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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Quixote제20장 세상의 어떤 이름난 기사도 라만차의 용맹한 돈키호테만큼 적은 위험으로 끝낸 적이 없는, 보도 듣도 못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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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세상의 어떤 이름난 기사도 라만차의 용맹한 돈키호테만큼 적은 위험으로 끝낸 적이 없는, 보도 듣도 못한 모험

"나리, 이 풀들을 보면 틀림없이 이 근처에 이 풀들을 적셔 주는 샘이나 개울이 있다는 증거예요. 그러니 조금만 더 가 보는 게 좋겠어요. 그러면 우리를 괴롭히는 이 지독한 목마름을 달랠 데가 곧 나올 거예요. 목마름은 틀림없이 배고픔보다 더 괴로우니까요."

돈키호테는 그 말이 그럴듯하다고 여겼다. 그는 로시난테의 고삐를 잡고, 산초는 저녁을 먹고 남은 것을 당나귀 등에 얹은 다음 당나귀 고삐를 잡고, 둘은 풀밭을 따라 더듬더듬 올라가기 시작했다. 밤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백 걸음도 채 가지 않았을 때 높이 솟은 커다란 바위 벼랑에서 쏟아져 내리는 듯한 요란한 물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려왔다. 그 소리에 그들은 몹시 기뻐했고, 소리가 어느 쪽에서 나는지 들어 보려고 걸음을 멈추었는데, 바로 그때 뜻밖에도 또 다른 굉음이 들려와 물을 찾은 기쁨에 찬물을 끼얹었다. 타고나기를 겁 많고 배짱이 약한 산초에게는 더욱 그랬다. 말하자면 그들은 무언가를 장단 맞춰 두들기는 소리를 들었는데, 쇠붙이와 쇠사슬이 철거덕거리는 소리가 함께 났고, 거기에 사납게 쏟아지는 물소리까지 어우러지니 돈키호테의 가슴이 아닌 다른 가슴이라면 누구든 겁에 질렸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밤은 어두웠고, 그들은 마침 키 큰 나무들 사이로 들어섰는데,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무시무시하면서도 나지막한 소리를 냈다. 그리하여 외로움과 그곳의 생김새와 어둠과 물소리와 나뭇잎이 속삭이는 소리가 모두 공포와 두려움을 자아냈고, 두들기는 소리는 그치지 않고 바람은 잠들지 않고 아침은 오지 않는 것을 보자 더욱 그랬다. 게다가 그들은 자기들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대담무쌍한 마음을 벗 삼아 로시난테에 훌쩍 올라타고는 둥근 방패를 팔에 끼고 긴 창을 비껴 잡으며 말했다. "산초, 내 벗아, 알아 두어라. 나는 하늘의 뜻으로 이 철의 시대에, 황금시대 또는 흔히 부르듯 금빛 시대를 되살리려고 태어났다. 위험과 위대한 무훈과 용맹한 업적은 바로 나를 위해 마련되어 있느니라. 다시 말하거니와, 나는 원탁의 기사들과 프랑스의 열두 대등 기사와 아홉 명의 명예로운 용사를 되살릴 사람이요, 플라티르들, 타블란테들, 올리반테들, 티란테들, 태양의 기사들과 벨리아니스들, 그리고 지난 시대의 이름난 편력 기사 무리 전부를 잊히게 할 사람이다. 나는 지금 내가 사는 이 시대에, 그들이 이룬 가장 빛나는 무훈도 빛을 잃게 할 만큼 위대하고 기이한 무예의 업적을 이룰 것이니라. 충실하고 믿음직한 종자여, 너도 잘 보고 있을 것이다. 이 밤의 어둠과 그 기이한 고요, 이 나무들이 내는 먹먹하고 어지러운 소리, 우리가 찾아온 저 물의 무시무시한 소리, 달의 높은 산에서 곤두박질쳐 무너져 내리는 듯한 저 소리, 그리고 우리 귀를 때리고 아프게 하는 저 그칠 줄 모르는 두들김을. 이것들은 다 함께든 하나씩이든 군신 마르스의 가슴에도 겁과 두려움과 공포를 불어넣기에 충분하니, 이런 일과 모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느니라. 그런데 내가 너에게 그려 보인 이 모든 것이 내게는 내 용기를 북돋우고 일깨우는 것이어서, 이 모험이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거기에 덤벼들고 싶은 마음에 벌써 가슴이 터질 것 같구나. 그러니 로시난테의 뱃대끈을 조금 조이고 하느님과 함께 남아 있거라. 여기서 사흘만 나를 기다려라. 그 사이에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너는 우리 마을로 돌아가도 좋다. 그리고 거기서 나를 위해 친절을 베풀어 토보소로 가서, 비할 데 없는 나의 아씨 둘시네아께, 아씨께 사로잡힌 기사가 아씨의 기사라 불릴 자격을 얻을 일에 덤벼들다가 죽었다고 전해 다오."

