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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Quixote제1장 신부와 이발사가 돈키호테와 그의 병을 두고 나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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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신부와 이발사가 돈키호테와 그의 병을 두고 나눈 이야기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는 이 이야기의 제2부, 곧 돈키호테의 세 번째 출정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신부와 이발사는 지난 일들을 새삼 일깨워 그의 머릿속에 되살리지 않으려고 거의 한 달 동안 그를 보러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조카딸과 가정부를 찾아가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그를 잘 보살피고, 심장과 뇌에 좋고 기운을 북돋우는 음식을 먹이라고 당부했다. 이치를 따져 보면 그의 불운이 모두 거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두 여자는 할 수 있는 한 정성과 마음을 다해 그렇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겠다고 말하면서, 주인이 시시각각 온전한 정신을 되찾아 가는 낌새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이토록 위대하면서도 꼼꼼한 이 이야기의 제1부 마지막 장에서 이야기한 대로 그를 마법에 걸린 사람으로 만들어 소달구지에 실어 데려온 것이 잘한 일이었다고 여겨,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가 나았으리라고는 거의 믿지 않으면서도 그를 찾아가 나아진 정도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직 그토록 여린 상처의 꿰맨 자리가 터질 위험을 무릅쓰지 않도록, 편력 기사도에 관해서는 어떤 점도 건드리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마침내 그들이 찾아가 보니 그는 녹색 모직 조끼를 입고 톨레도산 붉은 모자를 쓴 채 침대에 앉아 있었다. 어찌나 바싹 마르고 쪼그라들었는지 꼭 미라의 살로 빚어 놓은 것 같았다. 그는 두 사람을 무척 반갑게 맞았고, 두 사람이 건강을 묻자 자기 몸과 건강에 대해 아주 분별 있게, 아주 우아한 말로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이른바 국가 경영과 통치 방식을 논하게 되었다. 이 폐단은 고치고 저 폐단은 꾸짖고, 이 풍습은 바로잡고 저 풍습은 몰아내며, 셋이 저마다 새로운 입법자, 현대의 리쿠르고스나 갓 나온 솔론이 되었다. 그들이 나라를 어찌나 새롭게 뜯어고쳤던지 마치 나라를 대장간 화덕에 넣었다가 넣은 것과 전혀 다른 나라를 꺼낸 것 같았다. 그리고 돈키호테가 다룬 모든 문제에 대해 어찌나 분별 있게 말했던지, 두 시험관은 그가 완전히 나아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왔다고 의심 없이 믿었다.

조카딸과 가정부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주인이 그토록 정신이 맑은 것을 보고 하느님께 감사드리기를 멈추지 못했다. 그러나 신부는 기사도에 관한 일은 건드리지 않겠다던 처음 뜻을 바꾸어, 돈키호테가 나은 것이 거짓인지 참인지를 철저히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 말 저 말 하다가 궁정에서 들려온 소식 몇 가지를 꺼냈는데, 그 가운데 하나로 튀르크 황제가 강력한 함대를 이끌고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는데 그 속셈이 무엇인지, 그토록 큰 먹구름이 어디에 쏟아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해마다 거의 빠짐없이 우리를 무기 들게 만드는 이 두려움 때문에 온 그리스도교 세계가 경계 태세에 들어갔고, 폐하께서도 나폴리와 시칠리아 해안과 몰타섬에 방비를 갖추게 하셨다는 소식이었다. 이 말에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폐하께서 적이 방심한 틈을 노리지 못하도록 미리 영토에 방비를 갖추신 것은 더없이 신중한 무인다운 처사요. 그러나 내 조언을 받아들이신다면, 나는 폐하께 한 가지 대비책을 쓰시라고 권하겠소. 폐하께서는 지금 이 시각 그런 대비책은 생각조차 못 하고 계실 것이오."

신부는 이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느님께서 너를 붙들어 주시기를, 가엾은 돈키호테야. 네가 광기의 높은 꼭대기에서 어리석음의 깊은 구렁으로 곤두박질치는 것 같구나!"

