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
폭풍의 언덕제17장
차례
로그인

제17장

그 금요일이 그 뒤 한 달 동안 우리가 맞은 마지막 좋은 날이었다. 저녁이 되자 날씨가 무너졌다. 바람이 남풍에서 북동풍으로 바뀌더니 먼저 비를 몰고 왔고, 그다음에는 진눈깨비와 눈을 몰고 왔다. 이튿날에는 세 주 동안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졌다는 것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 앵초와 크로커스는 겨울 눈 더미 밑에 파묻혔고, 종다리는 입을 다물었으며, 일찍 잎을 낸 나무들의 어린잎은 된서리를 맞아 시커멓게 타 버렸다. 그리고 그 이튿날은 얼마나 음울하고 춥고 처량하게 느릿느릿 지나갔는지! 주인은 제 방에 틀어박혀 있었고, 나는 쓸쓸한 거실을 차지해 아기 방으로 꾸며 놓았다. 그렇게 나는 칭얼대는 인형 같은 아기를 무릎에 눕혀 이리저리 흔들어 주면서, 커튼을 걷어 둔 창에 여전히 휘몰아치는 눈송이가 수북이 쌓여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때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숨을 헐떡이며 웃으면서 들어왔다! 잠깐 동안은 놀라움보다 화가 더 컸다. 나는 하녀 가운데 하나인 줄 알고 소리쳤다. "그만둬! 어디서 감히 여기서 그렇게 경망스럽게 굴어? 린턴 나리께서 들으시면 뭐라고 하시겠어?"

"미안해!" 귀에 익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에드거가 자리에 누워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나도 어쩔 수가 없어."

그렇게 말하며 그 사람은 숨을 헐떡이고 옆구리에 손을 댄 채 난롯가로 다가왔다.

"워더링 하이츠에서 여기까지 줄곧 뛰어왔어!" 잠깐 숨을 돌린 뒤 그 사람이 말을 이었다. "날다시피 한 데 말고는. 몇 번이나 넘어졌는지 셀 수도 없어. 아, 온몸이 다 쑤셔! 놀라지 마! 말할 수 있게 되는 대로 다 설명해 줄게. 그러니 제발 나가서 나를 기머턴까지 태워다 줄 마차를 대라고 일러 주고, 하인한테 내 옷장에서 입을 옷가지를 몇 벌 찾아 오라고 해 줘."

들어온 사람은 히스클리프 부인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웃을 형편은 아닌 것 같았다. 머리는 눈과 물에 흠뻑 젖어 어깨 위로 늘어져 있었고, 옷은 늘 입던 처녀 적 옷차림 그대로였는데, 그건 지금의 처지보다는 나이에 어울리는 옷이었다. 목이 깊이 파이고 소매가 짧은 옷을 입었을 뿐 머리에도 목에도 아무것도 두르지 않았다. 옷은 얇은 비단이라 물에 젖어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고, 발에는 얇은 실내화만 신고 있었다. 게다가 한쪽 귀 밑에는 깊이 베인 상처가 있었는데 날이 추운 덕분에 겨우 피가 철철 흐르지 않고 있었고, 얼굴은 하얗게 질린 채 긁히고 멍이 들었으며, 몸은 지쳐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니 찬찬히 살펴볼 겨를이 생긴 뒤에도 처음의 놀라움이 별로 가시지 않았다는 것을 나리도 짐작하실 거예요.

"아가씨." 나는 외쳤다. "아가씨가 젖은 옷을 모두 벗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실 때까지 저는 아무 데도 안 가고 아무 말씀도 안 들을 거예요. 그리고 오늘 밤에는 절대로 기머턴에 가실 수 없으니 마차를 대라고 할 필요도 없어요."

"아니, 꼭 갈 거야." 아가씨가 말했다. "걸어서든 마차를 타서든. 그래도 점잖게 옷을 갈아입는 건 마다하지 않을게. 그리고, 아, 이것 봐, 이제 목으로 피가 흘러내리네! 불을 쬐니까 정말 쓰라려."

아가씨는 내가 자기를 만지기 전에 먼저 시킨 대로 하라고 고집했고, 마부에게 채비를 하라고 이르고 하녀에게 필요한 옷가지를 꾸리게 한 뒤에야, 나는 상처를 싸매고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와 드려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자, 엘렌." 내가 일을 다 마치고 아가씨가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난롯가 안락의자에 앉자 아가씨가 말했다. "내 맞은편에 앉아. 그리고 가엾은 캐서린의 아기는 저리 치워. 보고 싶지 않아! 내가 들어오면서 그렇게 어리석게 굴었다고 해서 내가 캐서린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기면 안 돼. 나도 울었어, 쓰라리게. 그래, 누구보다 더 울 까닭이 있으니까. 우리는 화해도 못 하고 헤어졌잖아, 너도 기억하지.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자를 동정할 생각은 없었어, 그 짐승 같은 놈! 아, 부지깽이 좀 줘! 이게 내 몸에 남은 그자의 마지막 물건이야." 아가씨는 약손가락에서 금반지를 빼서 바닥에 내던졌다. "부숴 버릴 거야!" 아가씨는 어린애처럼 앙심을 품고 반지를 내리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태워 버릴 거야!" 그러고는 그 험한 꼴을 당한 물건을 집어 숯불 속에 떨어뜨렸다. "됐어! 나를 다시 데려가게 되면 새로 하나 사라지. 에드거를 약 올리려고 나를 찾으러 올 수도 있는 자야. 그자의 못된 머리에 그런 생각이 들까 봐 나는 여기 머물 엄두가 안 나! 게다가 에드거는 나한테 다정하게 굴지 않았잖아, 그렇지? 나는 오빠한테 도와 달라고 애원하러 오지는 않을 거고, 오빠를 더 곤란하게 만들지도 않을 거야. 어쩔 수 없어서 여기로 피해 왔지만, 오빠가 자리에 누워 있다는 걸 몰랐다면 부엌에만 들러서 세수하고 몸을 녹이고, 필요한 걸 너한테 가져다 달라고 한 다음, 저주받을 내 그…… 그 도깨비 같은 놈의 손이 닿지 않는 어디로든 다시 떠났을 거야! 아, 그자가 얼마나 길길이 날뛰었는지! 그자한테 붙잡혔더라면! 언쇼가 힘으로 그자를 당해 내지 못하는 게 아쉬워. 힌들리가 해낼 수만 있었다면 나는 그자가 거의 박살이 나는 걸 볼 때까지 달아나지 않았을 거야!"

