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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제133장 추격, 첫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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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장 추격, 첫째 날

그날 밤 한밤 당직 때, 노인이 이따금 하던 버릇대로 기대어 서 있던 승강구에서 나와 의족 구멍으로 갔을 때, 그는 갑자기 얼굴을 사납게 내밀고 바다 공기를 킁킁 들이마셨다. 영리한 뱃개가 어느 야만스러운 섬에 다가갈 때 그러듯이. 그는 고래가 가까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단언했고, 곧 살아 있는 향유고래가 때로 아주 먼 곳까지 풍기는 그 독특한 냄새를 당직 선원 모두가 뚜렷이 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에이해브가 나침반을 살피고, 다음에 풍향기를 살피고, 다음에 그 냄새가 오는 방위를 되도록 정확히 확인한 뒤, 배의 항로를 조금 바꾸고 돛을 줄이라고 재빨리 명령했을 때 놀란 뱃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움직임을 시킨 날카로운 판단이 옳았음은 새벽녘에 충분히 입증되었다. 바로 앞쪽에 길게 뻗은 슬릭이 바다 위에 보였던 것이다. 기름처럼 매끄러웠고, 그 가장자리에 주름처럼 잡힌 물결은 깊고 빠른 강어귀에서 거센 조류가 맞부딪치는 자리에 생기는 금속처럼 반들반들한 무늬를 닮았다.

"돛대 꼭대기에 올라가라! 모두 불러 모아라!"

다구가 손잡이 막대 세 개를 몽둥이처럼 움켜쥐고 그 끝으로 앞갑판을 우레같이 두들겨, 최후의 심판 같은 그 소리로 잠든 사람들을 깨웠는데, 그들이 옷을 손에 든 채 어찌나 순식간에 나타났는지 승강구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무엇이 보이느냐?" 에이해브가 얼굴을 하늘로 쳐들며 외쳤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선장님!" 위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내려왔다.

"윗돛대 돛을 올려라! 보조돛도! 아래위로, 양쪽 모두!"

돛을 모두 펴자 그는 큰돛대 맨 꼭대기로 자기를 끌어 올리려고 따로 마련해 둔 구명줄을 풀었다. 그리고 몇 순간 뒤 사람들이 그를 그리로 끌어 올리고 있을 때, 아직 3분의 2쯤밖에 오르지 않았을 때, 그는 큰중간돛과 윗돛대 돛 사이로 가로로 트인 빈 데로 앞을 내다보다가 갈매기 같은 외침을 허공에 질렀다. "저기 물을 뿜는다! 저기 물을 뿜는다! 눈 덮인 언덕 같은 혹이다! 모비 딕이다!"

세 망꾼이 동시에 받아 외치는 듯한 그 외침에 불이 붙은 갑판 위의 선원들은, 그토록 오래 쫓아온 그 이름난 고래를 보려고 삭구로 달려갔다. 에이해브는 이제 마지막 망보는 자리에 이르렀는데, 다른 망꾼들보다 몇 피트 위였고, 태시테고는 그 바로 아래 윗돛대의 모자 같은 덮개 위에 서 있어서 그 인디언의 머리가 에이해브의 발뒤꿈치와 거의 같은 높이에 있었다. 이 높이에서 보니 고래는 1마일쯤 앞에 있었고, 바다가 굴러갈 때마다 반짝이는 높은 혹을 드러내며 소리 없는 물줄기를 꼬박꼬박 허공으로 뿜어 올렸다. 쉽게 믿는 뱃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그토록 오래전 달빛 비치는 대서양과 인도양에서 보았던 그 소리 없는 물줄기와 같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 아무도 저것을 먼저 보지 못했느냐?" 에이해브가 둘레에 올라앉은 사람들을 부르며 외쳤다.

"저도 에이해브 선장님과 거의 같은 순간에 보고 외쳤습니다, 선장님." 태시테고가 말했다.

