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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제22장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억지로 끌려가던 불운한 이들을 돈키호테가 풀어 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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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억지로 끌려가던 불운한 이들을 돈키호테가 풀어 준 일

아랍인이자 라만차 사람인 작가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는 더없이 엄숙하고, 드높이 울리고, 더없이 자잘하고, 달콤하고, 상상으로 지어낸 이 이야기에서 이렇게 전한다. 이름난 라만차의 돈키호테와 그의 종자 산초 판사 사이에 제21장 끝에 적힌 그 이야기가 오간 뒤, 돈키호테가 눈을 들어 보니 그가 가던 길로 사람 열두어 명이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들은 묵주알처럼 목이 커다란 쇠사슬 하나에 줄줄이 꿰여 있었고 모두 손에 수갑을 차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말 탄 사람 둘과 걸어가는 사람 둘이 오고 있었는데, 말 탄 사람들은 바퀴 격발식 총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투창과 칼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산초 판사는 그들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건 갤리선 죄수들 행렬이에요. 임금님께 억지로 끌려가서 갤리선으로 가는 사람들이죠." "억지로 끌려가다니?" 돈키호테가 물었다. "임금이 누구를 억지로 끌고 갈 수 있단 말이냐?"

"그런 말이 아니고요." 산초가 대답했다. "저 사람들은 죄를 지어서 갤리선에서 억지로 임금님을 섬기라는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결국" 돈키호테가 맞받았다. "어떻게 된 일이든, 이 사람들은 끌려가기는 하지만 억지로 가는 것이지 제 뜻으로 가는 것이 아니로구나."

"그렇죠." 산초가 말했다.

"그렇다면" 주인이 말했다. "여기야말로 내 직분을 실행할 자리로다. 억지로 당한 일을 풀어 주고, 불쌍한 이들을 돕고 구하는 것 말이다."

"나리, 알아 두세요." 산초가 말했다. "임금님 그 자체인 법은 저런 사람들에게 억지를 부리거나 억울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죄를 지은 벌로 벌을 주는 거예요."

이때 갤리선 죄수들의 행렬이 다가왔다. 돈키호테는 아주 정중한 말로 그들을 지키며 가는 사람들에게, 무슨 까닭, 아니 무슨 까닭들로 저 사람들을 저렇게 끌고 가는지 알려 주고 말해 주십사 하고 청했다. 말 탄 호송병 하나가 대답하기를, 이들은 갤리선 죄수, 갤리선으로 가는 국왕 폐하의 사람들이니 더 할 말도 없고 당신이 더 알 것도 없다고 했다.

"그래도" 돈키호테가 맞받았다. "이들 하나하나에게서 저마다 어떤 불운을 겪게 되었는지 그 까닭을 알고 싶소."

그는 이 말에 또 이런저런 아주 점잖은 말을 보태어 자기가 바라는 것을 말하게 하려고 그들을 움직였으므로, 다른 말 탄 호송병이 이렇게 말했다. "이 불운한 놈들 하나하나의 판결 기록과 증서를 여기 가지고 가긴 하지만, 지금 멈춰서 그걸 꺼내 읽을 때가 아니오. 나리가 가서 저놈들한테 직접 물어보시오. 마음이 내키면 말할 거요. 내킬 거요. 못된 짓을 하고 못된 말을 하는 걸 즐기는 놈들이니까."

돈키호테는 그들이 허락하지 않았더라도 스스로 허락을 얻었을 터였으나 이렇게 허락을 얻자 행렬로 다가가, 맨 앞 사람에게 무슨 죄로 이렇게 험한 꼴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는 사랑에 빠진 탓에 이런 꼴로 간다고 대답했다. "그것뿐이오?" 돈키호테가 맞받았다. "사랑에 빠진 사람을 갤리선으로 보낸다면 나는 벌써 오래전부터 거기서 노를 젓고 있었을 것이오."

"나리가 생각하시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오." 갤리선 죄수가 말했다. "내 사랑은 흰 빨래가 그득 든 빨래 광주리에 반한 거였소. 어찌나 꼭 끌어안았던지 법이 억지로 빼앗아 가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제 발로는 놓지 않았을 거요. 현장에서 딱 걸려서 고문할 것도 없었소. 재판은 끝났고, 내 등에 매 백 대를 얹어 주고, 덤으로 구라파스 꼬박 세 해를 주더니 일이 끝났소."