산초는 주인의 말을 듣자 세상에서 더없이 애달프게 울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리, 왜 나리께서 이렇게 무시무시한 모험에 덤벼들려고 하시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지금은 밤이고, 여기선 아무도 우리를 보지 않으니, 사흘 동안 물을 못 마시는 한이 있어도 길을 틀어 위험을 피해 갈 수 있잖아요. 우리를 보는 사람이 없으니 우리를 겁쟁이라고 손가락질할 사람은 더 없을 테고요. 게다가 나리도 잘 아시는 우리 마을 신부님이 설교하시는 걸 들었는데, 위험을 찾는 자는 위험 속에서 죽는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기적이 아니고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이런 터무니없는 일에 덤벼들어 하느님을 시험하는 건 좋지 않아요. 저는 담요에 실려 헹가래를 당했는데 나리는 그런 일을 겪지 않게 해 주셨고, 죽은 사람을 따라오던 그 많은 적들 사이에서 나리를 털끝 하나 안 다치고 이기게 해 주셨으니, 하늘이 나리께 베푸신 기적은 그걸로 넉넉해요. 이 모든 말로도 그 굳은 마음이 움직이지도 누그러지지도 않는다면, 나리께서 여기를 떠나시자마자 제가 무서워서 제 넋을 아무나 가져가고 싶은 사람한테 내주고 말 거라는 걸 생각하고 믿어서라도 마음을 돌리세요. 저는 더 나아질 줄 알았지 더 못해질 줄은 모르고 나리를 모시러 고향을 떠났고 자식들이랑 마누라도 두고 왔어요. 그런데 욕심이 자루를 찢는다더니, 제 희망이 찢어지고 말았네요. 나리께서 그토록 여러 번 약속하신 그 시커멓고 재수 없는 섬을 얻을 희망이 가장 팔팔할 때, 나리께서는 그 대가로, 그 섬 대신에 저를 사람 사는 데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버려두려고 하시니까요. 하나뿐인 하느님을 걸고 비오니, 나리, 제게 그런 몹쓸 짓은 하지 마소서. 이 일에 덤벼드는 걸 아주 그만두지는 않으시겠다면 적어도 아침까지만이라도 미루세요. 제가 양치기 노릇을 할 때 배운 학문이 보여 주는 바로는 지금부터 새벽까지 세 시간도 안 남았을 거예요. 나팔자리 주둥이가 머리 위에 있고, 자정이 왼팔 줄에 걸려 있으니까요.1"

"산초, 하늘에 별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밤이 이렇게 어두운데"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 줄이 어디에 걸렸는지, 네가 말하는 그 주둥이니 뒤통수니 하는 것이 어디 있는지 네가 어떻게 볼 수 있느냐?"

"그건 그래요." 산초가 말했다. "그래도 겁은 눈이 많아서 땅속에 있는 것도 보는데, 하늘 위에 있는 거야 오죽하겠어요. 하긴 따져 보면 날이 샐 때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건 잘 알 수 있어요."

"얼마가 남았든 상관없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지금이든 언제든 눈물과 애원 때문에 내가 기사의 법도에 따라 해야 할 일을 그만두었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산초, 부탁이니 잠자코 있거라. 이 보도 듣도 못한 무시무시한 모험에 지금 덤벼들 마음을 내 가슴에 넣어 주신 하느님께서 내 몸을 돌보시고 네 슬픔을 달래 주실 것이다. 네가 할 일은 로시난테의 뱃대끈을 단단히 조이고 여기 남아 있는 것이다. 나는 살아서든 죽어서든 곧 돌아오마."

