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한순간 거짓이 진실이 되다
그는 지금 미탸가 누워 있는 병원으로 서둘러 갔다. 법정의 판결이 있은 지 이틀째 되는 날 미탸는 신경열에 걸려 우리 읍립 병원의 죄수 병동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의사 바르빈스키는 알료샤와 다른 많은 사람들(호흘라코바 부인, 리자 등)의 부탁을 받고 미탸를 죄수들과 함께 두지 않고 따로, 전에 스메르댜코프가 누워 있던 바로 그 작은 방에 두었다. 사실 복도 끝에는 보초가 서 있었고 창문에는 쇠창살이 있었으니, 바르빈스키는 완전히 합법적이지는 않은 자기의 너그러운 처사를 두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지만, 그는 착하고 인정 많은 젊은이였다. 그는 미탸 같은 사람이 갑자기 곧바로 살인자들과 사기꾼들의 무리 속으로 넘어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거기에는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족과 아는 사람들의 면회는 의사도, 감독관도, 군 경찰서장까지도 모두 남몰래 허락해 주었다. 그러나 요 며칠 동안 미탸를 찾아온 사람은 알료샤와 그루셴카뿐이었다. 라키틴이 벌써 두 번이나 그를 만나려고 들이댔지만, 미탸는 그를 들이지 말라고 바르빈스키에게 끈질기게 부탁했다.
알료샤가 갔을 때 미탸는 환자복을 입고 침상에 앉아 있었다. 열이 조금 있었고, 머리에는 식초 탄 물에 적신 수건을 감고 있었다. 그는 들어온 알료샤를 멍한 눈길로 바라보았지만, 그 눈길에는 그래도 무언가 겁 같은 것이 언뜻 스쳤다.
대체로 재판 뒤로 그는 무섭게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이따금 그는 무언가를 힘겹고 괴롭게 곱씹는 듯 곁에 있는 사람을 잊은 채 반 시간씩 말이 없었다. 생각에서 깨어나 말을 시작할 때면 늘 어쩐지 갑작스럽게, 그리고 꼭 정말로 해야 할 말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이따금 괴로운 눈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는 알료샤와 있을 때보다 그루셴카와 있을 때 더 편한 듯했다. 사실 그는 그루셴카와 거의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여자가 들어서기만 하면 온 얼굴이 기쁨으로 환해졌다. 알료샤는 말없이 그 곁 침상에 앉았다. 이번에 미탸는 불안하게 알료샤를 기다렸지만 아무것도 감히 묻지 못했다. 그는 카탸가 오기로 동의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고, 그와 동시에 그 여자가 오지 않으면 무언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리라고 느꼈다. 알료샤는 형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다.
"트리폰 말이야." 미탸가 부산스럽게 말을 꺼냈다. "보리시치 말이야, 그 사람이 자기 여관을 몽땅 망가뜨렸대, 마룻널을 들어 올리고 판자를 뜯어내고 '회량'을 통째로 산산조각 냈대, 검사가 내가 거기 숨겼다고 한 그 돈, 1천 5백 루블을 찾느라고 줄곧 보물을 찾는 거야.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대. 사기꾼한테는 꼴좋지! 어제 여기 간수가 나한테 이야기해 줬어. 그 사람이 거기 출신이거든."
"들어 봐." 알료샤가 말했다. "그 사람이 올 거야. 하지만 언제 올지는 몰라. 어쩌면 오늘, 어쩌면 며칠 안에. 그건 모르지만 올 거야, 올 거야, 이건 틀림없어."
미탸는 흠칫 떨며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 소식은 그에게 무섭게 작용했다. 그는 그 이야기를 자세히 알고 싶어 괴로울 지경이었지만, 지금 또 묻기가 두려운 것이 눈에 보였다. 카탸에게서 나온 무언가 잔인하고 경멸에 찬 말은 이 순간 그에게 칼에 찔리는 것과 같았을 테니까.
