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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Quixote제23장 이름난 돈키호테가 시에라 모레나에서 겪은 일, 이 참된 이야기에 나오는 가장 희한한 모험 가운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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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이름난 돈키호테가 시에라 모레나에서 겪은 일, 이 참된 이야기에 나오는 가장 희한한 모험 가운데 하나

돈키호테는 자기가 이토록 험한 꼴이 된 것을 보고 종자에게 말했다.

"산초, 천한 자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바다에 물을 붓는 것이라는 말을 나는 늘 들어 왔다. 네가 한 말을 믿었더라면 이런 괴로움은 겪지 않았을 텐데, 이미 엎질러진 일이니 참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이 일을 교훈으로 삼아야지."

"제가 튀르크 사람인 만큼이나 나리께서 교훈을 얻으시겠네요." 산초가 대답했다. "그래도 제 말을 믿었더라면 이 화를 피했을 거라고 하시니, 이번엔 제 말을 믿으세요. 그러면 더 큰 화를 피하실 거예요. 말씀드리는데, 성스러운 형제단 앞에서는 기사도고 뭐고 소용없어요. 그 사람들은 세상의 편력 기사를 다 합쳐도 2마라베디어치로도 안 치거든요. 그리고 아셔야 할 게, 벌써 그 사람들 화살이 제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것 같아요."

"산초, 너는 타고난 겁쟁이로구나."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러나 내가 고집불통이라서 네 충고는 한 번도 듣지 않는다는 말을 네가 하지 못하도록, 이번만은 네 충고를 받아들여 네가 그토록 무서워하는 그 노여움에서 비켜나 주마.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내가 겁이 나서 이 위험에서 물러나 비켜났다고는 절대로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네 애원을 들어주려고 그랬다고 해야 한다. 네가 다른 말을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니, 지금부터 그때까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너를 거짓말쟁이라 하노라. 네가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할 때마다 너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는 대꾸하지 마라. 내가 어떤 위험에서, 특히 겁이라는 그림자가 조금이라도 비치는 듯한 이번 위험에서 물러나 비켜난다는 생각만 해도, 나는 벌써 여기 남아서 혼자 기다리고 싶어진다. 네가 말하고 네가 무서워하는 성스러운 형제단뿐 아니라,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형제들과 마카베오 일곱 형제와 카스토르와 폴룩스 형제, 아니 세상에 있는 모든 형제와 형제단까지도 말이다."

"나리" 산초가 대답했다. "물러나는 건 달아나는 게 아니고, 위험이 희망보다 클 때 버티고 기다리는 건 슬기가 아니에요. 오늘 몸을 아껴 내일을 대비하고 하루에 모든 걸 걸지 않는 게 슬기로운 사람이 할 일이고요. 그리고 아셔야 할 게, 저는 무지렁이 촌놈이지만 사람들이 훌륭한 다스림이라고 부르는 것도 조금은 알아요. 그러니 제 충고를 받아들이신 걸 뉘우치지 마시고, 하실 수 있으면 로시난테에 오르세요. 못 하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리고 저를 따라오세요. 제 머리가 그러는데, 지금 우리한테는 손보다 발이 더 필요하대요."

돈키호테는 더 대꾸하지 않고 말에 올랐다. 산초가 당나귀를 타고 앞장서서, 그들은 바로 곁에 있던 시에라 모레나 한 자락으로 들어섰다. 산초는 이 산을 통째로 가로질러 비소나 알모도바르 델 캄포로 빠져나갈 작정이었고, 형제단이 자기들을 찾더라도 들키지 않도록 그 험한 산속에 며칠 숨어 있을 생각이었다. 그가 이렇게 마음먹은 데는 갤리선 죄수들과 한바탕 싸우는 와중에도 당나귀에 실려 있던 먹을거리가 무사히 남은 것을 본 것도 힘이 되었는데, 죄수들이 무엇을 찾아내 가져갔는지를 생각하면 그는 그것을 기적으로 여겼다.

