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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제31장 돈키호테와 그의 종자 산초 판사가 나눈 재미있는 이야기와 다른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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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돈키호테와 그의 종자 산초 판사가 나눈 재미있는 이야기와 다른 일들

"그건 다 마음에 들지 않는 데가 없구나. 계속해 보아라."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래, 네가 도착했을 때 그 아름다움의 여왕은 무얼 하고 있더냐? 틀림없이 진주를 꿰고 있었거나, 이 포로 기사를 위해 금실로 무슨 표장을 수놓고 있었겠지."

"그런 건 아니었어요." 산초가 대답했다. "집 마당에서 밀 두 파네가를 키질하고 계시던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여겨라."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 밀알들은 아씨의 손이 닿아 진주알이 되었다고. 그런데 내 벗아, 잘 보았느냐? 그 밀이 흰 밀이더냐, 봄밀이더냐?"

"그냥 붉은 밀이었어요." 산초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 장담하마." 돈키호테가 말했다. "아씨의 손으로 키질했으니 그 밀은 틀림없이 흰 밀 빵이 되었을 게다. 그러나 계속해 보아라. 네가 내 편지를 드렸을 때 아씨께서 거기 입을 맞추시더냐? 머리 위에 얹으시더냐? 그런 편지에 걸맞은 무슨 예를 갖추시더냐, 아니면 어찌하시더냐?"

"제가 편지를 드리려고 할 때요." 산초가 대답했다. "아씨께서는 체에 담긴 밀을 한창 신나게 흔들어 대고 계셨는데, 저한테 이러시더라고요. '여보게, 그 편지는 저 자루 위에 놓아 두게. 여기 있는 걸 다 체질하기 전에는 읽을 수가 없으니.'"

"슬기로운 아씨로구나!"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건 틀림없이 천천히 읽으며 즐기시려고 그러신 게다. 계속하거라, 산초. 그래, 아씨께서 일을 하시는 동안 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느냐? 나에 대해 무얼 물으시더냐? 그리고 너는 무어라 대답했느냐? 어서 다 이야기해 보아라. 잉크병 속에 한 방울도 남겨 두지 말고."

"아씨께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어요." 산초가 말했다. "그래도 제가 말씀드렸죠. 나리께서 아씨를 섬기느라 허리 위로는 벌거벗은 채 야만인처럼 이 산속에 틀어박혀 고행을 하고 계신다고요. 맨땅에서 주무시고, 식탁보 깐 상에서 빵을 드시지도 않고, 수염도 빗지 않으신 채 우시면서 당신 운명을 저주하고 계신다고요."

"내가 내 운명을 저주한다고 한 것은 잘못 말한 것이다." 돈키호테가 말했다. "나는 오히려 운명을 축복하고, 살아 있는 동안 날마다 축복할 것이니라. 둘시네아 델 토보소처럼 그토록 높으신 아씨를 사랑할 자격을 내게 주었으니 말이다."

"높으시긴 정말 높으세요." 산초가 대답했다. "맹세코 저보다 주먹 하나 높이는 더 크시던걸요."

"아니, 어떻게 아느냐, 산초?" 돈키호테가 말했다. "네가 아씨와 키를 대 보기라도 했느냐?" "이렇게 대 봤죠." 산초가 대답했다. "당나귀 등에 밀 자루 올리시는 걸 도와 드리러 다가갔다가 둘이 바짝 붙게 됐는데, 보니까 저보다 큰 뼘으로 한 뼘은 더 크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참으로 그렇지 않으냐." 돈키호테가 되받았다. "아씨는 그 큰 키에 영혼의 천만 가지 은총을 곁들여 그 키를 꾸미고 계시지 않으냐! 그러나 산초, 이것 하나만은 아니라고 하지 못할 게다. 네가 아씨 곁에 다가갔을 때 사바 땅의 향기를, 그윽한 향내를, 내가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좋은 무언가를 느끼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솜씨 좋은 장갑 장수의 가게에 들어선 듯한, 내음이랄까 훈김이랄까 하는 것 말이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요." 산초가 말했다. "좀 사내 같은 냄새가 났다는 거예요. 아마 일을 많이 하셔서 땀에 젖고 좀 끈적끈적하셨던 모양이에요."