"그 사람이 무엇보다 이렇게 말했어. 탈주에 대해서는 내가 꼭 형의 양심을 안심시켜 주라고. 그때까지 이반 형이 낫지 않으면 자기가 직접 그 일을 맡겠대."
"그 얘기는 벌써 나한테 했잖아." 미탸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리고 형은 벌써 그루샤에게 그 얘기를 전했지." 알료샤가 말했다.
"그래." 미탸는 털어놓았다. "그 여자는 오늘 아침에는 안 올 거야." 그는 쭈뼛쭈뼛 동생을 바라보았다. "저녁에나 올 거야. 어제 카탸가 일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더니 그 여자는 입을 다물더라. 입술만 비틀렸어. 그저 '하라지 뭐!' 하고 속삭였을 뿐이야.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아챈 거지. 나는 더 캐묻지 못했어. 이제는 그 여자도 아는 것 같지 않아?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이반을 사랑한다는 걸."
"그럴까?" 알료샤에게서 말이 튀어나왔다.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지. 다만 그 여자는 이제 아침에는 오지 않을 거야." 미탸는 서둘러 다시 한 번 짚었다. "그 여자한테 부탁을 하나 했거든…… 들어 봐, 이반 형은 모두를 넘어설 거야. 살아갈 사람은 그 사람이지 우리가 아니야. 그 사람은 나을 거야."
"생각해 봐, 카탸는 이반 형 때문에 떨면서도 형이 나으리라는 걸 거의 의심하지 않아." 알료샤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죽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 무서워서 나을 거라고 믿는 거지."
"이반 형은 체질이 튼튼해. 나도 형이 나으리라고 아주 크게 기대하고 있어." 알료샤가 불안하게 말했다.
"그래, 그 사람은 나을 거야. 하지만 그 여자는 그 사람이 죽을 거라고 확신해. 그 여자한테는 슬픔이 많아……"
침묵이 흘렀다.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이 미탸를 괴롭히고 있었다.
"알료샤, 나는 그루샤를 끔찍이 사랑해." 그는 떨리는, 눈물이 가득한 목소리로 갑자기 말했다.
"거기에는 그루샤를 들여보내 주지 않을 거야." 알료샤가 곧바로 받았다.
"그리고 너한테 또 하려던 말이 있어." 미탸는 갑자기 쨍하고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가는 길에나 거기서 나를 때리기 시작하면 나는 가만있지 않을 거야. 죽여 버릴 거고, 그러면 나는 총살당하겠지. 그런데 스무 해야! 여기서도 벌써 반말을 하기 시작했어. 간수들이 나한테 반말을 해. 나는 누워서 오늘 밤새 나 자신을 심판했어. 각오가 안 됐어! 받아들일 힘이 없어! '찬가'를 부르려 했는데 간수들의 반말 하나를 이겨 내지 못해! 그루샤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견디겠어, 무엇이든…… 하기야 매질만 빼고…… 하지만 거기에는 그 여자를 들여보내 주지 않을 거야."
