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장 노새 모는 젊은이의 즐거운 이야기와 객줏집에서 일어난 다른 기이한 일들을 이야기한다
"나는 사랑의 뱃사람,
그 깊은 바다 위를
어느 항구에도 닿으리란
희망 없이 떠도네.
나는 별 하나를 따라가네,
멀리서 바라보는 별,
팔리누루스가 본 어떤 별보다
더 아름답고 더 빛나는 별.
그 별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몰라
나는 갈피 없이 노 저어 가네.
넋은 그 별을 바라보는 데 쏠려
애태우면서도 넋을 놓고서.
주제넘은 조심스러움,
세상 법도에 어긋난 정숙함,
그것이 그 별을 가리는 구름,
내가 가장 보고 싶어 할 때.
오, 밝고 빛나는 별이여,
그 불빛에 나는 애가 타네.
네가 내게서 모습을 감추는 순간,
그 순간이 내 죽음의 순간이리라."
노래하는 이가 여기에 이르자, 도로테아는 클라라가 이토록 좋은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클라라를 이리저리 흔들어 깨우며 말했다.
"깨워서 미안해, 얘. 네가 평생 들어 본 가운데 가장 좋은 목소리일지도 모르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그래."
클라라는 잠에 흠뻑 취한 채 깨어나 처음에는 도로테아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다시 묻자 도로테아가 다시 말해 주었고, 그제야 클라라는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노래하는 이가 이어 부르는 노래를 두 줄도 채 듣기 전에, 클라라는 무슨 지독한 학질에라도 걸린 듯 기이하게 떨기 시작하더니 테오도라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아, 제 영혼이요 목숨인 아씨, 왜 저를 깨우셨어요? 지금 운명이 제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복은 제 눈과 귀를 닫아 두어 저 불행한 노래꾼을 보지도 듣지도 않게 하는 거였는데요."
"무슨 소리니, 얘? 노래하는 사람은 노새 모는 젊은이라던데."
"노새꾼이 아니라 여러 고을의 주인이에요." 클라라가 대답했다. "제 마음에도 그토록 굳게 자리를 차지한 주인이라, 그 사람이 떠나려 하지 않는 한 영원히 빼앗기지 않을 거예요."
도로테아는 그 소녀의 절절한 말에 놀랐다. 그 어린 나이에 기대할 만한 슬기를 훨씬 넘어서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소녀에게 말했다.
"클라라 아가씨,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좀 더 분명히 말해 보세요. 마음이니 고을이니 하는 게 무슨 말인지, 아가씨를 그토록 들썩이게 하는 저 노래꾼 목소리는 또 뭔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무 말씀 마세요. 아가씨가 놀란 걸 달래 주느라 노래 듣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새 노랫말과 새 가락으로 노래를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러세요." 클라라가 대답했다.
그리고 노래를 듣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두 귀를 막았는데, 도로테아는 이것에도 놀랐다. 도로테아가 노래에 귀를 기울이자 노래는 이렇게 이어졌다.
"나의 달콤한 희망이여,
불가능과 덤불을 헤치며
네가 몸소 지어내고 닦아 놓은
그 길을 굳게 따라가는 희망이여,
걸음마다 네 죽음의 걸음 곁에
서 있는 너를 보고도 기죽지 마라.
게으른 자는 얻지 못하리,
명예로운 개선도 어떤 승리도.
행복할 수도 없으리,
운명에 맞서지 않고
힘없이 넋을 놓은 채
부드러운 안일에 온 감각을 내맡기는 자는.
사랑이 제 영광을 비싸게
파는 것은 마땅한 이치요 바른 거래이니,
제 기쁨으로 순도를 가늠한 것보다
더 값진 보물은 없기 때문이라.
그리고 분명한 일은,
적게 들인 것은 귀히 여기지 않는다는 것.
사랑의 끈기는
때로 불가능한 일도 이루어 내니,
나 비록 내 끈기로
사랑의 가장 어려운 길을 따라가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 않으리,
땅에서 하늘에 닿지 못할까 봐."
