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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Quixote제17장 돈키호테의 전대미문의 용기가 다다랐고 다다를 수 있었던 마지막 극점이 드러나고 사자 모험이 다행히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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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돈키호테의 전대미문의 용기가 다다랐고 다다를 수 있었던 마지막 극점이 드러나고 사자 모험이 다행히 끝난다

이야기에 따르면, 돈키호테가 투구를 가져오라고 산초에게 소리쳤을 때 산초는 양치기들이 파는 응유 치즈를 사고 있었다. 주인이 몹시 서두르는 바람에 몰려서 그는 치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에 담아 가야 할지 몰랐는데, 이미 값을 치렀으니 버릴 수도 없어서 주인의 투구에 넣기로 하고는 그렇게 잘 챙겨 들고 주인이 무엇을 바라는지 보러 돌아왔다. 산초가 다다르자 주인이 말했다.

"벗아, 그 투구를 이리 다오. 내가 모험을 모르는 사람이든지, 아니면 저기 보이는 것이 내게 무기를 들라고 요구할, 아니 이미 요구하고 있는 모험이든지 둘 중 하나다."

이 말을 들은 초록 외투의 기사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작은 깃발을 두세 개 단 수레 하나가 그들 쪽으로 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깃발들을 보니 그 수레는 국왕 폐하의 돈을 싣고 가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는 돈키호테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은 모두 모험 또 모험이리라고 언제나 믿고 생각했으므로 그 말을 곧이듣지 않고 시골 귀족에게 대답했다.

"미리 대비한 사람은 반쯤 싸운 셈이오. 내가 대비해서 잃을 것은 하나도 없소. 나는 내게 보이는 원수와 보이지 않는 원수가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고, 그자들이 언제, 어디서, 어느 때, 어떤 모습으로 내게 덤벼들지 모르니까."

그러고는 산초에게 돌아서서 투구를 달라고 했다. 산초는 응유 치즈를 꺼낼 겨를이 없어서 투구를 있는 그대로 건넬 수밖에 없었고, 돈키호테는 투구를 받아 들고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아채지도 못한 채 부리나케 머리에 눌러썼다. 그러자 응유 치즈가 짓눌리고 짜이면서 유청이 돈키호테의 온 얼굴과 수염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그는 깜짝 놀라 산초에게 말했다.

"산초, 이게 무엇이냐? 머리통이 물렁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골이 녹아내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을 흘리는 것 같기도 하구나. 땀을 흘리는 거라면, 정말이지 겁이 나서 흘리는 땀은 아니다. 지금 내게 일어나려는 모험이 무시무시한 모험임이 틀림없는 게다. 닦을 것이 있거든 다오. 땀이 줄줄 흘러 눈앞이 보이지 않는구나."

산초는 잠자코 천 조각을 하나 건넸고, 그러면서 주인이 사정을 알아채지 못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돈키호테는 얼굴을 닦고 나서, 자기 생각에 머리를 서늘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려고 투구를 벗었다. 그리고 투구 안에 든 그 하얀 죽 같은 것을 보고 코에 갖다 대어 냄새를 맡더니 말했다.

"나의 아씨 둘시네아 델 토보소의 목숨을 걸고 말하건대, 네가 여기 넣은 것은 응유 치즈로구나. 이 배신자, 이 악당, 이 버릇없는 종자 놈아."

이 말에 산초는 몹시 태연하게 시치미를 떼고 대답했다.