알료샤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들어 봐, 형, 이번에 아주 말해 둘게." 그가 말했다. "이 일에 대해 내 생각은 이래. 내가 형한테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거 알잖아. 그러니 들어 봐. 형은 각오가 되어 있지 않고, 그런 십자가는 형을 위한 것이 아니야. 그뿐이 아니야.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형에게는 그런 위대한 순교자의 십자가가 필요하지도 않아. 형이 아버지를 죽였다면, 형이 형의 십자가를 마다하는 것을 나는 안타깝게 여겼을 거야. 하지만 형은 죄가 없고, 그런 십자가는 형에게 너무 무거워. 형은 고통으로 형 안에 다른 사람을 되살리고 싶어 했지만, 내 생각에는 평생 동안, 형이 어디로 달아나든 그 다른 사람을 늘 기억하기만 하면 되고, 형에게는 그것으로 넉넉해. 형이 십자가의 큰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형이 형 안에 더 큰 빚을 느끼게 할 뿐이고, 앞으로 평생 쉬지 않는 이 느낌으로 형은 형의 부활을 돕게 될 거야, 어쩌면 거기에 갔을 때보다 더 많이. 거기서는 형이 견디지 못하고 원망하게 될 테고, 어쩌면 정말로 마침내 '나는 셈을 치렀다' 하고 말하게 될 테니까. 그 점에서는 변호사가 옳은 말을 했어. 누구에게나 무거운 짐을 지울 수는 없어. 어떤 사람에게는 그건 감당할 수 없는 일이야…… 형에게 그렇게 필요하다면 이게 내 생각이야. 형이 달아난 일로 다른 사람들이, 장교들이나 병사들이 책임을 지게 된다면 나는 형이 달아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 알료샤는 미소 지었다. "하지만 솜씨 있게만 하면 큰 문책은 없을 수도 있고 하찮은 것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들 말하고 장담해(그 호송 중계소 사람이 직접 이반 형한테 그렇게 말했대). 물론 이 경우에도 뇌물을 주는 건 정직하지 못하지만, 여기서 나는 결코 심판하려 들지 않을 거야, 사실 이를테면 이반 형과 카탸가 이 일에서 형을 위해 나더러 손을 쓰라고 맡긴다면, 나도 가서 뇌물을 주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야. 이건 형한테 진실을 다 말해야겠어. 그러니 형이 어떻게 하든 나는 형의 심판자가 아니야. 하지만 알아 둬, 나는 결코 형을 나무라지 않을 거야. 게다가 이 일에서 내가 어떻게 형의 심판자가 될 수 있겠어, 이상하잖아? 자, 이제 다 짚어 본 것 같아."
"그 대신 나는 나 자신을 심판할 거야!" 미탸가 외쳤다. "나는 달아날 거야. 그건 네가 없어도 정해져 있었어. 미치카 카라마조프가 달아나지 않을 수 있겠어? 하지만 그 대신 나 자신을 심판하고 거기서 영원히 죄를 빌 거야! 예수회 신부들이 이렇게 말하지 않아, 이렇게? 지금 너하고 내가 하는 것처럼 말이야, 응?"
"그래." 알료샤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나는 네가 늘 온전한 진실을 다 말하고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서 너를 사랑해!" 미탸는 기쁘게 웃으며 외쳤다. "그러니까 내가 우리 알료시카를 예수회 신부로 붙잡은 거야! 그 일로 너를 온통 입 맞춰 줘야겠어, 정말이야! 자, 이제 나머지도 들어 봐. 내 영혼의 나머지 절반도 너한테 펼쳐 보일게. 내가 생각해 내고 정한 건 이래. 내가 달아난다 해도, 돈과 여권을 가지고, 아메리카로까지 달아난다 해도, 나는 기쁨을 누리러, 행복을 누리러 달아나는 게 아니라 참으로 또 다른 유형지로, 어쩌면 이것 못지않은 유형지로 달아나는 거라는 생각에 아직 힘을 얻어! 못하지 않아, 알렉세이, 참으로 말하는데 못하지 않아! 나는 그 아메리카가, 빌어먹을, 벌써부터 싫어. 그루샤가 나와 함께 있다 치자, 하지만 그 여자를 봐, 그래, 그 여자가 아메리카 여자야? 그 여자는 러시아 여자야, 뼛속까지 러시아 여자야. 그 여자는 어머니 같은 고향 땅을 그리워하며 애태울 거고, 나는 그 여자가 나 때문에 애태우고 나 때문에 그런 십자가를 졌다는 걸 시간마다 보게 될 거야, 그런데 그 여자가 무슨 죄가 있어? 그리고 내가 거기 상놈들을 견딜 수 있겠어? 어쩌면 그놈들이 하나같이 나보다 낫다 해도 말이야? 나는 그 아메리카가 벌써부터 싫어! 거기 놈들이 하나같이 엄청난 기계공이든 뭐든 간에, 그놈들이야 알 게 뭐야, 내 사람들이 아니야, 내 영혼의 사람들이 아니야! 나는 러시아를 사랑해, 알렉세이, 러시아의 하느님을 사랑해, 내가 비열한 놈이긴 해도! 거기 가면 나는 뒈지고 말 거야!" 그는 눈을 번득이며 갑자기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눈물로 떨렸다.
