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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제54장 타운호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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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타운호호 이야기

(황금 여관에서 들려준 그대로.)

희망봉과 그 둘레의 온 바다는 큰길의 이름난 네거리와 무척 닮아서, 다른 어느 곳보다 많은 길손을 만난다.

구니호와 말을 주고받고 나서 오래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또 한 척의 포경선 타운호호1를 만났다. 그 배의 선원은 거의 모두 폴리네시아 사람이었다. 이어진 짧은 갬에서 그 배는 모비 딕에 관한 강렬한 소식을 전해 주었다. 몇몇 사람에게는 이제 흰 고래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타운호호 이야기의 한 사정 때문에 미칠 듯이 높아졌다. 그 사정은 이따금 어떤 사람들에게 닥친다는 이른바 하나님의 심판 가운데 하나가 기묘하게 거꾸로 내린 일을 흐릿하게나마 그 고래와 얽어 놓은 것 같았다. 이 뒤의 사정은 그에 딸린 일들과 함께, 이제부터 이야기할 비극의 비밀스러운 부분이라 할 만한 것을 이루는데, 에이해브 선장이나 그 항해사들의 귀에는 끝내 들어가지 않았다. 이야기의 그 비밀스러운 부분은 타운호호의 선장 자신도 모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배의 백인 선원 셋이 한통속으로 지닌 사사로운 재산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로마 가톨릭에서 하듯 비밀을 지키라는 다짐을 받고 태시테고에게 그것을 털어놓은 모양인데, 이튿날 밤 태시테고가 잠결에 헛소리를 하며 그렇게 해서 그 많은 부분을 드러내 버렸으므로, 잠에서 깨어난 그는 나머지를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 일이 그것을 모두 알게 된 피쿼드호 선원들에게 너무도 강한 영향을 미쳤고, 그들이 이 일에서 기묘한 섬세함이라고나 할 것에 너무도 휘어잡혔으므로, 그들은 그 비밀을 저희끼리만 간직하여 그것이 피쿼드호 큰돛대 뒤쪽으로는 끝내 새어 나가지 않았다. 이 더 어두운 실을 배에서 드러내 놓고 이야기된 이야기에 제자리를 찾아 짜 넣어, 이제 나는 이 기묘한 일 전체를 길이 남을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내 기분을 위해, 언젠가 리마에서 어느 성인 축일 전야에 황금 여관의 금박 두껍게 입힌 타일 깐 주랑에서 담배를 피우며 빈둥거리던 스페인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던 말투를 그대로 살리겠다. 그 훌륭한 기사들 가운데 젊은 돈 페드로와 돈 세바스티안이 나와 더 가까운 사이였다. 그래서 그들이 이따금 사이사이 던진 물음이 있고, 거기에는 그때그때 마땅히 대답했다.

"신사분들, 내가 지금 들려주려는 일들을 처음 알게 되기 두 해쯤 전, 낸터킷의 향유고래 포경선 타운호호는 이 좋은 황금 여관의 처마에서 동쪽으로 그리 여러 날 항해하지 않아도 닿는 곳, 그대들의 이 태평양을 돌고 있었다. 배는 적도 북쪽 어딘가에 있었다. 어느 아침 날마다 하던 대로 펌프를 다루다가, 배의 선창에 여느 때보다 물이 많이 찬 것을 알게 되었다. 신사분들, 그들은 황새치가 배를 찔렀으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선장은 그 위도에서 드문 행운이 자기를 기다린다고 믿을 만한 남다른 까닭이 있어서 그곳을 떠나기를 몹시 꺼렸고, 그때는 새는 곳이 전혀 위험하다고 여겨지지 않았으므로(실로 꽤 거친 날씨에 선창을 될 수 있는 대로 깊이까지 뒤졌지만 새는 곳을 찾지 못했는데도), 배는 여전히 항해를 이어 갔고, 선원들은 넉넉하고 느긋한 간격을 두고 펌프를 저었다. 그러나 행운은 오지 않았다. 또 여러 날이 지났고, 새는 곳은 아직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눈에 띄게 늘었다. 어찌나 늘었던지 이제 얼마쯤 놀란 선장은 돛을 모두 올리고 섬들 가운데 가장 가까운 항구로 향했다. 거기서 선체를 기울여 수리할 작정이었다.

"앞에 놓인 뱃길이 짧지 않았지만, 아주 흔한 운만 따라 준다면 선장은 배가 가는 길에 가라앉으리라고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펌프가 가장 좋은 것이었고, 서른여섯 명의 선원이 때때로 교대해 가며 펌프를 저으면 새는 곳이 두 배로 늘어난다 해도 배의 물을 쉽게 빼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뱃길 거의 내내 순풍이 불어 주었으므로, 마서스비니어드 출신 항해사 래드니의 잔인한 횡포와, 버펄로에서 온 호수 사람이자 무법자인 스틸킬트의 몹시 약 오른 복수가 없었더라면, 타운호호는 아주 작은 불상사도 겪지 않고 거의 틀림없이 무사하게 항구에 닿았으리라.

"'호수 사람! 버펄로! 실례지만, 호수 사람이란 무엇이고 버펄로는 어디 있소?' 돈 세바스티안이 흔들리는 풀 거적 위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우리 이리호의 동쪽 기슭이오, 돈 세바스티안. 그러나 실례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그 모든 이야기는 곧 더 듣게 될 것이오. 그런데 신사분들, 이 호수 사람은 우리 아메리카의, 뭍에 갇힌 한복판에서 자랐는데도, 그대들의 오래된 카야오에서 먼 마닐라로 떠난 어떤 배에도 못지않게 크고 튼튼한 가로돛 쌍돛배와 세 돛대 배를 타며, 흔히 너른 대양과 연관 짓는, 땅을 가리지 않고 떠도는 약탈자의 온갖 기질 속에서 길러졌다. 우리의 저 거대한 민물 바다들, 이리호, 온타리오호, 휴런호, 슈피리어호, 미시간호는 서로 흘러 이어진 그 전체로 보면 대양 같은 광활함을 지니고, 대양의 가장 고귀한 특징을 많이 지니며, 그 둘레에 늘어선 갖가지 종족과 풍토도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호수들은 폴리네시아의 바다처럼 낭만적인 섬들로 된 둥근 군도를 품고 있다. 대서양처럼 대체로 서로 대조되는 두 큰 나라가 기슭을 이루고 있다. 동부에서 오는 우리의 숱한 영토 식민지들로 이르는 긴 바닷길을 내어 주는데, 그 식민지들은 호숫가 둘레에 점점이 박혀 있다. 여기저기 포대와 높은 매키노의 염소처럼 바위 위에 올라앉은 대포들이 호수를 노려본다. 호수들은 해전 승리의 함대 포성을 들었다. 이따금 그 모래톱을 사나운 야만인들에게 내주는데, 그들의 붉게 칠한 얼굴이 모피 천막 속에서 번득인다. 몇 리그, 또 몇 리그에 걸쳐 사람이 들어가 본 적 없는 오래된 숲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데, 거기서 앙상한 소나무들은 고딕 족보에 빽빽이 늘어선 왕들처럼 서 있다. 그 숲은 아프리카의 사나운 맹수 같은 짐승들과, 수출된 모피가 타타르 황제들의 옷이 되는 비단결 같은 짐승들을 품고 있다. 호수들은 버펄로와 클리블랜드의 포장된 도시들도, 위네바고족의 마을들도 비춘다. 돛을 다 갖춘 상선도, 나라의 무장 순양함도, 증기선도, 너도밤나무 카누도 똑같이 띄운다. 짠 물결을 매질하는 어떤 바람에도 못지않게 무시무시한, 북풍의 신이 부는 듯한, 돛대를 꺾는 돌풍이 호수를 휩쓴다. 호수들은 난파가 무엇인지 안다. 아무리 내륙이라 해도 뭍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명 지르는 선원들을 모두 태운 숱한 한밤의 배를 삼켜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사분들, 스틸킬트는 내륙 사람이지만 사나운 대양에서 태어나 사나운 대양에서 자랐고, 어느 누구 못지않게 대담한 뱃사람이었다. 그리고 래드니로 말하자면, 어릴 적에는 외로운 낸터킷 바닷가에 누워 어머니 같은 바다의 젖을 먹었을지 모르고, 자라서는 오랫동안 우리의 엄격한 대서양과 그대들의 사색하는 태평양을 누볐지만, 그는 사슴뿔 자루 보위 칼이 판치는 위도에서 갓 나온 오지의 뱃사람 못지않게 앙심이 깊고 사람들과 다투기를 일삼았다. 그래도 이 낸터킷 사람은 마음씨 좋은 구석이 얼마쯤 있는 사람이었고, 이 호수 사람은 실로 일종의 악마이기는 했지만, 굽힘 없는 단호함으로, 그것도 가장 비천한 노예의 권리인, 사람을 사람으로 알아보는 흔한 예의로만 누그러뜨린 단호함으로 다루면, 그렇게만 다루면 이 스틸킬트는 오랫동안 해롭지 않고 고분고분하게 지낼 수 있는 뱃사람이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그렇게 지냈다. 그러나 래드니는 파멸하고 미치도록 운명 지어져 있었고, 스틸킬트는…… 그러나 신사분들, 곧 듣게 될 것이오.