돈키호테는 그 산속으로 들어서자마자 마음이 기뻐졌다. 그곳이 자기가 찾는 모험에 알맞은 곳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외지고 험한 곳에서 편력 기사들에게 일어났던 놀라운 일들이 그의 기억에 되살아났다. 그는 이런 일들을 생각하며 나아갔는데, 어찌나 그 생각에 빠지고 넋을 빼앗겼던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산초도 안전한 데를 지나고 있다고 여기게 된 뒤로는 성직자들에게서 털어 온 것 가운데 남은 먹을거리로 제 배를 채우는 것 말고는 아무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당나귀 위에 여자처럼 옆으로 걸터앉아 주인 뒤를 따라가면서 자루에서 꺼내서는 제 배 속에 쑤셔 넣었다. 그렇게 가는 동안에는 다른 모험을 찾는 일 따위에 한 푼어치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그가 눈을 들어 보니 주인이 멈춰 서서 땅에 떨어진 무슨 꾸러미 같은 것을 긴 창끝으로 들어 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필요하면 주인을 도우려고 서둘러 다가갔다. 그가 다다랐을 때 마침 주인이 긴 창끝으로 안장 방석 하나와 거기 매달린 가방 하나를 들어 올리고 있었는데, 둘 다 반쯤 썩었거나 아주 썩어서 너덜너덜했다. 그러나 너무 무거워서 산초가 당나귀에서 내려 그것을 받아야 했고, 주인은 그에게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라고 했다.

산초는 아주 재빨리 그렇게 했다. 가방은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겨 있었지만 찢어지고 썩은 틈으로 안에 든 것이 보였다. 고운 네덜란드 아마포 셔츠 네 벌과 다른 리넨 물건들이었는데 깨끗한 만큼이나 정성 들여 만든 것들이었다. 그리고 손수건 하나에는 에스쿠도 금화가 수북하게 싸여 있었다. 그는 그것을 보자마자 말했다.

"온 하늘이여, 복 받으소서! 드디어 쓸모 있는 모험을 하나 내려 주셨네!"

그리고 더 뒤지다가 화려하게 꾸민 작은 비망록 하나를 찾아냈다. 돈키호테는 그것을 달라고 하고, 돈은 산초더러 간수해서 가지라고 했다. 산초는 그 은혜에 감사하며 주인의 손에 입 맞추고, 가방에서 리넨 물건들을 털어 내어 먹을거리 자루에 넣었다. 이 모든 것을 보고 돈키호테가 말했다.

"산초, 내 생각에는, 아니 달리 생각할 수가 없는데, 길 잃은 어느 길손이 이 산을 지나다가 흉악한 놈들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고, 놈들이 그를 이렇게 깊숙이 숨은 곳으로 끌고 와 묻은 것 같다." "그럴 리가 없어요." 산초가 대답했다. "도둑들이었다면 이 돈을 여기 두고 가지 않았을 테니까요."

"네 말이 옳다."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러니 이것이 무엇일 수 있는지 짐작도 안 가고 감도 잡히지 않는구나. 그러나 기다려 보아라. 이 작은 비망록에 무엇이라도 적혀 있다면, 그것을 실마리 삼아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을 더듬어 알아낼 수 있을지 보자."

그는 비망록을 펼쳤다. 거기서 맨 먼저 찾아낸 것은 초고처럼 적혀 있으나 글씨는 아주 좋은 소네트 한 편이었는데, 산초도 들을 수 있게 소리 내어 읽어 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사랑의 신에게 앎이 모자라든가,
잔인함이 넘치든가, 아니면 내 괴로움이
가장 모진 고문으로 나를 내모는
그 까닭에 걸맞지 않은 것이리라.
그러나 사랑이 신이라면, 이는 곧
모르는 것이 없다는 증거요, 신이 잔인할 리
없다는 것도 옳은 이치로다. 그러면 누가
내가 우러르며 느끼는 이 끔찍한 아픔을 정하는가?
필리여, 그것이 그대라 한다면 틀린 말이리라.
그토록 큰 선 속에 그토록 큰 악이 깃들 수 없고,
이 파멸이 하늘에서 내게 온 것도 아니니.
나는 머지않아 죽으리라, 그것이 가장 확실한 일.
까닭을 알 수 없는 병에
맞는 약을 찾는 것은 기적이니.