"그렇게 빨리 말씀하지 마세요, 아가씨!" 내가 말을 끊었다. "얼굴에 감아 드린 손수건이 흐트러져서 상처에서 다시 피가 날 거예요. 차를 드시고 숨을 좀 돌리시고, 웃음은 그만두세요. 이 지붕 밑에서도, 아가씨 형편에도 웃음은 영 어울리지 않아요!"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야." 아가씨가 대답했다. "저 애 우는 소리 좀 들어 봐! 쉬지 않고 울어 대네. 한 시간만 내 귀에 안 들리게 데려가 줘. 더 오래 있지는 않을 거야."

나는 종을 울려 아기를 하인에게 맡겼고, 그러고 나서 무엇 때문에 그토록 터무니없는 꼴로 워더링 하이츠를 빠져나왔는지, 그리고 우리와 함께 머물지 않겠다니 어디로 갈 작정인지 물었다.

"나는 여기 남아야 하고, 남고 싶기도 했어." 아가씨가 대답했다. "에드거를 위로하고 아기를 돌보려고, 그 두 가지 때문에, 그리고 그레인지가 내 진짜 집이니까. 하지만 정말이지 그자가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 내가 살이 오르고 즐겁게 지내는 꼴을 그자가 보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평온하게 지낸다는 생각을 하고도 우리의 위안에 독을 탈 작정을 하지 않을 것 같아? 이제 나는 그자가 나를 몹시 미워한다는 걸, 내가 귀에 들리거나 눈에 보이는 데 있기만 해도 그자가 정말로 성가셔할 만큼 미워한다는 걸 확신하게 되어서 속이 시원해. 내가 그자 앞에 나타나면 그자의 얼굴 근육이 저도 모르게 일그러져서 증오의 표정을 짓는 걸 나는 알아차려, 내가 그자를 미워할 까닭이 넉넉하다는 걸 그자가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나를 싫어했기 때문이기도 하지. 그 미움이 워낙 세니까, 내가 감쪽같이 빠져나가기만 하면 그자가 온 잉글랜드를 뒤지며 나를 쫓아오지는 않을 거라고 나는 거의 확신할 수 있고, 그러니 나는 아주 멀리 가 버려야 해. 그자 손에 죽고 싶다던 처음의 바람에서는 이제 벗어났어. 차라리 그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면 좋겠어! 그자는 내 사랑을 깨끗이 꺼 버렸고, 그래서 나는 마음이 편해. 내가 그자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직도 기억할 수 있고, 만약 그때…… 아니야, 아니야! 그자가 나를 끔찍이 아꼈다 해도 그 악마 같은 본성은 어떻게든 드러나고 말았을 거야. 그자를 그렇게 잘 알면서도 그토록 소중히 여겼다니 캐서린은 지독하게 비뚤어진 취향을 가졌던 거야. 괴물 같으니! 그자가 이 세상에서도, 내 기억에서도 깨끗이 지워져 버렸으면!"

"쉿, 쉿! 그래도 사람이에요." 내가 말했다. "좀 더 너그러워지세요. 그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도 아직 세상에 있어요!"

"그자는 사람이 아니야." 아가씨가 쏘아붙였다. "그리고 그자는 내 너그러움을 바랄 자격이 없어. 나는 그자한테 내 마음을 주었는데, 그자는 그걸 받아서 꼬집고 비틀어 죽여 버린 다음 나한테 도로 내던졌어. 사람은 마음으로 느끼는 거야, 엘렌. 그런데 그자가 내 마음을 망가뜨려 버렸으니 나는 그자를 위해 느낄 힘이 없어. 그자가 오늘부터 죽는 날까지 신음하고 캐서린 때문에 피눈물을 흘린다 해도 나는 그자를 불쌍히 여기지 않을 거야, 정말, 정말로 안 그럴 거야!" 그러고는 이저벨라는 울기 시작했지만, 곧 속눈썹의 눈물을 훔쳐 내고 다시 말을 이었다. "결국 무엇 때문에 내가 도망쳤느냐고 물었지? 나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 그자의 분노를 그자의 악의보다 한 단계 더 높이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거든. 벌겋게 달군 집게로 신경을 뽑아내려면 머리를 내리치는 것보다 더 냉정해야 하잖아. 그자는 하도 약이 올라서 늘 자랑하던 그 악마 같은 조심성마저 잊어버리고 정말로 사람을 죽일 듯이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어. 나는 그자를 격분하게 만들 수 있다는 데서 기쁨을 맛보았고, 그 기쁨 덕분에 나를 지키려는 본능이 깨어나서 나는 보란 듯이 빠져나와 버렸어. 그러니 내가 다시 그자 손에 들어가는 날이면, 그자는 마음껏 끔찍한 앙갚음을 해도 좋아.

"너도 알다시피 어제는 언쇼 씨가 장례식에 가야 했어. 그래서 그 사람은 그 일 때문에 술을 끊고 버텼어. 그럭저럭 맨정신으로 말이야. 저녁 여섯 시에 미쳐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밤 열두 시에 취해서 일어나는 짓은 안 했어. 그 바람에 그 사람은 제 목숨이라도 끊을 것처럼 침울하게 일어났는데, 교회에 갈 꼴도 아니었고 춤추러 갈 꼴은 더더구나 아니었으니, 장례식에 가는 대신 난롯가에 앉아서 진인지 브랜디인지를 큰 잔으로 들이켜기 시작했어.

"히스클리프는, 그 이름을 입에 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쳐! 지난 일요일부터 오늘까지 그 집에 거의 붙어 있지 않았어. 천사들이 그자를 먹여 살렸는지 땅 밑의 제 친척들이 먹여 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일주일 동안 우리와 한 끼도 같이 앉아 먹은 적이 없어. 그자는 새벽에야 집에 돌아와서 위층 제 방으로 올라가 문을 잠가 버렸어. 누가 그자하고 같이 있고 싶어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고는 거기서 감리교도처럼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다만 그자가 애원하는 신은 아무 느낌도 없는 흙과 재였고, 하느님을 부를 때는 하느님을 제 검은 아비하고 묘하게 뒤섞어 버리더라! 그 귀한 기도를 마치고 나면, 그 기도는 대개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목구멍 속에서 막혀 버릴 때까지 이어졌는데, 그자는 다시 집을 나갔어, 언제나 곧장 그레인지로! 에드거가 왜 경관을 불러서 그자를 붙잡아 가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어! 나로서는 캐서린 일로 슬프기는 했지만, 그 치욕스러운 억압에서 놓여난 이 며칠을 무슨 휴일처럼 여기지 않을 수가 없었어.

