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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제2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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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세 주가 지나자 나는 방에서 나와 집 안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저녁에 일어나 앉아 있게 된 날, 나는 눈이 침침해서 캐시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했다. 주인은 잠자리에 들었고 우리는 서재에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 아가씨는 꽤 마지못해 그러겠다고 했고, 나는 내가 읽는 종류의 책이 아가씨에게 맞지 않는 모양이라고 생각해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고르라고 했다. 아가씨는 제가 좋아하는 책을 한 권 골라서 한 시간쯤 꾸준히 읽어 나갔는데, 그러고 나서는 자꾸 묻기 시작했다.

"엘렌, 피곤하지 않아? 이제 누워야 하지 않아? 그렇게 오래 앉아 있다가 또 아프겠어, 엘렌."

"아니, 아니에요, 아가씨. 피곤하지 않아요." 나는 번번이 그렇게 대답했다.

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아가씨는 그 일이 싫다는 것을 드러낼 다른 방법을 써 보았다.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고, 그러고는……

"엘렌, 나 피곤해."

"그럼 그만두고 이야기나 해요." 내가 대답했다.

그게 더 고약해서, 아가씨는 짜증을 내고 한숨을 쉬며 여덟 시가 될 때까지 시계를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제 방으로 들어갔는데, 짜증 섞인 무거운 얼굴과 쉴 새 없이 눈을 비비는 꼴을 보니 졸음을 이기지 못한 게 분명했다. 이튿날 밤에는 더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았고, 내가 다시 같이 지내게 된 지 사흘째 되는 밤에는 머리가 아프다고 하고는 나를 두고 가 버렸다. 나는 아가씨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한참 동안 혼자 있다가, 가서 좀 나았는지 물어보고 위층 어둠 속에 있지 말고 내려와 소파에 누우라고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위층에도 아래층에도 캐시는 없었다. 하인들도 아가씨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에드거 나리의 방문에 귀를 대 보았지만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나는 아가씨 방으로 돌아와 촛불을 끄고 창가에 앉았다.

달이 환하게 비치고 땅에는 눈이 엷게 덮여 있어서, 나는 아가씨가 바람을 쐬려고 정원을 거닐어 볼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영지 안쪽 울타리를 따라 살금살금 움직이는 사람 하나가 눈에 띄기는 했지만 우리 아가씨는 아니었고, 그 사람이 밝은 데로 나왔을 때 보니 마구간 일꾼 하나였다. 그 사람은 한참 동안 서서 영지를 가로지르는 마찻길을 바라보더니, 무언가를 알아챈 듯 잰걸음으로 떠났다가, 곧 아가씨의 조랑말을 끌고 다시 나타났는데, 바로 거기 방금 말에서 내린 아가씨가 말 곁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일꾼은 맡은 말을 몰래 풀밭 너머 마구간 쪽으로 끌고 갔다. 캐시는 응접실의 여닫이창으로 들어와 내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올라왔다. 아가씨는 문을 살며시 닫고, 눈 묻은 신발을 벗고, 모자 끈을 풀고, 내가 엿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망토를 벗으려던 참이었는데, 그때 내가 불쑥 일어나 모습을 드러냈다. 아가씨는 놀라서 잠깐 돌처럼 굳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르고는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캐시 아가씨." 나는 아가씨가 요 며칠 나에게 베푼 친절이 너무 생생해서 꾸지람을 퍼붓지는 못하고 말을 꺼냈다. "이 시간에 말을 타고 어디 갔다 왔어요? 그리고 왜 꾸며 낸 이야기로 나를 속이려고 했어요? 어디 갔었어요? 말해요!"

"영지 아래쪽까지." 아가씨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꾸며 낸 이야기는 안 했어."

"다른 데는 안 가고요?" 내가 다그쳤다.

"응." 웅얼거리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캐시 아가씨!" 나는 슬퍼서 소리쳤다. "잘못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알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나한테 거짓말까지 할 리가 없지요. 그게 정말 가슴 아파요. 아가씨가 일부러 거짓말을 꾸며 대는 걸 듣느니 차라리 석 달을 앓는 게 낫겠어요."

아가씨는 앞으로 뛰어나와 울음을 터뜨리며 내 목에 두 팔을 감았다.