"그럴 리가 없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필시 네가 코감기에 걸렸거나 네 냄새를 네가 맡은 게지. 그 가시 속의 장미, 그 들의 백합, 그 녹인 용연향이 어떤 향기를 풍기는지 나는 잘 아느니라."

"다 그럴 수 있죠." 산초가 대답했다. "그때 둘시네아 아씨 마님한테서 나는 것 같던 그 냄새가 저한테서도 자주 나거든요. 그래도 놀랄 일은 아니에요. 악마는 악마끼리 닮는 법이니까요."

"그래." 돈키호테가 말을 이었다. "자, 아씨께서 밀을 다 고르시고 방앗간으로 보내셨다 치자. 편지를 읽으시고는 어찌하셨느냐?"

"편지는요." 산초가 말했다. "안 읽으셨어요.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신다면서요. 그러기는커녕 편지를 찢어서 잘게 조각을 내 버리셨어요. 마을에 당신 비밀이 알려지면 안 되니까 아무한테도 읽어 달라고 맡기지 않겠다고 하시면서요. 나리께서 아씨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아씨 때문에 얼마나 엄청난 고행을 하고 계신지 제가 말로 전해 드린 것으로 족하다고도 하셨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리께 손에 입 맞춘다는 말씀을 전하라고, 편지를 쓰기보다는 나리를 뵙고 싶은 마음이 더 크시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이 말을 받는 즉시 그 덤불에서 나와 미친 짓은 그만두시고, 더 중요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당장 당장 토보소로 길을 떠나시라고 부탁도 하시고 분부도 하셨어요. 나리를 무척 뵙고 싶으시대요. 나리께서 슬픈 얼굴의 기사라고 불리신다고 말씀드렸더니 한참을 웃으시더라고요. 지난번 그 비스카야 사람이 찾아왔느냐고 여쭸더니 왔다고, 아주 점잖은 사람이더라고 하셨어요. 갤리선 죄수들 일도 여쭤봤는데, 그때까지 하나도 못 보셨답니다."

"지금까지는 다 좋구나."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런데 말해 보아라. 내 소식을 전해 드린 값으로, 작별할 때 아씨께서 네게 주신 보석은 무엇이더냐? 편력하는 기사와 귀부인들 사이에는 소식을 전하는 종자나 시녀나 난쟁이에게, 그러니까 귀부인의 소식을 기사에게, 기사의 소식을 귀부인에게 전하는 이에게 심부름의 고마움을 갚는 기쁜 소식 사례로 값진 보석을 하나씩 주는 것이 예로부터 내려오는 관습이기 때문이다."

"그야 그럴 수도 있겠죠. 저도 그게 좋은 관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건 옛날 일일 거예요. 요새는 빵 한 조각하고 치즈 한 조각이나 주는 게 관습인 모양이에요. 둘시네아 아씨께서 작별할 때 마당 담장 너머로 저한테 주신 게 바로 그거였거든요. 증거를 더 대자면, 그 치즈는 양젖 치즈였어요."

"아씨는 더없이 너그러우시다." 돈키호테가 말했다. "금 보석을 주시지 않았다면 그건 틀림없이 그 자리에 네게 줄 보석이 손에 없었기 때문일 게다. 그래도 부활절이 지난 뒤에 받는 소매 선물도 반가운 법이니, 내가 아씨를 뵈면 다 채워질 것이다. 산초, 내가 무엇에 놀라고 있는지 아느냐? 네가 하늘을 날아서 갔다 온 것 같다는 거다. 여기서 토보소까지는 30레과가 넘는데, 너는 오가는 데 겨우 사흘 남짓 걸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짐작한다. 내 일을 돌보아 주는 내 벗인 그 강령술사 현자가(그런 현자는 반드시 있고 또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훌륭한 편력 기사가 못 될 테니까), 내 말은 바로 그 현자가 네가 알아채지도 못하게 네 걸음을 도와주었을 거라는 거다. 그런 현자들 가운데는 편력 기사를 제 침대에서 자고 있을 때 붙잡아다가, 어떻게 어떤 수로 그랬는지도 모르게, 이튿날 아침이면 밤을 맞은 곳에서 천 레과도 넘게 떨어진 곳에서 깨어나게 하는 이도 있느니라. 이런 일이 아니라면 편력 기사들은 위험에 처했을 때 서로 도울 수가 없을 터인데, 그들은 걸핏하면 서로 돕는다. 이를테면 어떤 기사가 아르메니아 산중에서 엔드리아고 괴물이나 사나운 괴수나 다른 기사와 싸우다가 싸움에서 밀려 이제 막 죽게 되었을 때, 눈 깜짝할 사이에 저쪽 구름 위나 불 수레 위에 그의 벗인 다른 기사가 나타나는 일이 있다. 그 기사는 조금 전까지 잉갈라테라에 있었는데 그를 도와 죽음에서 건져 주고, 밤이면 제 숙소에서 마음껏 저녁을 먹고 있다. 그런데 이쪽에서 저쪽까지는 대개 2천이나 3천 레과나 되느니라. 이 모든 일이 이 용맹한 기사들을 돌보는 마법사 현자들의 재주와 지혜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산초, 내 벗아, 네가 그토록 짧은 사이에 여기서 토보소까지 갔다 왔다는 것은 내게 믿기 어렵지 않다. 내가 말했듯이 어떤 벗 현자가 네가 알아채지도 못하게 너를 공중에 붕 띄워 날라다 주었을 테니까."

