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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제6장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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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내가 간다!

한편 드미트리 표도로비치는 길을 날듯이 달리고 있었다. 모크로예까지는 20베르스타 남짓이었지만, 안드레이의 트로이카가 어찌나 빨리 달렸는지 한 시간 15분이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빠른 질주가 갑자기 미탸의 정신을 맑게 해 주는 듯했다. 공기는 신선하고 쌀쌀했으며, 맑은 하늘에는 커다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바로 그 밤이었다. 어쩌면 바로 그 시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알료샤가 땅에 엎드려 "대지를 영원무궁토록 사랑하겠다고 미친 듯이 맹세하던" 바로 그때였다. 그러나 미탸의 마음속은 어수선했다. 몹시 어수선했다. 지금 많은 것이 그의 영혼을 괴롭혔지만, 이 순간 그의 온 존재는 오직 그 여자에게만, 그의 여왕에게만 거스를 수 없이 쏠려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번 그 여자를 보려고 그리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한 가지만 말해 두겠다. 그의 마음은 단 1분도 다투지 않았다. 질투에 사로잡히던 이 사나이가, 땅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 새 사람, 새 연적, 이 "장교"에게 조금도 질투를 느끼지 않았다고 말하면 아마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다른 누구였다면, 그런 자가 나타났다면, 그는 곧바로 질투에 불타 어쩌면 그 무서운 두 손을 다시 피로 적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람에게, 이 "그 여자의 첫 남자"에게는, 지금 트로이카를 타고 날아가면서도 질투 어린 증오는커녕 적의조차 느끼지 않았다. 물론 아직 그를 본 적은 없었지만. "여기에는 다툴 여지가 없다. 여기엔 그 여자와 그 남자의 권리가 있다. 그 여자가 다섯 해 동안 잊지 못한 첫사랑이다. 그러니 그 다섯 해 동안 그 남자만 사랑했다는 거다. 그런데 나는, 나는 왜 여기 끼어들었지? 내가 여기서 무슨 상관이야? 비켜라, 미탸, 길을 내 줘라! 그리고 지금 내가 뭐냐? 이제는 장교가 없어도 다 끝났다. 그 사람이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해도 어차피 다 끝났을 거야……"

그가 따져 볼 수만 있었다면 아마 대강 이런 말로 제 느낌을 풀어 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그는 이미 따져 볼 수가 없었다. 지금의 결심은 모두 따져 보지 않고 한순간에 생겨났고, 아까 페냐의 집에서 그 하녀의 첫마디를 듣자마자 단번에 느껴졌으며, 그 모든 결과와 함께 통째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도, 그렇게 결심을 했는데도 그의 영혼은 어수선했고, 괴로울 만큼 어수선했으니, 결심도 평안을 주지는 못했다. 너무 많은 것이 그의 뒤에 버티고 서서 그를 괴롭혔다. 그리고 이따금 그는 그것이 이상했다. 이미 그는 펜으로 종이에 제 손으로 자기에게 내리는 판결문을 써 두지 않았던가. "나 자신을 처형하고 벌한다." 그 쪽지는 마련된 채 여기, 그의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이미 권총도 장전해 두었고, 내일 "금빛 머리채의 포이보스"가 비추는 첫 뜨거운 햇살을 어떻게 맞을지 이미 정해 두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예전의 것, 그의 뒤에 버티고 서서 그를 괴롭히던 그 모든 것과는 끝내 셈을 치를 수가 없었고, 그는 그것을 괴로울 만큼 느꼈으며, 그 생각이 절망이 되어 그의 영혼을 파고들었다. 가는 길에 한순간, 갑자기 안드레이를 세우고 짐수레에서 뛰어내려 장전한 권총을 꺼내 날이 밝기도 기다리지 않고 모든 것을 끝내 버리고 싶어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은 불티처럼 휙 지나갔다. 게다가 트로이카는 "공간을 집어삼키며" 날아갔고,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다시 그 여자에 대한 생각, 오직 그 여자 하나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세게 그의 숨을 틀어쥐고 다른 모든 무서운 유령들을 그의 마음에서 몰아냈다. 아, 그는 그 여자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잠깐이라도, 멀리서라도! "그 여자는 지금 그놈하고 있어. 그러니 그 여자가 지금 그놈하고, 제 예전의 정든 사람하고 어떻게 있는지 보기만 하자. 나한테는 그거면 돼." 그리고 제 운명에 들어선 이 숙명의 여자를 향해 이토록 많은 사랑이 그의 가슴에서 솟아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이토록 많은 새로운 감정, 그 자신에게도 뜻밖인 감정, 기도하고 싶을 만큼, 그 여자 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을 만큼 다정한 감정이 솟아오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사라져 버리자!" 그는 무슨 히스테리 같은 환희에 사로잡혀 갑자기 중얼거렸다.

