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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제4장 믿음이 적은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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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믿음이 적은 부인

먼 데서 온 지주 부인은 장로가 백성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을 축복하는 장면을 내내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고, 손수건으로 그 눈물을 닦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교계 부인으로, 여러모로 진심으로 착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장로가 마침내 그 부인에게도 다가오자 부인은 열광하며 그를 맞았다.

"이 감동적인 장면을 다 보고 있자니 얼마나,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몰라요……" 부인은 흥분한 나머지 말을 맺지 못했다. "오, 백성들이 왜 장로님을 사랑하는지 알겠어요. 저도 백성을 사랑해요, 사랑하고 싶어요. 그리고 어떻게 백성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 위대함 속에서도 순박한 우리 훌륭한 러시아 백성을요!"

"따님은 좀 어떠시오? 또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셨소?"

"오, 간곡히 청했어요, 애원했어요. 장로님이 들여보내 주실 때까지 장로님 창문 앞에서 사흘이라도 무릎 꿇고 있을 각오였어요. 위대한 치유자님, 저희는 저희의 열광에 찬 감사를 모두 말씀드리려고 찾아왔어요. 장로님이 우리 리자를 낫게 해 주셨잖아요, 완전히 낫게 해 주셨어요. 무엇으로요? 목요일에 그 애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그 애에게 손을 얹어 주신 것으로요. 저희는 그 손에 입 맞추고, 저희의 감정과 경외심을 쏟아 놓으려고 서둘러 왔어요!"

"낫게 해 주었다니 어떻게 말이오? 따님은 아직도 의자에 누워 있지 않소?"

"그렇지만 밤마다 나던 열이 깨끗이 사라졌어요. 벌써 이틀째예요, 바로 목요일부터요." 부인이 신경질적으로 서둘러 말했다. "그뿐이 아니에요. 다리에 힘이 붙었어요. 오늘 아침에는 건강하게 일어났고, 밤새 푹 잤어요. 이 애 볼에 도는 혈색이며 반짝이는 눈을 좀 보세요. 전에는 줄곧 울기만 하더니 이제는 웃고, 명랑하고, 기뻐해요. 오늘은 저를 일으켜 세워 달라고 기어이 졸라서, 1분을 꼬박 아무 부축도 없이 혼자 서 있었어요. 두 주일 뒤에는 카드리유를 출 거라고 저하고 내기를 한답니다. 이곳 의사 게르첸시투베를 불렀는데, 어깨를 으쓱하며 '놀랍군요, 어리둥절합니다' 하더군요. 그런데도 저희더러 장로님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이리로 날아오지도 말고 감사도 드리지 말라고 하실 셈인가요? 리즈, 감사드려라, 어서 감사드려라!"

리즈의 귀엽고 웃음 띤 얼굴이 갑자기 진지해지더니, 리즈는 의자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몸을 일으켜 장로를 바라보며 그 앞에 작은 두 손을 모았다. 그러나 참지 못하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저 사람 때문이에요, 저 사람 때문이라고요!" 리즈는 참지 못하고 웃어 버린 저 자신이 아이처럼 분해서 알료샤를 가리켰다. 장로보다 한 걸음 뒤에 서 있던 알료샤를 누가 보았다면, 그의 얼굴에 순식간에 두 뺨을 덮어 버린 홍조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그의 눈이 번득이더니 아래로 떨구어졌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이 애가 당신한테 전할 심부름이 있어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어머니가 갑자기 알료샤를 돌아보며, 장갑을 예쁘게 낀 작은 손을 그에게 내밀며 말을 이었다. 장로가 뒤를 돌아보더니 갑자기 알료샤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알료샤는 리자에게 다가가, 어쩐지 이상하고 어색하게 웃음 지으며 리자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리즈가 점잔 빼는 얼굴을 했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저를 통해 당신한테 이걸 보냈어요." 리즈가 작은 편지를 그에게 내밀었다. "당신이 꼭 들러 주기를 특별히 부탁한대요. 어서, 어서요. 그리고 속이지 말고 꼭 와 달래요."

"그분이 저더러 들르라고요? 저를 그분한테…… 대체 무엇 때문에요?" 알료샤가 몹시 놀라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이 갑자기 근심으로 가득 찼다.

"오, 그건 모두 드미트리 표도로비치하고…… 요즘 일어난 그 모든 일 때문이에요." 어머니가 재빨리 설명했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가 이제 어떤 결심을 굳혔어요…… 그런데 그러려면 꼭 당신을 만나야 한대요…… 무엇 때문이냐고요? 물론 저는 모르지요. 그래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와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그렇게 해 주실 거예요, 틀림없이 그렇게 해 주실 거예요. 이건 그리스도인의 마음으로도 그래야 하는 일이에요."

