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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제1장 운명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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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운명의 날

내가 서술한 사건들이 있은 이튿날 오전 열 시에 우리 지방 법원의 개정이 선언되었고, 드미트리 카라마조프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었다.

미리 말해 두겠고, 힘주어 말해 두겠는데, 나는 법정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마땅히 갖추어야 할 만큼 빠짐없이 전하기는커녕 마땅한 순서대로 전할 힘조차 내게 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떠올리고 모든 것을 제대로 풀어 밝히려면 책 한 권이, 그것도 아주 두꺼운 책 한 권이 통째로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줄곧 든다. 그러니 내가 개인적으로 놀랐던 일, 특히 기억에 남은 일만 전한다고 해서 나를 원망하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나는 부차적인 것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겼을 수도 있고, 가장 두드러지고 가장 꼭 필요한 특징들을 아예 빠뜨렸을 수도 있다…… 하기야 변명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것을 알겠다.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겠고, 독자들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법정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날 나를 특히 놀라게 한 일을 이야기해 두겠다. 하기야 놀란 것은 나 하나만이 아니었고, 나중에 드러났듯이 모든 사람이 놀랐다. 다름 아니라, 이 사건이 너무나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 모두가 재판이 언제 시작될지 조바심으로 애를 태웠다는 것, 우리 사교계에서 꼬박 두 달 동안 이 사건을 두고 숱한 이야기와 추측과 탄성과 공상이 오갔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사건이 온 러시아에 알려졌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이 사건이 우리 고장에서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모든 사람을 하나하나 그토록 뜨겁게, 그토록 신경이 곤두설 만큼 뒤흔들어 놓았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이날 바로 법정에서 그것이 드러났다. 이날에 맞추어 우리 현의 도시에서뿐 아니라 러시아의 다른 몇몇 도시에서, 그리고 마침내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에서까지 손님들이 몰려왔다. 법률가들이 왔고, 몇몇 명사들까지 왔으며, 부인들도 왔다. 입장권은 모두 동이 났다. 남자 손님 가운데 특히 존귀하고 이름난 이들을 위해서는 판사들이 자리 잡은 탁자 뒤쪽에 아주 이례적인 자리까지 마련되어서, 거기에 갖가지 인사들이 차지한 안락의자가 한 줄로 죽 늘어섰는데, 이런 일은 우리 고장에서 전에는 결코 허락된 적이 없었다. 우리 고장 부인들과 다른 곳에서 온 부인들이 특히 많았는데, 내 생각에는 온 방청객의 절반을 밑돌지 않았던 것 같다. 곳곳에서 몰려온 법률가들만 해도 어찌나 많았던지, 입장권은 이미 오래전에 나누어 주고 졸라서 얻어 가고 애걸해서 얻어 가 버려서, 그들을 어디에 앉혀야 할지조차 몰랐다. 나는 법정 끝 연단 뒤에 임시로 서둘러 특별한 칸막이를 만들어 몰려온 법률가들을 모두 그 안에 들여보내는 것을 직접 보았는데, 그들은 거기서 서 있을 수만 있어도 다행으로 여겼다. 자리를 넓히려고 그 칸막이 안에서는 의자를 아예 들어내 버렸기 때문에, 그 안에 모여든 무리는 "사건" 내내 어깨를 맞댄 채 빽빽이 한 덩어리로 서 있었다. 부인들 가운데 몇몇은, 특히 다른 곳에서 온 부인들은 법정의 위층 회랑에 엄청나게 차려입고 나타났지만, 대부분의 부인들은 옷차림은 잊어버리기까지 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히스테릭하고 탐욕스러운, 거의 병적인 호기심이 드러나 있었다. 법정에 모인 이 사교계 전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로 꼭 짚어 두어야 할 것은, 나중에 여러 사람이 지켜본 바로도 확인되었듯이, 거의 모든 부인들이, 적어도 그 압도적인 대다수가 미탸 편이었고 그의 무죄 방면을 바랐다는 점이다. 어쩌면 무엇보다 그가 여자들의 마음을 정복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굳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연적인 두 여자가 나오리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 곧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에게 특히 모두가 관심을 쏟았다. 