벌써 거의 한 시간을 달렸다. 미탸는 말이 없었고, 안드레이는 말하기 좋아하는 농군인데도 말을 꺼내기가 겁나는 듯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제 "늙다리 말들", 밤색의 깡마르지만 날랜 트로이카를 부지런히 몰 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미탸가 무섭게 불안해하며 외쳤다.

"안드레이! 그 사람들이 자고 있으면 어쩌지?"

그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는데, 그때까지는 그 생각을 아예 하지도 않았다.

"벌써 잠자리에 들었다고 봐야겠습죠,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나리."

미탸는 괴롭게 얼굴을 찌푸렸다. 정말이지, 그가 날아갔는데…… 이런 감정을 품고…… 그 사람들은 자고 있다면…… 그 여자도 어쩌면 바로 거기서 자고 있다면…… 악한 감정이 그의 가슴에서 끓어올랐다.

"몰아, 안드레이, 달려, 안드레이, 어서!" 그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아직 안 잤을지도 모릅죠." 잠시 말이 없다가 안드레이가 헤아려 보았다. "아까 티모페이가 그러는데, 거기 사람들이 많이 모였답니다요……"

"역참에?"

"역참이 아니라 플라스투노프네 여관에요, 말하자면 사설 역참입죠."

"알아. 그런데 많다니 무슨 소리야? 어디에 많아? 누구들이야?" 뜻밖의 소식에 미탸가 무섭게 놀라 펄쩍 뛰었다.

"글쎄 티모페이 말로는 다 나리들이랍니다요. 읍내에서 온 사람이 둘인데,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요. 티모페이 말로는 이 고장 나리 둘하고, 또 둘은 타지에서 온 사람들 같다던데, 어쩌면 또 누가 있는지도 모릅죠, 제가 똑똑히 묻지를 않았습니다요. 카드를 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카드를?"

"그러니 카드를 시작했다면 안 잘지도 모릅죠. 지금은 기껏해야 열 시가 거의 다 지났을 겁니다요, 그 이상은 아닙니다요."

"몰아, 안드레이, 몰아!" 미탸가 다시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이건 뭐 하나 여쭙겠습니다만, 나리." 잠시 말이 없다가 안드레이가 다시 말을 꺼냈다. "그저 나리를 화나게 해 드리지 않을까 겁이 납니다요, 나리."

"뭔데?"

"아까 페도시야 마르코브나가 나리 발치에 엎드려서, 마님을 망치지 말아 달라고, 또 다른 누구도 망치지 말아 달라고 빌었잖습니까요…… 그런데 나리, 제가 나리를 그리로 모시고 가는 거라서…… 용서해 주십쇼, 나리, 그냥 양심에서 하는 말인데, 어리석은 소리를 했는지도 모릅죠."

미탸가 갑자기 뒤에서 그의 두 어깨를 움켜잡았다.

"너 마부지? 마부지?" 그가 미친 듯이 말을 꺼냈다.

"마부입죠……"

"너는 길을 비켜 줘야 한다는 걸 알지. 마부라고 해서 아무한테도 길을 안 비켜 주고, 비켜라, 내가 간다, 하고 깔아뭉개면 되나! 안 돼, 마부야, 깔아뭉개지 마! 사람을 깔아뭉개면 안 돼, 사람들의 삶을 망치면 안 돼, 그리고 삶을 망쳤다면 자신을 벌해라…… 망치기만 했다면, 누군가의 삶을 파멸시키기만 했다면, 자신을 처형하고 떠나라."

