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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제135장 추격, 셋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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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장 추격, 셋째 날

셋째 날 아침은 맑고 상쾌하게 밝았고, 다시 한번 앞돛대 꼭대기에서 홀로 밤을 지킨 사람은 돛대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활대마다 점점이 박힌 낮 망꾼들 무리와 교대했다.

"놈이 보이느냐?" 에이해브가 외쳤다. 그러나 고래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어김없는 놈의 항적 안에 있다. 그 항적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거기 키, 가던 대로, 지금까지 가던 대로 그대로 가라. 오늘도 얼마나 아름다운 날이냐! 이것이 새로 만든 세상이고, 천사들의 여름 별장으로 만든 것이고, 오늘 아침이 천사들에게 처음 문을 여는 날이라 해도, 그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날이 밝을 수는 없으리라. 에이해브에게 생각할 겨를이 있다면 여기 생각할 거리가 있다. 그러나 에이해브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느끼고, 느끼고, 느낄 뿐이다. 죽을 운명의 인간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짜릿하다! 생각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다. 하나님만이 그 권리와 특권을 지니신다. 생각이란 서늘함이고 고요함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가엾은 심장은 너무 두근거리고, 우리의 가엾은 뇌는 그러기에는 너무 고동친다. 그런데도 나는 이따금 내 뇌가 아주 고요하다고, 얼어붙은 듯 고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늙은 두개골이 이렇게 쩍쩍 갈라지니, 담긴 것이 얼음으로 변해 잔을 깨뜨려 버린 유리잔처럼. 그런데도 이 머리털은 지금도 자라고 있다.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다. 그러니 열이 그것을 길러 내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니다. 이것은 그린란드 얼음의 흙 틈새에서든 베수비오 화산의 용암 속에서든 어디서나 자라는 흔해 빠진 풀 같은 것이다. 사나운 바람이 그것을 얼마나 휘날리는지. 바람은 쪼개진 돛의 찢긴 조각들이 저희가 매달린 흔들리는 배를 후려치듯 그것으로 내 몸을 후려친다. 이 비열한 바람은 틀림없이 여기 오기 전에 감옥의 복도와 감방, 병원의 병실을 지나며 그곳의 공기를 갈아 주고, 이제 양털처럼 순진한 얼굴로 이리로 불어오는 것이다. 집어치워라! 더럽혀진 바람이다. 내가 바람이라면 이렇게 사악하고 비참한 세상에는 더는 불지 않으리라. 어딘가 동굴로 기어들어 거기 숨어 버리리라. 그런데도 바람이란 고귀하고 영웅다운 것이다! 누가 바람을 정복한 적이 있느냐? 모든 싸움에서 바람은 마지막의, 가장 쓰라린 일격을 날린다. 창을 겨누고 덤벼들면 그저 바람을 꿰뚫고 지나갈 뿐이다. 하! 벌거벗은 사람은 후려치면서 단 한 대도 맞으려고 버티고 서지 않는 겁쟁이 바람이로구나. 에이해브조차 그것보다는 더 용감한 것이다. 더 고귀한 것이다. 이제 바람에 몸이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나 죽을 운명의 인간을 가장 화나게 하고 가장 모욕하는 것들, 그런 것들은 모두 몸이 없다. 그러나 대상으로서만 몸이 없을 뿐, 행위자로서는 그렇지 않다. 거기에 가장 특별하고, 가장 교활하고, 오, 가장 악의에 찬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나는 다시 말하고 지금 맹세한다. 바람에는 온통 영광스럽고 은혜로운 무언가가 있다. 적어도 이 따뜻한 무역풍은 그렇다. 무역풍은 맑은 하늘에서 힘차고 한결같은 기운찬 부드러움으로 곧장 불어 간다. 바다의 더 천한 해류들이 아무리 방향을 바꾸고 이리저리 틀어도, 뭍의 가장 힘센 미시시피강들이 결국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아무리 빠르게 굽이치며 휘돌아도, 무역풍은 제 과녁에서 빗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영원한 두 극에 걸고! 내 좋은 배를 그토록 곧장 몰아 주는 바로 이 무역풍이, 이 무역풍이, 아니면 그와 비슷한 무언가가, 그토록 변함없고 그만큼 센 무언가가 용골 단 내 영혼을 몰아 간다! 가자! 거기 위! 무엇이 보이느냐?"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선장님."

"아무것도 안 보인다니! 정오가 가까운데! 금화가 임자를 찾아 구걸하고 다니는구나! 해를 보아라! 그래, 그래, 그렇게 된 게 틀림없다. 내가 놈을 지나쳐 와 버렸다. 어떻게 놈이 앞질렀지? 그래, 이제는 놈이 나를 쫓고 있다. 내가 놈을 쫓는 게 아니라. 고약하다. 그것도 진작 알았어야 했다. 바보로구나! 줄들, 놈이 끌고 가는 작살들. 그래, 그래, 간밤에 내가 놈을 앞질러 달렸다. 배를 돌려라! 돌려라! 정해진 망꾼만 남기고 모두 내려와라! 활대 줄을 잡아라!"

