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장 첫 보트 내리기
유령들은, 그때는 정말 그렇게 보였는데, 갑판 반대편에서 소리 없이 재빠르게 오가며 거기 매달린 보트의 도르래 밧줄과 묶음 끈을 풀고 있었다. 이 보트는 우현 고물 쪽에 매달려 있어서 규정상으로는 선장의 보트라 불렸지만 늘 여분의 보트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이제 그 뱃머리 곁에 선 형체는 키가 크고 거무스름했으며, 강철 같은 입술 사이로 흰 이 하나가 사악하게 비어져 나와 있었다. 검은 무명으로 된 구겨진 중국식 웃옷이 장례식처럼 그를 감쌌고, 같은 어두운 천으로 된 통 넓은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이 칠흑 같은 차림 위에 기묘하게도 번쩍이는 흰 터번을 땋아 얹고 있었는데, 그것은 살아 있는 머리카락을 땋아 머리 둘레로 빙빙 감아 올린 것이었다. 이 형체의 동료들은 그만큼 거무스름하지는 않았고, 마닐라의 몇몇 토착민 특유의 저 선명한 범처럼 노란 살빛을 띠고 있었다. 일종의 악마 같은 교활함으로 이름난 족속으로, 정직한 백인 뱃사람 몇몇은 그들을 그들의 주인 악마가 바다 위에 둔 돈 받는 첩자이자 은밀한 심복이라고 여긴다. 그 악마의 회계실은 다른 곳에 있다고 그들은 여긴다.
이상히 여기는 선원들이 아직 이 낯선 자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에이해브가 그들의 우두머리인 흰 터번의 노인에게 외쳤다. "거기 준비됐느냐, 페달라?"
"준비됐소." 반쯤 쉿 하는 소리로 대답이 왔다.
"그럼 내려라. 들리느냐?" 갑판 너머로 외치는 소리였다. "거기 내리라니까."
그의 목소리가 어찌나 우레 같았던지 선원들은 놀라면서도 난간을 넘어 뛰었다. 도르래 속에서 바퀴들이 빙빙 돌았다. 철썩 뒹굴며 세 보트가 바다로 떨어졌다. 그사이 선원들은 다른 어떤 직업에서도 볼 수 없는 능란하고 아무렇지 않은 대담함으로, 염소처럼, 흔들리는 뱃전을 타고 아래에서 출렁이는 보트들로 뛰어내렸다.
그들이 배의 바람 아래쪽 그늘에서 채 저어 나오기도 전에, 바람 불어오는 쪽에서 온 네 번째 용골이 고물 밑을 돌아 나오며 에이해브를 태우고 젓는 다섯 낯선 자를 드러냈다. 에이해브는 고물에 꼿꼿이 서서 스타벅과 스터브와 플래스크에게, 넓은 바다를 덮도록 멀찍이 흩어지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다른 보트에 탄 이들은 모두 다시 거무스름한 페달라와 그 선원들에게 눈길이 붙들려 그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에이해브 선장님……?" 하고 스타벅이 말했다.
"흩어져라." 에이해브가 외쳤다. "저어라, 네 보트 모두. 너, 플래스크, 바람 불어 가는 쪽으로 더 저어 나가라!"
"예, 알겠습니다." 꼬마 킹포스트가 커다란 키잡이 노를 휘둘러 돌리며 쾌활하게 외쳤다. "힘껏 당겨!" 선원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저기! 저기! 또 저기! 바로 앞에 저기 물을 뿜는다, 얘들아! 힘껏 당겨!"
"저기 저 노란 녀석들은 신경 쓰지 마라, 아치."
"아, 저는 신경 안 씁니다, 항해사님." 아치가 말했다. "전부터 다 알고 있었는걸요. 선창에서 저놈들 소리를 듣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여기 카바코한테 그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어떠냐, 카바코? 밀항자들입니다, 플래스크 항해사님."