"그랬겠죠." 산초가 말했다. "맹세코 로시난테가 귀에 수은을 부어 넣은 집시의 당나귀처럼 내달리더라니까요."

"수은뿐이었겠느냐!" 돈키호테가 말했다. "악마들까지 한 군단은 실었을 게다. 그것들은 지치지도 않고 제가 내키는 대로 무엇이든 걷게 하고 저희도 걷는 족속이니라. 그러나 그 이야기는 접어 두고, 나를 보러 오라는 아씨의 분부를 두고 내가 이제 어찌해야 한다고 너는 생각하느냐? 아씨의 분부를 따라야 할 의무가 내게 있음은 알지만, 우리와 함께 가는 공주께 약속한 소원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처지가 아니냐. 그리고 기사도의 법은 내 즐거움보다 내 말을 먼저 지키라고 나를 다그친다. 한쪽에서는 아씨를 뵙고 싶은 마음이 나를 몰아세우고 괴롭히는데, 다른 쪽에서는 약속한 믿음과 이 일로 얻게 될 영광이 나를 부추기고 부른다. 그러나 내가 하려는 일은 이렇다. 서둘러 길을 가서 이 거인이 있는 곳에 얼른 다다르면, 다다르자마자 놈의 목을 베고, 공주를 평화로이 그 나라에 앉혀 드린 다음, 곧바로 돌아서서 내 마음을 밝혀 주는 빛을 뵈러 갈 것이다. 그리고 아씨께 늦은 까닭을 넉넉히 아뢰어 아씨께서 내가 늦은 것을 좋게 여기시게 하리라. 아씨께서는 이 모든 일이 결국 아씨의 영광과 명성을 더하는 데로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무예로 얻었고 얻고 있고 앞으로 얻을 영광은 모두 아씨께서 내게 베푸시는 은총에서, 그리고 내가 아씨의 것이라는 데서 오기 때문이다."

"아이고." 산초가 말했다. "나리 머리가 참 어지간히도 상하셨네요! 그럼 나리, 말씀해 보세요. 나리께서는 이 길을 헛걸음으로 가실 작정이세요? 지참금으로 왕국을 하나 통째로 주겠다는 이런 부자에 지체 높은 혼처를 그냥 흘려보내고 놓쳐 버리시겠다고요? 제가 듣기로는 그 왕국은 둘레가 2만 레과도 넘고, 사람 목숨 이어 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 넘쳐 나고, 포르투갈과 카스티야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던데요. 제발 하느님을 봐서라도 입을 다무시고 방금 하신 말씀을 부끄러워하세요. 그리고 제 충고를 들으시고, 저를 용서하시고, 본당 신부가 있는 첫 마을에서 당장 혼인하세요. 아니면 여기 우리 석사 나리도 계시잖아요. 그분이 진주처럼 깔끔하게 해 주실 거예요. 그리고 알아 두세요. 저도 이제 충고를 할 만한 나이가 되었고, 제가 드리는 이 충고는 나리께 틀에 맞춘 듯 꼭 맞아요. 하늘을 나는 독수리보다 손안의 새 한 마리가 낫고, 좋은 걸 가지고도 나쁜 걸 고르는 사람은 아무리 화를 내 봐야 앙갚음할 데가 없는 법이거든요."

