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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Quixote제47장 라만차의 돈키호테가 마법에 걸린 기이한 경위와 다른 이름난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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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장 라만차의 돈키호테가 마법에 걸린 기이한 경위와 다른 이름난 사건들

돈키호테는 그렇게 우리에 갇혀 달구지 위에 실린 자기를 보자 말했다.

"나는 편력 기사들의 이야기를 많이, 그것도 아주 무게 있는 이야기를 많이 읽었소. 그러나 마법에 걸린 기사들을 이렇게, 이 게으르고 굼뜬 짐승들이 약속하는 이런 느린 걸음으로 데려간다는 이야기는 읽어 본 적도,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소. 언제나 그들은 거무스름하고 어두운 구름에 싸이거나, 불 수레를 타거나, 히포그리프나 그 비슷한 짐승을 타고서 기이하게 날쌔게 하늘을 날아가곤 하오. 그런데 지금 나를 소달구지에 실어 간다니, 하느님 맙소사, 이것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하오! 그러나 아마 요즘 우리 시대의 기사도와 마법은 옛사람들이 따르던 길과는 다른 길을 따르는 모양이오. 또 이럴 수도 있소. 나는 세상에 새로 나온 기사이고, 잊힌 모험 기사도의 업을 처음으로 되살린 사람이니, 마법도 새로운 갈래가 지어지고 마법에 걸린 사람을 데려가는 방법도 새로 생겨났을지 모르오. 얘야 산초, 너는 이걸 어떻게 생각하느냐?"

"저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죠." 산초가 대답했다. "편력 기사들의 글을 나리만큼 많이 읽지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이 근처를 돌아다니는 이 헛것들이 그다지 가톨릭 신자답지는 않다는 것만은 감히 단언하고 맹세할 수 있어요."

"가톨릭 신자답다고? 천만에!"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모두 악마들이 헛된 몸을 빌려 쓰고 와서 이런 짓을 하고 나를 이런 꼴로 만들었는데, 어떻게 가톨릭 신자다울 수 있겠느냐? 이 진실을 보고 싶거든 그것들을 만지고 더듬어 보아라. 그것들의 몸은 공기로만 되어 있고, 겉모습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느님께 맹세코, 나리" 산초가 맞받았다. "저는 벌써 그것들을 만져 봤어요. 그런데 여기서 저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이 악마는 살이 통통하게 올랐고, 제가 듣던 악마들의 성질하고는 아주 다른 성질이 있어요. 소문으로는 악마들은 모두 유황 냄새나 다른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는데, 이놈은 반 레과 밖에서도 용연향 냄새가 나거든요."

산초는 돈 페르난도를 두고 이 말을 했다. 그는 지체 높은 나리였으므로 산초가 말한 그런 냄새를 풍겼을 것이다.

"그런 일에 놀라지 마라, 산초, 내 벗아."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내 너에게 일러 주거니와, 악마들은 아는 것이 많으니, 냄새를 지니고 다닌다 해도 그들 자신은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한다. 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냄새를 풍긴다 해도 좋은 냄새는 풍길 수 없고, 고약하고 구린 냄새만 풍긴다. 그 까닭은 이러하다. 그들은 어디에 있든 지옥을 함께 지니고 다니고, 괴로움 속에서 어떤 위안도 얻을 수 없는데, 좋은 냄새란 즐겁고 흐뭇하게 해 주는 것이니, 그들이 좋은 냄새를 풍길 수는 없느니라. 그러니 네가 말하는 그 악마에게서 용연향 냄새가 난다고 여겨진다면, 네가 잘못 알았거나, 아니면 그자가 너로 하여금 자기를 악마로 여기지 않게 하여 너를 속이려는 것이다."

주인과 하인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돈 페르난도와 카르데니오는 산초가 이미 바짝 뒤쫓고 있는 그들의 꾀를 아주 알아채고 말까 봐 걱정이 되어 떠나는 일을 서두르기로 했다. 그래서 객줏집 주인을 한쪽으로 불러 로시난테에 안장을 얹고 산초의 당나귀에 길마를 얹으라고 일렀고, 주인은 아주 재빨리 그렇게 했다.