"나는 기운을 되찾아서 조지프의 끝도 없는 설교를 울지 않고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전처럼 겁먹은 도둑의 발걸음으로 집 안을 오가지 않게 되었어. 조지프가 무슨 말을 하든 내가 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 사람하고 헤어턴은 정말 지긋지긋한 말벗이니까, '꼬마 쥔 양반'하고 그 애를 든든히 편드는 그 밉살스러운 늙은이하고 같이 앉아 있느니, 차라리 힌들리하고 앉아서 그 사람의 끔찍한 소리를 듣는 게 나아! 히스클리프가 집에 있을 때는 나는 부엌으로 가서 그 사람들하고 같이 있든가, 아니면 사람이 살지 않는 눅눅한 방들에서 혼자 굶든가 둘 중 하나를 해야 해. 그자가 없을 때는, 이번 주가 그랬는데, 나는 큰방 난롯가 한구석에 탁자와 의자를 갖다 놓고 언쇼 씨가 무얼 하든 신경 쓰지 않는데, 그 사람도 내가 그렇게 자리 잡는 데 간섭하지 않고. 그 사람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으면 예전보다 조용해졌어. 더 뚱하고 침울해졌고 덜 사나워졌어. 조지프는 그 사람이 딴사람이 된 게 틀림없다고, 주님께서 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셨고 그 사람이 '불 가운데서 얻은 것 같은' 구원을 받았다고 장담해. 나는 그런 좋은 변화의 낌새를 찾아보려 해도 도무지 모르겠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야.

"어젯밤 나는 내 구석 자리에 앉아서 열두 시가 다 되도록 낡은 책을 몇 권 읽었어. 바깥에는 사나운 눈보라가 몰아치고 내 생각은 자꾸 교회 묘지와 새로 만든 무덤으로 되돌아가는데, 위층 내 방으로 올라가자니 너무나 처량했거든! 앞에 놓인 책장에서 눈을 들 엄두가 나지 않았어. 눈을 들기만 하면 그 서글픈 광경이 곧바로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으니까. 힌들리는 손으로 머리를 괴고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데, 아마 같은 일을 생각하고 있었을 거야. 정신을 놓을 만큼 마시기 전에 술을 그만두었고, 두세 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어. 집 안에는 이따금 창을 뒤흔드는 바람의 신음 소리와, 숯불이 희미하게 탁탁 튀는 소리와, 내가 이따금 기다랗게 자란 초 심지를 자를 때 심지 가위가 딸깍하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없었어. 헤어턴과 조지프는 아마 잠자리에서 곤히 자고 있었을 거야. 정말, 정말 서글펐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어. 세상에서 모든 기쁨이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거든.

"그 음울한 고요를 마침내 깨뜨린 건 부엌 걸쇠 소리였어. 히스클리프가 여느 때보다 일찍 망보기를 마치고 돌아온 거야. 아마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쳐서 그랬겠지. 그쪽 문은 잠겨 있어서, 그자가 다른 문으로 들어오려고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일어섰는데 내 입술에 떠오른 감정을 누를 수가 없었던지, 문 쪽을 노려보고 있던 내 말벗이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보았어.

"'5분만 저놈을 밖에 묶어 두겠소.' 그 사람이 외쳤어. '반대하지 않겠지요?'

"'네, 나로서는 밤새도록 밖에 두셔도 좋아요.' 내가 대답했어. '그렇게 하세요! 자물쇠에 열쇠를 꽂고 빗장을 지르세요.'

"언쇼는 손님이 정면 문에 닿기 전에 그렇게 해치우고 나서 와서는, 내 탁자 맞은편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탁자 위로 몸을 숙이며, 자기 눈에서 번득이는 불타는 증오에 내가 공감하는지 내 눈 속을 더듬었어. 그 사람은 겉모습도 마음속도 영락없는 암살자 같아서 내 눈에서 그런 공감을 꼭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나한테 말을 꺼낼 용기를 얻을 만큼은 찾아냈지.

"'당신이나 나나,' 그 사람이 말했어. '저 바깥에 있는 놈한테 저마다 갚아야 할 큰 빚이 있소! 우리 둘 다 겁쟁이가 아니라면 힘을 합쳐서 그 빚을 갚을 수도 있을 거요. 당신도 당신 오라비만큼 물러 터졌소? 끝까지 참기만 하고 한 번도 갚아 줄 생각을 안 할 작정이오?'

"'이젠 참는 데 지쳤어요.' 내가 대답했어. '나한테 되돌아오지 않는 앙갚음이라면 기꺼이 하겠어요. 하지만 배신과 폭력은 양쪽 끝이 다 뾰족한 창이에요. 그걸 쓰는 사람을 원수보다 더 심하게 다치게 하지요.'

"'배신과 폭력에는 배신과 폭력으로 갚는 게 마땅하오!' 힌들리가 외쳤어. '히스클리프 부인, 당신한테 아무것도 해 달라고 하지 않겠소. 그저 가만히 앉아서 입만 다물고 있으시오. 자, 말해 보시오, 할 수 있소? 그 악마 놈의 목숨이 끝나는 걸 지켜보는 건 틀림없이 당신한테도 나만큼 즐거울 거요. 당신이 그놈을 앞지르지 않으면 그놈이 당신을 죽일 거고, 그놈은 나를 파멸시킬 거요. 빌어먹을 지옥 같은 악당 놈! 벌써 제가 이 집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문을 두드리는군! 입을 다물겠다고 약속하시오. 저 시계가 치기 전에, 한 시가 되려면 3분 남았소, 당신은 자유로운 몸이 될 거요!'

"그 사람은 내가 편지에서 너한테 말한 그 연장을 가슴팍에서 꺼내더니 촛불을 끄려 했어. 그러나 나는 촛불을 홱 낚아채고 그 사람의 팔을 붙잡았어.

"'입을 다물지 않겠어요!' 내가 말했어. '그 사람을 건드리면 안 돼요. 문을 닫아 둔 채로 가만히 계세요!'

"'안 되오! 나는 마음을 정했고, 하느님께 맹세코 해치우고 말겠소!' 그 자포자기한 사람이 외쳤어. '당신이 싫다 해도 당신한테 은혜를 베풀고 헤어턴한테는 정의를 찾아 주겠소! 그리고 나를 감싸 주려고 머리 쓸 것 없소. 캐서린은 가 버렸소. 내가 지금 당장 내 목을 딴다 해도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나를 아쉬워하거나 부끄러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이제 끝장을 낼 때요!'

"차라리 곰하고 씨름을 하거나 미친 사람하고 이치를 따지는 편이 나았을 테니, 나한테 남은 단 하나의 수는 격자창으로 달려가서, 그자가 노리는 희생자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미리 일러 주는 것뿐이었어.