여기서 목소리는 끝이 났고, 클라라는 새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도로테아의 궁금증에 불을 지펴, 그토록 부드러운 노래와 그토록 슬픈 울음의 까닭을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까 하려던 말이 무엇이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클라라는 루스신다가 들을까 두려워 도로테아를 꼭 끌어안고,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마음 놓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도로테아의 귀에 입을 바싹 대고 말했다.
"아씨, 저 노래하는 사람은 아라곤 왕국 태생의 어느 기사의 아들이에요. 그 기사는 두 고을의 주인인데, 궁정이 있는 도시에서 우리 아버지 집 맞은편에 살았어요. 아버지는 겨울이면 창에 천을 치고 여름이면 격자 창살을 달아 두셨는데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공부하러 다니던 그 젊은 기사가 저를 보았어요. 성당에서였는지 다른 데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 사람은 저를 사랑하게 되었고, 자기 집 창에서 손짓과 눈물로 어찌나 그 마음을 알려 왔던지, 저는 그 사람이 저한테 무얼 바라는지도 모르면서 그 사람을 믿게 되었고 좋아하게까지 되었어요. 그 사람이 보낸 손짓 가운데는 한 손을 다른 손에 맞잡아 보이는 것도 있었는데, 저와 혼인하겠다는 뜻이었어요. 저도 그렇게 되면 아주 기쁘겠다 싶었지만, 어머니도 없이 혼자라서 누구와 의논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래서 그냥 두고 다른 호의는 베풀지 않았어요. 아버지도 집에 안 계시고 그 사람 아버지도 집에 없을 때 천이나 격자 창살을 조금 들어 올려 제 모습을 다 보여 준 것 말고는요. 그러면 그 사람은 어찌나 좋아하던지 미쳐 버릴 것 같은 기색이었어요. 그러는 사이 아버지가 떠나실 때가 되었는데, 그 사람은 그걸 알았어요. 제가 알려 준 건 아니에요. 한 번도 말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제가 알기로는 그 사람은 그 일로 마음이 아파 병이 났어요. 그래서 우리가 떠나는 날 눈으로나마 작별을 하려 해도 끝내 그 사람을 볼 수 없었어요. 그런데 길을 떠난 지 이틀째 되던 날, 여기서 하루 길 떨어진 마을의 어느 숙소에 들어서다가 여관 문간에서 노새 모는 젊은이 옷차림을 한 그 사람을 보았어요. 어찌나 감쪽같던지, 제 마음에 그 사람 모습을 그토록 또렷이 새겨 두지 않았더라면 알아볼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그 사람을 알아보고 놀랐고 기뻤어요. 그 사람은 아버지 몰래 저를 보았어요. 길에서든 우리가 묵는 숙소에서든 제 앞을 지나갈 때면 늘 아버지 눈을 피해 숨거든요. 저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저를 사랑해서 그토록 고생하며 걸어서 따라온다는 걸 생각하면 괴로워 죽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발을 딛는 곳마다 제 눈길이 따라가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오는지, 어떻게 아버지 곁을 빠져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 그 사람 아버지는 그 사람을 끔찍이 아끼거든요. 다른 상속자도 없고, 아씨도 그 사람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만한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말씀드릴 게 더 있어요. 그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자기 머리로 지어낸 거래요. 아주 대단한 학생이고 시인이라고 들었어요. 또 있어요. 그 사람을 보거나 노래하는 걸 들을 때마다 저는 온몸이 떨리고 깜짝깜짝 놀라요. 아버지가 그 사람을 알아보고 우리 마음을 눈치채실까 봐 무서워서요. 저는 평생 그 사람과 한마디도 나눈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그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을 만큼 그 사람을 사랑해요. 아씨, 아씨를 그토록 흐뭇하게 한 목소리의 주인인 저 노래꾼에 관해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게 다예요. 그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아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노새꾼이 아니라,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마음과 고을의 주인이라는 걸 잘 아실 거예요."
