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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장 스터브, 고래를 잡다

스타벅에게 대왕오징어의 출현이 불길한 징조였다면, 퀴퀘그에게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너 오징어 본다, 그럼 너 곧 향유고래 본다." 야만인은 매달아 올린 제 보트의 이물에서 작살을 갈며 말했다.

이튿날은 몹시 고요하고 무더웠다. 딱히 할 일도 없었으므로, 피쿼드호의 선원들은 그토록 텅 빈 바다가 불러오는 잠의 주문을 좀처럼 이겨 내지 못했다. 그때 우리가 지나던 인도양의 이 일대는 포경선원들이 말하는 활기찬 어장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라플라타강 앞바다나 페루 앞 연안 어장에 견주면, 쇠돌고래나 만새기나 날치처럼 더 북적이는 바다에 사는 활발한 주민들을 엿볼 기회가 적었다.

앞돛대 꼭대기에 설 차례가 내게 왔다. 나는 느슨해진 로열 돛대 밧줄에 어깨를 기대고, 마법에 걸린 것 같은 공기 속에서 하릴없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어떤 결심도 그것을 버텨 내지 못했다. 그 꿈결 같은 기분 속에서 정신을 온통 잃고, 마침내 내 영혼은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래도 내 몸은 처음 그것을 움직인 힘이 사라진 뒤에도 한참 동안 흔들리는 진자처럼 계속 흔들렸다.

망각이 나를 완전히 덮치기 전에, 나는 큰돛대와 뒷돛대 꼭대기의 선원들도 벌써 졸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마침내 우리 셋은 모두 넋 나간 채 활대에 매달려 흔들렸고, 우리가 한 번 흔들릴 때마다 아래에서 졸고 있는 키잡이가 한 번씩 고개를 끄덕였다. 파도들도 게으른 물마루를 끄덕였다. 그리고 넓게 넋을 잃은 바다 너머로 동쪽은 서쪽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해는 그 모두 위에서 끄덕였다.

갑자기 감은 눈 밑에서 거품이 터지는 것 같았다. 내 손은 바이스처럼 밧줄을 움켜쥐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자비로운 힘이 나를 지켜 주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살아났다. 그리고 보라! 우리 배의 바람 불어 가는 쪽 바로 가까이, 40패덤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향유고래 한 마리가 뒤집힌 프리깃함의 선체처럼 물속에서 뒹굴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사람의 살빛을 띤 넓고 반들반들한 등은 햇살 속에서 거울처럼 번득였다. 그러나 파도의 골에서 느긋하게 너울거리며 이따금 차분하게 김 같은 물줄기를 뿜는 그 고래는, 따뜻한 오후에 파이프를 피우는 뚱뚱한 시민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엾은 고래야, 그 파이프가 네 마지막 파이프였다. 마치 어느 마법사의 지팡이에 맞기라도 한 듯, 졸던 배와 그 안에서 자던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퍼뜩 깨어났다. 그리고 그 커다란 물고기가 천천히, 규칙적으로 반짝이는 소금물을 공중에 뿜어 올리는 동안, 배의 곳곳에서 스무 명이 넘는 목소리가 높은 데서 울린 세 목소리와 동시에 늘 하던 외침을 터뜨렸다.

"보트를 풀어라! 바람 쪽으로 돌려라!" 에이해브가 외쳤다. 그리고 제 명령을 제가 따라, 키잡이가 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키를 홱 밀어 내렸다.