이 모든 말이 미탸에게서 거의 완전한 히스테리처럼 터져 나왔다. 안드레이는 나리를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말을 받아 주었다.

"그건 옳습니다요,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나리, 사람을 깔아뭉개면 안 된다는 건 나리 말씀이 옳습니다요, 괴롭혀서도 안 되고요, 온갖 짐승도 마찬가지입죠, 짐승이란 다 지음을 받은 짐승이니까요, 이를테면 말도 그렇습죠, 그런데 어떤 놈은 공연히 말을 혹사합니다요, 우리 마부라도 말입죠…… 그리고 그놈은 거칠 것이 없어서 그냥 밀고 나갑니다요, 곧장 그냥 밀고 나갑죠."

"지옥으로?" 미탸가 갑자기 말을 가로채더니 그 특유의 뜻밖의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안드레이, 순박한 영혼아." 그는 다시 그의 두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말해 봐,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는 지옥에 떨어질까, 안 떨어질까, 네 생각은 어때?"

"모르겠습니다요, 나리, 나리한테 달렸습죠. 나리는 우리한테…… 보십쇼, 나리, 하느님의 아드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을 때, 그분은 십자가에서 곧장 지옥으로 내려가셔서 고통받던 죄인들을 모두 풀어 주셨답니다요. 그러자 지옥이 신음했답니다요. 이제는 아무도, 죄인이라곤 아무도 자기한테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주님께서 지옥에게 말씀하셨답니다요. '신음하지 마라, 지옥아. 이제부터 온갖 고관대작과 다스리는 자와 큰 재판관과 부자 들이 너에게 갈 터이니, 내가 다시 올 때까지 너는 영원무궁토록 그러했던 것과 똑같이 가득 차리라.' 이건 확실합니다요, 그런 말씀이 있었답니다요……"

"민간 전설이군, 훌륭해! 왼쪽 말을 쳐, 안드레이!"

"그러니까, 나리, 지옥은 그런 사람들한테 정해진 겁니다요." 안드레이가 왼쪽 말을 쳤다. "그런데 나리는 우리한테, 나리, 꼭 어린아이 같으십니다요…… 우리는 나리를 그렇게 여깁죠…… 그리고 나리, 화를 잘 내시긴 합니다만, 그건 그렇습죠, 그래도 나리의 순박함을 보시고 주님께서 용서해 주실 겁니다요."

"그럼 너는, 너는 나를 용서해 주겠니, 안드레이?"

"제가 뭣 때문에 나리를 용서합니까요, 나리는 저한테 아무 짓도 안 하셨는데요."

"아니,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너 하나가, 바로 지금, 당장, 여기, 길 위에서,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나를 용서해 주겠니? 말해 봐, 평민의 영혼아!"

"아이고, 나리! 나리를 모시고 가기도 겁이 납니다요, 나리 말씀이 어째 이상해서요……"

그러나 미탸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미친 듯이 기도하며 사납게 혼자 속삭였다.

"주님, 제 모든 불법과 함께 저를 받아 주시되, 저를 심판하지는 마십시오. 주님의 심판 없이 저를 지나가게 해 주십시오…… 심판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미 저 자신을 심판했으니까요, 심판하지 마십시오, 저는 주님을 사랑하니까요, 주님! 저는 더러운 놈이지만 주님을 사랑합니다. 지옥에 보내셔도 저는 거기서도 사랑할 것이고, 거기서도 주님을 영원무궁토록 사랑한다고 외칠 겁니다…… 하지만 저도 끝까지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여기서, 지금 끝까지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주님의 뜨거운 햇살까지 겨우 다섯 시간 남았습니다…… 저는 제 영혼의 여왕을 사랑하니까요.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주님은 저를 속속들이 보고 계십니다. 달려가서 그 여자 앞에 엎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옳았어, 나를 스쳐 지나간 건…… 잘 있어, 그리고 당신의 제물을 잊어, 절대로 마음 쓰지 마!"

