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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제13장 양치기 여자 마르셀라 이야기가 끝나고 다른 일들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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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양치기 여자 마르셀라 이야기가 끝나고 다른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데 동녘의 발코니로 날이 막 밝아 오기 시작하자, 여섯 산양치기 가운데 다섯이 일어나 돈키호테를 깨우러 가서, 아직도 그리소스토모의 이름난 장례를 보러 갈 생각이 있느냐고, 그렇다면 자기들이 함께 가 주겠다고 했다. 돈키호테는 바로 그것을 바라던 터라 일어나서 산초에게 당장 말에 안장을 얹고 당나귀에 길마를 얹으라고 일렀다. 산초는 아주 부지런히 그 일을 했고, 모두 그만큼 부지런히 곧 길을 떠났다. 4분의 1레과도 채 가지 않아 오솔길이 엇갈리는 곳에서, 검은 양가죽 옷을 입고 실편백과 쓰디쓴 협죽도로 엮은 화관을 머리에 쓴 양치기 여섯 명쯤이 그들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저마다 손에 굵은 호랑가시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길차림을 아주 잘 갖춘 말 탄 신사 둘이 오고 있었고, 걸어서 그들을 따르는 하인 셋도 함께였다. 서로 만나자 그들은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었고, 어디로 가느냐고 서로 묻다가 모두 장례 치를 곳으로 가는 길임을 알게 되어 다 함께 걷기 시작했다.

말 탄 이들 가운데 하나가 동행에게 말했다.

"비발도 나리, 이 이름난 장례를 보느라 길이 늦어지는 것쯤은 보람 있게 쓴 시간으로 여겨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양치기들이 죽은 양치기며 사람 잡는 양치기 처녀를 두고 그렇게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니, 이름난 장례가 아닐 수 없겠지요."

"내 생각도 그렇소." 비발도가 대답했다. "그것을 볼 수만 있다면 하루가 아니라 나흘이라도 늦어지겠소."

돈키호테는 그들이 마르셀라와 그리소스토모에 관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그 나그네는, 오늘 새벽 이 양치기들과 마주쳤는데 그토록 슬픈 차림을 한 것을 보고 왜 그렇게 하고 가느냐고 물었더니, 그 가운데 하나가 마르셀라라는 양치기 처녀가 얼마나 기이하고 아름다운지, 그 처녀에게 구애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자기들이 장례에 가는 그리소스토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들려주었다고 말했다. 요컨대 그는 페드로가 돈키호테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모두 했다.

이 이야기가 끝나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비발도라는 이가 돈키호테에게, 무슨 까닭으로 이토록 평화로운 땅에서 그렇게 무장을 하고 다니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에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내 직업은 내가 달리 다니는 것을 허락하지도 용납하지도 않소. 편한 걸음과 호사와 휴식은 저 나약한 궁정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수고와 불안과 무기는 오로지 세상이 편력 기사라 부르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마련되었소. 나는 보잘것없지만 그들 가운데 가장 낮은 자요."

이 말을 듣자마자 모두 그를 미치광이로 여겼다. 비발도는 그것을 더 확실히 알아보고 그의 광기가 어떤 종류인지 보려고, 「편력 기사」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다시 물었다.

"여러분은 잉갈라테라의 연대기와 역사를 읽지 않으셨소?"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거기에는 아르투로 왕, 우리 카스티야 말로 흔히 아르투스 왕이라 부르는 왕의 이름난 무훈이 실려 있소. 저 대브리타니아 왕국 온 땅에 예로부터 널리 전해 오는 말에 따르면, 이 왕은 죽지 않고 마법의 힘으로 까마귀로 변했으며, 세월이 흐르면 돌아와 다시 다스리고 자기 왕국과 왕홀을 되찾으리라 하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잉글랜드 사람이 까마귀를 한 마리라도 죽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을 것이오. 그런데 바로 이 훌륭한 왕의 시대에 원탁의 기사들이라는 그 이름난 기사단이 세워졌고, 거기 이야기된 호수의 란사로테와 히네브라 왕비의 사랑도 한 치 어김없이 일어났소. 그 사랑을 주선하고 그 비밀을 알던 이가 그 존경스러운 킨타뇨나 시녀 부인이었소. 거기서 우리 에스파냐에 그토록 널리 알려지고 그토록 즐겨 불리는 그 로맨스가 생겨났소.

일찍이 어떤 기사도
귀부인들의 섬김을 그토록 받은 적 없었네,
란사로테가
브리타니아에서 왔을 때만큼은.