"있잖아, 엘렌, 엘렌이 화낼까 봐 너무 무서워." 아가씨가 말했다.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면 사실을 그대로 다 말해 줄게, 숨기는 건 정말 싫으니까."

우리는 창가 자리에 앉았고, 나는 아가씨의 비밀이 무엇이든 꾸짖지 않겠다고 다짐해 주었는데, 물론 나는 그게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가씨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워더링 하이츠에 갔었어, 엘렌. 엘렌이 앓아누운 뒤로, 엘렌이 방에서 나오기 전에 세 번, 나온 뒤에 두 번 빼고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갔어. 마이클한테 책이랑 그림을 주고 저녁마다 미니를 채비해 놓았다가 다시 마구간에 넣어 달라고 했으니, 마이클도 꾸짖으면 안 돼, 알았지. 나는 여섯 시 반이면 하이츠에 가 있었고, 대개 여덟 시 반까지 있다가 말을 달려 집에 왔어. 재미 보려고 간 게 아니야, 가 있는 동안 내내 비참할 때가 많았거든. 이따금은 행복했어. 아마 일주일에 한 번쯤. 처음에는 린턴하고 한 약속을 지키게 해 달라고 엘렌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을 줄 알았어, 그 애하고 헤어질 때 이튿날 또 오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런데 그 이튿날 엘렌이 위층에 누워 있어서 그 수고를 덜었지. 오후에 마이클이 영지 문 자물쇠를 다시 고치는 동안 나는 열쇠를 손에 넣고, 내 사촌이 아파서 그레인지에 올 수 없으니 나더러 보러 와 달라고 한다는 것과 아빠는 내가 가는 걸 반대하실 거라는 걸 마이클한테 이야기하고 나서 조랑말 일로 흥정을 했어. 마이클은 책 읽기를 좋아하고 곧 결혼하려고 여기를 그만둘 생각이라서, 내가 서재에서 책을 빌려주면 내가 바라는 대로 해 주겠다고 했어. 그런데 나는 내 책을 주는 게 더 좋았고, 마이클도 그걸 더 좋아했어.

"두 번째 갔을 때 린턴은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고, 질라가(그 집 가정부야) 깨끗한 방에 불을 활활 피워 주고는, 조지프는 기도회에 가고 헤어턴 언쇼는 개들을 데리고 나갔으니(나중에 들으니 우리 숲에서 꿩을 훔치고 있었대) 우리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했어. 질라는 따뜻한 포도주하고 생강빵을 갖다주었는데 아주 사람이 좋아 보였고, 린턴은 팔걸이의자에 앉고 나는 난롯돌 위 작은 흔들의자에 앉아서, 우리는 아주 즐겁게 웃고 이야기했고, 할 이야기가 어찌나 많던지 여름에는 어디 가서 무얼 할지 계획도 세웠어. 그 얘기는 되풀이하지 않을래. 엘렌은 시시하다고 할 테니까.

"그런데 한번은 하마터면 다툴 뻔했어. 린턴은 무더운 칠월 하루를 가장 즐겁게 보내는 방법은, 벌들은 꽃 사이로 꿈결처럼 붕붕거리고 종다리는 머리 위 높은 데서 노래하고 파란 하늘과 환한 해가 구름 한 점 없이 한결같이 빛나는 날, 황야 한가운데 히스 둔덕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누워 있는 거라고 했어. 그게 그 애가 생각하는 천국의 행복이 가장 완전한 모습이었고, 내 생각은, 서풍이 불고 눈부시게 하얀 구름이 머리 위로 빠르게 흘러가고, 종다리뿐 아니라 개똥지빠귀, 검은지빠귀, 홍방울새, 뻐꾸기가 사방에서 노래를 쏟아붓고, 멀리 보이는 황야는 서늘하고 어스름한 골짜기들로 갈라져 있고, 가까이에는 길게 자란 풀이 바람에 커다랗게 물결치고, 숲과 소리 내며 흐르는 물이 있고, 온 세상이 깨어나 기쁨에 겨워 들썩이는 날, 바스락거리는 푸른 나무에 올라 흔들리는 거였어. 린턴은 모든 것이 평화에 취해 가만히 누워 있기를 바랐고, 나는 모든 것이 눈부신 축제 속에서 반짝이며 춤추기를 바랐어. 나는 그 애의 천국은 반쯤밖에 살아 있지 않을 거라고 했고, 그 애는 내 천국은 술에 취한 것 같을 거라고 했어. 나는 그 애의 천국에서는 잠이 들어 버릴 거라고 했고, 그 애는 내 천국에서는 숨을 쉴 수 없을 거라고 하면서 몹시 퉁명스러워지기 시작했어. 결국 우리는 알맞은 날씨가 오면 두 가지를 다 해 보기로 합의했고, 그러고는 서로 입을 맞추고 다시 사이좋게 지냈어.