"구라파스가 뭐요?" 돈키호테가 물었다.

"구라파스란 갤리선이오." 갤리선 죄수가 대답했다.

그는 스물네 살쯤 된 젊은이였고, 피에드라이타 태생이라고 했다. 돈키호테는 두 번째 사람에게도 같은 것을 물었다. 그는 어찌나 슬프고 우울했던지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첫 번째 사람이 그를 대신해 대답했다.

"나리, 이놈은 카나리아로 가는 거요. 그러니까 노래꾼, 가수로 말이오."

"아니" 돈키호테가 되물었다. "노래꾼과 가수도 갤리선에 간단 말이오?"

"그렇소, 나리." 갤리선 죄수가 대답했다. "괴로울 때 노래하는 것만큼 나쁜 일도 없으니까."

"나는 오히려" 돈키호테가 말했다. "노래하는 자는 제 시름을 쫓는다고 들었소."

"여기선 거꾸로요." 갤리선 죄수가 말했다. "한 번 노래한 자는 평생 우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러자 호송병 하나가 그에게 말했다.

"기사 나리, 이 거룩하지 못한 무리 사이에서 '괴로울 때 노래한다'는 건 고문을 받다가 자백한다는 뜻이오. 이 죄인은 고문을 받고 제 죄를 자백했는데, 그게 가축 도둑, 그러니까 짐승을 훔치는 도둑질이었소. 자백을 했으니 갤리선 여섯 해 판결을 받았고, 그 밖에 등에 매 이백 대를 이미 맞았소. 그래서 늘 시름에 잠겨 슬픈 얼굴로 다니는 거요. 저쪽에 남은 도둑들이나 여기 함께 가는 도둑들이나 저놈을 들볶고 짓밟고 놀리고 업신여기거든. 자백을 하고 '아니'라고 버틸 배짱이 없었다고 말이오. 저놈들 말로는 '아니'에도 '그래'만큼 글자가 있고, 증인이나 증거가 아니라 제 혀에 제 목숨이 걸려 있는 죄인은 큰 복을 타고난 거라는 거요. 내가 보기에도 저놈들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돈키호테는 세 번째 사람에게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물은 것을 물었다. 그는 냉큼, 아주 거리낌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10두카도가 모자라서 구라파스 마님한테 다섯 해 동안 가는 길이오." "그 괴로움을 덜어 줄 수 있다면 내가 기꺼이 20두카도를 내겠소."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건 말이오" 갤리선 죄수가 대답했다. "바다 한가운데서 돈을 가지고도 필요한 걸 살 데가 없어서 굶어 죽어 가는 사람 꼴이오. 이 말을 하는 건, 나리가 지금 주겠다는 그 20두카도가 제때 내게 있었다면 그걸로 서기의 펜에 기름칠을 하고 소송 대리인의 머리를 깨워 놓아서, 오늘 이렇게 사냥개처럼 목줄에 매여 이 길을 가는 게 아니라 톨레도의 소코도베르 광장 한가운데에 서 있었을 거라는 거요. 그러나 하느님은 위대하시니, 참는 수밖에. 그만하겠소."

돈키호테는 네 번째 사람에게로 갔다. 그는 가슴 아래까지 내려오는 흰 수염에 점잖은 얼굴을 한 사람이었는데, 무슨 까닭으로 여기 오게 되었느냐는 물음을 듣자 울기 시작하며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섯 번째 죄수가 그의 혀 노릇을 하며 말했다.

"이 점잖은 양반은 늘 다니는 그 거리들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말을 탄 채 한 바퀴 돈 다음, 네 해 동안 갤리선으로 가는 길이오."

"그러니까" 산초 판사가 말했다. "제가 보기엔 조리돌림을 당했다는 말이네요."

"그렇소." 갤리선 죄수가 맞받았다. "이런 벌을 받은 죄목은 귀로 흥정을 붙이는 거간꾼, 아니 온몸으로 흥정을 붙이는 거간꾼 노릇을 했다는 거요. 그러니까 이 신사는 뚜쟁이 죄로 가는 거요. 게다가 마법사 티도 좀 났고."

