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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Quixote제44장 산초 판사가 통치하러 떠난 경위와 성에서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기이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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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산초 판사가 통치하러 떠난 경위와 성에서 돈키호테에게 일어난 기이한 모험

이 이야기의 원본에는, 시데 아메테가 이 장을 쓰기에 이르렀을 때 그의 통역자가 그가 쓴 대로 옮기지 않았다는 말이 적혀 있다고들 한다. 그것은 무어인이 자기 자신을 두고 늘어놓은 일종의 푸념이었다. 그는 늘 돈키호테와 산초 이야기만 해야 하고 더 무게 있고 더 재미있는 다른 곁가지 이야기나 삽화로 감히 뻗어 나가지 못한다고 여겨, 돈키호테의 이야기처럼 이렇게 메마르고 이렇게 좁은 이야기를 손에 잡은 자신을 탓했다. 그는 오직 한 가지 주제를 쓰고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입을 빌려 말하는 데 지성과 손과 펜을 늘 묶어 두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고역이고, 그 열매가 작가에게 돌아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런 불편을 피하려고 제1부에서는 『주제넘은 호기심』과 『포로 대위』 같은 몇몇 이야기의 기법을 썼는데, 이 이야기들은 본 이야기에서 떨어져 있다시피 하고, 거기서 이야기하는 다른 일들은 돈키호테 자신에게 일어나 쓰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고 한다. 또 그의 말을 빌리면, 그는 많은 사람이 돈키호테의 무훈에 정신이 팔려 그 이야기들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멋과 기교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서둘러서든 짜증이 나서든 건너뛰어 버리리라고 생각했다. 그 멋과 기교는 그 이야기들이 돈키호테의 광기나 산초의 어리석은 말에 기대지 않고 저 홀로 세상에 나왔더라면 훤히 드러났을 것이다. 그래서 이 제2부에서는 따로 떨어지거나 억지로 갖다 붙인 이야기를 끼워 넣지 않고, 진실이 내놓는 바로 그 사건들에서 생겨나 그럴듯하게 보이는 삽화 몇 가지만 넣으려 했으며, 그것조차 말을 아껴 그 일을 밝히는 데 넉넉한 만큼의 말로만 하려 했다. 그는 온 우주를 다룰 솜씨와 역량과 지성을 지니고도 이야기의 좁은 테두리 안에 자신을 가두고 틀어막고 있으니, 자기의 수고를 업신여기지 말고, 자기가 쓴 것이 아니라 쓰지 않고 남겨 둔 것을 두고 칭찬해 달라고 청한다.

그러고 나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돈키호테는 산초에게 충고를 준 그날 식사를 마치자 그날 오후 그 충고를 글로 적어 주며 읽어 줄 사람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런데 산초는 그것을 받자마자 떨어뜨렸고, 그 글이 공작의 손에 들어갔다. 공작이 그것을 공작 부인에게 보여 주자 두 사람은 돈키호테의 광기와 재주에 새삼 감탄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장난을 이어 가며 그날 오후 산초를 많은 수행원과 함께, 그에게는 섬이 될 고장으로 떠나보냈다.

그런데 그를 맡아 데려가는 사람은 공작의 집사였다. 아주 슬기롭고 아주 재치 있는 사람이었다. 슬기가 없는 곳에 재치가 있을 수는 없으니까. 앞에서 말한 그 멋진 솜씨로 트리팔디 백작 부인 노릇을 한 것도 그였는데, 그런 재주가 있는 데다 산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주인 부부에게서 단단히 일러 받고 갔으므로 그는 뜻한 바를 기막히게 이루어 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이렇다. 산초는 그 집사를 보자마자 그 얼굴에서 트리팔디의 얼굴을 떠올리고 주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리, 제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악마한테 잡혀가든지, 아니면 나리께서 여기 있는 이 공작님 댁 집사의 얼굴이 슬픔의 시녀 부인 얼굴과 똑같다고 인정하시든지 둘 중 하나예요."