"응유 치즈라면 나리, 저 주세요. 제가 먹을게요…… 아니, 악마나 먹으라지요. 거기 그걸 넣은 건 악마가 틀림없으니까요. 제가 나리 투구를 더럽힐 만큼 대담할 리가 있어요? 대담한 놈을 잘도 찾으셨네요! 맹세코 나리, 하느님께서 깨우쳐 주시는 대로 생각해 보면, 저도 나리가 빚어 놓으신 사람이고 나리의 한 몸이나 다름없으니까 저를 쫓아다니는 마법사들이 있나 봐요. 그놈들이 나리의 참을성을 건드려 노여움을 사게 하려고, 그래서 나리가 늘 하시듯 제 갈비뼈를 두들기시게 하려고 거기 그 더러운 걸 넣어 둔 거예요. 그렇지만 정말이지 이번에는 그놈들이 헛발을 디뎠어요. 저는 우리 나리의 훌륭한 분별을 믿거든요. 저한테는 응유 치즈도 우유도 그만한 것도 하나도 없고, 있다 해도 투구에 넣느니 제 배 속에 넣었으리라는 걸 헤아리셨을 테니까요."

"다 그럴 수 있지." 돈키호테가 말했다.

시골 귀족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모든 것에 놀랐는데, 특히 돈키호테가 머리와 얼굴과 수염과 투구를 닦은 뒤 투구를 눌러쓰고는 등자에 발을 단단히 딛고 칼을 매만지고 창을 움켜쥐며 이렇게 말할 때 그러했다.

"자, 올 테면 오라지. 나는 사탄이 몸소 온다 해도 맞붙을 각오로 여기 있노라."

이때 깃발 단 수레가 다다랐는데, 거기에는 노새 위에 탄 수레꾼과 앞자리에 앉은 사내 하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돈키호테가 그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

"형제들이여, 어디로 가시오? 이것은 무슨 수레이며, 여기 무엇을 싣고 가며, 이 깃발들은 무슨 깃발이오?"

이 말에 수레꾼이 대답했다.

"수레는 제 것이고, 실린 것은 우리 안에 든 사나운 사자 두 마리예요. 오란 총독이 국왕 폐하께 바치는 선물로 궁정에 보내는 거죠. 깃발은 우리 주군이신 국왕 폐하의 것이고요. 여기 폐하의 물건이 간다는 표시예요."

"그런데 그 사자들이 크오?" 돈키호테가 물었다.

"어찌나 큰지" 수레 문 곁에 탄 사내가 대답했다. "아프리카에서 에스파냐로 이보다 더 큰 사자도, 이만큼 큰 사자도 건너온 적이 없을 정도예요. 저는 사자지기라서 다른 사자들도 데려왔지만, 이런 놈들은 하나도 없었어요. 암컷과 수컷인데, 수컷은 이 앞쪽 우리에, 암컷은 뒤쪽 우리에 있어요. 오늘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지금 굶주려 있어요. 그러니 나리, 비켜 주세요. 먹이를 줄 곳에 얼른 닿아야 하거든요."

이 말에 돈키호테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새끼 사자를? 나한테 새끼 사자를, 그것도 이 시각에? 하느님께 맹세코, 그것들을 이리로 보내는 그 나리들은 내가 사자를 보고 겁낼 사람인지 아닌지 보게 될 것이오! 착한 양반, 내리시오. 그대가 사자지기라니, 그 우리를 열고 그 짐승들을 내게 내보내시오. 그것들을 내게 보낸 마법사들이 아무리 싫어하고 언짢아해도, 이 들판 한가운데서 라만차의 돈키호테가 누구인지 그 짐승들에게 똑똑히 알려 주리라."

"옳거니!" 이때 시골 귀족이 속으로 말했다. "우리 착한 기사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표시를 내셨구나. 응유 치즈가 틀림없이 머리통을 물렁하게 하고 골을 푹 익혀 놓았나 보다."

이때 산초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나리, 제발 하느님을 봐서라도, 우리 주인 돈키호테 나리께서 이 사자들하고 맞붙지 않도록 어떻게 좀 해 주세요. 맞붙으셨다간 여기서 우리 모두 갈가리 찢길 거예요."

"아니, 자네 주인이 그렇게 미쳤단 말인가?" 시골 귀족이 대답했다. "그토록 사나운 짐승들과 맞붙으리라고 자네가 겁내고 믿을 만큼?"

"미친 게 아니라" 산초가 대답했다. "대담하신 거예요."