그 여자에 대해서는 몹시 별난 이야기가 숱하게 오갔고, 미탸가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그를 향한 그 여자의 열정에 대해서는 놀라운 일화들이 오갔다. 특히 그 여자의 오만함(그 여자는 우리 읍에서 거의 아무 집도 방문하지 않았다)과 "귀족 사회와의 연줄"이 입에 오르내렸다. 그 여자가 범죄자를 따라 징역지까지 가서 어딘가 땅 밑 광산에서 그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정부에 청원할 생각이라는 말도 돌았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연적인 그루셴카가 법정에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마음도 그에 못지않게 들떠 있었다. 사람들은 오만한 귀족 아가씨와 "헤타이라", 이 두 연적이 법정 앞에서 마주치는 순간을 애타는 호기심으로 기다렸다. 하기야 우리 부인들에게는 그루셴카가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보다 더 잘 알려져 있었다. 우리 부인들은 "표도르 파블로비치와 그 불행한 아들을 망친 여자"인 그루셴카를 전에도 본 적이 있었고, 그토록 "아주 평범한, 생김새도 전혀 예쁘지 않은 러시아 소시민 계집"에게 어떻게 아버지와 아들이 그토록 반할 수 있었는지 거의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의아해했다. 한마디로 말이 많았다. 내가 확실히 아는 바로는, 바로 우리 읍에서 미탸 때문에 심각한 부부 싸움까지 몇 번 일어났다. 많은 부인들이 이 끔찍한 사건 전체에 대한 견해 차이로 남편들과 뜨겁게 다투었고, 그러니 그 뒤로 이 부인들의 남편들이 모두 피고에게 호의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에게 적의를 품은 채 법정에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대체로 부인들과는 반대로 남자들은 모두 피고에게 적대적이었다고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엄하고 찌푸린 얼굴들이 보였고, 아예 악의에 찬 얼굴들도 있었는데, 그것도 아주 많았다. 미탸가 우리 고장에 머무는 동안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을 직접 모욕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방청객 가운데 어떤 이들은 거의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고, 미탸의 운명 자체에는 몹시 무관심했지만, 그래도 심리 중인 사건에는 무관심하지 않았다. 모두가 그 결말에 사로잡혀 있었고, 남자들의 대다수는 단연코 범죄자가 벌을 받기를 바랐다. 다만 법률가들은 예외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들에게 소중한 것은 사건의 도덕적인 측면이 아니라 이를테면 현대 법률적인 측면뿐이었다. 유명한 페튜코비치가 온다는 것이 모두를 들뜨게 했다. 그의 재능은 곳곳에 알려져 있었고, 그가 떠들썩한 형사 사건을 변호하러 지방에 나타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변호하고 나면 그런 사건들은 언제나 온 러시아에 이름이 나고 오래도록 기억되었다. 우리 검사에 대해서도, 재판장에 대해서도 일화가 몇 가지 돌았다. 우리 검사가 페튜코비치와 마주치기를 두려워하여 떨고 있다는 것, 두 사람이 이미 페테르부르크 시절부터, 그들이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오랜 적수였다는 것, 페테르부르크 시절부터 제 재능이 마땅히 인정받지 못했다며 줄곧 누군가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여겨 온 자존심 강한 우리 이폴리트 키릴로비치가 카라마조프 사건을 맡고서 기운이 되살아났고, 이 사건으로 시들어 버린 제 경력을 되살려 보리라 꿈꾸기까지 했지만, 다만 페튜코비치가 그를 겁먹게 했다는 것이 이야깃거리였다. 그러나 페튜코비치 앞에서 떨었다는 말은 그리 공정한 판단이 아니었다. 우리 검사는 위험 앞에서 기가 꺾이는 성격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이 커질수록 자존심이 자라나서 날개를 다는 그런 성격이었다. 대체로 우리 검사가 너무 열을 잘 내고 병적으로 예민했다는 것은 짚어 두어야겠다. 그는 어떤 사건에는 온 영혼을 쏟아붓고, 마치 그 판결에 제 운명 전체와 제 재산 전체가 달려 있기라도 한 듯이 사건을 끌고 갔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좀 비웃었다. 우리 검사는 바로 이런 성질 덕분에 어느 정도 이름까지 얻었는데, 곳곳에 알려진 것은 결코 아니어도 우리 법원에서 그가 차지한 보잘것없는 자리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보다는 훨씬 큰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특히 그의 심리학 애호를 비웃었다. 내 생각에는 모두가 잘못 알았다. 우리 검사는 사람으로서도 성격으로서도 많은 사람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진지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병적인 사람은 출셋길 첫걸음부터, 그리고 그 뒤로도 평생 동안 끝내 제 자리를 제대로 세울 줄 몰랐다.