피쿼드호가 지금까지 몰아 온 대로라면 바람은 고물 비스듬히 뒤쪽에서 얼마쯤 불어오고 있었으므로, 이제 정반대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리자, 활대를 당긴 배는 제가 남긴 흰 항적의 크림을 다시 휘저으며 바람에 바싹 맞서 나아갔다.

"이제 바람을 거슬러 그는 벌린 아가리로 배를 몬다." 스타벅이 새로 당긴 큰돛대 활대 줄을 난간에 사려 감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하나님, 우리를 지켜 주소서. 벌써 내 뼈가 속에서 축축하게 느껴지고, 안에서부터 살이 젖어 든다. 그에게 복종함으로써 내 하나님께 불복종하는 것이 아닌지 두렵다!"

"나를 끌어 올릴 채비를 해라!" 에이해브가 삼밧줄 바구니로 다가가며 외쳤다. "곧 놈을 만나리라."

"예, 알겠습니다, 선장님." 스타벅은 곧바로 에이해브가 시킨 대로 했고, 다시 한번 에이해브는 높이 매달려 올라갔다.

이제 한 시간이 꼬박 지나갔다. 금박처럼 두드려 펴져 몇 세대나 되는 듯한 한 시간이었다. 이제 시간 자체가 날카로운 긴장 속에서 긴 숨을 참았다. 그러나 마침내 바람 불어오는 쪽 뱃머리에서 세 점쯤 벗어난 곳에서 에이해브가 다시 물줄기를 찾아냈고, 그러자 곧바로 세 돛대 꼭대기에서 불의 혀가 소리 낸 듯한 세 개의 비명이 솟았다.

"이마와 이마를 맞대고 너를 만난다, 이 세 번째로, 모비 딕! 거기 갑판! 활대를 더 바싹 당겨라. 배를 바람의 눈 속으로 밀어 넣어라. 아직 보트를 내리기에는 놈이 너무 멀다, 스타벅. 돛이 떤다! 저 키잡이 곁에 큰 쇠망치를 들고 서 있어라! 그래, 그래. 놈은 빨리 간다. 나는 내려가야겠다. 그러나 여기 위에서 바다를 한 번 더 잘 둘러보자. 그럴 시간은 있다. 오래된, 아주 오래된 광경인데 어쩐지 이토록 젊구나. 그렇다, 소년 시절 낸터킷의 모래 언덕에서 처음 보았을 때와 눈 한 번 깜박일 만큼도 달라지지 않았다! 같다! 같다! 노아에게나 나에게나 같다. 바람 불어 가는 쪽에 부드러운 소나기가 내린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바람 아래 쪽이라니! 그 쪽은 어딘가로 이어지는 게 틀림없다. 흔한 뭍 말고 다른 무언가로, 야자나무보다 더 야자나무 같은 곳으로. 바람 불어 가는 쪽! 흰 고래는 그쪽으로 간다. 그렇다면 바람 불어오는 쪽을 보아라. 더 쓰라린 쪽일수록 더 좋은 쪽이다. 그러나 잘 있거라, 잘 있거라, 늙은 돛대 꼭대기여! 이게 뭐냐? 초록? 그렇다, 이 뒤틀린 틈새에 작은 이끼가 끼었구나. 에이해브의 머리에는 그런 초록빛 비바람 얼룩이 없다! 여기에 이제 사람의 늙음과 물질의 늙음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래, 늙은 돛대여, 우리 둘은 함께 늙어 간다. 그래도 우리는 몸통은 튼튼하지, 그렇지 않으냐, 나의 배여? 그래, 다리 하나가 없을 뿐이다, 그뿐이다. 하늘에 걸고, 이 죽은 나무가 모든 점에서 나의 산 살보다 낫구나. 나는 이것과 견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죽은 나무로 만든 배가, 생명력 넘치는 아버지들의 가장 생생한 것으로 만든 사람들의 목숨보다 오래 사는 것을 보았다. 그가 뭐라고 했더라? 나의 길잡이인 그는 그래도 내 앞에 가야 하고, 그래도 다시 보여야 한다고? 그러나 어디서? 내가 그 끝없는 계단을 내려간다 치면, 바다 밑바닥에서 내게 눈이 있을까? 그리고 밤새 나는, 그가 어디로 가라앉았든, 그에게서 멀어지며 항해했다. 그래, 그래, 다른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너는 너 자신에 대해서는 무시무시한 진실을 말했다, 오 파시교도여. 그러나 에이해브에 대해서는 네 화살이 못 미쳤다. 잘 있거라, 돛대 꼭대기여. 내가 없는 동안 고래를 잘 지켜보아라. 내일, 아니, 오늘 밤, 흰 고래가 머리와 꼬리가 묶인 채 저 아래 누워 있을 때 이야기하자."