"배가 뱃머리를 섬의 항구로 돌린 지 기껏해야 하루나 이틀 뒤, 타운호호의 새는 곳이 다시 늘어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날마다 펌프를 한 시간 남짓 저으면 될 만큼이었다. 이를테면 우리의 대서양처럼 질서 잡히고 문명화된 대양에서는 그 대양을 건너는 내내 펌프를 젓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선장도 있다는 것을 알아 두어야 한다. 다만 고요하고 졸음 오는 밤에 갑판 당직 항해사가 혹시 그 점에 관한 제 의무를 잊는다면, 그와 동료 선원들은 다시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모두 고이 바닥으로 가라앉을 테니까. 신사분들, 그대들에게서 멀리 서쪽에 있는 외롭고 사나운 바다에서도, 배들이 상당히 긴 항해 동안 펌프 손잡이를 일제히 덜그럭거리며 계속 젓는 것이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말하자면 그 항로가 그럭저럭 닿을 수 있는 해안을 따라 나 있거나 다른 그럴듯한 피난처가 있을 때 그렇다. 새는 배가 그 바다에서 아주 외딴 곳, 정말로 뭍이 없는 위도에 있을 때에야 비로소 선장은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타운호호도 대체로 그러했다. 그래서 새는 곳이 다시 늘어나는 것이 드러났을 때, 실로 선원 몇몇이, 특히 항해사 래드니가 얼마쯤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는 윗돛들을 한껏 올리고 아딧줄을 새로 바짝 당겨 어떻게든 바람을 가득 받게 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신사분들, 이 래드니는 내 생각에 그대들이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뭍이나 바다의 어떤 겁 없고 생각 없는 생물 못지않게 겁쟁이와는 거리가 멀었고, 제 몸을 두고 신경질적으로 걱정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러므로 그가 배의 안전을 두고 이렇게 걱정을 드러내자, 선원 몇몇은 그것이 그저 그가 그 배의 공동 선주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래서 그날 저녁 펌프를 저을 때, 이 점을 두고 그들 사이에 은근한 장난이 적잖이 오갔다. 그들의 발은 줄곧 찰랑이는 맑은 물에 잠겨 있었다. 신사분들, 어느 산의 샘물처럼 맑은 그 물은 펌프에서 보글보글 솟아 갑판을 가로질러 흘러가, 바람 불어 가는 쪽 배수구로 꾸준히 쏟아져 나갔다.

"그런데 그대들도 잘 알듯이, 물 위든 어디든 이 관습에 매인 우리 세상에서는, 동료 인간들 위에 지휘하는 자리를 얻은 사람이 그들 가운데 하나가 사내다운 자존심 전반에서 자기보다 뚜렷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곧바로 그 사람에게 이길 수 없는 혐오와 앙심을 품고, 기회만 있으면 그 아랫사람의 탑을 허물어 가루로 만들어 작은 먼지 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 드물지 않다. 신사분들, 내 이 생각이야 어떻든, 어쨌든 스틸킬트는 키 크고 고귀한 짐승이었다. 로마 사람 같은 머리에, 그대들의 마지막 부왕이 타던 콧김 뿜는 군마의 술 달린 마의(馬衣) 같은, 물결치는 금빛 수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사분들, 그의 안에는 그가 샤를마뉴의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다면 스틸킬트를 샤를마뉴로 만들었을 머리와 심장과 영혼이 있었다. 그러나 항해사 래드니는 노새처럼 못생겼다. 그러면서도 노새만큼 억세고 고집 세고 심술궂었다. 그는 스틸킬트를 좋아하지 않았고, 스틸킬트도 그것을 알았다.

"다른 이들과 함께 펌프를 젓다가 항해사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본 호수 사람은 그를 못 본 체했지만, 기죽지 않고 쾌활한 농담을 이어 갔다.

"'그래, 그래, 유쾌한 친구들, 이거 활기찬 물샐 구멍이구먼. 누가 깡통 좀 대 봐라, 맛 좀 보자. 맙소사, 병에 담아 둘 만하다! 내 말 들어 봐, 얘들아, 래드 영감의 투자금은 이걸로 날아가겠구나! 영감은 배에서 제 몫만큼 잘라 내서 고향으로 끌고 가는 게 낫겠다. 사실은 말이다, 얘들아, 그 황새치는 일을 시작만 했을 뿐이야. 그놈이 배 목수 패거리를, 톱가오리며 쥐치며 뭐며 데리고 돌아와서, 이제 그 패거리가 몽땅 배 밑바닥을 자르고 베느라 바쁘다. 개량 공사를 하는 모양이지. 래드 영감이 지금 여기 있으면 바다에 뛰어들어 놈들을 흩어 버리라고 말해 줄 텐데. 놈들이 영감 재산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해 줄 수 있지. 하지만 영감은 순진한 늙은이야, 래드는. 게다가 미남이고. 얘들아, 듣자 하니 영감의 나머지 재산은 몽땅 거울에 투자했다더라. 영감이 나 같은 가련한 녀석한테 자기 코의 본을 떠 줄지 모르겠구나.'

"'제기랄! 저 펌프는 왜 멈추는 거냐?' 래드니가 선원들의 이야기를 못 들은 체하며 고함쳤다. '힘껏 두들겨 대라!'