그러나 이발사도 이미 신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돈키호테에게 마땅히 써야 한다는 그 대비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어쩌면 군주들에게 흔히 바치는 수많은 쓸데없는 진언 목록에 올릴 만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면도쟁이 양반, 내 진언은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쓸데 있는 것이오."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 이발사가 맞받았다. "폐하께 올리는 계책들은 모두, 아니 거의 다, 이룰 수 없거나 터무니없거나 임금님이나 나라에 해가 되는 것들이라는 걸 경험이 보여 주었다는 말씀이지요."

"그렇다면 내 계책은"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이룰 수 없는 것도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오. 어떤 계책가의 머릿속에 떠오를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쉽고, 가장 정당하고, 가장 솜씨 있고 간단한 것이오."

"그럼 어서 말씀해 보시오, 돈키호테 나리." 신부가 말했다.

"내가 여기서 지금 그것을 말했다가" 돈키호테가 말했다. "내일 아침이면 그 말이 평의회 의원 나리들의 귀에 들어가 있고, 내 수고의 감사와 상은 남이 가져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소."

"저로 말하자면" 이발사가 말했다. "여기서도 하느님 앞에서도 맹세하는데, 나리께서 하시는 말씀은 왕한테도 졸개한테도, 이 땅의 어느 누구한테도 하지 않겠습니다. 이 맹세는 그 신부의 로맨스에서 배운 것인데, 그 신부는 미사 서문 기도 중에 임금님께 금화 백 도블라와 잘 걷는 노새를 훔쳐 간 도둑을 일러바쳤다지요."

"그런 이야기는 모르오."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러나 그 맹세가 좋은 맹세라는 것은 아오. 이발사 양반이 착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니 믿겠소."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신부가 말했다. "내가 보증하고 이 사람 편에 서겠소. 이 일에 관해서는 이 사람이 벙어리보다 더 말이 없을 것이오. 그러지 않으면 판결받고 선고받은 대로 값을 치르겠소."

"그럼 신부님은 누가 보증하오?" 돈키호테가 말했다.

"내 직분이 보증하오." 신부가 대답했다. "비밀을 지키는 것이 내 직분이니까."

"원, 세상에!" 이때 돈키호테가 말했다. "폐하께서 공개 포고를 내리시어 에스파냐를 떠도는 편력 기사들을 모두 정한 날에 궁정으로 모이게 하시면 그만 아니겠소? 고작 여섯 명밖에 오지 않는다 해도, 그 가운데 혼자서 튀르크 황제의 권세를 모조리 무너뜨리기에 넉넉한 기사가 하나쯤 끼어 있을 수도 있소. 두 분은 정신 차려 내 말을 따라와 보시오. 편력 기사 한 사람이 20만 명의 군대를, 그들이 모두 목이 하나뿐이거나 설탕 과자로 빚어진 것처럼 쳐부순 것이 무슨 새로운 일이오? 그렇지 않다면 말해 보시오. 이런 경이로운 일로 가득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소? 이름난 돈 벨리아니스나 가울라의 아마디스의 셀 수 없는 혈통 가운데 누구 하나가, 남에게는 몰라도 나에게는 원통하게도, 오늘날 살아 있지 않다니! 그들 가운데 누구라도 오늘 살아서 튀르크 황제와 맞선다면, 맹세코 나는 튀르크 황제의 벌이를 떠맡지 않겠소! 그러나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살피시어, 지난날의 편력 기사들만큼 용맹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기개에서는 그들에게 뒤지지 않을 누군가를 내려 주실 것이오. 하느님은 내 뜻을 아시니, 더는 말하지 않겠소."

"아이고!" 이때 조카딸이 말했다. "우리 삼촌이 또 편력 기사가 되고 싶어 하시는 게 아니라면 제 목을 내놓겠어요!"

그 말에 돈키호테가 말했다.

"나는 편력 기사로 죽을 것이다. 튀르크 황제야 내려오든 올라가든 제가 원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강하게 하라지. 다시 말하지만 하느님은 내 뜻을 아신다."

이때 이발사가 말했다.

"두 분께 청하오니, 세비야에서 있었던 짧은 이야기 하나를 하게 허락해 주십시오. 여기에 틀로 찍어 낸 듯이 들어맞으니 꼭 하고 싶어서요."