"그분을 뵌 건 딱 한 번뿐인데요." 알료샤가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 말을 이었다.

"오, 그분은 얼마나 고귀하고, 얼마나 닿을 수 없는 분인지 몰라요!…… 그분이 겪은 고통만으로도…… 생각해 보세요, 그분이 무엇을 견뎌 냈는지, 지금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 무엇이 그분을 기다리고 있는지…… 다 끔찍해요, 끔찍해요!"

"좋습니다, 가겠습니다." 알료샤가 짧고 수수께끼 같은 쪽지를 훑어보고 나서 결정했다. 쪽지에는 꼭 와 달라는 간곡한 부탁 말고는 아무 설명도 없었다.

"아, 그러시면 정말 다정하고 멋진 일이 될 거예요." 리즈가 갑자기 온통 생기를 띠며 소리쳤다. "저는 엄마한테 그랬거든요. 저 사람은 절대로 안 갈 거라고, 구원의 길을 닦는 중이니까. 어쩜, 어쩜 이렇게 멋진 분이세요! 저는 늘 당신이 멋진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당신한테 그 말을 할 수 있어서 기뻐요!"

"리즈!" 어머니가 엄하게 말했지만, 곧바로 웃음 지었다.

"당신은 저희도 잊으셨어요,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저희 집에는 아예 오고 싶지 않으신가 봐요. 그런데 리즈는 저한테 두 번이나 당신하고 있을 때만 즐겁다고 했답니다." 알료샤가 떨구었던 눈을 들더니, 다시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 다시 갑자기 무엇 때문인지 저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하기야 장로는 이미 그를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장로는 앞서 말했듯 리즈의 의자 곁에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길손 수도사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아하니 가장 소박한 수도사, 즉 평민 출신으로, 짧고 흔들림 없는 세계관을 지녔지만 믿음이 있고 저 나름으로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 그는 저 먼 북쪽, 오브도르스크의 성 실베스트르 수도원, 수도사가 겨우 아홉 명뿐인 어느 가난한 수도원에서 왔다고 했다. 장로는 그를 축복하고 언제든 좋을 때 수방으로 찾아오라고 했다.

"어떻게 감히 그런 일을 하십니까?" 수도사가 갑자기 엄숙하고 무게 있게 리즈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는 리즈의 "치유"를 넌지시 가리킨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하기에는 물론 아직 이르오. 조금 나아진 것이 아직 완전한 치유는 아니고, 다른 까닭으로 나아졌을 수도 있소. 그러나 무언가가 있었다면 그것은 오직 하느님의 뜻으로 된 것이지, 다른 누구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오. 모든 것은 하느님에게서 오오. 신부님, 나를 찾아오시오." 그는 수도사에게 덧붙였다. "아무 때나 만날 수는 없소. 나는 앓고 있고, 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소."

"오, 아니에요, 아니에요. 하느님께서 장로님을 저희에게서 데려가시지 않을 거예요. 장로님은 아직 오래오래 사실 거예요." 어머니가 소리쳤다. "그리고 어디가 편찮으시다는 거예요? 이렇게 건강하고 명랑하고 행복해 보이시는데요."

"오늘은 유난히 몸이 가볍소. 그러나 그것이 잠깐뿐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소. 나는 이제 내 병을 틀림없이 알고 있소. 그런데 내가 그토록 명랑해 보인다면, 당신이 그 말을 해 준 것보다 나를 더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결코 없었을 것이오. 사람은 행복하도록 지어졌기 때문이오. 온전히 행복한 사람은 '나는 이 땅에서 하느님의 언약을 이루었다' 하고 스스로에게 말할 자격을 곧바로 얻은 사람이오. 모든 의인, 모든 성인, 모든 거룩한 순교자는 모두 행복했소."

"오, 어쩌면 그렇게 말씀하세요. 얼마나 대담하고 드높은 말씀인지요." 어머니가 소리쳤다. "장로님이 말씀하시면 꼭 가슴을 꿰뚫는 것 같아요. 그런데 행복, 행복이라니, 그게 어디 있나요? 누가 저 자신을 두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오, 오늘 저희가 한 번 더 장로님을 뵙도록 허락해 주실 만큼 친절하셨으니, 지난번에 다 하지 못한 이야기, 감히 하지 못한 이야기, 제가 그토록 오래, 오래 괴로워해 온 그 모든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저는 괴로워요, 용서하세요, 저는 괴로워요……" 그러고는 무슨 뜨겁고 북받치는 감정에 사로잡혀 그 앞에 두 손을 모았다.