돈키호테는 집사를 유심히 바라보았고, 그렇게 바라본 다음 산초에게 말했다.

"눈 깜짝할 사이든 아니든 악마가 너를 잡아갈 까닭은 없다, 산초.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구나. 슬픔의 시녀 부인 얼굴이 집사의 얼굴이라 해도, 그렇다고 집사가 슬픔의 시녀 부인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아주 큰 모순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것을 캐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러다가는 얽히고설킨 미로에 들어서게 될 테니까. 내 말을 믿어라, 벗아. 못된 요술쟁이들과 못된 마법사들에게서 우리 둘을 지켜 주십사 하고 우리 주님께 진심으로 빌어야 한다."

"농담이 아니에요, 나리." 산초가 맞받았다. "아까 저 사람이 말하는 걸 들었는데, 트리팔디 목소리가 제 귀에 울리는 것만 같았어요. 좋아요, 입은 다물고 있을게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제 의심을 굳혀 주든 풀어 주든 할 다른 표시가 드러나는지 눈을 떼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해야 한다, 산초."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리고 이 일에서 무엇을 알아내든, 통치하면서 무슨 일을 겪든 모두 나에게 알려 다오."

마침내 산초는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떠났다. 그는 법률가 차림에, 그 위에 물결무늬 진 황갈색 낙타털 천으로 지은 아주 헐렁한 외투를 걸치고 같은 천으로 만든 사냥 모자를 썼으며, 짧은 등자를 단 노새를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공작의 분부에 따라 잿빛 당나귀가 비단으로 지은 번쩍이는 당나귀 마구와 장식을 달고 따라갔다. 산초는 이따금 고개를 돌려 자기 당나귀를 바라보았는데, 당나귀와 함께 가는 것이 어찌나 흐뭇했던지 독일 황제와도 자리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공작 부부에게 작별을 고할 때 그는 두 사람의 손에 입을 맞추었고, 주인에게서 축복을 받았다. 주인은 눈물을 흘리며 축복을 내렸고 산초는 입을 삐죽거리며 울먹이면서 그것을 받았다.

다정한 독자여, 착한 산초가 무사히, 좋은 때에 떠나가게 놓아두어라. 그리고 그가 자기 직무에서 어떻게 처신했는지 알게 되면 터져 나올 웃음 두 파네가를 기다려라. 그동안 그의 주인이 그날 밤 겪은 일을 알아보아라. 그 이야기를 듣고 웃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원숭이 웃음처럼 입술은 벌어질 것이다. 돈키호테의 일은 감탄으로 기리거나 웃음으로 기리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하니까.

이야기는 이렇게 전한다. 산초가 떠나자마자 돈키호테는 외로움을 느꼈고, 할 수만 있었다면 그에게 맡긴 일을 거두고 통치를 빼앗았을 것이다. 공작 부인은 그의 울적함을 알아채고 무엇 때문에 그리 슬퍼하느냐고 물었다. 산초가 없어서 그렇다면 자기 집에는 그가 바라는 만큼 흡족하게 시중을 들 종자와 시녀 부인과 시녀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맞는 말씀이오, 마님."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산초가 없어서 서운하오. 그러나 내가 슬퍼 보이는 주된 까닭은 그것이 아니오. 그리고 마님께서 베풀어 주시겠다는 그 많은 호의 가운데 나는 그것을 베풀어 주시려는 그 마음씨만 받아들이고 고르겠소. 나머지 일에 관해서는, 마님, 내 방 안에서만은 나 혼자 나를 시중들도록 허락하고 내버려 두시기를 청하오."

"참말이지, 돈키호테 나리." 공작 부인이 말했다. "그래서는 안 되지요. 내 시녀들 가운데 꽃처럼 아름다운 넷이 나리 시중을 들게 할 거예요."

