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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제81장 피쿼드호, 처녀호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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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장 피쿼드호, 처녀호를 만나다

운명으로 정해진 날이 왔고, 우리는 때맞춰 브레멘의 배, 데릭 데 디어 선장의 융프라우호를 만났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큰 포경 민족이었던 네덜란드 사람과 독일 사람은 이제 가장 보잘것없는 축에 든다. 그러나 태평양에서는 위도와 경도로 아주 멀리 떨어진 여기저기서 아직도 이따금 그들의 깃발을 만난다.

무슨 까닭인지 융프라우호는 몹시 인사를 드리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피쿼드호에서 아직 꽤 떨어져 있을 때 배를 바람 쪽으로 돌려 세우고 보트 한 척을 내렸는데, 그 선장은 고물이 아니라 이물에 조바심을 치며 선 채로 우리 쪽으로 저어 왔다.

"저 사람 손에 든 게 뭐지?" 스타벅이 그 독일 사람이 흔들어 대는 무언가를 가리키며 외쳤다. "설마! 등잔 기름 주전자 아닌가!"

"그게 아니오." 스터브가 말했다. "아니, 아니, 저건 커피 주전자요, 스타벅 씨. 저 독일 놈이 우리한테 커피를 끓여 주러 오는 거요. 저 옆에 있는 큰 양철 깡통 안 보이오? 저게 끓는 물이오. 오! 괜찮은 놈이오, 저 독일 놈은."

"웃기지 마." 플래스크가 외쳤다. "저건 등잔 기름 주전자하고 기름통이야. 기름이 떨어져서 구걸하러 온 거라고."

기름 싣는 배가 고래 어장에서 기름을 꾸러 다닌다는 것이 아무리 기이해 보이더라도, 그리고 그것이 뉴캐슬에 석탄을 싣고 간다는 옛 속담을 아무리 거꾸로 뒤집는 일이라 해도,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날 때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 데릭 데 디어 선장은 플래스크가 단언한 대로 틀림없이 등잔 기름 주전자를 들고 왔다.

그가 갑판에 오르자 에이해브는 그가 손에 든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뜸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 독일 사람은 서툰 말로, 흰 고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금세 드러냈다. 그는 곧장 이야기를 등잔 기름 주전자와 기름통 쪽으로 돌려, 브레멘에서 가져온 기름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떨어졌는데 그것을 메울 날치 한 마리 아직 못 잡아서 밤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해먹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몇 마디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끝으로 자기 배가 포경업에서 전문 용어로 깨끗한 배(곧 빈 배)라고 부르는 바로 그런 배이니 융프라우, 곧 처녀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고 넌지시 비쳤다.

필요한 것을 얻자 데릭은 떠났다. 그러나 그가 자기 배 옆에 닿기도 전에 두 배의 돛대 꼭대기에서 거의 동시에 고래가 발견되었다. 데릭은 추격에 어찌나 몸이 달았던지 기름통과 등잔 기름 주전자를 배에 올려놓으려고 멈추지도 않고 보트를 휙 돌려 리워야단 등잔 기름 주전자들을 뒤쫓았다.

그런데 사냥감이 바람 불어 가는 쪽에서 떠올랐으므로, 그와 곧 그를 뒤따른 나머지 독일 보트 세 척은 피쿼드호의 보트들보다 꽤 앞서 출발했다. 고래는 여덟 마리로, 보통 크기의 떼였다. 놈들은 위험을 알아채고 모두 나란히 바람을 등지고 곧장 빠르게 달리고 있었는데, 마구를 채운 여러 쌍의 말처럼 옆구리를 바짝 비벼 댔다. 놈들은 크고 넓은 항적을 남겼는데, 마치 바다 위에 크고 넓은 양피지를 쉼 없이 펼쳐 나가는 것 같았다.