"저어라, 저어, 기운 좋은 내 녀석들아. 저어라, 내 새끼들아. 저어라, 내 꼬맹이들아." 스터브가 선원들에게 느릿느릿 달래듯 한숨처럼 말했다. 선원들 가운데 몇몇은 아직도 불안한 기색이었다. "왜 등뼈가 부러지도록 젓지 않느냐, 얘들아?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냐? 저쪽 보트의 저 녀석들? 쯧! 그냥 우리를 도우러 온 일손이 다섯 더 생긴 것뿐이다. 어디서 왔는지는 신경 쓰지 마라. 많을수록 즐거운 법이지. 그러니 저어라, 제발 저어. 유황 냄새는 신경 쓰지 마. 악마들도 꽤 괜찮은 녀석들이다. 그래, 그래, 이제 됐다. 그게 천 파운드짜리 노질이다. 판돈을 싹 쓸어 갈 노질이다! 향유고래 기름 금배를 위하여 만세다, 내 영웅들아! 만세 삼창이다, 얘들아, 다들 기운 내라! 살살, 살살. 서두르지 마라, 서두르지 마. 왜 노가 부러지도록 젓지 않느냐, 이 악당들아? 뭐라도 물어뜯어라, 이 개 같은 놈들아! 그래, 그래, 그래, 그렇지. 살살, 살살! 그거다, 그거야! 길고 세게. 저어라, 저어! 악마나 물어 가라, 이 누더기 건달 놈들아. 다들 자고 있구나. 코 그만 골고 저어라, 이 잠꾸러기들아. 저을 거냐? 못 젓겠냐? 안 저을 거냐? 모래무지와 생강 과자의 이름으로 묻는다, 대체 왜 안 젓느냐? 뭐라도 부서지게 저어라! 눈알이 튀어나오게 저어라! 자!" 그는 허리띠에서 날카로운 칼을 홱 뽑아 들었다. "너희 어미 자식 놈들 하나도 빠짐없이 칼을 뽑아 칼날을 이에 물고 저어라. 그거다, 그거야. 이제야 뭘 좀 하는구나. 그럴듯하다, 내 강철 쪼가리들아. 밀어붙여라, 밀어붙여, 내 은숟가락들아! 밀어붙여라, 마린 송곳들아!"
여기 스터브가 선원들에게 한 서두를 길게 옮긴 것은, 그가 대체로 선원들에게, 특히 노 젓기의 종교를 가르칠 때 좀 독특하게 말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설교의 이 견본을 보고 그가 회중에게 정말로 불같이 화를 낸 적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천만에. 그리고 바로 거기에 그의 가장 큰 특이함이 있었다. 그는 익살과 분노를 기묘하게 버무린 말투로, 그것도 그 분노가 익살에 치는 양념으로만 계산된 것처럼 보이는 말투로 선원들에게 더없이 무시무시한 말을 하곤 해서, 어떤 노잡이도 그런 괴상한 기원을 들으면 죽기 살기로 젓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면서도 그저 장난삼아 젓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줄곧 몹시 느긋하고 게을러 보였고, 키잡이 노를 빈둥거리듯 다루었으며, 때로는 입을 떡 벌리고 하품을 해 대서, 그렇게 하품하는 지휘관의 모습만으로도 순전히 그 대조의 힘으로 선원들에게 마법처럼 작용했다. 그런가 하면 스터브는 저 기묘한 부류의 익살꾼, 그 쾌활함이 때로 너무도 묘하게 애매해서 아랫사람들이 그들의 명령에 따를 때 모두 조심하게 만드는 익살꾼 가운데 하나였다.
에이해브의 신호에 따라 스타벅은 이제 스터브의 뱃머리를 비스듬히 가로질러 젓고 있었다. 1분 남짓 두 보트가 꽤 가까워졌을 때 스터브가 항해사를 불렀다.
"스타벅 씨! 거기 좌현 보트, 어이! 괜찮다면 한마디 합시다!"