"그분이 대담하게 굴지 못하게 내가 해 보겠네." 시골 귀족이 맞받았다.

그러고는 사자지기에게 우리를 열라고 다그치고 있는 돈키호테에게 다가가 말했다.

"기사 나리, 편력 기사들은 무사히 빠져나오리라는 희망을 주는 모험에 덤벼야지, 그 희망을 아예 빼앗는 모험에 덤벼서는 안 됩니다. 무모함의 영토로 들어선 용기는 굳셈보다 광기에 더 가까우니까요. 더구나 이 사자들은 나리를 치러 오는 것이 아니고 그럴 꿈도 꾸지 않습니다. 국왕 폐하께 바치는 선물로 가는 길이니, 그것들을 붙잡아 두거나 가는 길을 막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시골 귀족 나리, 나리는 가서"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 길들인 미끼 자고새와 겁 없는 흰족제비나 돌보시오. 그리고 저마다 제 일을 하게 내버려 두시오. 이것이 내 일이오. 이 사자 나리들이 나를 치러 오는지 아닌지는 내가 아오."

그러고는 사자지기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맹세코, 이 악당 양반아, 당장 당장 우리를 열지 않으면 이 창으로 그대를 수레에 꿰매 버리겠소!"

무장한 그 망상이 굳게 마음먹은 것을 보고 수레꾼이 말했다.

"주인 나리, 제발 자비를 베푸셔서 사자들이 칼집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제가 노새들을 풀어 데리고 몸을 피하게 해 주세요. 노새들이 죽기라도 하면 저는 평생 끝장이에요. 이 수레와 이 노새들 말고는 아무 재산도 없거든요."

"오, 믿음이 적은 자여!"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내려서 노새를 풀고 네 마음대로 하거라. 곧 네가 헛수고를 했고 그런 수고는 덜어도 되었다는 것을 보게 될 게다."

수레꾼은 내려서 부리나케 노새를 끌러 냈고, 사자지기는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증인이 되어 주세요. 저는 제 뜻을 거슬러 억지로 우리를 열고 사자를 풀어 주는 거예요. 그리고 이 나리께 분명히 말해 두는데, 이 짐승들이 저지르는 온갖 해와 손해는 다 이 나리 책임이에요. 제 품삯과 수당도 마찬가지고요. 나리들, 제가 열기 전에 몸을 피하세요. 저야 이놈들이 저를 해치지 않으리라고 믿지만요."

시골 귀족은 그런 터무니없는 짓에 덤비는 것은 하느님을 시험하는 일이라며 그런 미친 짓은 하지 말라고 다시 설득했다. 이 말에 돈키호테는 자기가 하는 일은 자기가 안다고 대답했고, 시골 귀족은 잘 생각해 보라고, 자기가 보기에는 그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맞섰다.

"그렇다면 나리" 돈키호테가 맞받았다. "나리께서 보시기에 비극이 될 이 일을 구경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그 얼룩 회색 말에 박차를 가해 몸을 피하시오."

이 말을 들은 산초는 눈물을 글썽이며 주인에게 그 일을 그만두라고 빌었다. 그 일에 견주면 풍차 모험도, 무시무시했던 축융 방아 모험도, 아니 주인이 평생 덤벼든 모든 무훈이 다 과자에 꽃빵이었다.

"나리, 보세요." 산초가 말했다. "여기는 마법이고 그 비슷한 것이고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우리 창살과 틈새로 진짜 사자 발톱 하나를 봤는데, 그걸 보니 그 발톱 주인인 사자는 산보다 더 커요."

"겁이 나니 적어도"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 사자가 세상의 절반보다 더 커 보이기는 하겠지. 물러나거라, 산초. 나를 내버려 두어라. 내가 여기서 죽거든, 우리가 오래전에 맺은 약속을 알고 있겠지. 둘시네아에게 달려가거라. 더는 말하지 않겠다."