그 사랑과 용맹한 무훈이 그토록 달콤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사연과 함께 말이오. 그때부터 그 기사도는 이 손에서 저 손으로 건너가며 세상의 여러 다양한 곳으로 퍼지고 넓어졌소. 그 기사도 안에서 용감한 가울라의 아마디스가 그 아들과 손자들, 다섯째 대에 이르는 자손들과 함께 무훈으로 이름을 떨치고 알려졌소. 용맹한 이르카니아의 펠릭스마르테도, 마땅한 만큼 칭송받은 적이 없는 백기사 티란테도 그러했소. 그리고 거의 우리 시대에 와서는 무적의 용맹한 기사 그리스의 벨리아니스를 우리가 보고 사귀고 그 말을 들었소. 여러분, 편력 기사란 바로 이런 것이고, 내가 말한 것이 그들의 기사도요. 앞서 말했듯이 나는 죄 많은 몸이지만 그 기사도에 몸을 바쳤고, 앞서 말한 기사들이 서원한 것을 나도 똑같이 서원하오. 그래서 나는 이 쓸쓸한 빈 들판을 다니며 모험을 찾고, 약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운명이 내게 내미는 가장 위험한 모험에 내 팔과 몸을 바치기로 굳게 마음먹었소."

그가 한 이 말로 나그네들은 돈키호테가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과 그를 사로잡은 광기가 어떤 종류인지 완전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광기를 알게 된 사람들이 모두 그랬듯이 그들도 놀라워했다. 비발도는 아주 사려 깊고 쾌활한 사람이었는데, 장례가 열리는 산에 닿기까지 남았다는 얼마 안 되는 길을 지루하지 않게 가려고 돈키호테가 엉뚱한 소리를 더 늘어놓게 할 빌미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말했다.

"편력 기사 나리, 보아하니 나리께서는 이 세상에 있는 가장 엄격한 직업 가운데 하나에 몸을 바치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카르투시오회 수도사들의 생활도 그만큼 엄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만큼 엄격할 수는 있겠지요." 우리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러나 세상에 그만큼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나는 손가락 두 마디만큼도 의심할 생각이 없소. 사실대로 말하자면, 대장이 명령한 것을 실행하는 병사가 그것을 명령하는 대장 자신보다 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오. 내 말은 이렇소. 수도자들은 아주 평화롭고 고요하게 하늘에 이 땅의 안녕을 빌지만, 우리 병사와 기사들은 그들이 비는 것을 실행에 옮겨, 우리 팔의 용기와 우리 칼날로 이 땅을 지키오. 그것도 지붕 밑에서가 아니라 하늘 아래 드러난 곳에서, 여름의 견딜 수 없는 햇살과 겨울의 곤두선 얼음의 과녁이 되어서 말이오. 그러니 우리는 이 땅에서 하느님의 일꾼이요, 하느님의 정의가 이 땅에서 실행되는 팔이오. 그리고 전쟁의 일과 전쟁에 닿고 얽힌 일들은 땀 흘리고 애쓰고 수고하지 않고는 실행할 수 없으니, 그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은 고요한 평화와 휴식 속에서 힘없는 이들을 도와 달라고 하느님께 비는 이들보다 틀림없이 더 큰 수고를 하는 셈이오. 나는 편력 기사의 신분이 수도원에 틀어박힌 수도자의 신분만큼 좋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런 생각은 머릿속에 스치지도 않소. 다만 내가 겪는 고생으로 미루어, 그것이 틀림없이 더 고되고 더 두들겨 맞고, 더 배고프고 목마르고, 비참하고 누더기 차림에 이투성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오. 지난날의 편력 기사들이 평생 숱한 불운을 겪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오. 몇몇은 팔의 용기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만, 맹세코 그들은 그 대가로 피와 땀을 적잖이 쏟았소. 그 자리에 오른 이들에게 그들을 돕는 마법사와 현자들이 없었다면, 그들은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희망에 크게 속았을 것이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나그네가 맞받았다. "그런데 편력 기사들에게서 다른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가 몹시 못마땅합니다. 목숨을 잃을 위험이 뻔히 보이는 크고 위험한 모험에 덤벼들 때가 되면, 그들은 그 순간에 하느님께 몸을 맡기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위험에서 마땅히 그래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마치 자기네 귀부인이 하느님이라도 되는 듯이 그토록 간절하고 경건하게 귀부인에게 몸을 맡깁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이교의 냄새가 좀 나는 것 같습니다."