그 무렵 신부는 이미 순찰대원들과 흥정하여 날마다 얼마씩 주기로 하고 자기 마을까지 동행하게 해 두었다. 카르데니오는 로시난테의 안장머리 한쪽에는 가죽 방패를, 다른 쪽에는 대야를 매달았다. 그리고 손짓으로 산초에게 당나귀에 올라 로시난테의 고삐를 잡으라고 했고, 달구지 양옆에는 순찰대원 둘을 총을 든 채 세웠다. 그러나 달구지가 움직이기 전에 객줏집 안주인과 그 딸과 마리토르네스가 돈키호테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나왔다. 그들은 그의 불운이 가슴 아파 우는 시늉을 했고, 돈키호테는 그들에게 말했다.

"울지 마시오, 나의 착한 부인들이여. 이 모든 불운은 내가 업으로 삼은 일을 업으로 삼은 자들에게 따르는 것이오. 이런 재앙이 내게 닥치지 않는다면 나는 나를 이름난 편력 기사로 여기지 않을 것이오. 이름도 명성도 별로 없는 기사들에게는 이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으니, 세상에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오. 용맹한 기사들에게는 일어나오. 그들의 덕과 용기를 시샘하는 군주들과 다른 기사들이 많아서 고약한 길로 착한 이들을 없애려 하기 때문이오. 그러나 그래도 덕이란 워낙 힘이 세어서, 그 처음 지어낸 조로아스터가 알던 강령술을 다 동원하더라도 덕은 홀로 모든 위기에서 이겨 내고, 해가 하늘에서 빛을 내듯 세상에 빛을 내리라. 아리따운 귀부인들이여, 혹시 내가 무심하여 그대들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다면 용서하시오. 일부러 알면서 누구에게 몹쓸 짓을 한 적은 결코 없소. 그리고 어떤 못된 마법사가 나를 가두어 놓은 이 옥에서 나를 꺼내 주시도록 하느님께 빌어 주시오. 이 옥에서 풀려나기만 하면, 그대들이 이 성에서 내게 베푼 은혜를 잊지 않고, 그 은혜에 걸맞게 갚고 받들고 보답하리라."

성의 귀부인들이 돈키호테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신부와 이발사는 돈 페르난도와 그 동료들, 대위와 그 아우, 그리고 기쁨에 찬 모든 아씨들, 특히 도로테아와 루스신다에게 작별을 고했다. 모두 서로 끌어안으며, 앞으로 일어나는 일을 서로 알리자고 약속을 나누었다. 돈 페르난도는 신부에게 돈키호테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 달라며 편지를 어디로 보내면 되는지 일러 주었고, 그것을 아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다짐했다. 그리고 자기도 신부를 기쁘게 할 만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알려 주기로 했다. 자기 혼례며 소라이다의 세례며, 돈 루이스의 일이며 루스신다가 집으로 돌아간 일까지 말이다. 신부도 부탁받은 일은 무엇이든 꼬박꼬박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다시 서로 끌어안았고, 다시 새로운 약속을 주고받았다.

객줏집 주인이 신부에게 다가와 종이 뭉치를 내밀었다. 『주제넘은 호기심』 이야기가 나온 그 가방의 안감 속에서 찾아낸 것인데, 주인이 다시 찾으러 오지 않았으니 모두 가져가시라면서, 자기는 글을 읽을 줄 모르니 필요 없다고 했다. 신부는 고맙다고 하고 곧 펼쳐 보았는데, 글머리에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 이야기1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책이리라 여겼고, 『주제넘은 호기심』이 좋았으니 이것도 좋으리라고 짐작했다. 모두 같은 작가가 쓴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틈이 나면 읽을 생각으로 그것을 간직했다.

그는 말에 올랐고, 벗 이발사도 말에 올랐다. 둘은 돈키호테가 금세 알아보지 못하도록 복면을 쓰고 달구지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는 차례는 이러했다. 맨 앞에는 주인이 모는 달구지가 가고, 그 양옆에는 앞서 말한 대로 순찰대원들이 총을 들고 갔다. 그 뒤로 산초 판사가 당나귀를 타고 로시난테의 고삐를 잡고 따랐다. 그리고 맨 뒤에는 신부와 이발사가 튼튼한 노새를 타고 갔는데, 앞서 말한 대로 얼굴을 가린 채 점잖고 의젓한 몸가짐으로 소들의 느린 걸음이 허락하는 만큼만 나아갔다. 돈키호테는 손이 묶이고 다리를 뻗은 채 우리 안에 앉아 창살에 기대어 있었는데, 살로 된 사람이 아니라 돌로 된 조각상인 것처럼 잠자코 참고 있었다.