"모크로예입니다요!" 안드레이가 채찍으로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희붐한 밤의 어둠 너머로 드넓은 땅에 흩어진 건물들의 단단한 덩어리가 갑자기 시커멓게 드러났다. 모크로예 마을은 2천 명이 사는 마을이었지만, 이 시각에는 온 마을이 벌써 잠들어 있었고, 어둠 속 여기저기서 드문드문 불빛만 아직 깜박이고 있었다.

"몰아, 몰아, 안드레이, 내가 간다!" 미탸가 열에 들뜬 듯 외쳤다.

"안 자고 있습니다요!" 안드레이가 다시 말하며 마을 어귀에 바로 서 있는 플라스투노프네 여관을 채찍으로 가리켰는데, 거리로 난 창문 여섯 개에 모두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안 자고 있어!" 미탸가 기뻐하며 맞장구쳤다. "요란하게 굴려, 안드레이, 내달려, 방울을 울려, 우당탕 소리 나게 대 줘. 누가 왔는지 다들 알게! 내가 간다! 내가 직접 간다!" 미탸는 미친 듯이 외쳐 댔다.

안드레이는 지친 트로이카를 내달리게 하여 정말로 우당탕 소리를 내며 높은 현관 층계에 대고는, 김이 무럭무럭 나고 숨이 반쯤 넘어간 말들을 세웠다. 미탸가 짐수레에서 뛰어내렸는데, 마침 여관 주인이, 하기야 벌써 자러 가던 참이었지만, 누가 이렇게 요란하게 대는지 궁금해서 현관 층계에서 내다보았다.

"트리폰 보리시치, 자네야?"

주인은 몸을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현관 층계를 쏜살같이 뛰어 내려와 비굴한 환희에 차서 손님에게 달려들었다.

"아이고, 드미트리 표도리치 나리! 나리를 다시 뵙다니요?"

이 트리폰 보리시치는 키가 중간쯤인 다부지고 건장한 농군으로, 얼굴이 좀 통통한 편이었고, 생김새가 엄하고 사정이 없었는데 특히 모크로예 농군들한테는 더 그랬지만, 이득을 챙길 냄새를 맡으면 얼굴을 재빨리 더없이 비굴한 표정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었다. 그는 러시아 옷차림을 해서, 깃이 비스듬한 루바시카에 농군 외투를 걸치고 다녔고, 꽤 큰돈을 모아 두었지만 더 높은 역할도 쉬지 않고 꿈꾸었다. 농군의 절반 넘게가 그의 손아귀에 있었고, 모두가 사방에서 그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그는 지주들에게서 땅을 빌렸고 제 돈으로 사기도 했으며, 농군들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빚을 갚느라 그 땅을 갈아 주었다. 그는 홀아비였고 다 큰 딸이 넷 있었는데, 한 딸은 벌써 과부가 되어 어린것 둘, 그에게는 손녀 둘을 데리고 그의 집에 살며 날품팔이처럼 그를 위해 일했다. 또 한 농군 딸은 관리에게, 그것도 어떻게 겨우 진급한 무슨 하급 서기에게 시집갔는데, 여관 방 하나의 벽에 걸린 집안 사진들 가운데 이 하급 관리가 제복을 입고 관리 견장을 단 아주 조그만 사진도 볼 수 있었다. 두 막내딸은 성당 축일이나 어디 손님으로 갈 때면 뒤를 몸에 꼭 맞게 하고 한 아르신이나 되는 자락을 단, 유행대로 지은 하늘색이나 초록색 드레스를 입었지만, 바로 다음 날 아침이면 여느 날처럼 날이 밝자마자 일어나 자작나무 비를 들고 방을 쓸고 구정물을 내다 버리고 손님들이 떠난 뒤의 쓰레기를 치웠다. 벌써 수천 루블을 모았는데도 트리폰 보리시치는 흥청망청 노는 손님에게서 한몫 뜯어내기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한 달도 채 안 되었을 때 드미트리 표도로비치가 그루셴카와 흥청망청 놀던 동안 그에게서 하루 만에, 300루블은 아니더라도 200루블 남짓을 챙겼던 것을 기억하고, 미탸가 현관 층계에 대는 모양 하나만 보고도 또다시 먹잇감 냄새를 맡아 기뻐하며 쏜살같이 그를 맞이했다.

"아이고,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나리, 나리를 다시 모시게 되다니요?"