그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여전히 둘레를 둘러보며, 갈라진 푸른 허공을 지나 갑판으로 꾸준히 내려졌다.

때가 되자 보트들이 내려졌다. 그러나 에이해브는 제 작은 보트의 고물에 서서 막 내려가려는 참에, 갑판에서 도르래 밧줄 하나를 쥐고 있는 항해사에게 손짓하여 잠깐 멈추라고 했다.

"스타벅!"

"예, 선장님?"

"내 영혼의 배가 이 항해에 나서는 것이 이번으로 세 번째다, 스타벅."

"예, 선장님. 선장님께서 그렇게 하시겠다니까요."

"어떤 배들은 항구를 떠난 뒤로 영영 소식이 끊긴다, 스타벅!"

"맞는 말씀입니다, 선장님. 가장 슬픈 진실입니다."

"어떤 사람은 썰물 때 죽고, 어떤 사람은 물이 다 빠졌을 때 죽고, 어떤 사람은 밀물이 가득 찼을 때 죽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온통 하나의 물마루로 솟구친 큰 물결 같다, 스타벅. 나는 늙었다. 나와 악수하자, 이 사람아."

두 사람의 손이 맞잡혔다. 두 사람의 눈이 서로에게 박혔다. 스타벅의 눈물이 그것을 붙이는 아교였다.

"오, 나의 선장님, 나의 선장님! 고귀한 마음이여, 가지 마십시오, 가지 마십시오! 보십시오, 용감한 사내가 울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말리는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내려라!" 에이해브가 항해사의 팔을 뿌리치며 외쳤다. "선원들은 준비해라!"

순식간에 보트는 고물 바로 아래를 돌아 저어 나갔다.

"상어다! 상어다!" 거기 낮은 선장실 창문에서 한 목소리가 외쳤다. "오, 주인님, 나의 주인님, 돌아오세요!"

그러나 에이해브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그때 그 자신의 목소리가 높이 솟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트는 펄쩍 뛰듯 나아갔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참말을 했다. 그가 배에서 밀고 나가자마자, 선체 밑의 검은 물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상어 떼가 노가 물에 잠길 때마다 노깃을 악의에 차서 덥석덥석 물어 대며, 그렇게 물어뜯으며 보트를 따라왔다. 그것은 상어가 우글거리는 그 바다에서 포경 보트들에게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로, 동방에서 행군하는 연대의 깃발 위에 독수리들이 맴돌듯, 상어들도 때로 그렇게 앞일을 내다보는 듯 보트를 따라오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상어들은 흰 고래를 처음 본 뒤로 피쿼드호가 처음 본 상어들이었다. 그리고 에이해브의 선원들이 모두 그토록 호랑이처럼 누런 야만인들이어서 그들의 살 냄새가 상어의 감각에 더 사향처럼 진하게 느껴졌기 때문인지, 그것은 때로 상어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잘 알려진 일이지만, 어찌 되었든 상어들은 다른 보트들은 건드리지 않고 그 한 보트만 따라가는 것 같았다.

"벼려 만든 강철 같은 심장이로구나!" 스타벅이 뱃전 너머로 멀어져 가는 보트를 눈으로 좇으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그 광경에 대담하게 울릴 수 있느냐? 굶주린 상어 떼 속으로 용골을 내리고, 입을 벌리고 추격에 나서는 그놈들에게 쫓기면서, 그것도 고비가 되는 셋째 날에? 사흘이 하나로 이어진 맹렬한 추격으로 흘러갈 때, 틀림없이 첫날은 아침이고, 둘째 날은 한낮이고, 셋째 날은 저녁이며 그 일의 끝이다. 그 끝이 무엇이든. 오! 나의 하나님! 나를 꿰뚫고 지나가며 나를 이토록 죽은 듯 고요하게,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기다리게, 몸서리의 꼭대기에 못 박힌 채로 남겨 두는 이것은 무엇입니까! 앞으로 올 일들이 텅 빈 윤곽과 뼈대처럼 내 앞에서 헤엄친다. 지나간 일은 모두 어쩐지 흐릿해졌다. 메리, 여보! 당신은 창백한 영광 속에 내 뒤에서 희미해져 가는구려. 아가! 이상하게 파래진 네 눈만 보이는 것 같구나. 삶의 가장 기이한 문제들이 풀려 가는 것 같다. 그러나 구름이 그 사이를 휩쓸고 지나간다. 내 여정의 끝이 다가오는가? 다리에 힘이 없다. 온종일 걸어온 사람의 다리처럼. 네 심장을 짚어 보아라. 아직 뛰느냐? 정신 차려라, 스타벅! 떨쳐 버려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소리 내어 말해라! 거기 돛대 꼭대기! 언덕 위에 내 아이의 손이 보이느냐? 미쳤구나. 거기 위! 보트들에서 가장 날카로운 눈을 떼지 마라. 고래를 잘 지켜보아라! 어이! 또! 저 매를 쫓아라! 보라! 쪼아 댄다. 풍향기를 찢는다." 그는 큰돛대 꼭대기 둥근 판에 나부끼는 붉은 깃발을 가리켰다. "하! 그걸 물고 날아오른다! 노인은 지금 어디 있지? 저 광경이 보입니까, 오 에이해브 선장님! 몸서리가 난다, 몸서리가!"