그는 이 말에 다른 말들을 보태어, 그 미친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모두에게서 거두어 버렸다. 초록 외투의 기사는 그를 막고 싶었으나 무기가 대등하지 않음을 알았고, 미치광이와 맞붙는 것이 슬기로운 일로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의 눈에 돈키호테는 영락없는 미치광이였다. 돈키호테가 다시 사자지기를 다그치고 위협을 되풀이하자, 시골 귀족은 암말에, 산초는 잿빛 당나귀에, 수레꾼은 노새에 박차를 가하거나 채찍질을 했고, 모두들 사자가 바구니에서 풀려나기 전에 수레에서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지려고 애썼다.

산초는 이번에야말로 주인이 사자 발톱에 걸려 틀림없이 죽으리라 믿고 주인의 죽음을 울었다. 그는 제 운수를 저주하며, 다시 주인을 모시겠다는 생각이 든 그 시각을 재수 없는 시각이라 불렀다. 그러나 울고 한탄한다고 해서 수레에서 멀어지도록 잿빛 당나귀를 두들기는 일을 멈추지는 않았다. 달아나던 이들이 이미 멀찍이 떨어진 것을 보자 사자지기는 앞서 요구하고 통고했던 것을 돈키호테에게 다시 요구하고 통고했다. 돈키호테는 다 들었으니 더는 통고하고 요구하느라 애쓰지 말라고, 그래 봐야 다 소용없는 일이니 어서 서두르라고 대답했다.

사자지기가 첫째 우리를 여는 동안 돈키호테는 말을 타고 싸우는 것보다 걸어서 싸우는 편이 좋을지 따져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로시난테가 사자를 보면 겁을 먹으리라 염려되어 걸어서 싸우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말에서 뛰어내려 창을 내던지고 방패를 팔에 끼고 칼을 뽑아 들고는, 한 걸음 한 걸음, 놀라운 대담함과 용감한 마음으로 수레 앞에 가서 섰다. 그러면서 온 마음으로 하느님께, 그다음에는 자기 아씨 둘시네아께 몸을 맡겼다.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이 대목에 이르러 이 참된 이야기의 작가가 이렇게 외치며 말한다는 점이다. "오, 굳세고, 어떤 과장으로도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용기 있는 라만차의 돈키호테여, 세상의 모든 용사가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여, 에스파냐 기사들의 영광이요 명예였던 돈 마누엘 데 레온의 두 번째이자 새로운 화신이여! 나는 어떤 말로 이토록 무시무시한 무훈을 이야기하랴. 어떤 이치로 이것을 앞으로 올 세기들이 믿게 하랴. 과장 위의 과장이라 한들, 너에게 어울리고 들어맞지 않을 칭찬이 어디 있으랴. 너는 걸어서, 너는 홀로, 너는 겁 없이, 너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오직 칼 한 자루를, 그것도 강아지 표시가 찍힌 잘 드는 칼도 아닌 칼 한 자루를 들고, 그리 반짝이지도 깨끗하지도 않은 쇠 방패 하나를 들고, 아프리카의 밀림이 일찍이 길러 낸 가장 사나운 사자 두 마리를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구나. 용맹한 라만차 사람이여, 너의 행적이 너를 칭찬하게 하라. 나는 그것을 기릴 말이 모자라 여기서 그냥 그대로 두련다."1