"'오늘 밤엔 다른 데 가서 피하는 게 좋을걸!' 나는 꽤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외쳤어. '네가 기어이 들어오려고 하면 언쇼 씨가 너를 쏘아 죽일 작정이야.'

"'문이나 열어, 이 ……' 그자가 대답하며 나를 고상한 이름으로 불렀는데, 그 말은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

"'나는 이 일에 끼어들지 않을 거야.' 나는 다시 쏘아붙였어. '들어와서 총에 맞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나는 할 도리를 다했어.'

"그러고 나서 나는 창을 닫고 난롯가 제자리로 돌아왔어. 그자를 위협하는 위험을 걱정하는 척할 만큼 위선을 넉넉히 갖고 있지는 않았거든. 언쇼는 나한테 격하게 욕을 퍼부었어. 내가 아직도 그 악당을 사랑한다고 우기면서, 내가 비열한 마음을 드러냈다고 온갖 욕설을 다 해 댔어. 그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어(양심은 한 번도 나를 나무라지 않았어). 히스클리프가 그 사람을 비참한 신세에서 끝내 준다면 그 사람한테 얼마나 축복일까, 그리고 그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그자가 있어야 할 곳으로 보내 준다면 나한테는 또 얼마나 축복일까! 내가 그런 생각을 곱씹으며 앉아 있는데, 내 뒤의 여닫이창이 히스클리프의 주먹 한 방에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고, 그자의 시커먼 얼굴이 섬뜩하게 안을 들여다보았어. 창살 사이가 너무 좁아서 어깨까지 들어올 수는 없었으므로, 나는 안전하다고 여기고 득의만면해서 웃었어. 그자의 머리와 옷은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고, 추위와 분노에 드러난 사람 잡아먹는 귀신 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어둠 속에서 번득이고 있었어.

"'이저벨라, 들여보내 줘. 안 그러면 후회하게 해 주겠어!' 그자가 조지프 말마따나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댔어.'

"'나는 살인은 못 해.' 내가 대답했어. '힌들리 씨가 칼하고 장전한 권총을 들고 보초를 서고 있어.'

"'부엌문으로 들여보내 줘.' 그자가 말했어.

"'힌들리가 나보다 먼저 거기 가 있을 거야.' 내가 대답했어. '눈발 한 번 못 견디다니 네 사랑도 참 보잘것없구나, 여름 달이 비추는 동안은 우리를 잠자리에서 편히 쉬게 내버려 두더니, 겨울바람이 한 번 되돌아오자마자 피할 데를 찾아 허겁지겁 달려오다니! 히스클리프, 내가 너라면 그 여자 무덤 위에 가서 몸을 쭉 뻗고 충직한 개처럼 죽겠어. 이제 이 세상은 정말 살 가치가 없잖아, 그렇지? 캐서린이 네 삶의 기쁨의 전부라고 너는 나한테 똑똑히 심어 주었지. 캐서린을 잃고도 살아남을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어.'

"'저기 있소, 그렇지?' 내 말벗이 창 틈으로 달려가며 외쳤어. '팔만 내밀 수 있으면 저놈을 칠 수 있겠소!'

"엘렌, 너는 나를 정말 못된 여자라고 여기겠지. 하지만 너는 다 알지 못하니까 함부로 판단하지 마.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자의 목숨이라도 노리는 일을 돕거나 부추기지는 않았을 거야. 그자가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건 어쩔 수 없어. 그러니 그자가 언쇼의 무기에 몸을 던져 그 사람 손에서 그걸 비틀어 빼앗았을 때, 나는 몹시 실망했고 내가 비아냥거린 말이 무슨 일을 불러올지 무서워서 기운이 쭉 빠졌어.

"총알이 터졌고, 칼은 튕겨 나오면서 주인의 손목에 박히며 접혔어. 히스클리프가 있는 힘을 다해 그걸 뽑아내자 칼이 빠져나오면서 살이 쭉 찢어졌는데, 그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 칼을 제 주머니에 쑤셔 넣었어. 그러고는 돌을 하나 집어 들고 창 두 개 사이의 칸막이를 쳐서 무너뜨리고는 훌쩍 뛰어 들어왔어. 그자의 적수는 지독한 아픔과 동맥인지 큰 정맥인지에서 콸콸 쏟아지는 피 때문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데, 그 불한당은 그 사람을 걷어차고 짓밟고 판석 바닥에 머리를 몇 번이고 내리찧었는데, 그동안 한 손으로는 내가 조지프를 부르지 못하게 나를 붙잡고 있었어. 그 사람을 아예 끝장내지 않으려고 그자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자기를 억눌렀지만, 숨이 차자 마침내 손을 멈추고는, 숨이 끊어진 것 같은 몸을 긴 의자 위로 끌어다 놓았어. 그러고는 언쇼의 외투 소매를 찢어서 상처를 아주 거칠게 동여맸는데, 그러는 동안 아까 걷어찰 때만큼이나 기운차게 침을 뱉고 욕을 퍼부어 대고 있었어. 풀려나자마자 나는 지체 없이 늙은 하인을 찾으러 갔어. 그 사람은 내가 허겁지겁 늘어놓는 이야기의 뜻을 차츰 알아듣더니, 헐떡거리며 계단을 두 칸씩 뛰어 내려오며 말했어.

"'이게 뭔 일이여, 이게? 이게 뭔 일이여?'

"'뭔 일이냐 하면,' 히스클리프가 벼락같이 소리쳤어. '네 주인이 미쳤다는 거야. 앞으로 한 달만 더 살면 정신 병원에 처넣고 말겠어. 그런데 이 이 빠진 사냥개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문밖에 가둬 놨어? 거기 서서 웅얼웅얼 중얼거리지 마. 자, 나는 이놈 간호는 안 할 거야. 저걸 닦아 내. 그리고 네 촛불 불똥 조심해. 저건 절반 넘게 브랜디니까!'

"'그러니까 댁이 쥔 양반을 죽이려 들었구려?' 조지프가 질겁해서 두 손과 눈을 치켜들며 소리쳤어. '내 평생 이런 꼴은 처음 보는구먼! 주여, 부디……'

"히스클리프는 그 사람을 떠밀어 핏물 한가운데 무릎을 꿇리고는 수건을 던져 주었어. 그런데 그 사람은 피를 닦아 내는 대신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시작했는데, 그 기도의 말투가 하도 이상해서 나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지 뭐야. 나는 무슨 일에도 놀라지 않을 마음 상태였어. 사실 교수대 밑에 선 어떤 죄인들처럼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지.

