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아버지 집에서
알료샤는 무엇보다 먼저 아버지에게 갔다. 집에 다가가다가 그는 어제 아버지가 어떻게든 이반 형 몰래 살그머니 들어오라고 몹시 다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왜 그러셨을까?" 알료샤는 지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나 혼자에게만 몰래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시다면, 왜 내가 몰래 들어가야 하지? 틀림없이 어제는 흥분하셔서 무언가 다른 말을 하려다 미처 못 하셨을 거야."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도 그는 쪽문을 열어 준 마르파 이그나티예브나가(알고 보니 그리고리는 앓아누워 별채에 누워 있었다) 그가 묻는 말에 이반 표도로비치는 벌써 두 시간 전에 나가셨다고 알려 주자 몹시 기뻤다.
"아버지는요?"
"일어나셔서 커피를 드시고 계세요." 마르파 이그나티예브나가 어쩐지 쌀쌀하게 대답했다.
알료샤는 안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슬리퍼를 신고 낡은 짧은 외투를 걸친 채 혼자 식탁에 앉아 심심풀이로, 하지만 별로 마음을 쏟지 않고 무슨 계산서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는 온 집에 혼자였다(스메르댜코프도 점심거리를 사러 나갔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계산서가 아니었다. 그는 아침 일찍 침대에서 일어나 기운을 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치고 기운 없어 보였다. 밤사이 커다란 검붉은 멍이 퍼진 이마는 붉은 손수건으로 동여매여 있었다. 코도 밤사이 몹시 부어올랐고, 거기에도 크지는 않아도 얼룩덜룩 멍이 몇 군데 생겼는데, 그 멍들이 얼굴 전체에 무언가 유난히 독살스럽고 신경질적인 기색을 단단히 더해 주었다. 노인도 그것을 알고 있었고, 들어오는 알료샤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커피는 식었다." 그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대접은 안 한다. 얘야, 나는 오늘 고기 없는 생선국 하나로 버티는 중이고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무슨 일로 납셨냐?"
"아버지 건강이 어떠신지 알아보려고요." 알료샤가 말했다.
"그래. 게다가 어제 내가 직접 너더러 오라고 했지. 다 쓸데없는 짓이다. 괜히 걱정하셨구먼. 하기야 네가 당장 끌려오다시피 올 줄은 알았다……"
그는 몹시 못마땅한 기색으로 이 말을 했다. 그러는 사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걱정스럽게 거울에 제 코를 비춰 보았고(어쩌면 아침부터 마흔 번째였을지도 모른다), 이마에 동인 붉은 손수건도 좀 더 보기 좋게 매만지기 시작했다.
"붉은 게 낫지. 흰 걸 매면 병원 같거든." 그가 격언이라도 읊듯 말했다. "그래, 너는 어떠냐? 네 장로는 어떠냐?"
"몹시 안 좋으세요. 어쩌면 오늘 돌아가실지도 몰라요." 알료샤가 대답했지만, 아버지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고 제가 한 질문도 곧 잊어버렸다.
"이반은 나갔다." 그가 갑자기 말했다. "그놈은 미치카한테서 약혼녀를 빼앗으려고 기를 쓰고 있어. 그러려고 여기 사는 거다." 그는 독살스럽게 덧붙이고는 입을 비틀며 알료샤를 쳐다보았다.
"설마 이반 형이 아버지께 직접 그렇게 말했어요?" 알료샤가 물었다.
"그래, 벌써 오래전에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냐, 3주쯤 전에 말했다. 설마 그놈도 나를 몰래 칼로 찔러 죽이려고 여기 온 건 아니겠지? 무언가 때문에 오긴 왔을 것 아니냐?"
"무슨 말씀이세요!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알료샤가 몹시 당황했다.
"돈을 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건 맞아, 하지만 아무튼 나한테서는 땡전 한 푼 못 받을 거다. 나는 말이다, 더없이 사랑스러운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세상에서 될 수 있는 대로 오래 살 작정이란 말씀이야, 알아 두시라고요, 그러니 나한테는 코페이카 한 닢 한 닢이 다 필요하고, 오래 살수록 더 필요해질 거다." 그는 노랗고 얇은 여름 무명천으로 지은, 품이 넓고 기름때 묻은 외투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방 이 구석에서 저 구석으로 서성거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은 아직 그래도 사내다, 고작 쉰다섯이니까. 그런데 나는 앞으로도 스무 해쯤은 더 사내 축에 끼고 싶은데, 늙으면 더러워질 테고, 그러면 그 여자들이 제 발로 나한테 오지 않을 테니, 바로 그때 돈이 필요한 거지. 그래서 나는 지금 오로지 나 하나를 위해 자꾸자꾸 더 모아 두는 겁니다요, 사랑하는 내 아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알아 두시라고요, 나는 끝까지 내 더러움 속에서 살고 싶으니까, 알아 두시라고요. 더러움 속이 더 달콤하거든, 다들 그걸 욕하지만 다들 그 속에서 사는데, 다만 다들 몰래 살고 나는 드러내 놓고 살지. 바로 내 이 순진함 때문에 더러운 놈들이 다 나한테 달려든 거다. 그런데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나는 네 천국에는 가고 싶지 않다, 알아 둬라, 점잖은 사람에게는 네 천국에 가는 것도 점잖지 못한 일이야, 설령 천국이 거기 있다 해도 말이다. 내 생각에는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고 아무것도 없으니, 원하면 나를 추도해 주고, 원하지 않으면 빌어먹을, 마음대로들 해라. 이게 내 철학이다. 어제 이반이 여기서 말을 잘했지, 우리가 다들 취해 있기는 했지만. 이반은 허풍쟁이야, 그놈한테는 그런 학식 같은 것도 없고…… 특별한 교양도 아무것도 없어, 잠자코 있다가 잠자코 너를 보고 피식 웃지, 그것 하나로 행세하는 거다."