보트들이 그리 멀리 가지 않았을 때, 돛대 꼭대기에서 보낸 신호, 곧 아래를 가리키는 팔을 보고 에이해브는 고래가 잠수했음을 알았으나, 다음에 떠오를 때 놈 가까이 있으려고 배에서 조금 옆으로 비껴 계속 나아갔다. 넋을 빼앗긴 선원들은 더없이 깊은 침묵을 지켰고, 맞받아치는 물결이 맞선 뱃머리를 두들기고 또 두들겼다.

"박아라, 너희 못을 박아라, 오 너희 파도여! 대가리 끝까지 박아 넣어라! 너희는 뚜껑 없는 것을 칠 뿐이다. 그리고 관도 영구차도 내 것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나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삼밧줄뿐이다! 하! 하!"

갑자기 그들 둘레의 물이 넓은 원을 그리며 천천히 부풀어 오르더니, 물에 잠긴 빙산에서 옆으로 미끄러져 나와 수면으로 재빨리 솟아오르는 듯 빠르게 들썩였다. 낮게 우르릉거리는 소리, 땅속에서 나는 듯한 웅웅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모두 숨을 죽였다. 끌고 다니는 밧줄과 작살과 창에 엉망으로 휘감긴 거대한 형체가 바다에서 길게, 그러나 비스듬히 솟구쳐 나왔던 것이다. 가늘게 늘어진 안개의 너울에 휩싸인 채 그것은 무지개 걸린 허공에 잠깐 머물렀다가, 첨벙 물을 뒤덮으며 깊은 바다로 다시 떨어졌다. 30피트 위로 짓눌려 솟구친 물은 한순간 샘을 무더기로 쌓아 놓은 듯 번득였다가, 눈송이 같은 물방울의 소나기가 되어 부서지며 가라앉으며, 고래의 대리석 몸통 둘레의 원을 그리는 수면을 갓 짠 우유처럼 크림빛으로 남겨 두었다.

"저어라!" 에이해브가 노잡이들에게 외쳤다. 그리고 보트들은 공격하러 쏜살같이 나아갔다. 그러나 어제 박힌 새 작살들이 몸속에서 부식하는 데 미쳐 날뛰는 모비 딕은, 하늘에서 떨어진 모든 천사에게 한꺼번에 씐 것 같았다. 넓고 흰 이마를 뒤덮은 단조해 붙인 듯한 힘줄의 넓은 층이 투명한 살갗 밑에서 한데 뜨개질한 것처럼 보였다. 놈은 머리를 앞세우고 보트들 사이로 꼬리를 휘저으며 다가와 다시 한번 보트들을 도리깨질하듯 흩어 놓으며, 두 항해사의 보트에서 작살과 창을 쏟아 버리고 그 뱃머리 윗부분 한쪽을 박살 냈으나, 에이해브의 보트는 거의 흠집 하나 없이 남겨 두었다.

다구와 퀴퀘그가 뒤틀린 널빤지를 막고 있는 동안, 그리고 고래가 그들에게서 헤엄쳐 나갔다가 돌아서서 다시 그들 곁을 쏜살같이 지나가며 한쪽 옆구리를 통째로 드러낸 그 순간, 날카로운 외침이 솟았다. 물고기의 등에 칭칭 감겨 묶인 채, 간밤에 고래가 제 몸 둘레에 작살줄을 감아 들인 그 겹겹의 고리 속에 꽁꽁 묶인 채, 파시교도의 반쯤 찢긴 몸이 보였는데, 검은 옷은 갈가리 해어졌고, 부릅뜬 눈은 늙은 에이해브를 똑바로 향해 있었다.

작살이 그의 손에서 떨어졌다.

"속았다, 속았다!" 그는 길고 가냘픈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 파시교도! 너를 다시 보는구나. 그래, 그리고 너는 앞서 간다. 그렇다면 이것이, 이것이 네가 약속한 영구차로구나. 그러나 나는 네 말의 마지막 글자까지 너를 붙들고 놓지 않겠다. 둘째 영구차는 어디 있느냐? 항해사들, 배로 가라! 그 보트들은 이제 쓸모가 없다. 제때 고칠 수 있으면 고쳐서 내게 돌아와라. 그러지 못하면 에이해브 혼자서도 죽기에 넉넉하다. 앉아라, 얘들아! 내가 서 있는 이 보트에서 뛰어내리려는 시늉만 하는 것이 있으면 맨 먼저 그것에 작살을 박겠다. 너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의 팔이고 나의 다리다. 그러니 내게 복종해라. 고래는 어디 있느냐? 다시 잠수했느냐?"