"보아라, 산초."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내가 혼인하라는 네 충고가, 내가 거인을 죽이자마자 왕이 되어 네게 은혜를 베풀고 약속한 것을 줄 형편이 되라는 뜻에서 나온 것이라면, 혼인하지 않고도 네 바람을 아주 쉽게 이루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마. 싸움에 들어가기 전에 덤으로 조건을 하나 달아 둘 테니까. 내가 싸움에서 이기면 혼인을 하지 않더라도 왕국의 한 자락을 내게 주어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다. 그걸 받으면 너 말고 누구에게 주기를 바라느냐?"

"그야 뻔하죠." 산초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나리, 그 땅은 바닷가 쪽으로 고르세요. 살아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제 검은 신하들을 배에 실어 가서 제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처분할 수 있게요. 그리고 나리께서는 지금 둘시네아 아씨를 뵈러 가실 생각일랑 마시고 거인을 죽이러 가세요. 이 일을 끝장냅시다. 맹세코 이 일이 큰 영예도 되고 큰 이득도 될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너에게 말하마, 산초." 돈키호테가 말했다. "네 말이 옳다. 둘시네아를 뵈러 가기보다 공주와 먼저 가는 일은 네 충고를 따라야겠다. 그리고 일러둔다. 우리가 여기서 주고받고 의논한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우리와 함께 가는 이들에게도 말하지 마라. 둘시네아께서는 당신 생각이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으실 만큼 조심스러운 분이니, 나도, 나 대신 다른 누구도 그 생각을 드러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게 그렇다면요." 산초가 말했다. "나리께서는 어째서 나리 팔로 이기신 사람들을 죄다 둘시네아 아씨 앞에 가서 인사를 드리게 하세요? 그게 바로 나리께서 아씨를 사랑하시고 아씨께 빠져 계시다는 걸 아씨 이름으로 도장 찍어 주는 셈인데요. 가는 사람들은 아씨 앞에 꿇어앉아 나리께서 보내서 복종하러 왔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러면 두 분의 생각을 어떻게 감출 수 있겠어요?" "오, 이런 어리석고 미련한 녀석 같으니!" 돈키호테가 말했다. "산초, 그것이 모두 아씨를 더욱 드높이는 데로 돌아간다는 것을 너는 모르느냐? 알아 두어라. 우리 이 기사도의 풍습에서는 한 귀부인을 섬기는 편력 기사가 많은 것이 큰 영예다. 그 기사들은 아씨가 바로 그분이시라는 까닭 하나로 섬길 뿐 섬기는 것 너머로 생각을 뻗지 않고, 그 많은 훌륭한 바람에 대해 아씨가 자기들을 기사로 받아 주시는 것 말고는 다른 상을 바라지 않느니라."

"그런 사랑으로는요." 산초가 말했다. "우리 주님을 사랑해야 한다고 설교하는 걸 들었어요. 영광을 바라는 마음이나 벌을 두려워하는 마음에 움직이지 말고 오로지 그분 자체를 위해서요. 그래도 저는 그분이 해 주실 수 있는 것 때문에 그분을 사랑하고 섬기고 싶지만요." "이런 촌놈, 악마나 물어 가거라." 돈키호테가 말했다. "가끔 어쩌면 그리 슬기로운 소리를 하느냐! 꼭 공부라도 한 것 같구나."

"맹세코 저는 글도 읽을 줄 모르는걸요." 산초가 대답했다.

그때 이발사 니콜라스 선생이 잠깐 기다려 달라고 그들을 소리쳐 불렀다. 거기 있는 작은 샘에서 잠시 멈추어 물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돈키호테가 걸음을 멈추자 산초는 적잖이 기뻤는데,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 벌써 지친 데다 주인에게 말꼬리를 잡힐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둘시네아가 토보소의 농사꾼 처녀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는 평생 한 번도 그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사이 카르데니오는 사람들이 도로테아를 찾아냈을 때 그 여자가 입고 있던 옷으로 갈아입었는데, 그리 좋은 옷은 아니었지만 그가 벗어 버린 옷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들은 샘 옆에서 내려, 신부가 객줏집에서 마련해 온 것으로 모두가 품고 온 큰 허기를 조금이나마 달랬다.