알료샤는 그의 말을 듣고 있었고, 말이 없었다.
"그놈은 왜 나하고 말을 안 하냐? 말을 해도 거드름을 피우지. 네 이반은 비열한 놈이야! 그리고 나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 그루시카와 결혼할 거다. 돈만 있으면 마음만 먹으면 되는 겁니다요,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다 이루어지지. 이반은 바로 그게 무서워서 내가 결혼하지 못하게 나를 지키고 있고, 그러려고 미치카를 부추겨서 그루시카와 결혼하게 하려는 거야. 그렇게 해서 나도 그루시카한테서 떼어 놓고(내가 그루시카와 결혼하지 않으면 자기한테 돈을 남겨 주기라도 할 것처럼!), 다른 한편으로 미치카가 그루시카와 결혼하면 이반이 그놈의 부자 약혼녀를 차지하는 거지. 그놈 속셈이 바로 그렇다! 네 이반은 비열한 놈이야!"
"참 신경이 날카로우시네요. 어제 일 때문이에요. 가서 좀 누우시지 그러세요." 알료샤가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데도 말이다." 노인이 갑자기 이제야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머리에 들어온 듯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데도 나는 너한테는 화가 안 난다. 그런데 이반이 나한테 바로 그 말을 했다면 나는 화를 냈을 거다. 너하고만 나한테 착한 순간들이 있었지. 그렇지 않으면 나는 독한 인간이다."
"아버지는 독한 사람이 아니라 비뚤어진 사람이에요." 알료샤가 미소를 지었다.
"들어 봐라, 나는 오늘 그 강도 같은 미치카를 감옥에 처넣으려고 했는데, 지금도 어떻게 할지 아직 모르겠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시대에는 아버지 어머니를 편견으로 여기는 게 통례지만, 그래도 법으로는 요즘에도 늙은 아버지를 제 집에서 머리채를 잡아 끌고, 바닥에 쓰러뜨려 낯짝을 구둣발로 차고, 다시 와서 아주 죽여 버리겠다고 큰소리치는 건 허용되지 않는 것 같거든, 그것도 다 증인들 앞에서 말씀입니다요. 나는 마음만 먹으면 그놈을 꽁꽁 묶어서 어제 일로 당장 처넣을 수 있다."
"그럼 고소하지 않으실 거죠, 네?"
"이반이 말렸다. 이반 따위는 무시해 버리겠지만, 나 나름대로 알고 있는 수가 하나 있지……"
그러고는 그는 알료샤에게로 몸을 숙이고 은밀하게 반쯤 속삭이며 말을 이었다.
"내가 그 비열한 놈을 처넣으면, 그 여자는 내가 그놈을 처넣었다는 말을 듣고 당장 그놈한테 달려갈 거다. 그런데 만약 오늘 그놈이 나를, 기운 없는 늙은이를 반쯤 죽도록 때렸다는 말을 들으면, 그 여자는 어쩌면 그놈을 버리고 병문안이라도 하러 나한테 올 거다…… 우리는 그런 성미를 타고났거든. 오로지 거꾸로만 하려는 성미 말이다. 나는 그 여자를 속속들이 안다! 그런데 코냑 한잔 안 하겠냐? 식은 커피를 좀 받아라, 내가 거기에 코냑을 4분의 1잔쯤 따라 주마. 얘야, 맛이 좋아진다."
"아니요,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주시면 이 빵이나 가져갈게요." 알료샤는 이렇게 말하며 3코페이카짜리 프랑스 빵을 집어 수도복 안옷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아버지도 코냑은 안 드시는 게 좋겠어요." 그는 노인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권했다.
"네 말이 맞다. 신경을 긁고 편안하게 두지를 않지. 하지만 딱 한 잔만…… 찬장에서 꺼내는 거니까……"
그는 열쇠로 "찬장"을 열어 한 잔 따라 마시고는 찬장을 잠그고 열쇠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이거면 됐다. 한 잔으로 뻗지는 않아."