"나에게 그들은"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꽃이 아니라 내 영혼을 찌르는 가시와 같을 것이오. 그들이나 그 비슷한 무엇이 내 방에 들어오는 것은 하늘을 나는 것만큼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마님께서 내가 받을 자격도 없는 은혜를 베푸시는 일을 계속하고자 하신다면, 나 혼자 내 일을 감당하게 하시고, 내 문 안에서는 내가 나를 시중들게 하여, 내 욕망과 내 정절 사이에 성벽 하나를 쌓게 내버려 두시오. 마님께서 나에게 베푸시려는 너그러움 때문에 이 버릇을 잃고 싶지는 않소. 한마디로, 누가 내 옷을 벗기게 하느니 차라리 옷을 입은 채 자겠소."

"그만, 그만하세요, 돈키호테 나리." 공작 부인이 맞받았다. "시녀는커녕 파리 한 마리도 나리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분부를 내리겠어요. 나 때문에 돈키호테 나리의 단정함이 흐트러져서야 되겠어요? 내가 어렴풋이 알기로는 나리의 많은 덕 가운데 가장 빛나는 것이 정절이라니까요. 나리 혼자, 나리 식대로, 원하시는 대로 원하시는 때에 옷을 벗고 입으세요. 아무도 막지 않을 거예요. 방 안에는 문을 닫고 자는 사람에게 필요한 그릇들이 마련되어 있을 테니 무슨 몸의 일 때문에 문을 열어야 할 일도 없을 거예요. 위대한 둘시네아 델 토보소여, 천 세기를 살고 그 이름이 온 땅덩이에 널리 퍼지기를. 그토록 용감하고 그토록 정숙한 기사의 사랑을 받을 만한 분이니까요. 그리고 자비로운 하늘이 우리 통치자 산초 판사의 마음에 채찍질 고행을 어서 끝내고 싶은 바람을 불어넣어 주셔서, 세상이 그토록 위대한 아씨의 아름다움을 다시 누리게 되기를."

그 말에 돈키호테가 말했다.

"높으신 마님께서는 마님다운 말씀을 하셨소. 착한 귀부인들의 입에는 나쁜 귀부인이 하나도 있어서는 안 되는 법이니까. 그리고 둘시네아는 세상에서 가장 말 잘하는 사람들이 바칠 수 있는 온갖 찬사보다, 마님께서 칭찬해 주신 덕분에 더 큰 복을 누리고 더 널리 알려질 것이오."

"자, 그럼, 돈키호테 나리." 공작 부인이 맞받았다. "저녁 먹을 때가 되었고 공작께서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가서 저녁을 드시고 일찍 주무세요. 어제 칸다야까지 다녀오신 여행이 짧지 않았으니 몸이 꽤 고단하실 테니까요."

"고단한 데는 하나도 없소, 마님."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마님께 감히 맹세하거니와, 나는 평생 클라빌레뇨보다 더 얌전하고 걸음이 좋은 짐승을 타 본 적이 없소. 말람브루노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날래고 그토록 멋진 탈것을 버리고, 그렇게 다짜고짜 불태워 버렸는지 모르겠소."

"그건 이렇게 짐작해 볼 수 있겠지요." 공작 부인이 대답했다. "트리팔디와 그 일행과 다른 사람들에게 끼친 해악과, 요술쟁이요 마법사로서 저질렀을 못된 짓들을 뉘우치고 제 직업의 도구를 모두 없애 버리기로 한 거예요.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으뜸이고 저를 이 땅 저 땅 떠돌게 하며 가장 마음을 어지럽힌 클라빌레뇨를 불태웠겠지요. 그 불탄 재와 양피지 방문이라는 전리품으로 위대한 라만차의 돈키호테의 용맹이 영원히 남게 되었고요."