"한 시간쯤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나는 양탄자도 깔리지 않은 반들반들한 바닥의 그 큰방을 둘러보았는데, 식탁을 치우면 거기서 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린턴한테 질라를 불러서 같이 눈 가리고 술래잡기를 하자고 했어. 질라가 술래가 되어 우리를 잡는 거야. 엘렌도 전에 그랬잖아, 엘렌. 그 애는 그런 건 하나도 재미없다면서 싫다고 했지만, 나하고 공놀이는 하겠다고 했어. 찬장 속 낡은 장난감 더미에서 팽이랑 굴렁쇠랑 깃털 공치기 채랑 깃털 공 사이에 섞인 공을 두 개 찾았어. 하나에는 C 자가, 다른 하나에는 H 자가 적혀 있었는데, C는 캐서린, 내 이름의 머리글자고 H는 히스클리프, 그 애 성일 테니까 나는 C 자 공을 갖고 싶었어. 그런데 H 자 공에서 겨가 새어 나와서 린턴은 그걸 싫어했어. 내가 번번이 이기니까 그 애는 또 심통이 나서 기침을 하더니 의자로 돌아가 버렸어. 그래도 그날 밤 그 애는 금방 기분을 되찾았어. 예쁜 노래 두세 곡에 홀딱 반했거든. 엘렌의 노래들 말이야, 엘렌. 그리고 내가 가야 할 때가 되니까 이튿날 저녁에도 와 달라고 조르고 애원해서 나는 그러겠다고 약속했어. 미니하고 나는 바람처럼 가볍게 날아서 집에 왔고, 나는 아침까지 워더링 하이츠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내 사촌 꿈을 꾸었어.

"이튿날 나는 엘렌이 아프기도 하고 아빠가 내 나들이를 아시고 허락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서 슬펐지만, 차를 마신 뒤에 달빛이 정말 아름다웠고 말을 타고 가는 동안 우울한 마음이 걷혔어. 오늘 저녁도 행복하겠지, 하고 나는 혼자 생각했어. 그리고 더 기쁜 건 내 귀여운 린턴도 행복하겠지. 나는 종종걸음으로 그 집 정원을 올라가서 뒤쪽으로 돌아가려는데, 그 언쇼라는 녀석이 나를 맞더니 말고삐를 잡고 앞문으로 들어가라고 했어. 녀석은 미니의 목을 토닥이며 예쁜 짐승이라고 하더니, 내가 자기한테 말을 걸어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어. 나는 그냥 내 말을 건드리지 말라고, 안 그러면 말이 걷어찰 거라고만 했어. 녀석은 그 상스러운 말투로 '차 봐야 뭐 별로 다치지도 않겄다' 하고 대답하고는 웃으며 말의 다리를 훑어보았어. 나는 정말 차게 해 볼까 하는 마음이 반쯤 들었지만, 녀석은 문을 열러 가더니 빗장을 들면서 문 위에 새겨진 글씨를 올려다보고는, 어색함과 우쭐함이 멍청하게 뒤섞인 얼굴로 말했어. '캐시 아가씨! 이제 저거 읽을 줄 알아.'

"'놀랍네.' 내가 소리쳤어. '어디 한번 들어 보자. 정말 똑똑해졌구나!'

"녀석은 그 이름을 한 자 한 자 끊어서 느릿느릿 읽었어. '헤어턴 언쇼.'

"'그럼 숫자는?' 나는 녀석이 딱 막혀 버리는 걸 보고 부추기듯이 소리쳤어.