"'예, 알겠습니다.' 스틸킬트가 귀뚜라미처럼 쾌활하게 말했다. '힘차게, 얘들아, 이제 힘차게!' 그러자 펌프가 소방 펌프 쉰 대처럼 덜그럭거렸다. 선원들은 모자를 벗어 던지고 덤벼들었고, 머지않아 생명의 마지막 기운까지 한껏 끌어올렸음을 알리는 저 독특한 헐떡임이 폐에서 들려왔다.

"마침내 무리와 함께 펌프를 떠난 호수 사람은 숨을 헐떡이며 앞쪽으로 가서 양묘기 위에 걸터앉았다. 얼굴은 불처럼 붉었고 눈은 핏발이 섰으며,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신사분들, 몸이 그렇게 극도로 달아오른 그런 사람에게 래드니가 참견하도록 홀린 것이 어떤 속임수 쓰는 악마였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일어났다. 견딜 수 없이 거들먹거리며 갑판을 성큼성큼 걸어온 항해사는 그에게 비를 가져와 갑판을 쓸고, 삽도 가져와 돼지를 풀어 놓아 기르는 바람에 생긴 더러운 것들을 치우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신사분들, 바다에서 배의 갑판을 쓰는 일은 사나운 강풍이 부는 때 말고는 늘 저녁마다 꼬박꼬박 하는 집안일이다. 실제로 가라앉고 있는 배에서도 그 일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신사분들, 바다의 관습은 그만큼 굽힐 줄 모르고, 뱃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만큼 깔끔한 것을 좋아한다. 그들 가운데에는 먼저 얼굴을 씻지 않고서는 기꺼이 물에 빠져 죽으려 하지 않을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느 배에서나 이 비질은 배에 소년들이 있다면 소년들의 정해진 몫이다. 게다가 타운호호에서 무리로 나뉘어 번갈아 펌프를 저은 것은 힘센 사람들이었고, 그들 가운데 가장 튼튼한 선원인 스틸킬트는 정해진 대로 한 무리의 우두머리로 지명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의 동료들이 그렇듯이 그도 참된 뱃일과 관계없는 하찮은 일에서는 벗어나 있어야 마땅했다. 이런 자세한 사정을 모두 말하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이 일이 정확히 어떤 형편이었는지 그대들이 알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삽에 관한 명령은, 래드니가 그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것만큼이나 뻔히 스틸킬트를 쏘아붙이고 모욕하려는 뜻을 담고 있었다. 포경선에서 선원 노릇을 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이것을 알 것이다. 그리고 항해사가 명령을 내렸을 때 호수 사람은 이 모든 것과 틀림없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온전히 알아들었다. 그러나 그가 잠시 가만히 앉아, 항해사의 악의에 찬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고 그의 안에 쌓여 있는 화약 통 더미와 그쪽으로 소리 없이 타들어 가는 도화선을 알아보았을 때, 본능적으로 이 모든 것을 보았을 때, 이미 화가 난 존재 안에서 더 깊은 격정을 휘저어 일으키기를 꺼리는 저 기묘한 참음과 내키지 않음, 참으로 용감한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에도 느낀다면 가장 강하게 느끼는 그 꺼림, 신사분들, 이 이름 없는 유령 같은 감정이 스틸킬트에게 스며들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빠져 있던 몸의 기진함 때문에 조금 끊기기만 했을 뿐 여느 말투로, 갑판 쓰는 일은 자기 일이 아니니 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삽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늘 비질을 하는 소년 셋을 가리켰다. 그들은 펌프에 배치되지 않아 온종일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에 래드니는 욕설로 대답하며, 더없이 고압적이고 난폭하게 제 명령을 무조건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통에서 낚아챈 통장이의 망치를 치켜들고 아직 앉아 있는 호수 사람에게 다가갔다.

"펌프를 발작하듯 젓느라 달아오르고 짜증이 나 있던 터라, 처음의 그 이름 없는 참는 감정에도 불구하고 땀에 젖은 스틸킬트는 항해사의 이런 태도를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나 어떻게든 여전히 제 안의 큰불을 억누르며 그는 말없이 고집스럽게 자리에 뿌리박은 듯 앉아 있었다. 마침내 화가 치민 래드니가 그의 얼굴 몇 인치 앞에서 망치를 흔들며 시키는 대로 하라고 사납게 명령할 때까지.

"스틸킬트는 일어나, 위협하는 망치를 든 항해사가 끈질기게 뒤따르는 가운데 양묘기를 돌아 천천히 물러나면서,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신중하게 되풀이했다. 그러나 자기의 참음이 조금도 효과가 없음을 보자, 그는 비튼 손으로 무시무시하고 말할 수 없는 몸짓을 해 보이며 그 어리석고 홀린 사내에게 물러서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은 양묘기를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그때 마침내 더는 물러서지 않기로 마음먹고, 이제 제 성미에 걸맞을 만큼은 참았다고 생각한 호수 사람이 승강구 덮개 위에서 멈춰 서서 항해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래드니 씨, 나는 당신 명령을 따르지 않겠소. 그 망치를 치우시오. 안 그러면 몸조심하시오.' 그러나 운명이 정해진 항해사는 호수 사람이 붙박인 듯 선 곳으로 더 가까이 다가와, 이제 그의 이에서 1인치도 안 되는 곳에서 무거운 망치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견딜 수 없는 저주를 줄줄이 되풀이했다. 스틸킬트는 1인치의 천분의 일도 물러서지 않고, 움찔하지 않는 눈길의 단검으로 그의 눈을 찌르며, 오른손을 뒤로 돌려 움켜쥐고 슬금슬금 뒤로 당기면서, 망치가 제 뺨을 스치기만 해도 자기가(스틸킬트가) 그를 죽이겠다고 박해자에게 말했다. 그러나 신사분들, 그 바보는 신들에게서 도살당할 낙인이 찍혀 있었다. 곧바로 망치가 뺨에 닿았다. 다음 순간 항해사의 아래턱이 머릿속으로 박살 났다. 그는 고래처럼 피를 뿜으며 승강구 덮개 위에 쓰러졌다.

"외침이 고물에 닿기도 전에 스틸킬트는 높은 곳으로 뻗은 뒷버팀줄 하나를 흔들고 있었다. 그 위쪽에서 그의 동료 둘이 돛대 꼭대기 당직을 서고 있었다. 둘 다 운하 사람이었다.

"'운하 사람!' 돈 페드로가 외쳤다. '우리 항구에서 포경선은 많이 보았지만 당신네 운하 사람이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소. 실례지만, 그게 누구고 무엇이오?'

"'운하 사람이란, 돈 페드로, 우리의 거대한 이리 운하에 딸린 뱃사공들이오. 그 운하 이야기는 들어 보셨을 거요.'

"'아니오, 세뇨르. 이 언저리, 이 따분하고 따뜻하고 더없이 게으르고 대물림하는 땅에서는 당신네 활기찬 북쪽에 관해 아는 게 거의 없소.'

"'그렇소? 그럼 돈 페드로, 내 잔을 다시 채워 주시오. 그대의 치차는 아주 훌륭하오. 더 이어 가기 전에 우리 운하 사람이 어떤 자들인지 말해 주겠소.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를 곁에서 비춰 줄지도 모르니까.'