"같은 순간이 아니다. 같지 않았다. 아니다, 금화는 내 것이다. 운명이 금화를 나를 위해 남겨 두었다. 나만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도 흰 고래를 맨 먼저 찾아낼 수는 없었다. 저기 물을 뿜는다! 저기 물을 뿜는다! 저기 물을 뿜는다! 또 저기! 또 저기!" 그는 눈에 보이는 고래의 물줄기가 차츰 길게 이어지는 데 맞추어, 길게 끌며 머뭇거리는, 꼬박꼬박 박자를 맞춘 소리로 외쳤다. "놈이 잠수하려 한다! 보조돛을 걷어라! 윗돛대 돛을 내려라! 보트 세 척 준비해라. 스타벅, 명심해라, 너는 배에 남아 배를 지켜라. 거기 키! 바람 쪽으로, 바람 쪽으로 한 점만! 그렇지. 그대로, 이 사람아, 그대로! 꼬리지느러미가 넘어간다! 아니다, 아니다. 검은 물일 뿐이다! 거기 보트들 다 됐느냐? 준비해라, 준비해라! 나를 내려라, 스타벅. 내려라, 내려라, 빨리, 더 빨리!" 그리고 그는 허공을 미끄러져 갑판으로 내려왔다.

"놈은 곧장 바람 불어 가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선장님." 스터브가 외쳤다. "우리한테서 곧장 멀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배를 보지 못했을 겁니다."

"입 다물어라, 이 사람아! 활대 줄에 붙어라! 키를 끝까지 내려라! 활대를 당겨라! 돛을 떨게 해라! 떨게 해라! 그렇지. 그만하면 됐다! 보트, 보트!"

곧 스타벅의 보트를 뺀 모든 보트가 내려졌다. 보트의 돛을 모두 올리고 손노를 모두 저으며, 물결을 가르는 빠르기로 바람 불어 가는 쪽으로 쏜살같이 나아갔고, 에이해브가 돌격의 선두에 섰다. 창백한 죽음의 빛이 페달라의 움푹 꺼진 눈을 밝혔고, 흉측한 움직임이 그의 입을 갉아 댔다.

소리 없는 앵무조개 껍데기처럼 가벼운 뱃머리들이 바다를 헤치고 내달렸다. 그러나 원수에게는 천천히 다가갈 뿐이었다. 그들이 다가갈수록 바다는 한층 더 매끄러워졌다. 물결 위에 융단을 끌어 덮는 것 같았고, 한낮의 풀밭 같았다. 그토록 평온하게 펼쳐져 있었다. 마침내 숨죽인 사냥꾼이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먹이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자, 눈부신 혹 전체가 뚜렷이 보였는데, 혹은 따로 떨어진 무엇인 양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며, 더없이 곱고 양털 같은 푸르스름한 거품의 고리에 쉬지 않고 둘러싸여 돌았다. 그는 그 너머로 조금 비어져 나온 머리의 거대하고 얽힌 주름을 보았다. 그 앞으로, 부드러운 터키 융단 같은 물 위 멀리, 넓고 젖빛 나는 이마에서 번들거리는 흰 그림자가 나아갔고, 음악 같은 잔물결이 장난스럽게 그 그림자를 따라갔다. 그리고 뒤로는 푸른 물이 번갈아 그의 한결같은 항적이 이룬 움직이는 골짜기로 흘러넘쳤으며, 양쪽에서는 반짝이는 거품이 솟아 그의 곁에서 춤추었다. 그러나 그 거품은 바다를 사뿐히 깃털로 스치며 변덕스럽게 날다 앉다 하는 수백 마리 흥겨운 새들의 가벼운 발가락에 다시 부서졌다. 그리고 채색한 큰 상선의 선체에서 솟은 깃대처럼, 최근에 꽂힌 창의 길지만 부러진 자루가 흰 고래의 등에서 비죽 솟아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물고기 위에 닫집처럼 맴돌며 이리저리 스치듯 나는 발가락 부드러운 새 떼 가운데 한 마리가 소리 없이 이 자루에 내려앉아 흔들렸고, 긴 꽁지깃이 장대 끝 깃발처럼 나부꼈다.

