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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Quixote제24장 시에라 모레나의 모험을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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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시에라 모레나의 모험을 이어 간다

이야기는 전한다. 돈키호테는 누더기를 걸친 산의 기사의 말을 더없이 귀 기울여 들었는데, 그 사람은 말을 이어 이렇게 말했다.

"나리, 그대가 누구든 나는 그대를 모르지만, 그대가 내게 보여 준 마음과 예의에 참으로 감사하오. 그대가 나를 이렇게 반갑게 맞아 주며 내게 보여 준 호의를 마음만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갚을 수 있는 처지라면 좋으련만, 내 운명은 내게 베풀어지는 친절에 보답할 것으로 그 친절을 갚고 싶은 좋은 바람 말고는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는구려."

"내 바람은"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대를 섬기는 것이오. 그래서 나는 그대를 찾아 그대에게서 직접 알아낼 때까지 이 산을 떠나지 않기로 작정했소. 그대가 그 기이한 삶에서 드러내는 그 괴로움에 무슨 약이라도 찾을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면 있는 힘을 다해 찾으려고 말이오. 그리고 그대의 불운이 모든 위안에 문을 닫아걸어 버린 불운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대와 함께 그 불운을 울고 슬퍼해 줄 생각이었소. 불행 속에서도 그 불행을 함께 아파해 줄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래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오. 그리고 내 좋은 뜻이 어떤 예의로든 보답받을 만하다면, 나리, 그대 안에 깃들어 있는 것이 보이는 그 크나큰 예의를 걸고 그대에게 비오. 아울러 그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거나 지금 사랑하는 것을 걸고 간청하오. 그대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이 외딴 곳에서 짐승처럼 살고 죽으려고 왔는지 내게 말해 주시오. 그대의 옷차림과 몸이 보여 주듯이 그대는 그대 자신을 아주 잃어버린 채 짐승들 사이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오. 그리고 맹세하오." 돈키호테가 덧붙였다. "부족하고 죄 많은 몸이지만 내가 받은 기사도와 편력 기사라는 신분을 걸고, 나리, 그대가 이 일로 내 청을 들어준다면 내가 나라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정성을 다해 그대를 섬기겠소. 그대의 불운에 약이 있다면 그것을 고쳐 주고, 약이 없다면 내가 약속한 대로 그대와 함께 울어 주겠소."

숲의 기사는 슬픈 얼굴의 기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저 그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그를 한참 바라보고 나서 말했다.

"먹을 것이 있거든 하느님의 사랑으로 좀 주시오. 먹고 나면 여기서 내게 보여 준 그 좋은 뜻에 감사하는 뜻으로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하겠소."

곧 산초는 자루에서, 산양치기는 가죽 주머니에서 먹을 것을 꺼냈고, 누더기 사내는 그것으로 허기를 채웠다. 그는 받은 것을 넋 나간 사람처럼 어찌나 허겁지겁 먹던지 한 입과 다음 입 사이에 틈이 없었고, 삼킨다기보다 집어삼켰다. 그가 먹는 동안에는 그도,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한마디 말이 없었다. 먹기를 마치자 그는 따라오라고 손짓했고, 그들이 따라가자 그는 그들을 거기서 조금 떨어진 바위 모퉁이를 돌아 있는 작은 푸른 풀밭으로 데려갔다. 거기에 이르자 그는 풀 위 땅바닥에 몸을 눕혔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했다. 이 모든 것이 아무도 말하지 않는 가운데 이루어졌는데, 마침내 누더기 사내가 자리를 잡고 앉은 뒤에 말했다.

"여러분, 내 끝없는 불운을 짧은 말로 들려주기를 바라신다면, 어떤 질문으로도, 다른 무엇으로도 내 슬픈 이야기의 실마리를 끊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하오. 여러분이 그렇게 하는 순간, 내가 하던 이야기는 바로 거기서 멈출 테니까."