"더 말하지 마세요, 도냐 클라라 아가씨." 그때 도로테아가 말하며 클라라에게 천 번은 입을 맞추었다. "더 말하지 마세요, 정말요. 새날이 밝기를 기다리세요. 하느님께 바라건대 제가 아가씨 일을 잘 이끌어서, 이토록 바른 시작에 걸맞은 행복한 끝을 맺게 해 드릴게요."
"아, 아씨!" 도냐 클라라가 말했다. "무슨 끝을 바랄 수 있겠어요? 그 사람 아버지는 그토록 지체 높고 부자라서 저 같은 건 그 아들의 하녀도 못 된다고 여기실 텐데, 아내라니요. 그렇다고 아버지 몰래 혼인하는 건 세상을 다 준대도 못 해요. 그저 저 젊은이가 돌아가서 저를 내버려 두기만 바랄 뿐이에요. 어쩌면 그 사람을 보지 않고 우리가 갈 먼 길을 가다 보면 지금 품은 이 괴로움이 덜어질지도 모르죠. 제가 생각해 낸 이 방법이 별로 소용없으리라는 것도 알지만요. 이게 무슨 귀신 같은 일인지, 이 사랑이 어디로 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렇게 어리고 그 사람도 이렇게 어린데요. 정말이지 우리는 같은 나이일 거예요. 저는 열여섯 살도 아직 안 찼거든요. 아버지 말씀으로는 이번 성 미카엘 축일이면 찬대요."
도냐 클라라가 꼭 어린애처럼 말하는 것을 듣고 도로테아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아가씨, 남은 밤이 얼마 안 될 테니 좀 쉬어요. 하느님께서 날을 밝혀 주시면 일이 잘 풀릴 거예요. 그러지 못하면 제 손재주가 형편없는 거고요."
이 말에 두 사람은 잠잠해졌고, 객줏집은 온통 깊은 정적에 잠겼다. 다만 객줏집 주인의 딸과 그 집 하녀 마리토르네스만은 자지 않았다. 두 여자는 돈키호테가 앓는 그 기질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가 무장을 갖추고 말에 올라 객줏집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는 것도 알았으므로, 그에게 무슨 장난을 치든지 적어도 그의 헛소리를 들으며 시간이나 좀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객줏집에는 들판 쪽으로 난 창이 하나도 없고, 밖에서 짚을 던져 넣는 건초 헛간의 구멍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반쯤 아가씨인 두 여자가 이 구멍으로 가서 보니, 돈키호테는 말에 올라 긴 창에 몸을 기댄 채 이따금 애처롭고 깊은 한숨을 쉬는데, 한숨마다 넋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드럽고 달콤하고 사랑이 담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오, 나의 아씨 둘시네아 델 토보소여, 모든 아름다움의 극치요, 슬기의 끝이자 마무리요, 가장 빼어난 맵시의 문서고요, 정숙함의 곳간이요,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이롭고 정숙하고 즐거운 것의 이데아여! 그대는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시는고? 혹시 오직 그대를 섬기려고 스스로 그토록 숱한 위험에 몸을 던진, 그대에게 사로잡힌 이 기사를 마음에 두고 계시는고? 오, 세 얼굴을 지닌 등불이여, 네가 아씨의 소식을 내게 전해 다오! 어쩌면 너는 지금 아씨의 얼굴을 시샘하며 아씨를 바라보고 있으리라. 아씨는 화려한 궁전의 어느 회랑을 거닐거나 어느 발코니에 가슴을 기대고서, 정숙함과 위엄을 지키면서 시름에 겨운 내 마음이 아씨 때문에 겪는 폭풍을 어떻게 잠재울지, 내 괴로움에 어떤 영광을, 내 근심에 어떤 평안을, 마침내 내 죽음에 어떤 삶을, 내 섬김에 어떤 상을 내릴지 궁리하고 있으리라. 그리고 너 해야, 내 아씨를 보러 일찍 나서려고 벌써 서둘러 네 말들에 안장을 얹고 있을 해야, 아씨를 보거든 부디 나를 대신해 인사를 전해 다오. 그러나 아씨를 보고 인사할 때 그 얼굴에 입을 맞추지는 마라. 그랬다가는 테살리아 들판인지 페네이오스 강가인지에서 너를 그토록 땀 흘리며 달리게 한 그 날랜 배은망덕한 여인을 두고 네가 품었던 질투보다 더한 질투를 내가 너에게 품게 되리라.1 질투와 사랑에 사로잡혀 그때 네가 어디를 달렸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만."