"신사분들, 360마일에 걸쳐, 뉴욕주를 온통 가로질러, 사람 많은 여러 도시와 더없이 번창하는 마을들을 지나, 길고 음산하며 사람 살지 않는 늪과 기름지기로 견줄 데 없는 풍요롭게 일군 밭을 지나, 당구장과 술집 곁을 지나, 거대한 숲의 지성소를 지나, 인디언의 강 위에 놓인 로마식 아치를 지나, 햇빛과 그늘을 지나, 행복한 마음들과 부서진 마음들 곁을 지나, 저 고귀한 모호크 지방의 넓고 대조적인 온갖 풍경을 지나, 그리고 특히 첨탑이 거의 이정표처럼 서 있는 눈처럼 흰 예배당들의 줄 곁을 지나, 베네치아처럼 타락하고 흔히 법을 모르는 삶의 끊임없는 물줄기 하나가 흐른다. 신사분들, 거기에 그대들의 진짜 아샨티족이 있다. 거기서 그대들의 이교도들이 울부짖는다. 그대들이 그들을 어디서 발견하든, 바로 이웃에, 교회가 길게 드리운 그림자 아래, 교회가 아늑하게 감싸 주는 바람막이 아래에서. 어떤 묘한 숙명 때문인지, 수도의 약탈자들이 늘 법원 둘레에 진을 친다고 흔히 말하듯이, 신사분들, 죄인들은 가장 거룩한 곳 가까이에 가장 많이 몰려 있으니까.

"'저기 지나가는 게 수도사요?' 돈 페드로가 익살스럽게 걱정하는 척하며 붐비는 광장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우리 북쪽 친구에게는 다행이게도, 이사벨 여왕의 종교 재판도 리마에서는 기운이 빠졌소.' 돈 세바스티안이 웃었다. '계속하시오, 세뇨르.'

"'잠깐! 실례하오!' 일행 가운데 다른 사람이 외쳤다. '우리 리마 사람들을 모두 대신해서 뱃사람 양반에게 말하고 싶을 뿐이오. 당신이 그 타락의 비유에서 먼 베네치아 대신 지금의 리마를 쓰지 않은 그 섬세함을 우리는 결코 못 본 체하지 않았소. 오! 고개 숙이며 놀란 얼굴 하지 마시오. 이 해안 일대에 다 퍼진 속담을 알지 않소. 「리마처럼 타락했다.」 그건 당신 말을 뒷받침해 줄 뿐이오. 교회가 당구대보다 많고 늘 열려 있는데, 「리마처럼 타락했다.」 베네치아도 그렇소. 나는 거기 가 보았소. 축복받은 복음서 저자 성 마르코의 거룩한 도시! 성 도미니크여, 그 도시를 정화하소서! 잔을 주시오! 고맙소. 여기 다시 채우오. 이제 당신이 다시 따르시오.'

"신사분들, 운하 사람은 제 일터에서 거침없이 그려 보이면 훌륭한 극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만큼 넘치도록, 그림처럼 사악하다. 그는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처럼 여러 날 여러 날 푸른 잔디 깔리고 꽃 핀 제 나일강을 따라 게으르게 떠가며, 뺨 붉은 제 클레오파트라와 드러내 놓고 희롱하고, 햇볕 내리쬐는 갑판 위에서 살구빛 허벅지를 익힌다. 그러나 뭍에 오르면 이 모든 나약함은 깨끗이 사라진다. 운하 사람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걸치는 산적 같은 차림새, 챙을 늘어뜨리고 화려한 리본을 단 모자가 그의 당당한 생김새를 알려 준다. 그가 떠 지나가는 마을들의 미소 짓는 순진함에게 그는 공포다. 도시에서도 그의 거무스름한 얼굴과 대담한 활보를 피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한때 바로 그 운하에서 떠돌이였던 나는 이런 운하 사람 하나에게서 친절을 받은 적이 있다.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워하며,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폭력을 일삼는 사람이 지닌, 흔히 가장 으뜸가는 미덕 가운데 하나는 때로 부자를 털 때만큼이나 곤경에 처한 가난한 나그네를 도울 때도 억센 팔을 쓴다는 것이다. 요컨대, 신사분들, 이 운하 생활이 얼마나 거친지는 이것으로 똑똑히 드러난다. 우리의 거친 포경업에는 그 생활을 가장 완벽하게 마친 졸업생들이 아주 많고, 시드니 사람들 말고는 우리 포경선 선장들이 그만큼 믿지 않는 인간 족속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운하를 따라 태어난 우리 시골 소년과 젊은이 수천 명에게, 대운하의 수습 생활이 기독교도의 밀밭에서 조용히 거두어들이는 일과 가장 야만스러운 바다의 물을 무모하게 갈아엎는 일 사이의 유일한 건널목이 된다는 것도, 이 일의 기묘함을 조금도 덜어 주지 않는다.

"'알겠소! 알겠소!' 돈 페드로가 성급하게 외치다가 은빛 주름 장식에 치차를 엎질렀다. '여행할 필요가 없구려! 온 세상이 하나의 리마요. 나는 당신네 온화한 북쪽에서는 사람들이 산처럼 차갑고 거룩한 줄 알았는데. 그건 그렇고, 이야기를.'

"신사분들, 나는 호수 사람이 뒷버팀줄을 흔든 데서 이야기를 멈추었다. 그가 그렇게 하자마자 하급 항해사 셋과 작살잡이 넷이 그를 에워싸고 모두 그를 갑판에 밀어붙였다. 그러나 불길한 혜성처럼 밧줄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온 두 운하 사람이 그 난리 속으로 뛰어들어, 제 사람을 앞갑판 선원실 쪽으로 끌어내려 했다. 다른 선원들도 그들과 함께 이 일에 끼어들었고, 뒤엉킨 소동이 벌어졌다. 그사이 위험에서 비켜서 있던 용감한 선장은 고래 찌르는 장창을 들고 깡충깡충 뛰며, 항해사들에게 저 흉악한 악당을 붙잡아 뒷갑판으로 몰아 오라고 외쳤다. 이따금 그는 빙빙 도는 소동의 가장자리까지 바싹 달려가 장창으로 그 한복판을 쑤시며 제 분노의 대상을 찔러 내려 했다. 그러나 스틸킬트와 그의 무법자들은 그들 모두에게 버거웠다. 그들은 앞갑판에 이르는 데 성공했고, 거기서 커다란 통 서너 개를 서둘러 양묘기와 나란히 굴려 놓고는, 이 바다의 파리 사람들은 그 바리케이드 뒤에 진을 쳤다.

"'거기서 나와라, 이 해적 놈들아!' 선장이 고함쳤다. 이제 그는 급사가 막 가져다준 권총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거기서 나와라, 이 멱따는 놈들아!'

"스틸킬트는 바리케이드 위로 뛰어올라 그 위를 성큼성큼 오가며 권총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짓을 해 보라고 맞섰다. 그러나 자기가(스틸킬트가) 죽으면 그것이 선원 모두가 살인의 반란을 일으키는 신호가 되리라는 것을 선장에게 똑똑히 알렸다. 그것이 정말로 사실이 될까 봐 속으로 두려워한 선장은 조금 물러섰지만, 그래도 반란자들에게 당장 제 일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우리가 그러면 우리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소?' 그들의 우두머리가 따졌다.

"'일로 돌아가라! 일로 돌아가! 나는 약속 따위 안 한다. 제 일로 가! 이런 때 일을 내팽개쳐서 배를 가라앉히고 싶으냐? 일로 돌아가!' 그러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권총을 들었다.