"'그건 아직 못 읽어.' 녀석이 대답했어.

"'아, 이 바보!' 나는 녀석이 못 읽는 걸 보고 마음껏 웃으며 말했어.

"그 멍청이는 입가에 히죽 웃음을 띠고 눈에는 찌푸림을 모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어. 나하고 같이 웃어도 될지, 그게 친해서 하는 기분 좋은 농담인지, 아니면 진짜 그대로 경멸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나는 갑자기 정색을 하고, 나는 린턴을 보러 왔지 너를 보러 온 게 아니니 저리 가라고 해서 녀석의 의심을 풀어 주었어. 녀석은 얼굴이 빨개지더니(달빛에 보였어) 빗장에서 손을 떼고, 허영심이 꺾인 꼴 그대로 슬금슬금 가 버렸어. 아마 제 이름을 읽을 줄 알게 됐으니 린턴만큼 교양을 갖췄다고 생각했나 본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놀랄 만큼 기가 죽은 거지."

"그만, 캐시 아가씨!" 내가 말을 끊었다. "꾸짖지는 않겠지만, 거기서 아가씨가 한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아요. 헤어턴도 히스클리프 도련님만큼이나 아가씨 사촌이라는 걸 기억했다면, 그렇게 구는 게 얼마나 못된 짓인지 느꼈을 거예요. 적어도 린턴만큼 교양을 갖추고 싶어 한 건 헤어턴으로서는 칭찬받을 만한 마음먹이였고, 아마 그냥 뽐내려고 배운 것도 아닐 거예요. 틀림없이 아가씨가 전에 그 애한테 무식한 걸 부끄럽게 만들었을 테고, 그 애는 그걸 고쳐서 아가씨 마음에 들고 싶었던 거예요. 서툴게나마 애쓴 걸 비웃는 건 아주 못 배운 짓이에요. 아가씨가 그 애 같은 형편에서 자랐다면 그보다 덜 무례했을까요? 그 애도 어릴 때는 아가씨만큼 눈치 빠르고 영리한 아이였어요. 그 비열한 히스클리프가 그 애를 그토록 부당하게 대했다고 해서 이제 그 애가 멸시받는 걸 보니 내 마음이 아파요."

"어머, 엘렌, 그 일로 울려는 건 아니지?" 아가씨는 내가 진지한 데 놀라서 소리쳤다. "하지만 기다려 봐. 녀석이 나를 기쁘게 하려고 글자를 익혔는지, 그런 짐승한테 공손하게 굴 만한 가치가 있는지 들어 보면 알 거야. 나는 안으로 들어갔어. 린턴은 긴 의자에 누워 있다가 나를 맞으려고 반쯤 몸을 일으켰어.

"'캐시, 나 오늘 밤엔 아파.' 그 애가 말했어. '그러니까 네가 이야기를 다 하고 나는 듣게 해 줘. 이리 와서 내 곁에 앉아. 네가 약속을 어기지 않을 줄 알았어. 가기 전에 또 약속하게 할 거야.'

"이제 그 애가 아프니까 들볶으면 안 된다는 걸 나는 알았기에, 조용조용 말하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어떻게든 그 애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했어. 나는 제일 좋은 책 몇 권을 그 애한테 주려고 가져갔는데, 그 애가 한 권을 조금 읽어 달라고 해서 막 그러려는 참에 언쇼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어. 곱씹을수록 독이 올랐던 거야. 녀석은 곧장 우리한테 다가오더니 린턴의 팔을 움켜쥐고 자리에서 휙 끌어냈어.

"'네 방으로 꺼져!' 녀석은 분에 받쳐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어. 얼굴은 부어오른 것처럼 보였고 사나웠어. '저 계집애가 너 보러 오거든 거기로 데려가. 네가 나를 여기서 내쫓지는 못할 거다. 둘 다 썩 꺼져!'

"녀석은 우리한테 욕을 퍼붓고 린턴한테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부엌으로 거의 내던지다시피 했고, 내가 따라 나가자 나를 때려눕히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어. 나는 잠깐 겁이 나서 책 한 권을 떨어뜨렸는데, 녀석은 그 책을 내 뒤로 걷어차 보내고 우리를 밖으로 내쫓고 문을 닫아 버렸어. 불가에서 심술궂게 갈라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그 밉살스러운 조지프가 뼈만 앙상한 손을 비비며 몸을 들썩이고 서 있었어.