돈키호테는 공작 부인에게 거듭 새로이 감사를 드렸다. 저녁을 먹고 나서 그는 아무도 시중들러 함께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혼자 자기 방으로 물러갔다. 자기 아씨 둘시네아를 위해 지켜 온 정절을 잃도록 마음을 흔들거나 몰아붙일 일과 마주칠까 봐 그토록 두려워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늘 편력 기사들의 꽃이요 거울인 아마디스의 착함이 들어 있었다. 그는 등 뒤로 문을 닫고 밀랍 초 두 자루의 불빛 아래서 옷을 벗었다. 그런데 신을 벗을 때, 오, 그런 인물에게 어울리지 않는 불운이여! 그의 깔끔한 몸가짐에 먹칠을 할 한숨이나 다른 무엇이 새어 나온 것이 아니라 양말 한 짝의 코가 스물네 개나 한꺼번에 풀려 버려, 양말이 격자창처럼 되고 말았다. 착한 나리는 몹시 괴로워했고, 그 자리에 초록 비단실 한 아다르메만 있다면 은 한 온스라도 내주었을 것이다. 초록 비단실이라고 하는 것은 양말이 초록색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베넹헬리는 외치며 이렇게 썼다. "오, 가난이여, 가난이여! 코르도바의 그 위대한 시인1이 무슨 까닭으로 너를

거룩하지만 고마움을 모르는 선물이여!

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나는 비록 무어인이지만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사귀어 보아서 거룩함이 사랑과 겸손과 믿음과 순종과 가난에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지만 가난한 것으로 만족하게 되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은총이 많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말하겠다. 그들의 가장 위대한 성인 가운데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지되 가지지 않은 것처럼 하라'고 한 그런 가난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그런 것을 사람들은 마음의 가난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너, 내가 지금 말하는 두 번째 가난아, 너는 왜 다른 사람들보다 시골 귀족과 좋은 집안에서 난 사람들에게 더 부딪쳐 오려 하느냐? 왜 그들에게 구두 틈을 검댕으로 메우게 하고, 윗도리 단추를 어떤 것은 비단으로, 어떤 것은 말총으로, 어떤 것은 유리로 달게 하느냐? 왜 그들의 칼라는 대개 늘 상추 잎처럼 손으로 주름을 잡은 것이어야 하고, 틀로 펴 낸 것이어서는 안 되느냐?" 이것을 보면 풀 먹이기와 틀로 편 칼라를 쓴 지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어 갔다. "가련하구나, 좋은 집안에 태어나 제 체면에 환자 먹이는 고깃국물을 떠 넣어 가며 겨우 살려 두는 사람은! 문을 걸어 잠그고 형편없는 끼니를 때우고는, 이를 쑤실 만한 것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면서 이쑤시개를 물고 거리에 나서서 이쑤시개를 위선자로 만드는 사람은! 가련하구나, 다시 말하지만, 체면이 겁을 잘 먹어서, 구두에 덧댄 헝겊이며 모자에 밴 땀자국이며 망토의 해진 올이며 제 배 속의 굶주림까지 1레과 밖에서도 다 보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양말 코가 풀리자 돈키호테의 마음에 이 모든 생각이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산초가 길에서 신는 장화 한 켤레를 두고 간 것을 보고 그는 위안을 얻었고, 이튿날 그것을 신으리라 마음먹었다. 마침내 그는 산초가 없는 허전함과 손쓸 수 없는 양말의 불운 때문에 시름에 잠겨 생각에 빠진 채 자리에 누웠다. 다른 빛깔 비단실로라도 양말 코를 꿰매고 싶었지만, 그것은 시골 귀족이 오래 끄는 궁핍 속에서 내보일 수 있는 가장 큰 가난의 표시 가운데 하나다. 그는 초를 껐다. 날이 더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아름다운 정원 쪽으로 난 쇠창살 창문을 조금 열었는데, 창문을 열자 정원에서 사람들이 오가며 이야기하는 기척이 느껴지고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귀를 기울였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서 그는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오, 에메렌시아, 노래하라고 조르지 마. 저 나그네가 이 성에 들어오고 내 눈이 그를 본 그 순간부터 나는 노래할 줄은 모르고 울 줄만 안다는 걸 너도 알잖아. 게다가 마님은 깊이 주무시기보다 얕게 주무시는 편이라, 세상의 보물을 다 준대도 마님께 여기 있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그리고 마님이 주무시고 깨지 않는다 해도, 나를 웃음거리로 버려두려고 내 땅에 온 이 새로운 아이네이아스가 잠들어서 내 노래를 들으러 깨지 않는다면 내 노래는 헛된 거야."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알티시도라." 상대가 대답했다. "틀림없이 공작 부인 마님도 이 집 사람들도 모두 자고 있어. 네 마음의 주인이요 네 넋을 깨우는 그 사람만 빼고. 방금 그 사람 방의 쇠창살 창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틀림없이 깨어 있을 거야. 노래해, 가엾은 내 동무야. 하프 소리에 맞춰 낮고 부드러운 소리로. 마님께 들키면 날이 더운 탓으로 돌리자."