"어이!" 하고 스타벅이 대답했다. 말하면서도 몸을 한 치도 돌리지 않았고, 여전히 열렬하게, 그러나 속삭이며 선원들을 다그쳤다. 그의 얼굴은 스터브 쪽을 외면한 채 부싯돌처럼 굳어 있었다.
"저 노란 녀석들을 어떻게 보시오!"
"배가 떠나기 전에 어떻게든 몰래 숨어 탔겠지. (세게, 세게, 얘들아!)" 선원들에게 속삭이고는 다시 소리 내어 말했다. "딱한 노릇일세, 스터브! (끓어오르게 해라, 끓어오르게, 얘들아!) 하지만 상관 말게, 스터브. 다 잘되려고 그런 걸세. 무슨 일이 있어도 자네 선원들이 다 힘껏 젓게 하게. (힘차게, 얘들아, 힘차게!) 앞에 향유고래 기름이 큰 통으로 몇 통이나 있네, 스터브. 자네는 그것 때문에 온 걸세. (저어라, 얘들아!) 향유고래, 향유고래가 이 판의 목적일세! 적어도 이것은 의무일세. 의무와 이익이 손을 맞잡은 걸세."
"그래, 그래, 그럴 줄 알았지." 보트들이 갈라지자 스터브가 혼잣말을 했다. "놈들을 보자마자 그런 줄 알았어. 그래, 그래서 그 양반이 그렇게 자주 뒤 선창에 내려갔던 거야. 도우보이가 오래전부터 의심했던 대로. 놈들이 거기 아래 숨어 있었던 거지. 흰 고래가 그 밑바닥에 있어. 뭐, 그래, 그러라지! 어쩔 수 없지! 좋아! 저어라, 얘들아! 오늘은 흰 고래가 아니다! 저어라!"
그런데 보트를 갑판에서 내리는 그런 결정적인 순간에 이 이국의 낯선 자들이 나타난 일은, 무리도 아니게 선원들 가운데 몇몇에게 일종의 미신 섞인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얼마 전 아치가 찾아냈다고 여긴 일이 선원들 사이에 퍼져 있었으므로(그때는 실로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그것이 이 일에 그들을 얼마쯤 대비시켜 주었다. 그것이 놀라움의 가장 날카로운 끝을 무디게 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에, 그들이 나타난 까닭을 자신 있게 풀이한 스터브의 말까지 겹쳐, 그들은 당분간 미신 섞인 짐작에서 풀려났다. 다만 그 일은 어두운 에이해브가 처음부터 이 일에 정확히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두고 온갖 엉뚱한 추측을 할 여지를 넉넉히 남겼다. 나로서는, 어스름한 낸터킷의 새벽에 피쿼드호에 기어오르던 수수께끼 같은 그림자들과 알 수 없는 엘리야의 수수께끼 같은 암시를 말없이 떠올렸다.
그동안 에이해브는 항해사들의 귀에 들리지 않을 만큼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가장 멀리 비켜나, 여전히 다른 보트들보다 앞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를 태우고 젓는 선원들이 얼마나 힘센지를 말해 주는 정황이었다. 그의 범처럼 노란 자들은 온통 강철과 고래수염으로 된 것 같았다. 그들은 다섯 개의 낙하 해머처럼 한결같은 힘찬 노질로 오르내렸고, 그 노질은 미시시피 증기선에서 터져 나간 보일러가 옆으로 날아가듯 주기적으로 보트를 물 위로 내달리게 했다. 페달라로 말하자면, 작살잡이 노를 젓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는 검은 웃옷을 벗어 던지고 맨가슴을 드러내고 있었고, 뱃전 위로 드러난 그의 상반신 전체가 번갈아 꺼지는 물의 수평선을 배경으로 또렷이 도려낸 듯했다. 한편 보트의 다른 끝에서는 에이해브가 비틀거리려는 기미를 맞받아 균형을 잡으려는 듯 펜싱 선수처럼 한쪽 팔을 반쯤 뒤로 공중에 내던지듯 뻗은 채, 흰 고래에게 찢기기 전 천 번이나 보트를 내릴 때 그랬듯이 꾸준히 키잡이 노를 다루는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뻗은 팔이 묘한 몸짓을 하더니 그대로 굳었고, 보트의 노 다섯 자루가 동시에 치켜올려지는 것이 보였다. 보트와 선원들은 바다 위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즉시 뒤에서 퍼져 있던 세 보트도 가던 길을 멈추었다. 고래들이 불규칙하게 몸째 푸른 물속으로 가라앉아, 멀리서 알아볼 수 있는 움직임의 표시를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더 가까이 있던 에이해브는 그것을 알아보았다.