이렇게 느릿느릿 말없이 2레과쯤 가자 골짜기 하나에 이르렀다. 소달구지꾼은 그곳이 쉬면서 소들에게 풀을 먹이기 좋은 자리라고 여겼다. 그가 신부와 의논하자, 이발사는 조금 더 가자는 의견을 냈다. 가까이 보이는 언덕 너머에, 그들이 멈추려는 이 골짜기보다 풀이 더 많고 훨씬 좋은 골짜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발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그들은 다시 길을 이어 갔다.

그때 신부가 고개를 돌려 보니, 등 뒤로 차림새가 훌륭하고 잘 갖춘 기마 남자 예닐곱 명이 오고 있었다. 그들은 금세 신부 일행을 따라잡았는데, 소들처럼 느긋하고 굼뜨게 가는 것이 아니라 참사회원들이 타는 노새를 탄 사람처럼, 1레과도 안 되는 거리에 보이는 객줏집에 어서 가서 한낮의 낮잠을 자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이들이 게으른 이들을 따라잡자 서로 공손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 일행 가운데 하나, 알고 보니 톨레도의 참사회원이고 함께 오는 다른 이들의 주인인 사람이, 달구지와 순찰대원들과 산초와 로시난테와 신부와 이발사의 질서 정연한 행렬을 보고, 게다가 우리에 갇혀 사로잡힌 돈키호테를 보자, 저 사람을 저렇게 데려가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기야 그는 순찰대원들의 휘장을 보고 그가 어떤 흉악한 노상강도이거나 성스러운 형제단이 벌을 내려야 할 다른 범죄자이리라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질문을 받은 순찰대원 하나가 이렇게 대답했다.

"나리, 이 기사가 왜 이렇게 가는지는 이분한테 직접 말씀하라고 하십시오. 저희는 모릅니다."

돈키호테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기사 여러분, 혹시 여러분은 편력 기사도에 밝고 익숙하신 분들이오? 그렇다면 내 불운을 여러분에게 털어놓겠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애써 이야기할 까닭이 없소."

그 무렵 신부와 이발사는 길손들이 라만차의 돈키호테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자기들의 계략이 들통나지 않게 대답하려고 이미 그 곁에 와 있었다.

참사회원은 돈키호테의 말에 대답했다.

"참말이지, 형씨, 나는 『비얄판도의 논리학 요강』보다 기사 소설을 더 잘 아오. 그러니 그것만이 문제라면 하고 싶은 말을 마음 놓고 내게 털어놓아도 좋소."

"하느님 뜻대로 하리라." 돈키호테가 맞받았다. "그렇다면 기사여, 내가 못된 마법사들의 시샘과 속임수로 마법에 걸려 이 우리에 실려 간다는 것을 아시오. 덕은 착한 이들에게 사랑받기보다 악한 이들에게 박해받는 법이오. 나는 편력 기사요. 그것도 명성의 여신이 영원히 기억에 새겨 두려고 그 이름을 한 번도 떠올린 적 없는 그런 기사가 아니라, 시샘 그 자체와, 페르시아가 길러 낸 마고스들, 인도가 길러 낸 브라만들, 에티오피아가 길러 낸 나체 현자들이 아무리 거슬러도, 불멸의 신전에 이름을 올려 다가올 세대에 본보기와 귀감이 될 그런 기사요. 편력 기사들이 무예의 영예로운 꼭대기와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다면, 거기서 자기들이 따라야 할 발자취를 보게 될 것이오."

"라만차의 돈키호테 나리께서 참말을 하시오." 그때 신부가 말했다. "이분은 자기의 허물과 죄 때문이 아니라, 덕을 못마땅해하고 용기를 언짢아하는 자들의 못된 속셈 때문에 마법에 걸려 이 달구지에 실려 가시는 것이오. 나리, 이분이 바로 슬픈 얼굴의 기사요. 언젠가 그 이름을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소만, 시샘이 그 용맹한 무훈과 큰 업적을 흐리려고 아무리 애쓰고 악의가 그것을 감추려고 아무리 애써도, 그 무훈과 업적은 단단한 청동과 영원한 대리석에 새겨질 것이오."

참사회원은 갇힌 사람과 풀려 있는 사람이 똑같은 말투로 말하는 것을 듣자, 어찌나 놀랐던지 성호를 그을 뻔했고,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와 함께 온 사람들도 모두 똑같이 놀랐다. 그때 그 이야기를 들으려고 다가와 있던 산초 판사가 모든 것을 바로잡겠다고 나서며 말했다.