이 빠른 항적 한가운데로, 몇 패덤 뒤처져서, 혹이 난 거대한 늙은 수컷 한 마리가 헤엄쳐 갔다. 비교적 느리게 나아가는 것으로 보나 몸을 뒤덮고 자란 유난히 누르스름한 껍데기로 보나, 놈은 황달이나 다른 어떤 병을 앓는 것 같았다. 이 고래가 앞서가는 떼에 속하는지는 의심스러웠다. 그런 늙은 리워야단이 남과 어울리는 일은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놈은 그 떼의 항적을 바짝 따라갔다. 하기야 앞선 놈들이 일으킨 되밀리는 물살이 틀림없이 놈을 늦췄을 것이다. 놈의 넓은 주둥이에 이는 흰 뼈, 곧 너울이 서로 맞서는 두 물살이 만날 때 생기는 너울처럼 부서져 있었기 때문이다. 놈의 물줄기는 짧고 느리고 힘겨웠다. 숨이 막히는 듯 왈칵 솟았다가 갈가리 찢겨 흩어졌고, 그 뒤에 놈의 몸속에서 기묘한 땅밑 소동 같은 것이 일었는데, 그것이 물에 잠긴 놈의 반대쪽 끝으로 빠져나가는 듯 놈의 뒤쪽 물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누구 진통제 가진 사람 없나?" 스터브가 말했다. "놈이 배앓이를 하는 것 같다. 맙소사, 반 에이커나 되는 배앓이를 생각해 봐라! 거센 맞바람이 놈의 배 속에서 미친 성탄 잔치를 벌이고 있구나, 얘들아. 고물 쪽에서 불어오는 고약한 바람은 내 평생 처음 본다. 그런데 봐라, 고래가 저렇게 이리저리 갈지자로 헤매는 걸 본 적 있냐? 틀림없이 키 손잡이를 잃어버린 거야."

겁먹은 말들을 갑판 가득 싣고 힌두스탄 해안을 따라 내려가는 짐을 너무 실은 인도 무역선이 기울고, 처박히고, 구르고, 뒹굴며 나아가듯, 이 늙은 고래도 늙은 몸뚱이를 힘겹게 들썩였다. 그리고 이따금 육중한 갈비뼈 끝을 반쯤 뒤집으며, 놈이 비뚤비뚤한 항적을 남기는 까닭을 드러냈다. 우현 지느러미가 기형의 그루터기였던 것이다. 놈이 그 지느러미를 싸움에서 잃었는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없었는지는 말하기 어려웠다.

"조금만 기다려라, 늙은이. 그 다친 팔에 내가 팔걸이 붕대를 감아 주마." 잔인한 플래스크가 곁에 있는 작살줄을 가리키며 외쳤다.

"놈이 그걸로 자네를 감아 내동댕이치지 않게 조심하게." 스타벅이 외쳤다. "저어라, 안 그러면 독일 사람이 놈을 차지한다."

서로 겨루는 보트들은 하나같이 이 한 마리를 노렸다. 놈이 가장 커서 가장 값나가는 고래였을 뿐 아니라 놈들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었고, 게다가 다른 고래들은 어찌나 빠르게 달리는지 당분간 추격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무렵 피쿼드호의 보트들은 마지막에 내린 독일 보트 세 척을 쏜살같이 앞질렀다. 그러나 데릭의 보트는 워낙 일찍 출발한 덕에 여전히 추격의 선두에 있었다. 그래도 외국 경쟁자들이 시시각각 다가왔다.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단 하나, 데릭이 이미 과녁에 바짝 다가가 있으니 그들이 그를 완전히 따라잡아 앞지르기 전에 그가 작살을 던질 수 있으리라는 점이었다. 데릭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되리라고 꽤 자신하는 눈치였고, 이따금 비웃는 몸짓으로 다른 보트들을 향해 등잔 기름 주전자를 흔들어 댔다.

"은혜도 모르고 고마운 줄도 모르는 개 같으니!" 스타벅이 외쳤다. "5분도 안 된 아까 내가 채워 준 바로 그 구호 헌금함을 흔들며 나를 놀리고 약을 올리는구나!" 그러고는 예의 그 사무치는 속삭임으로 말했다. "저어라, 사냥개들아! 물고 늘어져라!"