"'배를 가라앉혀?' 스틸킬트가 외쳤다. '그래, 가라앉으라지. 당신이 우리에게 밧줄 한 가닥도 들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않으면 우리 가운데 누구도 일로 돌아가지 않소. 어떠냐, 얘들아?' 그는 동료들에게 몸을 돌렸다. 사나운 환호가 그들의 대답이었다.

"호수 사람은 이제 바리케이드를 순찰하듯 오가며 내내 선장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이런 말들을 툭툭 내뱉었다. '우리 잘못이 아니오. 우리가 바란 게 아니오. 망치를 치우라고 그에게 말했소. 그건 소년들 일이었소. 그 사람은 진작 나를 알았어야 했소. 버펄로를 찌르지 말라고 그에게 말했소. 그 빌어먹을 턱에 부딪혀서 여기 손가락이 부러진 것 같소. 얘들아, 저 아래 앞갑판 선원실에 고기 다지는 칼들 있지 않냐? 그 지렛대들 잘 챙겨라, 얘들아. 선장, 맹세코, 몸조심하시오. 한마디만 하시오. 바보짓 하지 마시오. 다 잊어버리시오. 우리는 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소. 우리를 점잖게 대해 주면 우리는 당신 사람이오. 하지만 매질은 당하지 않겠소.'

"'일로 돌아가라! 나는 약속 안 한다, 일로 돌아가란 말이다!'

"'자, 보시오.' 호수 사람이 선장 쪽으로 팔을 내뻗으며 외쳤다. '여기 우리 가운데 몇은(나도 그 가운데 하나요) 이번 항해만 하기로 하고 배를 탔소, 알겠소? 당신도 잘 알듯이 선장, 우리는 닻을 내리자마자 하선을 요구할 수 있소. 그러니 우리는 소동을 바라지 않소. 그건 우리에게 이롭지 않소. 우리는 평화롭게 지내고 싶소. 일할 준비는 돼 있소. 하지만 매질은 당하지 않겠소.'

"'일로 돌아가라!' 선장이 고함쳤다.

"스틸킬트는 잠시 둘레를 훑어보고 나서 말했다. '이제 분명히 말하겠소, 선장. 당신을 죽이고 그런 비열한 악당 때문에 교수형을 당하느니, 당신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한 우리는 당신에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겠소. 하지만 당신이 우리를 매질하지 않겠다고 말하기 전에는 우리는 손가락 하나 놀리지 않겠소.'

"'그럼 앞갑판 선원실로 내려가라. 다들 내려가. 진저리가 날 때까지 거기 가둬 두겠다. 내려가.'

"'그럴까?' 우두머리가 제 사람들에게 외쳤다. 대부분은 반대했다. 그러나 마침내 스틸킬트를 따라, 그보다 먼저 그들의 어두운 소굴로 내려가, 곰들이 동굴로 들어가듯 으르렁거리며 사라졌다.

"호수 사람의 맨머리가 막 갑판 판자와 같은 높이에 이르렀을 때, 선장과 그의 무리가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어 재빨리 승강구 미닫이를 덮어 당기고는 여럿이 손을 그 위에 얹어 누르며, 승강구 계단에 딸린 무거운 놋쇠 자물쇠를 가져오라고 급사를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고는 미닫이를 조금 열고 선장이 그 틈으로 무언가를 속삭이고는, 그것을 닫고 그들에게 열쇠를 채웠다. 모두 열 명이었다. 갑판에는 지금까지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은 스무 명 남짓이 남았다.

"밤새 모든 항해사가 앞뒤로 눈을 부릅뜨고 당직을 섰다. 특히 앞갑판 선원실 승강구와 앞쪽 해치 둘레를 지켰다. 반란자들이 아래의 칸막이벽을 뚫고 그 해치로 나오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둠의 시간은 평화롭게 지나갔다. 아직 제 일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펌프를 힘들여 저었고, 그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음울한 밤 내내 이따금 배 안에 음산하게 울렸다.

"해가 뜨자 선장은 앞쪽으로 가서 갑판을 두드리며 갇힌 자들에게 일하러 나오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들은 고함을 지르며 거절했다. 그러자 물을 내려보내고 비스킷 두어 줌을 그 뒤에 던져 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그들에게 열쇠를 채워 주머니에 넣고 선장은 뒷갑판으로 돌아갔다. 사흘 동안 날마다 두 번씩 이 일이 되풀이되었다. 그러나 나흘째 아침, 늘 하던 대로 부르자 어지러운 말다툼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몸싸움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갑자기 네 사람이 앞갑판 선원실에서 뛰쳐나와 일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다. 숨 막히는 고약한 공기와 굶주린 식사가, 어쩌면 끝내 받을 응징에 대한 얼마쯤의 두려움과 합쳐져, 그들을 무조건 항복하게 했다. 이에 대담해진 선장은 나머지에게 제 요구를 되풀이했지만, 스틸킬트는 지껄임을 그치고 제자리로 꺼지라고 무시무시하게 넌지시 외쳐 올려 보냈다. 닷새째 아침에는 또 다른 반란자 셋이 그들을 붙잡으려는 아래의 필사적인 팔들을 뿌리치고 바깥 공기 속으로 뛰쳐나왔다. 셋만 남았다.

"'이제 일하러 나오는 게 어떠냐?' 선장이 무정하게 비웃으며 말했다.

"'다시 가두기나 하시오!' 스틸킬트가 외쳤다.

"'오, 물론이지.' 선장이 말했다. 그리고 열쇠가 철컥 돌아갔다.

"신사분들, 바로 이때였다. 예전 동료 일곱이 떨어져 나간 데 화가 치밀고, 마지막으로 자기를 부른 그 조롱하는 목소리에 찔리고, 절망의 창자만큼 캄캄한 곳에 오래 묻혀 있느라 미칠 지경이 된 스틸킬트는, 그때 지금까지 겉보기에는 자기와 한마음이던 두 운하 사람에게, 다음번에 수비대가 부르러 올 때 굴에서 뛰쳐나가, 날카로운 고기 다지는 칼(양 끝에 자루가 달린 길고 초승달 모양의 무거운 도구)을 들고 이물 기움 돛대에서 고물 난간까지 미친 듯이 날뛰다가, 절망의 악마 같은 힘으로 어떻게든 가능하다면 배를 빼앗자고 제안했다. 자기로서는, 그들이 함께하든 말든 그렇게 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 소굴에서 보내는 밤은 그것이 마지막이 될 터였다. 그러나 다른 두 사람은 그 계획에 아무 반대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 일이든 다른 어떤 미친 짓이든, 요컨대 항복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맹세했다. 게다가 그들은 저마다 돌진할 때가 오면 자기가 갑판에 첫 번째로 나가겠다고 우겼다. 그러나 그들의 우두머리는 그만큼 사납게 그것에 반대하며 그 첫 자리를 자기 몫으로 남겨 두었다. 특히 두 동료가 그 일에서 서로에게 양보하려 하지 않았고, 사다리는 한 번에 한 사람밖에 오를 수 없으니 두 사람이 다 첫 번째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사분들, 여기서 이 악당들의 비열한 속임수가 드러나야 하겠다.