"나리."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것은 결코 달리할 수 없는 일이오. 달리하는 편력 기사는 낭패를 볼 것이오. 편력 기사가 어떤 큰 무훈에 덤벼들 때, 자기 아씨가 눈앞에 있으면 아씨에게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눈길을 돌려, 그 눈으로 자기가 덤벼드는 아슬아슬한 고비에서 도와주고 지켜 달라고 비는 듯이 하는 것이 편력 기사도의 관례요 관습이 된 지 오래요. 아무도 듣는 이가 없어도 기사는 온 마음으로 아씨께 몸을 맡기는 말을 몇 마디 입속으로 중얼거려야 하오. 이런 예는 이야기책에 셀 수 없이 많소. 그렇다고 그들이 하느님께 몸을 맡기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오. 일을 해 나가는 동안에도 그렇게 할 때와 자리는 얼마든지 남아 있으니까."

"그래도" 나그네가 맞받았다. "제게는 의문이 하나 남습니다. 두 편력 기사가 말다툼을 벌이다가 말끝마다 화가 치밀어 말머리를 돌려 들판을 넉넉히 물러난 다음, 더도 덜도 말고 있는 힘껏 달려 다시 맞부딪치는데, 달리는 도중에 자기네 귀부인에게 몸을 맡긴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읽었습니다. 그렇게 맞부딪치면 흔히 한 사람은 상대의 창에 몸이 꿰뚫린 채 말 엉덩이 쪽으로 굴러떨어지고, 다른 사람도 말갈기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땅에 떨어지지 않을 수 없었을 지경이 됩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이 그토록 다급한 일을 치르는 동안 언제 하느님께 몸을 맡길 틈이 있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달리면서 귀부인에게 몸을 맡기느라 쓴 말을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 게다가 제 생각에는 편력 기사라고 해서 모두 몸을 맡길 귀부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니까요."

"그럴 수는 없소."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귀부인 없는 편력 기사가 있을 수는 없다는 말이오. 하늘에 별이 있는 것처럼 그런 기사들에게는 사랑에 빠지는 것이 본디 타고난 일이오. 사랑 없는 편력 기사가 나오는 이야기책은 결코 본 적이 없을 것이오. 바로 그런 까닭으로, 사랑이 없는 기사는 적법한 기사가 아니라 서자로 여겨질 것이고, 말한 기사도의 요새에 문으로 들어오지 않고 담을 넘어 들어온 강도요 도둑으로 여겨질 것이오."

"그래도" 나그네가 말했다. "제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용맹한 가울라의 아마디스의 아우 돈 갈라오르는 몸을 맡길 정해진 귀부인이 한 번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조금도 낮게 여겨지지 않았고 아주 용감하고 이름난 기사였습니다."

이에 우리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나리, 제비 한 마리가 여름을 만들지는 않소. 게다가 나는 그 기사가 남몰래 아주 깊이 사랑에 빠져 있었음을 알고 있소. 마음에 드는 여자라면 누구든 좋아한 것은 그의 타고난 성미여서 그 자신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오. 그러나 결국 그에게는 자기 마음의 주인으로 삼은 단 한 여인이 있었고, 그가 그 여인에게 아주 자주, 아주 남몰래 몸을 맡겼다는 것은 이미 잘 밝혀진 일이오. 그는 비밀을 지키는 기사임을 자랑으로 여겼기 때문이오."

"그렇다면 편력 기사라면 누구나 사랑에 빠져 있어야 하는 것이 본질이라니" 나그네가 말했다. "그 직업에 계신 나리께서도 사랑에 빠져 계시리라고 믿어도 되겠군요. 나리께서 돈 갈라오르만큼 비밀을 지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 않으신다면, 여기 일행 모두를 대신해, 또 저 자신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한 진심으로 간청드립니다. 나리의 귀부인의 이름과 고향과 신분과 아름다움을 저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분도 나리 같은 기사에게 사랑받고 섬김받는다는 것을 온 세상이 알게 된다면 스스로 행복하다 여기실 겁니다."

이때 돈키호테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나의 달콤한 원수가 내가 자기를 섬긴다는 것을 세상이 알기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나는 단언할 수 없소. 다만 그토록 정중하게 청하시니 대답하자면, 그분의 이름은 둘시네아요. 고향은 라만차의 한 마을인 토보소요. 신분은 적어도 공주는 되어야 하오. 나의 여왕이요 아씨이시니까. 아름다움은 사람의 것을 넘어서오. 시인들이 자기네 귀부인에게 갖다 붙이는, 있을 수 없는 꿈같은 아름다움의 속성들이 그분에게서 모두 참이 되기 때문이오. 머리칼은 황금이요, 이마는 엘리시온의 들판이요, 눈썹은 하늘의 무지개요, 눈은 해요, 뺨은 장미요, 입술은 산호요, 이는 진주요, 목은 설화석고요, 가슴은 대리석이요, 손은 상아요, 그 흰 살결은 눈이오. 그리고 정숙함이 사람의 눈에서 가린 부분들은, 내가 생각하고 짐작하기로는, 사려 깊은 마음으로 기릴 수는 있어도 무엇에 견줄 수는 없는 것이오."