작가의 앞서 말한 외침은 여기서 그치고, 작가는 이야기의 실을 다시 이어 나아가며 이렇게 말한다. 사자지기는 돈키호테가 이미 자세를 갖춘 것을 보았고, 성나고 대담한 기사의 노여움을 사지 않으려면 수사자를 풀어 주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앞서 말했듯이 사자가 든 첫째 우리를 활짝 열었는데, 사자는 엄청나게 크고 무시무시하고 흉측한 몰골이었다. 사자는 맨 먼저 누워 있던 우리 안에서 몸을 뒤척이고 발톱을 뻗으며 온몸을 쭉 폈다. 그다음에 입을 벌려 아주 느릿느릿 하품을 했고, 거의 두 뼘이나 되는 혀를 밖으로 내밀어 눈의 먼지를 털어 내고 얼굴을 씻었다. 그러고 나서 머리를 우리 밖으로 내밀고 숯불 같은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그 눈길과 몸짓은 무모함 그 자체에도 두려움을 안길 만했다. 오직 돈키호테만이 그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사자가 어서 수레에서 뛰어내려 자기와 맞붙기를, 그래서 그 두 손으로 사자를 갈가리 찢어 놓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의 일찍이 본 적 없는 광기의 극점이 여기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너그러운 사자는 오만하기보다 점잖아서, 어린애 장난이나 허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이쪽저쪽을 둘러본 뒤 돌아서서 돈키호테에게 엉덩이를 보이고는 아주 느긋하고 태평하게 다시 우리 안에 드러누웠다. 그것을 본 돈키호테는 사자지기에게 사자를 몽둥이로 때리고 약을 올려 밖으로 내몰라고 명령했다.

"그건 못 해요." 사자지기가 대답했다. "제가 약을 올리면 그놈이 맨 먼저 갈가리 찢을 사람은 바로 저일 테니까요. 기사 나리, 이미 하신 것으로 만족하세요. 용기라는 점에서는 그 이상 말할 것이 없어요. 두 번째로 운을 시험하려 들지 마세요. 사자는 문이 열려 있으니 나오든 말든 그놈 마음이에요. 그런데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으니 오늘 하루 내내 나오지 않을 거예요. 나리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는 이미 넉넉히 드러났어요. 제가 아는 한 아무리 용맹한 싸움꾼이라도 적에게 결투를 걸고 들판에서 적을 기다리는 것 이상의 의무는 없어요. 상대가 나오지 않으면 치욕은 상대 몫이고, 기다린 사람이 승리의 관을 얻는 거죠."

"그건 맞는 말이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벗아, 문을 닫아라. 그리고 여기서 내가 하는 것을 네가 본 그대로, 될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꼴로 증언해 다오. 곧 네가 사자에게 문을 열어 주었고, 내가 사자를 기다렸으며, 사자는 나오지 않았다. 내가 다시 기다렸는데 사자는 또다시 나오지 않고 다시 드러누웠다. 나는 더 할 것이 없다. 마법은 썩 물러가라. 하느님께서 이치와 진실과 참된 기사도를 도우시기를.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문을 닫아라. 그동안 나는 달아나 자리를 비운 이들에게 손짓을 해서, 이 무훈을 네 입으로 듣게 하겠다."

사자지기는 그렇게 했다. 돈키호테는 쏟아진 응유 치즈 비에서 얼굴을 닦았던 천을 창끝에 매달고, 시골 귀족을 앞세우고 한 무리가 되어 줄곧 달아나면서도 걸음마다 뒤를 돌아보던 이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산초는 그 하얀 천의 신호를 알아보고 말했다.

"우리 나리께서 그 사나운 짐승들을 이기지 않으셨다면 나를 죽여도 좋아요. 우리를 부르시잖아요."

모두 걸음을 멈추었고, 손짓하는 사람이 돈키호테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두려움을 얼마간 덜고는 자기들을 부르는 돈키호테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리는 데까지 조금씩 다가왔다. 마침내 그들이 수레로 돌아오자 돈키호테가 수레꾼에게 말했다.

"형제여, 다시 노새를 매고 길을 이어 가시오. 그리고 산초, 너는 이 사람과 사자지기가 나 때문에 지체한 대가로 둘에게 에스쿠도 금화 두 닢을 주어라."

"기꺼이 드리죠." 산초가 대답했다. "그런데 사자들은 어떻게 됐어요? 죽었어요, 살았어요?"