"그 노랫가락만으로는" 산초가 말했다. "아무것도 알 수 없네요. 거기 나오는 그 일로(hilo), 그러니까 실 끝을 잡고 실타래를 다 풀어내면 몰라도요."

"여기 무슨 실이 있다는 말이냐?" 돈키호테가 말했다.

"나리께서 거기서 '일로'라고, 그러니까 실이라고 하신 것 같아서요." 산초가 말했다.

"나는 '필리'라고 했을 뿐이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것은 틀림없이 이 소네트를 쓴 사람이 원망하는 귀부인의 이름일 것이다. 그리고 맹세코 이 사람은 꽤 괜찮은 시인이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시를 잘 모르는 것이지."

"그럼 나리께서는" 산초가 말했다. "노랫가락도 아세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잘 안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네가 나의 둘시네아 델 토보소 아씨께 처음부터 끝까지 시로 쓴 편지를 가져가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산초, 알아 두어라. 지난 시대의 편력 기사들은 모두, 아니면 대부분 위대한 음유 시인이자 위대한 음악가였다. 이 두 가지 재주, 아니 더 잘 말하자면 이 두 가지 재능은 사랑에 빠진 편력 기사에게 딸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옛 기사들의 노래는 솜씨보다는 기백이 더 낫기는 하다."

"나리, 더 읽어 보세요." 산초가 말했다. "우리 궁금증을 풀어 줄 게 나오겠지요."

돈키호테는 장을 넘기고 말했다.

"이것은 산문이다. 편지 같구나."

"보내는 편지요, 나리?" 산초가 물었다.

"첫머리를 보니 연애편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럼 나리, 소리 내어 읽어 주세요." 산초가 말했다. "저는 이런 연애 이야기가 아주 좋거든요."

"그러마."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리고 산초가 청한 대로 소리 내어 읽어 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너의 거짓 약속과 나의 틀림없는 불운이 나를 어느 곳으로 데려가니, 내가 원망하는 말보다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먼저 네 귀에 돌아갈 것이다. 아, 배은망덕한 이여, 너는 나보다 나은 사람이 아니라 나보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 때문에 나를 버렸다. 그러나 덕이 귀히 여겨지는 재산이라면 나는 남의 행복을 부러워하지도 내 불행을 울지도 않았을 것이다. 너의 아름다움이 쌓아 올린 것을 너의 행실이 허물어 버렸다. 아름다움을 보고 나는 네가 천사라고 알았고, 행실을 보고 나는 네가 여자임을 안다. 내 싸움을 일으킨 이여, 평안히 있거라. 부디 하늘이 네 남편의 속임수를 늘 감추어 주어, 네가 저지른 일을 뉘우치지 않고 내가 바라지 않는 앙갚음을 하지 않게 되기를. 편지를 다 읽고 나서 돈키호테가 말했다.

"이 편지로는 시보다도 알아낼 것이 더 적구나. 이것을 쓴 사람이 버림받은 어느 연인이라는 것밖에는."

그리고 비망록을 거의 다 넘겨 보니 다른 시와 편지들이 있었는데, 어떤 것은 읽을 수 있었고 어떤 것은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모두에 담긴 것은 원망과 탄식, 의심, 기쁨과 쓰라림, 호의와 냉대였고, 어떤 것은 기리고 어떤 것은 울며 노래한 것이었다.