선원들이 갑자기 지른 외침에 고래가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 보트가 다 내려지기도 전에 놈은 위엄 있게 몸을 돌려 바람 불어 가는 쪽으로 헤엄쳐 갔다. 그러나 너무도 차분하고 침착하게, 헤엄치며 물결도 거의 일으키지 않았으므로, 놈이 어쩌면 아직 놀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에이해브는 노를 하나도 쓰지 말고 누구도 속삭임 말고는 말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우리는 온타리오 인디언처럼 보트 뱃전에 걸터앉아 빠르게, 그러나 소리 없이 짧은 노를 저어 나아갔다. 바람이 없어 소리 나지 않는 돛을 올릴 수도 없었다. 이윽고 우리가 이렇게 미끄러지듯 쫓아가고 있을 때, 괴물은 꼬리를 공중으로 40피트나 곧추세워 휙 흔들더니, 삼켜지는 탑처럼 가라앉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꼬리지느러미가 넘어간다!" 외침이 터졌다. 그 알림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터브는 성냥을 꺼내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이제 한숨 돌릴 틈이 생겼기 때문이다. 놈이 잠수하는 동안의 시간이 꽉 차게 지나자 고래는 다시 떠올랐다. 이제 놈은 담배 피우는 사람의 보트 앞쪽에, 그것도 다른 어느 보트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으므로, 스터브는 잡는 영예가 제 것이리라고 믿었다. 이제는 고래가 마침내 쫓는 자들을 알아챈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조심하느라 지키던 침묵은 더는 쓸모가 없었다. 짧은 노를 내려놓고, 긴 노가 요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터브는 여전히 파이프를 뻐끔거리며 선원들을 돌격으로 몰아세웠다.

그렇다, 그 물고기에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제 위험을 온전히 알아챈 놈은 「머리를 내밀고」 달아나고 있었다. 놈이 빚어낸 미친 듯한 효모 거품 위로 그 부위가 비스듬히 튀어나와 있었다.1

"밀어라, 밀어라, 얘들아! 서두르지는 마라. 느긋하게들 해라. 하지만 밀어라. 천둥 치듯 밀어라, 그거면 된다." 스터브가 말하면서 연기를 푸푸 뱉으며 외쳤다. "자, 밀어라. 길고 힘차게 당겨 줘라, 태시테고. 밀어라, 태시, 이 녀석아. 다들 밀어라. 그래도 침착해라, 침착해. 오이처럼 서늘하게, 그게 요령이다. 살살, 살살. 그저 무시무시한 죽음처럼, 이를 드러낸 악마처럼 밀어서, 묻힌 송장들이 무덤에서 꼿꼿이 일어서게 해라, 얘들아. 그거면 된다. 밀어라!"

"우후! 와히!" 게이헤드 사내는 대답으로 하늘에 대고 옛 함성을 내지르며 소리쳤다. 그 열띤 인디언이 엄청나게 앞장선 한 번의 노질을 하자, 팽팽하게 긴장한 보트의 노잡이들이 모두 저도 모르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나 그의 거친 비명에 그만큼 거친 다른 비명들이 화답했다. "키히! 키히!" 다구가 우리 안을 서성이는 호랑이처럼 자리에서 앞뒤로 몸을 부리며 고함쳤다.

"칼라! 쿨루!" 퀴퀘그가 근위병 스테이크 한 입을 두고 입맛이라도 다시듯 울부짖었다. 그렇게 노와 고함으로 용골들은 바다를 갈랐다. 그동안 스터브는 맨 앞자리를 지키며 여전히 선원들을 돌격으로 북돋웠고, 그러는 내내 입에서 연기를 뿜어냈다. 그들은 무법자들처럼 끌어당기고 용을 썼고, 마침내 반가운 외침이 들렸다. "일어서, 태시테고! 놈에게 먹여라!" 작살이 날아갔다. "모두 뒤로!" 노잡이들이 노를 거꾸로 저었다. 바로 그 순간, 뜨겁게 쉿쉿거리는 무언가가 그들 모두의 손목을 따라 지나갔다. 그 마법의 작살줄이었다. 바로 한순간 전에 스터브가 재빨리 작살줄을 작살줄 기둥에 두 번 더 감아 두었는데, 이제 줄이 더 빠르게 감겨 돌자 그곳에서 삼밧줄이 타는 푸른 연기가 솟아올라 그의 파이프에서 꾸준히 피어오르는 연기와 뒤섞였다. 작살줄은 작살줄 기둥을 빙빙 돌았고, 그 지점에 이르기 바로 전에는 스터브의 두 손 사이를 살갗이 부르틀 만큼 쓸며 지나갔다. 이럴 때 이따금 끼는 손 헝겊, 곧 누빈 범포 조각이 그의 손에서 그만 떨어져 버렸던 것이다. 그것은 적의 날카로운 양날 칼을 칼날째 쥐고 있는데, 그 적이 그것을 내내 손아귀에서 비틀어 빼앗으려 애쓰는 것과 같았다.