"그 마법사 티만 보태지 않았다면"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저 깨끗한 뚜쟁이라는 것만으로는 이 사람이 갤리선에 노를 저으러 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갤리선을 지휘하고 갤리선의 총사령관이 되어야 마땅하오. 뚜쟁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오. 그것은 슬기로운 사람의 일이며 질서가 잘 잡힌 나라에 더없이 필요한 일이니, 아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면 해서는 안 되오. 다른 직업에도 있듯이 그런 사람들을 감독하고 시험하는 관리가 있어야 하고, 거래소의 중개인처럼 정해진 인원을 두어 누가 하는지 알 수 있게 해야 하오. 그러면 이 일과 직업이 어리석고 생각이 모자란 사람들, 이를테면 별 볼 일 없는 아낙네들이나 나이 어리고 경험 없는 시동과 어릿광대들 손에 놀아나는 바람에 생기는 숱한 해악을 피할 수 있을 것이오. 이런 자들은 가장 요긴한 때에, 중요한 꾀를 내야 할 때가 되면 빵 부스러기가 입과 손 사이에서 얼어붙어 버리고 어느 쪽이 오른손인지도 모르오. 나라에서 그토록 요긴한 직업을 맡을 사람을 왜 가려 뽑아야 하는지 더 나아가 그 까닭을 밝히고 싶지만, 여기는 그럴 자리가 아니오. 언젠가 그것을 마련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말하겠소. 지금은 다만 이 말만 하겠소. 이 흰 머리와 이 점잖은 얼굴이 뚜쟁이 죄로 이토록 고생하는 것을 보고 느낀 내 안타까움은 마법사라는 덧붙은 죄목 때문에 싹 가셨소. 하기야 어떤 어리석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사람의 뜻을 움직이고 억지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아오. 우리의 자유 의지는 자유로운 것이어서 어떤 풀도 어떤 주문도 그것을 억지로 바꾸지 못하오. 어리석은 아낙네들과 사기꾼 악당들이 흔히 하는 짓은 무슨 혼합물이나 독약을 만들어 남자들을 미치게 하면서, 그것으로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오. 내가 말했듯이 사람의 뜻을 억지로 바꾸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인데도 말이오." "그렇습니다요." 그 착한 노인이 말했다. "그리고 정말이지, 나리, 마법사라는 데는 저는 죄가 없습니다. 뚜쟁이라는 건 부인할 수가 없었고요. 그래도 그게 나쁜 짓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습죠. 제가 바란 건 오로지 온 세상 사람들이 싸움도 괴로움도 없이 즐겁게, 평화롭고 고요하게 사는 것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좋은 뜻도 다시 돌아오리라 바랄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걸 막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제 나이가 이렇게 무겁고, 오줌 병까지 있어서 잠시도 쉬지 못하니까요."

그러고는 처음처럼 다시 울기 시작했다. 산초는 그가 몹시 가엾어서 품속에서 4레알 은화 한 닢을 꺼내 적선으로 주었다.

돈키호테는 다음으로 넘어가 다른 사람에게 죄목을 물었다. 그는 앞사람 못지않게, 아니 훨씬 더 당당하게 대답했다.

"내가 여기 가는 건 내 사촌 누이 둘하고, 또 내 누이가 아닌 다른 누이 둘하고 너무 지나치게 장난을 쳤기 때문이오. 결국 그 여자들 모두와 어찌나 장난을 쳤던지, 그 장난 끝에 집안 식구가 불어났는데, 어찌나 얽히고설켰는지 어떤 악마도 그 촌수를 풀지 못할 거요. 모든 게 증명되었고, 뒤를 봐줄 사람도 없고 돈도 없어서 하마터면 목줄을 잃을 뻔했는데, 갤리선 여섯 해 판결을 받았고 나는 받아들였소. 내 죄의 벌이니까. 나는 젊소. 목숨만 붙어 있으면 무엇이든 얻는 법이오. 기사 나리, 이 가엾은 놈들을 도와줄 무엇이라도 가지고 계시다면 하느님께서 하늘에서 갚아 주실 거요. 우리는 땅에서 기도할 때마다 나리의 목숨과 건강을 하느님께 빌겠소. 나리의 훌륭한 풍채에 걸맞게 오래도록 좋으시라고."