우리 재판장으로 말하자면, 그는 교양 있고 인정 많고 실무에 밝으며 가장 현대적인 사상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것밖에는 말할 것이 없다. 그는 자존심이 꽤 강했지만 제 출세에는 그리 마음을 쓰지 않았다. 그의 삶의 주된 목표는 앞서가는 사람이 되는 데 있었다. 게다가 그에게는 연줄도 재산도 있었다. 나중에 드러났듯이 그는 카라마조프 사건을 꽤 뜨겁게 바라보았지만, 다만 일반적인 의미에서였다. 그의 관심을 끈 것은 현상과 그 분류, 그 현상을 우리 사회적 기반의 산물로, 러시아적 요소의 특징으로 보는 관점 따위였다. 사건의 개인적인 성격, 그 비극, 그리고 피고를 비롯한 관련 인물들의 개성에 대해서는 꽤 무관심하고 추상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하기야 어쩌면 그래야 마땅했는지도 모른다.

재판부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법정은 이미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우리 고장의 법정은 읍에서 가장 좋은 홀로, 넓고 천장이 높고 소리가 잘 울린다. 조금 높은 단 위에 자리 잡은 판사들의 오른쪽에는 배심원들을 위한 탁자 하나와 안락의자 두 줄이 마련되어 있었다. 왼쪽은 피고와 변호인의 자리였다. 법정 한가운데, 재판부 자리 가까이에는 "증거물"을 올려놓은 탁자가 있었다. 그 위에는 피투성이가 된 표도르 파블로비치의 흰 비단 실내복, 살인으로 추정되는 일을 저지른 그 운명의 구리 절굿공이, 소매가 피로 더러워진 미탸의 셔츠, 그가 그때 피에 흠뻑 젖은 손수건을 쑤셔 넣었던 주머니 자리 뒤쪽이 온통 핏자국투성이인 그의 프록코트, 피로 온통 뻣뻣하게 굳고 이제는 완전히 누렇게 바랜 그 손수건 자체, 미탸가 페르호틴의 집에서 자살하려고 장전했다가 모크로예에서 트리폰 보리소비치에게 슬그머니 빼앗긴 권총, 그루셴카에게 주려고 3천 루블을 넣어 두었던 겉에 글씨가 적힌 봉투와 그 봉투를 묶었던 가느다란 분홍 리본, 그리고 내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다른 많은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그보다 조금 더 떨어진 법정 안쪽부터 방청석이 시작되었지만, 난간 앞에는 이미 진술을 마치고 법정에 남게 될 증인들을 위한 안락의자가 몇 개 놓여 있었다. 열 시에 재판장과 배석 판사 한 사람, 명예 치안판사 한 사람으로 이루어진 재판부가 나타났다. 물론 곧바로 검사도 나타났다. 재판장은 키가 보통보다 작고 다부지고 땅딸막한 사람으로, 치질을 앓는 사람 같은 얼굴에 나이는 쉰 살쯤이었고, 희끗희끗한 검은 머리를 짧게 깎았으며, 무슨 훈장인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붉은 수장(綬章)을 두르고 있었다. 검사는 나에게, 아니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어쩐지 몹시 창백해 보였고 얼굴이 거의 푸르스름했으며, 웬일인지 어쩌면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여윈 것 같았다. 나는 바로 그저께만 해도 그가 완전히 평소 모습 그대로인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재판장은 법정 정리에게 배심원들이 모두 출석했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더는 이렇게 이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겠다. 많은 것을 잘 듣지 못했고, 어떤 것은 깊이 새겨듣지 못하고 넘겼고, 또 어떤 것은 기억해 두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앞서 이미 말했듯이 오간 말과 일어난 일을 모두 떠올리려 하면 말 그대로 내게 시간도 지면도 모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은 다만 양쪽, 곧 변호인과 검사가 기피한 배심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그 대신 열두 배심원의 구성은 기억한다. 우리 고장 관리 네 사람, 상인 두 사람, 그리고 우리 읍의 농민과 소시민 여섯 사람이었다. 재판이 열리기 훨씬 전부터 우리 사교계에서는 특히 부인들이 좀 놀라며 이렇게 묻던 것이 기억난다. "그토록 미묘하고 복잡하고 심리적인 사건이 정말로 무슨 관리들과, 게다가 농군들의 운명적인 판결에 맡겨진단 말인가요, 그런 관리가, 하물며 농군이 거기서 무엇을 알겠어요?" 실제로 배심원으로 뽑힌 그 관리 네 사람은 모두 지위가 낮은 하찮은 사람들이었고, 머리가 세었고(그 가운데 한 사람만 조금 젊었다), 우리 사교계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쥐꼬리만 한 봉급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아마 어디에도 데리고 나갈 수 없는 늙은 아내가 있고, 저마다 한 무더기씩 아이들이 있고, 어쩌면 그 아이들은 맨발로 다니기까지 할 것이고, 여가라야 고작 어딘가에서 카드놀이나 좀 하며 보낼 것이고, 물론 책이라고는 한 권도 읽어 본 적이 없을 사람들이었다. 상인 두 사람은 점잖은 모습이기는 했지만 어쩐지 이상하게 말이 없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턱수염을 밀고 독일풍으로 차려입었고, 희끗한 턱수염을 기른 다른 한 사람은 목에 붉은 수장을 두르고 무슨 메달을 달고 있었다. 소시민과 농민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스코토프리고니옙스크의 소시민들은 농민과 거의 다름없고, 밭까지 간다. 그들 가운데 두 사람도 독일풍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어쩌면 바로 그래서 다른 네 사람보다 더 지저분하고 보기에 볼품없어 보였다. 그러니 이를테면 내가 그들을 찬찬히 뜯어보자마자 그랬듯이 "저런 사람들이 이런 사건에서 무엇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정말로 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의 얼굴은 어쩐지 이상하게 위압적이고 거의 위협적인 인상을 주었고, 엄하고 찌푸려 있었다.