"무엇이 특히 괴로우시오?"

"저는 괴로워요…… 믿음이 없어서요……"

"하느님을 믿지 못하는 것이오?"

"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런 건 감히 생각도 못 해요. 그렇지만 내세라는 건 얼마나 수수께끼인지요! 그리고 아무도, 정말 아무도 거기에 대답해 주지 않아요! 들어 보세요, 장로님은 치유자시고, 사람의 영혼을 잘 아시는 분이세요. 물론 저는 장로님이 저를 온전히 믿어 주시기를 감히 바랄 수 없어요. 하지만 가장 큰 맹세로 장담하는데, 저는 지금 경솔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무덤 너머의 내세에 대한 이 생각이 괴로울 만큼, 무섭고 겁날 만큼 저를 뒤흔들어요…… 그런데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평생 감히 그러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감히 장로님께 털어놓는 거예요…… 오, 하느님, 이제 저를 어떤 여자로 보시겠어요!" 부인은 두 손을 맞부딪쳤다.

"내 생각은 걱정하지 마시오." 장로가 대답했다. "나는 당신의 괴로움이 진심이라는 것을 온전히 믿소."

"오,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보세요, 저는 눈을 감고 생각해요. 모두가 믿는다면 그건 어디서 생겨났을까? 그런데 사람들은 이 모든 게 처음에는 무서운 자연 현상 앞에서 느낀 두려움에서 생겨났을 뿐이라고, 그런 건 모두 없다고 단언해요. 그래서 저는 생각해요.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평생 믿어 왔는데 죽고 나면 갑자기 아무것도 없고, 어느 작가 책에서 읽은 대로 '무덤 위에 우엉만 자라고' 만다면. 끔찍해요! 무엇으로, 무엇으로 믿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하기야 저는 어린아이였을 때만,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믿었을 뿐이에요…… 무엇으로, 무엇으로 그걸 증명하지요? 저는 이제 장로님 앞에 엎드려 그걸 여쭈려고 왔어요.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평생 아무도 저한테 대답해 주지 않을 테니까요. 무엇으로 증명하고, 무엇으로 확신하지요? 오, 저는 불행해요! 둘러보면 모두가, 거의 모두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얼굴이고, 이제 아무도 그런 걸로 마음 쓰지 않아요. 그런데 저 혼자만 그걸 견딜 수가 없어요. 죽을 것 같아요, 죽을 것 같아요!"

"틀림없이 죽을 것 같겠지요. 그러나 여기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소. 그래도 확신할 수는 있소."

"어떻게요? 무엇으로요?"

"실행하는 사랑을 겪어 봄으로써 그렇소. 당신의 이웃을 실행으로, 쉬지 않고 사랑하도록 애써 보시오. 사랑에서 나아가는 만큼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도, 당신 영혼의 불멸도 확신하게 될 것이오. 이웃을 사랑하는 데서 완전한 자기 버림에까지 이른다면 그때는 틀림없이 믿게 될 것이고, 어떤 의심도 당신 영혼에 들어올 수조차 없을 것이오. 이것은 시험을 거친 일이오, 틀림없소."

"실행하는 사랑이라고요? 그러면 또 물음이 생겨요. 그런 물음, 정말 그런 물음이요! 보세요, 저는 인류를 너무나 사랑해서, 믿으시겠어요, 때로는 가진 것을 다, 다 버리고 리즈도 두고 자선 간호사가 되러 갈까 꿈꾸기도 해요. 눈을 감고 생각하고 꿈꾸면 그 순간 제 안에서 이길 수 없는 힘이 느껴져요. 어떤 상처도, 어떤 고름 나는 종기도 저를 겁먹게 하지 못할 거예요. 제 손으로 붕대를 감고 씻어 줄 거예요. 그 고통받는 사람들의 간병인이 될 거예요. 그 종기에 입 맞출 각오도 되어 있어요……"

"당신의 머리가 다른 것이 아니라 그것을 꿈꾼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고 좋은 일이오. 언젠가는 뜻하지 않게 정말로 무슨 좋은 일을 하게 될 것이오."