그러나 그는 보트에서 너무 가까운 데를 보았다. 모비 딕은 저가 짊어진 시체를 데리고 달아나려고 작정한 듯, 그리고 지난번 맞붙은 그 자리가 바람 불어 가는 쪽으로 가는 제 항해의 한 단계에 지나지 않았던 듯, 이제 다시 꾸준히 앞으로 헤엄쳐 가고 있었고, 배를 거의 지나쳐 가 있었다. 배는 지금까지 고래와 반대 방향으로 항해해 왔으나, 당분간은 나아가기를 멈추고 있었다. 고래는 있는 힘껏 빠르게 헤엄치며, 이제 바다에서 저만의 곧은 길을 따라가는 데만 마음을 쏟는 것 같았다.

"오! 에이해브 선장님." 스타벅이 외쳤다. "지금이라도, 셋째 날인 지금이라도 그만두기에 늦지 않았습니다. 보십시오! 모비 딕은 선장님을 찾지 않습니다. 미친 듯이 놈을 찾는 것은 선장님, 바로 선장님입니다!"

거세지는 바람에 돛을 올린 외로운 보트는 노와 돛 양쪽으로 바람 불어 가는 쪽으로 빠르게 밀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에이해브가 배 곁을 미끄러지듯 지나갈 때, 난간 너머로 몸을 기울인 스타벅의 얼굴을 똑똑히 알아볼 만큼 가까웠을 때, 그는 스타벅에게 배를 돌려 너무 빠르지 않게 알맞은 간격을 두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외쳤다. 위를 흘끗 올려다보니 태시테고와 퀴퀘그와 다구가 세 돛대 꼭대기로 열심히 오르고 있었고, 그동안 노잡이들은 막 뱃전으로 끌어 올린 박살 난 보트 두 척 안에서 흔들리며 바삐 그것을 고치고 있었다. 그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동안 현창 너머로 스터브와 플래스크가 새 작살과 창 다발 사이에서 갑판 위를 바삐 오가는 모습도 하나씩 차례로 휙휙 스쳐 보였다. 이 모든 것을 보았을 때, 부서진 보트에서 망치 소리를 들었을 때, 그와는 전혀 다른 망치들이 그의 심장에 못을 박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기운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제 큰돛대 꼭대기에서 풍향기, 곧 깃발이 없어진 것을 알아채고, 막 그 망보는 자리에 이른 태시테고에게 다시 내려가 다른 깃발과 망치와 못을 가지고 올라가 그것을 돛대에 못 박으라고 외쳤다.

사흘을 내리 쫓긴 데다 짊어진 얽힌 짐 때문에 헤엄치기가 힘겨워 지쳤기 때문인지, 아니면 놈 안에 숨어 있는 어떤 속임수와 악의 때문인지, 어느 쪽이 참이든, 흰 고래의 걸음은 이제 다시 한번 그토록 빠르게 다가오는 보트에서 보기에 느려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사실 고래가 마지막으로 내달린 거리는 전처럼 길지는 않았다. 그리고 에이해브가 파도 위를 미끄러져 가는 동안에도 무자비한 상어들은 여전히 그를 따라왔다. 그리고 어찌나 끈질기게 보트에 달라붙고 어찌나 쉬지 않고 움직이는 노를 물어 대는지, 노깃이 들쭉날쭉 깨물려 거의 물에 담글 때마다 작은 부스러기를 바다에 남겼다.

"신경 쓰지 마라! 저 이빨들은 너희 노에 새 노걸이를 만들어 줄 뿐이다. 계속 저어라! 내맡기는 물보다 상어 아가리가 더 나은 받침이다."

"하지만 한 번 물릴 때마다, 선장님, 얇은 노깃이 자꾸자꾸 작아집니다!"

"그만하면 충분히 버틴다! 계속 저어라! 그러나 누가 알겠느냐." 그는 중얼거렸다. "이 상어들이 고래를 먹으려고 헤엄쳐 오는지, 에이해브를 먹으려고 헤엄쳐 오는지? 그래도 계속 저어라! 그래, 이제 모두 기운을 내라. 놈에게 다가간다. 키를! 키를 잡아라! 나를 지나가게 해라." 그렇게 말하자 노잡이 둘이 그를 거들어 아직 날듯이 달리는 보트의 뱃머리로 데려갔다.