"모두 노를 따라 망을 봐라!" 하고 스타벅이 외쳤다. "너, 퀴퀘그, 일어서라!"
야만인은 뱃머리의 세모난 돋움 상자 위로 날렵하게 뛰어올라 거기 똑바로 서서, 사냥감이 마지막으로 보였던 곳을 몹시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뱃전과 높이를 맞춰 역시 세모난 발판을 댄 보트 고물 맨 끝에서, 스타벅 자신이 나뭇조각 같은 제 보트의 홱홱 치는 흔들림에 맞추어 침착하고 능숙하게 균형을 잡으며 바다의 거대한 푸른 눈을 말없이 지켜보는 모습이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플래스크의 보트도 숨을 죽인 듯 고요히 떠 있었다. 그 지휘관은 무모하게도 작살줄 기둥 꼭대기에 서 있었다. 작살줄 기둥은 용골에 뿌리박은 튼튼한 기둥 같은 것으로, 고물 발판보다 2피트쯤 높이 솟아 있다. 작살줄을 감아 걸 때 쓴다. 그 꼭대기는 사람 손바닥보다 넓지 않아서, 그런 받침 위에 선 플래스크는 돛대 머리 마개만 남기고 다 가라앉은 어느 배의 돛대 꼭대기에 올라앉은 것 같았다. 그러나 꼬마 킹포스트는 작고 땅딸막했고, 동시에 꼬마 킹포스트는 크고 높은 야심으로 가득 차 있었으므로, 작살줄 기둥이라는 이 발판은 결코 킹포스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세 물결 너머도 안 보인다. 거기 노 하나 세워 줘, 그 위에 올라가게."
이 말에 다구가 두 손으로 뱃전을 짚어 몸을 가누며 재빨리 고물 쪽으로 미끄러져 오더니,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제 높은 어깨를 받침대로 내놓겠다고 나섰다.
"어느 돛대 꼭대기 못지않습니다, 항해사님. 올라타시겠습니까?"
"그러지. 정말 고맙다, 이 친구야. 다만 네가 50피트만 더 컸으면 좋겠구나."
그러자 거대한 흑인은 보트의 마주 보는 두 판자에 두 발을 단단히 버티고 조금 몸을 굽혀 플래스크의 발 밑에 평평한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플래스크의 손을 영구차의 깃털 장식 같은 제 머리 위에 얹게 하고, 자기가 들어 올릴 때 뛰어오르라고 일러 두고는, 능숙하게 한 번 휙 들어 올려 그 작은 사내를 제 어깨 위에 높이 사뿐히 올려놓았다. 이렇게 하여 이제 플래스크가 거기 서 있었고, 다구는 한 팔을 들어 그가 기대어 몸을 가눌 가슴 띠가 되어 주었다.