산초는 주인의 마지막 결심을 보았고, 자기의 눈물과 충고와 애원이 주인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꾀를 부려 할 수만 있다면 날이 밝을 때까지 주인을 기다리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말의 뱃대끈을 조이면서 살그머니, 주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당나귀 고삐로 로시난테의 두 다리를 묶어 버렸다. 그래서 돈키호테가 떠나려 했을 때 말은 깡충깡충 뛸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산초 판사는 속임수가 잘 먹혀든 것을 보고 말했다.

"그것 보세요, 나리. 하늘이 제 눈물과 기도에 마음이 움직여서 로시난테가 꼼짝 못 하게 정해 놓으셨어요. 그런데도 나리께서 고집을 부리고 박차를 가하고 말을 때리시면, 그건 운명을 화나게 하는 거고, 사람들 말마따나 가시채에 뒷발질하는 셈이에요."

이 말에 돈키호테는 애가 탔다. 그러나 말에 다리를 대고 차면 찰수록 말은 더 꼼짝하지 않았다. 그는 다리가 묶인 줄도 모르고, 그냥 마음을 가라앉히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든지 로시난테가 움직이기를 기다리든지 하기로 했다. 그는 틀림없이 이 일이 산초의 꾀가 아니라 다른 데서 비롯되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산초에게 말했다.

"산초, 로시난테가 움직일 수 없다니 나는 새벽이 웃음 지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마. 새벽이 늦게 오는 만큼 내가 울게 되더라도 말이다." "우실 것 없어요." 산초가 대답했다. "날이 샐 때까지 제가 이야기를 해 드리며 나리를 즐겁게 해 드릴게요. 그게 아니면 편력 기사들이 하는 대로 말에서 내려 푸른 풀밭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셔도 되고요. 그러면 나리를 기다리는 이 어마어마한 모험에 덤벼들 날과 때가 왔을 때 더 개운하실 거예요."

"내리라니 무슨 소리냐, 자라니 무슨 소리냐?" 돈키호테가 말했다. "내가 위험 앞에서 쉬는 그런 기사들 가운데 하나란 말이냐? 너는 자려고 태어났으니 너나 자거라. 아니면 네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나는 내 뜻에 가장 맞다고 보는 대로 하겠다."

"화내지 마세요, 나리." 산초가 대답했다.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니에요."

그러고는 주인에게 다가가 한 손은 앞 안장머리에, 다른 손은 뒤 안장머리에 얹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주인의 왼쪽 넓적다리를 끌어안은 꼴이 되었는데, 주인에게서 손가락 하나만큼도 떨어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직도 번갈아 울리는 두들기는 소리가 그만큼 무서웠다. 돈키호테는 약속한 대로 자기를 즐겁게 해 줄 이야기를 하나 해 보라고 했고, 산초는 들리는 소리가 무서워 견딜 수 없는 지경만 아니면 그러겠다고 했다.

"그래도 한번 애써서 이야기를 해 볼게요. 제대로 들려 드리기만 하고 중간에 누가 막지만 않으면 이야기 가운데 가장 좋은 이야기예요. 나리, 귀 기울여 들으세요. 이제 시작합니다. 옛날 옛적에, 좋은 일은 모두에게 찾아오고, 나쁜 일은 그걸 찾으러 가는 사람에게 가거라…… 나리, 옛사람들이 옛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한 건 아무렇게나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아 두세요. 로마 사람 카톤 손소리노(멍청이 감찰관)의 격언인데요, '나쁜 일은 그걸 찾으러 가는 사람에게 가거라'라고 하지요. 이 말이 여기에 손가락에 반지처럼 꼭 맞아요. 나리께서 가만히 계시고 어디로든 나쁜 일을 찾으러 가지 마시라는 거죠. 그 대신 우리는 다른 길로 돌아가요. 무서운 일이 이렇게 많이 덮쳐 오는 이 길로 계속 가라고 우리를 억지로 미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이야기나 계속해라, 산초." 돈키호테가 말했다. "우리가 갈 길은 나에게 맡겨 두고."

"그러니까요." 산초가 이어 갔다. "엑스트레마두라의 어느 마을에 양치기, 그러니까 산양치기가 하나 있었는데요(산양을 쳤다는 말이에요), 제 이야기에 나오는 이 양치기, 아니 산양치기는, 방금 말씀드렸듯이, 이름이 로페 루이스였어요. 그리고 이 로페 루이스는 토랄바라는 양치기 처녀한테 반해 있었는데, 토랄바라는 이 양치기 처녀는 부자 목장 주인의 딸이었고, 이 부자 목장 주인은……" "산초, 네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돈키호테가 말했다. "하는 말마다 두 번씩 되풀이하면 이틀이 걸려도 못 끝낸다. 죽 이어서, 생각 있는 사람답게 이야기해라. 그러지 않을 거면 아예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제가 이야기하는 대로" 산초가 대답했다. "우리 고장에서는 옛이야기를 다 그렇게 해요. 저는 다르게 할 줄 모르고, 나리께서 저더러 새 버릇을 들이라고 하시는 것도 옳지 않아요."