마침내 보트가 한쪽으로 틀어져 흰 고래의 옆구리를 따라 나란히 달렸을 때, 고래는 이상하게도 보트가 다가오는 것을 잊은 듯했는데, 고래는 때로 그러기도 한다. 그리고 에이해브는 고래의 물줄기에서 내뿜어져 모나드녹산 같은 거대한 혹 둘레에 감도는 연기 같은 산안개 속에 완전히 들어가 있었다. 그토록 놈에게 가까이 있었다. 그때 그는 몸을 뒤로 활처럼 젖히고 두 팔을 길게 높이 쳐들어 겨눈 채, 그 사나운 작살을,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사나운 저주를 미운 고래에게 던졌다. 강철과 저주가 늪에 빨려 들듯 자루 구멍까지 깊숙이 박히자, 모비 딕은 옆으로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경련하듯 가까운 쪽 옆구리를 뱃머리에 대고 굴려, 구멍 하나 내지 않고도 보트를 어찌나 갑자기 기울였는지, 그때 매달린 뱃전의 높은 부분이 없었다면 에이해브는 또 한 번 바다로 내던져졌으리라. 실제로는 노잡이 셋이, 작살을 던지는 정확한 순간을 미리 몰라 그 결과에 대비하지 못했던 그 셋이 밖으로 내던져졌다. 그러나 떨어진 자리가 좋아서 그 가운데 둘은 순식간에 다시 뱃전을 움켜쥐었고, 솟구치는 물결을 타고 뱃전 높이까지 올라와 몸째로 보트 안으로 다시 뛰어들었고, 셋째 사람은 어쩔 도리 없이 고물 쪽으로 처졌으나 아직 떠서 헤엄치고 있었다.

거의 같은 순간, 흰 고래는 단계 없이 단숨에 터져 나오는 엄청난 의지의 빠르기로 뒤끓는 바다를 쏜살같이 헤치고 나아갔다. 그러나 에이해브가 키잡이에게 작살줄을 새로 감아 그대로 붙들고 있으라고 외치고, 선원들에게 자리에서 몸을 돌려 보트를 과녁까지 끌어당기라고 명령하자, 배신하는 작살줄은 그 두 겹의 팽팽함과 잡아당김을 느끼는 순간 텅 빈 허공에서 뚝 끊어졌다!

"내 안에서 무엇이 끊어지느냐? 어느 힘줄이 툭 끊어진다! 다시 온전해졌다. 노를! 노를! 놈에게 들이닥쳐라!"

바다를 박살 내며 달려오는 보트의 엄청난 기세를 듣고, 고래는 몸을 휙 돌려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밋밋한 이마를 들이댔으나, 그렇게 도는 사이에 다가오는 배의 검은 선체를 보았다. 거기서 저를 괴롭혀 온 모든 것의 근원을 본 듯, 어쩌면 그것을 더 크고 더 고귀한 적으로 여긴 듯, 놈은 갑자기 다가오는 배의 뱃머리를 향해 내리달렸다. 불꽃 튀는 거품의 소나기 속에서 턱을 맞부딪치며.

에이해브가 비틀거렸다. 그의 손이 이마를 쳤다. "눈이 먼다. 손들아! 내 앞으로 뻗어라. 그래도 길을 더듬어 갈 수 있도록. 밤이냐?"

"고래가! 배가!" 움츠러든 노잡이들이 외쳤다.

"노를! 노를! 너의 깊은 곳으로 비탈져 내려가라, 오 바다여, 영영 너무 늦기 전에 에이해브가 이 마지막, 마지막으로 과녁에 미끄러져 닿을 수 있도록! 보인다. 배다! 배다! 돌진해라, 얘들아! 내 배를 구하지 않겠느냐?"

그러나 노잡이들이 쇠망치처럼 내리치는 파도를 뚫고 사납게 보트를 밀어붙이자, 앞서 고래에게 얻어맞은 널빤지 두 장의 뱃머리 쪽 끝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거의 순식간에, 잠시 쓸 수 없게 된 보트가 파도와 거의 같은 높이로 내려앉았고, 반쯤 물에 잠겨 첨벙거리는 선원들은 터진 데를 막고 쏟아져 드는 물을 퍼내려고 애썼다.

그동안, 바라보던 그 한순간, 태시테고의 돛대 꼭대기 망치는 그의 손에 쳐든 채 멈추어 있었고, 붉은 깃발은 격자무늬 어깨걸이처럼 반쯤 그를 감쌌다가, 앞으로 흘러가는 그 자신의 심장처럼 그에게서 곧게 뻗어 나부꼈다. 그동안 그 아래 뱃머리 기움 돛대에 서 있던 스타벅과 스터브도 그와 거의 같은 때에 덮쳐 오는 괴물을 보았다.