"내 말 좀 들어 봐라, 얘들아." 스터브가 자기 보트 선원들에게 외쳤다. "성내는 건 내 신앙에 어긋나지만, 저 고약한 독일 놈은 잡아먹고 싶구나. 저어라, 안 저을 테냐? 저 악당한테 질 테냐? 브랜디 좋아하냐? 그럼 제일 잘 젓는 놈한테 브랜디 한 통이다. 자, 왜 핏줄 하나 터뜨리는 놈이 없냐? 누가 닻을 바다에 떨어뜨렸냐. 한 치도 안 움직이잖아. 바람이 멎어 버렸다. 이봐, 보트 바닥에 풀이 자라네. 맙소사, 저기 돛대에 싹이 튼다. 이래선 안 된다, 얘들아. 저 독일 놈 좀 봐라! 길게 말할 것 없다, 얘들아, 불을 뿜을 테냐 말 테냐?"

"오! 놈이 일으키는 거품 좀 봐!" 플래스크가 펄쩍펄쩍 뛰며 외쳤다. "저 혹 좀 봐. 오, 힘 좀 내라. 통나무처럼 누워 있다! 오! 얘들아, 제발 힘차게 저어라. 저녁엔 팬케이크하고 쿼호그 대합이다, 얘들아. 구운 조개하고 머핀이다. 오, 제발, 제발, 힘차게 저어라. 백 배럴짜리다. 이제 놓치지 마라. 놓치지 마, 오, 놓치지 마! 저 독일 놈 좀 봐. 오, 푸딩 먹을 생각으로 안 저을 테냐, 얘들아. 저 묵직한 것! 저 묵직한 덩어리! 경랍 안 좋아하냐? 저기 3,000달러가 간다, 얘들아! 은행이다! 은행 하나가 통째로 간다! 잉글랜드 은행이다! 오, 제발, 제발, 제발! 저 독일 놈이 이번엔 뭘 하는 거지?"

이때 데릭은 다가오는 보트들을 향해 등잔 기름 주전자와 기름통을 내던지고 있었다. 아마도 경쟁자들의 길을 막는 동시에, 뒤로 던지는 순간의 반동으로 제 보트를 알뜰하게 앞으로 밀어 보려는 두 가지 속셈이었을 것이다.

"버릇없는 네덜란드 고깃배 같으니!" 스터브가 외쳤다. "자, 저어라, 얘들아, 빨강 머리 악마를 오만 척의 전함에 가득 실은 것처럼 저어라. 어떠냐, 태시테고? 너야말로 게이헤드의 명예를 위해 네 등뼈를 스물두 토막으로 부러뜨릴 사내냐? 어떠냐?"

"빌어먹게 저으라는 말입니다." 인디언이 외쳤다.

독일 사람의 조롱에 사납게, 그러나 고르게 부추겨진 피쿼드호의 보트 세 척은 이제 거의 나란히 늘어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늘어서서 시시각각 그에게 다가갔다. 보트장이 사냥감에 다가갈 때 짓는 그 멋지고 느긋하고 기사다운 자세로 세 항해사는 당당하게 서서, 이따금 맨 뒤 노잡이를 신명 나게 외쳐 부추겼다. "자, 미끄러져 간다! 물푸레나무 바람 만세! 독일 놈을 쳐부숴라! 넘어서 지나가라!"

그러나 데릭이 처음에 워낙 확실하게 앞서 출발했으므로, 그들이 아무리 용맹을 떨쳐도 이 경주에서는 그가 이겼을 것이다. 정의로운 심판이 그에게 내려 그의 가운데 노잡이가 노 끝을 물에 처박고 게를 잡는 일만 없었더라면 말이다. 이 굼뜬 풋내기가 제 물푸레나무 노를 빼내려고 버둥거리는 사이, 그 바람에 데릭의 보트가 뒤집힐 뻔하고 그가 엄청나게 성이 나서 부하들에게 벼락같이 고함을 지르는 사이, 스타벅과 스터브와 플래스크에게는 좋은 기회가 왔다. 그들은 함성을 지르며 죽기 살기로 앞으로 내달아 비스듬히 독일 보트의 고물 옆으로 따라붙었다. 한순간 뒤 보트 네 척이 모두 고래 바로 뒤 항적에 비스듬히 늘어섰고, 그들 양옆으로는 고래가 일으킨 거품 이는 너울이 뻗어 나갔다.