"네 마음대로 해라."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운명이 내가 네 이야기를 안 들을 수 없게 해 놓았으니, 계속해라."

"그러니까요, 제 영혼 같은 나리." 산초가 이어 갔다. "말씀드렸듯이 이 양치기는 양치기 처녀 토랄바한테 반해 있었는데, 토랄바는 통통하고 새침하고 좀 사내 같은 데가 있는 처녀였어요. 콧수염이 조금 났거든요. 지금도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럼 너는 그 여자를 알았단 말이냐?" 돈키호테가 말했다.

"제가 안 건 아니고요." 산초가 대답했다. "이 이야기를 저한테 해 준 사람이 그러는데, 이 이야기가 하도 확실하고 참말이라서, 남한테 이야기할 때 다 제 눈으로 봤다고 우기고 맹세해도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날이 가고 날이 오고 하다 보니, 잠도 안 자고 무엇이든 휘저어 놓는 악마가 일을 꾸며서, 양치기가 양치기 처녀에게 품었던 사랑이 원한과 미움으로 바뀌고 말았어요. 입이 험한 사람들 말로는 그 까닭이 처녀가 양치기에게 안긴 자잘한 질투 몇 가지였는데, 그게 선을 넘어 금지된 데까지 이르렀다는 거예요. 그 뒤로 양치기가 처녀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처녀를 보지 않으려고 그 고장을 떠나 다시는 처녀가 눈에 띄지 않을 곳으로 가려고 했어요. 토랄바는 로페가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걸 보자, 금세 전에 없이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요."

"그것이 여자들의 타고난 성품이니라." 돈키호테가 말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은 업신여기고 저를 미워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것 말이다. 계속해라, 산초." "그런데" 산초가 말했다. "양치기가 마음먹은 대로 실행에 옮겨서 산양들을 앞세우고 엑스트레마두라 들판을 지나 포르투갈 왕국으로 건너가려고 길을 나섰어요. 그걸 안 토랄바는 그를 뒤쫓아 갔는데,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목에는 안장 자루를 걸고, 맨발로 걸어서 멀찍이 따라갔어요. 소문에 따르면 그 자루에는 깨진 거울 조각 하나랑 빗 조각 하나랑, 얼굴에 바르는 분인지 뭔지 담은 작은 단지가 들어 있었대요. 그런데 무엇을 넣어 갔든, 저는 지금 그걸 캐고 들고 싶지 않으니까, 이 말만 할게요. 사람들 말이, 양치기가 가축 떼를 몰고 과디아나강을 건너려고 갔는데, 그때 강물이 불어서 거의 둑을 넘칠 지경이었고, 그가 닿은 곳에는 큰 배도 작은 배도 없고 그와 가축 떼를 건너편으로 건네줄 사람도 없었대요. 그래서 그는 몹시 애를 태웠어요. 토랄바가 벌써 바짝 다가오는 게 보였는데, 처녀가 애원하고 울고불고하며 몹시 성가시게 굴 게 뻔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다니다가 어부 하나를 보았는데, 그 곁에 아주 작은 배가 하나 있었어요. 사람 하나랑 산양 한 마리밖에 탈 수 없을 만큼 작은 배였어요. 그래도 그는 어부에게 말을 걸어, 자기와 몰고 가는 산양 삼백 마리를 건네 달라고 흥정을 했어요. 어부가 배에 올라 산양 한 마리를 건넸어요. 돌아와서 또 한 마리를 건넸어요. 또 돌아와서 또 한 마리를 건넸어요. 나리, 어부가 건네는 산양 수를 잘 세 두세요. 한 마리라도 기억에서 놓치면 이야기가 끝나 버리고 더는 한마디도 할 수 없게 되니까요. 그럼 계속할게요. 건너편 뭍에 닿는 데는 진흙투성이에 미끄러워서, 어부가 갔다 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래도 그는 또 한 마리를 데리러 돌아왔고,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

"다 건넸다고 쳐라."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렇게 갔다 왔다 하지 마라. 그러다간 한 해가 걸려도 다 못 건넨다."