"잠깐, 트리폰 보리시치." 미탸가 말을 꺼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부터. 그 여자 어디 있어?"

"아그라페나 알렉산드로브나 말씀입니까요?" 주인은 미탸의 얼굴을 날카롭게 살피며 곧바로 알아들었다. "네, 여기 머물고 계십니다요."

"누구하고, 누구하고?"

"지나가는 손님들입니다요…… 한 사람은 관리인데, 말하는 걸 들어 보면 폴란드 사람인 것 같은데, 바로 그 사람이 여기서 그분한테 말을 보냈습죠. 그리고 또 한 사람은 그 사람 동무인지 길동무인지, 누가 알겠습니까요. 양복을 입었습니다요……"

"그래, 흥청망청 노나? 부자들이야?"

"흥청망청이라니요! 대단찮은 사람들입니다요,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나리."

"대단찮다고? 그럼 다른 사람들은?"

"읍내 사람들입니다요, 나리 두 분이요…… 체르냐에서 돌아오다가 묵었습죠…… 한 분은 젊은 분인데, 미우소프 나리의 친척인 것 같습니다요, 이름이 뭐더라 잊었는데…… 다른 한 분은 아마 나리도 아실 겁니다요. 지주 막시모프 나리인데, 순례를 하다가 거기 나리네 수도원에 들렀다더니, 이제 그 미우소프 나리의 젊은 친척하고 같이 다니신답니다요……"

"그게 다야?"

"그게 답니다요."

"잠깐, 가만있어, 트리폰 보리시치, 이제 제일 중요한 걸 말해 봐. 그 여자는 어때, 그 여자는 어떻게 있어?"

"아까 오셔서 그분들하고 앉아 계십니다요."

"즐거워해? 웃고 있어?"

"아뇨, 별로 웃지는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요…… 아주 시무룩하게 앉아 계시기까지 합니다요. 젊은 분 머리를 빗겨 주시더군요."

"그 폴란드 놈, 그 장교 머리를?"

"그 사람이 무슨 젊은 사람입니까요, 게다가 장교도 아닌걸요. 아닙니다요, 나리, 그 사람이 아니라 그 미우소프 나리 조카, 그 젊은 분이요…… 이름을 잊어버렸습니다만."

"칼가노프?"

"바로 칼가노프입니다요."

"좋아, 내가 알아서 정하지. 카드를 치고 있어?"

"치다가 그만두셨습니다요. 차를 다 드시고, 관리가 과실주를 달라고 했습죠."

"잠깐, 트리폰 보리시치, 잠깐, 이 사람아, 내가 알아서 정할게. 이제 제일 중요한 걸 대답해. 집시들 없어?"

"집시는 이제 소식이 아주 끊겼습니다요,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나리. 관청에서 쫓아냈습죠. 그런데 유대인들은 여기 있습니다요. 로즈데스트벤스카야 마을에서 침발롬이며 바이올린을 켜는데, 지금이라도 사람을 보낼 수는 있습니다요. 올 겁니다요."

"보내, 꼭 보내!" 미탸가 소리쳤다. "그리고 계집애들도 그때처럼 깨울 수 있지, 특히 마리야, 스테파니다도, 아리나도. 합창에 200루블이야!"

"그런 돈이면 지금 다들 퍼질러 자고 있어도 내가 온 마을을 다 깨워 주지. 그런데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나리, 이 고장 농군들이, 아니면 계집애들이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하기나 합니까요? 그런 비열하고 막돼먹은 것들한테 그런 돈을 매기다니요! 우리 농군 놈이 궐련을 피울 주제나 되나, 그런데 자네는 그놈들한테 궐련을 줬지. 그놈한테서는 구린내가 나는데, 그 강도 놈한테서는. 그리고 계집애들은 몇이 됐든 다 이투성이고. 그런 돈은커녕 공짜로라도 내 딸들을 자네한테 깨워 주지, 지금 막 잠자리에 들었지만, 발로 등짝을 걷어차서라도 자네를 위해 노래를 부르게 할 거야. 요전에는 농군들한테 샴페인을 먹이고, 에이 참!"