그러자 사자지기가 싸움의 끝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그는 될 수 있는 한, 할 줄 아는 한 돈키호테의 용기를 부풀려서, 사자가 돈키호테를 보고 겁을 먹어 우리 문이 한참 동안 열려 있었는데도 나오려 하지 않았고 감히 나오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사 나리가 바란 대로 사자를 약 올려 억지로 나오게 하는 것은 하느님을 시험하는 일이라고 자기가 말하자, 기사 나리가 싫어도 할 수 없이, 온 뜻을 거슬러 문을 닫게 허락했다고 말했다.

"산초,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돈키호테가 말했다. "참된 용기 앞에서 힘을 쓰는 마법이 있느냐? 마법사들이 내게서 행운은 빼앗을 수 있겠지만, 굳센 힘과 용기를 빼앗는 것은 불가능할 게다."

산초는 금화를 주었고, 수레꾼은 노새를 맸으며, 사자지기는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돈키호테의 손에 입을 맞추고, 궁정에 가거든 그 용맹한 무훈을 임금님께 몸소 아뢰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혹시 폐하께서 누가 그 일을 했느냐고 물으시거든, 사자의 기사라고 아뢰시오. 지금까지 지녀 온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이름을 이제부터 이 이름으로 바꾸고, 갈고, 돌리고, 고치고 싶소. 이 일에서 나는 편력 기사들의 옛 관습을 따르는 것이오. 그들은 원할 때나 알맞을 때면 이름을 바꾸었으니까."

수레는 제 길을 갔고, 돈키호테와 산초와 초록 외투의 사내는 저희 길을 이어 갔다.

그동안 내내 돈 디에고 데 미란다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돈키호테의 행동과 말을 지켜보고 새겨 두는 데 온 정신을 쏟았는데, 그가 보기에 돈키호테는 제정신인 미치광이요, 제정신 쪽으로 기우는 미치광이였다. 그의 이야기 제1부는 아직 돈 디에고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것을 읽었더라면 돈키호테의 행동과 말이 자아내는 놀라움은 그쳤을 것이다. 그의 광기가 어떤 종류인지 이미 알았을 테니까. 그러나 그것을 몰랐으므로, 그는 돈키호테를 제정신인 사람으로 여기다가 또 미치광이로 여겼다. 그가 하는 말은 조리 있고 우아하고 훌륭했지만, 그가 하는 짓은 터무니없고 무모하고 어리석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말했다.

"응유 치즈가 가득한 투구를 쓰고는 마법사들이 머리통을 물렁하게 만든다고 믿는 것보다 더한 광기가 어디 있을까? 그리고 억지로 사자와 싸우려 드는 것보다 더 큰 무모함과 터무니없는 짓이 어디 있을까?"

돈키호테가 그에게 이렇게 말하며 그를 이런 상상과 혼잣말에서 끌어냈다.