"'아, 너를 잊고 있었군.' 그 폭군이 말했어. '네가 그 일을 해. 엎드려. 그리고 너도 저놈하고 짜고 나한테 맞섰지, 이 독사 같은 것아? 자, 너한테 딱 어울리는 일이야!'

"그자는 이가 딱딱 부딪칠 만큼 나를 흔들어 대고는 조지프 옆에 내동댕이쳤어. 조지프는 꿋꿋이 기도를 끝마치고 일어서더니 당장 그레인지로 가겠다고 맹세했어. 린턴 씨는 치안 판사이니, 아내를 쉰 명 잃었다 해도 이 일은 조사해야 한다는 거였지. 조지프가 하도 고집스럽게 마음을 굳히니까, 히스클리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 입으로 되풀이하게 만드는 게 낫겠다고 여겼고, 그자가 악의로 가슴을 들썩이며 내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동안 나는 그자가 묻는 대로 마지못해 이야기를 했어. 히스클리프가 먼저 공격한 게 아니라고 늙은이를 납득시키는 데는 무척 애를 먹었어. 내가 겨우 짜낸 대답으로는 더 그랬지. 그래도 언쇼 씨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건 곧 늙은이도 알게 되었고, 조지프는 서둘러 그 사람한테 독한 술을 한 모금 먹였는데, 그 덕분에 그 집 주인은 곧 몸을 움직이고 정신을 차렸어. 히스클리프는 정신을 잃은 동안 무슨 일을 당했는지 상대가 모른다는 걸 알고서, 그 사람이 술에 취해 헛소리를 한다고 몰아붙이고는, 그 사람의 흉악한 짓은 더 문제 삼지 않겠지만 자러 가는 게 좋을 거라고 했지. 그렇게 현명한 충고를 하고는 그자가 우리를 두고 나가서 나는 기뻤어. 힌들리는 난롯돌 위에 몸을 쭉 뻗고 누웠고, 나는 이렇게 쉽게 빠져나온 게 신기해하며 내 방으로 갔어.

"오늘 아침 한낮이 되기 30분쯤 전에 내려가 보니, 언쇼 씨는 죽을 것처럼 아픈 얼굴로 난롯가에 앉아 있었고, 그 사람의 악령도 거의 그만큼 수척하고 섬뜩한 얼굴로 굴뚝에 기대 서 있었어. 둘 다 밥을 먹을 생각은 없는 것 같아서, 나는 식탁 위의 음식이 다 식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혼자 먹기 시작했어.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맛있게 먹었고, 이따금 말없는 두 사람 쪽을 흘끗 보면서 어떤 만족감과 우월감을 맛보았고, 내 안에 거리낄 것 없는 양심이 있다는 데서 위안을 느꼈어. 다 먹고 나서 나는 여느 때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을 감히 해 보았어. 난롯가로 다가가서 언쇼의 자리를 돌아 그 사람 곁 구석에 무릎을 꿇고 앉은 거야.

"히스클리프는 내 쪽을 흘끗 보지도 않았고, 나는 그자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그 얼굴이 돌로 변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거의 마음 놓고 찬찬히 뜯어보았어. 한때는 그토록 사내답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그토록 악마 같다고 생각하는 그 이마에는 무거운 먹구름이 드리워 있었고, 노려보기만 해도 사람을 죽인다는 괴물 바실리스크 같은 그 눈은 잠을 못 자서, 그리고 어쩌면 울어서, 거의 빛이 꺼져 있었어. 그때 속눈썹이 젖어 있었거든. 입술에서는 그 사나운 비웃음이 사라지고 말할 수 없이 슬픈 표정으로 굳게 닫혀 있었어.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는 그런 슬픔 앞에서 얼굴을 가렸을 거야. 하지만 그자의 경우에는 흐뭇했어. 쓰러진 원수를 모욕하는 건 비열해 보이지만, 나는 화살 하나 꽂아 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어. 그자가 약해진 때가 아니면 당한 대로 갚아 주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때가 없었으니까."

"저런, 저런, 아가씨!" 내가 말을 끊었다. "누가 들으면 아가씨가 평생 성경 한 번 펼쳐 보지 않은 줄 알겠어요. 하느님께서 아가씨의 원수에게 벌을 내리신다면 그걸로 아가씨는 만족하셔야지요. 그 사람이 받는 고통에 아가씨의 고통까지 보태는 건 비열하고 주제넘은 짓이에요!"

"보통은 그렇다는 걸 인정할게, 엘렌." 아가씨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히스클리프한테 내린 어떤 불행이 나를 만족시킬 수 있겠어, 내가 거기 손을 대지 않는다면? 내가 그자를 괴롭게 할 수 있고 그자가 그게 나 때문이라는 걸 알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자가 지금보다 덜 괴로운 편이 나아, 아, 나는 그자한테 받은 게 너무 많으니까. 내가 그자를 용서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을 수 있다면. 괴로움으로 비틀릴 때마다 똑같이 비틀어 돌려줄 수 있다면. 그자를 내 처지로 끌어내릴 수 있다면. 그자가 먼저 해쳤으니 그자가 먼저 용서를 빌게 만들 수 있다면. 그러면, 그러면 말이야, 엘렌, 너한테 어느 정도 너그러움을 보여 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앙갚음을 할 수 있다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니까, 나는 그자를 용서할 수 없어. 힌들리가 물을 달라고 해서 나는 잔을 건네주며 좀 어떠냐고 물었어.

"'바라는 만큼 아프지는 않소.' 그 사람이 대답했어. '하지만 팔은 빼고라도 온몸이 꼬마 악마 한 무리하고 싸우기라도 한 것처럼 성한 데가 없소!'

"'그래요, 그럴 만도 하지요.' 나는 다음에 이렇게 말했어. '캐서린은 자기가 오빠가 몸을 다치지 않게 막아 준다고 뽐내곤 했어요. 어떤 사람이 자기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오빠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뜻이었지요. 사람들이 무덤에서 정말로 일어나지 않는 게 다행이에요. 안 그랬으면 어젯밤 캐서린은 역겨운 꼴을 봤을 테니까요! 가슴하고 어깨에 멍들고 찢어진 데가 없으세요?'

"'모르겠소.' 그 사람이 대답했어. '그런데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쓰러져 있을 때 그놈이 감히 나를 쳤단 말이오?'

"'그 사람이 당신을 짓밟고 걷어차고 바닥에 내리찧었어요.' 내가 속삭였어. '그리고 이빨로 당신을 물어뜯고 싶어서 군침을 흘렸어요. 그 사람은 반만 사람이니까요. 아니, 반도 안 되고 나머지는 악마예요.'