"'저 녀석이 혼쭐을 내 줄 줄 알았구먼! 장한 녀석이여! 제대로 된 기백이 들었구먼! 저 녀석은 알아. 암, 나만큼이나 잘 알지, 저기 누가 쥔이 돼야 하는지. 헤, 헤, 헤! 너희를 아주 제대로 쫓아냈구먼! 헤, 헤, 헤!'

"'우리 어디로 가야 해?' 나는 그 늙은이가 비웃는 건 못 들은 척하고 사촌한테 물었어.

"린턴은 하얗게 질려서 떨고 있었어. 그때 그 애는 예쁘지 않았어, 엘렌. 아, 정말 아니었어! 끔찍해 보였어. 그 여윈 얼굴과 커다란 눈이 미친 듯하면서도 아무 힘도 없는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거든. 그 애는 문손잡이를 움켜쥐고 흔들었지만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어.

"'안 들여보내 주면 죽여 버릴 거야! 안 들여보내 주면 죽여 버릴 거야!' 그 애는 말한다기보다 비명을 질렀어. '악마! 악마!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야!'

"조지프가 또 까마귀 같은 웃음소리를 냈어.

"'저것 봐, 저게 그 애비여!' 조지프가 소리쳤어. '애비 그대로구먼! 우리 안엔 늘 양쪽 핏줄이 조금씩 들어 있는 법이여. 신경 쓰지 마라, 헤어턴, 겁낼 것 없다. 저게 너한테 손도 못 댄다!'

"나는 린턴의 손을 붙잡고 끌어당기려고 했지만, 그 애가 어찌나 끔찍하게 비명을 지르는지 감히 더는 그럴 수가 없었어. 마침내 그 애의 울부짖음은 무시무시한 기침 발작에 막혀 버렸고, 입에서 피가 쏟아지더니 그 애는 바닥에 쓰러졌어. 나는 겁에 질려 속이 메스꺼운 채 마당으로 뛰어나가서 있는 힘껏 질라를 불렀어. 질라는 헛간 뒤 외양간에서 소젖을 짜고 있다가 곧 내 목소리를 듣고는, 하던 일을 놓고 서둘러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어. 나는 설명할 숨도 없어서 질라를 끌고 들어가 린턴을 찾아 두리번거렸어. 언쇼가 제가 저지른 일을 살펴보러 나와 있었는데, 그때 그 가엾은 애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어. 질라하고 나는 그 뒤를 따라 올라갔지만, 녀석은 계단 꼭대기에서 나를 막아서더니 들어오면 안 된다고, 집에 가야 한다고 했어. 나는 네가 린턴을 죽였다고, 나는 꼭 들어가겠다고 소리쳤어. 조지프는 문을 잠그더니 나더러 '그런 짓은 못 한다'고 딱 잘라 말하고는, '너도 저 녀석처럼 미칠 작정이냐'고 물었어. 나는 가정부가 다시 나타날 때까지 서서 울었어. 질라는 린턴이 조금 있으면 나아질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비명을 지르고 시끄럽게 굴면 견디지 못할 거라고 단언하더니, 나를 붙잡고 거의 안다시피 해서 큰방으로 데려갔어.

"엘렌, 나는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어! 어찌나 흐느껴 울었는지 눈이 거의 멀 지경이었고, 엘렌이 그렇게 딱하게 여기는 그 불한당은 맞은편에 서서 이따금 감히 나더러 '쉿' 하라고 하고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우겼어. 그러다 마침내 내가 아빠한테 다 이를 거라고, 그러면 너는 감옥에 갇혀서 교수형을 당할 거라고 하자 겁을 먹고는 저도 엉엉 울기 시작하더니, 그 비겁하게 허둥대는 꼴을 감추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 버렸어. 그래도 녀석을 떨쳐 낸 건 아니었어. 마침내 사람들이 나를 억지로 돌려보내서 내가 그 집에서 백 야드쯤 떨어졌을 때, 녀석이 길가 그늘에서 불쑥 나타나더니 미니를 세우고 나를 붙잡았어.