돈키호테가 허락하자 신부와 다른 사람들도 귀를 기울였고, 이발사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비야의 정신병원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친척들이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거기에 넣어 둔 사람이었소. 오수나 대학에서 교회법 학위를 딴 사람이었지만, 여러 사람의 말로는 살라망카 대학에서 학위를 땄다 해도 미치광이이기는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하오. 이 학위 받은 양반이 몇 해 동안 갇혀 지내더니 자기가 제정신이고 온전한 정신을 되찾았다고 믿게 되었소. 그런 생각으로 그는 대주교께 편지를 써서, 아주 조리 있는 말로 간곡히 청했소. 하느님의 자비로 잃었던 정신을 이미 되찾았으니 지금 살고 있는 이 비참한 처지에서 자기를 꺼내 주라고 명해 주십사 하고 말이오. 그런데 친척들이 자기 재산의 몫을 누리려고 자기를 여기 가두어 두고, 진실을 무시한 채 죽을 때까지 미치광이로 두려 한다고 했소.

"대주교께서는 조리 있고 분별 있는 편지를 여러 통 받고 마음이 움직이셔서, 사제 한 사람에게 명하여 그 석사가 써 보낸 말이 참말인지 병원장에게 알아보고, 그 미치광이와도 이야기해 보고, 정신이 온전해 보이거든 꺼내서 풀어 주라고 하셨소. 사제가 그렇게 했더니 병원장은 그 사람이 아직 미쳐 있다고 말했소. 여러 번 아주 분별 있는 사람처럼 말하기는 하지만 끝에 가서는 엉뚱한 소리를 하도 많이 쏟아 내서, 그 수로 보나 크기로 보나 앞서 한 분별 있는 말들과 맞먹는다고 했소. 이야기를 나눠 보면 시험해 볼 수 있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지요. 사제는 시험해 보고 싶어서 미치광이와 마주 앉아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동안 미치광이는 한 번도 비뚤어지거나 터무니없는 말을 하지 않았소. 오히려 하도 신중하게 말해서 사제는 그 미치광이가 제정신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소. 미치광이가 사제에게 한 여러 말 가운데는 이런 말도 있었소. 친척들이 자기를 아직 미쳤고 가끔 정신이 맑을 뿐이라고 말해 달라며 병원장에게 선물을 대 주는데, 병원장은 그 선물을 잃지 않으려고 자기를 미워한다고 했소. 그리고 자기 불행에서 가장 큰 원수는 자기의 많은 재산이라고, 원수들이 그 재산을 누리려고 우리 주님께서 자기를 짐승에서 사람으로 돌려놓으신 은총을 속임수로 몰고 의심한다고 털어놓았소. 결국 그 사람은 병원장은 의심스럽게, 친척들은 탐욕스럽고 몰인정하게, 자기 자신은 아주 분별 있게 보이도록 말을 해냈소. 그래서 사제는 그 사람을 데리고 가서 대주교께서 직접 보시고 그 일의 진상을 손으로 만져 보시게 하기로 마음먹었소.

"그 착한 사제는 이렇게 굳게 믿고서, 석사가 그곳에 들어올 때 입었던 옷을 내주게 하라고 병원장에게 청했소. 병원장은 다시 한번, 그 석사는 틀림없이 아직 미쳐 있으니 하는 일을 잘 생각하라고 말했소. 그를 데려가지 말라고 병원장이 아무리 미리 일러 주고 경고해도 사제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소. 대주교의 명령인 것을 보고 병원장은 따랐지요. 석사에게 그의 옷을 입혔는데, 새것이고 점잖은 옷이었소. 석사는 제정신인 사람의 옷을 입고 미치광이의 옷을 벗은 제 모습을 보자, 동료 미치광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가게 해 달라고 사제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청했소. 사제는 자기도 함께 가서 병원에 있는 미치광이들을 보고 싶다고 했소. 그래서 그들은 위층으로 올라갔고,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사람 몇도 따라갔소. 석사는 사납게 날뛰는 미치광이가, 그때는 가라앉아 조용했지만, 갇혀 있는 우리 앞으로 가서 이렇게 말했소. '형제여, 내게 시킬 일이 있으면 말하시오. 나는 집으로 가오. 하느님께서 그 끝없는 선하심과 자비로, 내가 그럴 자격도 없는데, 내 정신을 돌려주셨소. 이제 나는 다 나았고 제정신이오. 하느님의 권능 앞에서는 어떤 일도 불가능하지 않으니까. 하느님께 큰 희망을 품고 믿으시오. 나를 처음 상태로 돌려놓으셨으니, 당신도 그분을 믿으면 당신 역시 돌려놓아 주실 것이오. 내가 먹을 것을 좀 보내 드리도록 신경 쓰겠으니 꼭 드시오. 겪어 본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우리의 광기는 모두 위는 비고 머리는 바람으로 가득 찬 데서 생긴다고 나는 생각하오. 힘을 내시오, 힘을 내. 불행 속에서 기운을 잃으면 건강이 줄고 죽음이 다가오는 법이오.'