"언쇼 씨는 나처럼 우리 둘의 원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어. 그자는 제 괴로움에 빠져서 둘레의 무엇에도 무감각한 것 같았어. 그자가 오래 서 있으면 있을수록 그 생각의 시커먼 빛깔이 얼굴에 더 또렷이 드러났어.

"'아, 하느님이 내가 숨넘어갈 때 저놈을 목 졸라 죽일 힘만 주신다면 나는 기쁘게 지옥에 가겠소.' 그 성급한 사람이 일어나려고 몸부림치다가, 그 싸움을 감당할 힘이 없다는 걸 깨닫고 절망해서 도로 주저앉으며 신음했어.

"'아니요, 저 사람이 당신네 집안 사람을 하나 죽인 것으로 충분해요.' 나는 소리 내어 말했어. '그레인지에서는 히스클리프 씨가 없었다면 당신 누이가 지금도 살아 있을 거라는 걸 다들 알아요. 결국 저 사람한테는 사랑받느니 미움받는 편이 낫겠어요.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저 사람이 오기 전에 캐서린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떠올리면 그 사람이 온 그날을 저주하고 싶어져요.'

"아마 히스클리프는 그 말을 한 사람의 속셈보다는 그 말이 맞다는 데 더 마음이 쏠렸을 거야. 그자의 주의가 깨어난 게 보였어. 그자의 눈에서 눈물이 재 위로 비처럼 떨어졌고, 그자는 숨이 막힐 듯이 한숨을 쉬었으니까. 나는 그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비웃듯이 웃었어. 흐려진 지옥의 창이 잠깐 나를 향해 번득였지만, 늘 그 창으로 내다보던 악마가 하도 흐려지고 잠겨 있어서, 나는 겁내지 않고 한 번 더 비웃는 소리를 내 보았어.

"'일어나서 내 눈앞에서 꺼져.' 그 상주가 말했어.

"적어도 그자가 그렇게 말한 것 같았어. 목소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거든.

"'미안하지만,' 내가 대답했어. '나도 캐서린을 사랑했어. 그리고 그 오빠는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하니, 나는 캐서린을 위해서 그 사람을 돌볼 거야. 캐서린이 죽은 지금, 나는 힌들리에게서 캐서린을 봐. 힌들리는 캐서린하고 눈이 꼭 닮았어. 네가 그 눈을 후벼 파내려고 해서 시퍼렇고 벌겋게 만들어 놓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그리고 캐서린의……'

"'일어나, 이 비참한 천치야, 짓밟아 죽이기 전에!' 그자가 외치며 몸을 움직였고, 그 바람에 나도 몸을 움직였어.

"'하지만,' 나는 언제라도 달아날 채비를 하면서 말을 이었어. '가엾은 캐서린이 너를 믿고 히스클리프 부인이라는 그 우스꽝스럽고 경멸스럽고 굴욕적인 이름을 달았다면, 캐서린도 곧 이와 똑같은 꼴이 되었을 거야! 캐서린은 네 그 가증스러운 짓을 잠자코 참지 않았을 거야. 그 혐오와 역겨움이 소리가 되어 터져 나왔겠지.'

"긴 의자 등받이와 언쇼의 몸이 나와 그자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어. 그래서 그자는 나한테 손을 뻗으려 하지 않고 식탁에서 식칼을 낚아채 내 머리를 향해 던졌어. 칼은 귀 밑에 꽂혀서 내가 하던 말을 끊어 놓았지만, 나는 칼을 뽑아 들고 문으로 뛰어가서 한마디를 더 던졌는데, 그 말이 그자가 던진 칼보다 조금 더 깊이 박혔기를 지금도 바라.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자의 모습은 미친 듯이 달려들다가 집주인에게 끌어안겨 막히는 모습이었어. 둘은 서로 엉켜 붙은 채 난롯가에 쓰러졌어. 부엌을 지나 달아나면서 나는 조지프더러 어서 주인한테 가 보라고 했고, 문간에서 의자 등받이에 강아지 한 배를 목매달고 있던 헤어턴을 넘어뜨렸어. 그러고는 연옥에서 빠져나온 영혼처럼 기뻐하며 가파른 길을 뛰고 펄쩍펄쩍 뛰어넘고 날듯이 달려 내려왔어. 그다음에는 구불구불한 길을 버리고 황야를 곧장 가로질러 쏜살같이 달렸어. 둑에서 구르고 늪을 철벅철벅 건너면서, 그야말로 그레인지의 등불을 향해 몸을 내던졌어. 다시 워더링 하이츠의 지붕 밑에서 하룻밤이라도 묵느니 차라리 지옥에서 영원히 사는 벌을 받겠어."

이저벨라는 말을 멈추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일어나서 나더러 모자를 씌워 주고 내가 가져온 큰 숄을 둘러 달라고 하더니, 한 시간만 더 머물라는 내 애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가씨는 의자 위에 올라가 에드거와 캐서린의 초상화에 입을 맞추고, 나에게도 그렇게 입을 맞추고는, 주인을 되찾아 미친 듯이 기뻐 깽깽대는 패니를 데리고 마차로 내려갔다. 아가씨는 마차를 타고 떠나서 다시는 이 근방에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일이 좀 가라앉은 뒤에는 아가씨와 주인 사이에 편지가 꼬박꼬박 오갔다. 아가씨가 새로 자리 잡은 곳은 남쪽 런던 근처였던 것 같다. 아가씨는 그곳에서 도망쳐 나온 지 몇 달 뒤에 아들을 낳았고, 아이는 린턴이라는 세례명을 받았는데, 아가씨는 처음부터 그 아이가 병약하고 칭얼대는 아이라고 편지에 써 보냈다.

어느 날 히스클리프 씨가 마을에서 나와 마주치더니 아가씨가 어디 사느냐고 물었다. 나는 말해 주지 않았다. 그 사람은 그런 건 대수롭지 않다고 하면서, 다만 오라비한테 오는 건 조심해야 할 거라고, 자기가 직접 데리고 살아야 한다 해도 오라비 곁에 두지는 않겠다고 했다. 내가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는데도 그 사람은 다른 하인들 몇에게서 아가씨가 사는 곳과 아이가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아가씨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렇게 참아 준 데 대해서는 아마 그 사람의 혐오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은 나를 볼 때마다 그 아기 이야기를 자주 물었는데, 아기 이름을 듣고는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더러 그것까지 미워하라는 거군, 그렇지?"

"그 사람들은 히스클리프 씨가 그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원할 때는 데려갈 거야." 그가 말했다. "그건 믿어도 좋아!"

