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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일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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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본에 관하여

이 책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을 러시아어 원전에서 직접 옮긴 완역본입니다.

소설은 1879년부터 1880년까지 모스크바의 잡지 『러시아 통보』에 연재되었고, 1880년 말 두 권짜리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듬해 초에 세상을 떠났으므로 이 작품이 그의 마지막 장편입니다.

이 책의 저본은 러시아어 위키문헌(ru.wikisource.org)에 실린 현대 철자본입니다. 1918년 철자 개혁 뒤의 맞춤법으로 옮겨 적은 본문이라 옛 글자(ѣ, і 같은 것)가 없습니다. 위키문헌 편집자가 본문의 프랑스어·라틴어 구절에 붙인 뜻풀이 각주는 번역하지 않고 참고만 했습니다.

영어권에서 오래 읽혀 온 콘스탄스 가넷의 1912년 영역본은 뜻이 갈리는 자리를 확인하는 대조용으로만 보았습니다. 그것도 제12권 제4장까지입니다. 저희가 가진 영역본 사본이 그 장 중간에서 끊겨 있어서, 제12권 제5장부터 에필로그 끝까지는 러시아어만 보고 옮겼습니다. 가넷이 영국식으로 바꾼 화폐와 호칭, 줄여 버린 애칭은 따르지 않았습니다.

헌사와 「작가로부터」, 네 부 열두 권 아흔세 장과 에필로그 세 장, 원문 5,063문단을 한 문단도 합치거나 쪼개지 않고 옮겼습니다. 러시아어 정본의 문단은 영역본보다 훨씬 길어서 한 문단이 몇 쪽에 이르기도 합니다(대심문관의 독백, 법정의 논고와 변론). 그 호흡도 원문 그대로 두었습니다.

이 책의 짜임

원문은 부(部) → 권(卷) → 장(章)의 세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1부에 제1~3권, 제2부에 제4~6권, 제3부에 제7~9권, 제4부에 제10~12권이 들고, 끝에 세 장짜리 에필로그가 붙습니다. 장 번호는 권마다 제1장부터 다시 매깁니다. 이 책은 부와 권이 바뀌는 자리마다 구분 쪽을 넣어 「제1부」, 「제1권 어느 집안의 내력」처럼 표시했습니다. 권의 제목도 원문의 제목을 옮긴 것입니다. 제4권 「파열」과 제5권 「프로와 콘트라」에 대해서는 아래에 따로 적었습니다.

이름에 관하여

러시아 사람은 한 사람을 여러 이름으로 부릅니다. 셋째 아들은 서술에서 「알렉세이 표도로비치」(이름과 부칭)이기도 하고 「알료샤」(짧은 이름)이기도 하며, 아버지와 맏형에게는 「알료시카」, 그루셴카에게는 「알료셴카」입니다. 맏아들 드미트리는 「미탸」, 「미텐카」, 「미치카」로,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는 「카탸」, 「카텐카」로 불립니다. 어느 이름을 고르느냐가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거리이고 온도이므로, 이 책은 이름을 하나로 통일하지 않고 원문이 그 자리에서 쓴 꼴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서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에 붙인 「등장인물」에 한 사람이 불리는 여러 이름을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 러시아어 이름은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을 따랐습니다(미탸, 카탸, 스메르댜코프, 도스토옙스키).
  • 부칭은 남자 「-오비치/-예비치」, 여자 「-오브나/-예브나」로 적고, 서민이 줄여 부르는 부칭(트리폰 보리시치, 미하일 마카리치)은 줄인 그대로 두었습니다.
  • 여자의 성은 원문대로 여성형으로 적었습니다(호흘라코바, 스베틀로바, 크라솟키나).
  • 호흘라코바 부인의 딸은 원문이 프랑스식 라틴 글자 「Lise」와 러시아식 「Лиза」를 갈라 쓰므로 「리즈」와 「리자」로 갈라 옮겼습니다.

반말과 존댓말

러시아어에는 가까운 사이에 쓰는 「ты」와 거리를 두는 「вы」가 있습니다. 이 책은 ты를 반말로, вы를 존댓말로 옮기는 것을 바탕으로 삼고, 한국어의 나이와 위계 감각이 꼭 필요한 자리만 고쳤습니다. 이를테면 아낙들이 조시마 장로에게 쓰는 ты는 무례가 아니라 민중의 친근함이라 해요체로 옮겼고, 알료샤가 소년들에게 쓰는 вы는 아이들을 대등하게 대하는 그의 태도 그 자체라서 끝까지 존댓말로 두었습니다.

원문에서 인물이 вы에서 ты로, 또는 그 반대로 넘어가는 순간은 이 소설에서 하나의 사건입니다. 그래서 원문이 바꾼 바로 그 문장에서 한국어 말투도 바꾸었습니다. 그루셴카와 알료샤가 서로 반말을 트는 순간,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이반에게 갑자기 반말을 하는 순간이 그렇습니다. 원문이 이 대명사를 기울여 강조한 자리(「감히 나한테 반말하지 마」)는 「반말」, 「존댓말」이라는 낱말로 옮겼습니다.