다정한 즐거움이, 빠름 속에 깃든 휴식의 엄청난 부드러움이 미끄러져 가는 고래를 감쌌다. 빼앗은 에우로페가 우아한 뿔에 매달린 채로 헤엄쳐 가던 흰 황소 유피테르도, 사랑스럽게 곁눈질하는 눈을 옆으로 처녀에게 쏟으며, 매끄럽고 홀리는 빠르기로 크레타의 신방을 향해 잔물결을 일으키며 곧장 나아가던 그도, 유피테르도, 그 위대하고 지고한 위엄도 그렇게 신처럼 헤엄치는 영광에 싸인 흰 고래를 넘어서지 못했다.

부드러운 양 옆구리마다, 갈라진 너울이 한 번 그를 떠나면 그토록 멀리 넓게 흘러가 버리는 데 맞추어, 반짝이는 양 옆구리마다, 고래는 유혹을 흘려보냈다. 사냥꾼들 가운데 이 모든 평온에 이름 모를 황홀과 유혹을 느껴 감히 덤벼들었다가, 그 고요가 회오리바람이 입은 옷일 뿐임을 치명적으로 깨달은 이들이 있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도 고요하게, 유혹하는 고요로, 오 고래여! 너는 너를 처음 보는 모든 이에게 미끄러져 다가간다. 전에 네가 그렇게 같은 수로 몇이나 속이고 죽였든 상관없이.

그리하여 열대 바다의 평온한 고요 속을, 지극한 황홀에 겨워 손뼉 치기를 멈춘 물결 사이를, 모비 딕은 여전히 물에 잠긴 몸통의 온전한 공포를 보이지 않고, 비틀린 턱의 흉측함을 송두리째 감춘 채 나아갔다. 그러나 곧 몸 앞부분이 천천히 물 위로 솟았다. 한순간 대리석 무늬의 몸 전체가 버지니아의 자연교처럼 높은 아치를 이루었고, 깃발 같은 꼬리지느러미를 경고하듯 허공에 흔들며 그 위대한 신은 모습을 드러냈다가 잠수하여 시야에서 사라졌다. 흰 바닷새들은 맴돌며 멈추었다가 날개를 기울여 내려앉으며, 그가 남긴 출렁이는 웅덩이 위에 아쉬운 듯 머물렀다.

노를 곧추세우고 손노를 내려놓고 돛 아딧줄을 풀어 둔 채, 세 보트는 이제 고요히 떠서 모비 딕이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이다." 에이해브가 제 보트의 고물에 뿌리박힌 듯 서서 말했다. 그리고 고래가 있던 자리 너머, 바람 불어 가는 쪽의 흐릿한 푸른 공간과 넓게 손짓하는 빈 곳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한순간뿐이었다. 그가 물의 원을 훑어보자 다시 그의 눈알이 머릿속에서 빙빙 도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바람이 거세졌다. 바다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새다! 새다!" 태시테고가 외쳤다.

왜가리가 날아오를 때처럼 길게 한 줄로 늘어서서, 흰 새들이 이제 모두 에이해브의 보트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고, 몇 야드 안까지 오자 거기 물 위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기쁘고 기대에 찬 울음을 울며 빙글빙글 맴돌기 시작했다. 새들의 눈은 사람의 눈보다 날카로웠다. 에이해브는 바다에서 아무 흔적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바다 깊은 곳을 자꾸만 내려다보다가, 문득 그 깊은 데서 흰 족제비보다 크지 않은 살아 있는 흰 점 하나가 놀랍도록 빠르게 솟아오르며 솟을수록 커지다가 마침내 뒤집히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찾을 수 없는 밑바닥에서 떠오르는 희고 번들거리는 이빨 두 줄이 길고 구불구불하게 또렷이 드러났는데, 그것은 모비 딕이 벌린 입과 두루마리처럼 말린 턱이었다. 그늘진 거대한 몸뚱이는 아직 반쯤 바다의 푸른빛에 섞여 있었다. 번득이는 입이 문이 열린 대리석 무덤처럼 보트 밑에서 쩍 벌어지자, 에이해브는 고물 조종 노를 한 번 옆으로 휘둘러 이 무시무시한 환영에게서 보트를 휙 비켜 돌렸다. 그러고는 페달라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하고 뱃머리로 가서, 퍼스의 작살을 움켜쥐고 선원들에게 노를 잡고 뒤로 저을 채비를 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이렇게 때맞추어 보트를 제자리에서 빙글 돌린 덕에, 고래의 머리가 아직 물속에 있을 때 미리 뱃머리를 그 머리 쪽으로 향하게 해 둘 수 있었다. 그러나 모비 딕은 이 계략을 알아챈 듯, 저에게 있다고들 하는 그 악의 어린 지혜로, 이를테면 순식간에 몸을 옆으로 옮겨 놓더니, 주름진 머리를 보트 밑으로 길게 쑥 들이밀었다.