"그러니 이렇게 정했어, 알렉세이, 들어 봐!" 그는 흥분을 누르며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루샤와 함께 거기 가서는 곧바로 밭을 갈고 일을 하는 거야, 사나운 곰들과 함께, 외딴 데서, 어디 아주 먼 데서 말이야. 거기에도 어디 먼 데가 있을 거야! 거기엔 아직 붉은 피부의 사람들이 있다던데, 어디 지평선 끝에 말이야, 그러니 그 끝으로, 마지막 모히칸족한테로 가는 거야. 그리고 곧바로 문법에 매달리는 거야, 나하고 그루샤하고. 일과 문법, 그렇게 한 3년쯤. 그 3년 동안 영국 말을 영국 사람 중에서도 진짜배기 영국 사람처럼 배우는 거야. 그리고 배우자마자 아메리카는 끝이야! 아메리카 시민이 되어 여기로, 러시아로 달아나는 거야. 걱정 마, 여기 이 읍에는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어디 먼 데로, 북쪽이나 남쪽으로 숨을 거야. 그때쯤이면 나도 바뀌고 그 여자도 바뀔 거야, 거기 아메리카에서 의사가 나한테 무슨 혹이라도 하나 만들어 붙여 줄 거야, 괜히 거기 놈들이 기계공이겠어. 안 되면 나는 한쪽 눈을 찔러 버리고 수염을 1아르신이나 기를 거야, 하얗게(러시아가 그리워서 하얗게 셀 테니까), 그러면 아마 못 알아볼 거야. 알아보면 유형을 보내라지, 다 마찬가지야, 팔자가 아닌 거지! 여기서도 어디 외진 데서 땅을 갈며 살 거고, 나는 평생 아메리카 사람 행세를 할 거야. 그 대신 고향 땅에서 죽을 수 있잖아. 이게 내 계획이고, 이것은 움직일 수 없어. 찬성하니?"
"찬성해." 알료샤는 형의 말을 거스르고 싶지 않아서 말했다.
미탸는 잠깐 입을 다물더니 갑자기 말했다.
"그런데 법정에서 그 사람들이 얼마나 일을 그르쳐 놨는지 봐! 얼마나 그르쳐 놨는지!"
"그르치지 않았다 해도 어차피 형은 유죄 판결을 받았을 거야." 알료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이곳 사람들이 나한테 질렸던 거지! 그 사람들이야 하느님이 알아서 하시겠지만, 괴로워!" 미탸가 괴로워하며 신음하듯 말했다.
다시 잠깐 말이 끊겼다.
"알료샤, 지금 당장 나를 찔러 죽여 줘!" 그가 갑자기 외쳤다. "그 사람이 지금 올 거야, 안 올 거야, 말해 봐! 뭐라고 했어? 어떻게 말했어?"
"온다고 했어. 하지만 오늘인지는 몰라. 그 사람도 힘들잖아!" 알료샤는 쭈뼛쭈뼛 형을 바라보았다.
"그야 그렇지, 힘들지 않을 리가 없지! 알료샤, 나는 이 일로 미쳐 버릴 거야. 그루샤가 줄곧 나를 바라봐. 다 알아. 하느님, 주님, 저를 누그러뜨려 주십시오. 나는 무엇을 바라는 거지? 카탸를 바라는 거야!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나 알기는 하는 걸까? 카라마조프의 고삐 풀림, 불경한 고삐 풀림이야! 아니야, 나는 고통을 견딜 위인이 못 돼! 비열한 놈, 그 말이면 다야!"
"저기 왔어!" 알료샤가 외쳤다.