돈키호테가 그 애처로운 말을 여기까지 늘어놓았을 때, 객줏집 주인의 딸이 쉿쉿 소리를 내며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리, 괜찮으시면 이리 좀 와 보세요."
그 손짓과 목소리에 돈키호테가 고개를 돌려 보니, 그때 한창 밝게 빛나던 달빛 아래 그 구멍에서 누가 자기를 부르고 있었다. 그에게는 그 구멍이 창으로, 그것도 그가 상상하는 이 객줏집처럼 화려한 성이라면 마땅히 갖추었을 황금 창살이 달린 창으로 보였다. 그러자 곧바로 그 미친 상상 속에, 지난번처럼 이 성 안주인의 딸인 아리따운 아가씨가 사랑에 못 이겨 다시 자기를 꾀러 왔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런 생각에 무례하거나 배은망덕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로시난테의 고삐를 돌려 구멍으로 다가갔고, 두 처녀를 보자 말했다.
"아리따운 아씨, 그대의 큰 값어치와 기품에 걸맞게 보답할 수 없는 곳에 그대가 사랑의 마음을 두었으니 가엾구려. 이 일로 이 비참한 편력 기사를 탓하지 마시오. 그의 눈이 그 여인을 본 순간 그 여인을 제 영혼의 절대적인 아씨로 삼게 한 그 여인 말고는, 사랑이 그를 묶어 누구에게도 제 뜻을 바칠 수 없게 했으니까. 용서하시오, 착한 아씨, 그대 방으로 물러가시오. 그대의 바람을 더 드러내어 내가 더 배은망덕하게 보이게 하지 마시오. 그대가 내게 품은 사랑을 채워 줄 것이 사랑 그 자체 말고 내게 있다면 청하시오. 저 멀리 있는 나의 달콤한 원수에게 걸고 맹세하노라. 그대가 뱀으로 된 메두사의 머리칼 한 타래를, 아니면 유리병에 가둔 햇살 그 자체를 청한다 해도 당장 드리리라."
"아씨께는 그런 거 하나도 필요 없어요, 기사 나리." 그때 마리토르네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슬기로운 시녀 부인이여, 그대의 아씨에게는 무엇이 필요하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나리의 그 아름다운 손 하나만요." 마리토르네스가 말했다. "이 구멍까지 오게 한 크나큰 그리움을 그 손으로 풀어 보시려고요. 명예까지 걸고 오셨거든요. 아버님께서 눈치라도 채셨다면 아씨 몸에서 가장 작게 썰려 나갈 조각이 귀였을 거예요."
"그런 꼴을 어디 한번 보고 싶구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그러나 그분은 그러지 않도록 조심하실 것이오. 사랑에 빠진 딸의 연약한 몸에 손을 댄 탓에 세상 어느 아버지보다 비참한 최후를 맞고 싶지 않다면 말이오."
마리토르네스는 돈키호테가 틀림없이 청한 손을 내주리라 여겨, 무엇을 할지 속으로 궁리하고는 구멍에서 내려와 마구간으로 갔다. 거기서 산초 판사의 당나귀 고삐를 집어 들고 아주 재빨리 구멍으로 돌아왔는데, 그때 돈키호테는 사랑에 다친 아가씨가 있으리라 상상하는 창살 달린 창에 닿으려고 로시난테의 안장 위에 올라서 있었다. 그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받으시오, 아씨, 이 손을. 아니, 더 잘 말하자면 세상 악당들의 이 형리를. 받으시오, 이 손을, 내 말하노라. 어떤 여인의 손도, 내 온몸을 온전히 차지한 그 여인의 손조차 닿은 적 없는 손이오. 입 맞추라고 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 힘줄의 짜임새와 근육의 얽힘과 핏줄의 굵고 넓음을 보라고 드리는 것이오. 그것을 보면 이런 손을 지닌 팔의 힘이 어떠할지 짐작하리라."