속속들이, 모든 널빤지와 갈빗대 하나하나를 꿰뚫고, 한순간 떨림이 지나갔다. 고래는 물어뜯는 상어처럼 비스듬히 몸을 뒤집고 누워, 천천히 맛보듯이 보트의 뱃머리를 입안 가득 물었고, 그래서 길고 좁고 두루마리처럼 말린 아래턱이 바깥 허공으로 높이 휘어 올랐고, 이빨 하나가 노걸이에 걸렸다. 턱 안쪽의 푸르스름한 진주빛 흰색이 에이해브의 머리에서 6인치 안에 있었고, 그보다 더 높이 솟아 있었다. 이런 자세로 흰 고래는 이제 순하게 잔인한 고양이가 쥐를 흔들듯 그 가벼운 삼나무 보트를 흔들었다. 페달라는 놀라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며 팔짱을 끼었으나, 호랑이처럼 누런 선원들은 맨 고물에 닿으려고 서로의 머리 위로 엎치락뒤치락 넘어갔다.

그리고 이제 고래가 운이 다한 보트를 이렇게 악마처럼 가지고 노는 동안 탄력 있는 양쪽 뱃전이 안팎으로 휘청휘청 튀었고, 고래의 몸이 보트 밑에 잠겨 있었기에, 이를테면 뱃머리가 거의 고래 몸속에 들어가 있었기에 뱃머리에서 작살을 던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른 보트들이 맞설 수 없는 급박한 위기 앞에서처럼 저도 모르게 멈춰 서 있는 동안, 바로 그때 편집광 에이해브는, 원수가 이렇게 애태우며 바싹 다가와 저 미운 턱 속에 산 채로 꼼짝 못 하게 저를 들이밀어 놓은 데 격분하여, 이 모든 것에 미쳐 날뛰며, 맨손으로 그 긴 뼈를 움켜잡고 그것을 비틀어 떼어 내려고 사납게 애썼다. 그가 그렇게 헛되이 애쓰는 동안 턱이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그리고 두 턱이 거대한 가위처럼 고물 쪽으로 더 미끄러지며 보트를 완전히 두 동강으로 물어 끊고는, 떠다니는 두 잔해 사이 한가운데 바닷속에서 다시 꽉 맞물리자, 연약한 뱃전이 안으로 휘어지고 무너져 뚝 부러졌다. 두 잔해는 부러진 끝을 늘어뜨린 채 옆으로 떠갔고, 고물 쪽 잔해의 선원들은 뱃전에 매달려 노를 꽉 붙잡고 가로질러 묶으려 애썼다.

보트가 아직 부러지기 전, 그 서막 같은 순간에, 고래가 교활하게 머리를 쳐들어, 그 움직임 때문에 잠시 무는 힘이 풀리는 것을 보고 맨 먼저 고래의 속셈을 알아챈 에이해브는, 그 순간 그의 손으로 보트를 물린 데서 밀어내려고 마지막으로 한 번 애썼다. 그러나 보트는 고래의 입속으로 더 미끄러져 들어가며 미끄러지는 대로 옆으로 기울었고, 그 바람에 턱을 붙잡은 그의 손을 떨어내고, 그가 밀려고 몸을 기울인 참에 그를 보트 밖으로 쏟아 버렸다. 그래서 그는 얼굴을 바다에 처박으며 엎어졌다.