그 순간 문지방에 갑자기 카탸가 나타났다. 그 여자는 한순간 멈추어 서서 어딘지 넋 나간 눈길로 미탸를 둘러보았다. 미탸는 쏜살같이 벌떡 일어섰고, 그의 얼굴에 겁이 드러났고 그는 창백해졌지만, 곧바로 그의 입술에 쭈뼛거리며 애원하는 미소가 어른거렸고, 그는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카탸에게 두 손을 내밀었다. 그것을 보자 카탸는 쏜살같이 그에게로 달려갔다. 그 여자는 그의 두 손을 잡고 거의 억지로 그를 침대에 앉히고, 자기도 곁에 앉아 그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꼭, 경련하듯 움켜쥐었다. 두 사람은 몇 번이나 무언가 말하려다가 멈추었고, 다시 말없이, 뚫어지게, 서로에게 붙박인 듯 이상한 미소를 띠고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렇게 2분쯤 지났다.
"용서했어, 안 했어?" 마침내 미탸가 더듬거렸고, 그와 동시에 알료샤 쪽으로 몸을 돌려 기쁨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그에게 소리쳤다.
"내가 뭘 묻는지 들려, 들리지!"
"당신이 마음이 너그러워서 사랑했던 거야!" 카탸에게서 갑자기 말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당신한테는 내 용서가 필요 없고, 나한테도 당신 용서가 필요 없어, 다 마찬가지야, 당신이 용서하든 안 하든 당신은 평생 내 영혼에 상처로 남을 거고, 나도 당신 영혼에 그렇게 남을 거야, 그래야 해……" 그 여자는 숨을 고르려고 말을 멈추었다.
"내가 무엇 하러 왔는데?" 그 여자는 미친 듯이, 서둘러 다시 말을 시작했다. "당신 발을 껴안고 당신 손을 꼭 쥐려고, 이렇게 아프도록, 기억나, 모스크바에서 당신 손을 이렇게 쥐었잖아, 당신은 내 하느님이고 내 기쁨이라고 다시 말하려고, 당신을 미치도록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왔어." 그 여자는 고통 속에서 신음하듯 말하고는 갑자기 그의 손에 입술을 탐하듯 갖다 댔다. 그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알료샤는 말없이 당황하여 서 있었다. 그는 자기가 본 것을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
"사랑은 지나갔어, 미탸!" 카탸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나간 그것이 나한테는 아프도록 소중해. 이것만은 영원히 알아 둬. 하지만 지금, 한순간만은, 있을 수도 있었던 그것이 있게 하자." 그 여자는 일그러진 미소를 띠고 다시 기쁘게 그의 눈을 바라보며 더듬거렸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나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고 당신도 나를 사랑할 거야. 그걸 알고 있었어? 들려, 나를 사랑해, 평생 사랑해!" 그 여자는 거의 위협하는 듯한 떨림이 서린 목소리로 외쳤다.
"사랑할게, 그리고…… 있잖아, 카탸." 미탸도 한 마디마다 숨을 고르며 말하기 시작했다. "있잖아, 나는 닷새 전 그날 저녁에 너를 사랑했어…… 네가 쓰러지고 사람들이 너를 들어 옮길 때…… 평생! 그렇게 될 거야, 영원히 그렇게 될 거야……"
두 사람은 이렇게 거의 뜻 없고 미친 듯한, 어쩌면 진실하지조차 않은 말을 서로에게 더듬거렸지만, 바로 이 순간에는 모든 것이 진실이었고, 두 사람 자신도 스스로를 조금도 의심 없이 믿었다.
"카탸." 미탸가 갑자기 외쳤다. "내가 죽였다고 믿어? 지금은 믿지 않는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때…… 네가 진술할 때…… 정말, 정말 믿었어?"
"그때도 믿지 않았어! 한 번도 믿은 적 없어! 당신을 증오해서 갑자기 나 자신을 믿게 만든 거야, 바로 그 순간만…… 진술할 때…… 믿게 만들었고 믿었어…… 그리고 진술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다시 믿지 않게 됐어. 이걸 다 알아 둬. 내가 나 자신을 처형하러 왔다는 걸 잊고 있었어!" 그 여자는 방금 전의, 바로 조금 전의 사랑의 속삭임과는 전혀 닮지 않은, 어딘지 갑자기 아주 새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괴롭겠구나, 여자여!" 미탸에게서 갑자기 어쩐지 아주 걷잡을 수 없이 말이 튀어나왔다.