누더기 사내의 이 말에 돈키호테는, 강을 건넌 산양 수를 맞히지 못해 종자의 이야기가 매달린 채 끝나 버렸던 그 옛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러나 누더기 사내에게로 돌아가자면, 그는 말을 이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렇게 미리 일러두는 것은 내 불운한 이야기를 짧게 지나가고 싶어서요. 그 불운을 떠올리는 것은 새로운 불운을 보태는 것 말고는 내게 아무 쓸모가 없소. 여러분이 덜 물을수록 나는 그만큼 빨리 이야기를 끝낼 것이오. 그렇다고 여러분의 바람을 온전히 채워 주는 데 중요한 것을 하나라도 빼놓지는 않겠소."

돈키호테가 다른 이들을 대신해 그러겠다고 약속했고, 그는 이렇게 다짐을 받자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이름은 카르데니오요. 내 고향은 이 안달루시아에서 손꼽히는 도시 가운데 하나이고, 내 가문은 귀족이며, 내 부모는 부자요. 내 불운은 어찌나 큰지, 내 부모는 그것을 두고 울고 내 가문은 그것을 슬퍼했겠지만 그 재산으로도 덜어 줄 수가 없었소. 하늘이 내린 불행을 고치는 데는 운명이 준 재물이 별 소용이 없기 마련이니까. 바로 이 고장에 하늘 하나가 살고 있었는데, 사랑의 신은 거기에 내가 바랄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담아 놓았소. 루스신다의 아름다움이 그러하오. 루스신다는 나만큼 고귀하고 나만큼 부유한 아가씨였지만, 나보다 운이 좋았고, 내 진실한 마음에 마땅히 돌아와야 할 만큼 굳건하지는 못했소. 나는 이 루스신다를 어리고 철없던 첫 시절부터 사랑하고 아끼고 우러렀고, 루스신다도 그 어린 나이가 허락하는 대로 순진하고 착한 마음으로 나를 사랑했소. 우리 부모들은 우리 마음을 알았지만 언짢아하지 않았소. 그 마음이 더 나아간다 해도 우리가 혼인하는 것 말고는 다른 끝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오. 두 집안의 가문과 재산이 비슷했으니 혼인은 거의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소. 나이가 들면서 두 사람의 사랑도 함께 자랐는데, 루스신다의 아버지는 체면을 생각하여 내가 자기 집에 드나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여겼소. 이 일로 그는 시인들이 그토록 노래한 저 티스베의 부모를 거의 그대로 흉내 낸 셈이오. 그리고 이렇게 막은 것은 불길에 불길을, 바람에 바람을 보탠 꼴이 되었소. 그들은 혀에는 침묵을 씌울 수 있었지만 펜에는 씌울 수 없었기 때문이오. 펜은 혀보다 더 자유롭게, 마음에 갇힌 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알려 주기 마련이오.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면 아무리 굳게 다진 뜻도, 아무리 대담한 혀도 어지러워지고 말문이 막히는 일이 흔하니까. 아아, 하늘이여, 나는 그 아가씨에게 얼마나 많은 쪽지를 썼던가! 얼마나 다정하고 정숙한 답장을 받았던가! 얼마나 많은 노래와 사랑의 시를 지었던가! 그 시에서 내 영혼은 제 마음을 털어놓고 옮겨 적었으며, 불타는 바람을 그려 내고, 추억을 달래고, 제 뜻을 즐겁게 했소.

"마침내 나는 궁지에 몰려 그 아가씨를 보고 싶은 마음에 영혼이 타들어 가자, 내가 바라던 마땅한 보답을 얻는 데 가장 알맞다고 생각한 일을 실행에 옮겨 단번에 끝내기로 마음먹었소. 그것은 그 아버지에게 루스신다를 정식 아내로 달라고 청하는 것이었고, 나는 그렇게 했소. 그는 내게 대답하기를, 자기를 높여 주고 자기 혈육으로 나를 높이려는 내 뜻은 고맙지만 내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그런 청혼은 마땅히 내 아버지가 하셔야 할 일이라고 했소. 내 아버지가 진심으로 기꺼이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면, 루스신다는 몰래 데려가거나 몰래 내줄 여자가 아니라는 것이었소.