"'캐시 아가씨, 나도 참 속상한데.' 녀석이 말을 꺼냈어. '그래도 이건 좀 너무……'

"나는 혹시 녀석이 나를 죽이려는 건 아닐까 싶어서 채찍으로 한 대 갈겼어. 녀석은 그 끔찍한 욕을 한마디 벼락같이 내지르며 손을 놓았고, 나는 반쯤 넋이 나간 채 말을 달려 집으로 왔어.

"그날 저녁 나는 엘렌한테 잘 자라는 인사도 하지 않았고, 이튿날에는 워더링 하이츠에 가지 않았어. 몹시 가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들떠서, 어떤 때는 린턴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까 봐 두려웠고 어떤 때는 헤어턴과 마주칠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거든. 사흘째 되는 날 나는 용기를 냈어, 적어도 더는 마음 졸이며 기다릴 수가 없어서 또 한 번 몰래 빠져나갔어. 다섯 시에 걸어서 갔는데, 아무 눈에도 띄지 않고 집 안으로 숨어들어 린턴의 방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개들이 내가 오는 걸 알렸어. 질라가 나를 맞더니 '도련님은 잘 낫고 있다우' 하고는, 작고 깔끔한 양탄자 깔린 방으로 데려갔는데, 거기서 나는 말할 수 없이 기쁘게도 린턴이 작은 소파에 누워 내 책 한 권을 읽고 있는 걸 보았어. 그런데 엘렌, 그 애는 꼬박 한 시간 동안 나한테 말도 걸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어, 그 애는 성미가 그렇게 불행해. 그리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그 애가 겨우 입을 열었는데 그 소동을 일으킨 건 나고 헤어턴은 잘못이 없다는 거짓말을 하더라는 거야! 화를 내지 않고는 대꾸할 수가 없어서, 나는 일어나서 방을 나와 버렸어. 그 애는 내 뒤에 대고 힘없이 '캐시!' 하고 불렀어. 내가 그렇게 대꾸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지만 나는 돌아가지 않았고, 이튿날은 내가 집에 있었던 두 번째 날이었는데, 나는 다시는 그 애를 보러 가지 않겠다고 거의 마음을 굳혔어. 그런데 그 애 소식을 하나도 듣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게 너무 비참해서, 그 결심은 채 다 굳기도 전에 허공으로 녹아 버렸어. 한 번 그 길을 가는 게 잘못으로 보인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안 가는 게 잘못으로 보였어. 마이클이 미니에 안장을 얹어야 하느냐고 물으러 왔길래 나는 '응' 하고 대답했고, 미니가 나를 태우고 언덕을 넘는 동안 나는 해야 할 도리를 하는 거라고 여겼어. 마당에 들어가려면 앞쪽 창들 앞을 지나야 해서 내가 온 걸 숨기려고 해 봐야 소용없었어.

"'젊은 도련님은 큰방에 계시우.' 내가 응접실로 가려는 걸 보고 질라가 말했어. 나는 들어갔는데, 언쇼도 거기 있었지만 곧바로 방을 나가 버렸어. 린턴은 커다란 팔걸이의자에 앉아 반쯤 졸고 있었고, 나는 불가로 걸어가서, 반쯤은 진심으로 그럴 작정을 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어.

"'린턴,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고, 내가 일부러 너를 괴롭히려고 온다고 생각하고, 내가 올 때마다 그런다고 우기니까, 이게 우리 마지막 만남이니 작별 인사를 하자, 그리고 히스클리프 씨한테 너는 나를 보고 싶지 않다고, 그러니 그 일로 더는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라고 전해.'