포경선원이 아무리 사납게 비뚤어지고 엇갈려 치닫는 바다에 이리저리 내던져질 때에도 놀랍도록 몸에 밴 무의식적인 솜씨로 보트 안에서 꼿꼿한 자세를 지키는 것은 언제 보아도 풋내기에게는 기묘한 광경이다. 그런 상황에서 작살줄 기둥 위에 어질어질하게 올라앉은 그를 보는 것은 더욱 기묘하다. 그러나 거대한 다구 위에 올라탄 꼬마 플래스크의 모습은 그보다 더 신기했다. 고귀한 흑인은 침착하고 무심하고 느긋하며 생각조차 하지 않는 야만스러운 위엄으로 몸을 가누며, 바다가 굴러올 때마다 그 멋진 몸을 조화롭게 함께 굴렸기 때문이다. 그의 넓은 등 위에서 아마빛 머리의 플래스크는 눈송이 같았다. 태운 자가 탄 자보다 더 고귀해 보였다. 실로 활기 넘치고 소란스럽고 뽐내기 좋아하는 꼬마 플래스크는 이따금 조바심에 발을 굴렀지만, 그렇다고 흑인의 당당한 가슴이 한 번이라도 더 들먹이지는 않았다. 나는 정열과 허영이 살아 있는 너그러운 대지를 그렇게 짓밟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대지는 그 때문에 밀물 썰물도 계절도 바꾸지 않았다.
그동안 삼등 항해사 스터브는 그렇게 멀리 내다보며 애태우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고래들은 그저 놀라서 잠깐 잠수한 것이 아니라 늘 하는 정기적인 잠수를 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스터브는, 그런 경우의 버릇대로인 듯, 그 지루한 기다림을 파이프로 달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늘 깃털처럼 비스듬히 꽂고 다니는 모자 띠에서 파이프를 뽑았다. 담배를 채우고 엄지 끝으로 꾹꾹 눌러 다졌다. 그러나 그가 제 손의 거친 사포 같은 살갗에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이자마자, 두 개의 붙박이별처럼 바람 불어오는 쪽에 눈을 박고 있던 그의 작살잡이 태시테고가 꼿꼿이 선 자세에서 빛처럼 갑자기 제자리에 내려앉으며 다급하게 미친 듯이 외쳤다. "엎드려, 다들 엎드려서 저어라! 저기 있다!"
뭍사람이라면 그 순간 고래 한 마리도, 청어 한 마리의 낌새조차도 보지 못했으리라. 보이는 것이라고는 초록빛 도는 흰 물이 어지럽게 일렁이는 작은 한 자리와, 그 위에 떠서 하얗게 굴러가는 큰 물결에서 흩날리는 어지러운 물보라처럼 바람 불어 가는 쪽으로 번지며 날려 가는 엷게 흩어진 김 몇 줄기뿐이었다. 주위의 공기가 갑자기, 말하자면 몹시 뜨겁게 달군 철판 위의 공기처럼 떨리고 아른거렸다. 이 대기의 일렁임과 소용돌이 아래, 그리고 일부는 엷은 물 층 아래에서도 고래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다른 모든 낌새보다 앞서 보이는, 놈들이 뿜어 올린 김 줄기는 놈들보다 먼저 달리는 전령이자 따로 떨어져 나와 날아가는 선발 기수 같았다.
이제 네 보트 모두 일렁이는 물과 공기의 그 한 자리를 맹렬히 쫓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보트들을 앞지를 기세였다. 산에서 급류를 타고 떠내려가는 한 덩어리의 뒤섞인 물거품처럼 그것은 자꾸만 날아갔다.
"저어라, 저어, 착한 녀석들아." 스타벅은 선원들에게 더할 수 없이 낮지만 더할 수 없이 세게 응축된 속삭임으로 말했다. 그의 눈에서 뱃머리 바로 앞으로 쏘아 보내는 날카롭고 붙박인 눈길은 어김없는 나침반 두 개의 눈에 보이는 바늘 두 개 같았다. 그러나 그는 선원들에게 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선원들도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보트의 침묵을 이따금 그 특유의 속삭임 하나가 깜짝 놀랄 만큼 꿰뚫었다. 때로는 명령으로 거칠고, 때로는 애원으로 부드러운 속삭임이었다.