마침내 재판장이 퇴직 9등 문관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 살인 사건의 심리를 선언했다. 그때 그가 정확히 어떻게 말했는지는 다 기억나지 않는다. 법정 정리에게 피고를 데려오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드디어 미탸가 나타났다. 법정 안이 온통 조용해져서 파리 소리도 들릴 지경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미탸의 모습은 나에게 아주 불쾌한 인상을 주었다. 무엇보다 그는 바늘 자국도 안 난 새 프록코트를 입고 끔찍하게 멋을 부리고 나타났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는 일부러 이날에 맞추어 자기 치수를 아직 가지고 있던 예전 재단사에게 모스크바에서 프록코트를 맞추었다고 한다. 그는 새로 산 검은 키드 가죽 장갑을 끼고 멋을 부린 속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1아르신씩 되는 긴 걸음으로 걸어 들어와 꼼짝도 하지 않을 만큼 똑바로 앞을 바라보며 아주 태연한 얼굴로 제자리에 앉았다. 바로 그와 함께 변호인인 유명한 페튜코비치도 나타났고, 법정 안에 무언가 억눌린 웅성거림 같은 것이 지나갔다. 그는 키가 크고 깡마른 사람으로, 다리가 길고 가늘었고, 손가락이 유난히 길고 창백하고 가늘었으며, 얼굴은 말끔히 면도했고, 꽤 짧은 머리를 수수하게 빗어 넘겼으며, 얇은 입술은 비웃음인지 미소인지 모를 것으로 이따금 일그러졌다. 나이는 마흔 살쯤으로 보였다. 그의 얼굴은 눈만 아니었다면 호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 눈은 그 자체로는 작고 표정이 없었지만, 보기 드물게 서로 가까이 붙어 있어서 길쭉하고 가느다란 코의 가는 콧날 하나만이 둘을 갈라놓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 얼굴에는 무언가 날카롭게 새 같은 데가 있어서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는 연미복에 흰 넥타이 차림이었다. 재판장이 미탸에게 처음으로 이름과 신분 따위를 물었던 것이 기억난다. 미탸는 퉁명스럽지만 어쩐지 뜻밖에 큰 소리로 대답해서 재판장이 고개를 흔들기까지 하며 거의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다음 사실 심리에 소환된 사람들, 곧 증인들과 감정인들의 명단이 낭독되었다. 명단은 길었다. 증인 가운데 네 사람이 출석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미 파리에 가 있지만 예심 때 진술을 해 둔 미우소프, 병 때문에 호흘라코바 부인과 지주 막시모프, 그리고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스메르댜코프였고, 스메르댜코프에 대해서는 경찰의 증명서가 제출되었다. 스메르댜코프 소식에 법정 안이 크게 술렁이며 수군거렸다. 물론 방청객 가운데 많은 사람이 이 갑작스러운 자살 사건을 아직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특히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미탸의 갑작스러운 돌출 행동이었다. 스메르댜코프에 대한 보고가 나오자마자 그가 갑자기 제자리에서 법정이 떠나가게 외쳤다.