다행히 그때가 오기 전에 아이의 어머니가 죽었다. 캐서린이 세상을 떠난 지 열세 해쯤 지나서, 린턴이 열두 살인가 조금 더 되었을 때였다.

이저벨라가 뜻밖에 찾아온 이튿날에는 주인에게 말을 꺼낼 기회가 없었다. 주인은 이야기를 피했고 무슨 일이든 의논할 형편이 못 되었다. 주인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게 되었을 때 보니, 누이가 남편을 떠났다는 것을 주인은 기뻐했다. 그 남편을 주인은 그 온화한 성품으로는 도저히 품을 수 없을 것 같은 세기로 미워했다. 그 혐오가 어찌나 깊고 예민한지, 주인은 히스클리프를 보거나 그 사람 이야기를 들을 만한 곳에는 아예 발걸음도 하지 않았다. 슬픔에 그 혐오까지 겹쳐서 주인은 완전히 은둔자가 되었다. 치안 판사 직을 내놓았고, 교회에도 나가지 않았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마을을 피했고, 영지와 땅의 테두리 안에서 세상과 아주 담을 쌓고 살았다. 그렇게 사는 중에 달라지는 것이라고는 혼자 황야를 거니는 일과 아내의 무덤을 찾아가는 일뿐이었는데, 그것도 대개 저녁이나 다른 사람들이 나다니기 전인 이른 아침이었다. 그러나 주인은 너무 착한 사람이라 오래도록 아주 불행하지는 않았다. 주인은 캐서린의 혼령이 자기한테 들러붙으라고 빌지 않았다. 세월이 체념을 가져다주었고, 여느 기쁨보다 더 달콤한 우울을 가져다주었고, 주인은 뜨겁고 다정한 사랑으로, 그리고 아내가 간 것이 틀림없다고 믿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 어린 동경으로 아내를 늘 추억했다.

그리고 주인에게는 이 세상의 위안과 사랑도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며칠 동안 주인은 세상을 떠난 사람이 남긴 그 가냘픈 아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 같았지만, 그 차가움은 4월의 눈처럼 빠르게 녹았고, 그 작은 것이 말 한마디 더듬거리거나 한 걸음 아장거리기도 전에 아이는 주인의 마음속에서 폭군의 홀을 휘두르게 되었다. 아이의 이름은 캐서린이었다. 그러나 주인은 첫 번째 캐서린을 한 번도 줄여서 부르지 않았듯이 이 아이를 한 번도 온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는데, 아마 히스클리프가 어머니를 줄여서 부르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는 언제나 '캐시'라고 불렸다. 그렇게 해서 주인은 아이를 어머니와 구별했고, 그러면서도 어머니와 이어 두었다. 주인이 아이를 아끼는 마음은 아이가 제 자식이라서라기보다 아이가 어머니와 이어져 있다는 데서 훨씬 더 많이 솟아났다.

나는 주인과 힌들리 언쇼를 견주어 보면서, 비슷한 처지에서 왜 두 사람이 그토록 다르게 처신했는지 그럴듯하게 설명하려고 혼자 머리를 싸매곤 했다. 두 사람 다 아내를 끔찍이 아낀 남편이었고 두 사람 다 제 자식을 사랑했으니,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왜 둘이 같은 길을 가지 않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겉으로는 더 머리가 굳세 보이던 힌들리가 안타깝게도 더 못나고 더 약한 사람으로 드러났구나. 배가 암초에 부딪히자 선장이 제자리를 버렸고, 선원들은 배를 구하려 애쓰는 대신 소란과 혼란에 빠져 들어, 그 불운한 배에는 아무 희망도 남지 않은 셈이었다. 린턴은 그와 달리 충직하고 믿음직한 영혼의 참된 용기를 보여 주었다. 하느님을 믿었고, 하느님이 그를 위로해 주었다. 한 사람은 희망을 품었고 다른 사람은 절망했다. 저마다 제 운명을 골랐고, 마땅히 그 운명을 견디도록 정해졌다. 하지만 록우드 나리, 제 설교는 듣고 싶지 않으시겠지요. 이 모든 일은 나리도 저만큼 판단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적어도 판단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실 테니, 그거나 그거나 마찬가지지요. 언쇼의 최후는 누구나 짐작할 만한 것이었다. 그 최후는 누이의 죽음을 바짝 뒤따라와서 두 사람 사이는 여섯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그레인지에 있던 우리는 그 사람이 죽기 전에 어떤 형편이었는지 제대로 간추린 이야기를 한 번도 듣지 못했고, 내가 알게 된 것은 모두 장례 준비를 거들러 갔을 때 들은 것뿐이다. 케네스 선생이 주인에게 그 소식을 알리러 왔다.

"글쎄, 넬리." 어느 날 아침 선생이 말을 탄 채 마당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나는 대뜸 나쁜 소식이라는 예감에 덜컥 겁이 났다. "이번엔 너하고 내가 상복을 입을 차례야. 이번엔 누가 우리 손을 빠져나갔을 것 같아?"

"누가요?" 나는 허둥지둥 물었다.

"글쎄, 맞혀 봐!" 선생이 말에서 내려 고삐를 문 옆 고리에 휙 걸며 대꾸했다. "그리고 앞치마 귀퉁이를 집어 들어. 틀림없이 쓸 일이 있을 테니까."

"설마 히스클리프 씨는 아니겠지요?" 나는 외쳤다.

"뭐라고! 그 사람 때문에 울어 주겠다는 거야?" 의사가 말했다. "아니야, 히스클리프는 억센 젊은이야. 오늘도 혈색이 좋아 보이더군. 방금 보고 왔지. 아내를 잃은 뒤로 살이 부쩍부쩍 오르고 있어."

"그럼 누군데요, 케네스 선생님?" 나는 참지 못하고 되풀이해 물었다.