끔찍하고, 더없이 가엾고, 미칠 듯한 광경이었다. 고래는 이제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고 달리며, 고통에 시달리는 물줄기를 쉼 없이 제 앞으로 내뿜었다. 그러는 동안 하나뿐인 가엾은 지느러미는 겁에 질린 고통 속에 옆구리를 두드렸다. 비틀거리며 달아나는 놈은 이쪽으로 저쪽으로 갈지자를 그렸고, 그러면서도 물결 하나를 부술 때마다 발작하듯 바닷속으로 가라앉거나, 옆으로 뒹굴며 퍼덕이는 하나뿐인 지느러미를 하늘로 쳐들었다. 날개가 잘린 새가 해적 같은 매들에게서 벗어나려고 헛되이 애쓰며 허공에 겁먹은 동그라미를 끊어질 듯 그리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새에게는 목소리가 있어서 애처로운 울음으로 제 두려움을 알린다. 그러나 이 거대하고 말 못 하는 바다 짐승의 두려움은 놈 안에 사슬로 묶이고 마법에 걸려 갇혀 있었다. 놈에게는 숨구멍으로 내쉬는 그 숨 막히는 숨소리 말고는 목소리가 없었고, 그래서 놈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엾었다. 그러면서도 놈의 놀라운 덩치와 내리닫이 쇠창살문 같은 턱과 전능한 꼬리에는, 그렇게 가엾게 여기는 가장 대담한 사내마저 질겁하게 할 것이 넉넉히 있었다.

이제 몇 순간만 더 지나면 피쿼드호의 보트들이 우위에 서리라는 것을 보자, 데릭은 이렇게 사냥감을 빼앗기느니 마지막 기회가 영영 빠져나가기 전에 그로서는 몹시 먼 거리로 보였을 작살 던지기에 운을 걸어 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의 작살잡이가 던지려고 일어서자마자 세 호랑이, 곧 퀴퀘그와 태시테고와 다구가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 비스듬히 한 줄로 서서 일제히 미늘을 겨누었다. 그리고 독일 작살잡이의 머리 위로 던진 그들의 낸터킷 작살 세 자루가 고래에게 박혔다. 눈을 멀게 하는 물보라와 흰 불꽃! 보트 세 척은 고래가 앞뒤 없이 내닫는 그 첫 기세에 휩쓸려 독일 보트를 어찌나 세게 옆으로 들이받았던지, 데릭과 헛물켠 그의 작살잡이가 둘 다 물에 쏟아졌고, 날아가는 세 보트가 그 위를 지나갔다.

"겁내지 마라, 버터 상자 친구들아." 스터브가 쏜살같이 지나가며 그들을 흘끗 보고 외쳤다. "곧 건져 줄 거다. 괜찮아. 고물 쪽에 상어 몇 마리가 보이더라. 알지, 성 베르나르 개들 말이야. 곤경에 빠진 나그네를 구해 준다고. 만세! 배는 이렇게 몰아야지. 보트마다 한 줄기 햇살이다! 만세! 미친 퓨마 꼬리에 매단 양철 주전자 세 개처럼 우리가 간다! 이러니까 생각나는구나, 벌판에서 이륜마차를 탄 채 코끼리한테 작살을 꽂는 것 말이다. 그렇게 코끼리한테 매달리면 바퀴살이 날아간단 말이다, 얘들아. 언덕에 부딪히면 마차에서 내동댕이쳐질 위험도 있고. 만세! 데이비 존스한테 가는 녀석은 이런 기분이겠지. 끝없는 비탈을 곧장 내리닫는 거다! 만세! 이 고래는 영원한 우편물을 나른다!"

