만 조금 줄여서」 일기장에 받아 적은 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넬리가 이야기를 하다 말고 록우드에게 직접 말을 거는 문장만은 「나리」라고 부르며 해요체로 옮겨, 고개를 들어 듣는 이를 보는 순간이 말끝에 드러나게 했습니다. 같은 해라체라도 넬리의 말은 살림의 낱말과 속담으로, 록우드의 말은 거창한 낱말로 갈립니다.
- 이야기 속 인물이 길게 들려주는 이야기(이저벨라, 질라, 캐시, 히스클리프)는 큰따옴표 안에 두고, 그 안에서 또 인용하는 말은 작은따옴표로 묶었습니다. 여러 문단에 걸친 구술은 원문대로 마지막 문단에서만 따옴표를 닫았습니다.
두 캐서린
원문에는 캐서린이 둘 있습니다. 워더링 하이츠에서 자란 캐서린 언쇼와, 그 딸 캐서린 린턴입니다. 원문은 두 사람을 모두 Catherine이라 부르고, Cathy라는 애칭도 둘 모두에게 씁니다.
그러나 넬리는 제17장에서 딸은 언제나 Cathy라고 불렸고 그것으로 어머니와 구별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그 구별을 끝까지 밀고 나가, 원문의 표기와 상관없이 어머니는 「캐서린」, 딸은 「캐시」로 옮겼습니다. 히스클리프가 어머니 캐서린을 Cathy라고 부르는 자리도 「캐서린」으로 옮겼습니다. 제16장에서 딸이 태어나기 전에는 「캐시」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1~3장의 록우드는 딸의 이름을 아직 몰라서 「히스클리프 부인」, 「안주인」이라고만 부릅니다.
예외는 이름 그 자체가 뜻을 갖는 자리입니다. 제3장 창턱에 새겨진 세 이름 「캐서린 언쇼」, 「캐서린 히스클리프」, 「캐서린 린턴」은 어머니의 이름이고, 딸을 온 이름으로 부르는 몇 자리(「캐서린 린턴」)에는 바로 곁에 「캐시」를 두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조지프의 말
늙은 하인 조지프는 짙은 요크셔 사투리를 씁니다. 원문 독자도 반쯤만 알아듣는 말이지만 뜻은 늘 분명합니다. 이 책은 조지프를 한국의 어느 지방 사람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실제 지역 방언을 흉내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겄-」, 「-구먼」, 「-소」 같은 몇 가지 말끝과 「쥔 양반」, 「허나」, 「죄다」 같은 낱말만 정해 두고 끝까지 그것만 써서, 쉽게 읽히는 시골 노인의 말로 옮겼습니다. 문법은 깨지 않았고 뜻은 빼먹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투리를 몇 낱말 섞어 쓰는 헤어턴과 질라에게는 그 가운데 한두 가지만 주었고, 헤어턴의 말에서는 이야기 끝 무렵 그 표지가 사라집니다.
제목에 관하여
wuthering은 록우드가 제1장에서 풀이하듯 이 고장 사투리로, 폭풍이 불 때 높은 자리가 고스란히 맞는 대기의 소란을 이르는 형용사입니다. 바람이 울부짖으며 휘몰아치는 소리와 기세가 함께 담긴 말입니다. 한국어 제목은 오래 불려 온 「폭풍의 언덕」을 그대로 썼고, 본문에서 집을 가리킬 때는 이름의 소리대로 「워더링 하이츠」라고 적었습니다.
그 밖의 것
- 옮긴이 주는 두 개만 달았습니다(제3장 「일흔 번씩 일곱 번」, 제9장 밀로). 그 밖의 낯선 말은 본문 안에서 풀어 읽히게 했습니다.
- 연도와 거리·돈·무게, 분 단위 시간은 「1801년」, 「4마일」, 「1파운드」, 「5분」처럼 아라비아 숫자로, 나이와 햇수, 시각, 사람 수는 「열여섯 살」, 「스무 해」, 「아홉 시」처럼 한글로 적었습니다.
- 원문의 줄표는 쓰지 않고 문장을 나누거나 쉼표로 이었으며, 말이 끊긴 자리만 말줄임표로 옮겼습니다. 원문의 기울임 강조는 대부분 강조 표시로 살렸습니다.
- 원문이 가린 욕은 가리지 않고 옮겼고, 사랑과 증오의 거친 말도 순화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