"지금까지 몇 마리나 건넜죠?" 산초가 말했다.

"그걸 내가 어찌 알겠느냐, 제기랄!"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것 보세요, 제가 잘 세 두시라고 했잖아요. 하느님께 맹세코 이야기는 끝났어요. 더는 못 나가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건넌 산양 수를 하나하나 다 아는 것이 이야기에 그토록 요긴해서, 그 수에서 하나만 틀려도 이야기를 이어 갈 수 없단 말이냐?"

"네, 나리, 절대로 못 해요." 산초가 대답했다. "제가 나리께 산양이 몇 마리 건넜는지 말씀해 달라고 여쭈었을 때 나리께서 모른다고 대답하신 바로 그 순간, 제가 할 이야기가 남김없이 제 기억에서 빠져나가 버렸거든요. 맹세코 아주 덕이 되고 재미난 이야기였는데요."

"그러니까" 돈키호테가 말했다. "이야기는 이제 끝났다는 말이냐?"

"우리 어머니만큼이나 끝났어요." 산초가 말했다.

"참말로 말하마."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너는 세상에서 누구도 생각해 내지 못했을 가장 새로운 옛이야기, 아니 꾸민 이야기, 아니 사연 하나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게 그만두는 법은 평생 아무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보지 못할 것이다. 하기야 나는 네 훌륭한 머리에서 다른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나 놀랍지는 않다. 아마도 이 그칠 줄 모르는 두들기는 소리가 네 정신을 어지럽혀 놓았을 테니까."

"그럴 수도 있지요." 산초가 대답했다. "그래도 제 이야기에서 더 할 말이 없다는 건 확실해요. 산양 건넌 수를 틀리기 시작한 바로 거기서 끝나는 거예요."

"좋다, 어디서 끝나든 마음대로 끝나라."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런데 로시난테가 움직일 수 있는지 보자."

그는 다시 말에 다리를 대고 찼고, 로시난테는 다시 깡충 뛰었다가는 가만히 섰다. 그만큼 단단히 묶여 있었다.

이때, 다가오는 새벽의 찬 기운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산초가 저녁에 배를 무르게 하는 것을 먹었기 때문이었는지, 그도 아니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가장 믿을 만한 것은 이것이다), 아무튼 산초는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은 생각과 욕구가 들었다. 그러나 가슴속에 파고든 두려움이 어찌나 컸던지 주인에게서 손톱 끝 때만큼도 떨어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버틴다는 것도 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좋게좋게 일을 치르려고, 뒤 안장머리를 잡고 있던 오른손을 풀어 그 손으로 살그머니, 아무 소리 없이, 다른 데 손 하나 빌리지 않고 바지를 붙들어 매던 올가미 매듭을 풀었다. 매듭을 풀자 바지는 곧장 흘러내려 족쇄처럼 발목에 걸렸다. 그다음 그는 셔츠를 최대한 걷어 올리고, 결코 작지 않은 두 엉덩이를 바깥 공기에 드러냈다. 이렇게 하고 나서 그는 이 무서운 곤경과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이것이 할 일의 거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더 큰 곤경이 닥쳤다. 소리를 내지 않고는 일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어깨를 움츠리며 숨을 있는 대로 들이마셔 참았다. 그러나 이렇게 갖은 애를 썼는데도 운이 나빠서, 끝내는, 끝내는 소리를 조금 내고 말았다. 그를 그토록 무섭게 한 그 소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돈키호테가 그 소리를 듣고 말했다. "산초, 저게 무슨 소리냐?"

"모르겠어요, 나리." 그가 대답했다. "무슨 새로운 일인가 봐요. 모험이든 불운이든 작게 시작하는 법이 없으니까요."

그는 다시 한번 운을 시험해 보았고, 이번에는 아주 잘되어 지난번보다 더 큰 소리나 소동 없이, 그토록 그를 괴롭히던 짐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났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귀만큼이나 코도 밝은 데다 산초가 바짝 붙어 꿰매 놓은 듯 붙어 있어서 김이 거의 곧장 위로 올라갔으므로, 그 가운데 얼마가 그의 코에 닿지 않을 수 없었다. 김이 코에 닿자마자 그는 두 손가락으로 코를 꽉 쥐어 막아 구원에 나섰고, 조금 코 막힌 소리로 말했다.