모비 딕은 이제 먹이에게서 잔물결을 일으키며 물러나 조금 떨어진 곳에 누워, 기다란 흰 머리를 큰 물결 속에서 위아래로 꼿꼿이 내밀었다 넣었다 했다. 그와 동시에 방추 같은 몸 전체를 천천히 돌렸다. 그래서 그 거대한 주름진 이마가 물 위로 20피트 넘게 솟을 때면, 이제 솟아오르는 너울이 합쳐진 온갖 물결과 함께 그 이마에 눈부시게 부서지며, 산산이 부서진 물보라를 앙심을 품은 듯 더 높이 허공으로 내던졌다.1 그렇듯 강풍 속에서 반쯤만 꺾인 영국 해협의 큰 물결은 에디스톤 등대의 밑동에서 물러났다가 의기양양하게 물보라로 그 꼭대기를 뛰어넘는다.

그러나 곧 다시 몸을 가로로 누인 모비 딕은 부서진 보트의 선원들 둘레를 빠르게 빙글빙글 돌며 헤엄쳤는데, 앙갚음하려는 항적 속에서 옆으로 물을 휘저으며, 또 한 번의 더 치명적인 습격을 하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 같았다. 산산조각 난 보트를 보자 놈은 미쳐 날뛰는 것 같았다. 마카베오서에서 안티오코스의 코끼리들 앞에 던져 준 포도와 오디의 피가 코끼리들을 미치게 했듯이. 그동안 에이해브는 고래의 오만한 꼬리가 일으킨 거품 속에서 반쯤 숨이 막혔고, 헤엄치기에는 너무 불구였다. 그래도 그런 소용돌이 한가운데서도 아직 떠 있을 수는 있었으니, 어쩔 도리 없는 에이해브의 머리가, 아주 작은 우연한 충격에도 터질 것 같은 이리저리 튕기는 거품처럼 보였다. 보트의 부서진 고물에서 페달라는 무심하고 온화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떠가는 다른 쪽 끝에 매달린 선원들은 그를 구할 수 없었다. 저희 몸을 돌보기에도 벅찼다. 흰 고래의 모습은 빙빙 돌며 그토록 오싹했고, 놈이 그리는 쉼 없이 좁혀 드는 원은 행성처럼 그토록 빨라서, 놈이 그들을 향해 가로로 덮쳐 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친 데 없는 다른 보트들이 아직 바로 곁에서 맴돌고 있었으나, 그들은 감히 소용돌이 속으로 저어 들어가 작살을 박지 못했다. 그것이 에이해브를 비롯해 위험에 빠진 표류자들을 순식간에 몰살하는 신호가 될까 두려웠고, 그렇게 되면 저희도 빠져나가기를 바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그 무시무시한 테두리의 바깥 가장자리에 머물렀는데, 그 테두리의 한가운데는 이제 노인의 머리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이 모든 일은 처음부터 배의 돛대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고 있었으므로, 배는 활대를 바로 돌려 현장으로 내려왔고, 이제 아주 가까이 와 있어서 물속의 에이해브가 배를 불렀다! "배를 몰아……" 그러나 그 순간 모비 딕에게서 부서지는 파도가 그를 덮쳐 잠시 삼켜 버렸다. 그러나 다시 몸부림쳐 빠져나와 마침 높이 솟은 물마루 위로 떠오르자, 그는 외쳤다. "배를 몰아 고래에게 들이대라! 놈을 쫓아 버려라!"

피쿼드호의 뱃머리가 그리로 향했다. 그리고 그 마법의 원을 깨뜨리며 흰 고래를 그 희생자에게서 효과 있게 떼어 놓았고, 고래가 뿌루퉁하게 헤엄쳐 멀어지자 보트들이 구조하러 날듯이 달려갔다.

핏발 서고 앞이 보이지 않는 눈으로, 주름살마다 흰 소금물이 말라붙은 채 스터브의 보트로 끌려 올라오자, 오래 팽팽하게 버티던 에이해브의 육신의 힘이 정말로 탁 끊어졌다. 그는 어쩔 도리 없이 육신의 운명에 몸을 내맡긴 채, 한동안 코끼리 떼의 발에 짓밟힌 사람처럼 스터브의 보트 바닥에 온통 짓뭉개진 듯 누워 있었다. 먼 내륙에서, 골짜기에서 나오는 황량한 소리처럼, 이름 모를 신음이 그에게서 새어 나왔다.