"나는 그 말이 옳다고 여겨 그의 좋은 뜻에 감사했고, 내가 말씀드리기만 하면 아버지도 승낙하시리라 생각했소. 그래서 바로 그 순간 아버지께 내 바람을 말씀드리러 갔소. 아버지가 계신 방에 들어갔더니 아버지는 펼친 편지 한 통을 손에 들고 계셨는데, 내가 한마디 하기도 전에 그 편지를 내게 주며 말씀하셨소. '카르데니오, 이 편지를 보면 리카르도 공작이 네게 은혜를 베풀려는 뜻을 알게 될 것이다.' 여러분도 이미 아시겠지만, 이 리카르도 공작은 이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좋은 땅에 영지를 가진 에스파냐의 대귀족이오. 나는 편지를 받아 읽었소. 편지에 어찌나 간곡하게 쓰여 있던지, 아버지가 거기서 청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나조차도 잘못이라고 여길 만했소. 공작은 나를 곧 자기에게 보내 달라고 했소. 나를 맏아들의 하인이 아니라 벗으로 삼고 싶고, 자기가 나를 얼마나 높이 여기는지에 걸맞은 자리에 나를 앉히는 일은 자기가 맡겠다는 것이었소. 나는 편지를 읽으며 말문이 막혔는데, 아버지가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듣자 더욱 그랬소. '카르데니오, 이틀 뒤에 너는 공작의 뜻을 받들러 떠나거라. 그리고 네가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얻을 길을 열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려라.' 아버지는 여기에 충고하는 아버지다운 다른 말씀들을 덧붙이셨소. 떠날 날이 다가오자 나는 어느 날 밤 루스신다와 이야기를 나누며 일어난 일을 모두 말했고, 그 아버지에게도 그렇게 하며, 리카르도 공작이 내게 무엇을 바라는지 알게 될 때까지 며칠만 기다려 딸의 혼사를 미뤄 달라고 간청했소. 그는 그러겠다고 약속했고, 루스신다는 천 번의 맹세와 천 번의 까무러침으로 그 약속을 굳혔소. 마침내 나는 리카르도 공작이 있는 곳에 이르렀소. 공작은 나를 어찌나 잘 맞아 주고 대접해 주던지, 곧바로 시기심이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소. 오래된 하인들이 나를 시기했는데, 공작이 내게 은혜를 베푸는 기색이 자기들에게 해가 되리라 여겼기 때문이오. 그러나 내가 온 것을 누구보다 반긴 사람은 공작의 둘째 아들 페르난도였소. 그는 늠름하고 기품 있고 너그럽고 사랑에 잘 빠지는 젊은이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어찌나 가까운 벗으로 삼으려 들었던지 모두의 입방아에 오를 정도였소. 맏아들도 나를 아끼고 잘 대해 주었지만, 돈 페르난도가 나를 아끼고 대하는 그 극진함에는 미치지 못했소.