"그게 문제가 아니야, 오, 에메렌시아." 알티시도라가 대답했다. "내 노래가 내 마음을 드러내서, 사랑의 힘이 얼마나 센지 모르는 사람들한테 변덕스럽고 헤픈 아가씨로 판단받을까 봐 그래. 하지만 될 대로 되라지. 가슴에 얼룩이 남는 것보다 얼굴에 부끄러움이 남는 편이 낫다니까."

그러고 나서 하프를 아주 부드럽게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자 돈키호테는 넋을 잃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미혹된 그의 기사 소설에서 읽은, 창문과 쇠창살과 정원, 음악과 사랑의 속삭임과 정신을 잃는 일이 나오는 이와 비슷한 수많은 모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곧 공작 부인의 시녀 가운데 누가 자기에게 반했는데 정숙함 때문에 그 마음을 숨기고 있다고 상상했고, 자기가 그 아가씨에게 넘어가지나 않을까 두려워 마음속으로 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온 정성과 온 마음을 다해 자기 아씨 둘시네아 델 토보소에게 몸을 맡기고 음악을 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자기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일부러 재채기를 했는데, 다른 것이 아니라 돈키호테가 자기들 노래를 들어 주기만을 바라던 시녀들은 그것을 듣고 적잖이 기뻐했다. 이윽고 하프를 고르고 줄을 맞춘 알티시도라는 이런 로맨스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 침대에 누운 그대여,
홀란드 고운 아마포 홑이불 사이에서
다리 쭉 뻗고 잠든 그대여,
밤부터 아침까지,
라만차가 낳은
가장 용감한 기사여,
아라비아의 순금보다
더 정숙하고 더 복된 이여!
들어 다오, 서러운 아가씨의 말을.
다 자랐으나 피지 못한 이 몸은
그대 두 해님의 빛 속에서
넋이 타오르는 것을 느끼니.
그대는 그대의 모험을 찾다가
남의 불행을 찾아내고,
상처는 입히면서
낫게 할 약은 주지 않는구나.
말해 다오, 용맹한 젊은이여,
하느님이 그대 바람을 이루어 주시기를,
그대는 리비아에서 자랐는가,
하카의 산중에서 자랐는가,
뱀들이 그대에게 젖을 먹였는가,
아니면 혹시 그대의 유모가
숲의 거칢과
산의 무서움이었는가.
둘시네아는,
포동포동 튼튼한 그 아가씨는,
사나운 범 한 마리를
꺾었다고 뽐낼 만도 하지.
그 덕에 그 아가씨는 이름을 떨치리라,
에나레스에서 하라마까지,
타호에서 만사나레스까지,
피수에르가에서 아를란사까지.
나는 그 아가씨와 자리를 바꾸고
덤으로 치마 하나를 주련다,
내 옷 가운데 가장 화사하여
금빛 술로 꾸민 치마를.
오, 그대 품에 안길 수 있다면,
아니면 그대 침대 곁에서
그대 머리를 긁어 주고
비듬을 잡아 줄 수 있다면!
너무 많이 바라는구나, 나는
그토록 큰 은혜를 받을 몸이 아닌데.
그대 발이나 주물러 주고 싶어라,
미천한 계집에게는 그것으로 족하니.
오, 머릿수건을 얼마나 많이 주랴,
은빛 덧신을 얼마나,
다마스크 긴 양말을 얼마나,
홀란드 아마포 망토를 얼마나!
더없이 고운 진주를 얼마나,
알알이 떡갈나무 혹만 한 것을,
짝이 없었더라면
'외톨이 진주'라 불렸을 것을!
그대의 타르페야 바위에서
나를 태우는 이 불길을 바라보지 마라,
세상의 라만차 네로여,
그대의 노여움으로 불길을 돋우지도 마라.
나는 어린 계집, 여린 처녀,
내 나이는 열다섯이 못 된다.
열네 살 하고 석 달,
하느님과 내 넋을 걸고 맹세하마.
나는 다리를 절지도, 절름거리지도 않고,
팔이 성치 않은 데도 하나 없다.
머리카락은 백합 같아서
서 있으면 땅에 끌릴 만큼 길다.
내 입은 매부리처럼 나왔고
코는 조금 납작하지만,
이가 황옥 같으니
내 아름다움은 하늘까지 치솟는다.
내 목소리는, 들어 보면 알겠지만,
가장 고운 목소리와 맞먹고,
내 몸매는
보통보다 조금 작다.
이 몸과 다른 내 아리따움은
모두 그대 화살통의 전리품.
나는 이 집의 시녀,
알티시도라라 불린다."