그러나 괴물의 질주는 짧았다. 놈은 갑자기 헐떡이더니 요란하게 잠수했다. 작살줄 세 가닥이 삐걱대며 어찌나 세게 작살줄 기둥을 감고 돌았던지 기둥에 깊은 홈이 파였다. 그러면서도 작살잡이들은 이렇게 빨리 잠수하다가는 작살줄이 곧 바닥나리라고 몹시 두려워해서, 능숙한 힘을 다해 연기 나는 밧줄을 거듭 기둥에 감아 버텼다. 그러다 마침내 밧줄 세 가닥이 납을 댄 보트들의 줄받이에서 파란 물속으로 곧장 내리뻗어 수직으로 당겨지는 바람에, 이물의 뱃전이 거의 수면과 같아지고 세 보트의 고물은 하늘 높이 들렸다. 그리고 고래가 곧 잠수를 멈추었으므로, 그들은 그 자세가 좀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작살줄을 더 풀어 주기가 두려워 한동안 그 자세로 있었다. 이렇게 하다가 보트가 끌려 들어가 사라진 적도 있지만, 이른바 「버티기」, 곧 살아 있는 고래의 살을 뒤에서 날카로운 미늘로 걸어 붙잡고 있는 이 일이야말로 흔히 리워야단을 괴롭혀서 곧 다시 떠올라 적들의 날카로운 창을 맞으러 오게 한다. 그러나 이 일의 위험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방법이 늘 최선인지는 의심스럽다. 작살을 맞은 고래가 물속에 오래 있을수록 더 지친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고래는 몸의 겉넓이가 어마어마해서, 다 자란 향유고래라면 2,000제곱피트에 조금 못 미치는데, 그 때문에 물의 압력이 엄청나다. 우리 자신이 여기 땅 위, 공기 속에서조차 얼마나 놀라운 대기의 무게를 견디며 서 있는지는 우리 모두 안다. 그렇다면 200패덤 깊이의 바닷물 기둥을 등에 진 고래의 짐은 얼마나 엄청나겠는가! 그것은 적어도 50기압의 무게와 맞먹을 것이다. 어느 포경선원은 그것을 대포와 물자와 사람을 모두 실은 전함 스무 척의 무게로 어림했다.

보트 세 척이 잔잔히 넘실대는 바다 위에 떠서 그 영원히 파란 한낮 속을 내려다보는 동안, 그리고 그 깊은 곳에서 신음 한 마디, 외침 한 마디, 아니 잔물결 하나 물거품 하나 올라오지 않는 동안, 어느 뭍사람이 그 모든 고요와 평온 밑에서 바다의 가장 큰 괴물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뒤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겠는가! 이물에서는 수직으로 선 밧줄이 8인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가느다란 실 세 가닥에 거대한 리워야단이 여드레 감기 시계의 큰 추처럼 매달려 있다니 믿어지는가. 매달려 있다? 무엇에? 판자 세 조각에. 이것이 한때 그토록 의기양양하게 이렇게 일컬어진 그 짐승이란 말인가? "네가 미늘 달린 쇠로 그 가죽을 채울 수 있겠느냐? 작살로 그 머리를 채울 수 있겠느냐? 그에게 덤비는 자의 칼은 버티지 못하고, 창도, 표창도, 갑옷도 그러하다. 그는 쇠를 지푸라기처럼 여기니, 화살도 그를 달아나게 하지 못하고, 표창도 그루터기로 여겨지며, 그는 창이 흔들리는 것을 비웃는다!" 이것이 그 짐승인가? 이것이 그놈인가? 오! 예언자들 뒤에 이루어지지 않음이 따르다니. 리워야단은 천 개의 넓적다리에 맞먹는 힘을 꼬리에 품고서, 피쿼드호의 작살을 피해 숨으려고 바다의 산 밑으로 머리를 들이밀었으니 말이다!

비스듬히 기우는 그 오후 햇살 속에서 보트 세 척이 물 밑으로 드리운 그림자는 크세르크세스의 군대 절반을 덮을 만큼 길고 넓었으리라. 그런 거대한 환영들이 머리 위로 휙휙 지나가는 것이 상처 입은 고래에게 얼마나 무시무시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준비해라, 얘들아. 놈이 움직인다." 스타벅이 외쳤다. 작살줄 세 가닥이 갑자기 물속에서 떨리며, 마치 자석 전선을 타고 오듯 고래의 삶과 죽음의 고동을 그들에게 똑똑히 전해 올렸으므로, 노잡이마다 제자리에서 그것을 느꼈다. 다음 순간 이물을 아래로 당기던 힘에서 크게 풀려나자 보트들은 갑자기 위로 튀어 올랐다. 빽빽이 모여 있던 흰곰 떼가 겁에 질려 바다로 뛰어들 때 작은 얼음 벌판이 그러듯이.