"그런데 일은 이렇게 되었소. 벗들 사이에는 나누지 않는 비밀이 없는 법이고, 내가 돈 페르난도에게 받는 총애는 우정이 되어 더는 총애라 할 수도 없게 되었으므로, 그는 자기 생각을 모두 내게 털어놓았소. 특히 사랑에 관한 생각 하나를 털어놓았는데, 그 때문에 그는 마음이 조금 어지러웠소. 그는 자기 아버지의 영지에 사는 농사꾼 처녀 하나를 사랑하고 있었는데(그 처녀의 부모는 아주 부자였소), 그 처녀가 어찌나 아름답고 조신하고 슬기롭고 정숙하던지, 그 처녀를 아는 사람은 누구도 이 가운데 어느 점이 가장 뛰어나고 가장 앞서는지 가려낼 수 없었소. 아름다운 농사꾼 처녀의 이 훌륭한 장점들 때문에 돈 페르난도의 욕망은 마침내 이런 지경에 이르렀소. 그 처녀를 손에 넣고 그 처녀의 정절을 정복하기 위해 남편이 되겠다는 약속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오. 달리 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을 꾀하는 셈이었으니까. 나는 그와의 우정에 이끌려 내가 아는 가장 좋은 말과 내가 들 수 있는 가장 생생한 본보기로 그를 막고 그 뜻에서 돌려세우려 애썼소. 그러나 소용이 없는 것을 보고 그의 아버지 리카르도 공작에게 이 일을 말하기로 마음먹었소. 그러나 돈 페르난도는 꾀바르고 영리한 사람이라 이것을 의심하고 두려워했소. 착한 하인이라면 내 주인인 공작의 명예에 그토록 해가 되는 일을 숨겨 두어서는 안 되리라고 내가 여길 것 같았기 때문이오. 그래서 그는 내 마음을 딴 데로 돌려 나를 속이려고, 자기를 그토록 사로잡은 그 아름다움을 기억에서 떨쳐 내려면 몇 달 동안 멀리 떠나 있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없다고 했소. 그리고 그렇게 떠나 있는 동안 우리 둘이 내 아버지 집에 가 있고 싶다고 했소. 공작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들을 낳는 내 고향 도시에 아주 좋은 말이 몇 필 있어서 그것을 보고 사러 간다는 핑계를 대겠다고 했소.

"그가 이 말을 하는 것을 듣자마자, 나는 내 사랑에 이끌려, 그의 결정이 그리 훌륭한 것이 아니었다 해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결정 가운데 하나로 여겨 찬성했을 것이오. 나의 루스신다를 다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와 때가 얼마나 좋게 찾아왔는지 알았기 때문이오. 이런 생각과 바람으로 나는 그의 생각에 찬성하고 그 뜻을 부추기며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실행하라고 했소. 아무리 굳은 마음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제 할 일을 하기 마련이니까.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그가 내게 이 말을 하러 왔을 때 그는 이미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그 농사꾼 처녀를 차지한 뒤였고, 자기 아버지 공작이 그 터무니없는 짓을 알면 어떻게 할까 두려워 안전하게 털어놓을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소.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었소. 젊은이들의 사랑이란 대개 사랑이 아니라 욕정이오. 욕정은 쾌락을 마지막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쾌락을 얻고 나면 끝나 버리고, 사랑처럼 보이던 것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소. 자연이 정해 놓은 한계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인데, 자연은 참된 사랑에는 그런 한계를 정해 놓지 않았소……. 내 말은, 돈 페르난도가 그 농사꾼 처녀를 차지하자마자 그의 욕망은 가라앉고 그의 열정은 식어 버렸다는 것이오. 처음에는 그 욕망을 다스리려고 떠나고 싶은 척했다면, 이제는 그 욕망을 실행에 옮기지 않으려고 정말로 떠나려 애썼소. 공작은 그에게 허락을 내렸고 나에게 그를 모시고 가라고 명했소. 우리는 내 고향 도시에 왔고, 내 아버지는 그의 신분에 걸맞게 그를 맞이했소. 나는 곧 루스신다를 만났고, 내 바람은 죽은 적도 시든 적도 없었지만 다시 살아났소. 불행히도 나는 그 바람을 돈 페르난도에게 털어놓았소. 그가 보여 주는 그 두터운 우정의 법도로 보아 그에게 아무것도 숨겨서는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오. 나는 루스신다의 아름다움과 기품과 슬기를 어찌나 칭찬했던지, 내 칭찬이 그에게 그토록 많은 장점으로 꾸며진 아가씨를 보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키고 말았소. 나는 운이 없게도 그 욕망을 채워 주었소. 어느 날 밤 우리 둘이 늘 이야기를 나누던 창문으로 촛불을 비추어 그에게 루스신다를 보여 준 것이오. 그는 평상복 차림의 루스신다를 보았는데, 그 모습에 그때까지 보았던 모든 아름다움을 잊어버렸소. 그는 말문이 막히고 정신을 잃고 넋이 빠졌으며, 마침내는 내 불운한 이야기를 들어 가면서 여러분이 보게 될 만큼 사랑에 빠져 버렸소. 그리고 그의 욕망에 더 불을 지르려는 듯, 그는 그 욕망을 내게는 숨기고 하늘에만 털어놓았는데, 어느 날 운명은 그가 루스신다의 쪽지 하나를 찾아내게 했소. 자기 아버지에게 자기를 아내로 달라고 청해 달라고 내게 부탁하는 쪽지였는데, 어찌나 슬기롭고 어찌나 정숙하고 어찌나 사랑이 넘치던지, 그는 그것을 읽자마자 세상 다른 여자들에게 나뉘어 있는 아름다움과 지혜의 모든 은총이 오직 루스신다 한 사람에게 다 담겨 있다고 내게 말했소.