여기서 깊은 상처를 입은 알티시도라의 노래는 끝났고, 사랑을 구걸받은 돈키호테의 놀람이 시작되었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며 혼잣말을 했다.

"나는 어찌하여 이토록 불행한 편력 기사란 말인가. 나를 보는 아가씨마다 나에게 반하지 않는 이가 없으니……! 비할 데 없는 둘시네아 델 토보소는 어찌하여 이토록 운이 박하단 말인가. 사람들이 나의 비길 데 없는 굳은 지조를 그 아씨 홀로 누리게 내버려 두지 않으니……! 여왕들이여, 그 아씨에게 무엇을 바라시오? 황후들이여, 무엇 때문에 그 아씨를 쫓아다니시오? 열넷에서 열다섯 살 아가씨들이여, 무엇하러 그 아씨를 몰아붙이시오? 그 가련한 아씨가 사랑의 신께서 내 마음을 그 아씨에게 굴복시키고 내 영혼을 바치게 하여 주신 그 운을 이기고 누리고 뽐내게 내버려 두시오, 내버려 두시오. 보시오, 사랑에 빠진 무리여. 나는 오직 둘시네아에게만 반죽이요 설탕 과자이고, 다른 모든 여인에게는 부싯돌이로다. 그 아씨에게는 꿀이요 그대들에게는 쓴 알로에로다. 나에게는 오직 둘시네아만이 아름답고, 슬기롭고, 정숙하고, 늠름하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분이요, 다른 여인들은 못생기고, 어리석고, 헤프고, 집안이 더 못한 이들이오. 자연은 내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그 아씨의 것이 되라고 나를 세상에 내던졌느니라. 알티시도라가 울든 노래하든, 마법에 걸린 무어인의 성에서 나를 두들겨 맞게 한 그 마님이 절망하든, 나는 삶든 굽든, 깨끗하고 바르게 자라고 정숙한 몸으로 둘시네아의 것이 되리라. 이 땅의 모든 요술의 권세가 막아선다 해도."

그러고 나서 그는 창문을 탁 닫고, 무슨 큰 불행이라도 닥친 것처럼 분하고 시름에 겨워 침대에 누웠다. 그를 그곳에 잠시 남겨 두기로 하자. 위대한 산초 판사가 이름난 통치를 시작하려고 우리를 부르고 있으니까.

주

  1. 1. 코르도바의 그 위대한 시인: 후안 데 메나(1411~1456). 그의 『운명의 미로』에 가난을 「거룩하지만 고마움을 모르는 선물」이라 부른 구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