"당겨라! 당겨라!" 스타벅이 다시 외쳤다. "놈이 떠오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손바닥 한 뼘만큼도 당겨 올 수 없던 작살줄이 이제 물을 뚝뚝 흘리며 길고 빠른 사리가 되어 보트 안으로 던져졌고, 곧 고래가 사냥꾼들에게서 배 두 척 길이도 안 되는 곳에서 물 위로 솟았다.

놈의 움직임은 놈이 몹시 지쳤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 주었다. 뭍짐승 대부분은 여러 핏줄에 일종의 판막, 곧 수문이 있어서 상처를 입으면 피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어떤 방향으로 즉시 막힌다. 고래는 그렇지 않다. 고래의 특이한 점 가운데 하나는 핏줄에 판막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살만큼 작은 끝에 찔려도 온 동맥 계통에서 곧바로 치명적인 출혈이 시작되고, 수면 아래 깊은 곳의 엄청난 수압이 그것을 부추기면 놈의 목숨은 그칠 줄 모르는 물줄기가 되어 쏟아져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놈 안의 피는 양이 워낙 엄청나고, 그 안쪽 샘들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고 수가 많아서, 놈은 꽤 오랫동안 이렇게 피를 흘리고 또 흘린다. 멀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언덕들의 샘에서 발원하는 강이 가뭄에도 흐르듯이. 지금도 보트들이 이 고래에게로 저어 가서 흔들리는 꼬리지느러미 위로 아슬아슬하게 다가가 창을 던져 넣자, 새로 낸 상처에서 끊임없이 피가 뿜어져 나와 줄곧 솟구쳤다. 그런데 머리에 있는 본디 물 뿜는 구멍은 아무리 잦다 해도 이따금씩만 겁에 질린 물기를 허공으로 내보냈다. 이 마지막 구멍에서는 아직 피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놈의 급소가 하나도 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뱃사람들이 뜻깊게 일컫는 놈의 「목숨」은 아직 건드려지지 않았다.

보트들이 이제 놈을 더 바짝 에워싸자, 보통 물에 잠겨 있는 부분까지 꽤 드러나면서 놈의 몸 윗부분 전체가 뚜렷이 드러났다. 놈의 눈, 아니 눈이 있던 자리가 보였다. 가장 훌륭한 참나무가 쓰러졌을 때 그 옹이구멍에 기이하게 잘못 자란 덩어리들이 모이듯, 고래의 눈이 한때 있던 자리에서 이제 눈먼 혹들이 불거져 나와 있었는데, 보기에 끔찍하게 가엾었다. 그러나 가엾게 여기는 마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늙은 나이와 하나뿐인 팔과 눈먼 두 눈에도 불구하고 놈은 죽어야 했고 살해당해야 했다. 사람들의 즐거운 혼례와 다른 흥겨운 잔치를 밝히려고, 또 모든 이가 모든 이에게 조건 없이 해를 끼치지 말라고 설교하는 엄숙한 교회들을 밝히려고. 여전히 제 피 속에서 뒹굴던 놈은 마침내 옆구리 아래쪽에 있는, 한 부셸 크기의 기이하게 빛이 바랜 혹 같은 덩어리를 반쯤 드러냈다.

"좋은 자리다." 플래스크가 외쳤다. "저기 딱 한 번만 찔러 보자."

"멈추게!" 스타벅이 외쳤다. "그럴 필요 없네!"