요란한 꼬마 킹포스트는 얼마나 달랐던가. "소리쳐라, 뭐라도 말해라, 이 녀석들아. 고함치며 저어라, 내 벼락들아! 놈들의 검은 등에 날 얹어 놔, 얹어 놔, 얘들아. 그것만 해 주면 마서스비니어드의 내 농장을 너희에게 넘겨주마, 얘들아. 아내와 자식들까지 끼워서, 얘들아. 날 갖다 붙여, 갖다 붙여! 오 주여, 주여! 나 정말 완전히 미쳐 버리겠다! 봐라! 저 흰 물을 봐라!" 그렇게 외치며 그는 모자를 머리에서 벗겨 그 위를 쿵쿵 짓밟았다. 그러고는 그것을 집어 들어 바다 멀리 휙 던져 버리더니, 마침내는 대초원에서 미쳐 날뛰는 망아지처럼 보트 고물에서 앞발을 치켜들었다 곤두박질쳤다 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 좀 봐라." 스터브가 철학자처럼 느릿느릿 말했다. 그는 불붙이지 않은 짧은 파이프를 기계적으로 이에 문 채 조금 떨어져서 뒤따르고 있었다. "경기가 났구먼, 저 플래스크가. 경기? 그래, 경기 나게 해 줘라. 바로 그 말이다. 놈들이 경기 나게 해 줘라. 즐겁게, 즐겁게, 기운들 내라. 저녁엔 푸딩이다, 알지? 즐겁게가 바로 그 말이다. 저어라, 아가들아. 저어라, 젖먹이들아. 다들 저어라. 그런데 대체 뭘 그리 서두르는 거냐? 살살, 살살, 꾸준히, 얘들아. 그냥 저어라, 계속 저어. 그것뿐이다. 등뼈를 다 부러뜨리고 칼을 깨물어 두 동강 내라. 그것뿐이다. 느긋하게 해. 느긋하게 하라니까, 간이며 허파며 다 터지도록!"
그러나 저 헤아릴 수 없는 에이해브가 범처럼 노란 제 선원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그 말은 여기서 빼는 것이 좋겠다. 그대는 복음의 땅의 축복받은 빛 아래 살고 있으니까. 에이해브가 회오리바람 같은 이마와 붉은 살의를 띤 눈과 거품으로 들러붙은 입술로 제 사냥감을 뒤쫓아 뛰어들 때, 그런 말에 귀를 기울여도 좋은 것은 오직 무엄한 바다의 신앙 없는 상어들뿐이다.
그동안 모든 보트가 내달렸다. 플래스크는 꼬리로 제 보트의 뱃머리를 쉬지 않고 약 올린다고 우겨 대는 상상 속 괴물을 "저 고래"라고 부르며 거듭 콕 집어 가리켰는데, 이 가리킴이 때로 어찌나 생생하고 실감 났던지 그의 선원 한두 명이 어깨 너머로 겁먹은 눈길을 홱 던지게 만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규칙에 어긋났다. 노잡이들은 제 눈을 뽑아내고 목에 꼬챙이를 꿰어 박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에게는 귀 말고는 다른 기관이, 팔 말고는 다른 팔다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관례다.
재빠른 경이와 두려움으로 가득 찬 광경이었다! 전능한 바다의 거대한 너울, 끝없는 잔디 볼링장의 거대한 공처럼 너울이 여덟 개의 뱃전을 따라 굴러가며 내는 밀려오는 텅 빈 굉음, 칼날 같은 더 날카로운 물결의 등성이 위에서 보트가 한순간 기우뚱할 때, 물결이 보트를 두 동강 낼 듯 위협할 때의 짧게 매달린 고뇌, 물의 골짜기와 우묵한 곳으로 갑자기 깊이 처박히는 일, 맞은편 언덕 꼭대기에 오르려고 매섭게 박차를 가하고 몰아대는 일, 그 반대편으로 썰매처럼 곤두박질치며 미끄러져 내려가는 일, 이 모든 것이, 보트장들과 작살잡이들의 외침과 노잡이들의 몸서리치는 헐떡임과 함께, 비명을 지르는 새끼들을 쫓는 사나운 암탉처럼 돛을 활짝 펴고 제 보트들을 향해 내리 덮쳐 오는 고래뼈 피쿼드호의 놀라운 광경과 함께, 이 모든 것이 짜릿했다.