"그분의 가문과 혈통과 내력을 알고 싶습니다." 비발도가 맞받았다.

이에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분은 옛 로마의 쿠르티우스, 가이우스, 스키피오 집안도 아니고, 요즘의 콜로나나 우르시노 집안도 아니오. 카탈루냐의 몽카다나 레케센스 집안도 아니고, 하물며 발렌시아의 레베야나 비야노바 집안도 아니오. 아라곤의 팔라폭스, 누사, 로카베르티, 코레야, 루나, 알라곤, 우레아, 포스, 구레아 집안도, 카스티야의 세르다, 만리케, 멘도사, 구스만 집안도, 포르투갈의 알렌카스트로, 파야, 메네세스 집안도 아니오. 그분은 라만차의 토보소 집안이오. 새 가문이기는 하지만, 다가올 세기들의 가장 빛나는 가문들에 고귀한 시작을 줄 수 있는 가문이오. 이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토를 달지 마시오. 세르비노가 오를란도의 무구를 걸어 둔 전리품 기둥 발치에 써 붙인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모를까.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소.

롤단과 겨룰 수 없는 자는
아무도 이것에 손대지 말라."

"제 가문은 라레도의 카초핀 집안입니다만" 나그네가 대답했다. "감히 라만차의 토보소 집안에 견주지는 못하겠습니다. 하기야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그런 성은 지금껏 제 귀에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그런 성이 귀에 들어온 적이 없다니!" 돈키호테가 맞받았다.

다른 이들은 모두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아주 주의 깊게 들으며 가고 있었고, 산양치기와 양치기들까지도 우리 돈키호테가 정신이 몹시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산초 판사만은 주인이 하는 말이 모두 참말이라고 여겼다. 그는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고 주인이 태어날 때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이다. 그가 좀 의심스러워한 것은 그 어여쁜 둘시네아 델 토보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토보소 바로 가까이 살았는데도 그런 이름이나 그런 공주가 있다는 소식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가고 있는데, 높은 산 두 개가 갈라놓은 골짜기로 양치기 스무 명쯤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모두 검은 양털 가죽 옷을 입고 화관을 썼는데, 나중에 보니 어떤 이는 주목으로, 어떤 이는 실편백으로 엮은 화관이었다. 그들 가운데 여섯이 갖가지 꽃과 나뭇가지로 덮은 들것을 메고 왔다. 그것을 본 산양치기 하나가 말했다.

"저기 오는 사람들이 그리소스토모의 시신을 메고 오는 사람들이고, 저 산 발치가 그 사람이 묻어 달라고 한 곳입니다요." 그래서 그들은 서둘러 그곳으로 갔다. 그들이 닿았을 때는 마침 시신을 메고 온 이들이 들것을 땅에 내려놓은 참이었고, 그 가운데 넷이 뾰족한 곡괭이로 단단한 바위 한쪽에 무덤을 파고 있었다.

양쪽 사람들은 서로 정중하게 맞이했다. 곧이어 돈키호테와 그와 함께 온 이들은 들것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꽃에 덮인 시신 하나가 양치기 차림으로 누워 있었는데, 서른 살쯤 되어 보였다. 죽었는데도 살았을 때 잘생긴 얼굴에 늠름한 몸매였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둘레 들것 위에는 책 몇 권과 펼쳐지거나 접힌 종이가 많이 놓여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무덤을 파는 사람들도,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모든 사람도 놀라울 만큼 잠자코 있었는데, 이윽고 시신을 메고 온 이들 가운데 하나가 다른 이에게 말했다.

"암브로시오, 여기가 그리소스토모가 말한 곳인지 잘 보게. 그가 유언으로 남긴 분부를 그토록 꼼꼼하게 지키고 싶다니 말일세."

"여기가 맞네." 암브로시오가 대답했다. "내 불행한 벗은 여기서 여러 번 자기 불운한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네. 그는 여기서 인류의 그 철천지원수를 처음 보았다고 했고, 처음으로 정숙하고도 사랑에 넘치는 제 마음을 그 처녀에게 털어놓은 곳도 여기였네. 그리고 마르셀라가 마지막으로 그를 매정하게 물리치고 업신여겨 그의 비참한 삶의 비극에 끝을 맺게 한 곳도 여기였지. 그래서 그는 그 숱한 불행을 기억하며, 여기 영원한 망각의 품속에 묻히기를 바랐다네."