"이제 보게 되겠죠." 마리토르네스가 말했다.
그러고는 고삐에 올가미를 지어 그의 손목에 건 다음, 구멍에서 내려와 남은 끝을 건초 헛간 문빗장에 아주 단단히 묶었다. 손목에 닿는 밧줄이 거친 것을 느낀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대는 내 손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아니라 강판에 가는 것 같구려. 그렇게 모질게 다루지 마시오. 내 마음이 그대에게 저지르는 잘못은 이 손의 탓이 아니니, 이렇게 작은 데다 그대 노여움을 통째로 앙갚음하는 것은 옳지 않소. 잘 사랑하는 사람은 그리 고약하게 앙갚음하지 않는 법이오."
그러나 돈키호테의 이 모든 말을 이제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리토르네스는 그를 묶자마자 다른 처녀와 함께 우스워 죽겠다며 가 버렸고, 그는 도저히 풀려날 수 없게 묶인 채 남았다.
앞서 말했듯 그는 로시난테 위에 선 채 팔을 통째로 구멍에 들이밀고 손목이 문빗장에 묶여 있었으므로, 로시난테가 이쪽이든 저쪽이든 비켜서기라도 하면 팔에 매달리게 될까 봐 몹시 두렵고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감히 꼼짝도 하지 못했다. 하기야 로시난테의 참을성과 얌전함으로 보아서는 백 년이라도 꼼짝하지 않고 서 있으리라고 기대할 만했다.
요컨대 돈키호테는 자기가 묶이고 아씨들이 이미 가 버린 것을 보자, 지난번 바로 이 성에서 그 마법에 걸린 무어인, 곧 노새꾼에게 두들겨 맞았을 때처럼 이 모든 일이 마법의 소행이리라는 상상에 빠졌다. 그리고 처음에 그 성에서 그토록 혼쭐이 났는데도 두 번째로 감히 들어온 자기의 분별없음과 생각 없음을 속으로 저주했다. 어떤 모험을 시도했다가 잘 끝내지 못하면 그 모험은 자기를 위해 남겨 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표시이니 두 번 시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편력 기사들의 가르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풀려날 수 있을까 하고 팔을 잡아당겨 보았지만, 어찌나 단단히 묶였던지 아무리 애써도 헛일이었다. 물론 로시난테가 움직이지 않게 조심조심 당기기는 했다. 안장에 앉고 싶어도 그대로 서 있거나 손을 뽑아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그는 어떤 마법도 당해 내지 못하던 아마디스의 칼을 아쉬워했고, 거기서 제 운명을 저주했으며, 거기서 자기가 여기서 마법에 걸려 있는 동안 세상이 자기를 얼마나 아쉬워할지 부풀려 생각했다. 그는 틀림없이 마법에 걸렸다고 믿었으니까. 거기서 그는 사랑하는 둘시네아 델 토보소를 다시 떠올렸고, 거기서 착한 종자 산초 판사를 불렀는데, 산초는 당나귀 길마 위에 누워 잠에 파묻힌 채 그 순간에는 저를 낳은 어머니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거기서 그는 현자 리르간데오와 알키페를 불러 도와 달라고 했고, 거기서 좋은 벗 우르간다에게 구해 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마침내 거기서 아침을 맞았는데, 어찌나 절망하고 어쩔 줄 몰랐던지 황소처럼 울부짖었다. 마법에 걸렸다고 여겼으므로 그 시름이 영원하리라 생각했기에, 날이 밝는다고 시름이 풀리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로시난테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니 더욱 그렇게 믿게 되었다. 그는 별들의 그 나쁜 기운이 지나가거나 더 지혜로운 다른 마법사가 마법을 풀어 줄 때까지, 자기와 말이 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못한 채 그렇게 있어야 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크게 빗나갔다. 날이 밝기 시작하자마자, 말안장 앞머리에 엽총을 얹은 채 아주 잘 차려입고 채비를 갖춘 말 탄 사내 넷이 객줏집에 닿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 닫혀 있던 객줏집 문을 쾅쾅 세게 두드렸다. 그때까지도 보초 서기를 그만두지 않은 자리에서 그것을 본 돈키호테는 거만하고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들이든 종자들이든, 그대들이 누구든 이 성의 문을 두드릴 까닭이 없소. 이런 시각이면 안에 있는 이들이 자고 있거나, 아니면 해가 온 땅에 퍼질 때까지 요새는 문을 열지 않는 것이 관례임이 너무도 분명하오. 물러나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시오. 그때 그대들에게 문을 열어 주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보리라."