"자, 여러분, 제가 하는 말 때문에 저를 좋게 보시든 나쁘게 보시든,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 주인 돈키호테 나리가 마법에 걸렸다는 건 우리 어머니가 마법에 걸렸다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돼요. 나리는 정신이 멀쩡하시고, 다른 사람들처럼 먹고 마시고 볼일도 보시거든요. 우리에 갇히기 전 어제도 그러셨던 것처럼요. 사정이 이런데 어떻게 저한테 나리가 마법에 걸렸다고 믿게 하려 하세요? 저는 마법에 걸린 사람은 먹지도 자지도 말하지도 않는다는 말을 여러 사람한테 들었어요. 그런데 우리 주인은 누가 말리지 않으면 소송 대리인 서른 명보다 더 말을 많이 하실걸요."

그러고는 신부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아이고, 신부님, 신부님! 제가 신부님을 못 알아볼 줄 아셨어요? 이 새로 나온 마법들이 어디로 가는 건지 제가 꿰뚫어 보고 알아채지 못할 줄 아세요? 얼굴을 아무리 가리셔도 저는 신부님을 알아보고, 속임수를 아무리 감추셔도 저는 다 알아들어요. 하기야 시샘이 다스리는 곳에서는 덕이 살 수 없고, 인색한 곳에서는 너그러움이 살 수 없는 법이죠. 악마나 물어 가라죠! 신부님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우리 주인 나리는 미코미코나 공주님하고 혼인하셨을 테고, 저는 적어도 백작은 되었을 거예요. 슬픈 얼굴의 기사이신 우리 주인 나리의 착하심으로 보나 제 섬김의 크기로 보나 그것 말고 다른 걸 바랄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보니 세상 사람들 하는 말이 맞네요. 운명의 수레바퀴는 방앗간 바퀴보다 더 빨리 돌고, 어제 꼭대기에 올라앉았던 사람이 오늘은 바닥에 나뒹군다더니요. 제 자식들하고 마누라가 가여워요. 저희 아버지가 어느 섬이나 왕국의 통치자나 부왕이 되어 문으로 들어오는 걸 볼 수 있었고 또 마땅히 기대했을 텐데, 마부가 되어 들어오는 걸 보게 생겼으니까요. 신부님, 제가 이런 말씀을 다 드리는 건 그저 신부님께서 우리 주인 나리가 당하시는 험한 대접을 양심에 비추어 보시라고 간곡히 말씀드리려는 거예요. 하느님께서 저세상에서 우리 주인을 이렇게 가둔 일을 따지시고, 돈키호테 나리가 갇혀 있는 동안 베풀지 못하시는 그 모든 도움과 선행을 신부님 몫으로 셈하시지 않게 잘 생각해 보세요."

"아니, 저 등잔들 좀 손봐야겠군!" 그때 이발사가 말했다. "산초, 자네도 자네 주인과 한패인가? 하느님 맙소사, 자네도 주인과 함께 우리에 들어가 짝이 되어 주고 주인처럼 마법에 걸려야겠네. 자네도 주인의 기질과 기사도에 물들었으니 말일세. 자네는 하필 재수 없는 때에 그 사람 약속을 배었고, 그토록 바라는 섬은 하필 고약한 시각에 자네 머릿속에 들어갔네."

"저는 누구 아이도 배지 않았어요." 산초가 대답했다. "임금님이 와도 아이를 배도록 내버려 둘 사람이 아니고요. 가난해도 저는 대대로 그리스도교 신자이고 누구한테 진 빚도 없어요. 제가 섬을 바란다지만, 남들은 더 고약한 걸 바라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제 행실의 자식이고, 사람인 이상 저도 교황이 될 수 있는데 섬 하나 다스리는 통치자쯤이야 못 되겠어요? 게다가 우리 주인 나리께서 섬을 하도 많이 얻으셔서 나눠 줄 사람이 모자랄 지경이 될 수도 있는데요. 이발사 나리, 말씀 조심하세요. 세상일이 다 수염 깎는 일은 아니고, 같은 페드로라도 페드로 나름이에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우리가 다 서로 아는 사이라서예요. 저한테 가짜 주사위를 던지시면 안 되죠. 그리고 우리 주인 나리가 마법에 걸린 일은 하느님이 진실을 아시겠죠. 이 얘기는 여기서 그만둬요. 휘저을수록 더 고약해지니까요."