"석사가 하는 이 말을 그 사나운 미치광이의 우리 맞은편 다른 우리에 있던 또 다른 미치광이가 다 듣고 있었소. 그는 벌거숭이로 누워 있던 낡은 거적에서 일어나더니, 다 낫고 제정신이 되어 나가는 놈이 누구냐고 큰 소리로 물었소. 석사가 대답했소. '형제여, 나가는 사람은 나요. 이제 여기 더 있을 까닭이 없소. 이토록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신 하늘에 끝없이 감사드리오.' '석사,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생각하게. 악마에게 속지 말게.' 미치광이가 맞받았소. '발을 멈추고 자네 집, 이곳에 얌전히 있게. 그러면 되돌아오는 수고를 덜 걸세.' '나는 내가 나은 걸 아오.' 석사가 맞받았소. '다시 순례를 돌 일은 없을 것이오.' '자네가 나아?' 미치광이가 말했소. '좋아, 두고 보면 알겠지. 잘 가게. 그러나 이 땅에서 그 위엄을 대신하는 유피테르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네만, 오늘 세비야가 자네를 이 집에서 꺼내 주고 제정신이라고 여기는 이 죄 하나만으로도, 나는 세비야에 벌을 내려 영원무궁토록 그 벌이 기억되게 하겠네, 아멘. 이 모자란 석사 녀석아, 내가 그럴 수 있다는 걸 모르느냐? 말했듯이 나는 천둥 치는 유피테르요, 세상을 을러대고 부술 수 있고 늘 그렇게 하는, 불타는 벼락을 손에 쥐고 있는 몸이다. 그러나 나는 이 무지한 백성을 단 한 가지로만 벌하겠다. 이 협박을 한 오늘 이 날 이 시각부터 셈하여 꼬박 3년 동안 이 도시와 그 둘레 모든 지역에 비를 내리지 않겠다. 네가 풀려나고, 네가 낫고, 네가 제정신이고, 나는 미치광이고, 나는 병들고, 나는 묶여 있다고……? 내가 비를 내릴 생각은 목을 매달 생각만큼도 없다.'

"구경꾼들은 미치광이의 고함과 말에 귀를 기울였소. 그러나 우리의 석사는 우리의 사제에게 돌아서서 그의 두 손을 잡고 말했소. '나리,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미치광이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저자가 유피테르라서 비를 내리지 않겠다면, 물의 아버지이자 물의 신인 넵투누스인 제가 마음 내킬 때마다, 필요할 때마다 비를 내리겠습니다.' 이 말에 사제가 대답했소. '그래도 넵투누스 나리, 유피테르 나리를 성나게 하는 건 좋지 않겠소. 나리는 댁에 그대로 계시오. 다음에 형편이 더 좋고 틈이 더 날 때 다시 모시러 오겠소.' 병원장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웃었고, 그 웃음에 사제는 얼굴이 반쯤 붉어졌소. 사람들은 석사의 옷을 벗겼고, 석사는 병원에 남았고, 이야기는 끝났소."