"힌들리 언쇼! 네 옛 친구 힌들리 말이야." 선생이 대답했다. "내 고약한 술친구이기도 했고. 하기야 요 몇 해 동안은 나한테도 너무 막 나갔지만. 거봐! 눈물 좀 짜게 될 거라고 했잖아. 하지만 기운 내! 그 사람은 제 성미대로 죽었어. 고주망태가 되어서. 가엾은 녀석! 나도 섭섭해. 옛 동무가 없어지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약한 짓을 다 하고 다녔고 나한테도 못된 짓을 숱하게 했지만 말이야. 겨우 스물일곱 살인 것 같던데. 너하고 동갑이지. 너희 둘이 같은 해에 태어났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솔직히 고백하면 이 소식은 린턴 마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보다도 나에게 더 큰 타격이었다. 옛 추억들이 가슴 언저리를 떠나지 않아서, 나는 현관에 주저앉아 피붙이라도 잃은 것처럼 울면서, 주인에게 선생을 안내할 하인을 따로 찾아 달라고 케네스 선생에게 부탁했다. 나는 이런 물음을 곱씹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정당한 대접을 받았을까?' 무엇을 해도 그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그 생각이 하도 끈질기게 들러붙어서, 나는 워더링 하이츠에 가서 죽은 사람에게 마지막 도리를 다하는 일을 거들게 해 달라고 청하기로 마음먹었다. 린턴 씨는 허락하기를 몹시 꺼렸지만, 나는 그 사람이 의지할 데 없이 누워 있는 처지를 들어 열심히 사정했고, 나의 옛 주인이자 젖형제인 그 사람은 주인만큼이나 내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어린 헤어턴은 마님의 조카이니, 더 가까운 친척이 없는 이상 주인이 그 아이의 후견인 노릇을 해야 하고, 재산이 어떻게 남았는지 알아보고 처남의 일을 살펴보아야 하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일깨웠다. 주인은 그때 그런 일을 돌볼 형편이 못 되었지만, 자기 변호사와 이야기해 보라고 하고는 마침내 나를 보내 주었다. 주인의 변호사는 언쇼의 변호사이기도 했다. 나는 마을에 들러 그 변호사에게 같이 가 달라고 했다. 변호사는 고개를 저으며 히스클리프는 내버려 두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진상이 밝혀지면 헤어턴은 거지나 다름없는 신세로 드러날 거라고 단언했다.

"그 애 아버지는 빚을 지고 죽었소." 변호사가 말했다. "재산이 몽땅 저당 잡혀 있소. 정당한 상속자에게 남은 단 하나의 기회는, 그 애가 채권자의 마음에 무언가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채권자가 그 애를 너그럽게 대해 주고 싶어지게 할 기회를 주는 것뿐이오."

하이츠에 이르자 나는 모든 일이 점잖게 치러지는지 보러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꽤 상심한 듯한 조지프는 내가 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히스클리프 씨는 내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원한다면 머물러서 장례 준비를 지휘해도 좋다고 선선히 말했다.

"제대로 하자면," 그가 말했다. "저 바보의 시체는 아무 의식도 없이 네거리에 묻어야 해. 어제 오후에 내가 10분쯤 저놈 곁을 비웠는데, 그사이에 저놈이 집의 문 두 개를 다 걸어 잠가서 나를 못 들어오게 하고는, 밤새 작정하고 술을 퍼마셔서 제 목숨을 끊었어! 오늘 아침에 저놈이 말처럼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서 우리는 문을 부수고 들어갔지. 저놈은 저기 긴 의자 위에 쓰러져 있었는데, 살가죽을 벗기고 머리 가죽을 벗겨도 깨어나지 않았을 거야. 케네스를 부르러 보냈더니 왔는데, 그때는 이미 그 짐승이 송장이 된 뒤였어. 죽어서 차갑게 뻣뻣해져 있었지. 그러니 저놈 일로 더 법석을 떨어 봐야 소용없다는 건 너도 인정하겠지!"

늙은 하인은 그 말이 맞다고 했지만 이렇게 중얼거렸다.

"차라리 저 양반이 손수 의사를 부르러 갔으면 좋았을걸! 내가 저 양반보다 쥔 양반을 더 잘 돌봤을 거구먼. 내가 떠날 때는 쥔 양반이 죽지 않았어, 암, 그런 기미는 털끝만큼도 없었구먼!"

나는 장례를 번듯하게 치러야 한다고 우겼다. 히스클리프 씨는 그 일도 내 뜻대로 해도 좋다고 했다. 다만 그 모든 일에 드는 돈은 자기 주머니에서 나간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다. 그 사람은 기뻐하는 기색도 슬퍼하는 기색도 없이 딱딱하고 무심한 태도를 지켰다. 굳이 말하자면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 느끼는 돌덩이 같은 만족감이 드러나 있었다. 사실 한 번은 그 사람 얼굴에서 의기양양한 기색 같은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관을 메고 집을 나서던 바로 그때였다. 그 사람은 뻔뻔스럽게도 상주 노릇을 했는데, 헤어턴을 데리고 뒤따라 나서기 전에 그 불운한 아이를 식탁 위에 올려 세우더니 유난히 맛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자, 우리 잘생긴 녀석, 이제 너는 내 거야! 어디 한번 보자. 같은 바람에 비틀리면 이 나무도 저 나무처럼 구부러지게 자라지 않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좋아했다. 아이는 히스클리프의 구레나룻을 가지고 놀고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나는 그 말뜻을 알아차리고 매섭게 말했다. "그 아이는 저와 함께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로 돌아가야 해요, 히스클리프 씨. 세상에 그 아이만큼 히스클리프 씨 것이 아닌 것도 없어요!"

"린턴이 그러라고 했어?" 그가 따져 물었다.

"물론이지요. 데려오라고 분부하셨어요." 내가 대답했다.

"좋아." 그 악당이 말했다. "지금 그 문제로 다투지는 않겠어. 하지만 나는 어린것을 하나 길러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그러니 너희 주인한테 일러 둬. 그자가 이 아이를 데려가려고 한다면 나는 그 빈자리를 내 아들로 채워야겠다고. 헤어턴을 순순히 내주겠다고 약속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아이는 틀림없이 이리로 데려오고 말 거야! 그자한테 잊지 말고 전해."

그 귀띔만으로도 우리의 손을 묶어 두기에 충분했다. 나는 돌아와서 그 말의 요지를 되풀이해 전했고, 처음부터 별로 관심이 없던 에드거 린턴은 끼어들겠다는 말을 다시는 하지 않았는데, 주인이 아무리 그러고 싶어 했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손님이 이제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이 되었다. 그 사람은 그 집을 단단히 손에 쥐고, 언쇼가 노름에 미쳐서 그 돈을 대느라 제 땅을 한 뼘도 남김없이 저당 잡혔고, 그 저당권자가 바로 자기, 히스클리프라는 것을 변호사에게 증명해 보였다. 변호사는 다시 그것을 린턴 씨에게 증명해 보였다. 그렇게 해서 지금쯤 이 근방에서 으뜸가는 신사가 되어 있어야 할 헤어턴은 아버지의 철천지원수에게 완전히 얹혀사는 신세로 전락했고, 지금도 제 집에서 품삯도 받지 못하는 하인으로 살고 있다. 의지할 친구도 없고, 자기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것조차 모르니 제 권리를 되찾을 길도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