그러고는 돈키호테와 나그네들 쪽으로 몸을 돌려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가엾은 눈으로 바라보고 계신 이 몸은, 하늘이 그 보물의 끝없는 몫을 담아 둔 영혼을 맡아 지녔던 몸입니다. 이것이 그리소스토모의 몸입니다. 그는 재주로는 비할 데가 없었고, 예의로는 홀로였으며, 기품으로는 으뜸이었고, 우정으로는 불사조였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너그러웠고, 거만하지 않으면서 진중했고, 천박하지 않으면서 쾌활했으며, 요컨대 선한 사람이 된다는 모든 일에서는 첫째였고 불행한 사람이 된다는 모든 일에서는 버금이 없었습니다. 그는 사랑했으나 미움을 받았고, 숭배했으나 업신여김을 받았습니다. 들짐승에게 빌었고, 대리석을 졸랐고, 바람을 쫓아 달렸고, 쓸쓸함을 향해 소리쳤고, 배은망덕을 섬겼습니다. 그 대가로 그가 얻은 것은 인생길 한가운데서 죽음의 노획물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삶을 끝장낸 것은 한 양치기 처녀였는데, 그는 그 처녀를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게 하려고 애썼습니다. 여러분이 보고 계신 저 종이들이 그것을 잘 보여 줄 수 있을 겁니다. 그가 자기 몸을 흙에 맡기고 나면 그것들을 불에 맡기라고 내게 분부하지 않았더라면 말입니다." "당신은 그것들을 그 주인 자신보다 더 가혹하고 잔인하게 다루려는 것이오." 비발도가 말했다. "모든 합리적인 생각을 벗어난 것을 명령하는 사람의 뜻을 따르는 것은 옳지도 슬기롭지도 않소. 거룩한 만토바 사람1이 유언으로 남긴 분부를 실행하도록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가 허락했더라면 그는 좋은 판단을 했다고 할 수 없었을 것이오. 그러니 암브로시오 님, 벗의 몸은 흙에 맡기더라도 그의 글까지 망각에 맡기려 하지는 마시오. 그가 상처받은 사람으로서 그렇게 명령했다 해도, 당신이 분별없는 사람으로서 그것을 따르는 것은 좋지 않소. 오히려 이 종이들에 생명을 주어 마르셀라의 잔인함이 언제까지나 살아 있게 하시오. 그래서 앞으로 올 시대에 살아갈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그들이 그런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도록 멀리 피하게 하시오. 나도, 여기 함께 온 이들도 사랑하다 절망한 당신 벗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소. 당신들의 우정과 그가 죽은 까닭과 그가 생을 마치며 남긴 분부도 알고 있소. 이 가슴 아픈 이야기에서 우리는 마르셀라의 잔인함이 얼마나 컸는지, 그리소스토모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당신의 우정이 얼마나 미더웠는지, 그리고 정신 나간 사랑이 눈앞에 펼쳐 놓는 길을 고삐 풀린 채 내달리는 이들이 어디에 이르는지 알 수 있소. 우리는 어젯밤 그리소스토모가 죽었고 이곳에 묻히리라는 것을 알았소. 그래서 궁금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하여 가던 길을 버리고, 듣기만 해도 그토록 가슴 아팠던 일을 제 눈으로 보러 오기로 했소. 이 가여움과,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이 우리에게 일어난 것을 갚는 뜻으로, 오, 슬기로운 암브로시오여, 그대에게 청하오(적어도 나는 내 몫으로 그대에게 간청하오). 이 종이들을 태우지 말고 그 가운데 몇 장을 내가 가져가게 해 주시오."

그러고는 양치기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 있던 종이 몇 장을 집었다. 그것을 본 암브로시오가 말했다.

"예의로 보아 이미 집으신 것은 가지시도록 하겠습니다, 나리. 그러나 남은 것을 태우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헛된 생각입니다."

비발도는 그 종이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보고 싶어서 곧 그 가운데 하나를 펼쳤는데, 「절망의 노래」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암브로시오가 말했다.

"그것이 그 불운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쓴 글입니다. 나리, 그의 불운이 그를 어떤 지경에 몰아넣었는지 보시도록, 다들 들리게 읽어 주십시오. 무덤을 파는 동안 그럴 시간은 넉넉할 겁니다."

"기꺼이 그리하겠소." 비발도가 말했다.

둘레에 있던 이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으므로 그를 빙 둘러섰다. 그가 맑은 목소리로 읽어 보니 다음과 같았다.

주

  1. 1. 베르길리우스. 죽기 전에 『아이네이스』 원고를 태우라고 유언했으나 아우구스투스가 이를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