그러고 있는데 마침 길을 가던 소년 하나가 그곳을 지나다가, 샘가에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조금 뒤 돈키호테에게 달려들어 그의 다리를 끌어안고 몹시 서럽게 울기 시작하며 말했다.

"아이고, 나리! 저를 모르시겠어요? 잘 보세요. 제가 바로 나리께서 묶여 있던 털가시나무에서 풀어 주신 그 하인 안드레스예요." 돈키호테는 그를 알아보고 손을 잡더니 거기 있던 사람들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편력 기사가 세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여러분이 알도록 말하겠소. 편력 기사는 세상에 사는 오만하고 악한 자들이 저지르는 비뚤어진 일과 억울한 일을 바로잡아 주기 때문이오. 여러분, 들어 보시오. 지난번에 내가 어느 숲을 지나는데, 괴로워하며 도움을 바라는 사람의 것 같은 몹시 가련한 비명과 외침이 들려왔소. 나는 내 의무에 이끌려 그 애처로운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쪽으로 곧장 달려갔고, 지금 여기 앞에 있는 이 소년이 털가시나무에 묶여 있는 것을 보았소(이 아이를 만나 내 마음이 참으로 기쁘오. 내 말이 하나도 거짓이 아님을 증언해 줄 테니까). 말하자면 이 아이는 허리 위로 벗겨진 채 털가시나무에 묶여 있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아이의 주인인 어떤 촌놈이 암말 고삐로 살갗이 터지도록 매질을 하고 있었소.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그토록 끔찍한 매질의 까닭을 물었소. 그 무지렁이는 이 아이가 제 하인이라서 때린다고, 이 아이가 저지르는 몇 가지 실수는 어리숙해서라기보다 도둑 심보에서 나온다고 대답했소. 그러자 이 아이가 이렇게 말했소. '나리, 제가 품삯을 달라고 해서 때리는 것뿐이에요.' 주인은 무슨 장광설과 변명을 늘어놓았는데, 나는 그 말을 듣기는 했으나 받아들이지는 않았소. 결국 나는 그자에게 아이를 풀어 주게 하고, 아이를 데려가서 한 푼 한 푼 쌓아서, 그것도 향까지 쐬어서 치러 주겠다는 맹세를 받아 냈소. 얘야 안드레스, 이게 다 사실이 아니냐? 내가 얼마나 위엄 있게 그자에게 명령했는지, 그리고 그자가 내가 지우고 알리고 바란 것을 모두 하겠다고 얼마나 공손하게 약속했는지 너도 보지 않았느냐? 대답해 보아라. 당황하지도 머뭇거리지도 말고 이분들께 일어난 일을 말씀드려라. 길마다 편력 기사가 있는 것이 내 말대로 얼마나 이로운 일인지 보고 헤아리시게."

"나리께서 하신 말씀은 다 정말이에요." 소년이 대답했다. "그런데 일이 끝난 건 나리께서 생각하시는 것과 아주 거꾸로였어요."

"거꾸로라니?" 돈키호테가 되받았다. "그럼 그 촌놈이 너에게 품삯을 치르지 않았단 말이냐?" "치르지 않은 정도가 아니에요." 소년이 대답했다. "나리께서 숲을 넘어가시고 저희 둘만 남자마자, 주인은 저를 다시 그 털가시나무에 묶고는 새로 매질을 어찌나 해 댔는지 저는 가죽 벗겨진 성 바르톨로메오 꼴이 되었어요. 그리고 한 대 때릴 때마다 나리를 비웃는 농담이랑 놀림을 한마디씩 했는데, 제가 그렇게 아프지만 않았으면 그 말을 듣고 웃었을 거예요. 아무튼 주인이 저를 그 꼴로 만들어 놔서, 저는 그 몹쓸 촌놈이 그때 저한테 입힌 상처를 지금까지 병원에서 치료받았어요. 이게 다 나리 탓이에요. 나리께서 그냥 가던 길을 가시고, 부르지도 않은 데 오지 않으시고,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으셨으면, 주인은 저를 한두 다스 때리는 걸로 그치고 곧 풀어 주고 밀린 품삯을 다 줬을 거예요. 그런데 나리께서 그렇게 터무니없이 망신을 주고 상스러운 욕을 그렇게 퍼부으시니까 주인이 화가 치밀었고, 나리께 앙갚음을 할 수가 없으니까 혼자 남자 그 먹구름을 저한테 쏟아부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평생 다시는 사람 구실을 못 할 것만 같아요." "잘못은 내가 거기서 떠난 데 있었다." 돈키호테가 말했다. "너에게 품삯을 치르게 할 때까지 나는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촌놈치고 제가 한 약속이 저한테 이롭지 않다고 보면서도 그 약속을 지키는 놈은 없다는 것을 나는 오랜 경험으로 잘 알았어야 했다. 그래도 안드레스, 너도 기억하겠지. 그자가 너에게 품삯을 치르지 않으면 내가 그자를 찾아 나서겠다고, 그자가 고래 배 속에 숨더라도 기어이 찾아내겠다고 내가 맹세하지 않았느냐."