이 사람은 학생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호송병 하나가 말하기를, 그는 대단한 말재주꾼이고 라틴어를 썩 잘한다고 했다.

이들 모두의 뒤로 서른 살쯤 된, 생김새가 아주 훤한 사내 하나가 오고 있었는데, 다만 무엇을 볼 때면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조금 몰리는 사팔뜨기였다. 그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묶여 있었는데, 발에 찬 쇠사슬이 어찌나 길던지 온몸에 칭칭 감겨 있었고 목에는 쇠고리를 둘 차고 있었다. 하나는 쇠사슬에 달린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친구 지킴이」 또는 「친구 발판」이라고 부르는 목고리였다. 거기서 쇠막대 두 개가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고, 그 쇠막대에 수갑 두 개가 걸려 있어 그 수갑에 두 손이 채워져 있었는데, 수갑이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그는 손을 입까지 올릴 수도 없고 머리를 숙여 손에 닿게 할 수도 없었다. 돈키호테는 저 사람은 어째서 다른 이들보다 그렇게 많은 사슬을 차고 가느냐고 물었다. 호송병은 그 한 사람의 죄가 다른 이들의 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그가 어찌나 대담하고 어찌나 대단한 악당인지, 이렇게 묶어 끌고 가는데도 마음을 놓을 수 없고 달아나지 않을까 겁이 난다고 했다.

"무슨 죄가 있기에 그렇소?"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래 봐야 갤리선에 보내는 것보다 더 큰 벌은 받지 않았는데 말이오."

"열 해 동안 가는 거요." 호송병이 맞받았다. "시민으로서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지. 더 알려 하지 마시오. 이 양반이 그 이름난 히네스 데 파사몬테, 다른 이름으로 히네시요 데 파라필라라고 부르는 놈이라는 것만 알면 되오."

"호송관 나리" 그러자 그 갤리선 죄수가 말했다. "살살 좀 하쇼. 지금 이름이니 별명이니 따지고 들 것 없잖소. 내 이름은 히네스지 히네시요가 아니고, 내 집안은 파사몬테지 댁이 말하는 파라필라가 아니오. 저마다 제 둘레나 한 바퀴 돌아보쇼. 그것도 작은 일이 아닐 테니."

"말투를 좀 낮추시지." 호송관이 맞받았다. "치수를 훌쩍 넘는 도둑 나리, 싫든 좋든 내가 입을 다물게 만들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오."

"사람이 하느님 뜻대로 끌려가는 건 잘 알겠소." 갤리선 죄수가 대답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누군가 내 이름이 히네시요 데 파라필라인지 아닌지 알게 될 거요." "그럼 사람들이 너를 그렇게 부르지 않느냐, 이 사기꾼아?" 호송병이 말했다.

"부르긴 하지." 히네스가 대답했다. "그래도 다시는 그렇게 못 부르게 만들 거요. 못 하면 내가 이 사이로만 중얼거리는 거기 털을 몽땅 뽑혀도 좋소. 기사 나리, 우리한테 줄 게 있으면 어서 주고 잘 가쇼. 남의 인생을 그렇게 알고 싶어 하니 이제 짜증이 나오. 내 인생을 알고 싶거든 알아 두쇼. 나는 히네스 데 파사몬테고, 내 인생은 이 엄지손가락들로 다 써 놓았소."

"그건 참말이오." 호송관이 말했다. "이놈은 제 손으로 제 이야기를 썼소. 그건 틀림없소. 그리고 그 책을 감옥에 이백 레알에 저당 잡혀 두고 가는 길이오." "이백 두카도에 잡혀 있다 해도 되찾을 작정이오." 히네스가 말했다. "그렇게 훌륭한 책이오?" 돈키호테가 말했다.

"얼마나 훌륭하냐 하면" 히네스가 대답했다.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1도, 그런 부류로 쓰였거나 앞으로 쓰일 책들도 다 울고 갈 거요. 댁에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책은 참말을 다루는데 그 참말이 어찌나 멋지고 재미있는지 어떤 거짓말도 그것을 따라올 수 없다는 거요."