"고래다, 고래다! 키를 올려라, 키를 올려라! 오, 대기의 모든 다정한 힘이여, 이제 나를 꼭 껴안아 주소서! 스타벅이 죽어야 한다면, 여자처럼 기절하여 죽게 하지는 마소서. 키를 올리라니까. 이 바보들아, 턱이다! 턱이다! 이것이 내 온갖 터질 듯한 기도의 끝이냐? 평생 지켜 온 내 온갖 충직함의 끝이냐? 오, 에이해브, 에이해브, 보십시오, 선장님이 한 일을. 그대로! 키잡이, 그대로. 아니다, 아니다! 다시 키를 올려라! 놈이 우리를 맞으려고 돌아선다! 오, 놈의 달랠 수 없는 이마가 한 사람을 향해 달려온다. 의무 때문에 떠날 수 없는 사람을 향해. 나의 하나님, 이제 제 곁에 서 주소서!"

"내 곁에 서지 말고 내 밑에 서 다오, 이제 스터브를 도와줄 이가 누구든. 스터브도 여기 꼼짝없이 박혀 있으니. 너를 보고 이를 드러내고 웃어 주마, 이를 드러내고 웃는 고래야! 스터브의 깜박이지 않는 눈 말고 누가 스터브를 도와준 적이 있으며, 누가 스터브를 깨워 준 적이 있더냐? 그리고 이제 가엾은 스터브는 너무나 푹신한 요 위에 잠자리를 펴는구나. 차라리 덤불이나 채워 넣었으면 좋으련만! 너를 보고 이를 드러내고 웃어 주마, 이를 드러내고 웃는 고래야! 보아라, 해와 달과 별들아! 너희를 일찍이 제 넋을 물줄기로 뿜어 올린 그 누구 못지않게 좋은 녀석을 죽인 살인자들이라고 부르겠다. 그래도 너희가 잔을 건네주기만 한다면 너희와 잔을 부딪쳐 주겠다! 오, 오! 오, 오! 이를 드러내고 웃는 고래야, 하지만 곧 실컷 꿀꺽꿀꺽 들이켜게 되겠지! 왜 달아나지 않습니까, 오 에이해브 선장님! 나로 말하자면, 신발과 웃옷을 벗어 던지자. 스터브는 속옷 바람으로 죽게 해라! 그래도 더없이 곰팡내 나고 지나치게 짠 죽음이로구나. 버찌! 버찌! 버찌! 오, 플래스크, 죽기 전에 빨간 버찌 한 알만!"

"버찌? 나는 버찌가 자라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오, 스터브, 가엾은 우리 어머니가 지금쯤 내 몫의 일부를 받아 가셨으면 좋겠어. 아니라면 이제 어머니한테 갈 동전은 몇 푼 안 되겠지. 항해가 끝났으니까."

배의 뱃머리에서는 이제 거의 모든 선원이, 저마다 하던 일에서 쏜살같이 뛰쳐나온 그대로 망치와 널빤지 조각과 창과 작살을 기계적으로 손에 쥔 채, 넋 놓고 매달려 있었다. 넋 나간 그들의 눈은 모두 고래에게 쏠려 있었는데, 고래는 운명을 정하는 머리를 이상하게 좌우로 흔들며, 돌진하는 앞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넓게 퍼지는 거품의 띠를 보냈다. 응보와 재빠른 복수와 영원한 악의가 놈의 온 모습에 서려 있었다. 그리고 죽을 운명의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놈의 이마라는 단단하고 흰 버팀벽이 배의 우현 뱃머리를 들이받아 사람도 목재도 휘청거렸다. 몇몇은 얼굴을 처박고 엎어졌다. 높은 곳의 작살잡이들의 머리가 황소 같은 목 위에서 뽑혀 나간 돛대 꼭대기 둥근 판처럼 흔들렸다. 그들은 뚫린 데로 물이, 산골짜기의 급류가 수로를 타고 쏟아지듯 쏟아져 드는 소리를 들었다.

"배다! 영구차다! 둘째 영구차다!" 에이해브가 보트에서 외쳤다. "그 나무는 아메리카 것일 수밖에 없다!"

고래는 가라앉는 배 밑으로 잠수하여 떨면서 용골을 따라 달렸다. 그러나 물속에서 몸을 돌려, 배의 반대쪽 뱃머리에서 멀리 떨어졌으나 에이해브의 보트에서는 몇 야드 안 되는 곳으로 다시 재빨리 솟구쳤다. 거기서 놈은 한동안 잠잠히 누워 있었다.