"산초, 너는 몹시 겁을 먹은 모양이구나."

"네, 겁나요." 산초가 대답했다. "그런데 나리께서는 어째서 하필 지금 그걸 아셨어요?"

"지금 어느 때보다도 네게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용연향 냄새는 아니고."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지요." 산초가 말했다. "그래도 그건 제 탓이 아니라, 이런 시각에 이렇게 다닐 데가 아닌 데로 저를 끌고 다니시는 나리 탓이에요." "벗아, 서너 걸음 저리 물러나라." 돈키호테가 말했다(이 말을 하는 내내 그는 코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네 몸가짐과 내 몸에 대한 도리를 더 잘 차려라. 내가 너와 너무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이렇게 업신여기게 되었구나."

"내기해도 좋아요." 산초가 맞받았다. "나리께서는 제가 몸으로 해서는 안 될 무슨 짓을 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휘저을수록 더 고약해지는 법이다, 산초, 내 벗아."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주인과 머슴은 이런 이야기, 또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냈다. 그러다 산초는 아침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보고 아주 조심스럽게 로시난테를 풀어 주고 제 바지를 붙들어 맸다. 로시난테는 풀려나자, 타고나기를 기운찬 놈은 아니었지만, 무엇을 느꼈는지 앞발로 땅을 차기 시작했다. 앞발을 들고 뛰어오르는 재주는, 로시난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할 줄 몰랐으니까. 돈키호테는 로시난테가 이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좋은 징조로 여겼고, 그 무시무시한 모험에 덤벼들라는 징조라고 믿었다.

이 무렵 새벽이 다 밝아 사물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하자, 돈키호테는 자기가 키 큰 나무들 사이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그늘을 아주 짙게 드리우는 밤나무들이었다. 그는 두들기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지만, 무엇이 그 소리를 내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더 머뭇거리지 않고 로시난테에게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산초에게 다시 작별을 고하면서, 전에도 말했듯이 길어야 사흘 동안 그곳에서 자기를 기다리라고, 그 사흘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그 위험한 모험에서 자기 생을 마치게 하시기로 하셨다고 굳게 믿으라고 일렀다. 그는 자기 대신 둘시네아 아씨에게 전할 말과 사연을 다시 일러 주었고, 산초가 섬긴 데 대한 품삯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고향을 떠나기 전에 유언장을 써 두었는데, 거기에 산초가 일한 기간만큼 날수로 쳐서 품삯에 관한 것은 모두 보상받게 해 두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자기를 이 위험에서 탈 없이, 무사히, 아무 일 없이 꺼내 주신다면 약속한 섬은 틀림없는 것보다 더 틀림없는 것으로 여겨도 좋다고 했다.

산초는 착한 주인의 애처로운 말을 다시 듣자 다시 울기 시작했고, 이 일의 마지막 고비와 끝까지 주인을 떠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 이야기의 작가는 산초 판사의 이 눈물과 이토록 갸륵한 결심을 보고, 그가 틀림없이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적어도 순수한 그리스도교 혈통이었으리라고 짐작한다. 산초의 이 마음씨에 주인은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지만, 약한 모습을 보일 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할 수 있는 한 시치미를 떼고, 물소리와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산초는 늘 하던 대로, 잘될 때나 못될 때나 운명을 함께하는 영원한 길동무인 당나귀의 고삐를 끌고 걸어서 주인을 따라갔다. 그 밤나무들과 그늘진 나무들 사이를 한참 걸어가자 그들은 높은 바위 벼랑 발치에 펼쳐진 작은 풀밭에 이르렀는데, 그 벼랑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바위 발치에는 집이라기보다 무너진 건물 같은 허술한 집이 몇 채 있었고, 아직도 그치지 않는 그 두들기는 소리와 굉음이 그 집들 사이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들은 알아차렸다.