돈키호테가 비망록을 넘기는 동안 산초는 가방을 뒤졌다. 가방에도 안장 방석에도 찾고 살피고 캐지 않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고, 뜯지 않은 솔기도, 빗질하듯 헤집지 않은 양털 한 오라기도 없었다. 부지런하지 못하거나 소홀해서 무엇 하나라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찾아낸 에스쿠도 금화가 백 닢이 넘었으니 군침이 그만큼 돋을 만도 했다. 그는 이미 찾은 것 말고는 더 찾지 못했지만, 담요 위로 날아오른 일, 물약을 토한 일, 말뚝이 내린 축복, 노새꾼의 주먹질, 안장 자루를 잃은 일, 외투를 도둑맞은 일, 착한 주인을 섬기며 겪은 그 모든 배고픔과 목마름과 고단함이 다 보람 있었다고 여겼다. 찾아낸 것을 넘겨받은 은혜로 넉넉하고도 남게 보상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슬픈 얼굴의 기사는 그 가방 임자가 누구인지 몹시 알고 싶었다. 소네트와 편지, 금화, 그 훌륭한 셔츠들로 미루어 그는 그 임자가 사랑에 빠진 어느 지체 높은 사람일 것이고, 귀부인의 냉대와 몹쓸 대접 때문에 무슨 절망적인 처지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사람이 살 수 없는 그 험한 곳에는 물어볼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는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로시난테가 가고 싶어 하는 길, 곧 로시난테가 걸을 수 있는 길 말고는 다른 길을 잡지 않았는데, 그 덤불 속에서 무슨 기이한 모험이 없을 리 없다는 생각을 줄곧 품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가다가 그는 눈앞에 솟은 작은 산 꼭대기 위로 한 사내가 바위에서 바위로, 덤불에서 덤불로 놀랍도록 가볍게 뛰어 건너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사내가 벌거벗은 것처럼 보였다. 수염은 검고 덥수룩했으며, 머리털은 숱이 많고 헝클어져 있었고, 발은 맨발에 다리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넓적다리는 황갈색 벨벳으로 보이는 반바지로 가리고 있었지만, 그것이 어찌나 갈가리 찢어졌던지 여러 군데로 살이 드러나 보였다. 머리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사내는 앞서 말한 대로 그렇게 가볍게 지나갔지만, 슬픈 얼굴의 기사는 이 자잘한 것들을 모두 보고 눈여겨 두었다. 그는 사내를 뒤쫓으려 애썼으나 따라갈 수가 없었다. 로시난테는 그 험한 길을 다닐 만큼 튼튼하지 못했고, 게다가 타고나기를 걸음이 짧고 느릿느릿한 놈이었기 때문이다. 돈키호테는 곧 저 사내가 안장 방석과 가방의 임자라고 짐작했고, 그를 찾을 때까지 한 해 동안 이 산속을 헤매게 되더라도 그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는 산초에게 당나귀에서 내려 산 한쪽으로 질러가라고 하고, 자기는 다른 쪽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애쓰다 보면 그토록 서둘러 그들 앞에서 사라진 그 사내와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건 못 하겠어요." 산초가 대답했다. "나리 곁을 떠나기만 하면 금세 겁이 저한테 들러붙어서 온갖 놀람과 헛것으로 저를 덮치거든요. 그러니 제 말씀을 명심하셔서 앞으로는 제가 나리 곁에서 손가락 하나만큼도 떨어지지 않게 해 주세요."

"그렇게 하자." 슬픈 얼굴의 기사가 말했다. "네가 내 용기에 기대고 싶어 하니 나는 몹시 기쁘다. 네 몸에서 넋이 빠져나가는 한이 있어도 내 용기는 네게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이제 천천히, 아니면 할 수 있는 대로 나를 따라오너라. 그리고 눈을 등불처럼 밝혀라. 우리는 이 작은 산을 한 바퀴 돌아볼 것이다. 어쩌면 아까 본 그 사내와 마주칠지도 모른다. 그 사내는 틀림없이 우리가 찾은 물건의 임자일 것이다."

그러자 산초가 대답했다.