그러나 인정 많은 스타벅의 말은 너무 늦었다. 창이 꽂히는 순간 이 잔인한 상처에서 고름 섞인 물줄기가 솟구쳤다. 그것에 찔려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빠진 고래는 이제 진한 피를 뿜으며 사납게 날뛰어 눈먼 채로 보트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보트와 의기양양하던 선원들에게 핏덩이를 소나기처럼 온통 끼얹고, 플래스크의 보트를 뒤집고 이물을 망가뜨렸다. 그것이 놈의 마지막 일격이었다. 이때쯤 놈은 피를 너무 흘려 기진맥진해서, 제가 만든 난파물에서 힘없이 굴러 멀어져 갔다. 옆으로 누워 헐떡이며, 그루터기 같은 지느러미로 힘없이 퍼덕이다가, 저물어 가는 세계처럼 천천히 돌고 또 돌았다. 그러고는 배의 흰 비밀을 드러내고, 통나무처럼 누워, 죽었다. 그 마지막 숨을 거두는 물줄기는 더없이 애처로웠다. 보이지 않는 손이 어느 거대한 분수에서 물을 차츰 빼내면, 반쯤 숨이 막힌 구슬픈 꾸르륵 소리와 함께 물보라 기둥이 낮아지고 낮아져 땅에 닿는다. 고래의 길고 마지막인 죽어 가는 물줄기가 그러했다.

곧, 선원들이 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고래의 몸뚱이는 그 보물을 하나도 털리지 않은 채 가라앉을 기미를 보였다. 즉시 스타벅의 명령으로 여러 자리에 밧줄을 묶었으므로, 오래지 않아 보트마다 부표가 되었고, 가라앉은 고래는 밧줄에 매여 그 몇 인치 밑에 매달렸다. 배가 다가왔을 때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 고래를 배 옆으로 옮겼고, 가장 튼튼한 꼬리 사슬로 거기 단단히 묶었다. 사람이 손을 써서 떠받치지 않으면 몸뚱이가 곧바로 바닥까지 가라앉으리라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삽으로 고래를 처음 베어 들어가자마자, 앞서 말한 혹 덩어리 아래쪽 살 속에 녹슨 작살 한 자루가 통째로 박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잡은 고래의 시체에서는 작살 동강이 흔히 발견되고, 그 둘레 살은 말끔히 아물어 있으며 그 자리를 알려 주는 불룩한 것도 전혀 없다. 그러므로 이번 경우에는 앞서 말한 궤양을 온전히 설명해 줄 어떤 다른 알 수 없는 까닭이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기이한 것은 박힌 쇠붙이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돌로 된 창끝이 발견되었는데, 그 둘레 살이 말끔히 단단했다는 사실이다. 누가 그 돌창을 던졌을까? 그리고 언제? 아메리카가 발견되기 훨씬 전에 어느 북서부 인디언이 던졌을지도 모른다.

이 괴물 같은 진열장에서 또 어떤 경이로운 것들을 뒤져 낼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몸뚱이가 가라앉으려는 경향이 엄청나게 커지는 바람에 배가 전례 없이 바다 쪽으로 옆으로 끌려 기울었으므로, 더 찾아내는 일은 갑자기 멈추었다. 그러나 일을 지휘하던 스타벅은 끝까지 그것을 붙들고 버텼다. 어찌나 단호하게 버텼던지, 마침내 배가 계속 그 몸뚱이와 팔짱을 끼고 있다가는 뒤집힐 지경이 되어 그것을 떼어 내라는 명령이 내려졌을 때는, 꼬리 사슬과 굵은 밧줄을 묶어 둔 뱃전 말뚝에 걸린 힘이 꿈쩍도 하지 않아 그것들을 풀어낼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피쿼드호의 모든 것이 비스듬히 기울었다. 갑판 반대쪽으로 건너가는 일은 가파른 박공지붕을 걸어 오르는 것 같았다. 배는 신음하고 헐떡였다. 뱃전과 선실에 박아 넣은 고래뼈 장식 가운데 많은 것이 이 괴이한 뒤틀림 때문에 제자리에서 튀어나왔다. 꿈쩍도 않는 꼬리 사슬을 뱃전 말뚝에서 비틀어 떼어 내려고 지렛대와 쇠지레를 들이댔지만 헛일이었다. 고래는 이제 워낙 깊이 내려앉아서 물에 잠긴 사슬 끝에는 도무지 다가갈 수가 없었고, 그러는 동안에도 가라앉는 몸뚱이에 매 순간 몇 톤씩 무게가 더해지는 것 같았으며, 배는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 같았다.