"그래, 이것이 그 이야기란 말이오, 이발사 양반?" 돈키호테가 말했다. "여기에 틀로 찍어 낸 듯이 들어맞아서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던 이야기가? 아, 면도꾼 양반, 면도꾼 양반, 체 그물 너머로도 못 보는 사람은 얼마나 눈이 먼 사람이오! 재주와 재주를, 용기와 용기를,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을, 가문과 가문을 견주는 비교는 언제나 미움을 사고 달갑지 않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정말 모른단 말이오? 이발사 양반, 나는 물의 신 넵투누스도 아니고, 분별 있지도 않으면서 남에게 분별 있다고 여겨지려 애쓰지도 않소. 나는 다만 편력 기사도가 위세를 떨치던 그 더없이 복된 시대를 되살리지 않는 세상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세상에 깨우쳐 주려고 애쓸 뿐이오. 그러나 타락한 우리 시대는, 편력 기사들이 나라를 지키고, 아가씨들을 감싸고, 고아와 어린것들을 돕고, 오만한 자를 벌하고, 겸손한 자에게 상을 주는 일을 떠맡아 제 어깨에 짊어지던 시대가 누린 그런 복을 누릴 자격이 없소. 요즘 기사들은 대부분 몸을 감싸는 쇠사슬 갑옷보다 걸치고 다니는 다마스크 비단과 금란과 다른 값비싼 천이 버석거리는 소리를 더 내오. 이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을 갖추고 하늘의 모진 날씨를 고스란히 맞으며 들판에서 자는 기사가 없소. 편력 기사들이 하던 것처럼 등자에서 발을 빼지도 않고 창에 기댄 채, 흔히 하는 말로 잠의 목만 살짝 베는 기사도 이제는 없소. 이 숲을 나와 저 산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대개는 사납고 거친 바다의 메마르고 황량한 바닷가를 밟고, 그 물가에서 노도 돛도 돛대도 밧줄도 없는 작은 배 한 척을 발견하면 겁 없는 마음으로 거기에 몸을 던져, 한번은 하늘로 들어 올리고 한번은 구렁으로 끌어내리는 깊은 바다의 무자비한 물결에 몸을 맡기는 기사도 이제는 하나도 없소. 그 기사는 이겨 낼 수 없는 폭풍에 가슴을 내밀고 버티다가, 생각지도 못한 때에 배를 탄 곳에서 3천 레과도 더 떨어진 곳에 와 있게 되고, 멀고 낯선 땅에 뛰어내리면 양피지가 아니라 청동에 새겨 마땅한 일들을 겪게 되오. 그러나 이제는 게으름이 부지런함을, 빈둥거림이 일을, 악덕이 덕을, 오만이 용기를, 무예의 이론이 실전을 이기고 있소. 그 실전은 오직 황금시대와 편력 기사들 속에서만 살아 있었고 빛났소. 그렇지 않다면 말해 보시오. 이름난 가울라의 아마디스보다 더 정숙하고 더 용맹한 이가 누구요? 잉갈라테라의 팔메린보다 더 분별 있는 이가 누구요? 백기사 티란테보다 더 붙임성 있고 다루기 쉬운 이가 누구요? 그리스의 리수아르테보다 더 멋진 이가 누구요? 돈 벨리아니스보다 더 많이 베이고 더 많이 벤 이가 누구요? 가울라의 페리온보다 더 겁 없는 이가, 이르카니아의 펠릭스마르테보다 더 위험에 뛰어드는 이가, 에스플란디안보다 더 진실한 이가 누구요? 트라키아의 돈 시롱힐리오보다 더 무모한 이가 누구요? 로다몬테보다 더 사나운 이가 누구요? 소브리노 왕보다 더 신중한 이가 누구요? 레이날도스보다 더 대담한 이가 누구요? 롤단보다 더 무적인 이가 누구요? 그리고 투르핀이 그의 『우주지』에서 말한 대로 오늘날 페라라 공작들의 조상이 된 루헤로보다 더 늠름하고 더 예의 바른 이가 누구요? 신부님, 이 기사들과 내가 더 댈 수 있는 다른 많은 기사들은 모두 편력 기사였고, 기사도의 빛이요 영광이었소. 내 계책에 쓰일 기사들이 바로 이런 기사들이나 이와 같은 기사들이었으면 좋겠소. 그렇게만 되면 폐하께서는 훌륭히 섬김을 받으시고 많은 비용을 아끼실 것이요, 튀르크 황제는 제 수염이나 쥐어뜯고 있게 될 것이오. 그리고 이런 까닭에, 사제가 나를 꺼내 주지 않는다고 해서 나는 내 집에 남아 있지는 않겠소. 이발사 양반 말처럼 그 양반의 유피테르가 비를 내리지 않는다면, 여기 내가 있으니 내 마음 내킬 때 비를 내리겠소.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대야 양반이 내가 그 뜻을 알아들었다는 것을 알게 하려는 것이오."