"그 사람을 안 찾는 게 훨씬 낫겠어요. 그 사람을 찾았는데 혹시 그 사람이 돈 임자라면 당연히 돈을 돌려줘야 하잖아요. 그러니 이렇게 쓸데없이 애쓰지 말고 제가 그 돈을 선의로 가지고 있는 게 낫겠어요. 그러다가 다른 길로, 이렇게 꼬치꼬치 캐고 애쓰지 않아도 진짜 임자가 나타나면 그때 가서 보고요. 어쩌면 그때쯤이면 제가 돈을 다 써 버렸을 테고, 그러면 임금님이 저를 빚에서 풀어 주실 거예요." "산초, 그것은 네 생각이 틀렸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임자가 누구인지 짐작이 가고, 그 임자가 거의 눈앞에 있으니, 우리는 그를 찾아서 돌려줄 의무가 있다. 우리가 그를 찾지 않는다 해도, 그가 임자라는 강한 의심을 품은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가 정말 임자인 것과 다름없는 허물을 지게 된다. 그러니 산초, 내 벗아, 그를 찾는 것을 괴로워하지 마라. 내가 그를 찾으면 내 괴로움이 덜어질 테니까."

그러고는 로시난테에게 박차를 가했고, 산초는 늘 함께하는 당나귀를 타고 그를 따라갔다. 산을 한 자락 돌아가자 그들은 개울가에서 안장과 재갈을 얹은 노새 한 마리가 쓰러져 죽어 있는 것을 보았는데, 개들이 반쯤 뜯어 먹었고 까마귀들이 쪼아 놓았다. 이것을 보자 그들은 달아난 그 사내가 노새와 안장 방석의 임자라는 의심을 더욱 굳혔다.

그들이 노새를 바라보고 있는데, 가축을 지키는 목동이 부는 것 같은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들의 왼편에 산양 떼가 꽤 많이 나타났고, 그 뒤로 산 위에 산양들을 지키는 산양치기가 나타났는데 나이 든 사람이었다. 돈키호테는 그에게 소리쳐 자기들이 있는 데로 내려와 달라고 청했다. 그는 산양이나 늑대나 그 근방을 돌아다니는 다른 짐승의 발이 아니고는 밟는 일이 좀처럼, 아니 전혀 없는 이런 곳에 누가 당신들을 데려왔느냐고 소리쳐 대답했다. 산초가 내려오라고, 그러면 모든 것을 잘 설명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산양치기는 내려왔고, 돈키호테가 있는 곳에 다다르자 말했다.

"보아하니 저 골짜기에 죽어 있는 세 낸 노새를 보고 계시는군요. 맹세코 저 노새는 저기 있은 지 벌써 여섯 달이나 됐습죠. 말씀해 보세요. 여기 어디서 그 임자를 만나셨나요?"

"아무도 만나지 않았소."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안장 방석 하나와 작은 가방 하나를 찾았을 뿐이오."

"저도 그 가방을 봤습니다." 산양치기가 대답했다. "그래도 무슨 탈이 날까 봐, 훔친 물건이라고 내놓으라고 할까 봐 한 번도 줍거나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어요. 악마는 교활해서, 사람 발밑에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모르게 걸려 넘어질 것을 솟아나게 하거든요."

"제 말이 바로 그거예요." 산초가 대답했다. "저도 그걸 봤는데 돌을 던져 닿을 거리만큼도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어요. 거기 그대로 두었으니 거기 그대로 있을 거예요. 방울 단 개는 싫거든요."