"그건 맞아요." 안드레스가 말했다. "그렇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소용이 있는지 이제 보게 될 게다." 돈키호테가 말했다.

이렇게 말하며 그는 서둘러 일어나, 그들이 먹는 동안 풀을 뜯고 있던 로시난테에게 굴레를 씌우라고 산초에게 일렀다.

도로테아가 그에게 무엇을 하려는지 물었다. 그는 그 촌놈을 찾아가 그 고약한 짓을 벌하고, 세상의 촌놈이 모두 덤벼 막는다 해도 안드레스가 마지막 1마라베디까지 받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도로테아는 약속한 소원에 따라 그는 자기 일을 끝내기 전에는 어떤 일에도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다. 이것은 누구보다도 그가 잘 알고 있으니, 자기 나라에서 돌아올 때까지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것이 그 여자의 대답이었다.

"옳은 말씀이오."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아씨께서 말씀하시듯 안드레스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겠소. 나는 그 아이에게, 원수를 갚아 주고 품삯을 받게 해 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다시 맹세하고 새로 약속하오."

"그런 맹세는 못 믿겠어요." 안드레스가 말했다. "세상의 복수를 다 합친 것보다 지금 세비야까지 갈 노자가 있는 편이 훨씬 좋겠어요. 거기 먹을 게 있으면 먹고 싸 갈 걸 좀 주세요. 나리도, 편력 기사들도 모두 잘 지내세요. 그 사람들이 저한테 행운을 베풀어 준 만큼만 그 사람들 앞길에도 행운이 따르라죠."

산초가 자기 식량 주머니에서 빵 한 조각과 치즈 한 조각을 꺼내 소년에게 건네며 말했다.

"받게, 안드레스 형씨. 자네 불운은 우리 모두에게 한 몫씩 돌아오니까." "그럼 당신한테는 무슨 몫이 돌아가오?" 안드레스가 물었다.

"내가 자네한테 주는 이 치즈와 빵 몫이지." 산초가 대답했다. "이게 나한테 아쉬울지 아닐지는 하느님만 아시네. 여보게, 알아 두게. 편력 기사의 종자들은 배를 많이 곯고 불운도 많이 겪는다네. 말로 하기보다 몸으로 느끼는 게 더 나은 다른 일들도 겪고 말이지."

안드레스는 빵과 치즈를 받아 쥐고는 아무도 다른 것을 주지 않는 것을 보자 고개를 숙이고, 흔히 하는 말로 길을 손에 쥐고 떠났다. 다만 떠나면서 돈키호테에게 이렇게 말한 것은 사실이다.

"하느님을 봐서라도, 편력 기사 나리, 다음에 또 저를 만나시거든, 제가 갈가리 찢기는 걸 보시더라도 구해 주지도 돕지도 마시고 그냥 제 불운 속에 내버려 두세요. 그 불운이 아무리 크다 해도 나리의 도움으로 저한테 닥칠 불운보다는 클 수 없을 테니까요. 하느님께서 나리를 저주하시기를, 그리고 세상에 태어난 편력 기사란 편력 기사는 모두 저주하시기를."

돈키호테는 그를 벌하려고 일어서려 했지만, 소년은 아무도 감히 뒤쫓을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냅다 달아났다. 돈키호테는 안드레스의 이야기에 몹시 무안해졌고, 다른 사람들은 그를 아주 무안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웃음을 참느라 무척 애를 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