"줄을 적셔라! 줄을 적셔!" 스터브가 통 노잡이(통 옆에 앉은 사람)에게 외치자, 그는 모자를 홱 벗어 바닷물을 떠서 거기 끼얹었다.2 줄을 몇 바퀴 더 감자 작살줄이 제자리를 지키기 시작했다. 이제 보트는 온몸이 지느러미인 상어처럼 끓어오르는 물을 가르며 날았다. 이때 스터브와 태시테고는 자리를 바꾸었다. 이물과 고물을 맞바꾸는 일이었으니, 그렇게 흔들리는 소동 속에서는 참으로 비틀거리는 일이었다.

보트 위쪽 길이를 따라 끝까지 뻗은 채 떨리는 작살줄을 보면, 그리고 그 줄이 이제 하프 줄보다 더 팽팽한 것을 보면, 그대는 보트가 서로 맞서는 두 원소를 한꺼번에 휘저으며 나아가는 동안, 이 배에 용골이 둘 있다고, 하나는 물을 가르고 하나는 공기를 가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물에서는 폭포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배가 지나간 자리에는 쉼 없이 소용돌이가 돌았다. 그리고 안에서 아주 조금만, 새끼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떨며 삐걱거리는 보트는 경련하는 뱃전을 바다 쪽으로 기울였다. 그렇게 그들은 내달렸다. 저마다 물거품 속으로 내던져지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해 자리에 매달렸다. 키잡이 노를 잡은 태시테고의 큰 몸은 무게 중심을 낮추려고 거의 반으로 접힐 만큼 웅크렸다. 그렇게 쏜살같이 나아가는 동안 대서양과 태평양을 통째로 몇 개는 지나온 것 같았고, 마침내 고래가 달아나는 기세를 얼마쯤 늦추었다.

"당겨라, 당겨!" 스터브가 뱃머리 노잡이에게 외쳤다. 그러자 모두가 고래 쪽으로 몸을 돌려, 보트가 아직 끌려가는 동안에도 보트를 놈에게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곧 놈의 옆구리에 나란히 붙자, 스터브는 투박한 무릎받이에 무릎을 단단히 박고 달아나는 물고기에게 창을 잇달아 던져 꽂았다. 명령이 떨어질 때마다 보트는 고래가 끔찍하게 뒹구는 자리에서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한 번 던지려고 나란히 다가붙기를 되풀이했다.

이제 붉은 물살이 언덕을 흘러내리는 시냇물처럼 괴물의 온 사방에서 쏟아졌다. 고통받는 놈의 몸뚱이는 소금물이 아니라 피 속에서 뒹굴었고, 그 피는 그들이 지나간 자리 뒤로 몇 펄롱에 걸쳐 거품을 일으키며 끓어올랐다. 비스듬한 햇살이 바다 속 이 진홍빛 못 위에서 일렁이며 모든 얼굴에 그 빛을 되비추었으므로, 그들은 모두 서로에게 붉은 인디언처럼 빛나 보였다. 그러는 내내 고래의 숨구멍에서는 하얀 연기가 한 줄기 또 한 줄기 고통스럽게 뿜어져 나왔고, 흥분한 보트장의 입에서는 거센 연기가 한 모금 또 한 모금 뿜어져 나왔다. 스터브는 창을 던질 때마다 거기 매인 줄로 휘어진 창을 끌어당겨, 뱃전에 대고 몇 번 재빨리 두들겨 다시, 또다시 곧게 편 다음, 다시, 또다시 고래에게 박아 넣었다.