"나는 해에게서 몸을 돌린다. 어이, 태시테고! 네 망치 소리를 들려 다오. 오! 끝내 항복하지 않은 나의 세 돛대여, 금 가지 않은 용골이여, 오직 신에게만 시달린 선체여, 굳건한 갑판이여, 오만한 키여, 북극을 가리키는 뱃머리여, 죽음으로 영광을 얻는 배여! 너희가 끝내 죽는단 말이냐, 그것도 나 없이? 가장 보잘것없는 난파선 선장도 마지막으로 품는 그 애틋한 자부심마저 나는 끊겨 나가는가? 아, 외로운 삶에 외로운 죽음이여! 아, 이제야 알겠다. 나의 가장 높은 위대함은 나의 가장 높은 슬픔 안에 있다. 하, 하! 지나간 내 온 생애의 대담한 물결들아, 너희가 닿은 가장 먼 끝에서부터 이제 모두 쏟아져 들어와, 내 죽음이라는 이 산더미 같은 큰 물결 위에 너희를 얹어라! 너를 향해 나는 굴러간다, 모든 것을 부수되 정복하지는 못하는 고래여. 마지막까지 너와 맞붙으리라. 지옥의 한복판에서 너를 찌르리라. 증오를 위하여 내 마지막 숨을 네게 뱉으리라. 모든 관과 모든 영구차는 한 웅덩이로 가라앉아라! 그 어느 것도 내 것이 될 수 없으니, 차라리 너에게 묶인 채 너를 쫓으며 갈가리 찢기도록 끌려가게 하라, 이 저주받은 고래야! 이렇게, 나는 창을 내던진다!"

작살이 던져졌다. 작살에 맞은 고래가 앞으로 내달렸고, 불이 붙을 듯한 빠르기로 작살줄이 홈을 타고 풀려 나가다가 엉켰다. 에이해브가 그것을 풀려고 몸을 숙였고, 정말로 그것을 풀었다. 그러나 날아가는 고리가 그의 목을 휘감았고, 터키의 벙어리 형리들이 활시위로 희생자의 목을 조르듯 소리 없이, 선원들이 그가 사라진 줄도 알기 전에 그는 보트 밖으로 쏘아져 나갔다. 다음 순간, 밧줄 맨 끝의 무거운 고리 매듭이 텅 빈 통에서 튀어나와 노잡이 하나를 쓰러뜨리고 바다를 때리며 그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한순간 넋을 잃은 보트의 선원들은 꼼짝 않고 서 있다가 돌아섰다. "배는? 위대하신 하나님, 배는 어디 있습니까?" 곧 그들은 흐릿하고 어지러운 매질을 통해, 기체 같은 신기루 속에서처럼, 옆으로 기울며 스러져 가는 배의 환영을 보았는데, 맨 위의 돛대들만 물 밖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홀린 탓인지, 충직함 때문인지, 운명 때문인지, 한때 높았던 망보는 자리에 붙박인 채 이교도 작살잡이들은 가라앉아 가는 망루에서 여전히 바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동심원들이 그 외로운 보트까지, 그 선원 모두와 떠다니는 노 하나하나와 창 자루 하나하나까지 사로잡았고, 산 것이든 죽은 것이든 모두 하나의 소용돌이 속에 빙글빙글 돌리며, 피쿼드호의 가장 작은 부스러기까지 시야 밖으로 실어 가 버렸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덮쳐 오는 물결이 한데 뒤섞이며 큰돛대에 있던 인디언의 가라앉은 머리 위로 쏟아져, 곧게 선 돛대가 몇 인치만, 그리고 길게 나부끼는 깃발이 몇 야드만 아직 보이게 남겨 두었을 때, 그 깃발은 거의 닿을 듯한 파괴의 큰 물결 위에서 얄궂게 그 물결과 박자를 맞추며 고요히 너울거렸는데, 그 순간 붉은 팔 하나와 망치 하나가 허공에 뒤로 쳐든 채 떠 있었다. 가라앉는 돛대에 깃발을 더 단단히, 더욱 단단히 못 박으려는 몸짓이었다. 별들 사이의 제 본디 집에서부터 큰돛대 꼭대기 둥근 판을 비웃듯이 따라 내려오며 깃발을 쪼고 거기 있는 태시테고를 성가시게 하던 하늘의 매 한 마리가, 이제 마침 그 넓게 퍼덕이는 날개를 망치와 나무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그 하늘의 떨림을 느낀 바로 그 순간, 물에 잠긴 야만인은 죽음의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망치를 거기 꽉 얼어붙은 듯 붙들고 있었다. 그리하여 하늘의 새는 대천사 같은 비명을 지르며, 제왕 같은 부리를 위로 내민 채, 사로잡힌 온몸을 에이해브의 깃발에 싸인 채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 그 배는 사탄처럼, 하늘의 살아 있는 한 부분을 함께 끌고 내려가 그것으로 투구를 삼기 전에는 지옥으로 가라앉으려 하지 않았다.

이제 작은 새들이 아직 입을 벌리고 있는 깊은 구렁 위로 울부짖으며 날았고, 음울한 흰 파도가 그 가파른 벽에 부딪쳤다. 그러고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고, 바다의 거대한 수의는 오천 년 전에 굴러가던 대로 굴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