"우두머리의 미친 계획을 듣자, 그들은 저마다 제 영혼 속에서 갑자기 같은 배신을 떠올린 것 같았다. 말하자면 맨 먼저 뛰쳐나가, 열 명 가운데 마지막이지만 세 명 가운데 첫 번째로 항복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런 행동이 받을 만한 작은 사면의 기회라도 얻어 두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스틸킬트가 끝까지 그들을 이끌겠다는 결심을 알리자, 그들은 어떤 미묘한 악의 화학 작용으로 그때까지 감추어 두었던 저마다의 배신을 한데 섞었다. 그리고 우두머리가 졸음에 빠지자 세 문장으로 서로에게 말로 제 영혼을 열어 보였고, 잠든 자를 밧줄로 묶고 밧줄로 재갈을 물렸으며, 한밤중에 선장을 부르며 비명을 질렀다.

"살인이 닥쳤다고 생각하고 어둠 속에서 피 냄새를 맡으며, 선장과 무장한 항해사들과 작살잡이들이 모두 앞갑판 선원실로 달려갔다. 몇 분 뒤 승강구가 열렸고, 손발이 묶인 채 아직도 몸부림치는 우두머리를 배신한 동지들이 바깥 공기 속으로 밀어 올렸다. 그들은 곧바로 살인할 기세가 완전히 무르익은 자를 붙잡았다는 영예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멱살을 잡혀 죽은 소처럼 갑판을 따라 끌려갔다. 그리고 나란히 고깃덩이 셋처럼 뒷돛대 삭구에 매달렸고, 아침까지 거기 매달려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선장이 그들 앞을 오가며 외쳤다. '독수리도 너희는 건드리지 않겠다, 이 악당들아!'

"해가 뜨자 그는 모든 선원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반란을 일으킨 자들과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자들을 갈라 세우고, 앞의 무리에게 너희를 모두 돌아가며 매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대체로 보아 그렇게 하겠다고,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고, 정의가 그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때맞추어 항복한 것을 생각해 견책만 하고 놓아주겠다고 했고, 그에 따라 쌍스러운 말로 견책을 내렸다.

"'그러나 너희는, 이 썩은 고기 같은 악당들아,' 그는 삭구에 매달린 세 사람에게 몸을 돌렸다. '너희는 다져서 기름 가마솥에 넣어 주마.' 그러고는 밧줄을 움켜쥐고 두 배신자의 등을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마침내 그들은 더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십자가에 못 박힌 두 도둑을 그린 그림처럼 맥없이 고개를 옆으로 떨어뜨렸다.

"'너희 때문에 손목을 삐었다!' 마침내 그가 외쳤다. '하지만 항복하려 들지 않은 너, 이 잘난 싸움닭, 너한테 쓸 밧줄은 아직 넉넉히 남았다. 저놈 입에서 재갈을 빼라. 저놈이 제 변명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보자.'

"지친 반란자는 잠시 굳은 턱을 떨며 움직이더니, 괴롭게 고개를 비틀어 돌리며 쉿 하는 듯한 소리로 말했다. '내 말은 이거요. 잘 새겨 두시오. 나를 매질하면 당신을 죽이겠소!'

"'그래? 그럼 네가 나를 얼마나 겁주는지 보자.' 그러고는 선장이 치려고 밧줄을 뒤로 당겼다.

"'안 하는 게 좋을 거요.' 호수 사람이 쉿쉿거렸다.

"'하지만 해야겠다.' 그리고 밧줄이 치려고 다시 한 번 뒤로 당겨졌다.

"그때 스틸킬트가 선장 말고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무언가를 쉿 하고 내뱉었다. 그러자 선장은, 모든 선원이 놀랄 만큼, 흠칫 물러나 갑판을 두세 번 빠르게 오가더니 갑자기 밧줄을 내던지며 말했다. '안 하겠다. 놓아줘라. 끌어내려라. 들리느냐?'

"그러나 하급 항해사들이 그 명령을 따르려고 서두르는데, 머리에 붕대를 감은 창백한 사람이 그들을 막아섰다. 일등 항해사 래드니였다. 얻어맞은 뒤로 그는 줄곧 제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그날 아침 갑판의 소동을 듣고 기어 나와, 지금까지 그 장면을 다 지켜보았다. 입의 상태가 그래서 그는 거의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선장이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자기는 할 뜻도 힘도 있다고 무언가 웅얼거리며 밧줄을 낚아채고 묶인 원수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겁쟁이요!' 호수 사람이 쉿쉿거렸다.

"'그래, 겁쟁이다. 하지만 이거나 받아라.' 항해사가 막 내리치려는 순간 또 한 번 쉿 하는 소리가 그의 치켜든 팔을 멈추게 했다. 그는 멈칫했다. 그러고는 더 멈칫하지 않고, 그것이 무엇이었든 스틸킬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제 말을 지켰다. 그 뒤 세 사람은 끌어내려졌고, 모든 선원이 일로 돌아갔으며, 시무룩한 선원들이 뚱하게 젓는 가운데 쇠 펌프는 전처럼 덜그럭거렸다.

"그날 어둠이 내린 직후, 한 당직조가 아래로 내려갔을 때 앞갑판 선원실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떨고 있는 두 배신자가 뛰어 올라와 선장실 문에 매달리며, 감히 선원들과 함께 지낼 수 없다고 말했다. 애원도 주먹질도 발길질도 그들을 도로 몰아낼 수 없었으므로, 그들의 청대로 목숨을 건지게 배 밑 고물 칸에 내려 두었다. 그래도 나머지 사이에서는 반란의 기미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주로 스틸킬트의 부추김으로, 그들은 더없이 엄격하게 평온을 지키고, 끝까지 모든 명령에 따르고, 배가 항구에 닿으면 무리 지어 배를 버리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그러나 항해를 되도록 빨리 끝내려고 그들은 모두 또 한 가지에 합의했다. 말하자면 고래가 보이더라도 외쳐 알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새는 곳이 있는데도, 그 밖의 온갖 위험이 있는데도, 타운호호는 여전히 돛대 꼭대기에 망꾼을 두었고, 그 선장은 배가 처음 어장에 닿은 날만큼이나 지금 이 순간에도 고래를 잡으러 기꺼이 보트를 내릴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해사 래드니도 그만큼 기꺼이 침상을 보트와 바꾸어, 붕대 감은 입으로 고래의 살아 있는 턱에 죽음의 재갈을 물리려 할 터였다.

"그러나 호수 사람은 선원들을 꾀어 이렇게 수동적으로 처신하게 만들면서도, 제 심장의 심실을 찌른 그 사내에게 할 자신의 정당하고 사사로운 복수에 관해서는 (적어도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는) 속을 털어놓지 않았다. 그는 일등 항해사 래드니의 당직조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그 홀린 사내는 제 파멸을 맞으러 반 넘게 달려 나가려는 듯, 삭구에서 그 장면이 벌어진 뒤 선장의 분명한 충고를 거스르고 밤에 다시 제 당직조를 지휘하겠다고 우겼다. 이것과 한두 가지 다른 정황을 바탕으로 스틸킬트는 차근차근 복수의 계획을 세웠다.

"밤 동안 래드니는 뱃사람답지 않게 뒷갑판 뱃전에 걸터앉아, 거기 뱃전보다 조금 높이 매달아 올린 보트의 가장자리에 팔을 기대는 버릇이 있었다. 그런 자세로 그가 이따금 조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었다. 보트와 배 사이에는 꽤 넓은 틈이 있었고, 그 틈 아래는 바다였다. 스틸킬트는 시간을 따져 보고, 자기가 배신당한 날로부터 사흘째 되는 날 새벽 두 시에 다음 키잡이 차례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느긋하게 그사이를 이용해, 아래에서 쉬는 당직 때 무언가를 아주 정성 들여 땋았다.