"버텨라, 버텨, 응?" 스터브가 몸뚱이에 대고 외쳤다. "그렇게 악마처럼 서둘러 가라앉지 마라! 제기랄, 얘들아, 뭔가 해야지 안 그러면 끝장이다. 거기서 지렛대질해 봐야 소용없다. 지렛대는 그만두라니까. 너희 중 하나 달려가서 기도서하고 주머니칼을 가져와라. 그 큰 사슬을 끊게."

"칼? 그래, 그래." 퀴퀘그가 외쳤다. 그리고 목수의 무거운 손도끼를 움켜쥐고 현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쇠에 강철을 들이대며 가장 큰 꼬리 사슬을 마구 내리찍기 시작했다. 불꽃 튀는 몇 번의 도끼질이 가해지자 엄청난 장력이 나머지를 해치웠다. 무시무시하게 툭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묶어 둔 것이 모두 풀려 나갔다. 배는 바로 섰고, 시체는 가라앉았다.

그런데 갓 죽인 향유고래가 이따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가라앉는 것은 무척 기이한 일이고, 어떤 어부도 아직 그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보통 죽은 향유고래는 부력이 커서 옆구리나 배를 수면 위로 꽤 높이 드러낸 채 뜬다. 이렇게 가라앉는 고래가 늙고 여위고 상심한 놈들뿐이어서, 지방 깔개는 줄어들고 뼈마디는 모두 무겁게 쑤시는 놈들이라면, 이 가라앉음은 그렇게 가라앉는 놈의 몸에 뜨게 하는 물질이 없어서 생기는 유별난 비중 때문이라고 어느 정도 이유 있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한창 건강하고 고귀한 포부로 부풀어 있다가, 삶의 따뜻한 혈기와 오월 같은 시절에 헐떡이는 지방을 온몸에 두른 채 때 이르게 목숨을 잃은 젊은 고래들, 그 억세고 잘 뜨는 영웅들도 때로는 가라앉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유고래는 다른 어떤 종보다 이런 사고를 훨씬 덜 당한다고 해 두자. 향유고래 한 마리가 가라앉는 곳에서 참고래는 스무 마리가 가라앉는다. 종에 따른 이 차이는 틀림없이 적잖이 참고래의 뼈가 더 많은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참고래의 베네치아 블라인드만 해도 때로 무게가 1톤이 넘는데, 향유고래는 이런 거추장스러운 짐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그러나 여러 시간이나 며칠이 지난 뒤, 가라앉았던 고래가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잘 떠서 다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까닭은 뻔하다. 놈의 몸속에서 가스가 생긴다. 놈은 어마어마한 크기로 부풀어 일종의 짐승 풍선이 된다. 그때는 전함 한 척도 놈을 물속에 붙잡아 두기 힘들 것이다. 뉴질랜드의 여러 만에서 측연이 닿는 얕은 바다에서 하는 연안 포경에서는, 참고래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면 밧줄을 넉넉히 단 부표를 놈에게 묶어 둔다. 그러면 몸뚱이가 가라앉은 뒤 다시 떠올랐을 때 어디서 찾아야 할지 안다.

몸뚱이가 가라앉고 오래지 않아 피쿼드호의 돛대 꼭대기에서 융프라우호가 다시 보트를 내린다고 알리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물줄기는 지느러미고래의 것 하나뿐이었는데, 이 고래는 헤엄치는 힘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세서 잡을 수 없는 고래 종에 속한다. 그런데도 지느러미고래의 물줄기는 향유고래의 것과 워낙 비슷해서 서툰 어부들은 흔히 그것을 향유고래로 잘못 안다. 그래서 데릭과 그의 무리는 모두 이제 다가갈 수도 없는 이 짐승을 용감하게 뒤쫓고 있었다. 처녀호는 돛을 모조리 펴고 제 어린 보트 네 척을 뒤따랐고, 그렇게 그들은 모두 여전히 대담하고 희망에 찬 추격을 하며 바람 불어 가는 쪽 멀리 사라졌다.

오! 지느러미고래는 많기도 하고, 데릭도 많기도 하다네, 친구여.