"그 책 제목이 무엇이오?" 돈키호테가 물었다.

"『히네스 데 파사몬테의 생애』요." 그 사람이 대답했다.

"그래, 다 끝냈소?" 돈키호테가 물었다.

"내 인생이 아직 안 끝났는데" 그가 대답했다. "책이 어떻게 끝날 수 있겠소? 써 놓은 건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번에 또 갤리선으로 보내진 때까지요."

"그렇다면 전에도 갤리선에 간 적이 있다는 말이오?" 돈키호테가 말했다.

"하느님과 임금님을 섬기느라 전에도 네 해 동안 있었소. 그래서 건빵 맛도 채찍 맛도 이미 알지." 히네스가 대답했다. "그리고 거기 가는 게 그리 서운하지도 않소. 거기 가면 내 책을 끝낼 짬이 날 테니까.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거든. 에스파냐의 갤리선에는 필요한 것보다 한가한 시간이 많소. 하기야 내가 쓸 것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소. 다 외우고 있으니까."

"재주가 있어 보이는구려."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리고 불운하지." 히네스가 대답했다. "불운이란 늘 좋은 재주를 쫓아다니니까."

"악당을 쫓아다니는 거지." 호송관이 말했다.

"호송관 나리, 아까도 말했지만" 파사몬테가 대답했다. "살살 좀 하쇼. 그 높은 양반들이 그 지팡이를 준 건 여기 가는 가엾은 우리를 못살게 굴라는 게 아니라, 국왕 폐하가 명하신 곳으로 우리를 이끌고 데려가라는 거요. 그러지 않으면, 내 목숨을 걸고……! 그만두지. 언젠가 빨래할 때 객줏집에서 묻은 얼룩이 드러날지도 모르니까. 다들 입 다물고, 착하게 살고, 말은 더 착하게 하고, 길이나 갑시다. 이만하면 노닥거릴 만큼 노닥거렸소."

호송관은 파사몬테의 협박에 대한 대답으로 그를 치려고 지팡이를 높이 쳐들었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 그를 못살게 굴지 말라고 청했다. 손이 그렇게 꽁꽁 묶인 사람이니 혀라도 조금 풀려 있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다고 했다. 그러고는 쇠사슬에 묶인 이들 모두에게로 돌아서서 말했다. "더없이 사랑하는 형제들이여, 그대들이 내게 한 모든 말에서 나는 이것을 분명히 알아냈소. 그대들은 제 죄 때문에 벌을 받았지만 앞으로 겪을 형벌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으며, 아주 마지못해, 제 뜻과는 몹시 어긋나게 그 벌을 받으러 가고 있소. 그리고 저 사람이 고문을 받을 때 배짱이 모자랐던 것, 이 사람에게 돈이 없었던 것, 또 저 사람에게 뒤를 봐줄 사람이 없었던 것, 마지막으로 재판관의 비뚤어진 판결이, 그대들을 망치고 그대들 편에 있던 정의를 얻지 못하게 한 원인이었을지도 모르오. 이 모든 것이 지금 내 기억 속에 떠올라 나에게 말하고, 나를 설득하고, 아니 억지로 시키고 있소. 하늘이 나를 세상에 던져 기사도를 받들게 하고, 그 기사도에서 궁핍한 이들과 힘센 자에게 짓눌린 이들을 돕겠다고 한 맹세를 하게 한 그 뜻을, 이제 그대들에게 보여 주라고 말이오. 그러나 좋게 할 수 있는 일을 나쁘게 하지 않는 것이 분별의 한 부분임을 알기에, 나는 이 호송병 나리들과 호송관 나리께 그대들을 풀어 주고 평화롭게 가게 해 주십사 청하려 하오. 더 좋은 때에 임금을 섬길 다른 사람들이 모자라지 않을 것이오. 하느님과 자연이 자유롭게 만든 사람들을 노예로 삼는 것은 가혹한 일로 보이기 때문이오. 게다가 호송병 나리들" 돈키호테가 덧붙였다. "이 가엾은 이들이 그대들에게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오. 저마다 제 죄는 저쪽에서 제가 알아서 할 일이오. 하늘에는 하느님이 계셔서 악한 자를 벌하고 착한 자에게 상을 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시니, 점잖은 사람들이 저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로 남의 형리 노릇을 하는 것은 옳지 않소. 내가 이렇게 부드럽고 차분하게 청하는 것은, 그대들이 들어주면 그대들에게 고마워할 일이 생기게 하려는 것이오. 그러나 순순히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 창과 이 칼이 내 팔의 용맹과 더불어 억지로라도 그렇게 하게 만들 것이오."