"말해 보시오, 착한 양반."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대는 이 물건들 임자가 누구인지 아시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요" 산양치기가 말했다. "한 여섯 달쯤 전, 많게 잡든 적게 잡든 그쯤 전에, 여기서 3레과쯤 떨어진 양치기 움막에 풍채 좋고 늠름한 젊은이 하나가 찾아왔습죠. 저기 죽어 있는 바로 그 노새를 타고, 나리들이 찾았지만 손대지 않았다는 바로 그 안장 방석과 가방을 싣고서요. 그 사람이 이 산에서 가장 험하고 깊이 숨은 데가 어디냐고 묻기에, 우리는 지금 우리가 있는 여기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정말 그렇거든요. 여기서 반 레과만 더 들어가면 다시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몰라요. 이리 오는 길도 오솔길도 없는데 나리들이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는지 놀랍습니다. 아무튼 그 젊은이는 우리 대답을 듣자 고삐를 돌려 우리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는데, 우리는 다들 그 사람 풍채가 좋아 흐뭇해하면서도 그런 걸 묻는 것과, 그 사람이 서둘러 산 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그 뒤로는 다시 그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며칠 지나서 그 사람이 우리 양치기 하나가 가는 길에 나타나서 아무 말도 없이 다가와 주먹질에 발길질을 마구 하더니, 짐 싣는 암탕나귀한테 가서 싣고 있던 빵과 치즈를 몽땅 빼앗아 갔어요. 그러고는 놀랍도록 가볍게 다시 산속으로 숨어 버렸고요. 우리 산양치기 몇이 이 일을 알고 이 산에서 가장 우거진 데를 거의 이틀 동안 뒤졌는데, 마침내 굵고 우람한 코르크참나무 구멍 속에 들어앉은 그 사람을 찾았습죠. 그 사람은 아주 순하게 우리 앞에 나왔어요. 옷은 벌써 찢어졌고 얼굴은 일그러지고 햇볕에 그을려서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는데, 다만 옷이 찢어지긴 했어도 우리가 그 옷을 기억하고 있었던 덕에 우리가 찾던 그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 사람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몇 마디 안 되지만 아주 훌륭한 말로, 자기가 이런 꼴로 다니는 것을 보고 놀라지 말라고, 숱한 죄 때문에 받은 어떤 고행을 치르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우리는 누구인지 말해 달라고 청했지만 끝내 듣지 못했어요. 그리고 먹을 것이 없으면 살 수 없을 테니, 먹을 것이 필요할 때는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는지 일러 달라고, 그러면 아주 정성껏 가져다주겠다고 했습죠. 그것도 싫다면 적어도 양치기들한테서 빼앗지 말고 나와서 달라고 하라고요. 그 사람은 우리 제의에 고마워하고, 지난번에 덤벼든 일은 용서를 빌면서, 앞으로는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빌어먹겠다고 했어요. 사는 곳에 대해서는, 밤이 덮치는 데가 어디든 그곳 말고는 다른 데가 없다고 했고요. 그러고는 어찌나 애달프게 울며 말을 맺던지,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모습과 그때 모습을 떠올리며 함께 울지 않았다면 그 말을 들은 우리는 돌로 된 사람이었을 거예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 사람은 아주 늠름하고 잘생긴 젊은이였고, 정중하고 조리 있는 말솜씨로 보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궁정 사람다운 사람이었거든요. 그 말을 들은 우리는 촌사람들이었지만, 그 사람 기품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촌스러움 그 자체에게도 그걸 알아보게 할 만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한창 말을 하다가 그 사람이 멈추더니 말문을 닫았어요. 그러고는 한참 동안 땅바닥에 눈을 박고 있었는데, 그동안 우리는 모두 숨죽이고 넋을 놓은 채 그 넋 나간 모습이 어떻게 끝날지 기다렸어요. 그 꼴을 보니 적잖이 가엾었습죠. 눈을 크게 떴다가, 속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한참 동안 땅바닥만 뚫어지게 보다가, 또 어떤 때는 입술을 꽉 다물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눈을 감는 걸 보고, 우리는 무슨 미친 발작이 그 사람한테 닥쳤다는 걸 쉽게 알았어요. 그 사람은 곧 우리 생각이 맞았다는 걸 보여 주었어요. 누워 있던 땅바닥에서 몹시 사납게 벌떡 일어나더니 바로 곁에 있던 사람한테 어찌나 기세등등하고 사납게 덤벼들었던지, 우리가 떼어 놓지 않았다면 주먹질과 이빨로 물어뜯어서 죽였을 거예요. 그러면서 내내 이렇게 소리쳤어요. '아, 신의를 저버린 페르난도야! 여기서, 바로 여기서 네가 내게 저지른 부당한 짓의 값을 치르게 하마. 이 두 손으로 네 심장을 꺼내 주마. 온갖 악이 함께 깃들고 둥지를 틀고 있는 그 심장, 무엇보다 사기와 속임수가 깃든 그 심장을!' 그리고 거기에 다른 말들도 보탰는데, 모두 그 페르난도를 욕하고 배신자에 신의를 저버린 놈이라고 몰아붙이는 말이었어요. 우리는 적잖이 애를 써서 그 사람을 떼어 놓았는데, 그 사람은 더 아무 말도 없이 우리를 떠나 이 바위장미 덤불과 가시덤불 사이로 달려 들어가 숨어 버려서 우리는 따라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한테 이따금 미친 증세가 온다는 것과, 페르난도라는 누군가가 그 사람한테 무슨 몹쓸 짓을 했는데 그 사람이 이 지경이 된 걸 보면 그 짓이 꽤 무거운 것이었으리라고 짐작했어요. 그 뒤로 이 짐작은 다 맞아떨어졌습죠. 그 사람이 길에 나온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어떤 때는 양치기들한테 가지고 있는 먹을 것을 좀 달라고 빌고, 어떤 때는 억지로 빼앗아 갔어요. 미친 발작이 일어났을 때는 양치기들이 순순히 내주어도 받지 않고 주먹질로 빼앗아 가고, 제정신일 때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정중하고 점잖게 달라고 하고, 그 대가로 눈물까지 흘리며 몇 번이고 고맙다고 하거든요. 그리고 나리들, 정말로 말씀드리는데요" 산양치기가 이어 갔다. "어제 저하고 젊은 목동 넷이, 둘은 제 머슴이고 둘은 제 벗인데, 그 사람을 찾을 때까지 찾아다니기로 마음먹었어요. 찾으면 억지로든 좋게든 여기서 8레과 떨어진 알모도바르 고을로 데려가서, 고칠 수 있는 병이면 고쳐 주고, 제정신일 때 누구인지, 그 불운을 알릴 친척이 있는지 알아볼 작정입니다. 나리들, 물으신 것에 대해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게 다예요. 그리고 나리들이 찾은 물건의 임자는 바로 나리들이 본, 벌거벗은 만큼이나 가볍게 지나가던 그 사람이라고 알아 두세요." 돈키호테가 그 사내가 산을 뛰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이미 산양치기에게 말해 둔 터였다.