아내의 품에서 떠나 첫 전투의 열기 속으로 행군해 가는 신병도, 저승에서 처음으로 알 수 없는 유령을 만나는 죽은 이의 넋도, 쫓기는 향유고래가 휘저어 놓은 마법의 원 안으로 처음 노를 저어 들어가는 사람보다 더 기묘하고 더 강렬한 감정을 느끼지는 못한다.
사냥으로 생긴 춤추는 흰 물이 이제 점점 더 똑똑히 보였다. 바다에 드리운 칙칙한 구름 그림자가 점점 짙어졌기 때문이다. 김 줄기들은 더는 한데 섞이지 않고 사방으로 좌우로 기울었다. 고래들이 제각기 항적을 갈라 가는 것 같았다. 보트들은 더 멀리 흩어져 저었다. 스타벅은 바람 불어 가는 쪽으로 곧장 달리는 고래 세 마리를 쫓았다. 이제 우리 돛이 올랐고, 바람이 여전히 거세어지는 가운데 우리는 내달렸다. 보트가 어찌나 미친 듯이 물을 헤치고 나갔던지, 바람 불어 가는 쪽 노들은 노걸이에서 뜯겨 나가지 않을 만큼 재빨리 놀리기도 버거웠다.
곧 우리는 넓게 번지는 안개의 장막을 뚫고 달리고 있었다. 배도 보트도 보이지 않았다.
"저어라, 얘들아." 스타벅은 돛의 아딧줄을 더 뒤로 당기며 속삭였다. "돌풍이 닥치기 전에 아직 고래 한 마리 잡을 시간은 있다. 저기 또 흰 물이다! 바로 가까이! 힘차게!"
그 뒤 곧 우리 양쪽에서 잇따라 들린 두 외침은 다른 보트들이 고래에 작살을 꽂아 매였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 소리를 듣자마자 스타벅이 번개처럼 날카롭게 속삭였다. "일어서!" 그러자 퀴퀘그가 작살을 손에 들고 벌떡 일어섰다.
그때 노잡이 가운데 누구도 바로 앞에 그토록 가까이 닥친 생사의 위험을 마주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보트 고물에 있는 항해사의 긴장한 얼굴에 눈을 두고 있었으므로 그들은 그 절박한 순간이 왔음을 알았다. 그들은 또한 코끼리 쉰 마리가 깔짚 위에서 뒤척이는 듯한 엄청나게 뒹구는 소리를 들었다. 그동안 보트는 여전히 안개를 뚫고 우르릉거리며 나아갔고, 물결은 성난 뱀들이 곧추세운 볏처럼 우리 둘레에서 말려 오르며 쉿쉿거렸다.
"저건 놈의 혹이다. 저기, 저기, 놈에게 먹여라!" 하고 스타벅이 속삭였다.
보트에서 짧게 내닫는 소리가 튀어 나갔다. 퀴퀘그가 던진 작살이었다. 그러고는 모든 것이 한데 엉겨 붙은 소동 속에서 고물 쪽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떠밂이 오고, 앞쪽에서는 보트가 암붕에 부딪히는 것 같았다. 돛이 무너지며 터졌다. 데일 듯 뜨거운 김이 바로 곁에서 솟구쳤다. 무언가가 우리 밑에서 지진처럼 구르고 뒹굴었다. 선원 모두 돌풍이 휘저어 놓은 엉긴 크림 같은 흰 물속으로 마구잡이로 내던져지며 반쯤 숨이 막혔다. 돌풍과 고래와 작살이 모두 한데 뒤섞였다. 그리고 작살에 그저 스치기만 한 고래는 달아났다.