"놓아줘." 그 여자가 속삭였다. "또 올게, 지금은 괴로워!……"
그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서려다가 갑자기 크게 소리치며 뒤로 물러섰다. 방에 갑자기, 그러나 아주 조용히 그루셴카가 들어왔다. 아무도 그 여자를 기다리지 않았다. 카탸는 쏜살같이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그루셴카와 나란히 서게 되자 갑자기 멈추어 서서 온통 분필처럼 하얘지더니, 조용히, 거의 속삭이듯 신음하며 그루셴카에게 말했다.
"용서해 주세요!"
그루셴카는 그 여자를 똑바로 쏘아보더니, 한순간 기다렸다가 독살스러운, 악의로 독이 오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봐, 우린 악해, 너나 나나! 둘 다 악해! 우리가 무슨 용서를 하겠어, 너나 나나? 저 사람이나 구해 줘. 그러면 평생 너를 위해 기도할게."
"그런데 용서는 하기 싫다는 거야!" 미탸가 미친 듯이 나무라며 그루셴카에게 소리쳤다.
"걱정 마, 그 사람을 너한테 구해 줄게!" 카탸는 재빨리 속삭이고 방에서 뛰어나갔다.
"그 여자가 직접 너한테 '용서해 줘' 하고 말했는데, 그러고도 너는 용서하지 않을 수 있었어?" 미탸가 다시 쓰라리게 외쳤다.
"미탸 형, 그 사람을 나무라지 마, 형한테는 그럴 권리가 없어!" 알료샤가 형에게 뜨겁게 소리쳤다.
"그 여자는 입술로 오만하게 말한 거지, 마음으로 말한 게 아니야." 그루셴카가 어쩐지 역겨워하며 말했다. "그 여자가 당신을 구해 내면 다 용서할게……"
그 여자는 무언가를 영혼 속에서 짓눌러 버리듯 입을 다물었다. 그 여자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자가 들어온 것은 아주 우연이었고, 아무것도 짐작하지 못했으며 맞닥뜨린 것을 맞닥뜨리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알료샤, 그 사람을 쫓아가!" 미탸가 동생에게 다급히 몸을 돌렸다. "그 사람한테 말해……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가게 두지 마!"
"저녁 전에 다시 올게!" 알료샤는 소리치고 카탸를 쫓아 달려갔다. 그는 이미 병원 울타리 밖에서 그 여자를 따라잡았다. 그 여자는 빨리, 서둘러 걷고 있었지만, 알료샤가 따라잡자마자 재빨리 그에게 말했다.
"아니요, 그 여자 앞에서는 나 자신을 처형할 수 없어요! 나는 끝까지 나 자신을 처형하고 싶어서 그 여자에게 '용서해 주세요' 하고 말한 거예요. 그 여자는 용서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여자가 좋아요!" 카탸는 일그러진 목소리로 덧붙였고, 그 여자의 눈이 사나운 악의로 번득였다.
"형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알료샤가 중얼거리려 했다. "형은 그 사람이 오지 않으리라고 확신했어요……"
"의심할 것 없지요. 그 얘기는 그만둬요." 카탸가 딱 잘랐다. "들어 보세요. 나는 지금 당신과 함께 거기 장례식에 갈 수 없어요. 작은 관에 놓으라고 그 집에 꽃을 보냈어요. 그 집에는 아직 돈이 있는 것 같아요. 필요하다면, 앞으로 결코 그 사람들을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말해 주세요…… 자, 이제 나를 두고 가세요, 두고 가세요, 제발요. 당신은 벌써 거기 늦었어요. 늦은 성찬 예배 종이 울리고 있어요…… 나를 두고 가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