"이제 좀 너그러워지셨네요." 알료샤가 미소를 지었다.
"흠! 나는 코냑이 없어도 너를 사랑한다. 하지만 비열한 놈들 앞에서는 나도 비열한 놈이다. 반카는 체르마시냐에 안 가. 왜겠냐? 염탐을 해야 하거든. 그루셴카가 오면 내가 얼마나 줄지 말이다. 다 비열한 놈들이야! 그리고 나는 이반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놈이 어디서 나왔지? 전혀 우리 핏줄 같은 영혼이 아니야. 내가 정말 그놈한테 무얼 남겨 줄 것 같냐? 나는 유언장도 남기지 않을 거다, 알아 두시라고요. 그리고 미치카는 바퀴벌레처럼 짓눌러 버릴 거다. 나는 밤에 검은 바퀴벌레를 슬리퍼로 짓누르지, 밟으면 톡 하고 터진다. 네 미치카도 톡 하고 터질 거다. 네 미치카라고 하는 건 네가 그놈을 사랑하니까. 너는 그놈을 사랑하지만, 나는 네가 그놈을 사랑하는 게 무섭지 않다. 그런데 만약 이반이 그놈을 사랑한다면, 나는 이반이 그놈을 사랑한다는 것 때문에 내 몸이 걱정될 거다. 하지만 이반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이반은 우리 사람이 아니야, 이반 같은 이런 인간들은 말이다, 얘야, 우리 사람이 아니야, 이건 일어난 먼지야…… 바람이 불면 먼지는 지나가 버린다…… 어제 너더러 오늘 오라고 했을 때 어리석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는데, 너를 통해 미치카 일을 알아보려고 했지, 내가 지금 그놈한테 1천 루블, 아니 2천 루블을 세어 준다면, 그 거지 같은 망나니가 여기서 아주, 다섯 해쯤, 아니 서른다섯 해쯤이면 더 좋고, 그루시카 없이 그 여자를 아주 단념하고 떠나 줄지 말이다. 어떠냐?"
"저…… 저는 형한테 물어볼게요……" 알료샤가 중얼거렸다. "3천 루블을 다 주신다면 어쩌면 형은……"
"거짓말 마라! 이제는 물어볼 것 없다, 아무것도 필요 없어! 생각이 바뀌었다. 어제 바보처럼 어리석은 생각이 대가리에 들어왔던 거다. 아무것도 안 준다, 한 푼도 안 줘, 내 돈은 나한테 필요하다." 노인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지 않아도 그놈을 바퀴벌레처럼 짓눌러 버릴 거다. 그놈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또 기대를 할 테니까. 그리고 너도 여기서 할 일이 전혀 없다. 어서 가 봐라. 그 약혼녀, 그놈이 그동안 내 눈에서 그렇게 꼼꼼히 숨겨 온 그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는 그놈한테 시집간다더냐, 안 간다더냐? 너 어제 그 여자한테 갔었지?"
"그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형을 버리고 싶어 하지 않아요."
"바로 그런 놈들을, 난봉꾼과 비열한 놈들을 그런 연약한 아가씨들이 좋아한단 말이야! 내 말하지만 그런 창백한 아가씨들은 쓰레기다. 그거야말로…… 어휴! 나한테 그놈만 한 젊음과 그때의 내 얼굴이 있다면(스물여덟 살 때는 내가 그놈보다 잘생겼으니까) 나도 그놈과 꼭 마찬가지로 여자들을 휘어잡았을 거다. 그놈은 악당이야! 하지만 그루셴카만은 그래도 못 가질 겁니다요, 못 가질 겁니다요…… 진창에 처박아 줄 테다!"
그는 마지막 말을 하면서 다시 사납게 성을 냈다.
"너도 가 봐라. 오늘은 여기서 할 일이 없다." 그가 날카롭게 잘라 말했다.
알료샤는 작별 인사를 하러 다가가 아버지의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너 왜 그러냐?" 노인이 조금 놀랐다. "또 볼 텐데. 아니면 다시 못 볼 것 같으냐?"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냥, 저도 모르게 그랬어요."
"아무것도 아니다, 나도, 나도 그냥……" 노인이 그를 바라보았다. "얘, 얘야." 그가 알료샤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언제 한번 와라, 어서, 생선국 먹으러. 생선국을 끓여 주마. 오늘 것 말고 특별한 걸로. 꼭 와라! 그래, 내일, 알겠냐, 내일 와라!"
알료샤가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그는 다시 찬장으로 가서 반 잔을 더 들이켰다.
"더는 안 마신다!" 그는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으며 중얼거리고는 다시 찬장을 잠그고 다시 열쇠를 주머니에 넣은 뒤, 침실로 가서 기진하여 침대에 눕더니 순식간에 잠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