이발사는 산초에게 대꾸하려 하지 않았다. 산초가 순진한 말로 자기와 신부가 그토록 감추려 애쓰는 것을 드러낼까 봐서였다. 같은 걱정 때문에 신부는 우리에 갇힌 사람의 비밀과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참사회원에게 조금 앞서가자고 했다. 참사회원은 그렇게 했다. 그는 하인들과 함께 신부와 앞으로 나아가며, 신부가 들려주고 싶어 하는 돈키호테의 됨됨이와 생활과 광기와 버릇을 귀 기울여 들었다. 신부는 그의 헛된 생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 그리고 그를 이 우리에 넣기까지 일어난 모든 일의 흐름을 짧게 이야기하고, 어떻게든 그의 광기를 고칠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그를 고향으로 데려가는 중이라는 계획도 들려주었다. 하인들과 참사회원은 돈키호테의 기이한 이야기를 듣고 다시 놀랐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참사회원이 말했다.

"참으로, 신부님, 내가 따져 보기로는 기사 소설이라고 부르는 그런 것들은 나라에 해롭소. 나도 한가하고 그릇된 재미에 끌려 인쇄된 기사 소설 대부분의 첫머리는 거의 다 읽어 보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낸 것은 하나도 없소. 많든 적든 모두 똑같은 것이어서, 이 책이 저 책보다 나을 것도 없고 그 책이 또 다른 책보다 나을 것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이런 갈래의 글과 짜임은 밀레토스 이야기라고 부르는 꾸민 이야기들의 갈래에 드오. 그것들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오로지 즐겁게 하는 데만 마음을 쓰고 가르치는 데는 마음을 쓰지 않소. 즐겁게 하면서 함께 가르치는 교훈 우화와는 정반대요. 그리고 그런 책들의 으뜸가는 목적이 즐겁게 하는 데 있다 해도, 그토록 많고 그토록 엄청난 터무니없는 소리로 가득 차 있으니 어떻게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소. 영혼 속에 생겨나는 즐거움은 눈이나 상상이 그 앞에 내놓는 것들에서 영혼이 보거나 바라보는 아름다움과 어울림에서 나와야 하고, 그 자체에 추함과 흐트러짐을 지닌 것은 무엇이든 우리에게 아무런 흡족함도 줄 수 없기 때문이오. 그렇다면 열여섯 살 난 젊은이가 탑만 한 거인에게 칼을 한 번 휘둘러 마치 설탕 과자로 만든 것처럼 두 동강을 내는 책이나 이야기에서 무슨 아름다움이, 부분과 전체, 전체와 부분 사이에 무슨 균형이 있을 수 있겠소? 또 싸움을 그려 보이려 할 때, 적의 편에 백만 명의 군사가 있다고 해 놓고도 책의 주인공이 그들과 맞서기만 하면, 우리가 싫든 좋든 그 기사가 오로지 제 억센 팔의 용기만으로 승리를 거두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면 무슨 아름다움이 있겠소? 또 어느 여왕이나 제위를 이을 황녀가 이름도 모르는 편력 기사의 품에 그토록 쉽사리 안기는 것은 무엇이라 해야 하겠소? 기사들로 가득 찬 큰 탑이 순풍을 받은 배처럼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 오늘 밤에는 롬바르디아에 있다가 내일 아침에는 인디아스의 사제왕 요한의 땅이나, 프톨레마이오스도 찾아내지 못하고 마르코 폴로도 보지 못한 다른 땅에서 날이 밝는다는 이야기를 읽고 흡족해할 재주가 있다면, 그것은 아주 야만스럽고 거친 재주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리고 이런 책을 짓는 이들은 그것을 거짓 이야기로 쓰는 것이니 섬세함이나 진실을 따질 까닭이 없다고 누가 내게 대답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소. 거짓은 참말처럼 보일수록 더 훌륭하고, 미심쩍으면서도 있을 법한 데가 많을수록 더 즐거움을 준다고. 꾸며 낸 거짓 이야기는 그것을 읽는 사람들의 분별과 짝을 이루어야 하오. 불가능한 것을 손쉬워 보이게 하고, 엄청난 것을 고르게 다듬고, 마음을 붙들어 놓아서, 놀라게 하고, 넋을 빼놓고, 들뜨게 하고, 즐겁게 하여, 놀라움과 기쁨이 함께 발맞추어 가도록 써야 하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럴듯함과 본뜨기를 멀리하는 사람은 해낼 수 없소. 글의 완성은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오. 나는 기사 소설 가운데 팔다리를 모두 갖춘 온전한 이야기의 몸을 이루어, 가운데가 처음과 맞고 끝이 처음과 가운데와 맞는 책을 하나도 보지 못했소. 오히려 팔다리를 하도 많이 붙여 지어서, 균형 잡힌 형상을 빚기보다는 키마이라나 괴물을 만들려는 것처럼 보이오. 그뿐 아니라 그런 책들은 문체는 딱딱하고, 무훈은 믿을 수 없고, 사랑은 음탕하고, 예절은 버릇없고, 싸움은 길고, 말은 어리석고, 여행은 터무니없으며, 마지막으로 슬기로운 솜씨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쓸모없는 족속처럼 그리스도교 나라에서 쫓겨나 마땅하오."