"이제 고백하고 싶은데, 돈 페르난도가 얼마나 정당한 까닭으로 루스신다를 칭찬하는지 나도 알았지만, 그 칭찬을 그의 입에서 듣는 것이 괴로웠소. 그리고 나는 그를 두려워하고 의심하기 시작했소. 그는 루스신다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한순간도 그냥 지나가려 하지 않았고, 머리채를 잡아끌듯이 억지로라도 그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오. 이것이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질투 같은 것을 일깨웠소. 루스신다의 착한 마음과 신의가 등을 돌릴까 두려워서가 아니었소. 그런데도 루스신다가 나를 안심시키는 바로 그것이 나로 하여금 내 운명을 두려워하게 했소. 돈 페르난도는 늘 내가 루스신다에게 보내는 편지와 루스신다가 내게 보내는 답장을 읽으려 했는데, 두 사람의 슬기가 몹시 마음에 든다는 핑계였소. 그러던 어느 날, 루스신다가 무척 좋아하는 기사 소설 한 권을 읽고 싶다고 내게 청했는데, 그것은 『가울라의 아마디스』였소……."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이야기 첫머리에 루스신다 아씨께서 기사 소설을 좋아하신다고만 말했더라도, 그 아씨의 지성이 얼마나 높은지 내게 알려 주는 데 다른 과장은 필요 없었을 것이오. 그토록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즐길 줄 모른다면, 나리, 그대가 그려 보인 만큼 지성이 훌륭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러니 내게는 그 아씨의 아름다움과 덕과 지성을 밝히는 데 더 말을 쓸 필요가 없소. 그 아씨가 좋아하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나는 그 아씨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기로운 여인으로 인정하오. 그리고 나리, 나는 그대가 『가울라의 아마디스』와 함께 저 훌륭한 『그리스의 돈 루헬』도 보내 드렸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오. 루스신다 아씨께서 다라이다와 헤라야, 양치기 다리넬의 슬기로운 말들, 그리고 그가 더없이 멋지고 슬기롭고 거침없이 노래하고 연기한 그 놀라운 목가들을 몹시 좋아하셨으리라는 것을 나는 아오. 그러나 그 잘못을 바로잡을 때가 올 것이오. 그대가 나와 함께 내 마을에 가 주기만 하면 그 잘못은 곧바로 바로잡힐 것이오. 거기서 나는 그대에게 삼백 권이 넘는 책을 줄 수 있소. 그 책들은 내 영혼의 기쁨이요 내 삶의 즐거움이오. 하기야 사악하고 시기심 많은 마법사들의 심술 탓에 이제는 한 권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기는 하오. 그리고 그대의 이야기를 끊지 않겠다고 약속하고서 그것을 어긴 것을 용서하시오. 기사도와 편력 기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소. 햇살이 데우지 않을 수 없고 달빛이 적시지 않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요. 그러니 용서하고 이야기를 이어 가시오. 지금은 그것이 가장 요긴하오."