"참 재미있는 헛소리로군!" 호송관이 대답했다. "한참 만에 나온 재담치고는 아주 그럴싸하네! 임금님의 죄수들을 내놓으라니, 우리가 그들을 풀어 줄 권한이 있기라도 하고 저 양반이 그걸 우리한테 명할 권한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나리, 잘 가시오. 가던 길이나 가시오. 머리에 쓴 그 요강이나 똑바로 고쳐 쓰고, 고양이 발이 세 개인지 찾으러 들지 마시오." "고양이도 그대요, 쥐도 그대요, 악당도 그대요!"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리고 말과 동시에 어찌나 재빨리 그에게 덤벼들었던지, 호송관은 막을 틈도 없이 창에 크게 찔려 땅에 나가떨어졌다. 다행히도 그는 총을 든 자였다. 다른 호송병들은 뜻밖의 일에 얼이 빠지고 넋이 나갔으나, 정신을 차리자 말 탄 자들은 칼을, 걸어가던 자들은 투창을 잡고 아주 침착하게 그들을 기다리던 돈키호테에게 덤벼들었다. 갤리선 죄수들이 자유를 얻을 기회가 주어진 것을 보고 저희를 줄줄이 꿰어 묶은 쇠사슬을 끊으려고 애써 그 기회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그는 틀림없이 혼쭐이 났을 것이다. 소동이 어찌나 컸던지 호송병들은 풀려나는 죄수들에게 달려가랴 자기들에게 덤벼드는 돈키호테에게 덤벼들랴 아무 쓸모 있는 일도 하지 못했다. 산초는 산초대로 히네스 데 파사몬테가 풀려나는 것을 도왔다. 히네스는 맨 먼저 거리낌 없이 몸을 빼 들판으로 뛰어나가더니, 쓰러진 호송관에게 덤벼들어 그의 칼과 총을 빼앗았다. 그가 그 총으로 이 사람을 겨누고 저 사람을 가리키자, 한 번도 쏘지 않았는데도 들판에 호송병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파사몬테의 총을 피해, 그리고 이미 풀려난 죄수들이 던지는 숱한 돌팔매를 피해 다들 달아나 버렸다. 산초는 이 일에 몹시 시름에 잠겼는데, 달아난 자들이 이 일을 성스러운 형제단에 알릴 테고, 형제단은 경종을 울리며 죄인들을 찾아 나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그렇게 말하고, 당장 여기를 떠나 가까이 있는 산속에 숨자고 청했다.

"그것도 좋다."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러나 지금 해야 할 일은 내가 안다."

그리고 그는 갤리선 죄수들을 모두 불렀다. 그들은 시끌벅적 소란을 피우며 호송관의 옷을 홀랑 벗겨 알몸으로 만들어 놓은 참이었는데, 무엇을 시키려는지 보려고 모두 그를 빙 둘러섰다. 그러자 그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것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할 일이며, 하느님을 가장 노엽게 하는 죄 가운데 하나가 은혜를 모르는 것이오. 이 말을 하는 것은, 여러분은 내게서 받은 은혜를 이미 똑똑히 겪어 보았기 때문이오. 그 대가로 내가 바라는 것, 내 뜻은 이것이오. 내가 여러분의 목에서 벗겨 준 그 쇠사슬을 짊어지고 곧장 길을 떠나 토보소 마을로 가서, 거기서 둘시네아 델 토보소 아씨 앞에 나아가, 아씨의 기사인 슬픈 얼굴의 기사가 아씨께 안부를 여쭈라고 여러분을 보냈다고 말씀드리고, 여러분이 바라던 자유를 얻기까지 이 이름난 모험에서 일어난 일을 하나하나 낱낱이 이야기해 드리시오. 그 일을 마치면 여러분은 가고 싶은 곳으로 행운을 빌며 가도 좋소."