"무슨 놈의 요새니 성이니 하기에 우리더러 그런 격식을 지키라는 거요?" 하나가 말했다. "당신이 객줏집 주인이라면 문을 열라고 하시오. 우리는 말에게 보리나 먹이고 바로 갈 길을 갈 나그네요. 바쁘단 말이오."
"기사들이여, 그대들 보기에 내가 객줏집 주인 꼴로 보이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당신이 무슨 꼴인지는 모르겠소." 다른 하나가 대답했다. "다만 이 객줏집을 성이라 부르니 헛소리를 한다는 것은 알겠소."
"성이오." 돈키호테가 되받았다. "그것도 이 지방 전체에서 손꼽히는 성이오. 안에는 손에 왕홀을 쥐고 머리에 왕관을 썼던 이들이 있소."
"거꾸로였으면 더 좋겠소." 나그네가 말했다. "머리에 왕홀을 쓰고 손에 왕관을 쥐고. 혹시 모르니, 안에 배우 패거리라도 묵고 있겠지. 당신이 말하는 그런 왕관이니 왕홀이니 하는 것은 그 사람들이 자주 지니는 물건이니까. 이렇게 작고 이렇게 조용한 객줏집에 왕관과 왕홀에 걸맞은 사람들이 묵는다고는 생각지 않소."
"그대는 세상을 잘 모르는구려." 돈키호테가 되받았다. "편력 기사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모르니 말이오."
묻던 사내와 함께 온 동료들은 그가 돈키호테와 주고받는 문답에 지쳐 다시 사납게 문을 두드렸다. 어찌나 세게 두드렸던지 객줏집 주인이 잠에서 깼고, 객줏집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깼다. 그래서 주인은 누가 문을 두드리는지 물으러 일어났다. 그때 마침 문을 두드리던 네 사람이 타고 온 말 가운데 한 마리가 로시난테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았다. 로시난테는 귀를 축 늘어뜨린 채 시무룩하고 슬프게, 몸을 쭉 뻗은 제 주인을 꼼짝 않고 떠받치고 있었다. 그러나 나무로 깎은 듯 보여도 결국은 살로 된 몸이라, 저를 어루만지러 온 말에게 마음이 동해 냄새를 맡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로시난테가 아주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모은 채 서 있던 돈키호테의 두 발이 미끄러졌고, 그는 안장에서 미끄러져 팔에 매달리지 않았더라면 땅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 일로 어찌나 아팠던지 그는 손목이 잘리거나 팔이 뽑혀 나가는 줄 알았다. 그는 땅에 아주 가깝게 매달려 발끝으로 땅에 입 맞출 듯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그를 더 괴롭혔다. 발바닥을 땅에 대려면 아주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된다는 것을 느끼자, 땅에 닿으려고 할 수 있는 한 애쓰며 몸을 뻗었기 때문이다. 꼭 도르래 고문에 매달려 땅에 닿을 듯 말 듯한 이들 같았다. 그들은 조금만 더 몸을 뻗으면 땅에 닿으리라는 헛된 희망에 속아 애써 몸을 뻗다가 스스로 고통을 키운다.
주
1. 해(아폴론)가 사랑하여 쫓아다닌 요정 다프네. 테살리아의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로, 쫓기다 월계수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