"돈 디에고 데 미란다 나리, 나리께서 속으로 나를 터무니없는 미치광이로 여기고 계시리라는 것을 누가 의심하겠소? 그렇다 해도 대단한 일은 아니오. 내 행동은 다른 것을 증언할 수 없으니까. 그렇기는 해도 나리께서 이것만은 알아 두셨으면 하오. 나는 나리께 보였음직한 만큼 그렇게 미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소. 늠름한 기사가 임금의 눈앞에서 큰 광장 한가운데에 나가 사나운 황소에게 창을 멋지게 꽂는 것은 보기 좋은 일이오.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기사가 귀부인들 앞에서 즐거운 마상 시합을 벌이며 울타리를 따라 내달리는 것도 보기 좋은 일이오. 무예 훈련으로든 그렇게 보이는 일로든 군주의 궁정을 즐겁고 흥겹게 하고,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궁정을 명예롭게 하는 모든 기사들도 보기 좋소. 그러나 이 모든 이들보다 더 보기 좋은 것은 편력 기사요. 오직 영광스럽고 오래 남을 명성을 얻으려고, 위험한 모험을 찾아 사막과 외딴 땅과 갈림길과 밀림과 산을 누비며 그 모험을 행복하고 운 좋게 마무리하려는 편력 기사 말이오. 다시 말하지만, 어느 외딴 들판에서 과부를 돕는 편력 기사가 도시에서 아가씨에게 달콤한 말을 건네는 궁정 기사보다 더 보기 좋소. 기사들에게는 저마다 저만의 일이 있소. 궁정 기사는 귀부인들을 섬기고, 시종들에게 제복을 입혀 임금의 궁정에 위엄을 더하고, 푸짐한 식탁으로 가난한 기사들을 먹여 살리고, 마상 시합을 마련하고, 무술 대회를 열고, 크고 너그럽고 후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착한 그리스도교 신자답게 처신해야 하오. 그렇게 해서 제 마땅한 의무를 다하게 되오. 그러나 편력 기사는 세상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고, 가장 얽히고설킨 미궁으로 들어가고, 걸음마다 불가능한 일에 덤비고, 한여름에는 사람 없는 황야에서 불타는 햇살을, 겨울에는 바람과 얼음의 모진 매서움을 견디어야 하오. 사자에게 놀라서도, 괴물에게 겁먹어서도, 엔드리아고 괴물에게 두려워해서도 안 되오. 이것들을 찾아다니고, 저것들에게 덤비고, 그 모두를 이기는 것이 그의 으뜸가는 참된 일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나는 편력 기사의 무리 가운데 하나가 되는 운명을 타고났으니, 내가 보기에 내 일의 관할에 드는 것이면 무엇이든 덤비지 않을 수 없소. 그러니 방금 내가 덤빈 그 사자들에게 덤비는 것은 바로 내가 할 일이었소. 그것이 터무니없는 무모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오. 나는 용기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소. 용기란 비겁과 무모라는 두 악덕의 극단 사이에 놓인 덕이오. 그러나 용감한 사람이 비겁한 쪽으로 내려가 그 언저리에 닿는 것보다는 무모한 쪽으로 올라가 그 언저리에 닿는 편이 덜 나쁘오. 헤픈 사람이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가 인색한 사람이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보다 쉽듯이, 무모한 사람이 참으로 용감한 사람이 되기가 비겁한 사람이 참된 용기에 오르기보다 쉽기 때문이오. 그리고 돈 디에고 나리, 모험에 덤비는 일에서는 나를 믿으시오. 패가 모자라서 지기보다는 남아서 지는 편이 낫소. 듣는 사람들 귀에는 '아무개 기사는 무모하고 대담하다'는 말이 '아무개 기사는 소심하고 비겁하다'는 말보다 더 듣기 좋으니까."

"돈키호테 나리, 제 말씀은" 돈 디에고가 대답했다. "나리께서 하신 말씀과 행동이 모두 이성 그 자체의 저울 바늘에 맞추어 반듯하다는 것입니다. 편력 기사도의 법령과 법도가 사라진다 해도 나리의 가슴속에서, 마치 그것을 간직한 창고요 문서고에서처럼 다시 찾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날이 저무니 서두릅시다. 제 마을, 제 집으로 가시지요. 거기서 지난 수고를 푸시면 됩니다. 몸의 수고가 아니었다 해도 마음의 수고였을 테니까요. 마음의 수고는 이따금 몸의 피로로 넘쳐 오기도 하지요."

"그 제안은 큰 호의요 은혜로 받겠소, 돈 디에고 나리."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때까지보다 더 박차를 가해 가니, 오후 두 시쯤 되었을 때 그들은 돈키호테가 초록 외투의 기사라고 부르던 돈 디에고의 마을과 집에 다다랐다.

주

  1. 1. 돈 마누엘 데 레온은 가톨릭 공동 왕 시대의 기사로, 한 귀부인이 일부러 사자 우리에 떨어뜨린 장갑을 들어 왔다는 이야기로 이름났다. 「강아지 표시」는 톨레도의 이름난 칼장이가 칼날에 찍던 작은 개 모양의 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