보트는 물에 완전히 잠겼지만 거의 다치지 않았다. 우리는 보트 둘레를 헤엄치며 떠다니는 노들을 건져 뱃전에 가로질러 묶고는 굴러떨어지듯 제자리로 돌아갔다. 거기 우리는 무릎까지 바닷물에 잠겨 앉아 있었다. 물이 늑재와 판자를 하나도 남김없이 덮고 있어서, 내려다보는 우리 눈에는 물에 떠 매달린 그 보트가 대양 밑바닥에서 우리에게까지 자라 올라온 산호 보트 같았다.
바람은 울부짖을 만큼 거세졌다. 물결은 서로 방패를 맞부딪쳤다. 돌풍 전체가 대초원의 하얀 불길처럼 우리 둘레에서 으르렁거리고 갈라지고 탁탁 튀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타 없어지지 않은 채 불타고 있었다. 이 죽음의 아가리 속에서 불멸하며! 우리는 헛되이 다른 보트들을 불렀다. 그 폭풍 속에서 그 보트들을 부르느니 타오르는 용광로의 굴뚝 아래로 시뻘건 숯에 대고 고함치는 편이 나았으리라. 그동안 몰아치는 물보라와 조각구름과 안개는 밤의 그림자로 더욱 어두워졌다. 배의 낌새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높아지는 바다 때문에 보트의 물을 퍼낼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노는 배를 미는 데는 쓸모가 없어 이제 구명대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타벅은 방수된 성냥 통을 묶은 끈을 자르고, 여러 번 실패한 끝에 간신히 각등 안의 등잔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그것을 표지 장대에 매달아 퀴퀘그에게 건네주어, 이 절망적인 결사대의 기수로 삼았다. 그리하여 그는 거기 앉아, 그 전능한 절망의 한복판에서 그 무력한 촛불을 쳐들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거기 앉아, 믿음 없는 사람의 표지이자 상징으로, 절망 한가운데서 희망 없이 희망을 쳐들고 있었다.
젖고, 흠뻑 젖고, 추위에 떨며, 배도 보트도 찾을 희망을 잃은 채 우리는 새벽이 다가오자 눈을 들었다. 안개는 여전히 바다를 덮고 있었고, 빈 각등은 보트 바닥에 찌그러져 있었다. 갑자기 퀴퀘그가 벌떡 일어서더니 손을 오므려 귀에 댔다. 우리 모두 희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까지 폭풍에 묻혀 있던 밧줄과 활대 소리 같았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짙은 안개가 거대하고 흐릿한 형체에 희미하게 갈라졌다. 겁에 질린 우리는 모두 바다로 뛰어들었다. 마침내 배가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며, 제 길이를 그리 넘지 않는 거리에서 곧장 우리를 향해 내리 덮쳐 왔기 때문이다.
물결 위에 떠서 우리는 버려진 보트를 보았다. 보트는 한순간 폭포 밑의 나뭇조각처럼 배의 뱃머리 아래에서 흔들리며 입을 벌렸다. 그러고는 거대한 선체가 그 위로 굴러 넘어갔고, 보트는 고물 뒤에서 허우적거리며 떠오를 때까지 다시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보트 쪽으로 헤엄쳐 갔고, 물결에 떠밀려 보트에 부딪혔으며, 마침내 건져 올려져 무사히 배에 올랐다. 돌풍이 가까이 닥치기 전에 다른 보트들은 고래를 잘라 놓아주고 때맞추어 배로 돌아와 있었다. 배는 우리를 포기했지만, 혹시라도 우리가 죽었다는 무슨 표시, 노 한 자루나 창 자루 하나라도 만날까 하여 여전히 그 근처를 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