"'거기서 뭘 만드는 거냐?' 한 동료가 말했다.

"'뭐 같으냐? 뭐처럼 보여?'

"'네 자루에 달 끈 같은데. 그런데 내가 보기엔 좀 이상한 끈이다.'

"'그래, 좀 이상하지.' 호수 사람이 그것을 팔 길이만큼 앞으로 내밀어 들고 말했다. '하지만 쓸모는 있을 것 같다. 이봐, 노끈이 모자라는데. 너 좀 있냐?'

"그러나 앞갑판 선원실에는 노끈이 없었다.

"'그럼 래드 영감한테 좀 얻어 와야겠다.' 그러고는 그는 고물 쪽으로 가려고 일어섰다.

"'설마 그 사람한테 구걸하러 가려는 건 아니겠지!' 한 선원이 말했다.

"'왜 안 돼? 결국 제 몸을 돕는 일인데 그가 나한테 그만한 호의도 안 베풀 것 같냐, 친구?' 그러고는 항해사에게 가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해먹을 고칠 노끈을 좀 달라고 청했다. 노끈은 그에게 주어졌다. 노끈도 끈도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튿날 밤, 호수 사람이 해먹에 베개로 쓰려고 웃옷을 밀어 넣을 때, 그물로 촘촘히 감싼 쇠공 하나가 그의 짧은 선원 웃옷 주머니에서 반쯤 굴러 나왔다. 스물네 시간 뒤면 말없는 키를 잡을 그의 차례가, 뱃사람의 손에 언제나 파인 무덤 위에서 졸기 일쑤인 사내 바로 곁에서 맞을 그 치명적인 시간이 오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미리 정해 둔 스틸킬트의 영혼 속에서 항해사는 이미 이마가 으깨진 채 시체처럼 뻣뻣하게 뻗어 있었다.

"그러나 신사분들, 한 바보가 살인하려던 자를 그가 꾸민 피비린내 나는 짓에서 구해 주었다. 그런데도 그는 완전한 복수를 이루었다. 그것도 복수하는 자가 되지 않고서. 수수께끼 같은 숙명으로 하늘 자체가 끼어들어, 그가 하려던 저주받을 일을 그의 손에서 제 손으로 가져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틀째 날 아침, 동이 트고 해가 뜨기 전 그 사이, 갑판을 물로 씻어 내고 있을 때였다. 큰돛대 사슬판에서 물을 긷던 어리석은 테네리페 사람이 갑자기 외쳤다. '저기 굴러간다! 저기 굴러간다!' 예수여, 대단한 고래였다! 모비 딕이었다.

"'모비 딕!' 돈 세바스티안이 외쳤다. '성 도미니크여! 뱃사람 양반, 고래도 세례를 받소? 누구를 모비 딕이라 부르는 거요?'

"'아주 희고, 이름나고, 더없이 치명적인, 죽지 않는 괴물이오, 돈 세바스티안. 그러나 그건 너무 긴 이야기가 될 거요.'

"'어떻게? 어떻게?' 젊은 스페인 사람들이 모두 몰려들며 외쳤다.

"'아니오, 신사분들, 신사분들, 아니, 아니오!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소. 바람 좀 더 쐬게 해 주시오, 나리들.'

"'치차! 치차!' 돈 페드로가 외쳤다. '우리 기운찬 친구가 기운이 없어 보이오. 빈 잔을 채워 드리시오!'

"그럴 필요 없소, 신사분들. 잠깐이면 되오. 이어 가겠소. 그런데 신사분들, 그렇게 갑자기 배에서 50야드도 안 되는 곳에서 눈처럼 흰 고래를 알아본 테네리페 사람은, 그 순간의 흥분에 선원들 사이의 약속을 잊고, 본능적으로 저도 모르게 그 괴물을 보았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 괴물은 얼마 전부터 시무룩한 세 돛대 꼭대기에서 똑똑히 보이고 있었는데도. 이제 모든 것이 광란이었다. '흰 고래다! 흰 고래다!' 선장과 항해사들과 작살잡이들이 외쳤다. 그들은 무서운 소문에도 겁먹지 않고, 그토록 이름나고 값진 고래를 잡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사이 고집스러운 선원들은 그 거대한 젖빛 덩어리의 소름 끼치는 아름다움을 곁눈으로, 저주를 퍼부으며 바라보았다. 수평으로 반짝이는 햇빛을 받은 그것은 푸른 아침 바다 속에서 살아 있는 오팔처럼 움직이며 번쩍였다. 신사분들, 이 사건들의 전 과정에는 기묘한 숙명이 스며 있다. 마치 세상 자체가 지도에 그려지기도 전에 참으로 미리 그려져 있었던 것 같다. 반란자는 항해사의 뱃머리 노잡이였고, 고래에 작살이 꽂혀 매이면 래드니가 창을 들고 뱃머리에 서 있는 동안 그 곁에 앉아 명령에 따라 작살줄을 당기거나 늦추는 것이 그의 의무였다. 게다가 네 척의 보트를 내렸을 때 항해사의 보트가 앞장섰다. 그리고 노를 젓느라 힘을 쓰면서 스틸킬트만큼 사납게 기뻐 울부짖은 사람도 없었다. 힘껏 저은 끝에 그들의 작살잡이가 고래에 작살을 꽂았고, 래드니는 창을 손에 들고 뱃머리로 뛰어나갔다. 보트에서는 늘 사나운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제 붕대 감은 입으로 그는 자기를 고래의 등 꼭대기에 얹어 달라고 외쳤다. 기꺼이 그의 뱃머리 노잡이는 두 흰빛을 한데 섞는 눈부신 거품을 뚫고 그를 자꾸자꾸 끌어당겨 올렸다. 그러다 갑자기 보트가 물에 잠긴 암붕에 부딪힌 듯 부딪히더니 옆으로 기울어, 서 있던 항해사를 쏟아 버렸다. 그가 고래의 미끄러운 등에 떨어지는 그 순간 보트는 바로 섰다가 너울에 옆으로 내던져졌고, 래드니는 고래의 다른 쪽 옆구리 너머 바다로 튕겨 나갔다. 그는 물보라를 헤치며 헤엄쳤고, 한순간 그 너울 너머로 모비 딕의 눈에서 벗어나려고 미친 듯이 애쓰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러나 고래는 갑작스러운 큰 소용돌이 속에 빙 돌아 달려들어 헤엄치는 사람을 턱 사이에 물고, 그를 문 채 높이 솟구쳤다가 다시 곤두박질쳐 가라앉았다.

"그동안 보트 바닥이 처음 툭 부딪혔을 때 호수 사람은 소용돌이에서 고물 쪽으로 떨어져 나가려고 작살줄을 늦추었다. 그리고 조용히 바라보며 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보트가 갑자기 무시무시하게 아래로 홱 끌려가자 그는 재빨리 칼을 작살줄에 댔다. 그는 줄을 잘랐다. 그리고 고래는 풀려났다. 그러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비 딕이 다시 떠올랐다. 래드니를 죽인 이빨에 그의 붉은 모직 셔츠 조각이 걸려 있었다. 네 척의 보트가 모두 다시 쫓았지만 고래는 그들을 따돌리고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

"때가 되어 타운호호는 항구에 닿았다. 문명화된 생물은 하나도 살지 않는 야만스럽고 외딴 곳이었다. 거기서 호수 사람을 우두머리로, 앞돛대 선원들 가운데 대여섯 명을 뺀 모두가 일부러 야자수 사이로 탈주했다. 나중에 드러났듯이, 결국 그들은 야만인들의 커다란 쌍동 전투 카누 한 척을 빼앗아 다른 어느 항구를 향해 돛을 올렸다.