"그래요, 그렇지만 그런 생활을 제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요?" 부인은 뜨겁게, 거의 넋이 나간 듯 말을 이었다. "그게 가장 중요한 물음이에요! 제 물음 가운데 가장 괴로운 물음이에요. 저는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물어요. 너는 이 길을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겠니? 네가 종기를 씻어 주는 환자가 곧바로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네 인정 어린 봉사를 알아주지도 알아보지도 않고 변덕을 부려 너를 괴롭히고, 너한테 소리 지르고, 거칠게 요구하고, 심지어 무슨 윗사람한테 너를 고자질하기까지 한다면(몹시 괴로운 사람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지요) 그때는 어떡하지? 네 사랑이 이어질까,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저는 몸서리치며 벌써 결론을 내렸어요. 인류를 향한 제 '실행하는' 사랑을 곧바로 식혀 버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오직 배은망덕뿐이에요. 한마디로 저는 품삯을 받고 일하는 일꾼이에요. 저는 곧바로 품삯을, 그러니까 저에 대한 칭찬을 요구하고, 사랑에 대한 품삯으로 사랑을 요구해요. 그러지 않으면 저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어요!"

부인은 더없이 진심 어린 자기 채찍질의 발작에 사로잡혀 있었고, 말을 마치자 도전하듯 결연하게 장로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어느 의사가 나에게 이야기한 것과 꼭 같소. 하기야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장로가 말했다. "이미 나이가 지긋하고 틀림없이 영리한 사람이었소. 그 사람도 당신처럼 솔직하게, 농담조이기는 했지만 슬프게 농담하며 말했소. 나는 인류를 사랑하지만 나 자신에게 놀란다고. 인류 전체를 사랑하면 할수록 사람들 하나하나를, 즉 따로따로 낱낱의 인물로서는 덜 사랑하게 된다고. 공상 속에서는 인류를 섬기겠다는 뜨거운 생각에까지 이른 일이 드물지 않고, 어쩌면 갑자기 어떻게 해서든 그래야 할 일이 생긴다면 정말로 사람들을 위해 십자가에 오를지도 모르지만, 그런데도 누구하고든 한 방에서 이틀도 함께 지내지 못한다고, 그것은 겪어 봐서 안다고. 누가 가까이 오기만 하면 그 사람의 인격이 내 자존심을 짓누르고 내 자유를 옥죈다고. 하루 만에 가장 훌륭한 사람마저 미워하게 될 수 있다고. 어떤 사람은 식사 때 오래 먹는다고, 어떤 사람은 코감기에 걸려 끊임없이 코를 푼다고. 사람들이 나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기만 하면 나는 사람들의 원수가 된다고 했소. 그 대신 늘 그렇게 되더라는 것이오. 사람들 하나하나를 미워하면 할수록 인류 전체를 향한 내 사랑은 더 뜨거워지더라고."

"그렇지만 어떻게 하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러면 절망할 수밖에 없나요?"

"아니오. 당신이 그것을 두고 애통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오. 할 수 있는 것을 하시오. 그러면 그것이 당신의 몫으로 헤아려질 것이오. 당신은 이미 많은 일을 했소. 그토록 깊이, 진심으로 자기 자신을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당신이 지금 나와 이토록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이 지금 나에게서처럼 그 솔직함을 칭찬받기 위해서였다면, 물론 실행하는 사랑의 위업에서는 아무 데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오. 모든 것이 당신의 공상 속에만 남고, 온 생애가 환영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오. 그렇게 되면 물론 내세도 잊어버리고, 끝내는 어떻게든 저절로 마음이 가라앉게 될 것이오."

"장로님이 저를 짓눌러 버리셨어요! 장로님이 말씀하시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야 비로소 알았어요. 배은망덕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 저는 정말로 제 솔직함에 대한 장로님의 칭찬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요. 장로님은 저에게 저를 일러 주셨어요. 저를 붙잡아서 저에게 저를 풀어 보여 주셨어요!"

"참말로 하는 말이오? 그래, 그렇게 털어놓았으니 이제 나는 당신이 진실하고 마음이 착하다고 믿소. 행복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당신이 좋은 길에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애쓰시오. 무엇보다 거짓을 피하시오. 모든 거짓을, 특히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을. 당신의 거짓을 지켜보고, 시간마다, 순간마다 그것을 들여다보시오. 혐오도 피하시오. 남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당신 안에서 추하게 여겨지는 것은 당신이 그것을 제 안에서 알아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깨끗해지오. 두려움도 피하시오. 하기야 두려움이란 모든 거짓의 결과일 뿐이지만. 사랑에 이르려는 길에서 당신 자신의 소심함을 결코 겁내지 마시오. 그러는 동안 저지르는 나쁜 행동마저 너무 겁내지 마시오. 더 기쁜 말을 해 줄 수 없어 안타깝소. 실행하는 사랑은 공상하는 사랑에 비하면 가혹하고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오. 공상하는 사랑은 재빨리, 금세 채워지는 위업을, 모두가 그것을 지켜보는 위업을 갈망하오. 거기서는 정말로 목숨까지 내놓는 데에 이르기도 하오. 다만 오래 끌지 않고 어서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무대 위에서처럼, 모두가 지켜보며 칭찬하기만 한다면 말이오. 그러나 실행하는 사랑은 노동이고 참을성이며, 어떤 이에게는 아마 하나의 학문이기까지 하오. 그러나 미리 말해 두겠소. 당신이 온갖 애를 썼는데도 목표에 다가가기는커녕 오히려 거기서 멀어진 것처럼 보여 겁에 질려 바라보게 될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미리 말해 두는데, 당신은 갑자기 목표에 이를 것이고, 당신을 내내 사랑하시고 내내 신비롭게 이끌어 오신 주님의 기적의 힘을 당신 위에서 똑똑히 보게 될 것이오. 더 오래 함께 있을 수 없어 미안하오.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소. 안녕히 가시오."