돈키호테가 앞에 적은 말을 하는 동안 카르데니오는 고개를 가슴께로 떨구고 깊은 생각에 잠긴 기색이었다. 돈키호테가 두 번이나 이야기를 이어 가라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한마디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참 만에 고개를 들고 말했다.

"내 생각에서 이것을 떼어 낼 수는 없소. 세상 누구도 떼어 내지 못할 것이고, 나에게 다른 것을 믿게 할 사람도 없을 것이오(그와 반대로 알거나 믿는 자가 있다면 그자는 얼간이일 것이오). 그 악당 놈 엘리사바트 의원이 마데시마 왕비와 붙어먹었다는 것 말이오."

"그건 아니오, 맹세코!" 돈키호테가 몹시 화를 내며 대답했다(그는 늘 그러듯이 상대에게 대들었다). "그것은 아주 고약한 심술, 아니 더 잘 말하자면 악당 짓이오. 마다시마 왕비는 아주 지체 높은 귀부인이셨소. 그토록 고귀한 공주께서 탈장이나 고치는 돌팔이와 붙어먹었으리라고 짐작해서는 안 되오. 그와 반대로 아는 자는 아주 고약한 악당처럼 거짓말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나는 걸어서든 말을 타고서든, 갑옷을 입고서든 벗고서든, 밤이든 낮이든, 아니면 그대가 가장 원하는 대로 그것을 그대에게 깨닫게 해 주겠소."

카르데니오는 그를 아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이미 미친 발작이 찾아와 이야기를 이어 갈 형편이 아니었다. 돈키호테도 마다시마에 대해 들은 말에 그토록 언짢아졌으니 그 이야기를 들어 줄 형편이 아니었다. 희한한 일이다! 그는 마다시마가 정말로 자기의 참된 타고난 주군이라도 되는 듯이 그 여자를 감싸고 나섰다. 그 저주받을 책들이 그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카르데니오는 이미 미쳐 있었는데 거짓말쟁이니 악당이니 하는 말과 그 비슷한 욕을 듣자 그 농담이 고깝게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곁에 있던 자갈 하나를 집어 들어 돈키호테의 가슴을 어찌나 세게 쳤던지 돈키호테는 뒤로 나자빠졌다. 산초 판사는 주인이 그런 꼴이 되는 것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고 미치광이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누더기 사내는 그를 맞받아 주먹 한 방에 제 발밑에 쓰러뜨리고는, 그 위에 올라타 마음껏 갈비뼈를 짓이겼다. 산초를 감싸려던 산양치기도 똑같은 꼴을 당했다. 그는 그들 모두를 꼼짝 못 하게 두들겨 눕혀 놓고는 그들을 내버려 두고 유유히 산속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산초는 일어나서, 아무 잘못도 없이 두들겨 맞은 것이 분해 산양치기에게 앙갚음하러 달려들었다. 저 사람에게 이따금 미친 증세가 온다는 것을 미리 알려 주지 않은 것은 산양치기의 잘못이고, 그것을 알았더라면 미리 조심해서 몸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산양치기는 이미 말했고, 그가 듣지 못했다면 그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산초 판사가 맞받고 산양치기가 다시 맞받다가, 그 말다툼은 끝내 서로 수염을 움켜잡고 주먹질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돈키호테가 말리지 않았다면 그들은 서로를 산산조각 냈을 것이다. 산초는 산양치기를 움켜잡은 채 말했다.

"슬픈 얼굴의 기사 나리, 저를 내버려 두세요. 이놈은 저 같은 촌놈이고 기사 서임도 받지 않았으니, 점잖은 사람답게 맞붙어 싸워서 이놈이 제게 준 억울함을 마음 놓고 풀 수 있어요."

"그건 그렇다."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일어난 일에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이렇게 그는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돈키호테는 카르데니오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몹시 알고 싶었으므로, 카르데니오를 찾을 수 있겠느냐고 산양치기에게 다시 물었다. 산양치기는 처음에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이 근방을 오래 돌아다니면 제정신이든 미쳤든 그를 못 찾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