"참말이지, 돈키호테 나리." 이발사가 말했다.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 제 뜻이 선했던 만큼 하느님께서 저를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나리께서 언짢아하실 일이 아닙니다."

"내가 언짢아해도 되는지 아닌지는"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내가 알아서 하오."

이 말에 신부가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돈키호테 나리가 한 말 때문에 생겨나 내 양심을 갉아먹고 긁어 대는 의문 하나를 품은 채로 남고 싶지는 않소."

"신부님은 그보다 더한 일에도 허락을 받을 만하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러니 그 의문을 말씀하시오. 양심에 의문을 품고 지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허락해 주신다니" 신부가 대답했다. "말하겠소. 내 의문은 이것이오. 돈키호테 나리, 나리가 늘어놓은 그 편력 기사 무리가 정말로 참으로 이 세상에 살았던 피와 살을 지닌 사람들이었다고는 아무리 해도 믿어지지 않소. 오히려 나는 그것이 모두 지어낸 이야기요, 꾸며 낸 이야기요, 거짓말이요, 깨어 있는 사람들이, 아니 더 바르게 말하자면 반쯤 잠든 사람들이 늘어놓은 꿈이라고 생각하오."

"그것은 또 다른 잘못이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런 기사들이 세상에 있었다는 것을 믿지 않는 많은 사람이 빠진 잘못이지. 나는 여러 번, 여러 사람을 상대로 여러 기회에, 거의 누구나 빠져 있는 이 착각을 진실의 빛 아래로 끌어내려고 애썼소. 어떤 때는 뜻을 이루지 못했고 어떤 때는 이루었는데, 그 뜻을 진실의 어깨 위에 떠받쳐서였소. 그 진실이 얼마나 확실한지, 나는 가울라의 아마디스를 내 두 눈으로 보았다고까지 말하고 싶을 정도요. 그는 키가 크고 얼굴이 희었으며, 수염은 검기는 해도 잘 다듬었고, 눈빛은 부드러운 듯 엄했고, 말수가 적고, 더디 성내고 금세 노여움을 풀었소. 내가 아마디스를 그려 낸 것처럼, 내 생각에는 세상의 이야기들 속을 편력하는 모든 편력 기사를 그려 내고 드러낼 수 있을 것이오. 그들이 그들의 이야기가 전하는 대로였다고 나는 확신하므로, 그들이 해낸 무훈과 그들이 지녔던 성품을 보면 올바른 철학으로 그들의 생김새와 낯빛과 키를 끌어낼 수 있으니까."

"그럼 나리가 보기에 거인 모르간테는 얼마나 컸을 것 같습니까, 돈키호테 나리?" 이발사가 물었다.

"거인에 관해서는"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세상에 거인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의견이 갈리오. 그러나 진실에서 티끌만큼도 어긋날 수 없는 성경이 블레셋의 거한 골리앗 이야기를 들려주며 거인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오. 골리앗은 키가 일곱 규빗 반이었다니 엄청나게 큰 몸집이오. 또 시칠리아섬에서는 정강이뼈와 어깨뼈가 어찌나 큰 것이 나왔는지, 그 크기를 보면 그 주인들이 거인이었고 큰 탑만큼 컸다는 것이 드러나오. 기하학이 이 진실을 의심에서 건져 내오. 그래도 모르간테가 얼마나 컸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소. 다만 그리 크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하오. 그의 무훈을 낱낱이 적은 이야기에서 그가 지붕 밑에서 자는 일이 많았다는 대목을 보았기 때문에 이런 의견을 품게 되었소. 그가 들어갈 만한 집을 찾았다면 그의 몸집이 엄청나지는 않았던 것이 분명하오."

