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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본에 관하여

이 책은 허먼 멜빌의 《모비 딕(Moby-Dick; or, The Whale)》을 영어 원전에서 직접 옮긴 완역본입니다.

소설은 1851년 10월 런던의 리처드 벤틀리 출판사에서 『고래(The Whale)』라는 제목의 세 권짜리 책으로 먼저 나왔고, 한 달 뒤 뉴욕의 하퍼 앤드 브러더스 출판사에서 『모비 딕, 또는 고래』라는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런던판에는 에필로그가 빠져 있고 신앙과 몸에 관한 몇몇 대목이 깎여 있습니다. 이 책은 1851년 미국판 계열의 본문을 옮겨 적은 퍼블릭도메인 영어 전자 텍스트를 저본으로 삼았으므로, 에필로그를 옮기고 깎인 대목도 모두 살렸습니다.

앞부분의 「어원」과 「발췌」, 135장, 「에필로그」까지 원문 2,498문단을 한 문단도 합치거나 쪼개지 않고 옮겼습니다.

각주

멜빌은 본문 곳곳에 스스로 각주를 달았습니다. 원문에서는 이 각주가 본문 중간에 끼어 있지만, 이 책에서는 각 장의 끝으로 옮겼습니다. 표시가 없는 각주 22개는 모두 멜빌이 쓴 원주입니다.

옮긴이가 단 주는 제27장의 하나뿐이고, 첫머리에 「(옮긴이)」라고 적어 원주와 구별했습니다. 그 밖의 낯선 말은 본문 안에서 풀어 읽히게 했습니다. 멜빌이 일부러 라틴어로 남겨 둔 몇 대목은 한국어로 옮기고 원문을 괄호 안에 두었습니다.

하나의 목소리, 여러 가지 말투

이 소설은 화자 이슈메일 한 사람이 모험담, 해부학 논문, 설교, 법률 해설, 셰익스피어풍 희곡, 뱃노래를 번갈아 입는 책입니다.

  • 이슈메일의 서술은 해라체로 옮겼습니다. 지난 항해의 일은 과거형으로, 이슈메일이 지금 독자에게 들려주는 생각과 고래에 관한 해설은 현재형으로 적어서, 한 문단 안에서 시제가 바뀌기도 합니다. 학술 한자어와 뱃사람의 거친 입말이 한 문단에 섞이는 것도 원문 그대로입니다.
  • 매플 목사의 설교(제9장)는 회중에게 하는 말이라 합쇼체로 옮겼습니다.
  • 극 형식의 장(제36~40장, 제108장, 제119~122장, 제127장 등)은 원문처럼 희곡으로 짰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이름을 문단 첫머리에 적고 따옴표 없이 대사를 이었으며, 무대 지시문은 현재형 문장으로 옮겼습니다.
  • 에이해브의 말은 장중하되 옛 임금의 말투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무게는 낱말과 리듬, 명령의 짧음에서 나오게 했습니다. 선장과 항해사, 선원 사이의 높임말은 관계마다 정해 두고 끝까지 지켰습니다.

퀴퀘그와 플리스의 말

작살잡이 퀴퀘그는 포경선에서 배운 서툰 영어를 씁니다. 원문 독자에게도 서툰 말로 들리지만 뜻은 늘 분명하고, 사람은 위엄 있습니다. 이 책은 퀴퀘그의 말을 몇 가지 정해 둔 규칙으로만 옮겼습니다. 반말 기본형으로 끝맺고, 조사를 자주 빼고, 부정은 「안」만 씁니다. 소리 나는 대로 틀리게 적거나 외국인 흉내를 내는 말투는 쓰지 않았고, 맞춤법은 바르게 두었습니다.

늙은 요리사 플리스가 상어에게 설교하는 제64장의 말은, 원문이 당시 흔하던 흑인 말 흉내에 기대고 있는 대목입니다. 이 책은 그것을 한국의 어느 지방 방언으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소」「-구려」「-구먼」 같은 몇 가지 말끝과 「죄다」「암」 같은 낱말만 정해 두고, 쉽게 읽히는 노인의 말로 옮겼습니다. 두 사람 모두 웃음거리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으로 읽히기를 바랐습니다.

원문 시대의 인종 표현은 화자의 시대 말로 옮기되 덧칠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물이 남을 모욕하려고 쓴 말은 숨기지 않고 그대로 옮겼습니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 주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포경 용어와 장 제목

  • 포경 용어는 책 전체에서 한 낱말에 한 글자로 고정했습니다. 고래를 찌르는 harpoon은 「작살」, 숨통을 끊는 lance는 「창」, 작살에 매인 line은 「작살줄」, 그것을 던지는 사람은 「작살잡이」입니다. spermaceti는 「경랍」, blubber는 「지방층」, try-works는 「기름 솥」입니다. 원문이 스스로 풀이하는 뱃말(갬, 브릿 같은 말)은 소리대로 적었습니다.
  • 고래 이름은 멜빌이 부른 이름을 옮겼습니다. 오늘날의 분류와 맞지 않는 이름(참고래, 그린란드고래 등)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흰 고래의 이름은 「모비 딕」으로 띄어 적었습니다.
  • 장 제목은 원문의 제목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제목이 말장난이거나 배 이름이면 본문과 같은 글자로 맞추었습니다.

그 밖의 것

  • 연도와 거리·무게·돈은 「1851년」「60피트」「1,000배럴」처럼 아라비아 숫자로, 나이와 햇수, 시각, 사람 수는 「스무 살」「석 달」「아홉 시」처럼 한글로 적었습니다. 원문이 말로 쓴 큰 수는 「만」「천」처럼 한글로 두었습니다.
  • 성경의 인명과 지명은 개역 성경의 표기를 따랐지만, 인용문은 새로 옮겼습니다.
  • 원문의 줄표는 쓰지 않고 문장을 나누거나 쉼표로 이었으며, 말이 끊긴 자리만 말줄임표로 옮겼습니다. 원문의 기울임 강조는 대부분 강조 표시로 살렸습니다.
  • 원문이 가린 욕은 가리지 않고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