트리폰 보리시치가 미탸를 아까워한 것은 괜한 일이었는데, 그때 그 자신이 미탸에게서 샴페인을 여섯 병쯤 몰래 빼돌렸고, 탁자 밑에서 100루블짜리 지폐를 주워 제 주먹에 꼭 쥐었다. 그 지폐는 그대로 그의 주먹 안에 남았다.

"트리폰 보리시치, 그때 나는 여기서 1천 루블을 한두 번 뿌린 게 아니었지. 기억하나?"

"뿌리셨습죠, 나리, 어찌 기억 못 하겠습니까요, 아마 우리 집에 3천 루블은 두고 가셨을 겁니다요."

"그래, 이번에도 그걸 들고 왔어, 보이지?"

그러고는 지폐 뭉치를 꺼내 주인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이제 듣고 알아들어. 한 시간 뒤에 술이 올 거야, 안주, 피로그, 사탕도. 전부 곧바로 저 위층으로 올려. 안드레이한테 있는 이 상자도 지금 당장 위로 올려서 열고 곧바로 샴페인을 내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계집애들이야, 계집애들, 마리야는 꼭……"

그는 짐수레로 돌아서서 자리 밑에서 권총 상자를 꺼냈다.

"셈하자, 안드레이, 받아! 이건 트로이카 삯 15루블, 이건 술값 50루블이야…… 기꺼이 와 준 값, 네 사랑값이야…… 카라마조프 나리를 기억해!"

"겁이 납니다요, 나리……" 안드레이가 머뭇거렸다. "찻값으로 5루블만 주십쇼, 그 이상은 안 받겠습니다요. 트리폰 보리시치가 증인입니다요. 제 어리석은 말을 용서해 주십쇼……"

"뭐가 겁나." 미탸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래, 그렇다면 너는 꺼져 버려!" 그는 5루블을 그에게 던지며 소리쳤다. "이제 트리폰 보리시치, 나를 조용히 데려가서, 무엇보다 먼저 그 사람들을 모두 한번 슬쩍 보게 해 줘, 그 사람들이 나를 알아채지 못하게. 그 사람들 어디 있지, 하늘색 방에?"

트리폰 보리시치는 겁먹은 눈으로 미탸를 쳐다보았지만, 곧바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 조심스럽게 그를 현관방으로 데려가서는, 자기는 손님들이 앉아 있는 방 바로 옆의 커다란 첫째 방으로 들어가 거기서 촛불을 들고 나왔다. 그런 다음 살그머니 미탸를 들여보내, 손님들에게 들키지 않고 마음껏 그들을 살펴볼 수 있는 구석의 어둠 속에 세웠다. 그러나 미탸는 오래 보지 않았고 찬찬히 살펴볼 수도 없었으니, 그 여자를 보자 심장이 쿵쿵 뛰고 눈앞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식탁 옆쪽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 곁 소파에는 얼굴이 곱상하고 아직 아주 젊은 칼가노프가 앉아 있었다. 그 여자는 그의 손을 잡고 웃고 있는 것 같았는데, 칼가노프는 그 여자를 보지 않은 채, 식탁 건너 그루셴카 맞은편에 앉은 막시모프에게 무엇이 못마땅한 듯 큰 소리로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막시모프는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몹시 웃었다. 소파에는 그자가 앉아 있었고, 소파 곁 벽 옆 의자에는 또 다른 낯선 사람이 앉아 있었다. 소파에 퍼질러 앉아 있는 자는 파이프를 피우고 있었는데, 미탸의 머리에는 그저 그가 좀 뚱뚱하고 얼굴이 넓적한 작달막한 사내이고, 키는 아마 작을 테고, 무엇에 화가 나 있는 것 같다는 생각만 언뜻 스쳤다. 그 동무, 또 다른 낯선 사람은 미탸에게 어쩐지 엄청나게 키가 커 보였다. 그러나 그 밖에는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숨이 턱 막혔다. 1분도 서 있지 못하고, 그는 상자를 서랍장 위에 놓고는 몸이 싸늘해지고 얼어붙는 채로 곧장 하늘색 방의 손님들에게 걸어갔다.

"아이!" 맨 먼저 그를 알아본 그루셴카가 놀라서 날카롭게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