로시난테가 물소리와 두들기는 소리에 놀라 날뛰었다. 돈키호테는 말을 달래면서 조금씩 그 집들 쪽으로 다가갔는데, 이 무시무시한 여정과 거사에서 자기를 도와 달라고 아씨에게 간청하며 온 마음으로 아씨께 몸을 맡겼고, 가는 길에 하느님께도 자기를 잊지 마시라고 몸을 맡겼다. 산초는 주인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자기를 그토록 애태우고 겁먹게 한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보이려나 싶어 로시난테의 다리 사이로 목을 있는 대로 빼고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 백 걸음쯤 더 갔을까, 어느 모퉁이를 돌자 밤새 그들을 그토록 애태우고 겁먹게 한 그 요란하고, 그들에게는 소름 끼치는 소리의 원인이 다른 것일 수 없게 드러나 눈앞에 똑똑히 보였다. 그것은, 아아 독자여, 그대가 언짢아하거나 화내지 않는다면 말하겠는데, 축융 방아(모직 천을 두들겨 다지는 물방아)의 방망이 여섯 개였고, 그것들이 번갈아 두들기며 그 굉음을 내고 있었다.

돈키호테는 그것이 무엇인지 보자 말문이 막히고 온몸이 얼어붙었다. 산초가 그를 바라보니, 그는 고개를 가슴께로 떨구고 부끄러워하는 기색이었다. 돈키호테도 산초를 바라보니, 산초는 두 볼이 불룩하고 입안 가득 웃음을 물고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기색이 뚜렷했다. 그러자 돈키호테는 아무리 우울해도 산초를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산초는 주인이 웃기 시작하는 것을 보자 참고 있던 웃음을 어찌나 터뜨렸던지, 웃다가 배가 터지지 않도록 두 주먹으로 옆구리를 눌러야 했다. 네 번이나 웃음을 가라앉혔다가 그만큼 다시 처음과 같은 기세로 웃음을 터뜨렸다. 돈키호테는 이 꼴에 벌써 부아가 치밀었는데, 산초가 놀리듯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더욱 그랬다.

"'산초, 내 벗아, 알아 두어라. 나는 하늘의 뜻으로 이 철의 시대에 금빛 시대 또는 황금시대를 되살리려고 태어났다. 위험과 위대한 무훈과 용맹한 업적은 바로 나를 위해 마련되어 있느니라……'"

이렇게 산초는 무시무시한 두들기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돈키호테가 한 말을 다, 아니면 거의 다 되풀이했다.

돈키호테는 산초가 자기를 놀리는 것을 보자 몹시 부끄럽고 화가 나서 긴 창을 들어 산초에게 두 대를 내리쳤다. 그 두 대를 등이 아니라 머리에 맞았더라면 주인은 그에게 품삯을 줄 걱정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상속인들에게 줄 품삯이라면 모를까. 산초는 장난이 이토록 험악한 꼴로 돌아오는 것을 보자, 주인이 더 나아가지 않을까 겁이 나서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

"진정하세요, 나리. 정말이지 농담이에요."

"자네가 농담을 한다고 해서 나까지 농담을 하는 건 아닐세."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이리 오게, 명랑한 양반. 이것들이 축융 방아의 방망이가 아니라 다른 위험한 모험이었다면, 내가 거기 덤벼들어 끝장을 내는 데 걸맞은 용기를 보여 주지 않았을 것 같은가? 내가 기사라고 해서, 소리를 알아듣고 가려서 어느 것이 축융 방아 소리고 어느 것이 아닌지 알아야 할 의무라도 있단 말인가? 게다가 정말로 그렇듯이 나는 평생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을 수도 있지만, 자네는 그런 것들 사이에서 나고 자란 비루한 촌놈이니 틀림없이 보았겠지. 아니라면 이 여섯 방망이를 거인 여섯으로 바꿔서 하나씩이든 한꺼번에든 내 수염 앞에 내던져 보게. 그래서 내가 그것들을 모조리 벌렁 나자빠지게 하지 못하거든 그때는 자네 마음대로 나를 놀려도 좋네."

"그만하세요, 나리." 산초가 맞받았다. "제가 좀 지나치게 웃었다는 건 인정해요. 그런데 나리, 이제 우리가 화해했으니 말씀해 보세요. (하느님께서 나리께 닥칠 모든 모험에서 이번 모험처럼 나리를 탈 없이 무사히 꺼내 주시기를!) 우리가 그렇게 무서워한 게 웃을 일이 아니었나요? 남한테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요? 적어도 제가 무서워한 건요. 나리께서는 겁이 무엇인지도, 두려움이 무엇인지도 모르신다는 걸 저도 이미 아니까요."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웃을 만한 일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러나 남에게 들려줄 만한 일은 아니다. 사람이 모두 일을 제자리에 놓을 줄 알 만큼 슬기로운 것은 아니니까."