부인은 울고 있었다.

"리즈, 리즈, 저 애를 축복해 주세요, 축복해 주세요!" 부인이 갑자기 온몸을 파드득 일으켰다.

"저 아이는 사랑할 것도 없소. 내내 장난치는 것을 보았소." 장로가 농담 삼아 말했다. "무엇 때문에 내내 알렉세이를 놀렸느냐?"

리즈는 정말로 내내 이 장난에 빠져 있었다. 리즈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난번부터, 알료샤가 저 때문에 쩔쩔매며 저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바로 그것이 몹시 재미있어졌다. 리즈는 그의 눈길을 뚫어지게 기다리며 붙잡으려 했다. 끈질기게 저를 향하는 눈길을 견디지 못하고 알료샤는 이따금 갑자기, 저도 모르게, 거스를 수 없는 힘에 끌려 리즈를 쳐다보았고, 그러면 리즈는 곧바로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이겼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알료샤는 더욱 쩔쩔매고 더욱 분해했다. 마침내 그는 아예 리즈에게서 돌아서서 장로의 등 뒤로 숨었다. 몇 분 뒤 그는 다시 같은 거스를 수 없는 힘에 끌려, 누가 저를 보고 있는지 아닌지 보려고 돌아섰다. 그러자 리즈가 의자에서 거의 아주 몸을 늘어뜨린 채 옆에서 그를 내다보며, 그가 언제 쳐다볼지 온 힘을 다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눈길을 붙잡자 리즈가 어찌나 깔깔대며 웃었던지 장로마저 참지 못했다.

"이 말괄량이야, 무엇 때문에 그 사람을 그렇게 부끄럽게 하느냐?"

리즈는 갑자기, 전혀 뜻밖에 얼굴을 붉히더니 눈을 번득였다. 그 얼굴이 무섭도록 진지해졌고, 리즈는 뜨겁고 분개한 하소연을 갑자기 빠르게, 신경질적으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럼 저 사람은 왜 다 잊어버렸대요? 저 사람은 제가 어렸을 때 저를 안고 다녔고, 우리는 같이 놀았어요. 저 사람이 저한테 글을 가르치러 다녔다고요, 그거 아세요? 두 해 전에 헤어질 때는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우리는 영원한 친구라고, 영원히, 영원히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제 갑자기 저를 무서워해요. 제가 잡아먹기라도 한대요? 왜 가까이 오려고도 안 하고, 왜 말도 안 하는 거예요? 왜 우리 집에 오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장로님이 못 가게 하시는 거예요? 저 사람이 어디든 다 돌아다닌다는 건 저희도 알거든요. 제가 저 사람을 부르는 건 점잖지 못한 일이에요. 잊지 않았다면 저 사람이 먼저 기억해 냈어야지요. 아니거든요, 저 사람은 이제 구원의 길을 닦는 중이시래요! 왜 저 사람한테 저 치렁치렁한 수도복을 입히셨어요…… 뛰다가 넘어지겠어요……"

그러고는 갑자기 참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그 길고 신경질적이고 온몸이 들썩이는 소리 없는 웃음으로 무섭게, 걷잡을 수 없이 웃어 댔다. 장로는 미소 지으며 리즈의 말을 다 듣고 나서 다정하게 축복해 주었다. 그런데 리즈는 장로의 손에 입을 맞추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그 손을 제 눈에 갖다 대고 울음을 터뜨렸다.

"저한테 화내지 마세요. 저는 바보예요, 아무 쓸모도 없는 애예요…… 그리고 알료샤가 저처럼 우스운 애한테 오고 싶어 하지 않는 건 어쩌면 옳아요, 아주 옳아요."

"꼭 보내 주마." 장로가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