"선원이 한 줌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선장은 새는 곳을 막으려고 배를 기울이는 힘든 일을 도와 달라고 섬사람들에게 청했다. 그러나 이 작은 백인 무리는 위험한 협력자들을 밤낮으로 쉬지 않고 지켜보아야 했고, 그들이 겪은 노동이 너무도 고되었으므로, 배가 다시 바다로 나갈 채비가 되었을 때 그들은 너무 쇠약해져서, 선장은 그토록 무거운 배를 그들과 함께 몰고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항해사들과 의논한 끝에 그는 배를 해안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떨어진 곳에 닻을 내리고, 대포 두 문에 장전하여 뱃머리에서 밖으로 내밀고, 고물 갑판에 머스킷총을 쌓아 두었다. 그리고 섬사람들에게 배에 다가오면 목숨이 위태로우리라고 경고한 뒤, 한 사람을 데리고 가장 좋은 포경 보트에 돛을 올려 500마일 떨어진 타히티를 향해 바람을 등지고 곧장 나아갔다. 선원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항해 나흘째에 커다란 카누 한 척이 보였다. 낮은 산호섬에 들렀다 나온 것 같았다. 선장은 그것을 피해 키를 돌렸다. 그러나 야만인의 배는 그를 향해 내리 달려왔고, 곧 스틸킬트의 목소리가 그에게 멈추라고, 그러지 않으면 물속으로 들이받아 버리겠다고 외쳤다. 선장은 권총을 겨누었다. 이어 묶은 전투 카누의 양쪽 뱃머리에 한 발씩 딛고 선 호수 사람은 그를 비웃었다. 권총 방아쇠가 찰칵 소리만 내도 거품과 물보라 속에 그를 묻어 버리겠다고 장담하면서.

"'나한테 바라는 게 뭐냐?' 선장이 외쳤다.

"'어디로 가는 길이오? 무엇 때문에 가는 거요?' 스틸킬트가 따졌다. '거짓말은 마시오.'

"'사람을 더 구하러 타히티로 가는 길이다.'

"'아주 좋소. 잠깐 그쪽 보트에 오르게 해 주시오. 싸우러 가는 게 아니오.' 그러고는 카누에서 뛰어내려 보트까지 헤엄쳐 와서 뱃전을 기어올라 선장과 얼굴을 맞대고 섰다.

"'팔짱을 끼시오, 선장. 고개를 뒤로 젖히시오. 이제 나를 따라 하시오. 스틸킬트가 나를 떠나자마자 나는 이 보트를 저 섬에 올려놓고 거기서 엿새 동안 머물기로 맹세한다. 그러지 않으면 벼락이 나를 치리라!'

"'훌륭한 학생이구려.' 호수 사람이 웃었다. '아디오스, 세뇨르!' 그러고는 바다로 뛰어들어 동료들에게 헤엄쳐 돌아갔다.

"보트가 바닷가에 잘 올려져 야자나무 뿌리께까지 끌어 올려지는 것을 지켜본 뒤 스틸킬트는 다시 돛을 올렸고, 때가 되어 자기 목적지인 타히티에 닿았다. 거기서 운이 그를 도왔다. 배 두 척이 막 프랑스로 떠나려던 참이었고, 하늘이 도왔는지 바로 그 선원이 이끄는 사람 수만큼 일손이 모자랐다. 그들은 배에 올랐다. 그리하여 혹시 예전 선장이 그들에게 법의 응징을 가할 마음이 있었다 해도 그들은 영원히 그를 앞질러 버렸다.

"프랑스 배들이 떠나고 열흘쯤 뒤에 포경 보트가 도착했고, 선장은 바다에 얼마쯤 익숙한, 비교적 개화된 타히티 사람 몇을 선원으로 들여야 했다. 그는 작은 토착민 스쿠너 한 척을 빌려 그들을 데리고 제 배로 돌아갔고, 거기 모든 것이 무사한 것을 보고 다시 항해를 이어 갔다.

"신사분들, 스틸킬트가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낸터킷섬에서 래드니의 아내였던 과부는 죽은 이를 내주지 않는 바다를 여전히 바라보고, 그를 죽인 무시무시한 흰 고래를 여전히 꿈속에서 본다. ……

"'다 끝났소?' 돈 세바스티안이 조용히 말했다.

"'끝났소, 돈 세바스티안.'

"'그렇다면 청하건대, 당신이 아는 한 당신의 이 이야기가 대체로 정말 사실인지 말해 주시오. 너무도 놀라운 이야기라서! 의심할 여지 없는 출처에서 들은 것이오? 내가 다그치는 것 같거든 너그러이 봐주시오.'

"'우리 모두도 너그러이 봐주시오, 뱃사람 양반. 우리 모두 돈 세바스티안의 청에 함께하니까.' 일행이 몹시 흥미로워하며 외쳤다.

"'신사분들, 이 황금 여관에 거룩한 복음서가 한 권 있소?'

"'아니오.' 돈 세바스티안이 말했다. '하지만 가까이에 훌륭한 신부님을 한 분 아니, 곧 한 권 구해 주실 거요. 내가 가지러 가겠소. 하지만 잘 생각한 거요? 일이 너무 엄숙해질지도 모르오.'

"'수고스럽겠지만 신부님도 모시고 와 주겠소, 돈 세바스티안?'

"'리마에는 이제 이단 화형식이 없지만,' 일행 가운데 하나가 다른 이에게 말했다. '우리 뱃사람 친구가 대주교의 손에 걸려들 위험을 무릅쓰는 것 같아 걱정이오. 달빛에서 좀 더 물러나 있읍시다. 나는 이럴 필요가 없다고 보오.'

"'뒤따라가서 미안하오, 돈 세바스티안. 하지만 되도록 가장 큰 복음서를 구해 달라고 각별히 부탁해도 되겠소?'


"'이분이 신부님이오. 당신에게 복음서를 가져오셨소.' 키 크고 엄숙한 사람과 함께 돌아온 돈 세바스티안이 근엄하게 말했다.

"'모자를 벗겠소. 자, 존경하는 신부님, 빛 속으로 좀 더 나오셔서 제가 만질 수 있게 거룩한 책을 제 앞에 들어 주십시오.

"'하늘이여 저를 도우소서. 신사분들, 내 명예를 걸고, 내가 들려준 이야기는 그 골자와 큰 줄거리에서 사실이오. 나는 그것이 사실임을 아오. 그 일은 이 지구 위에서 일어났소. 나는 그 배를 밟았소. 그 선원들을 알았소. 래드니가 죽은 뒤 나는 스틸킬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소.'"

주

  1. 1. 돛대 꼭대기에서 고래를 처음 보았을 때 외치던 옛 외침으로, 이름난 갈라파고스 땅거북을 사냥하는 포경선원들이 아직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