돈키호테는 산양치기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놀랐고, 그 불운한 미치광이가 누구인지 더욱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미 생각해 둔 대로, 그를 찾을 때까지 산속 구석구석, 동굴 하나 빼놓지 않고 살피며 온 산을 뒤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운은 그가 생각하거나 바란 것보다 더 잘 일을 꾸며 주었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이 있는 곳으로 이어진 산의 골짜기 사이로 그가 찾던 젊은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젊은이는 무어라 혼잣말을 하며 오고 있었는데, 가까이서도 알아들을 수 없었으니 멀리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차림새는 앞서 그린 그대로였는데, 다만 가까이 오자 돈키호테는 그가 걸친 갈가리 찢어진 가죽 조끼가 용연향을 먹인 것임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그런 옷을 입은 사람이라면 가장 낮은 신분은 아닐 것이라고 그는 확신하게 되었다.

젊은이는 그들에게 다가오자 쉬고 거친 목소리로, 그러나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돈키호테도 그 못지않게 점잖게 인사를 돌려주었고, 로시난테에서 내려 늠름한 몸가짐과 멋진 태도로 그를 끌어안으러 갔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이라도 되는 듯이 한참 동안 그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우리가 돈키호테를 슬픈 얼굴의 기사라 부르듯이 꼴사나운 얼굴의 누더기 사내라고 부를 수 있을 그 사람은, 돈키호테에게 안겨 있다가 그를 조금 떼어 놓고 두 손을 돈키호테의 어깨에 얹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자기가 아는 사람인지 보려는 것 같았는데, 돈키호테가 그를 보고 놀란 것 못지않게 그도 돈키호테의 얼굴과 풍채와 갑옷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결국 껴안은 뒤에 먼저 입을 연 것은 누더기 사내였고, 그가 한 말은 뒤에서 이야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