"그렇군요." 신부가 말했다.

신부는 돈키호테가 그토록 엄청난 헛소리를 하는 것을 듣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들도 모두 편력 기사였으니 몬탈반의 레이날도스와 돈 롤단과 프랑스의 나머지 열두 대등 기사들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레이날도스에 대해서는"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감히 말하건대, 얼굴은 넓고 낯빛은 붉었으며, 눈은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조금 튀어나왔고, 지나치게 까다롭고 성미가 급했으며, 도둑과 막돼먹은 무리와 잘 어울렸소. 롤단, 또는 로톨란도, 또는 오를란도, 이야기들이 이 모든 이름으로 그를 부르는데, 그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하고 또 장담하오. 키는 중간쯤이고 어깨가 넓고 다리가 조금 휘었으며, 얼굴은 가무잡잡하고 수염은 불그스름했고, 몸에 털이 많고 눈빛이 위협적이었소. 말수는 적었지만 아주 점잖고 예의 발랐소."

"롤단이 나리 말씀보다 더 잘생기지 않았다면" 신부가 맞받았다. "아름다운 앙헬리카 아씨가 그를 업신여기고 버린 것도 놀랄 일이 아니오. 앙헬리카가 몸을 맡긴 그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한 무어 젊은이에게는 멋과 기개와 매력이 있었을 테니까. 롤단의 거칢보다 메도로의 부드러움을 사랑했으니 그 아씨는 슬기롭게 처신한 셈이오."

"그 앙헬리카는, 신부님"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방탕하고 싸돌아다니기 좋아하고 조금 변덕스러운 아가씨였소. 그 아가씨는 아름답다는 명성만큼이나 세상을 제 엉뚱한 짓으로 가득 채워 놓았소. 천 명의 귀인, 천 명의 용사, 천 명의 현자를 업신여기고, 턱이 반질반질한 어린 시동 하나로 만족했소. 그 시동에게는 친구에게 지킨 우정 덕에 얻은 고마운 사람이라는 이름 말고는 다른 재산도 이름도 없었소. 그 아가씨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위대한 시인, 이름난 아리오스토는 이 아씨가 그 천한 몸 맡김 뒤에 겪은 일을 감히 노래하지 못해서인지, 노래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마 그리 정숙한 일들은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말하며 그 아씨를 내버려 두었소.

그리고 그 여인이 어찌하여 카타이의 왕홀을 받았는지는
아마 다른 이가 더 나은 채로 노래하리라.

그리고 이것은 틀림없이 예언이었소. 시인들은 바테스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예언자라는 뜻이기 때문이오. 이 진실은 분명히 드러나오. 그 뒤로 이름난 안달루시아 시인 하나가 그 아씨의 눈물을 울며 노래했고, 또 다른 이름나고 비할 데 없는 카스티야 시인이 그 아씨의 아름다움을 노래했기 때문이오."1

"말씀해 보십시오, 돈키호테 나리." 이때 이발사가 말했다. "그 앙헬리카 아씨를 칭송한 시인은 그토록 많은데, 그 아씨를 두고 풍자시를 지은 시인은 하나도 없었습니까?"

"사크리판테나 롤단이 시인이었다면"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 아가씨를 벌써 비누칠하듯 박박 문질러 놓았으리라고 나는 굳게 믿소. 지어낸 귀부인들에게, 아니 실은 자기 마음의 귀부인으로 고른 이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받아들여지지 못한 시인들이 풍자시와 비방문으로 앙갚음하는 것은 시인들의 본성이요 버릇이니까. 그런 앙갚음은 정말이지 너그러운 가슴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지만. 그러나 세상을 뒤집어 놓은 앙헬리카 아씨를 헐뜯는 시는 지금까지 내 귀에 들어온 적이 없소."

"기적이로군요!" 신부가 말했다.

그때 이미 이야기 자리를 떠나 있던 가정부와 조카딸이 안뜰에서 크게 소리치는 것이 들렸고, 모두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주

  1. 1. 안달루시아 시인은 루이스 바라오나 데 소토(1548~1595, 『앙헬리카의 눈물』), 카스티야 시인은 로페 데 베가(『앙헬리카의 아름다움』, 160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