신부는 귀를 기울여 그 말을 들었고, 분별이 좋은 사람이며 하는 말이 모두 옳다고 여겼다. 그래서 자기도 같은 생각이고 기사 소설을 미워하여 돈키호테의 책을, 그것도 아주 많은 책을 다 태워 버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책들을 두고 벌인 검열 이야기와, 어떤 책을 불에 넣는 벌을 내리고 어떤 책을 살려 두었는지를 들려주었다. 참사회원은 그 이야기에 적잖이 웃더니, 그런 책들을 두고 그렇게 나쁜 말을 다 했지만 그 안에서 좋은 점을 하나 찾았다고 했다. 바로 좋은 재주가 제 솜씨를 보일 수 있는 거리를 내준다는 점이었다. 그런 책들은 펜이 아무 거리낌 없이 달릴 수 있는 길고 너른 들판을 내주어, 난파와 폭풍과 맞부딪침과 싸움을 그려 낼 수 있게 한다. 용맹한 장수를 그려, 그런 장수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추게 하고, 적의 꾀를 미리 막는 데는 지혜롭게, 병사들을 설득하거나 말리는 데는 말 잘하는 연설가로, 의논할 때는 노련하게, 결정한 일에는 재빠르게, 버틸 때나 덤빌 때나 똑같이 용감하게 보이게 할 수 있다. 어떤 때는 가슴 아픈 비극을, 어떤 때는 즐겁고 뜻밖의 일을 그리고, 저기서는 더없이 아름답고 정숙하고 슬기롭고 조신한 귀부인을, 여기서는 용감하고 예의 바른 그리스도교도 기사를, 저쪽에서는 터무니없이 허풍 떠는 야만인을, 이쪽에서는 예의 바르고 용맹하고 사려 깊은 군주를 그리며, 가신들의 착함과 충성, 영주들의 너그러움과 은혜를 보여 줄 수 있다. 작가는 때로는 점성가로, 때로는 뛰어난 지리학자로, 때로는 음악가로, 때로는 나랏일에 밝은 사람으로 솜씨를 보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강령술사로 솜씨를 보일 기회가 올 때도 있을 것이다. 율리시스의 꾀, 아이네이아스의 경건함, 아킬레우스의 용기, 헥토르의 불운, 시논의 배신, 에우리알로스의 우정, 알렉산드로스의 너그러움, 카이사르의 용맹, 트라야누스의 관대함과 진실함, 조피로스의 충성, 카토의 지혜를 보여 줄 수 있고, 마지막으로 이름난 사내를 완전하게 만들 수 있는 모든 행실을 때로는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때로는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다고 참사회원은 말했다.

"그리고 이것을 부드러운 문체와 재치 있는 창안으로, 될 수 있는 한 진실에 가깝게 해낸다면, 틀림없이 갖가지 아름다운 매듭으로 짠 천을 지어 낼 것이고, 그 천은 다 짜고 나면 더없이 완전하고 아름다워 보여서, 앞서 말했듯 글이 바라는 가장 좋은 목적, 곧 가르치면서 함께 즐겁게 하는 목적을 이룰 것이오. 이런 책들의 얽매이지 않은 글은 작가가 서사시인으로, 서정시인으로, 비극 작가로, 희극 작가로, 시와 웅변이라는 더없이 달콤하고 즐거운 학문이 품은 모든 자질을 갖추고 솜씨를 보일 자리를 내주기 때문이오. 서사시는 운문으로뿐 아니라 산문으로도 쓸 수 있으니 말이오."

주

  1. 1. 세르반테스 자신의 단편 소설. 세비야 뒷골목의 두 소년 건달 이야기로, 뒷날(1613) 『모범 소설집』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