그러나 육신이 이토록 격렬하게 쓰러졌기에 그만큼 그 쓰러짐은 더 짧았다. 위대한 마음은 때로 더 약한 사람들의 온 생애에 걸쳐 다행히 엷게 퍼져 있는 얕은 고통들의 총합을 한순간의 테두리 안에 깊은 아픔 하나로 응축한다. 그래서 그런 마음은 고통 하나하나는 짧게 치르지만, 신들이 그렇게 정하면, 평생에 걸쳐 오로지 순간순간의 격렬함으로만 이루어진 한 시대의 비통을 모두 모아 쌓는다. 그런 고귀한 천성은 넓이 없는 한가운데에조차 열등한 영혼들의 온 둘레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작살은." 에이해브가 반쯤 몸을 일으켜, 구부린 한 팔에 힘겹게 기대며 말했다. "작살은 무사하냐?"

"예, 선장님, 던지지 않았으니까요. 여기 있습니다." 스터브가 그것을 보여 주며 말했다.

"내 앞에 놓아라. 없어진 사람은?"

"하나, 둘, 셋, 넷, 다섯. 노가 다섯이었습니다, 선장님. 그리고 여기 다섯 사람이 있습니다."

"좋다. 나를 거들어라, 이 사람아. 일어서고 싶다. 그래, 그래, 놈이 보인다! 저기! 저기! 아직 바람 불어 가는 쪽으로 가고 있다. 저 펄쩍 솟는 물줄기 좀 보아라! 손을 놓아라! 영원한 수액이 에이해브의 뼈에 다시 차오른다! 돛을 올려라. 노를 내밀어라. 키를!"

보트 한 척이 박살 나면 그 선원들이 다른 보트에 건져 올려져 그 둘째 보트의 일을 거드는 일이 흔한데, 그렇게 해서 이른바 겹노를 저으며 추격을 이어 간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러나 보트에 더해진 힘은 고래에게 더해진 힘에 미치지 못했다. 고래는 지느러미 하나하나에 세 겹으로 노를 단 것 같았다. 놈은 이런 사정에서 지금 추격을 밀어붙인다면 끝없이 길어지는 추격이 될 것이 뻔한, 가망 없는 추격까지는 아니라 해도 그럴 것이 뻔한 빠르기로 헤엄쳤다. 그리고 어떤 선원도 그토록 오랫동안 그렇게 쉼 없이 혼신을 다해 노를 저을 수는 없었으니, 그것은 어느 한 번의 짧은 고비에서나 겨우 견딜 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때로 그렇듯이, 배 자체가 추격을 따라잡을 가장 가망 있는 중간 수단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제 보트들은 배로 향했고, 부서진 보트의 두 동강을 미리 배에 거두어 둔 뒤 곧 보트 걸이로 끌어 올려졌다. 그리고 모든 것을 뱃전으로 끌어 올리고 돛을 높이 쌓아 올려, 앨버트로스의 이중 관절 날개처럼 보조돛으로 옆으로 활짝 펴서, 피쿼드호는 모비 딕의 바람 불어 가는 쪽 항적을 따라 내려갔다. 잘 아는 대로 꼬박꼬박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람이 오른 돛대 꼭대기에서 고래의 번득이는 물줄기를 어김없이 알려 왔다. 그리고 고래가 방금 잠수했다고 알려 오면, 에이해브는 시각을 재고, 나침반 함 시계를 손에 들고 갑판을 서성이다가, 정해진 한 시간의 마지막 초가 다하자마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금화는 이제 누구 것이냐? 놈이 보이느냐?" 그리고 대답이 "안 보입니다, 선장님!"이면 곧바로 자기를 망보는 자리로 끌어 올리라고 명령했다.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 갔다. 에이해브는 한동안은 위에서 꼼짝 않다가, 또 한동안은 쉬지 않고 갑판 널빤지를 서성였다.

그는 그렇게 걸으며, 위의 사람들을 부르거나 돛 하나를 더 높이 올리라고, 하나를 더 넓게 펴라고 이를 때 말고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렇게 푹 눌러쓴 모자 밑에서 이리저리 서성이며, 돌 때마다 그는 뒷갑판에 내려놓아 거기 뒤집힌 채 놓여 있는 자기의 부서진 보트를 지나쳤는데, 부러진 뱃머리와 산산조각 난 고물이 맞닿아 있었다. 마침내 그가 그 앞에서 멈추자, 이미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새 구름 떼가 때로 가로질러 흘러가듯, 그와 같은 덧붙은 어둠이 노인의 얼굴 위로 슬며시 번졌다.