"바짝 대라, 바짝 대라!" 기운이 빠져 가는 고래의 분노가 누그러지자 그는 이제 뱃머리 노잡이에게 외쳤다. "바짝 대라! 바싹!" 그리고 보트는 물고기의 옆구리를 따라 나란히 붙었다. 스터브는 이물 너머로 멀리 몸을 내밀고, 길고 날카로운 창을 물고기 속으로 천천히 휘저어 넣고는 거기 그대로 둔 채 조심스레 휘젓고 또 휘저었다. 마치 고래가 삼켰을지도 모를 금시계를 꺼내기도 전에 깨뜨릴까 봐 겁을 내며 조심조심 더듬어 찾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찾던 그 금시계는 물고기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목숨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이 찔렸다. 괴물은 넋 나간 상태에서 깨어나 「발작」이라는 이름의 그 말할 수 없는 것으로 들어가더니, 제 피 속에서 끔찍하게 뒹굴며 꿰뚫어 볼 수 없는 미친 듯 끓어오르는 물보라로 제 몸을 겹겹이 감쌌다. 그래서 위태로워진 보트는 곧바로 뒤로 물러서서, 그 광란의 어스름에서 맑은 대낮의 공기 속으로 앞도 보지 못한 채 빠져나오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그리고 이제 발작이 잦아들자, 고래는 다시 한 번 굴러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이쪽저쪽으로 출렁이며, 날카롭고 갈라지는 고통스러운 숨을 쉬면서 경련하듯 숨구멍을 벌렸다 오므렸다 했다. 마침내 엉긴 붉은 핏덩이가 붉은 포도주의 자줏빛 앙금처럼 한 번 또 한 번 겁먹은 공기 속으로 솟구쳤고, 다시 떨어져 꼼짝 않는 옆구리를 타고 뚝뚝 흘러 바다로 내려갔다. 놈의 심장이 터진 것이다!

"죽었습니다, 스터브 항해사님." 다구가 말했다.

"그래. 파이프 두 개가 다 타 버렸구나!" 스터브는 제 파이프를 입에서 빼어 꺼진 재를 물 위에 흩뿌렸다. 그리고 잠시 서서 자기가 만든 거대한 시체를 생각에 잠겨 바라보았다.

주

  1. 1. 향유고래의 거대한 머리 안쪽 전체가 얼마나 가벼운 물질로 되어 있는지는 다른 곳에서 보게 될 것이다. 겉보기에는 가장 육중한 부위지만, 실은 놈의 몸에서 단연 가장 잘 뜨는 부위다. 그래서 놈은 머리를 쉽게 공중으로 쳐들고, 있는 힘껏 빨리 달릴 때면 언제나 그렇게 한다. 게다가 놈의 머리 앞면은 위쪽이 그토록 넓고, 아래쪽은 물을 가르는 뱃머리처럼 그토록 가늘어지는 생김새여서, 머리를 비스듬히 쳐들면 놈은 이물이 뭉툭한 굼뜬 갤리엇선에서 끝이 뾰족한 뉴욕 수로 안내선으로 탈바꿈한다고 할 수 있다.

  2. 2. 이 일이 얼마나 없어서는 안 되는지를 얼마쯤 보여 주려고 여기서 말해 두자면, 옛 네덜란드 포경업에서는 풀려 나가는 작살줄에 물을 끼얹는 데 대걸레를 썼다. 다른 많은 배에서는 나무 손잡이 바가지, 곧 물 푸는 그릇을 그 일에 따로 마련해 둔다. 그러나 그대의 모자가 가장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