"개는 개답게 죽는 법이지!"

변호인이 그에게 달려가던 모습과, 재판장이 이런 돌출 행동이 한 번만 더 되풀이되면 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그에게 경고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미탸는 고개를 끄덕이며 끊어지는 목소리로, 그러나 전혀 뉘우치지 않는 듯이 변호인에게 낮은 목소리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안 할게요, 안 할게요! 입이 미끄러졌어요! 다시는 안 할게요!"

그리고 물론 이 짧은 일은 배심원들과 방청객의 판단에서 그에게 이롭게 작용하지 않았다. 성격이 드러났고, 그 성격이 스스로를 소개한 셈이었다. 바로 이런 인상 아래 법원 서기가 공소장을 낭독했다.

공소장은 꽤 짧았지만 빈틈이 없었다. 아무개가 왜 기소되었는지, 왜 그를 재판에 넘겨야 했는지 따위의 가장 중요한 이유들만 적혀 있었다. 그런데도 그것은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기는 또박또박, 낭랑하게, 분명하게 읽었다. 이 비극 전체가 운명의, 가차 없는 빛을 받아 모두의 앞에 다시 도드라지게, 한 점으로 모여 나타나는 것 같았다. 낭독이 끝나자마자 재판장이 크고 위엄 있게 미탸에게 묻던 것이 기억난다.

"피고, 피고는 자신이 유죄임을 인정합니까?" 미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술에 빠지고 방탕한 것은 유죄임을 인정합니다." 그는 또다시 뜻밖의, 거의 미친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게으르고 난봉을 피운 것도 인정합니다. 운명이 저를 베어 넘어뜨린 바로 그 순간, 저는 영원히 정직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노인의, 제 원수이자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죄입니다! 그 노인의 돈을 빼앗은 일에 대해서도, 아니, 아니, 무죄입니다. 유죄일 수도 없습니다. 드미트리 카라마조프는 비열한 놈이지만 도둑은 아닙니다!"

이렇게 소리치고 나서 그는 온몸을 떠는 것이 눈에 보일 만큼 떨며 제자리에 앉았다. 재판장은 다시 그에게 질문에만 대답하고 엉뚱하고 미친 듯한 외침을 늘어놓지 말라고 짧지만 훈계하듯 타일렀다. 그러고 나서 사실 심리에 들어가라고 명했다. 증인들이 모두 선서를 하러 불려 들어왔다. 그때 나는 그들을 모두 한꺼번에 보았다. 하기야 피고의 형제들은 선서 없이 증언하도록 허락되었다. 사제와 재판장의 훈계가 끝나자 증인들은 밖으로 이끌려 나가 되도록 서로 떨어져 앉았다. 그러고 나서 한 사람씩 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