히네스 데 파사몬테가 모두를 대신해 대답했다.

"우리 나리이자 해방자이신 나리, 나리께서 우리에게 명하시는 일은 불가능 중에서도 불가능해서 할 수가 없소. 우리는 함께 길을 갈 수가 없고, 따로따로 흩어져 저마다 제 길로 가서 땅속 깊이 숨어들어야 하니까. 틀림없이 우리를 찾아 나설 성스러운 형제단에 붙잡히지 않으려면 말이오. 나리께서 할 수 있고 또 하는 게 옳은 일은, 둘시네아 델 토보소 아씨께 바치는 그 봉사와 통행세를 성모송과 사도 신경 몇 번으로 바꾸는 거요. 그건 우리가 나리의 뜻을 위해 바치겠소. 그건 밤이든 낮이든, 달아나면서든 쉬면서든, 평화로울 때든 싸울 때든 할 수 있는 일이오. 그런데 우리가 이제 와서 이집트의 고기 가마로, 그러니까 쇠사슬을 다시 걸머지고 토보소 가는 길로 돌아가리라고 생각하는 건, 아직 아침 열 시도 안 됐는데 지금이 밤이라고 생각하는 거나 마찬가지요. 우리한테 그런 걸 바라는 건 느릅나무에서 배를 찾는 격이오."

"맹세코!" 이미 화가 치민 돈키호테가 말했다. "이 화냥년의 자식 나리, 히네시요 데 파로필로 나리, 아니면 네 이름이 무엇이든, 너 혼자서라도 꼬리를 다리 사이에 끼고 쇠사슬을 몽땅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다."

파사몬테는 참을성이 조금도 없는 자인 데다, 자기들을 풀어 주겠다는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것을 보고 돈키호테가 그리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아차린 터라, 그런 대접을 받자 동료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들이 한쪽으로 물러서더니 돈키호테 위로 어찌나 많은 돌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던지, 그는 둥근 방패로 몸을 가리기에도 손이 모자랐다. 가엾은 로시난테는 마치 청동으로 만든 말처럼 박차에 아무 반응이 없었다. 산초는 제 당나귀 뒤에 숨어 그것을 방패 삼아 두 사람 위로 쏟아지는 구름 같은 돌우박을 막았다. 돈키호테는 아무리 막아도 몇 개인지 모를 자갈에 몸을 맞았는데, 어찌나 세게 맞았던지 땅에 나동그라졌다. 그가 쓰러지자마자 그 학생이 덤벼들어 그의 머리에서 놋대야를 벗겨 내더니, 그것으로 그의 등을 서너 번 치고 땅바닥에도 그만큼 내리쳐 산산조각을 내 버렸다. 그들은 그가 갑옷 위에 걸치고 있던 짧은 웃옷을 벗겨 갔고, 정강이 받이만 아니었더라면 긴 양말까지 벗겨 가려 했다. 산초에게서는 외투를 빼앗아 속옷 바람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 싸움에서 거둔 나머지 전리품을 저희끼리 나눠 갖고 저마다 제 길로 흩어졌는데, 쇠사슬을 짊어지고 둘시네아 델 토보소 아씨 앞에 나아갈 걱정보다는 두려운 형제단을 피해 달아날 걱정이 더 컸다.

당나귀와 로시난테, 산초와 돈키호테만 남았다. 당나귀는 고개를 떨군 채 생각에 잠겨 이따금 귀를 털었는데, 아직도 돌팔매 폭풍이 그치지 않아 제 귀를 쫓아오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로시난테는 또 하나의 돌팔매에 맞아 함께 땅에 나동그라진 주인 곁에 누워 있었다. 산초는 속옷 바람으로 성스러운 형제단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돈키호테는 자기가 그토록 큰 은혜를 베푼 바로 그자들에게 이토록 험한 꼴을 당한 것을 보고 더없이 침울해 있었다.

주

  1. 1. 1554년에 나온 작자 미상의 소설. 가난한 소년 라사리요가 여러 주인을 섬기며 겪은 일을 1인칭으로 털어놓은 책으로, 이른바 악한 소설(피카레스크)의 시작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