인물마다 말투도 정해 두었습니다. 하인 스메르댜코프가 주인들에게 붙이는 비굴한 말끝 「-с」는 「-습죠」로, 퇴역 2등 대위 스네기료프의 같은 말끝은 「-습지요」로 갈라 옮겼습니다. 조시마 장로의 가르침은 수도사들에게 하는 설교라 하오체로, 대심문관이 그리스도에게 하는 독백은 해라체로, 법정의 논고와 변론은 배심원에게 하는 하십시오체로 옮겼습니다. 스메르댜코프와 몇몇 인물이 틀리게 쓰는 말은 틀린 채로 두었습니다.

서술자의 목소리

이 소설의 서술자는 모든 것을 아는 작가가 아니라, 「우리 군」에 사는 이름 없는 연대기 작가입니다. 사건은 「열세 해 전」에 일어났고, 그는 소문과 전해 들은 말과 제 짐작을 섞어 기록합니다. 이 책은 서술을 해라체 과거형으로 옮기되, 서술자가 지금 독자에게 말을 거는 대목은 현재형으로 두었습니다.

서술자는 자주 머뭇거립니다. 「…인 듯하다」, 「어쩌면」, 「…라고들 한다」, 「하기야」, 「말하자면」 같은 말이 그의 문장마다 붙어 있습니다. 이 머뭇거림이 이 책의 신빙성 장치이므로 하나도 지우지 않았습니다. 같은 낱말을 한 문장에 두세 번 쓰고 문장을 「그리고…… 그리고……」로 끝없이 잇는 도스토옙스키의 버릇도 다듬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낱말

  • 장로(старец) · 수도원에서 제자의 영혼을 맡아 이끄는 영적 스승입니다. 같은 노인이라도 「노인」(старик)과는 갈라 적었습니다. 장로가 사는 수도원 담 밖의 거처는 「은수처(隱修處)」, 수도사의 방은 「수방(修房)」입니다.
  • 파열(надрыв) · 제4권의 제목입니다. 마음을 일부러 찢듯 감정을 부풀리고 그 아픔에 매달리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딱 맞는 한국어가 없어 「파열」로 옮기고 처음 크게 나오는 자리에 각주를 달았습니다. 「응접실의 파열」, 「오두막의 파열」처럼 장 제목에서도 같은 글자를 썼습니다.
  • 프로와 콘트라(Pro и contra) · 제5권의 제목입니다. 원문이 라틴 낱말 그대로 썼으므로 소리대로 옮겼습니다. 「찬성과 반대」라는 뜻입니다.
  • 이 소설을 꿰뚫는 말들은 책 전체에서 같은 글자로 고정했습니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 「모두가 모두에게 죄가 있다」, 「실행하는 사랑」, 「호색」과 「호색한」, 「어릿광대」, 「양파 한 뿌리」, 「아기」, 그리고 「3천 루블」과 「부적 주머니」, 「구리 절굿공이」가 그렇습니다. 같은 생각이 원문에서 조금 다른 꼴로 나오는 자리는 원문의 꼴을 따랐습니다.
  • 법정 장면의 말도 한 가지로 정했습니다. 아펙트(аффект)는 「격정」, 마니야(мания)는 「편집증」, 그 병을 앓는 사람은 「편집광」입니다.
  • 성경 구절은 개역한글 성경의 문어체 투로 새로 옮겼고, 성경의 사람 이름과 땅 이름은 개역 성경의 표기를 따랐습니다(갈릴리 가나, 나사로, 욥). 정교회 용어는 한국 정교회와 그리스도교에서 쓰는 말을 따랐습니다.

각주

옮긴이의 각주는 책 전체에 30개이고, 각 장의 끝에 두었습니다. 각주는 러시아의 도량형과 관등이 처음 나올 때, 낱말의 뿌리에 걸린 농담(「스메르댜샤야」, 「스코토프리고니옙스크」)이 본문만으로는 살지 않을 때, 그리고 실제 사람과 작품을 들먹이는 대목이 본문만으로 통하지 않을 때에만 달았습니다. 인물의 속마음이나 상징을 풀이하거나 줄거리를 미리 알려 주는 각주는 달지 않았습니다. 루블과 코페이카는 오늘의 돈으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 밖의 것

  • 인물이 섞어 쓰는 프랑스어·라틴어·독일어·폴란드어는 한국어로 옮기고, 처음 나오는 몇 자리에만 원문 철자를 괄호 안에 두었습니다. 같은 구절이 다시 나오면 한국어만 적었습니다.
  • 돈과 연도, 거리와 무게는 「3천 루블」, 「1천 5백 루블」, 「25루블」, 「1866년」, 「20베르스타」처럼 아라비아 숫자로, 나이와 햇수, 시각, 사람 수는 「스무 살」, 「열세 해 전」, 「두 시」처럼 한글로 적었습니다.
  • 원문의 대사 줄표는 큰따옴표로 바꾸었고, 인용 속 인용은 작은따옴표로 묶었습니다. 여러 문단에 걸친 긴 연설과 편지는 이어지는 문단마다 여는 따옴표를 두고 마지막 문단에서만 닫았습니다.
  • 원문의 기울임 강조는 대부분 강조 표시로 살렸습니다. 시와 노래는 각운은 버리고 행 수와 리듬을 살려 옮겼습니다.
  • 인물들이 내뱉는 거친 말과 다른 민족을 낮추는 말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 주는 자리이므로 순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질질 끌지 않겠다」는 뜻으로 굳은 관용구 한 곳(제3권 제3장)은 뜻만 옮겼습니다.
  • 원문에서 어긋나는 날짜와 나이, 인물이 잘못 기억한 인용은 바로잡지 않고 원문대로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