"'앉아서 모자 벗어, 캐시.' 그 애가 대답했어. '너는 나보다 훨씬 행복하니까 나보다 착해야 해. 아빠는 내 흠을 실컷 늘어놓고 나를 실컷 깔보니까, 내가 나 자신을 의심하는 것도 당연해. 나는 정말로 아빠 말처럼 내가 아주 쓸모없는 놈이 아닌가 자주 의심하고, 그러면 짜증이 나고 쓰라려서 모든 사람이 다 미워! 나는 거의 언제나 정말 쓸모없고 성미도 고약하고 마음보도 고약하니까, 네가 원한다면 작별 인사를 해도 돼, 성가신 짐을 하나 덜게 될 거야. 다만, 캐시, 이것만은 알아줘. 내가 너만큼 상냥하고 다정하고 착할 수 있다면, 너만큼 행복하고 건강해지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기꺼이 그렇게 될 거라는 걸 믿어 줘. 그리고 네가 친절하게 대해 줘서 나는 내가 네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이었을 때보다도 더 깊이 너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믿어 줘. 나는 너한테 내 본성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걸 아쉬워하고 뉘우쳐. 죽을 때까지 아쉬워하고 뉘우칠 거야!'

"나는 그 애가 참말을 한다고 느꼈고, 그 애를 용서해야 한다고, 다음 순간 또 다툰다 해도 또 용서해야 한다고 느꼈어. 우리는 화해했어. 하지만 내가 거기 있는 동안 둘 다 내내 울었어. 슬퍼서만은 아니었어. 그래도 린턴이 그렇게 비뚤어진 성미를 타고난 게 정말 슬펐어. 그 애는 친구들을 절대 편하게 두지 않을 거고, 자기 자신도 절대 편할 날이 없을 거야! 그날 밤 이후로 나는 늘 그 애의 작은 응접실로 갔어, 이튿날 그 애 아빠가 돌아왔거든.

"우리가 첫날 저녁처럼 즐겁고 희망에 차 있었던 건 아마 세 번쯤이고, 나머지 방문은 어떤 때는 그 애의 이기심과 심술 때문에, 어떤 때는 그 애가 아파서 쓸쓸하고 괴로웠어. 그래도 나는 그 애가 아픈 걸 견디는 것만큼이나 그 애의 이기심과 심술도 거의 원망하지 않고 견디는 법을 배웠어. 히스클리프 씨는 일부러 나를 피해서, 나는 그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어.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는 내가 여느 때보다 일찍 갔더니, 그 사람이 가엾은 린턴을 전날 밤에 한 짓 때문에 잔인하게 욕하는 소리가 들렸어. 엿듣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걸 알았는지 모르겠어. 린턴이 약 올리게 군 건 틀림없어. 그래도 그건 나 말고는 아무도 상관할 일이 아니어서, 나는 들어가서 그렇게 말하고 히스클리프 씨의 훈계를 가로막았어. 그 사람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내가 그 일을 그렇게 본다니 기쁘다고 하면서 가 버렸어. 그 뒤로 나는 린턴한테 쓰라린 말은 속삭여서 하라고 일렀어. 자, 엘렌, 이제 다 들었지. 내가 워더링 하이츠에 가는 걸 막으려면 두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 수밖에 없지만, 엘렌이 아빠한테만 말하지 않으면, 내가 가는 건 아무의 평화도 흐트러뜨리지 않아. 말하지 않을 거지? 말하면 정말 매정한 거야."

"그 일은 내일까지 마음을 정할게요, 캐시 아가씨." 내가 대답했다. "좀 생각해 봐야 하니까요. 그러니 아가씨는 쉬게 두고 나는 가서 곰곰이 생각해 볼게요."

나는 아가씨 방에서 곧장 주인 방으로 가서, 아가씨가 사촌과 나눈 이야기와 헤어턴에 관한 말만 빼고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으로 그 일을 주인 앞에서 소리 내어 생각해 보았다. 린턴 씨는 나에게 내색하는 것보다 더 놀라고 괴로워했다. 아침에 캐시는 내가 자기의 믿음을 저버렸다는 것을 알았고, 몰래 다니던 나들이도 끝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아가씨는 그 금지에 맞서 울고 몸부림치며 린턴을 가엾게 여겨 달라고 아버지에게 애원했지만 다 헛일이었고, 아가씨가 위안으로 얻은 것은, 아버지가 린턴에게 편지를 써서 언제든 오고 싶을 때 그레인지에 와도 좋다고 허락하겠다는 약속뿐이었다. 다만 앞으로 워더링 하이츠에서 캐시를 만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일러 두겠다고 했다. 아마 주인이 조카의 성품과 건강 상태를 알았더라면 그 작은 위안마저 거두어들이는 게 옳다고 여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