스터브는 그가 멈추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꺾이지 않은 굳셈을 보여 주어 선장의 마음속에 용감한 자리를 지키려는 뜻이었는지, 그것이 헛된 뜻은 아니었지만, 그는 앞으로 나서서 잔해를 바라보며 외쳤다. "당나귀가 마다한 엉겅퀴로군요. 입을 너무 아프게 찔렀거든요, 선장님. 하! 하!"

"부서진 배 앞에서 웃다니 이 무슨 영혼 없는 것이냐? 이 사람아, 이 사람아! 네가 겁 없는 불처럼 용감하다는 것을(그리고 불처럼 기계적이라는 것을) 내가 몰랐다면 너를 겁쟁이라고 맹세할 뻔했다. 부서진 배 앞에서는 신음도 웃음도 들려서는 안 된다."

"그렇습니다, 선장님." 스타벅이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엄숙한 광경입니다. 징조입니다. 불길한 징조입니다."

"징조? 징조라고? 사전이나 찾아보아라! 신들이 사람에게 대놓고 말할 생각이라면 떳떳하게 대놓고 말하리라. 고개를 저으며 늙은 아낙들처럼 어두운 귀띔이나 하지는 않으리라. 물러가라! 너희 둘은 한 사물의 맞은편 두 극이다. 스타벅은 뒤집은 스터브이고 스터브는 스타벅이다. 그리고 너희 둘이 온 인류다. 그리고 에이해브는 사람이 사는 땅의 수백만 사이에 홀로 서 있다. 신들도 사람들도 그의 이웃이 아니다! 춥다, 춥다. 몸이 떨린다! 어떠냐? 거기 위! 놈이 보이느냐? 물줄기마다 소리쳐 알려라, 놈이 1초에 열 번을 뿜더라도!"

하루가 거의 다 저물었다. 해의 황금 옷자락 끝만이 바스락거렸다. 곧 거의 어두워졌지만 망꾼들은 아직 내려오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이제 물줄기가 안 보입니다, 선장님. 너무 어둡습니다." 허공에서 한 목소리가 외쳤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어디로 향하더냐?"

"아까와 같습니다, 선장님. 곧장 바람 불어 가는 쪽입니다."

"좋다! 이제 밤이니 놈은 더 천천히 가리라. 맨 윗돛과 윗돛대 보조돛을 내려라, 스타벅. 아침이 되기 전에 놈을 지나쳐 달려서는 안 된다. 놈은 지금 먼 길을 가는 중이고, 잠시 멈추어 쉴지도 모른다. 거기 키! 바람을 등지고 돛을 가득 채워 나아가라! 위에! 내려오너라! 스터브, 앞돛대 꼭대기에 새 사람을 올려 보내고, 아침까지 사람이 지키게 해라." 그러고는 큰돛대에 박힌 금화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얘들아, 이 금은 내 것이다. 내가 벌었으니까. 그러나 흰 고래가 죽을 때까지 여기 그대로 두겠다. 그리고 놈이 죽임을 당하는 날, 너희 가운데 누구든 놈을 맨 먼저 찾아내는 자, 이 금은 그 사람의 것이다. 그리고 그날 내가 다시 놈을 찾아낸다면, 이 금의 열 배를 너희 모두에게 나누어 주겠다! 이제 물러가라! 갑판은 네게 맡긴다, 스타벅!"

그렇게 말하고 그는 승강구 안으로 몸을 반쯤 들여놓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이따금 몸을 일으켜 밤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살필 때 말고는 새벽까지 거기 서 있었다.

주

  1. 1. 이 움직임은 향유고래만의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창 날리기」라는 기술에서 고래 창을 던지기 전에 위아래로 겨누는 동작에 빗대어 그런 이름(창 날리기)이 붙었다. 이 움직임으로 고래는 저를 둘러싼 것이 무엇이든 가장 잘, 가장 두루 살펴볼 수 있음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