"적어도" 산초가 대답했다. "나리께서는 그 긴 창을 제자리에 놓을 줄은 아셨지요. 제 머리를 겨누고는 등을 치셨으니까요. 하느님 덕분에, 그리고 제가 재빨리 몸을 비튼 덕분에요. 그래도 좋아요. 빨래를 하면 다 빠져나오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너를 울리는 사람이 너를 아끼는 사람이다'라는 말도 들었어요. 게다가 높은 나리들은 하인한테 험한 말을 한마디 하고 나면 곧 바지 한 벌을 주곤 하잖아요. 몽둥이찜질을 하고 나서 무엇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요. 편력 기사들이라면 몽둥이찜질 뒤에 섬이나 육지의 왕국을 주는 게 아니라면 말이에요."

"주사위가 그렇게 굴러갈 수도 있지."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래서 네 말이 모두 참말이 될 수도 있다. 지난 일은 용서해라. 너는 슬기로우니 처음 치미는 감정은 사람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테지. 그리고 앞으로는 한 가지를 명심해서 나와 너무 많은 말을 나누는 것을 삼가고 자제해라. 내가 읽은 기사 소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어느 종자도 네가 네 주인과 말하는 것만큼 제 주인과 말을 많이 나눈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참말이지 나는 이것을 너와 나의 큰 허물로 여긴다. 너는 나를 하찮게 여기니 네 허물이고, 나는 나를 더 높이 여기게 하지 못하니 내 허물이다. 그렇고말고. 가울라의 아마디스의 종자 간달린은 굳은 섬의 백작이 되었지만, 그가 언제나 모자를 손에 들고 머리를 숙이고 튀르크식으로(more turquesco) 허리를 굽혀 주인에게 말했다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그러면 돈 갈라오르의 종자 가사발은 뭐라 하겠느냐? 그는 말이 어찌나 없었던지, 그 놀라운 침묵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우리에게 알려 주려고 그 위대하고도 참된 이야기 전체에서 그의 이름이 딱 한 번만 나온다. 산초, 내가 한 이 모든 말에서 너는 주인과 머슴, 나리와 하인, 기사와 종자 사이에 구별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니 오늘부터 우리는 서로 더 정중하게 대하고 서로 놀리지 않기로 하세. 내가 무슨 까닭으로든 자네에게 화를 내게 되면 항아리만 손해를 보는 법이니까. 내가 자네에게 약속한 은혜와 혜택은 때가 되면 올 걸세. 오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품삯은 떼이지 않을 걸세. 전에도 말했듯이."

"나리 말씀이 다 옳아요." 산초가 말했다. "그런데 혹시 은혜를 받을 때가 오지 않아서 품삯을 받을 때에 기대야 한다면, 그 시절에 편력 기사의 종자가 얼마나 벌었는지, 그리고 미장이 일꾼처럼 달로 셈했는지 날로 셈했는지 알고 싶어요."

"그런 종자들이 품삯을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은혜를 바라고 섬겼을 뿐이다. 내가 지금 집에 남겨 둔 봉인한 유언장에 네 품삯을 정해 둔 것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였다. 우리의 이 재난 많은 시대에 기사도가 어떻게 될지 아직 나도 모르겠고, 하찮은 일 때문에 내 영혼이 저세상에서 벌을 받는 것도 원하지 않으니까. 산초, 알아 두어라. 이 세상에 모험가의 신분보다 더 위험한 신분은 없느니라."

"정말 그래요." 산초가 말했다. "축융 방아 방망이 소리만으로도 나리처럼 용맹한 편력 모험가의 가슴이 그렇게 들썩이고 불안해졌으니까요. 그래도 앞으로는 나리 일을 두고 재담을 부리려고 입술을 여는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셔도 돼요. 제 주인이자 타고난 나리로서 나리를 높이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에요." "그렇게 하면" 돈키호테가 맞받았다. "너는 땅 위에서 오래 살리라. 부모 다음으로는 주인을 부모처럼 공경해야 하느니라."

주

  1. 1. 「나팔자리」(la Bocina)는 북극성을 품은 작은곰자리를 사냥 나팔 모양으로 본 이름이다. 양치기들은 북극성 둘레를 도는 이 별자리를 몸에 대고 팔·머리의 방향으로 밤 시각을 헤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